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어나서 단 한번도 술을 마시지 않은 남자, Mago.

새해 들어 한번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
뭐...이제 겨우 5일이지만...
감기 때문에 마실 수도 없었다.
또 몸짱 프로젝트를 위해선 더더더 안된다.

한국은 정말 "술 권하는 사회"다.
특히 회사원들은,그것도 영업사원들은 정말 술 마실 일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은 의지"가 있다면 안 마실 수도 있지 않을까?

Mago는 내가 담당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파키스탄 거래선 사장이다.
1년에 한두번씩 한국에 온다.

인천공항 아저씨들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태국 같은 나라에서
사람이 오면, 일단 "불법 취업"을 의심하고, 입국 심사 디따 오래한다.
하루 종일 공항에 잡아 두기도 한다.

前 회사 있을 때,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었다.
월드컵 때 태국 거래선들을 초청했었는데,
그 중 한명이 뇌졸증으로 쓰러져서 급히 입원을 했다.
정말 놀러 왔다가 무슨 일인지...

급하게 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고,
그 가족들은 토요일 아침에 도착하는 비행기로 들어 오기로 했다.

그런데....토요일 아침에 인천공항 입국심사소에저 전화가 왔다.

이 세상 권력을 혼자 다 가진 것 같은 아저씨가 고압적으로 물었다.
" 왜 회사 전화는 아무리 울려도 안 받아요?"

회사에서 발급한 초청장을 보고, 확인 전화를 한거였다.

수선 : 저희 주 5일 근무거든요. 토요일은 휴무예요.
인천공항 : 그럼 어떻게 확인을 하고 이 사람들을 입국시킵니까?
당신이 정말 OOOO 직원인지 브로컨지 알게 뭐야?

정말....기가 막혔다.
결국 당직한테 전화를 했나, 회사 안내센타에 확인을 했나 해서
그 가족들은 입국할 수 있었다.
남편이 남의 나라에서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내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그런 가족들이 인천공항에서 몇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그 인천공항 직원의 마지막 말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평일에 오라고 해요!"

지금 생각해도 부들부들 떨린다. 신문에 투고라도 할 껄 그랬다.

아....파키스탄 얘기를 하다가 말이 옆으로 샜다.
파키스탄 거래선 사장 Mago는 태어나서 단 한번도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단다.

파키스탄에서는 술을 팔지 않지만,
그래도 출장도 자주 다니고, 해외여행도 자주하는데
궁금해서라도 한번 마셔보지 않았을까?

몇번이나 물어봤지만, Mago는 한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마시고 싶은 생각조차 한번 든 적이 없었단다.

그 때, 생각했다.
아..... 술 없어도 잘 살 수 있구나.ㅎㅎ

왜 갑자기 Mago 얘기냐구?

나의 "금주" 의지를 단단히 하기 위해서다.
평생 한번도 안마신 사람도 있는데,
그 까잇 몇달을 못 참으랴....

그런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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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6-01-06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흘내로 꺽는다에 한 표!! ㅎㅎㅎ

바람돌이 2006-01-06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키스탄이 이슬람 국가잖아요. 아마도 종교적 의지가 이분을 그런 길로 이끈게 아닌가 싶은데.... 게다가 이슬람국가다 보니 별로 술권하는 사회도 아닐 것 같고... 우리하고야 다르잖아요. 저도 열흘내로 꺽는다에 한 표... ^^

2006-01-06 0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6-01-06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수선님. 저도 새해에 술 한번도 안마셨어요.
근데 저는 오늘 마실려구요. ㅋㅋ
금주의 의지를 너무 굳건히 하지 마시고 때때로 마셔주세요. 간혹 술이 우리를 즐겁게 하는것도 사실이니까요.
헤헷 :)

마늘빵 2006-01-06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술 마셨어요.

코마개 2006-01-06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본인 스스로도 못 믿고 있으면서...저 아저씨 눈 참 선하게 생겼네.
그리고 공무원이 매너 없이 나올때는요, 같이 매너 없게 "야, 너 이름 뭐야."부터 선빵을 날리고 시작하는 겁니다. ㅋㅋ

로드무비 2006-01-06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천공항 그 관계자 정말 한 대 패주고 싶네요.
이 파키스탄 아자씨는 너무 눈빛이 맑고 깊어서......
이번 주말까지만 참고 감기 나으면 다음주에 한잔하시는 게.=3=3=3

moonnight 2006-01-0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고 아저씨 정말 선한 얼굴이시네요. 단 한 번도 술을 마시지 않다니, 대단한 의지력이신 거 같아요. 호기심에라도 한 번 해 봤을 만 한데. +_+; 그치만 우리 수선님은 술 한 잔의 달콤함을 익히 잘 알고 계시잖아욧. 과연.. ??? (흐흐. 제가 뭐 수선님의 몸짱 플랜에 딴지를 걸려는 건 아니구용. ^^;) 그건 그렇고 인천공항의 그 직원. 너무했네요. 나름 직업에 충실하다며 뿌듯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_-+ 외국에서 쓰러진 남편, 아버지 소식에 애가 탔을 가족들을 생각하면.. ㅠㅠ

천리향 2006-01-0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끊었다가 마시면 더 마이 마시게되던데......
히히 건투를 빕니다.

2006-01-06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6-01-06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마실수있는데^^ 권하는사람만없으면~

kleinsusun 2006-01-0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야, 사실....오늘이 좀 위태해. 그럼 달랑 5일인데...ㅎㅎ

바람돌이님, 파키스탄에서 술 권하면.....죽어요.ㅎㅎ 파는 것도 불법, 사는 것도 불법, 마시는 것도 불법, 몰래 들고 가서 권하면...........무서버용^^

속삭이신님, 그럼요,도움이 된다면요...그런데 몇년 전 일이라 현장감이 다소 떨어져요.ㅎㅎ

다락방님, 저도....지금 사실 "오뎅바에서 사께를 한잔 마셨으면 좋겠다." 는 생각이 간절히.... 그래도 오늘은 참을 수 있어요.ㅎㅎ

아프락사스님, 어제가 올해 첫회인가요? ^^

kleinsusun 2006-01-06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그 왕싸가지 공무원 생각을 하면 지금도....
근데...그런 공무원하고 싸우면 더 피곤하지 않나요? 아예 말이 안통하는 부류던데...쩝

로드무비님, 그죠? 한대 패주고 싶죠? 만약...그런 일 있으면 안되겠지만...또 그런 일이 있으면 정의의 주먹을 날릴꺼예요. 몸짱의 강력한 주먹! ㅎㅎ

moonnight님, 맞아요. 바로 그게 문제랍니다.
술 한잔이 주는 위안과 즐거움과 달콤함을 아는것. 그것이 문제로다.ㅎㅎ

kleinsusun 2006-01-06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노님, 그래요??? 오...한번도 끊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요.
끊은 다음 다시 마셔보고 맞나 말씀드릴께요. ㅎㅎㅎ

속삭이신님, 오...벌써 3회를? 몸은 만들고 계신거죠? ㅎㅎ

자명한 산책님, 그럼 스스로 권하신 적은 한번도 없는거예요? 정~말? ^^

릴케 현상 2006-01-08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없는 게 아니라^^ 안 권할 수 있다는 미래형~
 

어제는 억수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영업사원의 인격은 실적.
이번 달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다.
아침부터 깨지고 큰소리를 들었더니, 하루 종일 긴장이 되고 몸이 힘들었다.

수경이 부부랑 약속이 있었다.
셋이서 맛있는 저녁을 먹기로 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기쁘게 만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다.
기쁘게, 즐겁게, 여유 있게, 재미있게 만나야 하는데
하루 종일 눈치를 봤더니 기분은 축축 늘어지고 몸도 힘들었다.

수경이 한테 전화를 해서 미안하지만 약속을 연기하자고 했다.
디따 미안했지만, 만나서 축 늘어져 있는 것 보다는 낫다고 자체 판단을 했다.
(미안해, 수경아!)

그리고......우울한 기분을 달래러 가볍게 한잔 하러 갔다.
나는 럭셔리한 칵테일바 보다 오뎅바나 이자까야를 좋아한다.
오뎅이나 나베 같은 안주도 환장하게 좋아하고, 사께를 좋아한다.

아담하고 조용한 이자까야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를 고심하며 보고 있는데,
우리 앞테이블의 남녀가 하는 말이 카랑카랑 귀에 들어왔다.

안 들으려고 해도 너무 잘 들렸다.
음....애정문제를 그렇게 크게 떠들면 안 되는데....

남자는 여자를 "누나"라고 부른다.
액면상으로도 여자가 몇살 더 많아 보였다.

남자는 작은 목소리로 두런두런 얘기를 하고
여자는 그 말을 듣고 큰 소리로 반응한다.
"뭐야? 미쳤어.미쳤어. 걔는 널 이용하는 거라구."
"정신 차려! 걔는 널 좋아하는게 아니라니까."
"확 깬다 깨, 그러고도 걔가 좋냐? 바보 아니야?"

여자의 반응이 격렬했다.
아무래도.....약간의 감정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여자가 후배로 보이는 남자를 좀 좋아하는 것 같기도....

남자의 문제는 이렇다.
옛날 여자친구를 다시 만나고 있다.
그 옛날 여친은 유부녀다.

우리 앞테이블의 여자와 남자,
둘 다..... 좀.....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1. 왜 그 남자는 자기의 애정문제를 그렇게 미주알 고주알 다 얘기할까?
- 그 남자는 여친의 사진까지 보여 주었다.
그렇게 다 얘기하고, 사진까지 보여 주고 도대체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걸까?
또, 어쨌거나 자신의 얘기를 듣는 사람이 큰소리로 자신의 여친을 비난하고 있는데
계속 듣고 있는 이유는 뭘까?

2. 그 여자는 왜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할까?
- 그 여자의 판단의 근거는 그 남자로부터 들은 말이 전부.
그 남자의 여친을 한번 본 적도 없고, 그 남자의 말이 전부 다 사실인지도 모르는데
왜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할까?
- 남의 애정문제에 그렇게 직접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을까? 나중에 원망 듣게 될 수도 있는데....
- 만약 그 여자가 자신에게 고민을 말하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렇게 까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걔는 널 이용하는 거라구!" 소리까지 지르면서....

사실....나도 그 동안 연애 상담을 많이 했었는데,
어제 앞 테이블 남녀를 보니 그게 참 쓸데 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 보다.....
남의 일에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두렵게 느껴진다.
몸을 사리게 되는 건....나이가 든다는 걸까?
아님 삶이라는 게 그리 단순하거나 명확하지 않다는 걸 슬슬 배우게 된걸까?

만약 내가 어제 그 여자의 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뭐라고 말했을까? 글쎄다....

p.s) 어제 오랜만에 깨지고 스트레스를 대용량으로 받았다.
오늘 생각해 보니....그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을 일은 아니었는데.....

아까 필리핀에서 "dried Mango"가 배달되었다.
필리핀 출장 갔을 때, 먹으면서 계속 맛있다 그랬었는데
그걸 기억한 거래선 담당자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망고 두 상자를 보냈다.

난 씩 웃으면서 팀장님한테 말했다.
"망고 한 상자 댁에 가져가서 드시죠. 맛있어요."

나머지 한 상자는 뜯어서 팀 사람들하고 나눠 먹었다.
K과장은 맛있다고 몇 개를 연속해서 먹더니,
느끼하다고 뭐라고 한다. ㅎㅎ

이렇게 며칠 안 남은 05년이 간다.
지지고 볶고 하면서.....As al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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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향 2005-12-2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술을 참 좋아하는데
이전에 '비린내나는 정종'을 마신 뒤로 정종은 안 마십니다.
'영업사원의 인격은 실적' --->오오 그렇군요.
제 인격은 '환자수' 가 될려나?

코마개 2005-12-27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비린내 나는 정종이 복껍질 태워서 넣는...그거 아닌가?
남의 애정에 간섭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입아프게 얘기 해봐야 지맘대로 할걸.(정확한 표현은 지 꼴리는 대로 할걸 뭐)
그냥 지 애정행각에 대해 말하면 조금 들어준 후 쌩뚱 맞은 표정으로 "근데?"라고 대꾸해 주면 됩니다.

moonnight 2005-12-27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수선님. 수고많으셨어요. 토닥토닥.. 망고 드시면서 툭툭 털어버리세요.
그리고 음.. 그 커플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감정이 개입된 것이 맞는 거 같네요. ^^; 후배남자는 정신적으로 어린 거 같구요. 그래요. 무슨 문제라 하더라도 오른쪽이다. 왼쪽이다. 이제는 명확하게 나뉘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애정문제는 더. 설사 내가 이 쪽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니. 얘기한다 해도 상대가 맘속으로 반대쪽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결국은 그쪽으로 가게 되는 것 같구요. 때로는 상대가 그냥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꼭 제 충고가 필요했던 것 보다는..
힘들었던 일들은 다 잊으시고, 남은 며칠 마무리 잘 하시고 해피뉴이어 ^^

BRINY 2005-12-27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인격은 애들 성적이 될라나요?
성적사정하는데, 노력상 대상자가 많아서 기쁘기도 하고, 그만큼 1학기때 바닥을 기었다는 소리가 되서 착잡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천리향 2005-12-27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재뿌시레기가 붙은 건데기가 하나 들어있긴 했었어요.
원래 그 정종은 비린내가 나는 건가보죠?
이참에...강쥐님, 안녕하세요? 첨 뵙겠습니다.

울보 2005-12-27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오늘은 기분괜찮으신거지요,
화이팅!!!!!!!!!!

플레져 2005-12-27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애정사에 관여하는 거 잘해야 본전인데...
토닥토닥. 망고드시고 남은 올해 마무리 잘 하셔요 ^^

코마개 2005-12-28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노님 방가~~추운날 그냥 데운 정종 한컵에 오뎅국물만 있으면 따땃해집니다.
데운 정종에서 올라오는 알콜냄새~~크.

끼사스 2005-12-2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쯤 되면 유사연애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요? ^^:

로드무비 2006-01-0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낌이 좋아요. 그죠?
올 한 해 모쪼록 수선님의 한 해가 되기를!^^

2006-01-02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침에 회사에 오니 팀 분위기가 술렁였다.
A과장의 어머니가 어젯밤 돌아가셨다고 한다.

회사원들은 누가 상을 당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게시판에 위치,발인일, 연락처 등을 올리고,
조화를 보내고, 조의금을 걷고,
조를 짜서 영안실로 달려가고,
음식을 나르고, 일을 거든다.

하지만...감정적인 동요는 거의 없다.
마치 메뉴얼이 있는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만,
동료가 얼마나 슬플까 걱정되어서 일을 못한다던지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일 년에, 아니 어쩔 땐 한 달에도 몇 번씩 상이 있고,
조직에 속한 개인이 상을 당하면,
조직의 다른 개인들은 하나의 유기체로서, 하나의 조직으로서 움직인다.

상을 당해 본 사람들에 의하면,
실제로 이런 조직의 도움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신입사원 때,
내 사수가 모친상을 당했었다.
사수는 상을 마치고 일주일 후에 출근했다.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너무도 놀랐다.
왜냐면..... 내 사수였던 L선배는 출근 첫날부터 너무도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마치 일주일간 출장 갔다가 출근한 사람들처럼 그렇게 덤덤하게, 말없이, 묵묵히 일했다.

난 생각했다.
아..... 이 선배 참 독한 사람이구나.
하늘이 무너져 내릴 만큼 힘들 텐데,
어떻게 저렇게 아무 티 내지 않고 열심히 일할까?

회사를 다닌지 몇 년 되지 않아 난 알게 되었다.
그 선배가 독한 사람도, 유별난 사람도 아니었음을....
조직에서는 원래 그렇게 해야 된다는 걸....

모두가 그렇게 한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되도록 티 내지 않고,
되도록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일을 한다.

물론 나도 힘든 적이 있었다.
뭐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일이 힘들고, 권태를 느끼고
이렇게 어찌 보면 소소하고 시시컬컬한 일들 말고
진짜로 힘든 일.

그 때, 난 참 많이 헤맸었다.
회사에서 표정관리도 잘 못했다.
정말 가면이라도 있으면 하나 쓰고 다니고 싶었다.
포커페이스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일도 여느 때처럼 "aggressive"하게 하지 못했다.
뭐를 해도 느리고 밍기적거렸다.

그 때 울 팀장님이 내게 말했다.
"너 요새 왜 그렇게 생산성이 떨어지니?"

그래, 그 때 나는 조직원으로서의 "생산성"이 떨어졌다.
조직원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조직의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그 때, 팀장님의 말이 내겐 참으로 비정하게 들렸다.
(물론 울 팀장님은 내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 축구를 보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골키퍼가 자꾸 딴 생각에 빠져서 펑펑 점수를 내준다면,
그 선수 개인에게 아무리 힘든 일이 있다 한들
그 개인적인 일이 팀의 패배에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을까?

뭐.....회사원이나 축구선수나 다를 것도 없다.
조직은 개인들로 구성된 유기체이고,
그 유기체를 구성하는 구성원의 전력 차질은 조직의 전력 저하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조직에서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티 내지 말고 열심히, 펑크 내지 말고 일해야 한다.

이런게 프로 정신 뭐 그런 것도 아니고,
뭐 조직이 삭막하고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당연한 얘기다.
물론....이걸 깨닫는데 몇 년이 걸렸다.

영안실에 먼저 간 몇 명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 모두는 여느 때처럼 일하고 있다.

A과장은 지금쯤 얼마나 마음이 무너져 내릴까?

p.s) 아침에 A과장 모친상 얘기를 듣고 맘이 아팠다.

하나는, A과장이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상심이 될까...하는
생각에.

하나는, 아침에 엄마한테 짜증 부리고 나온 게 양심에 찔리고,
미안하고, 후회가 되어서...

항상 "효도해야 한다!"고 생각은 굴뚝처럼 하면서도
사소한 일로 짜증이나 부리고 심술 부리고 그런다.
오늘 아침처럼...

점심 시간에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괜히 미안해서....
엄마는 말씀하셨다.
"추운데 제발 좀 일찍 일찍 들어와라!"

A과장 조문을 가야하니 오늘도 일찍 들어가지는 못하는데.....쩝

엄마, 내일 아침부터는 안 깨워도 일찍 일찍 일어날께!
자주 하는 결심이지만, 착한 딸이 되기를 다시 한 번 결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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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개 2005-12-13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데 그걸 모르고 있다가 꼭 뒤에 후회하죠. 인간의 한계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아직도 깨워야 일어나는건 심하다. 울 엄마는 나 학교 다닐때도 안깨웠는데..."지가 아쉬우면 일어나겠지"라는 방관주의.

moonnight 2005-12-1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닌 수선님 맘 다 알고 계실 거에요. 아빠, 엄마께는 아무리 해도 갚을 수 없는 빚이 있는데 오히려 더 섭섭하게만 만드는 거 같아 맘이 아플 때 많아요. 저도 오늘 선배 부친상 소식을 들었답니다. 예전엔 몰랐는데 이젠 그런 얘길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오늘 저녁에 가서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해 주어야겠어요. 그리고 그 전에 수선님처럼 집에 전화 한 번 해야겠네요. 쑥스러워서 말로는 못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요. 이미 착한 딸이신 우리 수선님 ^^

암리타 2005-12-14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직사회에서는 개인적 슬픔, 동정같은 감정도 숨긴 채 괜찮은 듯이 일하는 것이 때론 비정하게 보이면서도 어쩔 수 돌아가는 일상의 굴레가 아닐까 가끔 생각해 봅니다. ㅠㅠ

kleinsusun 2005-12-14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안 깨워도 일어나요.아슬아슬하게.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근데 울 엄마가 그 꼴을 못봐요. 엄마 마음이 더 급하답니다. ㅋㅋ
우리 모두 효도 하자구요, 효도!

moonnight님, 어제 어찌나 후회가 되던지....전 절대 착한 딸이 아니랍니다. ㅠㅠ
어제 맘에 걸려서 집에 두번이나 전화를 했어요. moonnight님도 어제 전화하셨나요?^^

암리타님, 맞아요.일상의 굴레. 그 일상의 굴레에서 지치고 또 힘내고 그러는게 그 조직 속의 개인이구요. 一喜一悲 속에 굴러가는 일상.ㅎㅎ

2005-12-16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12-16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2005-12-16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첫눈이 내린다.
그것도 함박눈이....

고등학교 때,
눈이 내리면 애들은 강아지처럼 날뛰며 좋아했다.
현관으로 몰려가서 펄쩍펄쩍 뛰며....

학교가 여남공학이라(그 때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남녀 공학이란 말이 싫다. 왜 항상 모든 단어에 자동적으로 남자가 앞에 오는지 모르겠다.주민등록번호도 왜 남자는 1이고, 여자는 2인지...화난다.)가끔씩 눈싸움을 하다가 다치는 애들도 있었다.
무식하게 던졌다. 참...그땐 다들 기운도 좋았다.

애들이 그렇게 펄쩍펄쩍 뛰며 좋아할 때,
내 친구 수경이는 걱정을 했다.
혹 눈으로 미끄러운 길을 지나다가 할머니가 넘어지시기라도 할까봐...

수경이는 할머니와 살았다.
할머니는 거의 매일 학교에 도시락을 갖다 주셨다.
가끔씩 치킨도 사다 주시고, 일식집에서 회덮밥도 사다 주셨다.

고3 때인가?
수경이 할머니가 안계신 날,
수경이 집에 친구 6~7명이 모여 밤을 새며 논 적이 있었다.
뭐...집에는 서로 돌아가며 전화를 해주고,
밤을 새워 공부를 한다고 말했던 것 같다.

애들은 다들 너무 신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
피자도 사오고, KFC에서 치킨도 사오고,
떡볶이도 만들어 먹고 밤새 얘기를 했다.

그 때, 친구 B가 야한 비디오늘 빌려 보자고 했다.
우리 모두는 정말 디따 순진했는데,
야한 비디오라고 빌려온게 <변강쇠>였다.

아...너무나 실망스럽게도
<변강쇠>는 전혀 야하지 않았다.
그저 좀 황당할 뿐...
이대근.원미경 주연이었는데,
그 둘이서 방에 들어가면 장면이 바뀌면서
폭포가 흘러내리는 장면이나 온 마을이 흔들리는 장면 이런게 나왔다.
변강쇠랑 한번 잔 과부네 집에서는 그 다음날 초상이 치러졌다.

우리는 "도대체 이걸 누가 빌려왔어?" 하며
비디오를 빌려온 친구를 나무랐다.

정말...우리는 너무나 순진했다.
지금...<변강쇠>를 빌려온 친구 B는 애가 셋이다. ㅎㅎㅎ

친구 수경이의 할머니에 대한 사랑,
할머니의 수경이를 향한 사랑은
정말...진정...극진했다.

그래서 수경이는 눈이 오는걸 좋아하지 않았다.
오직...할머니 걱정 뿐이었다.

올해 5월, 수경이는 결혼을 했다.
수경이 할머니는 분홍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계셨다.
난 너무 반가워서 수경이 할머니를 꼭 안아드렸다.

그리고...수경이 할머니는 여름에 돌아가셨다.
수경이 신랑에게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그 다음 날 저녁,신촌 세브란스.
초췌한 얼굴의 수경이가 있었다.

서로 얼굴을 보자 마자 눈물이 났다.
우리는 안고서 엉엉 울었다.

영안실 앞 벤치에 앉아 수경이가 말했다.
" 할머니는 내 전부였어."

첫눈이 오니까,
내 친구 수경이가 생각난다.

그 때 본 이후로 수경이를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꼭 만나야 할텐데...

수경이는 수경이를 아주아주 사랑하는,
결혼식 때 피아노를 직접 치며 <신부에게>를 부른 멋진 신랑이 있다. 둘이 이번 크리스마스, 또 첫눈 오는 오늘을 아주아주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수경이가 행복하면, 멀리 계신 수경이 할머니도 행복하시겠지...

수경아,
넌 내가 정말 정말 사랑하는 친구야.
니가 첫눈 오는 날 많이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05년 첫눈 오늘날,
사랑하는 친구 수경이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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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12-03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경님도, 할머님도, 수경님의 신랑도,
첫눈 오는 날 그들을 생각하는 수선님도
모두 아름답습니다.

플레져 2005-12-03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댓글에 동감해요.
친구 생각나는 밤... ㅠㅠ

세벌식자판 2005-12-04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ㅜ_-)

2005-12-04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12-04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정성껏 찍으신 첫눈 사진 잘 봤어요.
전.....어제 나가서 한잔 했답니다.ㅠㅠ

플레져님, 전 첫눈 온다고 술도 한잔 하고 늦게 자고 그랬더니 지금 힘드네요.
회사 가야 되는디.... 행복한 일요일 보내세요!

세벌식 자판님, 요 이모티콘은 무슨 뜻이예요? 첨 보네...

2005-12-04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12-04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남공학 ^^
첫눈과 수경님과 그리고그리고...변강쇠 비됴~
아름다운 추억야요!!

kleinsusun 2005-12-04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변강쇠....진정....실망했어요. 야한게 아니고 "해학"과 은유... 뭐 이런거더군요....명랑코믹이라고나 할까.... icaru님은 첫눈 오는 날을 어떻게 보내셨어요?

2005-12-04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친아이 2005-12-04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가 따땃합니다 ^^

kleinsusun 2005-12-04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친 아이님, 감사합니당. 근데 저 지금 사무실에 있는데요...추버요...

세벌식자판 2005-12-0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쪽 눈에서 눈물이 나오는거죠... 눈물이 꼭 양쪽에서 다 나는건 아니잔아요. ^^;

kleinsusun 2005-12-04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런거구나....새로운 아이티콘을 배웠군요.감사합니당.^^

2005-12-04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2-04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2-05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천리향 2005-12-0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눈 오면 떠오르는 추억이 하나 있어요.
국민학교 5학년 때 친구들하고 눈싸움하고 있는데
담임샘이 우산 쓰고 지나가길래 큰 눔으로 하나 뭉쳐서 있는 힘껏 던졌더니
우산이 부서져버렸어요. 담임샘이 막 울면서 우산 물어내라해서
엄마한테 욕 바가지로 듣고 돈 타서 우산 사들고 갔는데요
또 막 화를 내시면서 반성문도 써오라해서 '우산을 부숴서 죄송합니다' 라고 써들고 갔는데 반성문이 성의가 없다고 막 꾸중하더니 종아리를 때렸어요.
쩝, 지금 생각해봐도 이해가 잘 안되는 씁쓸한 추억이여요.

moonnight 2005-12-1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뭉클합니다. 너무 일찍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요. ㅠㅠ
 



* 02년 12월, LA에서 San Francisco로 가는 기차에서 옆에 앉았던 미대생이 그린 그림. 벙거지 모자를 눌러 쓰고, 가슴이 디따 넒은 것이 [Before Sunrise]의 에단 호크를 닮은 애였다.

옆 모습이 예쁜데 스케치를 해도 되겠냐고 말을 걸어오더니,
자기 스케치북에 있는 50장이 넘는 그림들을 한장씩 보여 주었다.

귀찮아서 대~충 보다가...
이 그림에서, 아니 이 그림의 문장에서 전율을 느꼈다.

사춘기 이후 하루도, 정말 하루도, 이 질문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었기에....
============================================================

99년 여름이었다.
진로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 30대가 되면 "안정"의 시대가 오리라 믿었었는데....
30대가 되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사실만 알아버렸다.ㅠㅠ)

그 당시 압구정에 유명한 사주 cafe가 있었다.
이름이 마이다스던가?

나 만큼이나 고민이 많았던 친구 E와 함께
그 cafe에 갔던 적이 있다. 아주...더운 날이었다.

친구 E와 나는 나란히 앉아,
백지 위에 날라가는 한문으로 생시를 써내려 가고 있는 아저씨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의 첫마디는.... 정말 뜻밖이었다.

친구 E를 쳐다보며 말했다.
" 그저....영어, 컴퓨터만 파는구만."

우리는 기절할 뻔 했다.

그 친구의 학부 전공은 컴퓨터공학.
대학원은 동시통역 영어.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래진 나를 쳐다 보며 아저씨는 말했다.
" 어찌 친구랑 그렇게 달라....
책을 읽어도 돈 안되는 것만 읽는구만... 으허허허..."

친구에게는 앞으로 큰 돈을 번다고 말했다.
나에게는......쓸 데 없이 사업 같은건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
쓸 만큼의 돈은 항상 있단다.

친구에게는 주위에서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신경 쓸 일이 많고, 도와줘야 할 사람들이 주위에 많단다.
나에게는..... 사고를 쳐도 항상 수습을 해주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고 했다. 편하게 살면 된단다.

친구에게는 남자친구(지금의 남편)와 결혼할 것이라고 했다.
나에게는.....결혼은 늦겠지만(헉!!!) 좋은 사람을 만날 꺼라고 했다.

어제, 친구 E의 집에 놀러 갔었다.
친구가 만삭이라 날도 추운데 집으로 간다고 했다.
만삭이라 몸 움직이기가 어려울지 알았는데,
APEC 통역까지 갔다 왔단다. 나 보다 훨씬 바쁘고 부지런하게 살고 있었다.

친구가 해주는 저녁을 먹었다.
애를 낳으려면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한다며,
Tefal 전자 후라이판에 항정살을 구웠다.
당근... 술 한잔이 땡겼으나 임신부와 무슨 술을 마시랴....
깻잎에 고기를 싸서 친구가 끓인 약간은 싱거운 된장찌개랑 맛있게 먹었다.
아마도....임신부 보다 많이 먹은 것 같다.ㅠㅠ

친구네 집은 참 아늑했다.
주방 앞에 있는 진열장에는
여러 종류의 차들과 술들이 있었다.

쇼파는 널부러져서 TV 보다가 잠들기에 딱 좋았고,
공부방에는 책상 2개와 컴퓨터 책상, 이렇게 3개의 책상에
책들(물론...소설 나부랭이 같은건 단 한권도 없다.)이 잔뜩 쌓여있었다.

옷방에는 유모차와 미리 사둔 애기 옷들, 장난감들이 있었다.

Home,Home,Sweet Home....
거실에 걸려 있는 초대형 결혼사진하며,
sweet home 그 자체였다.

친구의 스위트 홈에서 차를 마시고 있으려니,
왠지 내가 방랑자, 또는 외계인처럼 느껴졌다.

도대체....나는 지금까지 뭘 하고 있는거지?
뭔가....내가 인생의 궤도를 약간 이탈해서 빙빙 돌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위트홈이 부럽다기 보다,
그저 친구가 확보하고 있는 그 "공간"이 부러웠다.
사실...요즘 오피스텔을 하나 얻을까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이제...부모님에게 더부살이 할 때는 지난 것 같다.
나만의 온전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추운 날에 사람 많은 극장으로 카페로, 식당으로 돌아 다니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루 종일 게으름을 피울 그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책 읽고, 자고, 먹고, 책 읽고, 또 자고...

월요일 부터 토요일까지 태국,대만 출장이다.
출장 준비를 다 못해서 내일은 회사에 나가야 할 것 같다.

오늘 따라....
피곤하고, 다 귀찮고, 또 출장도 걱정되고....

에쿠니 가오리가 말했다.
함께 자는 남자의 팔이 편안하다고...

오늘 같은 날,
약간은 지치고 힘든 오늘 같은 날,
하루 종일 빈둥거리다가 그런 편안함을 느껴 봤으면 좋겠다.
(나는 우찌....이리 솔직할까나? ㅠㅠ)

붐벼 터지는 극장과
담배 냄새 자욱한 cafe와 추운 날씨가
왠지 날 외롭게 하는 가뿐하지 않은 토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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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12-03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만족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정은 해야하지 않겠냐구요. Here and Now.
거 참. 이상형의 팔을 어제, 오늘 보고 있는 'medium' 이란 드라마에서 찾아냈어요. 흑. 어질러져있던 집을 치우고 나니, 왠지 텅 비어 보여서, 쓸쓸합니다.

kleinsusun 2005-12-03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저도 지금 막 하이드님 서재에서 김완선 기사에 댓글 달고 나왔는데...
거의 동시에 단 것 같군요.ㅎㅎㅎㅎㅎ
저도 방을 치워야 하는데.....귀찮아요.ㅠㅠ

플레져 2005-12-03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팔, 얼른 사수하세요! ㅎㅎ

로드무비 2005-12-04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뭐 아직도 저런 문장에 가슴 철렁한데요?^^
전 자욱하고 소란한 주점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kleinsusun 2005-12-0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팔을 사수하라꿉쇼? ㅎㅎㅎㅎㅎ

로드무비님, 결국 어제 나가서 술 마셨어요. 실내포장마차에서 멍게랑 매취순을...
첫눈이 온다고 하기에..음하하.

이리스 2005-12-04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호호... 멍게하고 매취쑨!! 근데 저는 사주카페 같은데서 보는게 별로 잘 안맞아서 놀란적이 없는데. 흠.. 여하튼 좋은 분 만나신다잖아요. 천천히 심호흡 하시고 ^^;;

kleinsusun 2005-12-04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철체력 낡은구두님, 정말 놀랍습니당. 밤새우시고, 동료들과 다시 찜질방에 영화, 글쿠 저녁까지....음.... 전 지금 사무실이랍니당. 오늘은 좀 쉬셨어요? ㅎㅎ

천리향 2005-12-05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쯤 태국 어딘가에서 적들과 한 판 승부를 벌이고 계신가요?
저는 눈이 퍼붓는 토요일밤에 부른 배-참, 제가 임신7개월째라는 말을 했던가요?-를 감싸안고 밤 12시까지 종로랑 대학로를 강아지처럼 쏘다니다가 왕감기에 걸렸습니다.

흠...전 결혼 전에 11년 자취 생활 하다가 나이 앞에 3자가 붙기 시작하니까
혼자 사는 거이 슬슬 지겨워져서 확 결혼해버린 케이슨데요. 수선님도 함 해보세요. 히히
*물귀신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