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김범수가 부른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반복해서 들었다.

토요일에 만난 선배가 CD를 10장이나 구워 줬다.
그 CD 중 하나에 김범수 리메이크 앨범 "Again"이 있는데,
"Again"을 듣다가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에 필 꽂혀서
한 곡만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이 노래 예전부터 수도 없이 들었었는데,
낯설게 들리는 가사가 있었다.

한때는 널 구원이라 믿었었어
멀어지기 전엔...


구원.....구원.....구원이라....
위로도 아니고, 작은 위안도 아니고,
구원이라....
어떻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구원하지?

사랑이 깨지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실망하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래서가 아닐까....

외롭고 힘들 때 누군가가 뿅하고 나타나 주기를 바란다.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나 갑갑하던 현실이 확 달라지기를 바란다.
모자란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
이런게...구원 아닐까?

누군가 힘들어 죽을 것 같은 나를 구해주기를 바라는 거...
그 엄청난 사랑의 힘으로 갑갑한 현실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인생이 달라질 거라는 환상.

"키다리 아저씨" 비스무리해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외로운 사람들은 쉽게 사랑에 빠진다.
며칠 굶은 사람이 밥을 먹듯이 씹지도 않고 넘긴다.
배가 부른 다음에 상대방을 찬찬히 살펴보니 그 사람은 키다리 아저씨 짝퉁이다.
그럼.... 그 사랑은 끝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또....그런 사랑이 계속 반복, 반복, 반복....지칠 때 까지...

상대방을 구원해 줄 만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이 세상에 많지 않은 것 같다.
누구나 자기 삶의 고유한 무게가 있다.
그 무게가 장난처럼 가벼워서
다른 사람을 하나 업어야 무게 균형이 맞춰지는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
누구나 위안을 바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원하고, 사랑 받기를 원한다.
누군가에게 구원을 바란다는 건.... 글쎄....

주가 예측보다 더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튈지를 예측하는 일이다.

주가 예측은
전문가 집단도 있고,지표들도 많고,복잡해 보이는 그래프들도 많다.
이상한 코스닥 싸게 사서 몇 십배 남기려는 욕심을 내거나,
초단타 매매니 뭐니 하며 샀다 팔았다 난리를 치거나 하지 않고,
대형주를 사서 몇 년 묻어 두면 손해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사람의 마음이란....

자기 앞에 나타난 사람을 구원이라 생각하며
자기 삶의 무게를 몽땅 실어 버리는 건,
소문 듣고 한 종목에 몰빵하는 것 보다 더 위함한 일이 아닐까...

연애란....시소 같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힘의 균형이 맞을 때는 즐겁지만
계속 한쪽이 공중에 붕 떠 있게 되면
더 이상 시소를 탈 수가 없다.

나도 한 때는....구원을 바란 적이 있었다.
지금은....내가 누군가를 구원할 수 없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 의해서 구원될 수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겠다.
그래서....독립적인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했나...

아침부터 센티한 노래를 들었더니 별 쓸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네...
내일부터는 비트 강한 댄스곡을 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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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8-23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원받을 자격이 없이 구원받는 건 반칙! 기독교에서는 구원받을 자격이 없는 인간을 구원하는 게 신의 특권인 것 같더라만...그건 신이 반칙하는 걸 거라고 봐요^^

클리오 2005-08-23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그 음악의 선율이 머리 속에 맴도네요... 님 분위기가 혹시 올해는 가을 타실 분위기는 아닌가요? ^^

2005-08-23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5-08-23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꿈 깨야되겠습니다. -_-;;

바람돌이 2005-08-23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란 시소같은 것이 아닐까... 음 멋진표현입니다.
그래도 수선님은 누군가를 구원해주시지 않을까?

드팀전 2005-08-24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워...또 마음이 한판 당하셨네.언넘이야....캄 다운..
난 근데 왜 한번도 누가 날 구원해줄거라 생각치 않았을까? 나두 연애는 한 학위하는 데...있던 사람 없어져서 애착을 갖고 스토커짓을 해본 적은 있지만.. 그게 있다없으니까 열받고 심통나고 스스로의 못남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그런거지....구원의 필요때문에 그런건 아니었는데...역시 난 무신론자인가 봐요..구원은 야구장에나 가면 있어요.근데 어떨때는 구원한다고 나와써 더 많은 실점을 하고 비스무리 막던 것 까지 다 날려 먹는 경우도 있지요... 역시 구원따윈 믿을게 못됀다는 결론이 나와버리는데요.ㅋㅋ 거이 무슨 잃어버린 반쪽 뭐...이따위 거짓말들은 빨랑 없어져야되는데.그러니까 자꾸 이성에게서 무슨 구원이 어쩌구 이런거 찾죠.
그냥 자기길 가다가 같이 가자고 따라오는 넘들이 몇명있구..그중에 잘 보고 "그래 너랑같이 갈께..대신 발목잡지마라.." 이러구 그냥 가셈....(그래도 발목잡겠지만.ㅋㅋ) ...구원은 무슨 강아지 나물뜯어 먹는....ㅋㅋㅋ ... 저녁때 데낄라 한잔 드시고 맘을 놓아버리셈....ㅋㅋ 워워.

릴케 현상 2005-08-2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깨지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실망하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래서가 아닐까....
<---제 정서로는 그 반대가 가까워요
사랑이 깨지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실망하는 많은 이유는,
상대방에게 너무 바라는 게 없어서가 아닐까....

2005-08-24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5-08-2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자...제 연애학개론에는 사랑이 깨지는 이유는...바래서도 바라지 않아서도 아니고...깨지게 될 때 깨진다 였습니다.그러므로...영화<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이영애에게 "어떻게 사랑이 변해" 할때....크아하하하....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이지만 ..그해 최고의 개그성멘트라서...이영애가 가만있잖아요.ㅋㅋ
사랑은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오고 가는데 어느 미친 여자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처럼 방향을 알수 없다는거.....ㅋㅋ..... 봄날도 가는데 사랑이라고 안가겠냐 이거죠.내가 잘하고 못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간다.간다.

2005-08-24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생각했었다.
정말 저런 일이 가능할까?
나흘 동안 만난 사람을 평생 못 잊고 사랑한다는게 가능할까?
소설이 아닌,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그런 사랑이 가능할까?

전인권의 불후의 명곡 <돌고 돌고 돌고>에 이런 리얼한 가사가 있다.
"운명처럼 만났다가 헤어지고 소문되고".

아...정말 마음을 두드리는 수준을 넘어 때리는 가사다.
한 친구가 결혼하기 전에 친구들에게 밥을 사며 이런 말을 했었다.
"오빠는 나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아."
그 말을 듣고 그 친구를 얼마나 부러워 했던지...
한편으론 이런 생각을 했다.
어떻게 저렇게 자신있게 말을 하지?
한 인간이 자신을 위해 태어났다고..... 

얼마 전 그 친구가 이혼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오빠는 나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아"라는 말이 떠올라 씁쓸했다.
그 오빠라는 사람이 헤어지자고 했단다.

몇년 전, 한 친구의 남자친구를 <사랑의 스튜디오>에서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친구가 그 남자한테 헤어지자고 했더니
그 남자가 한 겨울에 웃통을 벗고 그 친구의 집 앞에 꿇어 앉아 기다리는 쌩쇼를 벌렸었다.
그 온갖 난리를 쳤던 남자가 그 친구랑 헤어진지 한두달 되지도 않아서
<사랑의 스튜디오> 락카페에서 광란의 춤을 추고 있었다.

이런 세상에 도대체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사랑이 있는걸까?
달랑 나흘 만나고 평생을 잊지 못하는?
오직 그 한 사람을 사랑하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봤을 때는,
요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룩하기까지 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요즘 이런 생각이 든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사랑은 비겁하다고....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로버트랑 프란체스카는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로 그 아릿아릿한 사랑을 남겨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로버트랑 프란체스카랑 둘이 훌쩍 떠나서 같이 살았다면,
그렇게 한평생 서로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일상을 같이 하면서 서서히 변해가지 않았을까?
내가 이 남자 때문에 애들을 버렸단 말인가....하며 아이오와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아이오와에서는 몰랐는데 이 여자 너무 촌스럽네....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들이 그렇게 사랑할 수 있었던 건,
평생동안 그 두 사람이 함께 보낸 나흘을 끊임 없이 미화하며
보석처럼 간직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 두 사람의 사랑은 고단한 일상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아니었을까?
마치 지갑 속의, 서랍 속의 부적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어찌 보면 위험한 일이다.
좋은 것만 기억하고,
애틋함에 목숨 걸고,
일상이 고단할 때 일상과 맞서지 않고 멀리 있는 사람을 떠올리며 힘을 내고...

만약 금도끼 은도끼처럼 산신령님이 나타나
단 나흘을 만나고 평생 애틋한 사랑을 할래?
매일 으르렁 거리며 싸우더라도 같이 살래?
물으신다면 난 대답하겠다.

"네... 매일 으르렁 거리겠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체험적인 일이 아닐까?
상대방이 콧구멍을 어떻게 후비는지,
화장실에 가면 평균 몇 분을 있는지,
재치기 할 때는 어떤 표정을 짓는지,
발톱을 어떤 자세로 앉아 깍는지,
운전하다가 옆에 차가 끼어 들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나흘 동안 번개 같은 사랑을 하고,
그 찌릿찌릿한 사랑을 평생 기억하고(이 기억이 미화되어 왜곡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평생의 사랑으로 간직한다는 건.... 뭔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실체적인 사랑이라기 보다는 일상을 버티는 힘이 아니었을까?

두루마리 휴지를 말아 쥐고 변기 옆에 앉아
오르페오랑 얘기를 하는 파니핑크의 사랑이
훨씬 더 사랑이라는 실체에 가까운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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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8-22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님도 이미 사랑의 속성에 대해 너무 많이 눈뜨셨군요... 맞아요, 나흘 밖에 안되어서 평생을 못잊었다에 저도 한표입니다. 그나저나 늦게까지 안주무시는군요...

마냐 2005-08-2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하지만, 그 나흘이 있어서...짜릿한 비밀을 안고 사는 생은 훨씬 덜 지루하지 않았을까요.

바람돌이 2005-08-22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몰라요 저는 머리 아픈거 딱 질색이어요. 특히 감정에 있어서는....
나흘간의 사랑은 무슨.... 이거 계속 머리속에 두고 있으면 삶이 얼마나 피곤할까? 그 때 그남자를 따라갔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잔머리 굴린다고...^^
기냥 떠난 사람은 까짓거 하고 잊어버리는게.... 세상에 널린게 남잔데.... 그 중에서 매일 나의 투정과 짜증을 받아주고 또 싸워도 가면서 살아줄 사람한테 올인할래요.

이매지 2005-08-22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냥 매일 으르렁거리겠습니다.
나흘동안의 찌릿한 사랑은 그저 일상을 버티는 힘에 동감하며.

조선인 2005-08-22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참 웃긴 건데,
전 나흘간의 사랑이 있어봤으면 좋겠어요.
평생 그리워할 그 무엇이요. -.-;;

코마개 2005-08-2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남녀간의 사랑 그것 다 부질 없소. 등 돌리면 남인 것을..

moonnight 2005-08-22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는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 애틋하고 절실하다고 느꼈었죠. 지금은.. 남겨진 가족들은 뭐냐.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사랑했을까 또는 두 사람이 함께 도망갔다면 끝까지 사랑할 수 있었을까..

드팀전 2005-08-22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로 왼손을 이용.공복에 우유나 냉수를 마시면 빨리 나옴.약간 고개를 뒤로 젓히며 피할 기회를 줌,쭈그리고 바닥에 앉아서.이런 개**가.너 오늘 딱걸렸다.ㅋㅋ
이게 사랑이라 이거쥬? ㅋㅋ
앞에 있는 모든 댓글이 다 맞아 ㅋㅋㅋ
사랑에는 3,948,110,328,829 개의 다양한 감정의 조각과 역사의 편린이 존재하니까 어딘가에서 한부분 걸리는 데가 있지않을까요..ㅋㅋ
그렇다면 부분의 합은 전체이냐....꼭 그렇지도 않을터이고...ㅋㅋ

날개 2005-08-2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런 생각해봤어요.. 아마 그들이 나흘이 아니라 삼년만 같이 살았다면 저런 사랑이 나오지 못했을걸요?

kleinsusun 2005-08-22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사랑의 속성에 대해 너무 많이 눈뜨셨군요." 헉....아는건 많은데 시험은 못보는 학생 같아여.밤새 공부하고 시험 못보는 애들 있쟎아요.ㅋㅋ

마냐님, 바로 그거죠. 그 짜릿한 비밀로 일생의 고단함과 지루함을 버텼다고 해야 하나.... 그 나흘은 실제 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기억되었을 것 같아요. 삶을 버티게 하는 힘으로...

kleinsusun 2005-08-22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님은 매일 투정과 짜증을 받아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과 살고 계시죠? 부러버요.^^

이매지님, 네...저도 으르렁거리고 싶어요.근데...언제쯤 그럴 수 있을까요? ㅋㅋ
그 날이 오면... ^^

kleinsusun 2005-08-22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전 그리워할 사람 보다 가끔 다투고 그러더라도 늘 함께 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이....있어요.^^

강쥐님, 강쥐님은 늘 cool해용. 부질 없어도 연애질할 땐 좋쟎아요.ㅋㅋ

moonnight님, 맞아요, 저도 예전엔 눈물을 흘리면서 봤었어요. 둘이 도망쳤다면...아마도 그런 가슴 저미는 사랑은 일상이 되지 않았을까....


kleinsusun 2005-08-22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948,110,328,829 개의 다양한 감정.....헉, 드팀전님,이거....설마...외우신거예요?

날개님, 3년을 같이 살았다면 그들의 사랑도 일상이 되지 않았을까요? 3년이면..약간의 권태기도 왔을법한...ㅋㅋ

2005-08-23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나는 남자 보다 적금통장이 좋다>를 읽다가
혼자 깔깔거리고 웃었다.

부자랑 결혼을 하면 되지
얼마나 된다고 그렇게 악착 같이 돈을 모으냐는
주위의 온갖 말들과 간섭,핀잔에 저자는 이런 저런 예를 들며
"신데렐라 컴플렉스"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한 예로....
저자의 후배가 인터넷 스킨 스쿠버 동호회에 가입했다.
돈 많은 남자를 낚기 위해서...
장비에,숙소에,제주도 비행기 표에 거금을 쓰고 돌아온 후배가 절망하며 말했다.

"다 키 작고 배 나온 아저씨들만 있어.
 게다가....여자애들은 다 나랑 같은 목적으로..."

우하하하하.
안 봐도 비디오다.
그 거금을 쓰고 가서 얼마나 처참했을지...

혼자만 똑똑(?)한게 아니다.
다 비슷한 IQ를 가지고 비슷비슷한 수준으로 머리를 굴린다.

전에도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후배(남자) 하나가 인터넷 골프 동호회에 열심히 나갔었다.
그 후배가 동호회에 이상한(?) 여자애들이 많다고 했다.
골프를 치지도 않으면서 동호회에 나온다는 거다.
주로 뒷풀이에만 참석하는데,
좀 "있어" 보이는 남자들 앞에서 웃고 떠들고, 어떤 애들은 소개팅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한다.

뭐....나도 이런 권유(?)를 들어본 적이 있다.
벌써 2년하고도 몇 개월 전, 내가 백조 때였다.
별로 할 일도 없고(도서관 가서 소설이나 읽고),
같이 놀 사람도 없고(전업 주부들이 그렇게 바쁜지 몰랐다),  
남자 친구도 없고(하필 그렇게 시간 많을 때 없었다),
만만한 친구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 때, 나랑 같이 놀아주던 절친한 친구 W가 이렇게 말했다.
"야....너 아무래도 남자를 만나야 겠다.
 내가 맨날 너랑 놀아줄 수도 없고 말이야.
 Off Road 동호회 이런거 들어보면 어때? 그런데는 남자들만 있을 거 아니야...하하."

난 친구에게 씰룩거리며 말했다.
"야...아무리 심심하다지만.....차도 없으면서 그런데 드냐?"

그 때, 친구가 무릎을 치며 말했다.
"너 코란도 한대 사면 되쟎아. 멋있고 뽀다구 나고.... 얼마나 좋아?
 넌 운전도 난폭하게 하니까 그게 딱이다.딱이야."

난 행동파 친구의 손에 이끌려 코란도 견적을 받으러 갔다.
졸고 있던 영업사원 아저씨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기왕 간 김에 타 보기도 하고, 2륜은 어떻고 4륜은 어떻고, 옵션이 어쩌고 꽤 긴 대화를 나눴다.
친구랑 헤어지고 집에 가는 길.
도대체 내가 뭘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그렇게 자유를 꿈꾸다가
막상 꿈에 그리던 나만의 시간이 있는데
뭐가 그리 심심하다고 난리를 쳤는지...
아무리 심심한들, 아무리 외로운들,
어떻게 그렇게 "멍청한" 생각을 했는지...
친구의 농담 성분 80% 이상인 말에 "솔깃"해서 차를 보러 가다니...
얼굴이 달아 올랐다.

그 후로 며칠...
코란도 사건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한테 전화가 왔다.
누군가 했더니.... 코란도 영업사원 아저씨였다.
"고객님! 어떻게...결정은 하셨나요?"
다시 한번 쩍팔림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그런데....실제로 스킨 스쿠버, 산악 자전거, 오프 로드...이런 동호회에
남자를 만나겠다는 목적으로 가입하는, 또 가입 후 절망하는 애들을 떠올리니
웃음이 나온다. 우하하하하.

그렇게 까지 해서 결혼을 하고 싶을까....
(이런 "안이한" 사고 방식 탓에 내가 아직 결혼을 못했나?)
그래도 골프를 치지도 않으면서 골프 동호회에 나가고,
남자 한번 만나 보겠다고 스킨 스쿠버 장비를 사고 하는 건.... 정말....심했다.

그 정도 노력이면 자기 스스로 부자가 되는 게 더 쉽지 않을까?
부자의 부인은 언제라도 짤릴 수 있는 "high risk" position인데 말이다.

요즘 나의 "금융지식"에 대해서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어쩌면 그렇게....아무 것도 모를까? 
남자동료들이 닥터 아파트, 아파트 114 이런 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고,
뭐 누적으로 손해가 더 크다 하더라도 주식으로 울고 웃고 할 때,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멍하게 있었다.
그랬더니 이렇게....백치가 되었다.

경제적으로 독립한다는 건
자신의 자산을 스스로 관리하고 증식하는 능력이 당근 포함된다.
그런데....많은 여자들이 그걸 망각하고 있다.
"재테크"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난 그런거 못해!" 하며....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이제는 아니다.

내 소중한 자산,
정말 폭발할 것 같은 스트레스를 감당하고
새벽 6시 40분에 통근 버스를 타고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리며 힘들게 번 나의 소중한 돈을
관리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

또....조금만 신경 쓰면 이자를 3~4% 더 받을 수 있는데,
이자 한 푼 안 붙는 은행 일반예금에 돈을 넣어 놨다면 그건 바보다.
아니면 그 돈과 교환된 자신의 "노동"을 존경하지 않거나....

재테크를 한다며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애들이나,
얼마나 모으겠다고 이리저리 빈대 치고 아끼는 애들,
너무 옷을 못 입거나 멋을 안 부리는 애들을 보면 은근히 무시를 했었다.

그랬던 철없음, 멍청함이 진정....정말....후회된다.
정신을 좀만 일찍 차렸어도....

요즘 경제신문을 열심히 읽고 있다.
뭐....인생에 늦은 순간이란 없다고 했다.
IQ, EQ 다 높은데 금융지능도 키우면 되겠지 뭐...스스로 위로,격려하며 생각해 본다.

만약....그 때 코란도를 샀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Sometimes....Life is com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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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8-1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요. 코란도를 몰고다니는 멋진 직장여성이셨겠죠... 인생에 당당하고 멋진... ^^

야클 2005-08-1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변에도 <나는 여자 보다 적금통장이 좋다>는 친구들이 있지요. 위에서 말씀하신 것이랑 조금 방향은 다르지만... 오로지 돈을 위해 일만 하는 사람들. 조금 삭막해 보이기는 하지만 다들 살아가는 자기 취향이라고봐요.
아, 물론 전 <나는 적금통장보다 선녀가 좋다> 입니다만. +_+;;

kleinsusun 2005-08-1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코란도를 샀었다면....코란도가 주차장에서 쿨쿨 잠자고 있거나...아님 아직도 개뿔이었을 것 같은데요.ㅋㅋ

야클님, 빨리 선녀를 만나시길...꿈은 이루어진다!!!
오늘 축구 같이 볼 선녀는 있나요? ㅋㅋ

moonnight 2005-08-1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그것이 알고 싶다>였나? 그걸 보는데 빚을 내서 성형수술을 받고 명품을 사고 그러는 여자들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 "이건 투자일 뿐"이라고 말하더군요. 부자남자 하나 꼬시면 훨씬 더 되돌려받을 수 있다구요. 부자의 와이프로 사는 게 그렇게 행복한 걸까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내가 번 돈 아니면 맘편히 쓰지도 못할 거 같은데 말이죠. 하긴 그렇게 생각한다면 부자의 와이프가 되고싶어하지도 않겠지만 @_@;;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의 저자처럼 되고 싶지는 않지만 자신의 노동을 "존경"해야 한다는 수선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수선님. 코란도 탄 모습도 무지 멋지실 거 같애용 ^^

kleinsusun 2005-08-17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내가 번 돈 아니면 편하게 못 써요. 제 친구도 빌딩이 몇개 있는 남자랑 결혼했는데, 돈은 천문학적으로 많지만 돈을 편하게 쓰지는 못하더라구요. 자기가 번돈 아니니까... 코란도...지금 생각해도 넘 웃겨요. ^^

코마개 2005-08-17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그거 생각나네. 모 대학에 부자학이라는 강좌가 열렸는데 부자가 되는 법부터 부자에게 시집가는 법까지 강의 한다고. 쯧쯧쯧. 한국이라는 나라가 돈돈 하다가 돌아버리고 있는 중 아닌지 의심 됩니다.

kleinsusun 2005-08-17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하. 그 대학이 도대체 어디예요?
근데...부자에게 시집가는 법이 모예요? ㅋㅋ

파란여우 2005-08-1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란도 안사시길 다행입니다.
그거 운전하려면 팔뚝이 겁나게 굵어져요.
님처럼 장만옥 뺨치는 미모에 팔뚝 굵은 모습은 아유, 넘 심하잖아요^^

kleinsusun 2005-08-17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팔뚝은 지금도 남부럽지 않게 굵어요.ㅋㅋ

플레져 2005-08-17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이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읽은 책 이야기 할 때가 참 좋아요 ^^
만약 운이 좋다면 그런 수선님을 볼 수도 있겠지요? ^^
코란도, 그까이꺼~ 안사길 잘했다구요~
저는 미혼시절에 교회 다니자는 권유를 뿌리치기가 어찌나 힘들었는지...ㅎㅎㅎ

줄리 2005-08-17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앞에 나타난 사람이 이상형에 돈까지 많은거는 좋겠지만 돈이 이상형의 조건이 된다면 그건 참 씁쓸하죠.
그리고 코란도 안사시길 잘하셨다고 생각해요. 여우님 말씀따나 장만옥 스타일의 님에게는 안어울린다고 봐요!

kleinsusun 2005-08-17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맞아요.교회에 다니자는 유혹도 만만치 않죠.남자를 만나려고 일부러 교회에 나간다는 여자를 본 적도 있어요. 플레져님은 결혼하셨으니깐, 누구랑 결혼할지 또는 할지 안할지 고민 안하셔서 좋겠어요.ㅋㅋ

네..씁쓸해요. 돈이 이상형의 조건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니깐요.
실제로 돈만 많으면 좋다는 여자들이 정말 많아요.우짤라나....
줄리님, 제겐 어떤 차가 어울리까요? ㅋㅋ

BRINY 2005-08-17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수! 짝짝짝!!!!

세벌식자판 2005-08-17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코란도도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요.. ^^;

그런데 무슨 물건이든 영수증만 끊으면 중고라는 딱지가 붙고, 그 가치는 30%가 줄어든다고 하더군요. 안 쓰는것도 돈 버는 방법 중 하나라나 뭐레나...

kleinsusun 2005-08-17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부끄....Briny님, 감사합니다.

세벌식 자판님, 맞아요.쓸데 없는거 눈 딱 감고 안사는거, 택시 안타는거 다 돈 버는거라니까요.^^

바람돌이 2005-08-18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머리는 어찌된게 항상 어떡하면 돈을 쓸까쪽으로만 굴러가니 돈벌기는 애저녁에 글렀구만요. 어야둥둥 이 직장에서 안짤리고 열심히 일해야....^^
택시도 저는 꽤 열심히 타는편인데, 항상 하는 생각 내가 돈 몇천원 아끼자고 내몸 고생시켜서 뭐하자는 거야 이런 생각만 가득... 자본주의 사회에 그래서 제가 적응이 안되는건지 원....^^

오렌지향 2005-08-1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지내셨죠? 주변에 10원이라도 쓸데없이 나가는거에 떠는 사람들 있어요. 그래야지 돈좀 모으지 싶은생각이 나이 들수록 드네요. 어릴땐 몰랐는데 나이들면서 현실 파악이 좀 되는거죠. 그래도 미혼이신데 본인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쓰세요. ^^

2005-08-18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8-19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요즘 제가 택시를 안타려고 처절하게 노력하는 중이랍니다.
여태까지....우리나라 택시 산업에 지대한 공헌을 했거든요. 늦잠 자서 택시 타는게 젤로 아깝더라구요. 요즘엔 새벽 같이 통근버스를 탄답니다. 홧팅! ^^

오렌지향님, 본인을 위해서 아낌 없이 쓰다가 개털이 되었다는 전설이 바로 저랍니다.ㅋㅋ
 

" 소개팅 안할래요? "

이번주 벌써 두명이 소개팅을 제안했다.

"키 큰 남자 좋아하죠? 키 186인데....
그 친구...수선씨처럼 성격이 밝은 사람과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덜컥 겁이 났다.
키만 큰거 아닌가?

언제부턴가 "소개팅"이란게 시큰둥하다.
카페에서 소개팅하는 커플들을 보고 있으면
솔직히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날도 좋은데 모르는 사람과 카페에 앉아

" 집이 어디세요? "
" 영화 좋아하세요? "
" 주말엔 주로 뭐하세요? "
" 일은 재미있으세요? "
" 왜 아직 결혼을 안하셨어요? " 등등

형식적이거나 대수롭지 않거나 멍청한 질문들을 주고 받는게
딱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물론 나도 많이 했었지만....

지난주엔 친한 친구가 자기 동생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했다.

수선 : 야! 노처녀한테 너무 한거 아니냐? 있으면 내가 가지지.
친구 : 왜 그래? 너 아는 남자 디따 많쟎아.
수선 : 많긴....근데 동생이 어떤 남자 좋아하는데?
친구 : 얼굴은 상관 없어. 근데...키는 커야해.동생이 키를 많이 따져. 나머지는 너의 판단에 맡긴다.

예전엔 소개팅 주선도 많이 하곤 했는데,
이젠 누구에게 누군가를 소개시켜 준다는 일이 썩 내키지가 않는다.

소개팅 시켜줬다고 끝이 아니다.
간혹 애프터 서비스도 해줘야 하고 욕을 먹기도 한다.
한쪽은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는데,
한쪽은 "너 죽을래?" 할 때...참으로 난감하다.

많은 경우,
소개팅 주선은 자기자신의 작업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소개팅은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주 용이한 장치다.

" 여자친구 있으세요? 제 친구 한번 만나 보실래요? "
이렇게 말을 건네면서 대화는 시작된다.

벌써 몇년 전....
나도 이런 방법을 써먹은 적이 있다.
관심있던 남자선배와 "소개팅 하실래요?" 하나로
아주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선배가 소개팅을 하기로 한날,
갑자기 친구에게 일이 생겨 펑크카 났다.

난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며 말했다.
" 죄송해서 어쩌죠? 제가 술한잔 살까요? "
난 가슴 속 깊이 친구에게 감사하며 술을 마셨다.
( 각주 : 그 시절의 난 참....귀여웠던 것 같다.ㅋㅋ)

2005년 현재.
소개팅 자체가 시큰둥하게 느껴진다.
하는 것도, 해주는 것도,
소개팅을 빙자해서 작업을 하는 것도....

자연스런 만남.
사랑할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사랑은 자연스럽게 나타나지 않을까?
파니핑크의 23번 난닝구처럼?

"베트남 처녀랑 결혼하세요!"
출근길에 매일 지나치는 현수막이 떠오른다.
그렇게까지 억지로 결혼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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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5-20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더군요...키르니키즈스탄이라는 어려운 나라이름을 가진 아가씨와도.
그리고요, 님은 충분히 사랑할 능력이 넘칩니다.
홍콩에서의 그 야시시하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았던 장만옥이 울고 간 사진을 기억합니다^^

바람돌이 2005-05-20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스런 만남도 좋지만 전 소개팅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님이 소개팅에 시큰둥해지는건 세상인간 거기서 거기다 싶은 자조감 때문이 아닌지... 이거 나이든다는 징조예요. 이거 심해지면 진짜로 결혼 못합니다. 지금도 생각하지만 결혼은 아직 환상이 남아있을 때 가능해요.
자연스런거든 소개팅이든 여러 사람 많이 만나서 고르고 또 고르세요.(물론 결혼 생각이 있다는 전제에 한한 거지만...) 몇천원 짜리 머리띠 하나 사도 고르고 고르는데 사람이야 말해 뭣하겠어요.

조선인 2005-05-20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간해서 소개팅을 하지도, 해주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다시는 소개팅을 해주지도 않겠다고 확실히 결심하게 된 건, 3년 전 후배 여직원 소개팅 후.
"언니, 다 좋은데, 정말 친절하고 취미도 맞고 재밌고 키도 크고 괜찮게 생겼고, 정말 다 좋은데요, 좀 뚱뚱해요. 난 호리호리한 사람이 좋거든요."

2005-05-20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20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마개 2005-05-20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허...그 나이 되면 소개팅이라 하지 않습니다 선이라 합니다. 후다닥 =3 =3

로드무비 2005-05-2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옛날에 내가 좋아하던 남자가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 준 일이 있네요. 그게 작업의 일종이었을까요?(희망사항)^^
소개팅 하고 싶으면 하시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로드무비 2005-05-20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강쥐님 말씀에 한 표.=3=3=3

하이드 2005-05-2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 남자 나이 합쳐서 50넘으면 선이고, 안 넘으면 소개팅이라는데요,전 이제 선 안보고 소개팅 하려면 21살 영계 만나야 해요. -_-a

야클 2005-05-20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좀 시큰둥 했었는데... 역시 분위기나 재미는 소개팅에 나오는 파트너에 거의 100% 좌우되더군요. 저번주 오랫만에 전의가 불타오르게 만드는 선수를 만났는데요...^^ 재미있던데요???
글구... 합이 50이 커트라인이면 너무 박한거 아닌감???
수선님도 맘에 드는 남정네 만나시면 생각이 바뀌실듯.

2005-05-20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05-20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은 굳이 소개팅 안하셔도 남자들이 줄 섰을것 같은데요? ^^

마냐 2005-05-20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대학 4학년때, 이대로 가다간 대학시절 연애 한번 못하는 참극이 발생할까 두려워 '오는 소개팅 막지 않고 가는 소개팅 붙들어' 월 2~3건씩 했죠. 그렇게 무식하게 1년 가까이 보내고서야...소개팅이란 성공확률이 낮다는 진실을 알았죠. ㅋㅋㅋ
근데, 지금은 다시 해보고 싶어요. 우히히.

moonnight 2005-05-2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말씀에 한표예요. ^^ 음.. 그래도 혹시 마음에 드실지도 모르니 186은 한 번 만나보심이 어떠신지.. ;;

kleinsusun 2005-05-2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개팅 안하기로 했어요.
이 좋은 봄날 cafe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멍청한 질문 하기가 싫어서...ㅋㅋ

사랑이...오겠죠. 끈기있게 기다리는 수선.

2005-05-27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5-05-28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사람들이 소개팅을 그렇게 많이 하는 줄 몰랐네요... 저도 요즘 소개팅 시즌인데^^저는 좀 해 보고 나야 코멘트를 할 수 있겠네요ㅎㅎ
 

지난주 방콕 출장.

출장 결과는...다행히 좋았다.
월요일에 출장 보고서를 떳떳하게 제출했다.
(오랫만에 칭찬도 받았다.^^)

출장 일정은 금요일 밤에 한국에 오는거였지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도시 방콕의 유혹으로
하루 더 머물었다.

토요일. 12시가 넘어서, 1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신경을 많이 쓴 금요일 미팅 때문인지,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지
늘어지게 잤는데도 피곤했다.

더 자고 싶었지만 호텔에서 check out을 하고 나와야 했기에
굼뜬 동작으로 샤워를 하고
건들건들 짐을 싸서 나왔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작은 핸드백 하나만 달랑 들고 나와서
Sukhumvit을 목적 없이 걸었다.

40도가 약간 넘는 날.
정말 더웠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뚝뚝 떨어졌다.

이렇게 혼자서 Sukhumvit을 목적 없이 걸어본게 처음인 것 같다.
혼자서, 아무 계획 없이 Sukhumvit을 걸으니
예전에 그냥 지나쳤던 많은 것들이 보였다.

Landmark, Westin 등 온갖 특급호텔들이 늘어서 있는 Sukhumvit의 길은 아주 비좁다.
그 비좁은 길에 행상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코코넛에 빨대를 꽂아서 파는 난닝구 차림의 아저씨,
"BANGKOK" 이라고 큼직하게 써있는 허접한 면티들을 파는 아줌마,
액자에 넣은 나비 박제를 팔면서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젊은 여자,
당첨되면 돈을 정말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한, 토너 닳은 프린터로 인쇄한 것 같은 로또를 팔면서 콧구멍을 후비고 있는 아저씨....

비좁은 거리,
빽빽히 늘어선 행상들,
활개를 치며 걷는 뚱뚱한 유럽 사람들,

그 비좁고 복잡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속에서
동전을 구걸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쭈그리고 앉아있다.

10개월도 안된 것 같은 애를 안고 널부러져 앉아 있는 여자,
헐렁한 어른 난닝구를 입고 그 땡볕 밑에서 곤히 자고 있는 어린 아이,
발에 병이 걸렸는지 세개뿐인 발가락이 퉁퉁 부어있는 아저씨,
엄마도 없이 혼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다섯살도 안된 삐쩍 마른 여자애......

그 삐쩍 마른 여자애랑 눈이 마주쳤다.
그 여자애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씽긋 웃었다.
아....그 어린 나이에 그렇게 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걸으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저히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그 땡볕 밑에 널부러져 있는 사람들을 지나치면서

나도 특급호텔에서 자고 나온,
방콕 물가 싸다고 좋아 하는,
활개를 치며 걷는 외국인 중 한명이라는 사실에
마구 죄책감이 느껴졌다.
더위 속에 걸었더니 어질어질하기까지 했다.

가장 가까운 맥주집에 들어갔다.
Singha를 한병 시켰다.
쭉~들이켰다.

맥주를 마시면서 주위를 둘러 보았다.
배가 툭 튀어 나온,
허리둘레가 38도 넘을 것 같은,
60살이 다 된 대머리 독일아저씨가
이제 갓 20살이 넘은 것 같은 태국 여자애랑
포켓볼을 치면서 히히덕 거리고 있었다.
(방콕에 그런 유럽 아저씨, 할아버지들 부지기수로 많다.)

난 Singha를 한병 더 시켜서 쭉 들이켰고,
게임을 마친 배뽈록이 아저씨는 하이네켄을 마셨고,
어린 여자애는 코카콜라를 마셨다.

그 아저씨는 썰렁한 얘기를 하며
어린 여자애의 손을 만지작 만지작 했다.
여자애는 그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듣기나 하는지
말만 하면 낄낄거리며 좋아했다.

아....정말 다행이다.
만약 그 더운 날에 독한 술을 마셨던지,
맥주를 몇병 더 마셨다면
그 아저씨 머리통에 빈병을 던져 버렸을 것 같다.
물론....내가 워낙 던지기를 못하니까
그 아저씨의 커다란 머릿통을 여유있게 비켜갔을 지도 모르지만...

6시쯤 되었을 때,
일을 마친 친구 Joy가 왔다.
(Joy는 한국에 오면 우리집에서 지내는 친한 태국인 친구다.)

Joy의 non-stop 수다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한참 빠져있던 Sukhumvit 단상에서 빠져나와
누가 말을 많이 하나 경진대회를 하는 것 같이 수다를 떨었다.

<수다가 사람 살려> 그런 책도 있던데,
실컷 수다를 떨었더니 우울했던 기분이 배시시 풀렸다.

어린이날인 오늘,
"날아라 새들아~우리들 세상"이 울러 퍼지는 오늘,
Sukhumvit의 그 땡볕 아래서 어른 난닝구를 입고
곤히 자고 있던 어린애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 애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을까?
그 애들도 어린이날에 선물을 사달라고 땡깡을 부릴 수 있으면 좋겠다.

- 어린이날 떠올리는 Sukhumvit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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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5-0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네요. 출장 가신 일이 잘 마무리되어서 좋으시겠어요. ^^ 그리고... 그런 롤리타콤플렉스에 빠진 추잡한 영감들은 다 추방시켜버려야 되는데.

kleinsusun 2005-05-06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안녕하세요.자다가...깨버렸어요.
방콕에 그런 영감들 넘 많아요. 돈이란게...참 위력적이죠?

코마개 2005-05-06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셨군요..방콕에 그런 사람 정말 많죠. 허연 인간들이 방콕의 여자들 하나씩 달고 다니는...허연 인간이 다 경멸스러워지게 되죠. 나이트 클럽에서 허연애들 꼬셔볼라고 죽치는 여자들 보면서 화도 나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콕은 정말 매력적인 도시예요. 그쵸??
책 중에 '일회용 인간'이란 책이 있는데 현대의 노예제에 관한 얘기죠. 거기 태국도 나와요. 그 섹스산업에 대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노예제를 공고히 하는데 기여 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죠.
전에 팟퐁에 가서 바에 앉아술을 마시는데 옆에 한국 아저씨들이 와서는 아가씨들 슬슬 만지면서 사이 사이 앉혀 놓고 수작을 부리더라구요. 한참 보다가...일부러 큰 소리로 "야 가자! 이제 가서 그만 자자"그랬더니 갑자기 들리는 한국말에 당황해서는 동작그만! 손을 후다닥 수습하더군요. 그렇게 떳떳하지 못한 짓은 왜 하는지...

2005-05-06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5-0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회용 인간> 읽어봐야 겠네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도 노예제를 공고히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짝....
정말로....진정...방콕은 매력적인 도시예요.
콕 눌러 살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방콕에 살 수 있을까요? ^^

kleinsusun 2005-05-07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제가 정말 던지기를 못하거든요.
고등학교 때 체력고사에 던지기 있쟎아요. 0점이었던 것 같아요.^^
상상속에선 적중인데...ㅋㅋ

2005-05-07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5-05-0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콕은 못 가봤으니 한번 가보고 싶네요. 어린이날이 없을 것 같은 나라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아, 참. 수선님. 뗑깡은 일본말로, 간질, 지랄병이란 뜻이래요~~~

kleinsusun 2005-05-07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정말요? "땡깡부린다" 할 때의 땡깡이 그렇게 심한 뜻이라고요???
우와....앞으로 쓰면 안되겠어요. 가르켜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