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가끔은....아줌마가 되고 싶다.

가끔...
문득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前회사에 맨날 붙어 다니고, 주말까지 만나 수다를 떨고,
수많은 밤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온갖 감정을 나누던
사랑하는 친구 J가 있었다.

우리는 동갑이었고,
서로가 하는 말에 절절히 공감했으며,
점심시간에 여의도 공원을 한 바퀴 돌며 수다를 떠는 것이 마냥 행복했다.

우리는 치열하게 일했고,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아 자주 술을 마셨으며,
마주 앉아 일과 사랑에 대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J가 사랑에 빠졌다.
J는 열정적인 연애를 했다.

J가 사랑한 남자는 곧 아프리카로 발령이 날 예정이었다.
즉, J가 그 남자와 결혼하면 J도 아프리카로 가야 했다.

난 J에게 물었다.
" 너.... 다 버리고 떠날 수 있어?
너..... 아프리카에 5년 있다 오면 그냥 아줌마 될지도 몰라."

J는 고개를 끄덕였다.

J는 만만치 않은 부모님의 반대를 극복하고,
번듯한 대기업 명함을 미련 없이 버리고,
(J는 인정 받는, 잘 나가는 다크호스였다.)
5년 후 다시 한국에 오면 어떻게 될까...하는 불안함도 싹뚝 잘라 버리고
그 남자와 결혼했다.

그리고...J는 아프리카로 떠났다.

아프리카로 떠난지 몇달 후,
J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한껏 행복해하며....

" 야, 있쟎아... 나 요리에 재능을 발견했어.
내가 요리를 이렇게 잘하는지 몰랐어."

J는 라면 밖에 끓일 줄 모르는 애였다.
(물론...나도 마찬가지지만...)
우린 이리저리 출장 다니며 일하기만도 벅차고 바빴다.
집에서 이쁜 앞치마를 두르고 깜찍한 케익을 만들어
발렌타인데이에 남친한테 선물하고 할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아프리카에서 J는 요리에 재능을 발견한 것이었다.

낮에 달리 할 일이 없었던 J는
요리책을 보며 이것 저것 만들어 봤다고 한다.
그런데....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단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이 생각났다.)

남편이 맛있다고 환호하면 신이 나서 다음날 또 만들고 또 만들고...
J는 요리의 달인이 되었다.

이제 J는 두 아이의 엄마다.
애들...정말 천사같이 이쁘다.
J의 미니홈피에서 너무도 이쁘게 활짝 웃는 아기 사진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국어사전 "행복"이란 단어 옆에 사진을 넣는다면
바로 이 사진이 아닐까?

작년 여름에 잠시 한국에 온 J를 만났을 때,
J의 달라진 모습에 너무도 놀랐다.
J에게서 "평화로움"을 느꼈다.
난 여전히 불안한 반면...

J가 나를 보며 약간은 안쓰러워 하며 언니처럼 말했다.
" 너도 좋은 사람 만나야 할텐데..."

그 날, J와 헤어지고 버스정류장까지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그래서....쩍 팔리게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큰길을 걸었다.

내게...결혼은 참으로....두려운 거였다.
결혼을 하면....인생이 고만고만해질 것 같았다.
고만고만한 인생.
크게 잘될 것도, 잘못될 것도 없는 흑백사진 같은 일상.

어제 아침.
늦잠을 자고 지각하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하이힐을 신은 채로 전력질주, 파란 등이 깜빡이는 횡단보도를 건너며 생각했다.
" 도대체 내가 원하는 건 뭐지? "

맨날 온갖 고민과 오만 걱정을 혼자 다하며,
수많은 선택과 갈등 속에 조마조마해 하며,
피 튀기는 경쟁 속에 아둥바둥 하며,
난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가끔은....아줌마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약간은....포기하고 살고 싶을 때가 있다.

살이 좀 쪄도.....아줌마니까...
회사에서 된통 깨지고 힘들어도....그래도 내 남자 하나는 있으니까...
내가 선택한 남자가 다소 부족해 보여도.....그래도 어쩌겠냐, 남편인데...하면서...

가끔은....아줌마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약간은.....느슨하게 살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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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3-2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분 정말 행복한 삶을 사시는군요. 쉽지 않은 선택인데...

코마개 2006-03-23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이거, 곧 결혼하시려나 왜 이러셔. 제가 자신있게 말하건데 그 친구분은 결혼하고 두분이 아프리카 가서 살았기 때문에 그런 편안한 표정이 묻어나는 겁니다. 하이힐 신고 지각 안하려고 죽어라 달리는 모습이 더 멋집니다. 불안함은 결혼으로 해소되는게 아닌것 같습니다.

드팀전 2006-03-27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줌마의 평화로움'... 또 어떤 아줌마들은 그 위장된,거세된,암시된,포장된 아름다움에 지루함을 느끼기도 한답니다.사람들은 자신이 현재 부족한 것,아쉬운 것들에 대해 막연하게 부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일종의 채워지지 않는 욕망같은 것이겠네요.'욕망은 늘 결핍상태'일 수 밖에 없습니다.나이가 조금 드니까 이제는 내 것이 아닌 것을 애써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남의 것도 그 나름대로 봐 줄 수 도 있구요 .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no matter what they think......님께도 어떤 변화의 시간이 올 것이고 그때가 되면 또 그때의 모습이 주어질 것입니다.그게 아줌마든 할머니든...중요한 것은 당신이 당신임을 놓치지 않는것.

이리스 2006-03-23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락은 좀 다르지만 저 역시 피튀기는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부대끼다 못해 기절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그런 상상을 합니다. 아이 없는 전업주부가 되어 딱 삼년만 살아보고 싶다는. 크지도 작지도 않는 청소하기 적당한 아담한 집에서 살며 오로지 남편과 나만 챙기면 되는 삶. 주부들이 워킹 우먼에 대해 갈증을 느끼는 부분이 그 반대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그리고 강쥐님 말마따나 아프리카라서 가능한 일인듯 싶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저렇게 살면 아둥바둥 스트레스 잔뜩 받았을 거라는데 동의합니다.

아울러 드팀전님의 말씀 중 마지막 한마디가 정말,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수선님, 곱창~~~ 곱차앙~~~~ ㅎㅎ

mannerist 2006-03-2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스팅이다 스팅!! Be your self~ No matter what they say~~~(Englishman in NY였던가요. Gentleman will walk naver run~ 어쩌구 하는 가사가 인상적이었던. 드팀전님이 운 띄워주시니 또 꼴깝떠는 매너놈-_-v) 뭐 상상해보니깐 "수선아줌마"도 아름답기 그지없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성과장님' 혹은 '수선누나'더 좋아할래요. 푸힛.

그나저나. 나도 구듀님 따라서 외쳐야지. 영문은 모르지만 곱창미튜~~


2006-03-23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6-03-23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아내'라는 책을 봤습니다. 역시나 결혼에 두려움과 여성해방을 외치던 많은 여자들도, 처음 몇 년간 놀랄만큼 사랑의 기쁨과 집안일의 즐거움을 맛봤다는 것에서 조금은 위안을 얻었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벗어날 길 없이 강요되는 순간만 아니라면, 결혼 후 몇 년간은 좋은 것도 같아요.. 다만 벗어날 길 없이 허우적 댄다면, 그 어느쪽이든 힘들겠죠..

kleinsusun 2006-03-23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네....왠만한 용기 없이 할 수 없는 일이었죠.^^

강쥐님, 글쿤요....그럼 저도....아프리카로 떠나야 겠어요.ㅎㅎㅎ

드팀전님, " be myself " 이게 정말...어렵네요. 헛갈려요....Who am I???
근데 드팀전님, 저랑 몇살 차이 안나시는 것 같은데...저는 왜 내것이 아닌 것이 마구 부러울까요? ㅎㅎㅎ

kleinsusun 2006-03-23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님도 그런 생각해보셨군요. 아....동지의식^^
곱창 언제 먹죠? 아....야근하는데 배고프당.... 곱~~~창....miss you!!!

매너, 내가 아줌마가 되어도 "누나"라 불러주렴.ㅎㅎ
서울 오면 곱창 사줄께^^

숨어계신님, 아...제게 더 자세히 가르켜 주세요.
님의 가르침이 필요해요^^

클리오님, 아...."몇년간"은 좋군요. 그럼....그 후 "몇십년간" 은 아닌가요? 헉....
클리오님, 제게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리옵니다.^^

세벌식자판 2006-03-24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각한(?) 이야기 하시는데... 제 눈에는 이것만 들어옵니다.
==========================================
국어사전 "행복"이란 단어 옆에 사진을 넣는다면
바로 이 사진이 아닐까?
==========================================

오~~~ 멋진 표현, 깔쌈한 구절~~~!
외웠다가 써먹어야지~~~ (^-^;)a


서로 서로 장단점이 있는 생활들이잖아요.
맘 편히 생각하세요. 안 좋은 점만 보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리고 수선님 모습을 보며 부러워 하는 사람들도 꽤 많을걸요~ 장담합니다 ^^;

icaru 2006-03-2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에서 위치의 막중함을 느끼고 계신가 봐요~
님의 글이 제가 읽는 문맥으로 그렇게 읽히다니~
느긋하고 평화로워지고 싶으신 거죠?

문득... 지금 내가 정신 없이 어디로 달려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런 생각이 자주 들 적마다...
아냐아냐.... 잘 가고 있는거야... 아무렴~ 가다보면... 내가 찾아 헤매던 그 길이 어귀가 보일거라고...위로합니다. 위로가 아니라 정말 그래질 거 같아요...

지금 모습도 충분히 멋지셔요..

kleinsusun 2006-03-2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벌식 자판님, 오.....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분 up되는데요.ㅎㅎ
근데...정말 그 사진을 보면 "행복"을 이미지로 불러내면 이런걸꺼야...하는 생각이 들어요.퍼뜩! 그 사진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icaru님, 아....큰 위안을 주셨어요. 가다 보면....보이겠죠?^^
직장에서의 부담감 보다....수많은 선택과 갈등을 겪어내는 그런 생활들에 좀 지친다고나 할까요. 가끔 힘들 때 있쟎아요.
icaru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moonnight 2006-03-2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분도 더욱 멋진 커리어 우먼으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수선님을 부러워할 거에요. ^^ 누구나 가끔은 흔들리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불안해하는 거 아니겠어요. 천사같은 두 아이와 좋은 남편과 함께 아프리카에서 평화로이 살고 있다 하더라도 말이에요. 좌우지간 전 수선님이 좋아욧. 홧팅 ^^
 

<너는 펫>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만화다.

요시나가 후미나 오가와 야요이 같은 일본 여자 만화가들의 만화를 읽을 때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든다.
" 혹시......심리학 전공잔가? "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리얼한 심리 묘사.
필 확~ 꽂히는, 폐부를 찌르는 대사들.

<너는 펫>의 주인공 스미레는
예쁘고, 키 크고, 학벌 좋고, 유능하고, 집안까지 좋은
29살 신문기자다.

스미레는 꼴초다.
그런데.....잘난 남친 하스미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이 남자 앞에서는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데이트 할 때, 너무나 담배가 피우고 싶어서
화장실 가서 하나 피우고 올까?
아니야, 그럼 냄새 날꺼야,
빨리 집에 가서 담배 피면 좋겠다....

남친 앞에서 웃으며 스테이크를 썰고 있지만
머릿 속에는 별별 생각이 다 왔다 갔다 한다.

남친이 산책을 하자고 하면,
새 구두를 신어서 발이 아파 죽을 것 같은면서 좋다고 걷는다.
"날씨 너무 좋다. 좀 더 걷자!"고 남친이 말하면
발 아프다고 얘기도 못하고 손잡고 걷는다.
집에 들어오면 발가락은 물집 잡히고 피 나고 난리다.

이런 스미레를 보면서 친구 H가 생각났다.
친구 H는 담배를 피운다.H 남편 몰래....

평일에 H집에 놀러간 적이 있다.
H는 다용도실에서 창문을 열고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는 과일향 스프레이를 칙칙 질식할 만큼 뿌렸다.
완전범죄를 위해서 담배 꽁초는 화장실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H와 나는 서로 다른 약속이 있어서 각자 차를 몰고 나왔다.
20분쯤 지났을까?
H에게 전화가 왔다.

"야! 내가 아까 변기 물 내렸지?"

H는 담배꽁초를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렸는지 모르겠다고,불안하다고 했다.

"내린 것 같은데.....잘 모르겠다."
아리송한 내 대답에 H는 다급하게 말했다.

"알았어. 나 차 돌린다. 나중에 전화할께."

다시 30분쯤 지났을까?
H에게 전화가 왔다.

"야...너무 허무하다.
차 돌려서 집에 왔는데, 그것도 전속력으로,
물 내린거 있지?"

그 말을 들으면서.....H가 안쓰러웠다.
그렇게 남편이 어려운 존잰가?
고등학생도 아니고... 담배 피면 안되는건가?

H의 남편은,
정확히 말해서 H의 시어머니는 디따 부자다.
그래서.....H는 "부잣집에 시집간다."는 친척들의 부러움을 들으며 결혼했다.

결혼 선물로 중형차도 받았고,
물론 남자네 집에서 아파트도 큰거 사줬다.

H에게 여름휴가는 최고의 스트레스다.
왜냐면....여름휴가 때 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가기 때문이다.
시어머니 생신 때 마다 무슨 선물을 해야 할지, 어떻게 포장을 해야 할지 끙끙 앓는다.

그리고....담배 하나 피는데
무슨 첩보작전처럼 스프레이 뿌리고, 변기 물 내리고,
변기 물 안내렸을까봐 차 돌리고 난리다.

그렇게 불편해서 어떻게 살까?

<너는 펫>을 읽으면서 새삼
"결혼은 정말 편한 사람이랑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부자 아니라 재벌, 재벌 아니라 싸우디 왕자라도,
아무리 존경스럽고 잘난 남자라도,
너무 잘나서 쳐다보기만 해도 자랑스러운 남자라도,

하루 이틀 사는것도 아닌데
그렇게 불편해서 어떻게 살까?

어른들 말처럼.....
마음 편한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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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아이 2006-03-05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한 게 역시 장땡이군요~~^0^

물만두 2006-03-05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바람돌이 2006-03-05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일단은 맘이 편한 사람이 최고죠. 하루 이틀 같이 사는게 아닌데, 담배피는것까지 몰래 숨어서 피워야 한다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편인데 말이죠. 물론 맘도 편하고 돈도 많고 잘생기고 뭐 다 좋으면 금상첨화긴 하지만.... 그런 일이야 내가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 아닌데 그걸 기대한다면 도둑놈 심보겠고.... 일순위를 고르라면 일단 남편은 무조건 맘이 편해야 돼요. 대등하게 쌈질도 할 수 있어야 하고요. ^^ 근데 저 만화는 얼마전에 저도 무지하게 재밌게 읽었다구요. ^^

플레져 2006-03-05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분은 담배가 아니라, 몰래~을 한다, 를 즐기고 있는 거 아닐까요?
다른건 다 맞춰도 요건 몰랐지~ 하는 스릴? 쾌감? 그런걸 즐기는 게 아닐까...ㅎㅎ
불안해보이는데,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까, 싶은데
그래도 여전히 그러하다면, 불안을 감내할만큼 즐기고 있는듯 보여요.

코마개 2006-03-0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말 하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그 친구분 남편이 어려운게 아니라 돈이 어려운게 아닐까 싶습니다.

moonnight 2006-03-06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맘편한 게 최고죠. 재벌가에 시집가려고 몸부림치는 여자들 보면 결혼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과연 행복할까. 싶어요. 내 힘으로 번 돈 쓰는게 최고로 맘편한데. -_-a

클리오 2006-03-06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들은 지금도, 돈많은 집으로 시집가면 얼마나 편한줄 아느냐.. 몰라서 그렇지... 라고 약간의 구박과 한탄을 하시지만(뭐, 돈많은 집에서 저를 좋아하지도 않겠지만.. --;), 신랑이 적당히 둔하고 편한 사람이니 정말 좋습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고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 아닐까요??
 

신입사원 때, 영화 <비트>를 보면서 "따끔"했다.

영화에서 로미(고소영)는 공부를 디따 잘하는 고등학생이다.
로미는 공부를 안하면서 잘하는 척,
실컷 놀면서 잘하는 척 한다.

민(정우성)을 야구장에 보내서
관중석에서 홈런볼을 받으려다 싸우고 이런 세세한 사건까지
다 보고하게 한 다음에,
" 나 어제 야구장 갔다 왔는데, 글쎄 말이야..."
하며 친구들한테 으스대며 떠든다.

매일매일 밤늦게,코피 터지게 공부해도
로미보다 공부를 못하던 친구는
지하철에서 떨어져 자살을 하고,
친구의 자살에 가책을 느낀 로미는 사라진다.

로미에게서 "잘 노는 척"하는 범생이의 모습,
그러니까....내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학교 다닐 때, 신입사원 때, 아니 지금까지도
난 남들한테 "날라리"로 보이고 싶었다.
답답한 범생이의 이미지가 너무도.....싫었다.

아마도 범생이,모범시민,KS mark에 대한 이런 뿌리 깊은 저항감은
엄마,아빠에게 느끼는 "답답함"에서 비롯된 것 같다.

로미만큼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난 참 "노는 척"을 많이 했다.

신입사원 때는 나이트에 자주 다니는 "척"했다.
실제로.....난 나이트 좋아하지도 않고, 춤 추는 것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동기들이 모여
" 야...주말에 힐탑 갔었는데 물 좋더라."
" 그래? 노보텔은 완전 물 갔던데."
이런 유치한 대화를 하고 있으면,
나도 갔다 온것처럼 한마디씩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생일인가 해서 연례행사처럼 나이트에 갔다가
"양아"로 통하던 동기 H를 만났다.

난 H를 못봤는데,
H는 스테이지에서 어설프게 춤추던 나를
쭉 보고 있었나 보다.

H가 어깨를 탁 쳤을 때,난 소스라치게 놀랐다.
H는 의미심장한, 동시에 느끼한 미소를 흘렸다.

월요일에 출근했을 때,
H가 커피나 한잔 하자며 내가 있던 층으로 놀러왔다.

H가 씩 웃으며 말했다.
"야....너 참....귀엽다.
난 니가 정말 많이 놀아본 앤지 알았어.
너....솔직히 말해서...여태까지 나이트 10번도 안가봤지?
푸하하하. 난 보면 다 알아. 짜식....귀엽긴."

H는 7살 조카한테 하듯이
내 머리통을 톡톡 치더니 자기 층으로 갔다.
정말....뻘쭘하고 쩍 팔렸다.

이렇게 어설프게 들키면서도
나는 여전히 노는 "척"을 하곤 했다.
범생이로 보이는게 싫어서....

근데 왜 갑자기 범생이 타령이냐고?

오늘....아침부터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너는 펫>(1~14권) 세트를 샀다.
어제 밤부터 열광하며 읽었다.

쌩뚱맞게 아침부터 만화책을 보며 킥킥거리고 있는 딸을 보며
아빠가 말씀하셨다.

"만화책 읽는게 그리 좋은 습관이 아닌데...."

헉....난 30대 딸에게 어울리지 않는 아빠의 충고(?)에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지만,
아빠를 상대로 만화책의 위대함을 주제로 토론하고 싶지는 않아서....참았다.

나....고등학교 때까지 만화가게 한번 가본 적 없는 범생이었다.
나....만화책 즐겨본거 몇년 안됐다.
나....A형도 아닌데 디따 소심한 것이 툭하면 내 잘못인 거 같다.

이런거.....너.무.싫.다.

며칠 전에도 엄마한테 혼났다.
왜? 삼일절인데 태극기 안달았다고...
엄마가 아침 일찍 외출하면서 태극기 달라고 시켰는데,
난 숙취로 늘어져 자고 있었다.

30대가 태극기 안달아서 엄마한테 혼나다니....
쓰면서 보니 웃음이 나온다.코.미.디.

나는.....범생이가 싫다.
그런데....나는 범생이다.

사소한 일에 조마조마해 하고,
운전할 때 차선을 칼날처럼 지키며,
어쩌다 거짓말을 하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는

나는 나는.....범.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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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3-04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그러고 싶어요. 범생인데 그런 티 내기 싫고, 그래서 일부러 껄렁 거릴 때도 있어요. 나이트는 군대서 딱 한번 가봤고, 홍대 클럽두 딱 한번 가봤어요. 나이트는 들어가서 자고 나올 때 깼으니 갔다고 볼 수도 없고, 클럽은 춤 안추고 구경만 했으니 갔다고 볼 수 없고. 그럼 전 한번도 안간거에요. 좀 놀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놀 줄을 몰라요. ㅠ_ㅡ

2006-03-04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3-04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귀여우시잖아요.
전 모범생도 아니고 날라리도 아니도 이것도 저것도 아닌
미지근한 인생이 계속 되고 있네요.^^

로드무비 2006-03-04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는 펫, 무지 재밌죠?ㅎㅎ

kleinsusun 2006-03-0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정말 저랑....비슷하시군요.^^
전 홍대 클럽엔 한번도 안가봤어요.
근데...아프락사스님, 외모는 디따...잘 놀게 보여요.ㅎㅎㅎ

어설프게 숨어계신님, 전 O형이예요. 근데...반은 A형인 것 같아요.ㅎㅎ

로드무비님, 님의 인생이 미지근하다면, 다른 사람들의 인생은 데워야 하는건가요?ㅎㅎ 로드무비님의 페이퍼는 항상 흥미진진한데요.^^ <너는 펫> 무진장 재미있네요. 시오리가 쫌 거슬리긴 하지만....넘 재밌어요.

2006-03-04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6-03-04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칭찬이시죠? 그렇게 보였담 성공이에요. 이제 노는 일만 남았는데 어캐 놀아봐야되나. 저도 오형인데 다들 에이형이래요.

BRINY 2006-03-0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저도 범생이과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여전히 반항도 하고 삐딱선도 탑니다^^ 만화책은 쌓아놓고 봅니다요.

moonnight 2006-03-05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아주 옛날부터 가무에 능한 아이들이 느무 부러웠어요. 어찌나 놀 줄 모르는지 -_ㅠ 가끔 직장 회식에서 나이트클럽엘 가면 전 완전 바짝 쫄아있답니다. 헤헤 ^^; 수선님은 날라린 아니지만 귀엽고 쿨하고 순진한 범생이라 좋아용 ^^

kleinsusun 2006-03-0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물론 칭찬이죠.^^ 클럽 Boy 같아 보여요.ㅎㅎㅎ
아프락사스님도 A형으로 오해 받는 O형이시군요. 소심한 O형.

Briny님, 저도 삐딱선을 타죠.근데 그 삐딱선이 어느새 수평으로 변해 있다는....ㅎㅎ
Briny님의 추천으로 해면쓰고 있어요.정말.....짱이예요.감사합니당.^^

달밤님, 직장 회식에서 나이트 가시면 원 만들어서 춤추다가 한명씩 집어 넣고 그러나요? ㅎㅎㅎ, 저희는 아직도 그러고 논답니다. 그 때 원에 들어가면 정말...뻘쭘하죠? 주말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전 어젯밤에 달리고 지금 일어났어요.^^

2006-03-05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6-03-08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범생이는 별로지만~ 귀여운 범생이는 매력 있답니다...님은...용서되어요~ 님은 귀여운 범생이...

kleinsusun 2006-03-09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일탈을 꿈꾸는 삐딱이 범생이죠.
요즘 한참 행복하시죠? 맛있는거 많이 드세용!^^
 

옛 직장동료 C.

또래 여자 대리라 가끔씩 점심도 같이 먹고 수다도 떨었다.
동갑이고 학번도 같아서 서로 "너"라고 부르며 스스럼 없이 지냈다.

동갑이지만 C는 일찍 결혼해서 애가 둘이었고,
정신 연령은 나랑 엄~청 차이가 났다.
물론....재정적으로도 엄~청 차이가 났다.

C는 강남 OO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물론 부부가 열심히 저축해서 산 건 아니었고,
남자네 집에서 결혼할 때 사준거였다.
아파트 값은 매년 쭉쭉 오르고 있었다.

C부부의 취미는 주말마다 모델하우스에 가는 거였다.
애들이 곧 크니까 평수를 넓혀야 된다고 했다.

C는 매사에 아주 현실적이었고,손익계산이 빨랐다.
돈도 무진장 아껴 썼다. 전화도 핸펀으로는 왠만하면 하지 않았다.
부부가 둘다 일을 하는데도,
애들을 봐주는 도우미 아줌마 월급은 시댁에서 부담하고 있었다.

왜 둘다 일을 하면서 도우미 아줌마 월급을 시댁에서 받냐는
나의 우매한 질문에 C는 딱 부러지게 대답했다.
" 주는 걸 왜 안받냐? "

한번은 C랑 점심을 먹고 천천히 걸어서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C가 물었다.
" 너 사귀는 남자 없냐? "

그 때, 난 사귈까 말까 망설이는 남자가 있었다.
난 솔직히 대답했다.

C는 뭐하는 남자냐, 나이는 몇살이냐, 집은 어디냐...등등을 물었다.
그리고는 결정적인 질문을 했다.

" 강남에 아파트 하나는 사줄 수 있데? "

난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 야....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

C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했다.
" 야, 니 나이가 몇이냐? 왜 그렇게 뭘 모르냐?
일단 한번 사겨보고 그럴 나이냐?"

그날 C는 내게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처럼
긴 "훈화"와 "충고"를 했다.
간추리면.... "정신 차려라!"

벌써 2~3년 전 얘기다.
C의 충고는 내게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전설적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말했다.
부자가 되는데는 3가지 방법이 있다고....

하나는 확실한 사업 아이템이 있는 거고,
다른 하나는 부자와 결혼하는 거고,
(부자 부모에게 태어나는건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제외)
마지막 하나는 투자를 하는 거다....
라고 말했다.

요즘.....태어나서 처음으로 가계부도 쓰고,
재테크/금융/투자 이런 책들도 읽고,
평소에 안하던 짓들을 많이 했다.

예상 외로 참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모르던 걸 알게 되는게 참 재미있고, 또 뿌듯했다.

며칠 전, 내 책상에서 <불황에도 승리하는 사와카미 투자법>을 본 K과장이 말했다.
" 성대리, 요즘 열심히네.
근데....최고의 재테크가 뭔지 알아요? 결혼이예요.결혼.
그냥 결혼에 올인하세요! 그게 경제적이라고...."

난 그냥 헤헤 웃었다.

C의 말, K과장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C가 살고 있는 OO아파트를 사려면
연간 수익률이 50%라해도 도대체 몇년이 걸리는지 계산하기가 힘들다.

큰 부자는 되지 않아도 좋다.
그냥 난...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고,자유롭고 싶다.
내 스스로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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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26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편하고 확실하게 할 수 있죠^^

kleinsusun 2006-02-26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편한게....좋쟎아요.ㅎㅎ 주말 잘 보내셨어요?^^

마늘빵 2006-02-26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간접체험 잘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좌절감은 더욱 깊어지지만. ㅠ-ㅠ

kleinsusun 2006-02-2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네....? 좌절감요?
아프락사스님처럼 멋진 분이......왜?
근데...아까 리뷰도용 봤어요. 바로 위에 있더군요.놀랐어요.ㅠㅠ

마늘빵 2006-02-26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돌아와 추천 찍고 가요.

울보 2006-02-26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것이 현실이지요,,

kleinsusun 2006-02-26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프락사스님, 감사합니당.^^

울보님, 제가 약지 못한걸까요? C가 약은걸까요? ㅎㅎ
근데 애기 사진이 넘 귀엽네요. 항상 보면서 활짝 웃게된답니당.^^

2006-02-26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02-26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강남에 값나가는 아파트 한채 가지고 있다고 큰부자라 할 수는 없지요. -_-;; 요즘 부자의 기준이 참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지경이라 말입니다.

아무려나 수선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자유로워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인생을 함께 할 동반자 분도 만나셔서 두분이서 힘모아 꿈을 이뤄가시기를 바랍니당.. ^^

2006-02-26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02-26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 구두님, 님도 "영혼의 동반자"를 만나시길...^^
근데...주례말씀 같아요.두분이서 힘모아 꿈을 이뤄가길.....ㅎㅎㅎ

이리스 2006-02-27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므하하하하... 제가 그럼 수선님 주례를! (무슨 소리지 이게.. -_-;;)

드팀전 2006-02-27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 장례식에 대학 친구들을 불렀습니다.제가 요즘 서울에 잘 안올라가니까 만나기 힘들어서..술이나 한잔하고 불렀지요.7-8명 정도가 왔더군요.사업하는 넘,회사 다니는 넘,보험하는 넘,락 밴드에서 기타치는넘.... 단연 이야기의 주제는 '돈'이었습니다.아무래도 사업하는 넘들 목소리가 제일 크데요.구구절절 돈 들어가는 이야기..결론적으로 강남 아이들에게 밀리지 않기위해-즉 편입되기 위해,부모로써 출발선이라도 같이 만들어주기 위해-돈을 많이 벌고 재테크에 관심을 가져라는 것이었습니다.제가 재테크에 별 관심이 없어서 비판을 좀 받았지요.락 밴드 기타치는 넘은 그냥 싱글 싱글 딴 나라 이야긴가 보다 하고 안주나 주워먹었습니다.제가 농담처럼 '아..온국민이 투기꾼이 되누만'했더니 락 밴드 기타하는 넘이 그제야 씩 웃으며 '그래그래'하고 또 안주만 축냈습니다.수선님 정도면 너무 빈하게 살지는 않을 것 같아요.물론 부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요.그럼...그 경기장에 뛰어 들어가지 않으면 되죠.그 경기장에 뛰어들면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서있을 수가 없지않나요.서있으면 뛰어가는 넘들에게 걸려넘어질테니까...어려서본 채근담에 기억나는 글이 있었는데..아시겠지만 늘 정확하진 않습니다.기억이니깐..채근담이 아닐 수 도 있어요.
달려가는 무리에서 넘어지지 않는 길은 두가지다.하나는 남들보다 한 걸음 앞서 뛰거나 아니면 남들보다 한 걸음 물러나서 가는 것.
한걸음 앞서가기 위해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외면하고 돈만 쫓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겠지요.그리고 노력에 비해서 실제 돈도 많이 못벌 수도 있구요....걍 한걸음 물러나서 뛰어가는 아이들의 엉덩이 '실룩실룩'이 귀여운지도 봐 주고 한걸음 물러나서 곧 피어나려고 노란빛을 머금은 산수유 나무도 봐주고 ...
강남 아파트 전세값이면 제가 사는 아파트 사고도 남습니다.그것도 못사서 결국 은행대출따러 다니지만 전혀 부럽지 않습니다.ㅋㅋ 돈주고 못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또 돈 벌러 다니다가 놓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 c라는 친구요...담에 만나면 좀 그러세요. 나이가 몇 개인데 부모한테 기웃거리냐구...진짜 철 든게 뭔지 모르는 친구네요.

코마개 2006-02-2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니컬한 제가 찬물을 얹어 줘야지~~
그냥 아파트 안 받고 좀 덜먹고 덜 싸도 한국에서의 여자는 한국의 부모형제 있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보다 혼자 사는게 남는 장사아닐까 합니다. 결혼이 부자가 되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하는 저 시각은 그 사람이 외국인 남자여서 그런거예요.

kleinsusun 2006-02-2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주례....봐주시겠어요? 음하하하.

드팀전님, 아....할머니가 돌아가셨군요. 먼저 할머니가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도할께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정말.....다르죠? 락밴드 기타 친구와 사업하는 친구는 외모부터가 확 다를꺼예요. 저도 중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면 느껴요.
맞아요....경쟁을 하면 모두가 피곤하죠.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더 빨리, 더 빨리 뛰어야 하고.... 드팀전님 댓글은 하나의 페이퍼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강쥐님, 음......그럼 저는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거군요.ㅎㅎㅎ
 

"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 "

반만년 역사에 빛나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말이다.

뒤웅박이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쌀을 담을 수도 있고, 여물을 담을 수도 있고,
여물도 못 담아서 허구한 날 휑하고 비어있을 수도 있는 것처럼

여자도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돈 펑펑 쓰며 "김기사, 골프장으로!"를 외치며 살 수도 있고,
입고 갈 옷이 없어서 동창회도 못 나가고 콩나물 값을 깍으며 살 수도 있고,
남자의 바람기에 한 평생 속을 태우며 지지리도 복 없이 살 수도 있다....
뭐 이런 말이다.

여자들의 경제활동이 궤도에 오른 지금이야
이런 말을 자주 듣지 않지만,
40~50년대에 태어난 엄마들 세대에겐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은 "진실"이었다.

어려서부터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을 신앙처럼 믿고 자라난,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역전되는 드라마를
평~생, 질리도록 보고 몸소 겪으며 살아온 여자들 중 일부는,
딸을 키울 때 "세뇌교육"을 시켰다.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
"시집 잘 가는 게 최고다!"
"여자 잘나봤자 소용 없다. 팔자만 세진다." 등등....

고등학교 때, 이런 세뇌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받고 자라난 애가 있었다.
Y는 정말 애 늙은이 같았다.
고등학교 1학년이 매일 "결혼"을 생각했다.
여자에게 있어서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혼이라고 했다.

고 3때, 대학 원서를 쓸 때,
Y에게는 가고 싶은 과가 없었다.
아무 과나 상관 없고,그냥 E여대만 가면 된다고 했다.
이유는? E여대를 가야 S국립대와 결혼을 하기가 좋다나?

어쨌든 Y는 E여대의 커트라인 과에 입학했다.
같은 신촌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Y를 종종 만났다.
Y는 미팅,소개팅을 무진장 많이 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알았는지
의대 애들하고만 만나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원이 되면서 무진장 바빠졌다.
별로 친하지 않았던 Y하고는 스멀스멀 연락이 끊어졌다.

대학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났을 때,
지금은 한물간 "I love school"이 유행 급살을 타면서
시내의 온갖 호프집은 동창회로 들썩 거렸다.

동창회에서 잊고 있던 Y의 소식을 들었다.
선 보고 몇 달만에 의사와 결혼을 했다고 했다.
남자네 집도 디따 부자란다.

그 얘기를 듣고 생각했다.
역시....꿈은 이루어진다.

그런데...몇달 후 동창회에서 Y의 이혼 소식을 들었다.
글쎄 남자가 너무 심한 마마보이였단다.
남자의 엄마는 영화 <올가미>의 윤여정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Y를 학대 수준으로 괴롭혔다고 한다.

저런.....뒤웅박이 깨졌다.
그 얘기를 듣고 무척 씁쓸했었다.
그 후로는 Y의 얘기를 듣지 못했다.

우리 집은 딸만 셋이다.
부모님께 한 번도 "여자 팔자는...." 이런 말 들어본 적 없다.
제사 지낼 때도 여자, 남자 똑 같이 한다.

우리 아빠가 딸만 있어서 페미니스트가 된 건지,
만약 아들만 있는데도 지금처럼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가 되었을 지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부모님은 한번도 "여자 팔자는...." 이런 말 하신 적 없고,
어렸을 때부터 여자도 확실한 자기 직업이 있어야 한다고,
누구나 자기 밥벌이는 자기가 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내가 어디 가든 기 죽지 않고 매사에 당당할 수 있었던 건,
만만하지 않은 회사 생활을 어쨌거나 버티어 낼 수 있었던 건,
힘들다고 회사 그만두고 쪼르르 대학원에 가거나 확신 없는 결혼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온전하게 엄마, 아빠 덕분이다.

만약 나도 Y처럼 어렸을 때부터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을
하루에도 몇번씩 귀가 따갑게 듣고 자랐다면,
나도 돈 많은 남자에게 올인하고,
그런 남자에게 선택 받기 위해서 에너지를 몽땅 쏟았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남자 후배 하나가 고민을 말했다.
여친을 만난지 1년 정도 됐는데, 양쪽 집안에서 결혼 얘기를 하고 있단다.
여친은 하루라도 빨리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데,
그 이유는 회사를 그만 두고 싶어서라고 한다.

후배의 여친은 회사 다니기를 너무너무 힘들어 하는데
대안 없이 백조될 용기가 없어서 회사를 다녔고,
남친이 생기자 결혼하면 당장 회사를 때려 친다고 벼르고 있단다.

이제 막 직장생활 4년차인 후배는 두렵다고 했다.
자기도 힘든데 평생 누군가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그래서 결혼하기가 망설여 진다고 했다.
후배는 두려워 하고 있었다.

후배의 말을 들으면서 새록새록 느꼈다.
"자기 밥벌이는 자기가 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엄청난 부자랑 결혼을 하건,
싸우디 왕자랑 결혼을 하건,
일부 연예인들처럼 늙다리 재벌 아저씨랑 결혼을 하건,
자기 밥벌이 정도는 힘들더라도 자기가 해야 한다고....

지금쯤 Y는 뭘하고 있을까?
행복했으면 좋겠다. 스스로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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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2-24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찍고 갑니다.

이리스 2006-02-2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불어 일상적 생활은 자기가 책임질 줄 알아아죠. 밥 해먹기, 청소하기, 빨래하기, 떨어진 단추 달기, 다림질 하기, 재활용품 갖다 버리기 같은 그 자질구레한 것들. 돈을 벌 수 있다는건 대단한 자립이지만 일상생활 자립엔 젬병인 사람들도 문제입니다. 주변사람에게 폐나 끼치고 살거든요.

남자가 주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부작용인지 역작용인지 몰라도 여자들도 슬슬 그런 사람들이 늘어만 갑니다. 남자고 여자고 간에 몸만 성인이고 아이같은 사람이 늘어가는 듯 해요. 부모에게 기대고, 무책임한게 얼마나 부끄러운지도 잘 모르는 아이같은 어른들.

여자에게는 자기 밥벌이는 스스로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남자에게는 자기 밥은 스스로 해 먹으라고 교육하면 이 간극이 좀 좁혀지려나요? ㅋㅋ아직까지는 밥벌이도 하고 밥도 스스로 먹으며 심지어 가족들것까지도 다 챙기는 여자가 꽤 많은데. 남자는 어느 세월에 밥벌이도 하고 가족들 밥까지 차려주려는지 원. -_-;;


프레이야 2006-02-24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옆지기는 요즘 아침밥을 스스로 하는 날이 많아요, 낡은구두님.^^
수선님, 살면서 뒤웅박팔자가 안 되게 중심을 잘 잡아야겠어요 정말^^ 추천 꾸욱~

거친아이 2006-02-24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moonnight 2006-02-2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을 이렇게 잘 길러주신 부모님께 경의를 ^^ 맞아요. 여자든 남자든 누군가에게 제 인생을 기대려 하는 사람은 정말 보기 싫어요. 자기 밥벌이는 자기가 해야죠. 그리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어야 하구요. 우리수선님처럼요. 저도 당근 추천 꾹 ^^

검둥개 2006-02-25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저두 찍고 가요.

kleinsusun 2006-02-25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오늘 날씨 디따 좋아요.봄이 왔네요.^^

낡은구두님, 맞아요....일상에 무능한 사람들이 많아요.특히 남자들....엄마나 아내가 없으면 밥도 못먹는 남자들이 많죠. 근데....다림질은....저도 쫌 찔리네요.ㅎㅎㅎ

혜경님, 우와....옆지기가 해주는 아침은 어떤 맛이예요?
저도 옆지기가 해주는 bed in breakfast를 먹어보고 시퍼요.^^

거친아이님, 감사합니당.^^

달밤님, 부모님께 전해드릴께요.음하하하.
아직까지도 결혼만 하면 어떻게 되겠지...생각하는 애들이 많아요. 어려서부터 경제적 자립의 중요함을 교육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검둥개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오렌지향 2006-02-27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부모님의 가치관이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죠. 여자는 착하고 이쁘고 시집잘 가야 된다. 저도 아니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렇게 듣고 자랐을 거예요.

kleinsusun 2006-02-2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지향님, 오랜만이예요.
네....착하고, 이쁘고, 참하고.....이런 말 귀가 따갑게 들었죠.ㅠㅠ
새해 목표는 잘 지키고 계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