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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살라 인디아 - 현직 외교관의 생생한 인도 보고서
김승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8년 11월
평점 :
한 해 전에, ‘이슬람’의 저자인 이희수 교수님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날로 관심이 증폭되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배우기 위한 자리였는데, 우리가 상상했던 이슬람 문화와는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테러와 자살폭탄 등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무서운 기사들에 대한 이미지 때문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다. 터키와 이란 등지를 주로 머무르며 연구하신다고 하는 교수님은, 현재 그곳에서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선망의 실태를 자세하게 들려주셨고,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우리가 조금 더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한다면 더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그리고 그러한 현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도 생각했었다. 장황하게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는 이유는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의 기분이 그때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글은 탁월했고, 설득력이 있다. 잘 이해하지 못한 인도의 면면을 현지에서의 경험을 통해 생생히 들려주고 있는 글이었던 것이다.
저자 김승호님이 인도 주재 한국대사관에 몸담고 있는 것이 이토록 다행스럽게 여겨질 수가 없다.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은 시각, 다양한 문화와 이질적인 인도에 대한 배움의 자세, 우리의 나아갈 길에 대한 모색 등이 그러한 생각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또한 책으로 인도에 대한 바른 이해의 길을 안내하고 있으니 더욱 마음에 든다. 이러한 책은 접하기도 어렵거니와 그렇다하더라도 읽어야 하는 책이라 여겨지는 때문이다. 책에 대한 찬사가 절로 쏟아질 지경이다.
이 책에 대한 장황한 칭찬이 있기는 했지만 사실 아쉬운 점도 있다. 책 내용을 구성한 측면에 대한 것인데, 다소 일관되게 정리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물론 읽는 데에는 지장이 없지만 약간의 수정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은 인도를 움직이는 힘, 인도는 지금, 인도 이모저모, 인도에서 한국을 만나다 등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나누어 있지만, 곳곳의 내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특징을 가진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인도의 정치, 전통, 문화, 산업 등에서의 장점과 단점을 구분하고 있지만, incredible 인도라는 표현에 맞게 때로는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하는 흥미로운 모습을 살펴볼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인도 그래서 incredible 인도라는 표현이 절묘하게 맞아 들어가는 나라 인도. 책의 첫 부분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인도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미사일을 만들어 소가 끄는 달구지에 싣고 가는 나라’, ‘다양성 속에 통일을 추구하는 나라’, ‘첨단과 고속 성장, 그리고 극심한 빈곤과 카스트 차별이라는 명암이 공존하는 나라’, ‘양파처럼 까도 까도 그 곳을 알 수 없는 나라’, ‘영적인 위대함과 형이상학적인 문명을 가진 나라’ 등등 갖가지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p13-』
이러한 표현이 절묘하게 맞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될 것이다. IT강국, 우주산업에서의 우월함, 자체 연구에 의한 핵무기 보유, 인도 과학자들의 다수 양성 등 찬란한 수치를 기록한 이면에는 다수에 대한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자리하고 있다. 종교 갈등에 의한 테러가 잦아지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인도의 현실이 되어 있기도 하다. 이 모든 일이 한 나라 안에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를 갖추었다는 인도의 정치를 중국보다 우위에 두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갈 곳은 험하다. 여전히 빈부격차의 크기가 만만치 않고 지정카스트 세력이 사회의 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인도의 현실은 종교와 계층의 다양성으로 인해 포퓰리즘의 정치가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또한 다채로운 의견의 조율을 통해 민주주의 원리를 가장 합리적으로 실현해 가는 모습도 바로 인도인 것이다.
『인도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신상들 중의 하나는 팔이 여러 개 달린 시바상이다. 팔이 많은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문화인류학적으로 볼 때 이것은 서로 다른 문화들의 융합을 뜻한다. 시바 신을 숭배라는 부족이 그 세력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다른 문화와 부딪힐 때마다 그 부족의 상징물을 손 하나에 더 매다는 방식으로 타협했다는 것이다. 시바 신상은 인도가 자신의 문화적인 기반은 견고히 유지하면서 그 위에 다른 문화를 흡수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p.59-』
이해 할 수 없다고 해서 벽을 세우고 거리를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친디아 혹은 인디나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고가 전 세계적인 분위기인 만큼 우리에게는 더없는 기회의 땅이 될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선전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각고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이후 인도시장을 염두 해 둔 기업인들의 시도가 계속 되기를 바래본다. 이 책이 그러한 움직임의 시도를 용이하게 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더불어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를 가져볼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을 선사할 것이라는 예상도 함께 가져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