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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12월
평점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로 널리 알려진 장 지글러는 유엔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에 몸담고 있었으며 제3세계의 기아와 영양결핍으로 인한 질병 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지식인이다. 이번에는 이전의 책과 같은 맥락이지만, 조금 더 한발 나아간 해결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여전히 이전의 책 내용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의 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이들로 하여금 되찾아 읽게 할 만큼 부조리의 현황을 폭로하고 있으며 움직이게 만드는 책인 것이다. 다 읽고 난 후에는 무언가 행동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죄라는 생각을 갖게 하니 말이다.
프랑스 혁명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왜 프랑스 혁명인가? 과격 혁명주의자들(이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어감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과격이라는 표현이 물론 사실이라 하여도 말이다. 단어가 주는 왜곡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이 혁명을 이끌 당시에 주장했던 이야기들을 차용한다. 왜 우리는 혁명을 해야 하는가? 왜 부조리에 맞서 싸워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오늘날에도 이러한 혁명은 지속되어야함을 강조한다. 민주주의라는 형식적인 정치형태가 아닌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현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적은 무엇인가? 프랑스 혁명 당시 대중의 적이었던 봉건영주들인가? 물론 그들의 시대는 이전에 막을 내렸다. 허나 아직도 이들의 성격을 잇고 있는 현대판 봉건주의자들이 존재한다. 세계주의자들 혹은 다국적 기업들이다. 이전의 봉건영주는 한 나라에 국한된 지배력을 가졌다면 오늘날은 전 세계가 그들의 무대가 된다. 이들의 목표는 이익실현이며 그로인한 대규모의 죽음을 외면한다. 아니 부추긴다. 이들의 행태를 바로 아는 것이야말로 싸움의 시작이며 성공의 기초가 된다. 이러한 점에서 장 지글러야 말로 이 시대 진정한 지식인의 한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나는 이처럼 새로 등장한 봉건 군주들을 코스모크라트, 즉 세계화 지상주의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수치의 제국을 관장하는 지배자들이다. p.32』
다국적 기업들의 이윤추구는 자유 시장에서 마땅히 칭송받아야 할 교과서적 행태다.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고, 그렇게 세계화에 적응하라고 재교육 받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외치며 공기업의 민영화, 구조조정 등의 당위성에 대해 이 시대인들이 부정할 것은 없다.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이라 교육받은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한 일일뿐이다. 허나 이것은 모두 다국적기업들의 효율적인 마케팅 및 홍보의 절대적인 결과물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많은 자본과 이익금을 가지고 재투자하는 분야란 이들의 행태를 이해하도록 하는 분야일 뿐이다. 예를 들어 유전자 조작에 의한 곡물의 필요성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기업과 국가의 언론은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뿐이다. 이는 자연이 주는 산물에 특허권을 붙이고 희귀재로 만들이 위한 전략이며 특허권을 통한 이익 창출을 위한 다국적 기업들의 바람일 뿐이다. 물론 안정성에 대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유전자 변형 유기체의 생산과 보급은 자본주의 추종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생물과의 불공정한 경쟁을 근원부터 차단하겠다는 꿈이 이루어진 셈이다. 자연, 즉 생명은 식물이나 인간, 먹을거리, 공기, 물, 빛 등을 무료로 생산하고 얼마든지 재생산한다. 자본주의자들에게 무료로 무엇인가를 생산한다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들에게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공공재산이란 존재할 수 없다. 자본주의자들은 무료라는 것을 끔찍하게 혐오한다. p.277』
다국적 기업은 이윤의 창출을 위한 이러한 노력 외에 제3세계의 부채를 늘리기 위한 여러 가지 일에 동참해 왔다. 군부독재정권을 세우고 그들의 독재를 연장시키는 데 일조한 경우는 너무 많아 나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정도다. 종종 부채에 대한 이윤을 올리기도 하고 상환을 압박하는 경우를 통해 제3세계 국가들을 억압한다. 이로 인해 국가는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거나 국가재정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물론 가장 효과가 장기적인 분야에 대한 재정축소가 일반적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 교육, 의료산업에 대한 투자 등등 대부분 가난할수록 필요한 분야가 이에 해당된다. 이는 결국 자국에 대한 재투자를 방지하기 때문에 부채는 늘어나고 국가 경쟁력은 곤두박질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이러한 결과는 대규모의 기아와 영양결핍으로 인한 불구자의 탄생을 가져온다. 국가 자체 내에서 농업생산력의 약화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위적인 결핍이다. 구조적인 기아 혹은 일시적인 기아 모두 제3세계 국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끔찍한 부채는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부채탕감을 위해 여러 비정부기구와 시민단체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세계적인 기구를 쥐락펴락하는 다국적기업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상에서 대략 6,200만 명, 즉 세계 인구의 1% 정도가 해마다 무슨 이유로건 사망한다. 2006년의 경우, 이중에서 6,600만 명 이상이 기아 또는 영양 결핍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했다. 따라서 기아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가이란 다름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기아로 죽는 사람은 누구든 살해당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살인자의 이름은 부채다. p.116』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세계화 지상주의자들과 맞설 수 있는가? 연대만이 살길이다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또한 그들의 언론과 왜곡된 지식에 맞서 세상을 바로 볼 줄 아는 지식을 갖추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자 또한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책을 집필하고 있으며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책은 반드시 읽어야하는 필독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알고 스스로를 무장시키는 노력이야 말로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적이 될 테니까 말이다. 또한 인간 존엄성이라는 측면에서 기아와 부채로 허덕이는 국가에 대한 연대의식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
『투쟁은 아는 것에서 출발하며 투쟁을 통해서만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물질적인 조건을 획득할 수 있다. 약육강식 체제를 파괴시키는 일이 세계 시민들에게 주어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