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남자들이 "에쎄" 같은 삐쩍 마른 담배를 핀다.
"버지니아 슬림" 같은 슬림한 담배들은 니코틴 섭취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패션"일꺼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근데...
난 남자들이 온갖 폼 다 잡고 이런 삐쩍 마른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그것도 아저씨들이 너무도 진지한 표정으로 에쎄를 피우고 있으면...

끊을려면 끊던지,
피울려면 그냥 통통한 놈을 맛있게 피우던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금연빌딩 23층에서 고속 엘레베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가서 오들오들 떨면서 에쎄를 피우는 모습이란...
딴 생각을 하며 애써 웃지 않으려 해도 웃음이 난다.우하하하하하.

이 추운 날에,
이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모습으로,
짧고 두리뭉실한 손가락으로 삐쩍 마른 길쭉한 담배를
오들오들 떨면서 피우고 있으니 좀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

담배들의 이름이 자꾸 길어진다.
OOOOOOO Light
OOOOOOO Super Light
이제 좀 있으면 "Ultra" Super Light도 나올꺼다.

담배에도,음료에도 Light,Super Light, Ultra Super Light....
조금이라도 몸에 나쁜 성분이 덜한걸 사라고 광고들이 꼬신다.

"디지털"이 한참 유행할 때는 술집 안주까지 "디지털"이런게 있더니,
이젠 어디가나 "웰빙","웰빙"이다.

얼마 전 회사 지하 식당가가 보수를 하고 새로 문을 열었는데,
라면집 이름이 "웰빙"이다. 웃기다.우하하하하하.

라면 처럼 환경을 오염시키고, 몸에 나쁜 음식도 드문데,
라면에 산삼 넣어서 끓여 주는것도 아닌데
왜 하필 하고 많은 이름 중에서 라면집 이름을 "웰빙"이라고 지었을까?

구천원 짜리 "웰빙세트"도 있다.
김밥 + 순대볶음 + 쫄면 + 만두.
뭐가 웰빙인지는....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대체....웰빙이란 뭘까?

먹는거, 마시는거, 피우는거를 고를 때,
사람들은 "Light"를 찾고,"Super Light"를 찾고,"웰빙"스러운걸 찾는다.

콜라 중독인 사촌동생이,
살찔까봐 코카콜라 라이트를 마시고 있던 내게 말했다.
"그거 무슨 맛으로 먹냐? 차라리 마시지 말지?"

그렇다.
스트레스 넘치게 받고, 디스 플러스 대신 에쎄를 핀다고 해서
건강해지지는 않을거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 된다.
담배갑에 "Light" 써있는거 피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인생을 "Light"하게 사는게 중요하다.

가볍게, 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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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2-02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처럼~랄랄라~!~

icaru 2005-02-0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을 "Light"하게라~...
마자요...몸이 무거우면...기분이라도 라이트하게...룰루~!

세벌식자판 2005-02-02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들한테 종종 잔소리 하거든요.
건강 생각해서 담배 좀 끊으라고요...
그럴 때마다 친구들이 이런 대답을 하더군요.

"임마! 담배 만큼 정신 건강에 좋은 식품(?)이 있늘 줄 아냐?! ^^; " 라구요.

안 피는게 좋죠 뭐... ^^;

moonnight 2005-02-02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서 기분이 좋아졌어요. ^^
술 좀 작작 마시라는 -_- 지인들에게 기분좋게 마시면 약이라고 주장했거든요. ^^; 물론 많이 마시면 안 되지만요. ㅠㅠ
웰빙.. 요즘 정말 어딜 가나 등장하는 말인거 같은데 수선님 말씀처럼 정말 중요한 건 마음이겠지요.
스트레스 덜 받기, 많이 웃기, 가볍게 가볍게.. 저도 인생을 lighter하게 살아볼래요. 멋진 글 감사합니다. 추천!! ^^

코마개 2005-02-02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먹어 스트레스 받느니 먹고 즐겁자. 가려먹고 골라먹는다고 무공해 청정 되지도 않을거...근데 죽으면 꼭 화장해야지. 각종 약품으로 천년만년 안썩을지도 모르니 ㅎㅎㅎ

글샘 2005-02-03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게 바로 수선님 글이 좋은 이유랍니다. 가볍게 가볍게 이야기하면서, 일관성 있는 <생각> 말이죠. 담배 옆구리에 보면 타르 양이 적혀 있는데요, 라이트가 그 수치가 낮은 거래요. 글쎄, 담배나 술 안 피우고 안 마시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할텐데요... 웰빙 바람은 상업용이니 그렇다 쳐도, 정말 '잘 사는'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좌충우돌 성대리의 글을 읽는 맛도 '잘 사는'걸 도와줍니다. 잘 읽고 갑니다.

nemuko 2005-02-05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기분도 light 해 지셨는지^^ 명절이건 뭐건 상관없이 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던데. 그래도 결혼을 하고 나니 제 맘대로 무관해 지지 않네요. 맛난 떡국이라도 꼭 드시구 설연휴 푸욱 쉬시길 바래요^^

2005-02-06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게 진정한 위안을 준 대단한 명상가가 있으니....그의 이름은 ‘스리 스리 라비 샹카'.

이름도 특이한 '스리 스리 라비 샹카'가 보도된 최근 신문 기사를 보자.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구루’(Guru·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는 인도의 명상가 ‘스리 스리 라비 샹카’가 지난 7일 인도의 한 어촌에서 ‘해일이 온다’는 소리에 평상심을 잃었다.

‘삶의 기술(Art of Living) 운동’의 창시자로 1982년부터 요가와 단전호흡을 복합한 명상요법을 가르쳐 온 라비 샹카는 7일 낮 인도 타밀 나두의 한 어촌으로 향했다. 지진해일로 6023명을 잃은 마을 사람들에게 평상심을 회복하는 방법에 대한 강연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를 태운 차량 행렬이 마을 입구의 다리에 도착하자 큰 소동이 벌어져 있었다. 술 취한 어부가 “바다가 몰려 온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복구작업 중이던 트럭, 불도저, 인부 등이 한꺼번에 몰려 나왔다. 순간 ‘구루’의 안색은 굳어졌고, 그 지역 기관장이 “두려워할 것 없다”며 진정시켰지만 라비 샹카 일행은 차를 돌렸다.


라비 샹카가 강연할 연단을 준비하고 기다리던 마을 주민들은 크게 실망했다. 늘 미소를 잃지 않던 라비 샹카의 이런 이야기를 전한 AFP통신은 “가짜 지진해일 경보가 구루의 미소를 사라지게 했다”고 보도했다.
(05.01.09. 조선일보)

장난치냐구?

아니다. 진짜로 난 재난이 할퀴고 간 마을에 "평상심"을 강연하러 갔다가 해일이 온다는 소리에 표정이 굳어진 '스리 스리 라비 샹카'에게서 큰 위안을 받았다.

영적 지도자들이나 유명한 명상가들이 쓴 책을 읽으면,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고,
고개가 크게 끄덕끄덕 거려지는 말들이 가득하지만,
나는 왜 이렇게 하찮은 일들에 연연해 할까,
그렇게 마음을 내려 놓자고 다짐을 했건만 왜 또 별거 아닌 일에 분노할까,
난 왜 이 모양일까, 이런 자격지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스리 스리 라비 샹카'를 보니,
'평상심'을 유지하는게 힘든건 나만이 아니구나,
이런 명상가도 이런데 나의 불안과 동요는 애교로 봐줄 수 있겠구나,
마음을 내려 놓기가 쉬운게 아니구나,
그럼 그 모든 위기의 순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면 아무나 도인이 되겠지...이런 생각이 든다.

또 이런 생각도...
다른 명상가라면 그 자리에서 '평상심'을 유지했을까?

요즘....나...힘들다.
그래...솔직해 말해서...힘들다.
쩍팔리지만....힘들다.
자꾸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눈물을 닦으면서 약해 빠진 날,
서른 넘어서 감정도 제대로 못다스리는 날,
비난하고 구박한다.
내 자신을 마구마구 구박한다.

' 넌 왜 이 모양이야?
너 명상도 배우고, 단전호흡도 하고 했쟎아....
근데 왜 이 모양이야?
너 그렇게 약해?
너 포카 페이스 몰라? 포카 페이스는 커녕 니 패는 보여주지 말아야지.'
하며 내 자신을 마구마구 구박한다.

그런데...
이런 나도 사랑하면 안될까?

'스리 스리 라비 샹카'도 평상심을 잃고 도망을 갔다는데,
힘들 때 좀 울어도 괜찮아.

내게 필요한건 그 누구의 위로보다,
내 스스로를 향한 내 자신의 사랑과 무조건적인 믿음 아닐까?

그래...
나는 나를 사랑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못난 모습도,
나의 망가진 모습도,
나의 지친 모습도....

나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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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1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2-01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2-01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닥도닥거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추운 날 아침, 건조한 사무실에서 님들이 남겨주신 글을 읽으니 짜~안해요.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2월의 저의 화두: 망가진 내 모습도 사랑하자!

moonnight 2005-02-01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꼬오~옥(도망가지 마세요. ㅠㅠ)
작은 일에 많이 감동하고 아파하고 눈물 흘릴 줄 아는 수선님이 멋지답니다.
그래요. 구루도 도망가는 마당에 힘들때 힘들다 하는 게 뭐 부끄럽다구요.
힘내세요. 괜찮아. 하고 스스로를 꼬옥 안아주고 위로해주시와요. 수선님은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요. ^^

근데..
스리스리 라비 샹카(너무 재밌는 이름이에요. +_+)는 쪼금 챙피했겠어요. ^^;

kleinsusun 2005-02-0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리 스리 라비 샹카",이름이 너무 웃겨서 마치 이 에피소드에 맞추어 지어낸 이름 같아요.ㅋㅋ 네....평상심을 강연하는 사람도 도망가는데, 헝클어진 모습 보인다고 자존심 상해하고 스스로를 못살게 굴고 구박하지 않을래요. 도닥거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 2005-02-01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때로, 저는 고요함과 참을성이란 것을 휙 하고 집어 던져요. 화가 나면 발을 굴러 표현하고, 밉고 싫은 사람을 향하여 독설도 퍼 붓고, 그 사람의 흉을 있는대로 보기도 하고, 소리내어 엉엉 울기도 하죠. 남 보기 흉한 그런 존재도 나라는 걸 사랑까지는 못해도 인정하니까 위안은 되더라구요. 그러니까, 힘내세요. ^^

kleinsusun 2005-02-0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맞아요.사랑까지는 못해도 인정하고 싶어요.맘 편하게.
"나 원래 이래.배째라!"하고 세상에 소리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우울과 몽상님의 응원에 기분이 좋아져요.감사합니다.

글샘 2005-02-03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답지 않게 요즘 왜 그래?
이런 말처럼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도 없지요. 나는 어떤 존재인지... 남들에게서 재단되는 건 슬픈 일이니까요. 성대리다운 발상의 글입니다. ^^
 

당신이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사랑하지도 않는 상대를 스페어 타이어처럼 묶어 두고 다니지는 않는가?

벌써 몇 년 전이다.
모 방송국 PD와 소개팅을 하고 몇 번 만났다. 좋은 느낌으로...
그 좋은 느낌이 "세상에...이런 사람이...."로 변질된 건 마이콜 사건
때문이었다.
지금도 얼굴이 또렷이 기억 나는 마이콜.

가을이었다. 아마도 9월이었던 것 같다. 곧 추석이 되었으니까....
그 남자는 서울에 혼자 살고 있었다.
2번인가, 3번 만났을 때 추석연휴가 다가왔다.
그 남자가 추석연휴 동안 강아지를 좀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지방에 내려가야 하는데 강아지를 데려 가기고 힘들다고...

난 내심 좋아했다.
왜? 동생들이 강아지를 넘넘 좋아하니까... 물론 나도.
우린 열렬하게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으나,
너네 셋도 키우기 힘들다는 엄마의 강력한 반대에 못 이겨
강아지를 키워 본 적이 없다.
'추석 연휴동안은 우리가 다 집에 있으니까 강아지 데려가도 뭐라고 안 하겠지...'.
난 냉큼 "강아지 데려와요!"하고 싶었으나,
잠시 망설이는 척 하다가 ".... 그러죠 뭐." 대답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마이콜"을 만나게 되었다.
그 남자는 자신의 강아지를 이렇게 소개했다.
이름 : 마이콜 ( 까만색 푸들. 둘리에 나오는 가수 마이콜과 헤어스타일이 닮아서 마이콜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성별 : boy
성격 : 온순

추석 연휴 전전날, 난 마이콜을 데리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갔다.
동생들이 환호하며 좋아했다.

마이콜은 오랜만에 사람 많은 곳에 오자,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오랜만의 자유를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1초도 가만있지 않고 움직였다.
( 바쁘고 게다가 혼자 사는 주인 덕에 마이콜은 몇 개월 동안 하루 종일 혼자 있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주인을 기다리다가 밤늦게 주인이 오면 하루에 한번 보는 생활. 물론 주인이 외박하면 이틀 동안 혼자 있는 생활을 했다.)
이상한건....
마이콜이 몸을 너무 심하게 긁는다는 거였다.
발톱도 무진장 길었는데 그 긴 발톱으로 몸을 빡빡 긁었다.
피가 날까봐 걱정이 되었다.
반복적으로 너무 자주 긁으니까 아빠가 마이콜을 안으시더니 유심히 보셨다.

" 염증 같구나. 내일 동물병원에 데려가 봐."

그랬다. 마이콜은 염증을 앓고 있었다.
그 동안에도 그렇게 간지러웠을 텐데,
긁고 긁고 또 긁고 피가 나게 긁었을 텐데,
무심한 주인이 몰랐던 거다.

다음날 아침 일찍,
동생과 나는 마이콜을 태우고 동물병원으로 달렸다.

의사가 마이콜을 보더니 부들부들 떨었다.

의사 : 아가씨 강아지예요?
수선 : (의사의 잡아먹을 듯한 기세에 놀라며) 아니요.
의사 : 누구 개예요?
수선 : ...친.구.
의사 : 이건 동물학대예요. 동물학대.
지금 이 강아지의 피부질환이 얼마나 심한지 알아요?
여기 고름 나는 거 안 보여요? 여기 고름 딱지들 보여요?
수선 : (너무 놀라 침묵)
의사 : 정서적으로도 정상이 아닙니다. 이렇게 어린 강아지를 돌보지 않았으니...
이 강아지 입원시키세요. 치료를 받아야 해요.
수선 : 네.....

그렇게 해서 나는 마이콜을 입원시키고 그 커다란 눈망울로 나를 보는 마이콜을 뒤로 하고 나왔다.

더 놀라운 건,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다 싶은 건....
마이콜은 "girl"이었다.

자기가 키우는 강아지의 성별도 몰랐던 무심한 남자.
혼자 사는 건 외로운 일이다.
하루 종일 밖에 있다가 불이 꺼진, 인기척 없는 빈집에 들어가는 건 싫은 일이다.
누가 기다려 주고 반겨 주면 기쁘다.
그래서 그 남자는 강아지를 키웠다.
돌보지는 않으면서,
자기 강아지가 그렇게 심하게 몸을 긁는지도 모르면서,
집에 들어갈 때 강아지가 자기를 반겨 주는 거 하나 때문에 강아지를 키웠고
결국 마이콜을 불행하게 했다. 마이콜은....아팠다.

그 남자를 많이 욕했었다.
정말 책임감 없고 나쁜 사람이라고....
어떻게 강아지를 그렇게 아프게 할 수 있냐고....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은 강아지를 맡겨 버린 덕분에 들켜 버린 것 뿐이라고...
자기가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을 스페어 타이어처럼 묶어 두고 다니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자기가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박진영은 에세이집 <미안해>에서 "희망고문"이라는 표현을 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희망고문"을 하지 말라고....
쓸데 없이 술 먹고 한번씩 전화하고,
"좋은 친구" 같은 밋밋한 태도를 보이며
다른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묶어 두지 말라고....

자기가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외로울 땐, 그냥 외로워야 한다.
치열하게, 처절하게 외로워 보자.

날이 정말 춥다.
이 추운 날에 나는 시리도록 외로워 보려 한다.
그리고.....내가 겪어야 할 외로움을 다 겪고 사랑을 하려 한다.
외로워서 하는, 혼자임이 두려워서 하는 사랑 말고
진짜 사랑을...

외로움에 정면으로 맞서겠다. 덤.벼.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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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1-1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수선님이 더욱 마음에 들어부렸어요.

한 줄도 버릴 말이 없네요.^^

kleinsusun 2005-01-12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칭찬해 주시니까 기분이 "up" 되요. ㅋㅋ

어제의 숙취로 힘들게 버티고 있었는데, 기분 up! up! 랄랄라.

marine 2005-01-12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페어 타이어, 압권!! 예전에 박진영 책 읽었을 때 그 희망고문이란 말에 반대했어요 당시 저는 누군가를 해바라기 할 때라 그 사람이 만나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했거든요 어차피 사람 마음이라는 게 일순간 돌릴 수 있는 게 아닌데, 냉정하게 끊는 것 보다는 친구로라도 있어 주길 바랬거든요 그렇게 해서라도 그 사람과의 관계를 계속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그런데 나이가 들고 생각해 보니까 (또 제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입장이 되니까) 상대가 빨리 마음 정리할 수 있도록 끊어 주는 것도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그야말로 나 외로울 때 예비로 갖고 있을려는 이기적인 태도거든요 친구라 하면서도 정작 상대가 다른 사람 만나면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이 드는, 그 이중적인 태도 있잖아요

kleinsusun 2005-01-1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보험회사에 전화하면 10분만에 와서 타이어 바람 넣어 주쟎아요.ㅋㅋ

불안한 마음에 스페어 타이어 챙기느라 상대방을 꽁꽁 묶어 두는건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일인 것 같아요. 상대방에게 미안한 일이기도 하구요. 저도...이렇게 말하면서도 찔리는게 많아요.쩝.

icaru 2005-01-12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ㅠ.ㅜ 제가 왜 무엇 땜에 울고 있는거죠.....(누구에게 묻는거야!!)

드팀전 2005-01-12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돌본다는 건 역시 쉬운일이 아니야.... 어쩌겠어요.희망고문이든 스페어 타이어든 앞으로도 그런 일들이 많을 텐데...사람의 욕심이란게 그렇게 흑백 나누듯 나누어지지 않는거니까.다 사람의 일이라....다들 조심조심하세요.어흥......^^

2005-01-12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1-12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1-12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강아지가 부모님께 사랑 받고, 또 효도해서 다행이네요.

전 10월에 열대어 2마리를 선물 받았는데 그 중 한마리가 며칠 전 죽었어요.무심한 주인 탓에...선물만 받고 돌보는 일은 동생에게 미렀는데 미안해요.먼저간 열대어에게도,남은 열대어에게도, 동생에게도... 혼자된 열대어를 위해 한마리를 더 살까 아님 그 한마리를 놓아줄까 고민중이예요.근데...열대어를 강에 방생할 수도 없고...어쩌죠? 함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kleinsusun 2005-01-1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조심도 하고 또 그 보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 안 주도록 저도 노력할래요.드팀전님, 감사합니다.

야클 2005-01-1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마이콜이 너무 불쌍하고 그 주인이 아주 밉네요. 동물은 "놀이감"이 아닌 생명체입니다. 봄이 되면 길거리에서 장난감 삼아 병아리를 사서 철부지들에게 쥐어주는 엄마들 보면 정말 답답합니다.

그리고 수선님 글의 주제부분... 수선님 홈피에 있는 "Sex할 수 있는 친구"를 떠올리게 하는 글이네요. 약간은 도발적인(?) 글 제목에 이끌려 한번 봤는데 한참 동안 생각을 하게 했던 글이랍니다. 이 글 역시 마찬가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마냐 2005-01-13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지론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희망고문 않기...임다. 스페어타이어라니...좋은 글 잘 읽었슴다.

바람돌이 2005-01-13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길거리에서 교통사고 당해서 끙끙거리는 강아지 한마리를 주워온적이 있는데요. 며칠씩 방을 붙이고 해도 주인이 안나타나더라구요. 다리를 다쳐서 병원 수술하고 집에서 한 2주간 길렀는데요. 나름대로 정이 들어 계속 키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우리가 직장 나가고 돌아올 때까지 혼자서 집을 헤메고 다니다가 돌아오면 반가워서 어쩔줄 모르는 강아지를 보니 이게 아니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새주인을 찾아 보냈는데 지금은 어찌 지내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붙인 이름이 삼돌이였는데....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랑에는 책임이 따르는거죠.

파란여우 2005-01-13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 명작을 왜 이제 읽을까요. 수선님! 글 너무 잘 쓰십니다. 저 이런말 왠만하면 자주 안하는 짠순이인데요, 정말 명작이에요^^

kleinsusun 2005-01-14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감사합니다.덕분에 오늘 하루 "happy" 할 것 같아요.

바람돌이님, 님 처럼 따뜻하신 분들이 가득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마이콜도 바람돌이님 처럼 좋은 주인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이런 생각이 들어요. 마이콜이 지금은 어딘가에서 행복하기를 바래요.

kleinsusun 2005-01-14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노숙 고양이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야클님 가족들 처럼 동물을 사랑하고,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을 책임질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무료 급식소 얘긴 정말정말 감동적이예요.

마냐님, 부끄부끄. 저도 스페어 타이어를 챙겼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더 맘이 아팠어요. 마이콜이 꼭 행복하기를 바라며.
 

이야기 하나.

얼마 전, 찜질방 탈의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네살 쯤 되었을까? 아니면 다섯살?
볼이 통통한 귀여운 여자애가 울고 있었다.

" 나 이 옷 입기 싫어. 나 이 옷 싫어.앙~ "

그 여자애는 커다란 찜질방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찜질방에는 어린이용 옷 싸이즈가 하나 밖에 없었다.
덩치 작은 여자애가 그 옷을 입으니까 반바지는 흘러 내릴 것 같았고, 길이는 8부 바지였다. 티셔츠는 하도 커서 풍선을 두개 넣어도 될 것 같았다. 당연히 그 옷을 입기 싫을 수 밖에...

놀라운건 그 할머니의 반응이었다.

"버르장머리 없이 왜이래? 조용히 안해?
싸가지가 없어,싸가지가. 애 옷은 이거 밖에 없다는데 이 옷을 입어야지. 그럼 어른 옷 입을래? 벗어줄까 입을래? 싸가지가 없어,싸가지가."


듣는 내가 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 여자애는 놀라고 또 무서워서 울음을 뚝 그쳤다.
난 그 여자애를 안고 도망가고 싶었다.그 상황에서 그 할머니로 부터 탈출시켜 주고 싶었다.

그 할머니는 그 폭언이 폭력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도저히 어린 손녀에게 해야 할 말이 아닌데도,
그 어린 손녀는 혼날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 할머니는 악을 쓰며 "분풀이"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폭력에 노출된 어린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런 애들의 정서는 얼마나 망가질까?
하루에도 몇번씩 공포에 떨겠지?

몽둥이로 때리고 상처 입히고
굶기고 가두고 하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다.

그 어린 것이 매일 매일 할머니에게 그런 폭언들을 들어야 하는걸까? 어렸을 때 부터 그런 폭언을 듣고서 자기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자기자신을 사랑 받을 가치가 없는 인간으로 비하하면 어쩌지?그래서 사랑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랑 덜컥 사랑에 빠져 버리면 어쩌지?

온갖 생각이 머리를 빙빙 도는 동안 그 할머니가 애 손목을 끌고 나가 버렸다. 아마 칠보석방 같은데서 뜨겁다고 울어도 똑같이 소리를 지를꺼다.


이야기 둘.

지난 주 소래포구의 한 횟집에서 있었던 일.

옆옆옆 테이블에 두 가족이 들어왔다.
누나 가족과 남동생 가족(정황으로 봐서 그렇게 추측된다).
신년회겸 두 가족이 모인 것 같았다.

기분 좋게 술 한잔 하며 회를 먹고 있는데,
그 테이블에서 큰 소리가 났다.
돌아 보니 한 뚱뚱한 아저씨가 자기 마누라를 잡아 먹을 듯이 야려보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여자가 말이야.신년초 부터 재수없게.여자가 그러니까 될 일도 안 되는거지. 그런 말을 뭐하려고 해? 어쩌구 저쩌구..."

그 테이블에 어른들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딸에, 누나의 딸들로 보이는 고등학생~대학생 2명이 있었다. 애들까지 있는데서 "공개망신"을 주고 있었다. 아주 당당하게.

남편의 폭력 앞에서 한마디 대항도 못하고 당하고 있던 아줌마는
눈물이 났던지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 테이블 잠시 침묵.
곧 초등학생 딸이 크리넥스를 들고 쪼르륵 엄마를 따라 갔다.

뚱뚱한 남자의 누나로 추정되는 뚱뚱한 아줌마가 동생을 탓하며 뭐라고 했다. 왜 그러냐고...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뚱뚱한 남자는
"여자가 년초부터 재수없게 하니까 그렇지" 하면서 상추쌈까지 싸서 회를 우직우직 씹어 먹었다.

그 테이블에는 불편한 침묵이 계속 되었고,
말 안하고 가만히 있는게 불편해서 그런지
회가 맛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할일이 먹는거 밖에 없어서 그런지
누나 가족들과 뚱뚱이 아저씨는 경쟁하듯이 부지런하게 회를 먹었다.

화장실에서 마음을 가라앉힌 아줌마가 딸의 손을 잡고 컴백.
모성본능을 발휘하여 얼마 남지 않은 회를 어린 딸에게 먹이고 있었다.

여기까지 봤을 때, 우리 테이블은 매운탕에 후식까지 다 먹었기에 나왔다.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그 아저씨는 아내에게 사과를 할까?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면 그 사람 많은데서 그 난리도 안쳤겠지...
씁쓸했다.

남의 일인데...하면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들인데도 그냥 지나쳐 지지가 않는다. 그냥 스쳐가지 않고 기억에 남는다. 그들의 조각난 상처가 날아서 나한테 꽂히는 것 같다.

예전에- 신입사원 때 였던 것 같다 -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 넌 참 측은지심이 발달했구나.그럼 살기 힘든데..."

그렇다. 살기 힘들 때가 많다.
하루에도 몇번씩 울컥할 때가 많다.

하지만...이게 내 타고난 성품이다.
우리 아빠도 그렇고 우리 엄마도 그렇다.
착하고 예민하고 여리고...

"드라이"해지려고 억지로 노력하던 때가 있었다.
사우나 하고 나와서 젖은 머리를 말리듯이 윙~소리를 내며 그냥 사정없이 감정을 말려 버리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그게 더 힘들었다. 성격을 바꾸는게 더 힘든 일인가 보다.

나를 스쳐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고 싶다.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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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1-1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스쳐가는 이미지는 결코 님에게 스쳐가지 않는다는 걸 애독자인 저는 잘 압니다 ^^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살기 힘든 세상이 문제 아니겠어요...

자신의 가족에게 습관처럼 가하는 폭력, 정말 보기 싫습니다.

언젠가 백화점 식당에 남자아이 둘과 장모님(으로 추정되는), 아내와 함께 들어온 남자는 큰아이에게 밥을 못먹게 하더군요. 손찌검을 하려고 손을 번쩍번쩍 들고, 아이가 우니까 천 원을 던지며 (흠~ 자세히도 봤죠? ^^;;) 니가 먹고 싶은 거 사먹으라고 하고, 반면에... 작은 아이에게는 금세 표정을 바꾸어 뭐 먹겠냐고 말하는데... 정말 혐오스러웠어요. 수선님의 바람이 모아져 철드는 사람이 생겼으면...간절히 바랍니다.

암리타 2005-01-1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 때론 타인에게 행복도 줄 수 있지만, 상처로 줄 수 있는 만큼 조심히 써야겠죠 우리가 너무나 편히 남에게 했던 말들을 곱씹어 생각하고, 판단하여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kleinsusun 2005-01-10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화점에서 만난 그 가족의 아버지는 설마 "장남"을 강하게 키우려고 일부러 그러는건 아니겠죠? 엄마 친구 아들중에 하도 그 아버지가 "장남 스트레스"를 주고, 어렸을 때 부터 경기 일으킬 정도로 무섭고 불안하게 해서, 현재 사회 부적응 현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어요.

부모들이 그렇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을 때, 그 아이의 정서와 인성이 얼마나 망가지는지를 알아야 할텐데...정말 아쉬워요. 플레져님의 커멘트는 사진속의 해바라기 처럼 저에게 듬뿍듬뿍 에너지를 준답니다.감사합니다.!!!

kleinsusun 2005-01-10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런 글을 쓴 저도 아픈 말로 주위 사람들을 아프게 한 적 많아요.부끄부끄.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 들은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어요.암리타님, 감사합니다.

icaru 2005-01-1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측은지심이 발달하면 살기가 힘들다는 님의 지인 말씀이... 제게 남는군요~

아마 님의 선배 님도 측은지심 때문에 힘겨웠던 유경험자이실듯...

kleinsusun 2005-01-1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그 선배도 측은지심이 발달했죠.어찌나 사랑에도 잘 빠지는지...

그 선배도 이 드라이한 세상에 살기 힘든 남자죠.ㅋㅋ

로드무비 2005-01-1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측은지심으로라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게 좋은 거 아니겠슴까? ㅎㅎ

kleinsusun 2005-01-1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근데 그 선배는 사랑에 빠지고 넘 힘들어해서 옆에서 보는 사람이 "측은지심"을 느끼게 만들어요.

야클 2005-01-10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으면 그냥 무심히 지나쳤을 일상에서도 수선님은 어찌 이런 면을 찾아내시는지요?

항상 이런 따뜻한 마음과 측은지심은 자신에게 되돌아온답니다. 현세가 아니면 후세라도... ^^ 그리고 그 뚱뚱한 아저씨... 늙어서 서러움 당할걸요? 젊어서 아내에게 못해준거 이자까지붙여서.. ^^

kleinsusun 2005-01-10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어서 서러움 당하는 할아버지들 있쟎아요.

근데 어떻게 보면 그것도 "폭력의 되물림"인 것 같아요.

자신에게 잔혹하게 했던 남편이 더 이상 아무 힘도 없어지고 다 늙은 영감이 되어 버리면 그 때는 할머니가 구박하고 무시하고 귀찮아하는...그럼 둘 다 불행할텐데...전반부 후반부 나눠서 그러지 말고, 서로 좀 제발 행복하게 살았음 좋겠어요. 오늘 출근길에 많이 추우셨죠? 전 집에서 뒹굴뒹굴 하고 있답니당.ㅋㅋ
 

이런 아주아주 유명한 우화가 있지.
전갈과 개구리 이야기.

전갈이 개구리한테 업어서 강을 건너 달라고 했다.

전갈 : 업어서 강을 건너줘.난 헤엄을 못치쟎아.
개구리 : 싫어. 니가 나를 물면 난 죽어.
전갈 : 내가 너를 물면 나도 물에 빠져 죽는데 내가 왜 널 물겠니?
개구리 : ( 잠시 망설이다 끄덕인다) 그렇긴 한데.....
전갈 : 절대 너를 물지 않아.

이렇게 해서 개구리는 전갈을 업고 헤엄을 친다.
그 때, 개구리는 죽을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
독이 온 몸에 퍼진다.

개구리 : (죽어가며) 너 왜 이러는거야? 이제 너도 죽는거야.
전갈 : 어쩔 수 없어. 난 전갈이니까.

이런 유명한 옛날 이야기.
근데..... 이런 우화의 "진실" 은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한국이건 아프리카건, 칠레 어떤 산골 마을에서도, 심지어 토성에서도 변함 없이 존재한다.

존재의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전갈을 탓할 수 없다.
전갈은 전갈이니까....

존재의 속성을 간과하고,
"설마 나를 물지는 않겠지.그럼 자기도 죽는데..."
하고 "상식"에 근거해서 생명을 건 개구리가 바보다.

그렇다.
멍청한건 존재의 속성을 간과한 개구리다.
개구리는 바보다.

전갈은 자기의 본성에 저항할 수 없다.
자기를 파멸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의 본성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

세상에는 전갈들이 있다.
전갈한테 물리고
"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하는건 바보 짓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말한다.
사람 보는 눈을 기르라고....
왜 나는 보이는데 너한테는 안 보이냐고....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인간 전갈 감식기" 이런건 나오지 않는다.
"인간 전갈 감식기" 보다는 AIDS 백신이 먼저 나오고,
암 치료제가 먼저 나오고,
차라리 타임머신이 먼저 나올꺼다.

그러니....
"전갈" 을 알아보는 눈을 기를 수 밖에.
자기자신을 방어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공간에 전갈이 들어오게 해서는 안된다.

누구나 한번쯤은 전갈한테 물린다.
개구리처럼 치명적인 독성에 한방에 죽어버리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항체"가 형성된다.
이럴 땐 나중에 한방에 당하지 않도록 자신에게 "항체"를 만들어준 전갈에게 감사해야 한다.

절대 하면 안되는 실수는,
전갈을 용서하는 거다.

전갈에게 물리는 실수야 누구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갈에게 물리고서도 죽지 않았다고 해서 전갈을 용서하면 안된다.
그러면 전갈은 슬슬 강도를 높혀가며 당신을 문다.
죽을 때 까지....
그것이 전갈의 본성이다.

전갈은 개구리를 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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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4-12-20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미심장합니다. 근데 도대체 내가 전갈인지 개구리인지... -_-;

파란여우 2004-12-20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처럼 단순무식한 여우에게는 어려운 은유입니다. 저도 야클님처럼 제 정체가 전갈인지, 개구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아, 이런 여우였군요..^^

글샘 2004-12-21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갈에게 한 방 쏘이셨군요? ^^ 잘 보세요. 진짜 전갈이었는지... 아니면, 전갈로 변장한 파리떼였는지...

kleinsusun 2004-12-2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야클님과 여우님의 글을 읽으니, 저도 어떤 사람에게는 전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생각은 못해 봤었는데...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다 좋을 수만은 없는 것 같아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어떤 사람에게 전갈이 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있죠.

그래서....전갈과 개구리는 서로 안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 봤어요.

플레져 2005-01-10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왜 지금 봤죠? ㅎㅎ

저는 영화 크라잉 게임에서 들은 이야긴데... 참 인상적이었어요.

내가 전갈인지 개구리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거라 믿지만...^^;;

별자리가 전갈자리인 남자도 조심하세요. 아주 아픈 사랑을 주거든요 ^^


kleinsusun 2005-01-10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자리가 전갈인 남자요? 네...주의 하겠습니다.

전갈 조심! 한번 만난 이상 대부분의 전갈들은 진드기로 변신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