기묘한 신혼여행
고스기 겐지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문학의문학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 대한 나의 첫인상을 적어보면 우선 도톰한 것이 읽고 싶은 맛이 난다. 양장본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사각이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 있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개성 있는 신혼부부의 모습을 담은 표지 그리고 범상치 않은 제목마저 흥미를 돋운다. 장편 소설이라고 여기고 읽기 시작했는데, 단편 소설 모음집이었다. 일본의 유명 작가들의 단편을 모아놓았는데, 이채로운 것은 작가들이 대부분 미스터리 혹은 추리 소설류의 작가라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단편들 또한 스토리 전개가 범상치 않다.

이야기들은 지나칠 정도로 매력적이다. 여기에서 매력적이란 말은  흥미롭다라는 말과도 닮았다. 우선 소재에 있어서 보통사람이라면 흥미를 가질만한 소재들이 대부분이다. 유의할 점은 보통사람이 드러내놓고 이야기할만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남 이야기로써 좋아할 만한 소재들이 한 가득이라는 것이다. 성전환을 한 남자의 과거, 특정 색에 집착하는 성도착증 환자가 연루된 음모와 범죄, 부인의 외도 때문에 부인과 부인의 애인을 반 토막 낸 남자, 바람둥이의 과거와 좋지 않은 미래, 아내를 죽이러 신혼여행을 가는 남자, 얻을 것을 위해 과거를 조작하는 남자, 애인과의 밀회를 위해 남편을 죽이는 여자 등등 이야기들의 주인공과 스토리는 종종 인터넷 뉴스에 올라오는 기이한 사건들과도 비슷한 데가 없지 않다.

소재도 흥미롭지만 스토리를 구성하고 전개해 나가는 솜씨들이 대단하다. 일종의 반전이 그것인데, 단편이지만 소설을 다 읽기 전까지는 짐작하지 못할 만큼 치밀하다.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책처럼 느껴진다.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그것들을 대하는 시선이다. 뭐랄까. 냉정하며 허무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가 있으니 고쳐나가야 하지 않을까.’하는 호소보다는 ‘이런 것들이 현실인 것이다. 어쩔테냐.’하는 식의 시선 말이다.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이런 느낌을 가질 때가 많은데 이 책도 예외가 아니었다. 흥미를 돋우고 재미있는 책읽기가 되었지만,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소설속의 이야기들이 소설로만 치부되기에는 현실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와일라잇 - 나의 뱀파이어 연인 트와일라잇 1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시절에 로맨스 소설에 빠져,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멋진 남자와의 사랑을 꿈꾸던 적이 있다. 당시 만났던 주인공들은 지금도 내 머릿속에 첫사랑처럼 각인되어 있을 만큼 매력적이었는데, 조각 같은 미모와 거칠지만 사랑스러움을 감추고 있어 언제나 내 손길을 기다리는 듯 애틋하기만 하였다.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트와일라잇은 나를 매료시키고 말았다. 주인공 벨라와 동일시되어서 에드워드와의 사랑에 빠지는 상상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울 만큼 소설의 흡인력이 대단하다.






     



운명적인 사랑이 그렇듯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버리는 벨라와 에드워드는 물과 불처럼 다른 듯 보이지만, 서로에 대한 끌림은 일치했다. 또한 위대한 사랑이 그렇듯 그들의 사랑도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이었는데, 에드워드가 인간을 해칠 수 도 있는 뱀파이어이기 때문. 이러한 운명조차 그들을 말릴 수가 없으니 사랑의 위대함이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하게 된다.

뱀파이어의 잔악함이나 공포스러움이 아닌 인간과 뱀파이어와의 사랑을 담고 있기 때문에 굳이 장르를 택하라고 한다면 로맨스가 되겠다. 첫사랑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쉽지 않기 때문에 조마조마해 하며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책장을 덮게 되고 말았다. 물론 아쉬움이 내 안에 깊이 자리한 채.

사랑을 표현할 때 흔히들 영원히 사랑한다고들 말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그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변한다‘”라는 인간의 속성처럼 대부분의 사랑은 변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삶을 버리고 뱀파이어의 삶을 선택한 벨라의 사랑은 영원히 사랑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둘의 사랑이 더 없이 아름답다.

12월엔 트와일라잇이 영화로 개봉이 되고, 곧이어 후속편 『뉴 문』(8월5일이라고 합니다...카페에도 가입했다고...^^:)과 『이클립스』가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늘 그렇듯 기다림에는 고통이 서리듯 내 마음이 바쁘다. 이 고통이 줄어들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연한 축복
오가와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제야말로 끝이구나, 하고 생각할 때마다 반드시 누군가가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스크린 위로 내려오는 우연의 신비에 나는 넋을 잃었다. 존경스런 마음마저 들었다.(p.51)

본문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 본다. 오가와 요코의 우연한 축복은 이렇듯 우연을 마주했던 놀라움을 기억하는 그녀로부터 비롯된다. 소설인지 현실속의 그녀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것은 아마도 주인공인 그녀의 직업이 작가이기 때문일 듯 하기도 하지만, 작가로서 살아가는 일상을 담은 글들은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극적인 부분이 없어 더욱 그리 보이기도 했다.

7편의 단편들은 일련의 시간 순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내용일 듯 보이나 모두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로 시간 순으로 한다면 장편소설로 볼 수 있겠다. 하나의 글 속에서 만나게 되는 우연들이 시간의 뒤섞임 속에서도 하나의 통일된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창작의 고통에 시달려 허기진 그녀가 우연치 않게 봉투를 수집하던 옛 시절 실종된 고모를 떠올리고는 마음의 위로를 찾고 소설쓰기를 지속하게 되는 일, 동생 죽음(살해라고 표현했다.)의 고통으로부터 누구에게도 구원받지 못한 그녀가 동생의 병문안을 온 한 여인으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찾게 된 일, 누선수석결정증으로부터 고통 받던 아폴로를, 비가 오는 날 한 손에는 유모차 한 손에는 아픈 아폴로를 끌고 ‘스핑크스’라는 유난스러운 이름의 동물병원을 찾지 못해 안절부절 못할 즈음 차를 태워준 그가 수의사였던 일 등 외에도 주인공의 인생은 험난하고 순탄치 않은 여정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잿빛 구름 같기 만한 날들이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서도 잠깐의 햇살이 고개를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막힘없이 쉬이 읽히다가도 사색의 시간이 필요해 한동안 지연되기도 했다. 잔잔한 듯 소소한 일상이지만, 느껴지는 의미를 되새겨야 할 만큼 사색적이다. 시와 닮은 소설이지 싶다. 곰곰이 되새기다보면 맛과 향이 어우러지는 것이 그렇다. 또한 불러오는 잔잔한 감동이 깊어 그러할지도 모르겠다.

현대인들이 오가와 요코의 글을 사랑하는 이유는 현실의 고통을 담담히 그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끔씩 생기를 주는 우연과도 같은 축복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잠시의 축복은 우연처럼 다가오기 때문에 현실의 고통에 힘이 들어도 마음의 여유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어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국으로 스매싱
페테르 발락 지음, 김상열 옮김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스웨덴의 청소년은 어떠할까? 하는 호기심에 책을 열었다. 천국으로 스매싱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테니스 소년이 주인공이다. 아직 6학년으로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6학년을 떠올려 보면 될 듯하다.

 상냥하지만 잔소리가 많은 엄마, 잔소리도 없이 한없이 상냥한 아빠, 사춘기를 겪고 있는 듯 부루퉁한 누나, 귀여운 벳시와 함께 단란하면서도 그 시절 특유의 상상과 테니스에 대한 생각들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소년의 일기를 읽고 있는 기분이다. 행복한 기운에 미소가 살짝 걸린 채 책읽기가 계속된다.

 엄마랑 테니스화를 고르러 가서 너무 꼭 맞는 신발을 산 것이 문제가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피가 흐를 정도로 고통스러운 새 테니스화를 산 것을 후회에 보지만 너무 늦었다. 결국 쓰레기통에서 헌 테니스화를 꺼내오는데, 그 과정이 또 만만치 않다. 더 큰 난관은 이 사실을 엄마에게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일인지 훤히 알고 있는 엄마를 말이다.

 엄마는 이모와 외할머니와 함께 장례식에 다녀온다는 말을 하고 벳시의 산책을 맡긴다. 그마저도 귀찮은 주인공 욘은 누나와 서로 미루기만 할 뿐이다. 결국 엄마에게 보인 마지막 모습이 되고야 말았다. 엄마는 돌아오는 길에 차사고로 죽게 된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은 욘에게도 책을 읽는 내게도 멍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아무런 준비 없이 찾아온 엄마의 죽음.

 준비 없이 찾아왔기 때문에 더없이 고통스러운 남은 가족들. 가족들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산 사람이라 했던가. 남은 가족들은 약간의 무리가 있지만, 일상생활로 돌아온다. 그러나 곳곳에 남아 있는 엄마와의 추억이 불시에 떠올라 괴롭다. 책을 읽는 동안 상상해 보지만, 역시 상상으로도 힘든 경우다. 엄마의 죽음이란 주제는.

 테니스를 포기할 정도로 흥미를 잃어버린 욘. 아빠도 별말 없이 받아들이고 며칠이 흐른 어느 날, 아빠가 짐정리 도중 발견한 상자를 들고 욘에게 내민다. 상자 안에는 새 테니스화가 들어 있었던 것. 지난 번 새 테니스화가 꽉 조이는 것을 엄마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혹은 욘이 헌 테니스화를 쓰레기통에서 주워들고 온 날부터인지 모르겠다. 엄마는 그런 욘을 위해 새 테니스화를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왈칵 솟는 울음이다. 엄마의 사랑이 이러함을 알지만, 역시 글자로 읽을 때에도 알아챌 수 있다. 엄마의 사랑에 감동한 욘은 테니스 게임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면서 소설이 끝난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에 말할 수 없는 아픔을 치유해 나아가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내일을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녁놀 지는 마을
유모토 카즈미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어릴 적 방학마다 찾던 고향의 모습이 해를 달리하며 쇠잔해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기분이랄까. 그 시절 자주 먹던 불량식품의 달큰한 첨가물 내음이 나는 듯 하다고 할까. 세월이 흘러가면서도 잊혀 지지 않는 향수를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유모토 가즈미의 기타큐슈의 작은 마을이 그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엄마와 단둘이 살던 단촐한 일상에 끼어든 짱구영감에 대한 회상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퀴퀴한 냄새가 나고 때가 눅진해질 만큼 더러운 벽 한구석을 차지한 이상한 짱구영감. 언제나 쪼그려 앉은 채로 잠을 자던 짱구영감에 대한 엄마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끼곤 한다.

 미운 듯 적의를 드러내다가도 오도카니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짱구영감이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기도 한다. 이상한 날들이 지속되지만 이보다 이상한 날은 없었다. 짱구영감의 가출과 지난밤의 엄마의 울음 섞인 목소리들...

 그리고 다음날 소방서의 빨간 양동이를 양어깨에 이고 나타난 짱구영감. 피조개가 한 가득이다. 심장이고 간이고 아파 제대로 누워 잘 수도 없는 짱구영감이 그 먼 길을 가, 땡볕아래서 하루종일 피조개를 케는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아프고 외롭다. 짱구영감의 마음은 단단한 것이었겠지만, 책을 읽는 내 마음이 아프고 외로움 때문에 먹먹해 지고 말았다. 돌아오는 짱구영감의 모습 뒤에서 지는 놀을 본 듯 하다.

 엄마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나선 부정이었다. 그동안 딸과 가정을 소홀히 한 짱구영감이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을 잊지는 않은 것이리라. 엄마는 피조개를 먹은 다음 날부터 기운을 되찾고 일상의 중심을 잡아간다. 엄마 또한 그리고 이 사실을 깨닫고 마는 어린 주인공도...잊지 않는다. 짱구영감이 세상을 떠나고 곧 도쿄로 이사한 모자는 짱구영감의 임종순간을 마음속 깊이 봉인한다.

 가끔씩 꺼내어 보는 봉인된 기억 속에서 주인공은 저녁 놀 지는 마을에서의 짱구영감과 엄마와의 시간을 떠올릴 것이다. 타는 노을의 붉은 색이 아닌 아련한 그러면서도 따스한 붉은 놀이 내려앉는 마을 어귀가 보이는 듯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