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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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장관이 4.29 재보선 의원 선거에 출마할 계획으로 귀국했다고 야단이다. 한나라당은 미리부터 선거의 승리를 예상한다며 거드름을 피우고, 야당 내부에서도 호불호의 명암이 드리우고 있다. 이런 신문의 단면을 보고 있는 국민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경제도 어려운데...저런 일에 열을 올리고 있군?!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허나 다시 생각해본다면 그들은 그들의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정당의 최우선 과제가 무엇인가? 정권획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행태가 반갑지 않을 것은 왜일까. 그동안 겪어본 경험의 탓이 적지 않으리라 본다. 허나 더 큰 문제는 무관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허무한 것이 될 지언 정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가 적기에 일관성이 부족한 인기영합주의적인 공약을 남발하는 결과를 낳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이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신문의 일면이나 TV 뉴스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을 공감하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보수 언론의 행포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매번 분열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예뻐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나 또한 그랬다. 매번 밥그릇 다툼 혹은 나눠먹기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신문에 나온 정치면은 재미도 없고 영양가도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유시민이라는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이 책의 일부 국민들처럼 왜곡된 시각을 가졌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러한 왜곡된 시각 혹은 부정적인 정치관 등은 결국 국민에게 가장 큰 피해를 가져옴을 알고 있다. 알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 점점 심해져만 가는 정치적 무관심. 이것을 극복할 것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은 있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본 후에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정치적 무관심과 그로인한 냉소적 시각이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인 개개인의 견해와 그들이 만든 정당의 모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쓴 유시민의 견해처럼 이 모든 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대가를 후불로 지급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대가는 적고 시간적으로도 가까워질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내게 유익한 책이 되었음을 말하고 싶다.




정당정치가 제대로 서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하나의 정당을 지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선은 정치인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정치인을 지지할 것인가? 이때에는 이 책에 나온 유시민의 견해를 수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헌법에서 밝히고 있는 가치들을 옹호하는 이들이 아마도 좋은 정치인이 아닐까. 결국 그들은 우리의 대표이니 우리가 원하는 바를 담아둔 헌법을 수호하려는 이들이 좋지 않을까. 헌법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쉽고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울러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정치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결국 정치인들의 정치 행태는 우리의 책임을 분리해 놓고 생각해 볼 수 없는 일면이 있다. 우리의 관심이 그들을 변하게 만들 것이다. 아직 어두워만 보이는 정치행태로 이 책을 읽은 후에도 고민은 계속된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지만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국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아직 희망을 갖게 한다.




【나는 나 자신의 이념 성향을 진보자유주의 또는 사회자유주의로 규정한다. 하지만 보수주의자도 존중하고 사회주의자도 존중한다. 그러나 원칙도 일관성도 없이 오로지 이익만을 좇아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정치인은,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존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p.236】




【민주주의에 대한 상식과 교양이 부족한 지도자는 민주주의에 대한 일시적 위협 요인이 된다.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주권 의식과 책임 의식이 부족한 국민 자신이다. 결국 민주주의는 시민 개개인이 스스로를 계몽하고 발전시키는 꼭 그만큼씩만 앞으로 나아간다.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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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4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4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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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예약판매를 한다는 광고에 부랴부랴 구매를 마친 나였다. 도착하자마자 뜯어본 새 책의 향기와 빼곡히 채워져 있는 사진과 글에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같이 온 DVD 상자가 깨어져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들뜨는 기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이토록 좋아하는 지식e 시리즈. 그간 보았던 1~3권의 내용이 모두 너무나 훌륭했던지라 의심의 여지없이 온 마음으로 즐거움을 만끽했던 것이다.

책을 열자 돈키호테의 모습이 보인다. 책을 덮을 때도 등장하는 돈키호테에서 지식e 집필진들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친 기사로 낙인찍혀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한 몰락 귀족 방랑 기사 돈키호테였지만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졌고 충실했다. 진정한 방랑 기사를 꿈꾸었던 그를 오늘날까지 우리 기억에 살아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세파에 흔들리지 않은 소신을 가진 이들의 모습은 언제나 힘을 가진 듯 해 보인다. 이글을 쓴 세르반테스의 삶도 비극이지만 희망으로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어 영상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나왔고, 그 뒤를 이어 더 자세한 설명을 담을 글이 보였다. 영상을 구성하는 글은 짧지만 흡인력이 강하다. 이 영상을 만든 이의 노력이 절로 느껴진다. 한 자 한 자에 정성을 담은 글에서는 힘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의 바람은 무엇이었을까. 이토록 귀한 자료를 만든 이들의 바람은....아마도 책을 읽어본 이들이라면 쉽게 상상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들이 만들고자하는 세상은 살아있는 지식이 통용되는 사회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의 가슴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진실을 바로보고자 하는 진실성에 있는 것이므로.

【이 책은 남은 것들, 여분의 것들, 제외된 것들을 바라보는 일이 곧 지식이라고 말한다. 해고된 비정규직, 나머지 아흔아홉 명, 그리고 남은 오른손을 생각하는 일, 그들에게도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은 남아 있다고 상상하는 일, 그 정도의 생각과 상상만으로 다른 세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하는 책,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아름다운 책이다. 연약해 보이는 그 모든 것이 바로 힘이 되듯이, 무용해 보이는 그 모든 상상들이 이 세계를 바꾸리라. p.6】

지식e 4는 시간적으로 가까운 요즘의 일을 주로 다룬다. 우리가 평상시 많이 들어왔던 사건과 사실들이 많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이은 국제 금융 불안 그리고 그로 인한 우리의 현재는 개인에서부터 국가에 대응방식까지 또한 국제적으로 새해 초기까지 불거졌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이를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알려졌던 미네르바 구속 사건과 필화사건,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미래 등등 알고 있던 사실과 그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투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자료들이 한 가득이다. 미쳐 몰랐던 부분이 있어 놀랍고 또 이러한 시선이 주는 감동에 느끼는 바가 많은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중요한 부분에 밑줄 긋는 성향이 있는 나에게 이 책은 통째로 머리에 넣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되었다. 앞으로도 지식e의 출간 소식은 내게 큰 기쁨을 선사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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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도의 악몽 - 소설보다 무서운 지구온난화와 환경 대재앙 시나리오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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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신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사는 강원도의 물 부족이다. 사회문제로까지 부각되고 있는 강원도의 가뭄은 그동안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산이 많기로 소문난 우리나라이지만,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매일 부족함을 모르고 사용하고 있는 물이 전국적으로 부족하게 될 날이 머지않았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겨울가뭄도 큰 문제다. 물의 부족은 사람들이 겪는 기본적인 불편함 이외에 커다란 환경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부족해진 지표수와 지하수의 고갈로 인해 더 많은 지역이 황폐화 될 것이고 세계로 수출되는 밀의 생장에 방해가 되므로 곡물가는 치솟고 그로인한 기아 사태도 예상된다. 이 모든 일은 지구의 온도가 1도 미만 상승한 요즘의 일에 속한다. 이 책에서 살펴볼 것은 6도까지의 온도 상승이다. 그 결과는 매우 부정적이며 인류의 멸종 상황까지 야기한다.

우선 6도까지 상승하는 시나리오를 살피기 전에 왜 지구는 더워질까를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탄소”의 증가 때문이다. 인간이 편의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일상적인 기계와 장치들은 모두 탄소를 배출한다. 산업화 이후로 증가된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근래 들어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자연은 그동안의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여 희석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 데, 요즘과 같은 속도라고 한다면 그러한 기능도 마비가 될 것이다. 인도와 중국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국가에서의 급속 성장은 이러한 상황을 부추긴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인이기 때문인지 중국과 인도의 산업화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이러한 속도로 산업화를 지속시킬 경우, 인류의 몰락은 눈앞에 와있는 것 같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더워진 지구는 가뭄과 홍수를 유발한다. 1도에서 6도까지의 온도 상승 시나리오는 명확한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명백한 것은 해수면의 점차 높은 지대로까지 상승한다는 점이다. 4도의 상승이 있게 되면 극지방의 빙하는 남아있지 않는다. 저지대의 국가들은 모두 터전을 잃고 이주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높은 지대의 지역은 그동안의 빙하의 영향으로 토양이 부실하고 유기물질이 적은 곳이다. 인간을 먹여 살리기에 불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의 온도가 높을수록 바다의 힘은 더욱 거대해져서 주기적으로 내륙으로 침투할 것이고, 가뭄은 지속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인간에 의한 산업화가 줄어 탄소의 배출이 줄 것이지만, 식물들의 사라짐으로 인해 오히려 탄소의 증가량은 늘어난다. 지구의 생태계는 그 기능을 잃어버렸다.  

 

【이에 대해 제임스 러브록은 자신의 책 『가이아의 복수』에서 ‘이중의 파국’이라고 말한다. 원자로의 안전시스템을 불능화한 다음에 열을 높인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엔지니어들처럼, 우리는 가장 필요할 때에 숲을 베어버리고 바다를 오염시킴으로써 지구의 열 조절 시스템을 불능화했다. p.217】  

 

게다가 차오르는 해수면의 상승으로 살 곳을 잃은 각국의 국민들은 높은 지대로 이주하기 위해 서슴없이 핵무기를 사용하게 될 지도 모른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 미국의 국민들은 탄소의 줄임에 관심은 있지만 적극적이지는 않다. 환경문제라고 하는 것은 눈앞에 그 위기가 닥칠 때에만 인식하게 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선발산업국 혹은 후발산업국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지 않으면 오히려 분열만 늘어가게 될 뿐이다. '저탄소시대‘라는 시대적인 합의만이 악몽으로부터 발을 빼는 유일한 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더 이상 윤리적이나 감정적인 호소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적이며 경제적인 문제로서의 합의가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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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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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로 널리 알려진 장 지글러는 유엔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에 몸담고 있었으며 제3세계의 기아와 영양결핍으로 인한 질병 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지식인이다. 이번에는 이전의 책과 같은 맥락이지만, 조금 더 한발 나아간 해결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여전히 이전의 책 내용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의 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이들로 하여금 되찾아 읽게 할 만큼 부조리의 현황을 폭로하고 있으며 움직이게 만드는 책인 것이다. 다 읽고 난 후에는 무언가 행동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죄라는 생각을 갖게 하니 말이다.

프랑스 혁명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왜 프랑스 혁명인가? 과격 혁명주의자들(이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어감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과격이라는 표현이 물론 사실이라 하여도 말이다. 단어가 주는 왜곡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이 혁명을 이끌 당시에 주장했던 이야기들을 차용한다. 왜 우리는 혁명을 해야 하는가? 왜 부조리에 맞서 싸워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오늘날에도 이러한 혁명은 지속되어야함을 강조한다. 민주주의라는 형식적인 정치형태가 아닌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현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적은 무엇인가? 프랑스 혁명 당시 대중의 적이었던 봉건영주들인가? 물론 그들의 시대는 이전에 막을 내렸다. 허나 아직도 이들의 성격을 잇고 있는 현대판 봉건주의자들이 존재한다. 세계주의자들 혹은 다국적 기업들이다. 이전의 봉건영주는 한 나라에 국한된 지배력을 가졌다면 오늘날은 전 세계가 그들의 무대가 된다. 이들의 목표는 이익실현이며 그로인한 대규모의 죽음을 외면한다. 아니 부추긴다. 이들의 행태를 바로 아는 것이야말로 싸움의 시작이며 성공의 기초가 된다. 이러한 점에서 장 지글러야 말로 이 시대 진정한 지식인의 한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나는 이처럼 새로 등장한 봉건 군주들을 코스모크라트, 즉 세계화 지상주의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수치의 제국을 관장하는 지배자들이다. p.32』   

 

다국적 기업들의 이윤추구는 자유 시장에서 마땅히 칭송받아야 할 교과서적 행태다.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고, 그렇게 세계화에 적응하라고 재교육 받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외치며 공기업의 민영화, 구조조정 등의 당위성에 대해 이 시대인들이 부정할 것은 없다.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이라 교육받은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한 일일뿐이다. 허나 이것은 모두 다국적기업들의 효율적인 마케팅 및 홍보의 절대적인 결과물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많은 자본과 이익금을 가지고 재투자하는 분야란 이들의 행태를 이해하도록 하는 분야일 뿐이다. 예를 들어 유전자 조작에 의한 곡물의 필요성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기업과 국가의 언론은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뿐이다. 이는 자연이 주는 산물에 특허권을 붙이고 희귀재로 만들이 위한 전략이며 특허권을 통한 이익 창출을 위한 다국적 기업들의 바람일 뿐이다. 물론 안정성에 대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유전자 변형 유기체의 생산과 보급은 자본주의 추종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생물과의 불공정한 경쟁을 근원부터 차단하겠다는 꿈이 이루어진 셈이다. 자연, 즉 생명은 식물이나 인간, 먹을거리, 공기, 물, 빛 등을 무료로 생산하고 얼마든지 재생산한다. 자본주의자들에게 무료로 무엇인가를 생산한다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들에게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공공재산이란 존재할 수 없다. 자본주의자들은 무료라는 것을 끔찍하게 혐오한다. p.277』   

 

다국적 기업은 이윤의 창출을 위한 이러한 노력 외에 제3세계의 부채를 늘리기 위한 여러 가지 일에 동참해 왔다. 군부독재정권을 세우고 그들의 독재를 연장시키는 데 일조한 경우는 너무 많아 나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정도다. 종종 부채에 대한 이윤을 올리기도 하고 상환을 압박하는 경우를 통해 제3세계 국가들을 억압한다. 이로 인해 국가는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거나 국가재정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물론 가장 효과가 장기적인 분야에 대한 재정축소가 일반적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 교육, 의료산업에 대한 투자 등등 대부분 가난할수록 필요한 분야가 이에 해당된다. 이는 결국 자국에 대한 재투자를 방지하기 때문에 부채는 늘어나고 국가 경쟁력은 곤두박질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이러한 결과는 대규모의 기아와 영양결핍으로 인한 불구자의 탄생을 가져온다. 국가 자체 내에서 농업생산력의 약화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위적인 결핍이다. 구조적인 기아 혹은 일시적인 기아 모두 제3세계 국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끔찍한 부채는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부채탕감을 위해 여러 비정부기구와 시민단체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세계적인 기구를 쥐락펴락하는 다국적기업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상에서 대략 6,200만 명, 즉 세계 인구의 1% 정도가 해마다 무슨 이유로건 사망한다. 2006년의 경우, 이중에서 6,600만 명 이상이 기아 또는 영양 결핍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했다. 따라서 기아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가이란 다름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기아로 죽는 사람은 누구든 살해당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살인자의 이름은 부채다. p.116』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세계화 지상주의자들과 맞설 수 있는가? 연대만이 살길이다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또한 그들의 언론과 왜곡된 지식에 맞서 세상을 바로 볼 줄 아는 지식을 갖추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자 또한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책을 집필하고 있으며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책은 반드시 읽어야하는 필독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알고 스스로를 무장시키는 노력이야 말로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적이 될 테니까 말이다. 또한 인간 존엄성이라는 측면에서 기아와 부채로 허덕이는 국가에 대한 연대의식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   

 

투쟁은 아는 것에서 출발하며 투쟁을 통해서만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물질적인 조건을 획득할 수 있다. 약육강식 체제를 파괴시키는 일이 세계 시민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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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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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동영상으로 세계를 감동시켰던 랜디 포시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가 결국 작고했다는 소식을 며칠 전 듣게 되었다. 늦게나마 책으로 그를 만날 수 있게 됨을 감사히 생각하는 지금이다. 처음 이 책을 처음 받아들고는 뒤표지의 사진 한 장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행복한 가장과 아이들의 모습이 슬픈 소식 뒤이기 때문인지 눈을 뗄 수 없었다. 결국 그 밑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울고 말았다.

 


호기심의 왕 딜런이 나와 함께한 추억들을 오래 기억하기를,

최고의 티거인 로건이 훗날 사교 클럽의 일인자가 되기를,

클로이가 자기와 사랑에 빠진 첫 번째 남자가 나라는 사실을 알고 커주기를...... 

 

췌장암 진단을 받고 난 후 마지막 강의를 한다고 했을 때에 부인 재이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랜디 자신도 확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역시 그는 교수였고,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아이들을 위해 남겨놓을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죽음이 아닌 삶에 관한 것들을.

“만약 내가 화가였다면 아이들을 위해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음악가였다면 작곡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강의를 하는 교수다. 그래서 강의를 했다.”

랜디 교수의 마지막 강의는 한 시간에 그쳤지만, 이 책은 랜디의 일생과 마지막 남은 시간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를 담고 있다. 얼마나 시간에 쫓겼는지 카드결재가 두 번이 되었지만, 그냥 나올 정도다. 그러한 그가 이 책을 남기려고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랜디의 태어남과 성장의 모습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개구쟁이 남자아이가 떠오른다. 특히나 랜디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은 앞으로의 아이들에게 있어,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자신이 누려왔던 황금 같던 시간들이 아이들 일생에서 사라질 것이 가슴 아프다.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깊고 아름다운 것인지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책의 전반은 랜디의 일생을 사진첩을 넘기듯 추억처럼 아름답게 구성하고 있다. 후반에는 남은 아이들에게 당부하고픈 말과 아울러  생애의 마지막 순간을 남기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들로 이루어져 있다. 여럿 당부의 말을 한 번에 쏟아내다 보니 나열식인 경우가 없지 않지만, 랜디의 일생에서 얻은 깨달음을 랜디의 일상과 함께 적고 있어, 그의 강의를 듣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미소가 떠오르는 글이다. 랜디의 글에는 그의 죽음이라는 현실과는 달리 삶이라는 글자가 떠오른다.

좋은 강의는 강의를 들은 사람들의 입소문에 의해서 널리 퍼지기도 하지만, 역시 직접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직접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의 마지막 강의를 읽어보자. 삶이 오늘과는 달리 매우 소중하게 다가옴을 느낄 것이라고 확신한다.

"장벽이 거기 서 있는 것은 가로 막기 위해서가 아니며,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보여줄 기회를 주기 위해 거기에 서 있는 것이다.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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