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기에
"뭐야?" 하며 옆에 앉았다가 너무....놀랐다.

부시시한, 헝클어진 파마 머리에
주운 것 같은 허접한 티쪼까리를 입고
동생을 버린 남자를 쓰레파를 벗어 들고 마구 때리며
고래 고래 악을 쓰는 아줌마....

그 아줌마는...최진실이었다.

연기... 정말 잘했다.
그런데...."연기 참 잘한다" 이 생각 보다는
"어쩌다 저런 역까지 맡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92년...
서울의 모든 길거리의 리어카에서
"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거야
내가 지금 여기 눈 앞에 서있는데..."
하는 유승범의 노래가 하루 종일 울러 퍼졌다.

그 때....최진실은 요정이었다.

오늘 잠시 본 <장미빛 인생>에서의 최진실과
92년의 <질투>에서의 요정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믿기는....쉽지 않았다.

92년...
아직까지 내용이 기억날 만큼 <질투>는 인기가 많았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태풍을 일으키며 나타났고,
노래방에 가서 만원을 내면
빨간색 소쿠리에 오백원 짜리 동전 스무개를 담아 줬고,
지금은 중견 탈렌트가 된 염정아랑 홍학표 등등이
<우리들의 천국>의 주연을 하고 있었다.

아....그러고 보니....최진실만 변한게 아니구나....

그 때....
우리들은 대학 1학년이었다.

그 때....

맨날 하는 일이 술먹고,당구치고, 여자한테 차이는게 전부였던
동기 P는 OO대학에서 애들을 가르치고 있고( 정말.....상상도 못한 일이다.),

어떻게 남자랑 키스를 할 수 있냐며 수줍어 하던 친구 OO는
애 둘을 낳고 자~알 살고 있으며(공공장소에서 수유를 하기도 한다),

학사경고를 내리 받았던,
수업 시간에 칠판 보다는 주로 창문을 바라보던,
늘 조금은 우울해 보이던, 제도권과는 멀어 보이던 A는
OO법원의 검사가 되었고,

찢어진 미키마우스 청바지에 형광색 티셔츠를 입고 돌아 다니던 나는
멀쑥한 정장차림의 회사원이 되었다.

정말.....그 시절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1992년의 질투...최진실....그리고 우리.

더 이상 노래방에 오백원 짜리 동전을 담아주는 소쿠리가 없듯이
그렇게 많은 것들이 변했다.

최진실도....
나도....
우리 모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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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9-29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질투 안보고 그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유승범의 그 노래는 기억하고 있죠. 어떤 시기, 특정 장소에서 그 노래를 불렀는데요, 그 노래를 부르면 그 장소와 시간이 떠올려집니다.

엔리꼬 2005-09-29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질투를 우리 학교에서 찍은 적이 있어서 그 때 우리 모두는 난리가 났었죠.. 저도 결국엔 최진실, 김혜리 얼굴을 바로 옆에서 볼 수가 있었다는... 아~ 추억은 방울방울

kleinsusun 2005-09-29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그 특정한 장소가 어디예요? 궁금^^ 노래방은 아니죠? ㅋㅋ

서림님, 안녕하세요. 정말 추억은 방울방울이네요......방울방울 맺히는...^^
그 때 서림님이 바로 옆에서 본 최진실과 지금의 최진실...정말 많이...변했죠?

BRINY 2005-09-29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15년전, 입시위주의 교육에 불만투성이였고, 교사들이 보기에는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가끔 돌발행동을 하던 학생이, 지금은 그때 아기였던 학생들을 상대로 교단에 서있네요. 아이러니.

로드무비 2005-09-29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生은 알 수 없어!
딱 이 한마디.^^
그런데 인기절정 요정(그것도 연기지만)일 때가 인생의 황금기고
추레한 아줌마(그것도 연기지만)로 변신한 지금이 추락한 건 아닐 거예요.
남편과의 문제로 온갖 추문이 쏟아져 나왔을 때 저 수치를 어떻게 견디나,
염려스러웠는데 잘 극복한 것처럼 보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글샘 2005-09-29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0년대의 방황하던 우리가, 2000년대의 곰팡내나는 우리로 변화한 모습을 두눈 시퍼렇게 뜨고 쳐다본 이가 있습니다. 김규항의 나는 왜 불온한가를 읽고 있습니다.
거기에 답이 있을겁니다.

로즈마리 2005-09-29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장미빛 인생>의 최진실 보고, 제 2의 고두심이 되려는가 보다는 생각이 조금 들긴 했었죠. 근데, 참, 요정처럼 나왔으면 호응을 못 얻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근데, 정말 인생이란 알 수가 없어요. 생각해보면 저도 제가 이짓하고 있을 줄 몰랐으니까. 그러면서도 왠지 끄덕끄덕하게 되는 거 있죠. 누가 뭐 한다고 하면, 의왼데도, 역시, 왠지 어울려..하는..^^

kleinsusun 2005-09-29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정말...그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죠?
저도 제가 회사원이 될지는 몰랐어요. 또....회사를 이렇게 오래 다닐지도 몰랐답니다.ㅋㅋ Briny님의 학생들은 92년엔 이유식 광고 모델들? ^^

kleinsusun 2005-09-2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그 시련 속에서 다시 일어난 최진실.홧팅입니다!!!
글쿠...신한인지 신안건설인지 아파트 분양 부진이 최진실의 이혼에 있다고 소송한 그 회사.... 그 회사의 손을 들어준 판사....정말 기가 막혀요. 만약 그 아파트가 잘 팔렸다면 그건 다 최진실 덕분인가요?

92년...15년이 지났어요.
그 때가 더 좋은 시간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항상 이 순간이 인생의 화양연화라는....^^

kleinsusun 2005-09-29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나는 왜 불온한가> 읽고 계시는군요.
김규항 책을 한번도 읽어 본 적이 없어요.
인터넷에서 글은 몇번 읽었는데 좀 거북했던 기억이....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감사합니다.

kleinsusun 2005-09-29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2의 고두심....ㅋㅋ
고두심 정말 훌륭한 배우쟎아요, 그죠?
그 영화 제목이 뭐죠? 고두심이랑 전도연,박해일 나오는....
아...<인어공주>.
그 영화 보고 고두심을 더더욱 존경하게 되었다는....

최진실...예전처럼 귀여운, 요정 같은 이미지는 없어졌지만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연기력과 열정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아요.

코마개 2005-09-2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진실이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보란듯이 잘살았으면 하는. 그 이상한 아파트 회사는 최진실 이혼한것 가지고 아파트 이미지 나빠져서 안팔렸다는 말도 안되는 소송하고 판사는 손해배상 판결 내리고. 웃기지도 않죠.
아픔을 많이 겪어서 연기에서 삶이 묻어나는것 같아요.

kleinsusun 2005-09-2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아파트 회사는 어떻게든 핑계를 잡아서 조금이라도 적자를 보전할 속셈이라 치고....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판사의 뇌구조는....?
정말 웃기는 세상입니다. 외국 신문 해외토픽란에 제보를 하면 나올 듯...
최진실 홧팅!

마태우스 2005-09-2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원도에 진료봉사를 나갔었어요. 그때 줄기차게 부르던 노래였죠. 엠티를 못가고 그냥 와야 했는데요, 어찌나 아쉽던지. 진료기간 내내 겁나게 재미있었거든요.

클리오 2005-09-2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렇게 비슷한 생각을... ^^ 저도 '장밋빛 인생'을 보면서, 계속 '질투'를 떠올리고 있었거든요.. 세월이 많이 흘렀어.. 하고 말이죠... 그래서 분명 비슷한 또래일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맞았어요. 저는 92년도에 고3이었거든요.. 고3의 스트레스받는 정체불명의 머리속에 울려퍼지던, 자기만 화창한 것 같은 질투의 주제가.... 저는 그 시절 친구들을 떠올려봤자, 그때 절대 교사 안한다고 말하던 애가 지금은 교사만 잘하고 있다...밖에 할 말이 없군요. (사범대를 나왔거든요... ^^)

kleinsusun 2005-09-2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태님, 그런 겁나게 재미있는 추억이 있었군요.
마태님이랑 데이트하는 미녀는 정말 지루할 시간이 없겠어요.
워낙 화제가 많으시니깐....

클리오님, 저랑 비슷한 또래시군요.ㅋㅋ
고 3때 질투 보면 정말 "질투"가 났었겠네요.
컴컴한 독서실, 계속되는 모의고사...스트레스에 살은 찌는데
드라마에서는 그저 깨소금 쏟아지는 연애질들이.....ㅋㅋ

정말....많은 것이 변했어요. 92년과 그리고 지금.

플레져 2005-09-29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경이! 질투에서 최진실 이름이 하경이였어요. 그 둘이 세븐 일레븐에서 컵라면 먹는 바람에 죄다 편의점가서 무조건 먹었다죠. 아마, 새우탕면? ㅎㅎ
마지막회는 녹화해 두고 보고 또 보고 했었죠. 트렌드 드라마의 신호탄이었을테고... 그나저나 우리도 참 많이 변했군요. 최진실 늙는 것만 생각하고 나 늙는 건 생각도 안하고 있었으니~~~ ㅎㅎ

kleinsusun 2005-09-29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맞다.이름이 하경이었어요.직업은 여행사 다녔나...?
세븐 일레븐에서 컵라면 먹던 것도 생각나고,
또 최진실이 최수종을 베란다에서 기다리면서
죠리퐁 한봉지를 다 먹어버린 것도 생각나네요.
나름대로 시간의 흐름을 죠리퐁 빈봉지로 표현한....ㅋㅋ

어제 깨달았어요....최진실만 변한게 아니라 모두가 변했다는 것을...

moonnight 2005-09-3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이 드라마 보고 울었어요. ㅠㅠ 최진실 정말 연기 잘 하더군요. 자신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날 듯도 하구요. 야무진 이미지 그대로 시련을 딛고 일어섰음 좋겠어요. 92년에 질투가 방영됐었군요. 그 때 인기 정말 짱이었죠. 그거 하는 날은 과동기남자애들도 술도 안 마시고 집으로 뛰어갔던.. ^^;

kleinsusun 2005-09-30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최진실 연기 정말 잘하죠?
드라마 제목처럼 최진실이 시련을 딛고 다시 "장미빛 인생"을 찾길 바래요.^^
 

한가한 일요일.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김영하 산문집 <랄랄라 하우스>를 읽었다.

김영하 옛날 단편 중에(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남자친구랑 헤어질 생각으로 삐삐를 버린 여자가
삐삐를 찾으려고 난지도를 뒤지는 얘기가 나온다.
삐삐 소리가 지금도 울리고 있는 것 같은 환청을 들으며
한밤에 난지도로 가 쓰레기를 뒤지는 여자.
아....그 심정 절절히 공감할 수 있다.
내가 왜 그런 미친 짓을 했을까...후회에 가슴을 치며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여자.

이번 산문집에도 난지도 얘기가 나온다.
어떤 부부가 부부싸움을 했다.
감정이 격해진 여자가 "이 결혼은 무효야!"하며 결혼앨범을 버렸다.
그 다음날, 정신을 차린 남자가 난지도로 달려 갔다.
다행히도....그 남자는 앨범을 찾았다.
극적으로, 3박 4일을 새워 뒤져서 찾은 건 아니고
난지도에서 일하는 사람이 찾으러 올 것 같은 쓰레기를 미리 분류해 뒀다고 한다.

난지도까지 달려가서 앨범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부는 3년 후에 이혼했다고 한다.쩝.

난지도 얘기를 읽으니
쓰레기 더미를 어쩔 줄 몰라하며 뒤지고 있던
커플이 생각났다.

4월달에 방콕 출장갔다가 새벽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였다.
친구가 마중을 나왔다.
가는 길에 을왕리에 들려 칼국수를 먹고 가자고 했다.
피곤하긴 했지만 인천공항까지 나온 친구의 제안에 따라
을왕리에 가서 칼국수를 한 그릇씩 먹고
바다를 바라보며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쳐다 보니
한 남자가 조개 껍데기와 음식 찌꺼기가 마구 뒤섞인 쓰레기 더미를
쭈그리고 앉아 뒤지고 있었다.
그 옆에는 여친으로 보이는 여자가 어쩔 줄 몰라하며 서있었다.

우리가 그 쪽을 흘끔흘끔 쳐다보자
식당주인이 말했다.
"어제 여기서 조개구이를 먹고 반지를 빼놓고 갔데요."

아....재활용품도 아니고, 신문 수거함도 아니고
손도 다치기 쉬운 조개 껍데기를 미친듯이 뒤지고 있는 그들을 보니 너무도 안스러웠다.

무엇보다도....
반지가 쓰레기 더미 속에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 같았으므로....

왜 조개를 굽다가 반지를 뺐을까?
반지 낀 손으로 목장갑을 끼기 싫었을까?
아님 조개를 까먹다가 비린내 베인 손을 깨끗하게 씻으려고 그랬을까?

식당에 뭘 두고 갔다고 한들,
종업원이 "아무것도 없었는데요." 하면 그만이다.
증거도 없고, 거기에 두고 왔다는 확신도 없다.
"정말 없었어요?" 몇번 더 물어보면 사람 의심한다는 말 듣는다.
뭐든 잃어버린 사람 잘못이고 책임이다.

새벽부터 쓰레기 더미를 미친듯이 뒤지던 커플.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반지를 찾았을까?
혹시....반지 때문에 싸우다가 헤어지지는 않았을까?
반지를 잃어버린 여자친구를 오히려 위로해 주는 남자에게 반해
그들의 사랑이 더 두터워졌을까?
그 매스꺼운 쓰레기 더미를 뒤지다 그 날 점심은 먹었을까?

그 커플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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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09-04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날은 티걱태걱 싸우다가 그러다 결국 새반지를 사는쪽으로 끝났겠지요. 반지 잃어버린건 안타깝겠지만 어차피 반지 하나잖아요.
아마 그 커플 여전히 행복할 거예요. 반지하나를 찾기 위해서 쓰레기 더미를 뒤질 수 있다는건 둘이 서로를 많이 사랑한다는거잖아요. 설마 반지값때문에 뒤졌겠어요? ^^

파란여우 2005-09-04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으면 반지값때문에 뒤졌을 것 같은...이래서 난 안돼!!

야클 2005-09-04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죠? 부담없이 낄낄거리며 하루만에 다 봤어요. 요즘은 좀 한가하신가요? 전 오늘도 회사에서 일하다가 좀전에 들어왔어요. ^^

코마개 2005-09-0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커플반지라면 다이아몬드도 아니고 기껏해야 18k 짜리 반지였을텐데 다시하나 샀겠죠 뭐...

kleinsusun 2005-09-05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벌초 얘기 잘 읽었어요. 앞으로도 저 같이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얘기들 많이 많이 들려주세요.글이 참 솔직하고 와닿아요.

파란여우님,ㅋㅋ...많은 사람들이 반지값 때문에 찾을껄요? 그게 얼만데.....하면서..
또는 과장된 의미를 둘 수도 있죠. 반지를 잃어버린 건 너의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야....라거나 하며.....

야클님, 아.....좀 한가했었어요.8월 한달 + 9월 첫주 정도 그래요. 오늘 부터 다시 바빠졌답니다. 보고서는 다 썼나요?

강쥐님, 그 사람들의 그 맹렬한 자세는 18k가 아니었다니깐요.ㅋㅋ
 

누구나 이별을 두려워 한다.
한참 사랑을 하면서도 문득...스치듯이 이별을 생각한다.
너무 행복하면 이 행복함이 언제까지일까 불안해 하기도 하고...

이별은 대개의 경우 아프다.
방법은 다르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별에 각자의 방법으로 대처한다.
뭐 보험을 들 수도 없으니....

한 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너 없으면 못산다고 난리쳤던 사람에게,
영원히 너만을 사랑할꺼라고 오버했던 사람에게,
"우리....헤어지자"고 얼굴 보면서 말하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드라마에서 처럼
"이별여행"을 떠나고
나란히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지나간 기억들을 추억하고
"행복해!" 하며 헤어진다는 건....
드라마니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사랑했던 사람에게,
때로는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만 만나자!"라고 말하는건
아무리 강철심장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특히 마음 약하고 우유부단한 사람들에게는....

전형적인 이별의 유형에는 어떤게 있을까?

■ 일단 피하고 본다.그리고 차여주는 척.

- 심화되지 않은 관계, 그러니까 소개팅 후 2~3달 만남의 관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별의 방법.

일단 전화가 뜸해진다.
갑자기 회사가 바빠진다. 주말에 특근 및 집안 일들이 생긴다.
전화를 받아도 평소와 같지 않게 건조하게 받는다.
가끔 전화를 안 받기도 한다.

처음엔 그저 바쁘겠지....
바빠서 힘들겠지....
생각하던 상대방이 참다 못하고 연락해서
"그만 만나자!"말하면
"니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자"하며 꼬리를 내린다.

이런 방법을 애용하는 남자들은 말한다.
"여자한테 차여주는게 매너지."

매너가 좋은건지,
악역을 담당하고 싶지 않은건지,
골치 아픈 상황을 싫어하는건지.....

뭐...이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헤어진다.

■ 정말 헤어질 생각은 아니었는데....결국 헤어진다.

- 여자들이 많이 저지르는 일이다.

남자의 애정 표현이 부족하다거나,
남자에게 확신이 부족해 헛갈리거나,
집에서 반대를 한다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계속 만나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 헛갈릴 때,

그러니까 마음 속으로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말하고 본다.헤어지자고...
마음 한켠에선 남자가 자기를 잡아 주기를 바라면서....

이런 일이 몇번 반복되면....정말 끝난다.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모든 사람에게,또 기업별로, 국가별로
"위기 대처 방법"과 "위기 대처 능력"은 다른거니까....

속으로 힘들어 죽겠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사람도 있고,
한동안 술에 빠져 지내는 사람도 있다.
술 먹다가 엉엉 울어버리는 사람도 있고...

상대방이 멀어지기 시작했을 때,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든 돌아오게 하려고
당근과 채찍을 같이 쓰는 사람도 있고,
스스로 다치지 않으려고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가지 이유를 찾아 헤어진게 잘된 일이라고 이별을 합리화하는 사람도 있고,
왜 그런 인간을 좋아했을까 하며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상대방에게 차일 것 같은 두려움이 있을 때,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는게
과연 현명한 일일까?

그러니까...게임에서 질 것 같을 때,
질 것 같지만 결과는 아직 모르는 건데
두려움으로 판을 접고 나와버리는게 잘하는 일일까?

이별은 아프다.
차이거나 차거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프다.
그러니 너무 잔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주가 며칠 연속 빠졌다고 불안해서 팔아버리고
팔자마자 반등하는 주가 앞에서 가슴을 치며 후회한다.

부자가 되려면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랑도 그렇지 않을까?
성급하게 결정하면 후회할 수 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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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3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5-09-03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번은 절대적으로 싫어하는 방법입니다. 제 입에서 끝내자고 이야기가 나오면 정말 끝입니다.. --;; 그러나 귀찮은 일을 회피하고 싶어하는건 맞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점심은 6명이서 갈비탕을 먹었다.
고기집에서 갈비탕을 먹으니 마치 상차림이 결혼식장 같았다.
결혼식하고 있을 때 우르르 몰려가서 갈비탕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입을 닦은 후 사진 촬영에 동참하는 그런 결혼식장 음식.

난 한국의 결혼식이 정말 싫다.
무슨 결혼식에 대절 버스가 몇 대나 올라오고,
얼굴도 한 번 본적 없는 부모님의 아는 분들, 사돈의 팔촌들까지 다 와가지고 우글우글...
왜 하필 결혼식을 일요일 3시에 하냐고 투덜투덜 거리며 가서
가증스런 웃음으로 눈도장을 찍고 시간과 관계 없이 밥을 먹고 나오는 그런....

대구의 어떤 예식장은 꼭 무슨 결혼 백화점 같았다.
거대한 건물에 한 층에 웨딩홀이 6개는 되는 것 같았다.
어디서 하는지 몰라서 두리번 거렸는데
각 6개의 신부대기실에서
비슷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6명의 신부가
비슷한 미소를 지으며
비슷한 대사로 친구들을 맞이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보니
현기증이 났다. 징그러웠다.

나는 정말 이런 결혼식을 하기 싫다.
마음 같아서는 양가 부모님이랑 가까운 친척, 몇명의 친구만 초대해서
조용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데,
이게 뭐....내 마음대로 하기는 어렵겠지...
그 동안 부모님이 거의 주말마다, 그것도 성수기에는 몇탕씩,
분주하게 남의 집 결혼식에 참석하며 낸
천문학적 부조금을 생각 하면,
가족들만 모여 조용한 결혼식을 한다는 건
불효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른 건 다 타협하더라도 나는 페백이 너무 싫다.
폐백을 꼭 해야 한다면 조건이 있다.
폐백을 받는 신랑,신부의 친척 수를 같은 비율로 정할 것.

결혼식에 가면 폐백실에 남자네 친척들은 다 모여 드글드글하고,
여자네 친척들은 다 집에 가는 경우가 많다.
남자네는 얼굴도 잘 모르는 친척한테까지 다 절을 하고,
여자네는 부모님한테만 하던지 아니면 부모님 마저 페백을 못 받는 경우가 있다.

결혼할 때 폐백을 아예 하지 않던지,
아니면 동일한 비율로 절을 하겠다는 의지를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이건 또 무슨 헛소리냐 하며 친구들이 대답했다.

" 넌 왜 그렇게 생각이 없냐? 너 절 값이 얼만지 알아?
한시간 정도 고생하면 신혼여행 비용 뽑는다구....
절값을 포기할 생각을 하다니...거 참..."

까잇 거....없어도 된다.
또, 발상을 전환하면 남자네 친척 + 여자네 친척,
이렇게 2배수에 절을 하면 절값이 2배가 된다.

언젠가 선본 남자한테 폐백에 관련한 나의 의지를 말한 적이 있다.
선본 날은 아니고 두번째 만났을 때였다.

그 남자는 나의 말을 열심히, 적극적으로 경청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 혹시....남자한테 뭐 피해당한 적 있어요?
그러는거 안 어울려요. 이쁘게 생겨가지고...."

난 정말 당황스러웠다.
이쁘다는 말을 듣고 웃어야 하는 건지,
이런 시대의 비극에 슬퍼해야 하는지....

그 남자는 페미니스트는 드세고 "못생긴" 여자들이며,
남자한테 피해를 당한 여자들이 "한풀이"로 한다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이쁜 여자가 그런 말을 하면 어울리지 않으며,
이쁜 여자는 이쁘다는 이유로 오히려 "후광효과"를 누리며
남들 보다 많은 혜택을 받고 산다는 거다.
즉...그러므로 나는 그런 과격한 의견이나 불평을 하면 안되다는 거였다.

이거 참...말이 되는 건지...
어쩌랴....그냥 웃고 말았다.

어쨌든....나는 폐백이 싫다.
과격한 여자, 또는 또라이로 몰리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폐백이 싫다.

이 글을 읽고 이렇게 물을 수 있겠다.
"근데...결혼할 남자는 있는 거예요?"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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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08-2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하루저녁의 왕자 공주 놀이 - 꼭 다 큰 어른들이 하루 입고 평생 쳐다보지도 않을 옷, 평생 사진 보고 쑥쓰러워 할 옷 입고 가증스레 웃는 거 이 말 이상으로 잘 설명하는 말 없을듯요 - 매너가 생각하는 결혼식은 한 일이년 같이 살다가 점심시간 중간에 회사에서 빠져나와 동사무소나 시청 가서 혼인신고 한 뒤, 이백원짜리 자판기 다방커피 뽑아마시며 싱긋 묻는 거라죠. "밥 먹으러 갈래?"

근데 정작 문제는-_- 이 이야기를 한 번 진지함을 담아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날벼락이 떨어졌어요.

"이새꺄~ 그간 남의 잔치 쳐들인 돈이 얼만데!! 본전 뽑아야지!!"
쿨럭;;;;;;;;;;

후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사는거, 멋진 일이긴 하지만 저 문제 가끔 생각 닿으면 골이 아파온다죠. 그나저나 그 폐백. 두어 번 들어가 봤는데 군대에서 자대배치받고 신병 환영회(를 가장한 갈굼판)이랑 똑같다는 생각이 들덥디다. 다 돌아가면서 '나 누구다'자기소개하고 친척 모임때 가서 누군지 어리버리대면 '폐백때 봤는데 버럭~'하고... '신규 가족 멤버 신고식'이라 생각한다면... 흐흐. 이런데까지 군대 이야기 꺼내는 매너가 이상한 거겠죠. 좌우간. 즐거운 금요일입니다. 헌책방 순례라도 하면서 즐겁게 보내세요. 크흑~ 그리워라. 신촌의 헌책방들... ㅜㅡ

덧붙여_제 결혼관, 결혼식에 대한 관념과 똑같은 생각을 가진 아리땁고 명민한 아가씨에게 대쉬했다가 완곡히 거절당한 기억이 새록새록. 히죽. =)

kleinsusun 2005-08-26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매너,지금 울산에 있남?
신촌 헌책방 간지 오래됐네.... 몇달 정신 없이 살았더니.
매너처럼 cool한 남자들이 더더더 많았으면 좋겠당.
멋져...일이년 같이 살다가 점심시간에 혼인신고하고 "밥 먹으러 갈래?"
근데 매너야....여자들한테 이런 얘기했다가 차이겠다...ㅋㅋ 사람을 잘 가려서 해.호홋.

2005-08-26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rine 2005-08-26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남친도 제가 이런 주제로 열을 올릴 때면, 너 무슨 피해의식 있냐? 꼭 이러더라구요 진지한 토론 자체가 안 되요

코마개 2005-08-26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요...결혼은 정말 친구랑 부모 모셔다가 술이나 한잔 빨면서 하면 딱 좋겠지만 그건 부모가 저세상 가고 없지 않는한 관철되지도 않아요. 글고 폐백은 일단 그 폐백 음식값이 넘 아깝죠. 먹지도 못하는 음식이 뭐 그리 비싼지. 그리고 요즘은 대부분 남자 여자쪽 다 하죠. 그런데 폐백, 결혼식 당일 문제 이런건 결혼 얘기 나오면 정말 생각지도 않아요. 왜냐면 다른 것들이 염장을 충분히 지르기 때문에 그 정도는 '니 맘대로 하세요' 자세가 되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문화 속에 나타난 성적 불평등 보다도 "우리 결혼 해야하는 이유가 뭐지? 내 인생의 큰 흐름에 결혼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이죠. 근데 대부분 이런 물음보다는 "집은 얼마짜리, 예물은 ..."이런 쓸데 없는 일로 싸우고 머리 깨지죠. 정작 중요한걸 두고. 수선님은 현명하게 판단해 보세요.
그나저나...이놈의 호적법이 바뀌어야 혼인 신고를 할텐데, 아직도 3년이나 남았네요.

kleinsusun 2005-08-26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드디어 제 맘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났네요.
제 친구들은 어떻게 자기 부모님한테는 폐백도 안했거나 못한 애들이 절값에만 관심이 많은지.... 제가 폐백 얘기를 하면 손익 개념이 없는 인간으로 몬다니깐요.
그나저나....지나간 일이쟎아요. 앞으로 부모님께 더더더 많이 효도하세용.

나나님, 맞아맞아. 툭하면 주제와 관계 없이 "피해의식" 얘기가 나온다니깐요.
이러면 대화가 안되요. 아....열려라, 참깨.^^

강쥐님, 네....제가 요즘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결혼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호적법 바뀌려면 3년 남았어요?
까잇거 뭐...3년 후에 하죠 뭐.ㅋㅋ

파란여우 2005-08-26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거는 안 어울려요. 이쁘게 생겨 가지고...
그런고로 님은 이쁘시니 폐백을 해야겠슴돠!!! 우히히^^

클리오 2005-08-26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식에 대한 제 생각과 비슷하시군요. 너무 황당하더군요, 똑같이 왔는데 '신랑쪽 친척들은 폐백실로...'어쩌구 하는거요. 근데 또, 나와는 달리 부모님은 너무나 당연스럽게 그걸 생각하시니... 더구나 막상 결혼식이 닥치면 부모님의 로망이 구현되는 장소이고, 나로서는 식이 없어도 살 수 있으니 좀 대충 문제없이 때우는 것만이 최고의 목적이 되고... (결혼식의 주인공은 사실 절대 신랑신부가 아니라죠... --;) 결국 저는 동시입장과 친정부모까지 폐백을 하는걸로 그냥 타협을 봤어요... 요즘은 친정 부모님도 폐백을 하는 분위기가 많더라구요.. ^^

BRINY 2005-08-26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3년 남았나요?

kleinsusun 2005-08-26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그럼 폐백을 할깝쇼? ㅋㅋ...근데....결혼 여부가 아직...호홋

클리오님, 아하....그 생각은 못해봤네요.부모님은 그런 상황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거...아빠들은 딸의 팔짱을 끼고 입장을 하고 싶은 환상이 있나요? 저도 결혼을 한다면 동시입장을 하고 시퍼요.

Briny님, 3년...그럼 몇년이죠?2008? 헉...

2005-08-26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8-27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은 내가 하는거지만 결혼식은 부모가 하는거랍니다. 내 뜻대로 되는거 하나도 없어요. 준비부터 열받는거 생각하면 다 때려치우고 싶었던 날이 한 두번이 아니죠.
저는 다행히도 시집이 엄청 보수적인데 의외로 폐백은 양가 모두 받아야 한다고 시부모님께서 말씀해 주시더라구요(이것도 웃기죠. 어떻게 할까의 결정권이 모두 시집에 있으니...) 그래서 친척많은 양가의 절값이 너무 빵빵해서 신혼여행가서 기분 만땅... ^^

글샘 2005-08-27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백은 신랑집 식구들만 있는 것이 당연하죠.
원래 구식 혼례는 신부집 마당에서 하는 것이었고(아니라면 신부네 동네) 신랑이 장가오는 것이 혼례식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보면, 결혼식장에는 신부네 하객만 입장하고 신랑네 부모 가족 정도만 입장을 시켜야 하는 것이 좋겠지요(?), 구식 혼례의 원칙대로 하자면... 그렇다는 말이지요.
그리고 3일 자고 나서 신랑 집으로 평생 귀신이 될 시집이란 걸 가서, 신랑집 주변에 드글거리고 사는 시댁 식구들에게 인사 드리는 것이 <폐백>이란 절차였고, 그 때 신부 어머니께서 싸보내시는 음식인 <이바지>가 친정의 수준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으니 좋은 음식이었던 것이 당연하겠죠.
요즘은 곧 이혼할 부부들이 싸구려로 결혼하고, 돈도 없는 가난한 나라에서 폐백값 잔뜩 챙겨서 해외로 여행들 가는 거 보면... 착잡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구식 혼례가 아닌 이상, 원칙을 따질 필요는 없을 거구요. 폐백을 한다면 양가 부모님들과 가족들의 상견례(사돈을 평생 한 번 만나는 자리일 수도 있으니까요) 절차로 자리매김하게 되면 좋겠지요. 아니, 저도 정말 저 머리가 꼭지까지 돌아버릴 복잡한 결혼식이란 절차는 언젠가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leinsusun 2005-08-27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결혼은 내가 하는거지만 결혼식은 부모가 하는거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그렇게 부모님들이 퇴직하기 전에 결혼해라, 은퇴하기 전에 결혼해라...하시는 건가요. 이래서...결혼은 어렸을 때 하는게 좋다고 하는건가봐요. 아무런...환상이 없어요. 어쩌죠? ㅋㅋ

kleinsusun 2005-08-2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아....원래 폐백이 그런 절차였군요.
그럼 요즘 결혼식은 서양 결혼식과 전통 결혼식에서 "이벤트"성 차례들만 뽑아서 하는거네요. 한국의 정신 없는 결혼식....언젠간 달라지겠죠? 그럼 그 때 까지 기다릴까요? ㅋㅋ

로드무비 2005-09-03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렇게 간략하게 해치웠답니다.
결혼, 하면 해치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인 일일까요?^^

mccoin 2006-11-22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6년이 다 가고 있는 마당에 작년글이지만 새삼 결혼에 대해 아니 결혼과 식에 대해 생각해보니 열받네요
강쥐님 말씀처럼 폐백 이외에도 충분히 열받게 할 만한것이 산재하고 아 열받다 죽지 않은게 다행- 바람돌이 말씀처럼 폐백에 친정도 들어오라고 시댁쪽에서 '허락'을 내려주시는 거고 수선님처럼 저도 폐백을 아주 하지 않기로 결혼전엔 맘먹고 살았었지만 이런 이야길 했을때 수선님과 같은 말들을 들었었지요 '떡값이 얼만데..'또한 정말 이상하다거나 까칠하다는 시선.. 다이아몬드도 개인적으로는 그 역사에 기인하여 끼기 싫었지만 작으나마 반강요에 의해 구입하게 되었으나 -내 같지도 않은 신념무너지는 소리 (마음아팠슴다ㅠ)-작으니 그건 다이아도 아니라는-소리를 몇번이나 들어야 했고 진주나 뭐 한복에 다는 뭐더라 갑자기 생각안나네 그 비싼 농문에 걸어놓을 것 같은 장식 있잖습니까-그게 그리 비싼지도 몰랐습니다- 딱하니 사다놓고 너를 위하여 샀다고 보여주는데 사랑받아 기뻐요 라고 눈물 흘려야 할지 그런거 관심없다고 몇번이나 좋게(!!) 돌려서 혹은 직설적으로 말했었는데 네말은 완전 관심없다는 식인건지 그런 돈나가는 물건들로 잡히기 싫은 내 심정-어찌보면 내가 불쌍하다 ㅜㅜ-이나 그 밖의 여러가지가 등등등등등 있지만 말이 넘 길어질것 같아 그리고 작년 글에 댓글이 살짝 민망해지는 시점 ㅋㅋ 하지만 그냥 지나가기 힘들었다는 거 -결혼한지 4개월;- 수선님이 이 댓글 언제 보게 될까요? ㅋㅋ;
 

회사원의 하루에서 회사원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당근 퇴근시간.
그런데...퇴근시간은 정해져 있지가 않다.
원래 팬티 고무줄 보다 더 잘 늘어나고,
(참....너무 옛날 표현이다. 요즘 팬티는 얼마나 좋은데...절대 안 늘어난다.)
주가보다 더 유동적이고 변화가 심한 것이 회사원들의 퇴근 시간이다.

퇴근시간 다음으로 회사원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점심시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만큼
아무리 바빠도 다들 점심은 먹는다.

오늘 점심시간.
7명이서 쌈밥을 먹었다.
귀찮아서 쌈은 하나도 싸 먹지 않고 제육볶음만 먹었다.
(쌈밥을 시킨건 내 의지가 아니었다.)

내가 싫어하는 음식은 먹기가 까다로운 음식이다.
예를 들어 꽃게, 왕새우, 크랩 이런거....
까고 살 빼내고 이런거 너무 귀찮다.

그래도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으로서 가끔 그런걸 먹으러 갈 때가 있는데,
자기는 먹지도 않고
남자 앞에서 열심히 꽃게 살을 발라주는 여자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엄마가 살을 발라서 내 숟가락에 얹어 줄 때는 좋다. ㅋㅋ)

쌈밥을 먹고 나오면서 K과장과 테이크 아웃 커피집에 들어갔다.
빅마마의 흐느끼는 듯한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비도 오는데 꾸물꾸물한 기분에 딱 맞아 떨어지는 노래였다.
잠깐 노래에 빠진 상태로 서 있다가 K과장에게 말했다.

수선 : 이 노래 너무 좋다.
K 과장 : 이 노래 제목이 뭐야?
수선 : 뭐더라....체념도 아니고 break....뭐 그런건가?

우리의 대화를 듣던 커피집 아저씨가 답답한 듯이 말했다.
"여자요, 여자!"

아...노래 제목이 <여자>구나.
"feel" 받은 나는 사무실에 들어와 이어폰을 끼고 빅마마의 <여자>를 들었다.
그 절절한 목소리가 꾸물꾸물한 기분을 마구 휘감으면서 딱 좋았는데,
두번째 듣다가 가사 보기를 했더니 짜증이 났다.

나를 사랑한다면 아무것도 바라지않아
손을 대면 차가운 내가슴 안아주면되

이젠 나는 괜찮아 누구라도 나는 괜찮아
얼음처럼 흘리는 내눈물 가려주면되


뭐냐? 가사가 거지 같다.
힘드니까 아무라도 옆에 있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아무라도 좋으니까 사랑을 하겠다는,
이별로 텅 빈 마음을 누군가의 사랑으로 채우겠다는....

아...정말 지겹다.
근데 노래 가사는 또 왜 "여자"인가?

"여자"가 노래 제목에 들어가는 경우,
대부분의 가사가 이런 식이다.
사랑이 전부인 나는 여자이니까.... 뭐 이런....

이런 가사들은
"가구는 여자예요" 라던가
작은 집에는 들어가지도 않을 커다란 냉장고를 껴안으며
"여자라서 행복해요" 라는 거랑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노래가사를 자유롭게 쓰는 건 좋은데,
광고카피를 자유롭게 쓰는 것도 좋은데,
왜 "여자"라는 하나의 gender를 이렇게 마구잡이로 규정하려 하는지....
또 이런 거 자꾸 듣고 보다 보면,
이런게 여자들의 "속성"인 것으로 머릿 속에 저장된다.

오직 사랑이 전부이고,
당근 일보다 사랑이 먼저이며,
사랑에 목숨 걸고, 사랑 안 하면 못살고,
외롭다고 내 눈물 닦아줄 사람이면 아무나 된다고 울부짖고....

지겹고 짜증나긴 하지만,
창작의 자유가 있으니 마음대로 쓰고 노래하는 건 좋은데,
왜 "여자"라는 gender를 싸 잡아서
"나는 여자이니까..." 하는 노래가 자꾸만 나오는지....

실제로 실연의 상처를 견디지 못해서 아무하고나 결혼하거나(그것도 몇 달만에)
더 이상 주말에 혼자서 밥을 먹기 싫다는 이유로
"결혼 그 까잇거 뭐...대충..." 하며
부모님 권장사양이랑 "대충" 결혼하는 사람들 정말... 많이 봤다.

그런 사람들 있다. 아니 많다.
뭐 통계가 없어서 알 수는 없지만,
내가 본 그런 사람들 중에는 남자가 더 많았다.

어쨌거나...
제발 "사랑이 전부인 여자이니까..."하며
"가구는 여자예요" 하는 식으로
무지막지한 가사나 카피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노래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라면
진짜 사랑 안 하면 죽는지 아는,
허접한 사랑에 목숨거는 여자들이 대량 양산된다.

<여자> → <어떤 여자> 또는 <나 같은 여자>로 제목을 바꾸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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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8-25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마마의 이번 앨범 가사가 다 그래요. 뭘 갈구하는 노래 가사조차도 아주 연약한 짐승이 되어 바라고 있거나 난 여자니까 사랑만 채워줘 이런 거...
사랑에 목숨걸어보는 것도 좋지만, 사랑을 거저 먹으려는 심뽀는 용서 안됨.

야클 2005-08-2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왕새우 껍질 잘 깝니다. 거의 선수죠.(해마다 겨울에 대하 수백 마리는 먹슴다. ^^) 이담에 기회되면 새우속살만 발라드리죠. 푸할할~~~ ^^

코마개 2005-08-25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하가 사는 곳이 귀하를 말해 줍니다' 이것도 엽기 카피중 하나죠. 이거 듣고 머리를 한대 '띵'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죠.
'여자라면 꿈꾸세요'- 젠장, 난 여자인데 그런 꿈 안 꾼다.
'여자 아파트' - 이건 뭔지. 어떤게 여자 아파트인지.
이래놓으니 여자가 무슨 소비의 화신쯤 되어 보이는 군요...
더불어 갑각류를 먹을땐 체면을 버리고 도구도 버리고 두 손을 이용하여 마구 게걸스럽게 먹어야 제맛입니다. 태국서 그렇게 먹고 있는데 문득 돌아보니 종업원들이 나를 구경하고 있더라는..

kleinsusun 2005-08-25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맞아요 맞아. 딱 좋은 표현이네..."연약한 짐승". 무슨 노래가사가 다 상처입어서 혼자 못움직이는 짐승처럼 다 그렇다니깐요. 꼭 무슨 "살려줘요!" 같아요.ㅋㅋ

야클님, 저랑 데이트를....새우가 먹고 싶어요.ㅋㅋ

강쥐님, "귀하가 사는 곳이 귀하를 말해 줍니다" 첨 봤을 때 정말 기절하는지 알았어요. 광고심의위원회 이런데서는 체모가 보이니 안보이니 이런 것만 하지 말고,
이런 말세 같은 카피나 한번 연구하면 좋을 것을...

marine 2005-08-2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노래 무지하게 짜증났어요 "사랑이 전부인, 나는 여자이니까" 여자를 나 같은 여자,로 바꾸라는 말에 절대 공감!! 그런데 빅마마는 생긴 건 대단히 주체적으로 보이던데 가사는 왜 다 그 모양이래요?

kleinsusun 2005-08-25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생긴건 대단히 주체적이며, 다이어트 시장의 대상으로 하락한 여자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자신감까지 있는 것 같은데.....가사는 왜 그 모양일까나...

오렌지향 2005-08-25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로디만 듣고 가사는 귀에 안들어오던데.
근데 사랑에 푹 빠져 버리면 연약한 짐승이 되든 뭐가 되든 그럭게 수동적으로 변해버리는 것이 아닌가요?
"사랑이 전부인 나는 여자이니까"는 쫌 아니네요. 지적 잘하셨어요!

줄리 2005-08-25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예리하시네요. 거슬리긴 해도 그냥 넘어가기 쉬운데(아 저말입니다.) 그걸 이렇게 콕 찝어서 바른말 잘하시는 수선님 정말 멋져요!!

바람돌이 2005-08-25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의 글을 보면 언제나 통쾌해요. 사소한 것에서 어떻게 저런 심오하고 멋진 생각을 이끌어낼까싶은....
근데 저도 귀찮아서 뭐 까서 먹어야 되는거 안좋아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게 다 맛있잖아요? 그래서 남자가 내 옆에 앉아서 일일이 발라주는게 최고예요. 근데 왜 여자가 그러고 있으면 신경질나고 화나는데 남자가 그러고 있으면 그 남자 괜찮아보일까요? 이것도 남녀차별인가? ^^

moonnight 2005-08-26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귀찮게 공들여서 먹어야 하는 음식 싫어한답니다. ^^; <여자>의 가사가 그랬군요. 노래 좋네. 하면서도 가사는 신경써서 안 들었나봐요. 갑자기 어떤 선배생각이 나요. 넌 결혼 안 하냐 하길래 생각없어요 하니까 결혼하고 싶지 않은 여자는 세상에 없다 -_-라고 하던 선배;; 세상이 바뀌는 듯도 한데 어떤 고정관념들은 그렇질 못하네요.

kleinsusun 2005-08-26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지향님, 그죠? 가사가 귀에 안들어오죠?
가사보기 안했으면 저도 몰랐을꺼예요.
근데....사랑에 빠지면 더 명랑하고 상대방을 위해 뭔가 해주고 싶은 그런 사람으로 바뀌지 않나요? 제 연애경험으로는...ㅋㅋ

줄리님, "멋져요!!" 그러시니깐 칭찬 받은 어린애처럼 으쓱으쓱해용.ㅋㅋ

바람돌이님, 그죠?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가 자기는 안 먹고 그러고 있으면 짜증나는데, 막상 제 옆에 앉은 남자가 헌신적으로 살을 발라주면 얌얌 맛있게 먹죠.ㅋㅋ
아무래도 이번 대하시즌에는 야클님이랑 데이트를....푸하하.

moonnight님, 아.... moonnight님도 귀찮은 음식 싫어하시구나.
moonnight님의 페이퍼에서 떡볶이, 라면 같은 소박한 음식을 좋아하시는 걸 알고 있었어요.점심은 드셨어요? 저는 갈비탕 먹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