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와 친일파 문제
민족문제연구소 지음 / 아세아문화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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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친일파 청산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역사의 미제로 남아 있다. 이승만 정권기에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민특위가 구성되어 대대적 친일파 척결이 이루어질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붉은 색으로 덧칠된 용공혐의 뿐이었다. 사실 정치의 중심부와 경찰 사법부 및 경제계의 곳곳에 포진되어 있던 친일파의 집요한 방해공작에 의해 반민특위의 이상은 역사의 뒷편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의 경우 친일세력이 철저히 척결됨으로써 비교적 초기에 국가의 기틀이 잡히고, 정부수립의 정통성 면에서 남측에 비해 상대적 우위성을 점유할 수 있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물론 이후 북한의 경제적 퇴조과정은 친일파 척결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부연하자면 북한에서도 경제부분의 기술자들은 일제시기의 기술자 및 일본인 기술자들이 대부분 그대로 재등용되었다). 유럽의 경우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도 나치의 잔재는 철저히 청산되었다. 그 국가들의 정치적 민주화나 건실한 경제구조는 상당부분 과거의 잔재를 완전히 청산한 토대위에서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다.

반면 한국의 경우 친일파가 완전히 청산되지 못함으로써 기득권을 옹호하려는 수구세력에(친일파들은 대개 친미세력으로 전향하였고 열열한 반공주의자가 되었다) 의해 정치적 민주화가 상당히 지체되었고, 경제구조 역시 친일적 재벌들이 정치와 유착함으로써 건전한 경제의 발달에 상당한 장애를 초래하였다.

현재의 대선에서 재벌개혁 문제라든지 부분적으로 정치적 민주화에 관한 후보들의 식견들이 중요시되는 이유는 아직까지도 척결되지 못한 친일파문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계획되었던 친일인명사전이 각 계의 반대에 직면했던 사실은 아직까지 우리사회에 친일파나 그들과 밀접한 이해관계에 있는 세력들이 잔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친일세력을 명확히 규정하고 그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단호히 내림으로써 실추되었던 역사의 정통성 문제를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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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시계공
리처드 도킨스 지음 / 민음사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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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 '눈먼 시계공'을 통해 진화론에 대한 자신의 절대적 신념을 확고히 하고 있다. 도킨스는 정말 위대한 과학자이며, 그의 저작들 역시 시대를 초월해 영원한 고전으로 남지않을까 싶다. 물론 부분적으로 그의 주장이 오류로 판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사고의 독창성, 탁월한 비유, 어려운 이론의 쉬운 설명, 논리적인 반박, 신랄한 풍자 등 독자들을 매혹시키기 충분한 모든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이런 수단들은 자신의 논리를 타인에게 설득시키는데 있어 없어서는 안될 것들이다. 다윈이 진화론을 고안해 냈다면, 도킨스는 진화론을 체계화하고 경쟁이론들의 도전을 막아냈다는 점에서 후손들은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할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도킨스는 복제를 통해 증식하려는 유전자들의 이기적 속성이 개체들의 이타성으로 발현될 수 있으며, 개체는 유전자들을 담고 있는 일종의 그릇과 유사하다는 비유를 한 바 있다. 이 책 '눈먼 시계공'은 다윈적 진화론를 확고히 체계화함으로써 경쟁이론들의 도전을 무력화하는데 목적이 있는듯 싶다. 책 제목은 다윈적 진화론을 가장 잘 설명하는 비유로 보여지는데, 그에 의하면 '눈먼 시계공'은 진화의 원리로서 결코 미래 지향적이고 거시적인 계획이 개입되지 않고, 자연선택에 의한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변화의 누적으로서 오랜 세월에 걸쳐 생물체의 놀라운 복잡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을 통괄하고 있는 주제임에 틀림없지만, 도킨스는 탁월한 비유로서 쉽게 설명하고 경쟁이론들이 어떠한 면에서 그릇된 것인가를 명쾌하게 제시한다.

도킨스의 마법과도 같은 탁월한 논리전개 방식은 읽는 독자들의 혼을 빼앗아 갈 정도로 매력적이다. 아마 우리의 후손들은 그를 21세기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의 반열에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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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호모 사피엔스 - 인공지능의 가속적 발전과 인류의 미래
레이 커즈와일 지음, 채윤기 옮김 / 나노미디어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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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아프리카대륙에서 발생했다는 인류기원설에 대해 대부분의 학자들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계를 처음으로 넘어선 인류는 유럽의 각 지역이나 아시아의 일부 지역으로 분산되었는데, 이들이 바로 네안데르탈인이나 북경원인 등을 구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인류의 집적적인 조상은 아니었다. 아프리카에 남아 있던 무리들,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이나 북경원인과는 달리 더욱 커다란 뇌를 가진 인류로 진화하였고, 다시 이들이 아프리카를 넘어서면서 그들 사촌들과의 극적인 조우가 이루어졌다. 물론 더욱 강력한 두뇌를 소유한 호모사피엔스가 그들 사촌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것은 인류 두뇌의 무한한 잠재력을 시사한 초기의 사건이었다. 현대의 유전학은 그러한 사실에 관해 이미 입증한 바 있다. 이 책은 그러나 두뇌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인류의 탁월한 능력에만 안주하지 않는다. 인류의 두뇌에 의해 창조된 인공지능의 본질과 가능성을 타진함으로써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해 준다. 그러한 점에서 호모사피엔스의 두뇌는 동물적 삶에 의존했던(상대적으로 뇌를 덜 사용했던) 인류에서 인공지능으로 연결되는 가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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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은 말한다 1
제주일보4.3취재반 / 전예원 / 199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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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폭발했던 사건의 진상이 공개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거의 반세기 동안 진실이 규명되지 못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좌익 공산주의자들과 폭도들의 폭동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 힘들었던 것은 다분히 남북간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에 기인하고 있다. 즉 냉전시기 남북간의 대립상황 속에서 좌익주도의 대중적 항쟁은 공산주의의 폭동 정도로 왜곡되거나, 군경찰과 우익단체의 무자비한 진압은 체제의 수호를 위한 정당방위의 차원에서 옹호돼온 것이다.

그러나 남북화해의 무드가 시작되면서 제주 4.3사건의 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반공주의 역사학이 극복됨과 동시에 진보적 실증주의적 소장학자들의 대두로 사건의 진실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사건자체가 좌익주도로 전개되었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역사적으로 억압돼온 제주도의 지역적 특수성, 군경찰과 우익단체들의 제주시민에 대한 무차별적 탄압 행동 따위가 복잡하게 얽혀 결국은 시민들 역시 좌익의 노선에 공감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우익의 탄압이 강도를 더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남북현대사의 축도판이라 할 수 있다.

제민일보는 사건들의 편린을 수집하고 생존인물들의 증언을 녹취하는 등 제주 4.3항쟁의 진실을 파헤치는데 가장 커다란 기여를 했다. 그러한 자료들을 토대로 바로 이 책 '4.3은 말한다'가 나오게 된 것이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늦게나마 역사의 진실이 바로잡히고 피해주민들에 대한 배상이 가시화되었다는 점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역사가 점점 진보하게 있다고 생각되고, 역사의 진보가 통일을 향한 고난의 여정에 크게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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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 쓴 한국근대사
강만길 지음 / 창비 / 199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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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길선생은 한국 진보진영의 버팀목으로 오랫동안 한국의 역사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셨다. 그의 역사의식은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실증 즉 객관적 검증을 근거로 진보진영의 방향설정과 접목시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신독재 시절, 정권에 야합하지 않고 지조있는 처신을 보여온 행위는 역사학자로서의 실천적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 책 역시 역사의 진보를 전제로 한국근대의 다양한 발전 방향을 - 비록 실패했을 지라도 - 추적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연구가 아닐까 한다.

이미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 대학생들의 역사학 텍스트로서 가장 널리 애용되고 있다는 점 등등이 이 책의 대중적 검증과 신뢰를 입증하지만, 더욱 중요한 가치는 올바른 역사관의 함양에 있을 것 같다. 한국의 근대화는 다양한 분파에 의한 정치모델 도입의 각축장이었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비록 일제의 강점에 의해 그 모든 시도와 이상이 좌절되었다 할지라도, 그들의 역사적 의의는 전혀 축소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러한 실패를 되새김으로써 미래를 향한 역사의 진보에 더나은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은 현재적 의미에서 곱씹어 보아야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학 갑신정변 의병운동 계몽운동 등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절대권력에 대한 민중의 해방을 지향했던 한국근대의 민중운동의 양상은 그 후에 일어날 다양한 대중운동의 선차적 경험이자 근원적 힘이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많은 교훈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민중운동에 대한 다양한 양상을 고찰하고 더나은 이상을 제시으로써 통일시대의 역사가 어떤 방향으로 전진해야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끔 화두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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