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시티와 노란 벽돌 길, 그러니까 갈망하는 운명으로 향해 나아가는 그 길은 온전히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스토리들'로 이루어진다....... 문제는 모든 스토리가 똑같이 좋은 재료가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원하는 현실을 창조하고 갈망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길을 이으려면 '올바른 스토리'를 재료로 택해야 한다.

 

경이로운 진실, 그것은 바로 '스토리가 실제로 여러분의 인생이 된다'는 사실이다. 여러분의 셀프스토리는 현실이 되며, 셀프스토리는 계속 이어지는 자기충족적 예언이다.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스토리는 자신이 무엇이 되어갈지, 인생이 어떻게 될지 알려주는 강력한 예측 변수다. 우리 모두에게는 고유한 스토리가 있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셀프스토리들이 전부 이롭지는 않다.

 

스스로에게 매번 들려줬던 스토리를 다른 스토리로 바꾸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조금 더 바람직한 스토리를 선택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장담컨대 인생을 바꿀 수 있다.

 

... 일단은 우리 눈에 보이는 빙산은 거대한 빙산의 일부이듯이, 우리가 인식하는 스토리 역시 사실은 훨씬 더 큰 스토리의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는 정보를 수집해서 '스토리 형태'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이 선하고 공정한지, 무엇이 책임 있는 행동인지, 무엇이 올바른 삶의 방식인지를 밝히는 단서를 평생수집한다. 그리고 그 스토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단 한 명의 청중과 공유한다.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의 스토리에는 역할이 있다. 이는 진화가 신중히 갈고닦은 역할로, 바로 우리를 '보호'하는 것, 나아가 종족을 보존할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우리를 위험에서 보호하려는 스토리들이 우리에게 가능성을 빼앗는 경우가 많다...

 

옛날에는 셀프스토리를 통해 부족과 더 긴밀하게 연대해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 셀프스토리는 우리가 직면하는 간극을 메우는 작업, 예를 들어 승진을 하거나, 애인을 구하거나, 요금을 지불하는 일을 방해하기도 한다.

 

훌륭한 스토리를 들으면 정신이 납치당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스토리가 신경계를 장악해 우리의 뇌를 인질로 잡는 상태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쉽게 피할 수 없다. 훌륭한 스토리는 우리의 뇌를 낚아채서 놓아주지 않는다.

 

스토리는 뇌를 뒤집어엎고, 뇌에 완전히 스며드는 능력이 있다. 또한 스토리가 뇌를 완전히 포위하면 우리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토리는 생각을 현실로, 허구를 사실로, 미래를 현재로 바꿀 수 있다.

 

스토리텔링이 뇌를 활성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어떤 기술을 '머릿속으로 연습'할 때도 실제로 그 기술을 연마할 때 발달하는 뇌 영역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가설이 입증되면서 시각화가 운동선수와 음악가의 뇌를 바꾼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신경학적 수준에서 뇌는 허구와 실화, 상상과 현실, 현재와 미래가 어떻게 다른지 사실상 구분할 수 없다. 어떤 경우든 스토리는 '여러분의 뇌와 몸에서 실제 현상이 일어나도록' 만들 수 있다.

 

매혹적인 스토리는 우리 마음을 유혹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까지도 변화시킨다.

 

우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스토리...

 

우리 선조들은 위험과 위험 요소에 주의를 많이 기울일수록 더 오래 살 확률이 높았다.... 그 결과 우리는 과학자들이 '부정 편향'이라고 부르는 성향을 지니게 됐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충격적인 사건을 더 잘 기억하고 부정적인 일들을 더 자주 생각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또한 부정적인 경험에서 더 많이 배우고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더 강하다. 이런 경향성은 우리 스토리에도 영향을 미쳐서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만든다.

 

우리 경험에는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 다른 측면이 있다. 우리는 그런 측면에 서 있는 내면의 이야기꾼에 생기를 불어넣는 연습을 해야 한다.

 

"스토리는 뇌를 자극하고 우리가 살면서 행동하는 방식마저 바꾼다."

 

강렬한 스토리와 현실이 교차하면 '현실이 변화'한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스토리는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든 바꾼다. 뇌에 스토리를 들려주면 뇌는 그 스토리를 실현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찾을 것이다.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우리 자신에게 들려주는 스토리가 되고, 우리가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도록 이끈다.

 

여태껏 스스로에게 들려줬던 스토리들이 지금 있는 곳으로 나를 인도해줬다. 만약, 다른 곳을 꿈꾼다면, 지금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스토리를 바꿔야 한다. 내 안의 다른 스토리를 골라야 한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내면의 '스토리텔링 블랙 박스'를 거친다. 그렇게 블랙박스에서 스토리와 현실이 뒤섞인 후에야 우리는 행동하게 된다.

 

셀프스토리를 통제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셀프스토리가 우리에게 불리하면서도, 통제가 불가능한 특징들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셀프스토리는 태생적으로(진화도 한몫 거들었다) 잠재의식 수준에 존재하고, 쉽게 촉발하며, 자동적으로 작동하고, 또한 습관이다. 

 

셀프스토리를 무모하게 내버려두면 쥐가 차량 전선을 씹어 먹는 것처럼 인생의 도관, 행복과 통제감, 전반적인 인생의 성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의식을 의식으로 만들 때까지 무의식은 우리 인생을 좌지우지할 것이고, 우리는 이를 운명이라 부를 것이다."  - 카를 융

 

스토리텔링은 신경에 내장된 기능이다. 대개 무의식 상태에서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자기 강화적 과정인 스토리텔링을 우리는 계속 반복한다. 여러분의 뇌는 여러분이 내버려두는 한 스토리를 계속해서 반복 재생할 것이다. 또한 여느 습관과 마찬가지로 어떤 스토리를 많이 하면 할수록 신경에 깊이 새겨지고 더욱 자주 반복하게 된다. 스토리 습관은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지금 있는 곳에 계속 붙잡아둘 수도 있다.

 

발목을 잡는 것은 행동이 아니다.

그 행동을 하기 전에 이미 스스로에게 말하는 숨은 스토리다.

우리는 같은 스토리를 반복하면서 같은 일을 하고 언제나처럼 같은 결과를 얻는다.

 

인생에서 바꾸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셀프스토리를 통제하는 것이 그 목적을 달성하는 길이다.

 

나쁜 셀프스토리 습관을 고치려면 '가로막을' 기회가 필요하다. 부정적인 셀프스토리를 발견했다면 멈춰 세워서 우리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에메랄드 시티로 가는 길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스스로에게 어떤 스토리를 들려줄지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반응을 바꿀 수 있고, 그 반응이 결과를 바꾼다. 이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인생이 완전히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스토리를 바꾸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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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수이 할머니는 수이 걱정을 하며 뜬 눈으로 뒤척이다 선잠이 드셨다. 그때 꿈속에서 유로가 나타났다.

 

할머니. 할머니. 큰일이에요. 수이가 다쳤어요. 빨리 수이 방에 가보세요. 어서요.”

뭐라고? 우리 수이가?”

 

수이 할머니는 유로의 말에 놀라 잠에서 깨었다. 불길한 꿈이다 싶으셔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 되겠다 생각했다. 수이 방으로 가 방문을 열자 방바닥에 흥건하게 피가 흘러 있었고 수이가 손목에 상처를 낸 채 쓰러져 있었다.

 

아이고! 수이야! 수이야.”

 

 

수이는 병원 침대에 누워 응급실로 실려 갈 때쯤 깨었다. 몽롱한 의식으로 힘없이 가늘게 눈을 뜨자 하얀 천정이 보였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유로가 자신이 누운 침대가 가는 방향을 따라 침대 옆에서 달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유로 오빠?”

수이야 괜찮아! 괜찮을 거야. 내가 널 지켜줄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반드시 널 지켜낼 거야!”

 

수이는 유로의 말에 안심이 돼 다시 스르륵 눈이 감겼다.

 

 

수이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 멤버들과 고정도 대표가 문병을 왔다가 고 대표가 수이 할머니께 인사를 하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떠났다.

 

언니, 기운 내.”

 

이연이가 병상에 누워 천정만 바라보고 있는 수이를 보고 무슨 말이든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태어나 처음 겪는 일들에 이연이 역시 당황스러웠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기운 내라는 한마디를 하고는 수이를 바라봤다.

효윤이가 무표정하게 천정만 바라보는 수이를 보다가 다급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

 

수이 언니, 언니가 리더고 메인보컬인데 이러면 우린 어떡해? 언니가 기운 내고 앞날을 생각해야지.”

지금은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야, 효윤아! 언니 곧 기운 차리면 다 제자리를 찾을 거야.”

맞아, 효윤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우리 아빠도 그랬어.”

 

소미가 효윤을 나무라고 다독이자 선희도 거들었다. 하지만 선희의 마지막 말에 수이는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수 있을까? 유로 오빠가 시간이 지난다고 살아 돌아올 수 있다고?’

 

도무지 어떻게 시간이 지난다고 괜찮아질 수 있다는 건지 수이는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얘들아, 미안한데 나 눈 좀 붙일게. 너희도 그만 돌아가야지.”

! 그래. 언니 좀 쉬어야지.”

언니 그럼 나중에 또 올게.”

언니, 우린 언니 믿어. 힘내.”

 

이연이와 소미, 효윤이와 선희는 불안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돌아섰다.

M.G.I 데뷔를 기껏 6~7개월 앞둔 시점이라 아이들 모두가 이번 일로 불안해했다. 그래도 평소 수이의 태도가 데뷔에도 가수로서의 삶을 맞이하기 위함에도 얼마나 진지한지를 아는 아이들이었기에 수이에 대한 믿음으로 그 불안을 떨치려 했다. 앨범 재킷 사진까지 찍어두었는데 수이가 자살기도를 하다니 아이들로서는 믿기도 힘들고 받아들이기도 힘들었다. 고정도 대표도 아이들 모두의 부모님도 어른들은 모두 시간이 지나면 괜찮다고 하니까 소녀들은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멤버들이 돌아가자 수이는 눈을 떴다. 밤을 지새운 수이 할머니가 침대 발치에서 의자에 앉아 졸고 계셨다.

오빠 내 곁에 있어? 있으면 대답 좀 해 봐. 오빠가 날 구한 거야? 왜 그랬어? 그냥 오빠 곁으로 가고 싶은데. 이젠 모든 게 의미가 없어졌어. 오빠와 함께일 때는 모든 게 다 살아있는 것만 같았는데 오빠가 떠나면서 모두 죽어버린 것만 같아. 죽음 속에서 나만 살아있는 게 너무 버거워.’

 

수이가 누운 침대 머리맡에 서서 수이의 생각을 듣고 있던 유로는 심장이 깨어지는 것만 같았다.

 

수이야. 난 니 곁에 있어. 그러니까 넌 니 삶을 니 목표를 버릴 필요 없어. 내가 언제까지나 널 지켜 줄 거야. 그리고 넌 너의 삶을 살아야 해. 만질 수는 없어도 나 항상 널 바라보고 있어. 이것만으로도 난 행복해! 힘이나! 그러니까 너도 힘을 내! 죽었어도 난 살아있으니까. 어쩌면 죽음이란 건 마음속에만 있는 건지도 몰라. 모두 죽어버린 것 같다는 그 심정을 이겨내야 해. 내가 널 꼭 다시 살아있는 게 행복하다는 심정으로 만들어 줄게.”

 

 

금발의 수호천사를 유로가 다시 나타나 달라고 불렀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유로는 한편으론 두렵고 한편으론 분노했고 한편으론 서글펐다.

 

그 마법 써클이 자연적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의식 마법으로 만들어지는 거라셨는데. 그렇다면 누군가가 수이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는 말씀이세요.”

그렇다기엔 계속 생겼다 없어지고 생겼다 없어지는 게 좀 의아하긴 해. 단정적으로 말해야 한다면 누군가 악의를 품고 행하는 흑마술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만 말이야.”

흑마술을 걸고 있는 게 누군지 알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리 권한으로는 없다고 봐야지. 너나 나나 수호해야 하는 대상의 어느 반경 이상은 벗어나지 못하는 게 원칙이니까.”

원칙을 깬다면요?”

 

금발의 수호천사는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그렇지만 그 대답에서 유로는 오히려 일말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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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밤늦게 죄송해요. 이제 그만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고마워, 학생. 조심해서 가.”

 

유향은 수이를 숙소가 아닌 수이네 집에 바래다주고 수이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 중이다. 수이 할머니는 늦은 시간이라 여자들만 있는 집에서 간다는 걸 만류할 수도 없고 해서 문밖까지 마중만 했다.

수이는 유향이 앉힌 소파에서 옆으로 쓰러져 있다가 나가는 유향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렸다.

유향은 수이가 걱정됐지만 수이 본인 집에서 수이가 안정을 찾으리라 생각했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해!”

 

수이 할머니가 수이를 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해하다가 꺼낸 말씀이다.

수이는 대답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수이가 방문을 닫자 한참을 쟤는 이제 어쩌나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어떤 말로도 위로할 길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푹 자고 나면 조금은 낫겠지.”

할머니는 혼잣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렇게 멍한 수이의 심정을 바라보는 듯 유로가 빈 공간에 서 있었다.

 

 

수이는 방의 불을 끄고 침대 위에 비스듬히 앉아 작은 무드등 조명 옆에서 멍하니 화장대의 거울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수이는 말없이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또 그러다 소리내어 웃었다.

왜 난 오빠와 헤어지려고 했을까? 내가 그날 헤어지려고 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날 만나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유로 오빠도 죽지 않았을 거야. 이령이 말이 맞아. 내가 오빨 죽인 거야. 내가 그런 거야.’

 

수이의 뒤에서 거울에 비친 수이의 얼굴을 보고 있던 유로는 수이가 그렇게 생각하자 소리쳤다.

 

아니야. 수이야. 니 탓이 아니야. 언제나처럼 널 만나러 가는 동안 난 행복했어. 니가 헤어지려 말하려 했다지만 그렇게 됐다 해도 우린 언제나처럼 금방 다시 만났을 거야. 니 탓이 아니야. 니 탓이 아니라고.”

시끄러우니까 소리 좀 낮춰!”

 

유로 옆에 하얀 슈트 차림의 금발 외국인이 나타났다.

 

누구야?”

 

놀란 유로가 다시 소리쳤다.

 

시끄럽다니까. 누구 귀먹은 줄 알아. 소리 좀 낮추라고. 온 차원이 다 네 외침뿐인 것 같잖아! 도대체 어떻게 한 영혼의 목소리가 이렇게 큰 거야.”

 

파란 눈동자의 금발 외국인이 그렇게 말하자 유로는 진정하고 다시 조용히 물었다.

 

도대체 누구세요?”

나도 너처럼 수이를 수호하는 수호천사야!”

? 그럼 여태까지 어디 계신 건데요?”

너처럼 수이 곁에 있지만 너와 나는 서로 조금 다른 차원의 공간에 있어. 천국과 너희 천당 측의 규약으로 너랑 나는 자주 접촉할 수 없어. 하지만 네가 인식하지 못한다고 해도 나 역시 늘 수이 곁에 있어.”

이제까지 계속 수호령이셨나요?”

난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이들을 수호해 왔지. 하지만 수호령이 아니라 수호천사야. 너희와는 급이 다르지.”

 

금발의 수호천사가 턱을 약간 치켜들며 다소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유로는 그의 거만함이 오히려 다행스러운 심정을 가져다주는 듯했다. 믿을만한 수호천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그럼, 말씀해 보세요. 수이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이는 지금 평소와 달라. 어떻게의 문제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해. 그렇지 않으면 수이가 아주 위험할 거야.”

지금 평소 심정이랑 다른 건 저도 알지만 아주 위험하다는 말씀은 도대체 뭐죠? 미래를 보시나요?”

미래의 여러 경로를 보지만 그것도 모든 미래는 아니야. 하지만 내가 본 미래를 가져오는 건 비단 수이의 현재 심리만이 아니야.”

 

그때 침대에서 일어난 수이가 조금 어두운 무드등 불빛에 의지해 거울을 바라보며 조금씩 화장대 앞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수이의 머리 위에서 원 안에 역삼각형 위 두각을 자르는 듯한 X표가 그려진 마법 써클이 생겨났다.

 

저거. 저게 문제야.”

 

유로가 그의 말에 다시 수이를 돌아봤다. 수이 머리 위의 마법 써클을 발견한 유로는 다급해졌다.

 

저게 도대체 뭐죠? 저게 수이를 위험에 빠뜨리는 건가요?”

오랜 내 경험으로 봐서 저건 유사 이래 존재해온 마법하고는 조금 다른 방식의 마법 써클 같아. 이제까지 매번 저거보다는 덜 위험해 보이는 그저 내적 혼란이나 이별을 불러오는 힘이 느껴지는 마법 써클만이 수이 머리 위로 떠오르다가 사라지고 떠오르다가 사라졌었어. 그러다 며칠 전 죽음을 부르는 파멸적인 힘이 보이는 마법 써클이 나타나더니 이상하게 그것도 금세 사라지더라고. 근데 오늘만 해도 벌써 저 문양의 마법 써클이 두 번째 나타난 거야.”

나타났다 사라지면 문제가 없는 건가요?”

그렇지도 않아. 금세 그 힘이 사라지지는 않거든. 마법 써클만 사라지면 그 이후 안정시키는 건 수호천사의 몫이니까. 그리고 네 몫의 일이기도 하고.”

 

수호천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수이는 화장대 앞에 무릎을 꿇고서 엉성하게 주먹을 쥐고는 손날 부분으로 거울을 쳤다. 거울이 조금 깨지기는 했지만 떨어져 나오지는 않자 옆의 화장품을 들고 거울을 쳤다.

 

안돼. 수이야. 뭐 하는 짓이야. 그만둬. 제발 그만 좀 해.”

 

유로가 다급히 소리치고 있을 때 금발의 수호천사가 마법 써클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손가락으로부터 마법 써클에 빛 덩어리가 던져지더니 붉게 타오르던 마법 써클이 한 바퀴 회전하며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수이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조각난 거울 조각 하나를 움켜쥐더니 자신의 손목으로 가져갔다.

유로가 이제야 떠오르다니하면서 둔한 자신을 탓하며 마법 써클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러자 유로의 손바닥으로부터 푸른빛이 외곽을 감돌고 있는 새하얀 빛의 줄기가 터져 나오며 마법 써클을 깼다. 그런데도 수이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하얀 손목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오빠, 나도 오빠 곁으로 갈래. 내가 미안하다고, 이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고 오빠한테 꼭 말하고 싶어. 사랑해! 유로 오빠!”

 

피가 뿜어져 나오는 손목을 멍한 채 바라보던 수이는 가만히 그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유로와 만날 시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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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유로는 한쪽 무릎을 꿇고 붉은 도복의 노인이 주는 봉신 명부를 받았다. 명부를 받자 명부가 빛무리로 변하며 유로를 에워싸더니 유로의 몸으로 스며들듯이 감싸고는 가야 시대 철갑옷의 형태를 띠다가 검은색 슈트로 변했다.

 

너는 이제 명실상부한 신계의 봉신을 받은 수호령이니라. 언젠가 수호신이 될 수도 있을 게다.”

수호신이요? 그건 수호령이랑 다른가요?”

능력치와 권한이 다르다. 먼 이야기이니 지금은 그 정도만 알고 있거라.”

 

유로는 수호령이든 수호신이든 그런 건 중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이젠 수이를 지켜줄 수 있다는 것에 안도하면서 깊은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때 하얀 슈트의 중년 천사는 한창 짜증이 나 있었다.

이건 상도덕에 어긋나죠. 무슨 원칙도 없이 영혼이 살아있을 때 가장 아끼던 사람을 지켜주게 하겠다면서 수호천사 아니 수호령 지위까지 급임명해 버리고. 이게 도의에 맞는 일입니까?”

규약에 어긋난 것이 있는가? 우리가 이 아이를 강제 납치라도 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영혼을 홀려 강제 귀의라도 시켰다는 말인가?”

그런 건 아니지만 원칙이 없잖아요, 원칙이. 우리 천국 측과 그쪽 천당 측이 맺은 규약으로도 인간들 시간으로 49일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영혼이 자신이 갈 길을 선택할 시간을 주기로 해놓고, 지금 이게 뭡니까? 저더러 호객행위를 한다더니 그쪽 분들 처사는 말도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죽자마자 수호천사 아니 수호령 지위를 물건 강매하듯이 넘겨 버리고 말이에요.”

 

천사의 말에 붉은 도복의 노인이 경우를 벗어난 것이 없음을 짚었지만 천사는 더 볼멘소리로 원칙을 따지려 했다.

 

규약에는 영혼 자신의 선택에 따른다고 하지 않나? 이젠 자네 참견은 끝났네. 얘는 이제 우리 관할 수호령이니 자네는 이만 돌아가시게.”

. 일단은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천사는 그 멈춰진 공간에서 사라졌다.

 

 

내리는 비도 멈춰있고 달리는 트럭도 멈춰있으며 도로를 향해가고 있는 수이도 걷던 모습 그대로 멈춰져 있었다. 그 멈춰진 공간에 다시 선 젊은 여성 차사가 유로를 향해 지적했다.

 

수호령이라고 자신이 맡은 사람의 행동에 다 참견할 수는 없는 거야. 지켜보다가 그 사람이 위험해지는 순간에만 도와야 해.”

그 말을 몇 번째 하세요? 오른쪽 귀랑 왼쪽 귀랑 개통될 지경이에요. 주의 사항과 임무는 이미 다 전달하셨잖아요. 이제 저 혼자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래, 그렇구나. 너도 이제 엄연한 수호령이니 알아서 해야지.”

근데 계속 이 옷만 입고 있어야 하나요?”

옷은 네가 원하는 어떤 옷으로도 변하는 거야. 그냥 생각만 하면 돼.”

 

유로는 그 말을 듣고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입었던 무대의상을 떠올려 보았다.

 

. 이게 진짜 되네.”

네가 가수냐? 공연이나 패션쇼 할 일 없으니까. 맡은 직무나 잘 챙겨.”

 

의상이 뜻대로 바뀌는 것에 유로가 신기해하자. 차사 누나는 직위를 처음 받는 영혼들마다 왜 다 이렇게 한심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 가면 넌 바로 이 세계의 시간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멍 때리다 소중한 사람 다치게 하지 마라, 알겠니?”

!”

 

그리고 젊은 차사 누나가 사라지자 공간 속에 멈춰있던 비가 다시 내렸다. 멈춰있던 수이도 트럭이 달려오는 도로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다시 제자리를 찾자 수이 머리 위에 보이던 그 마법 써클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유로는 잽싸게 수이의 뒤에서 수이를 안고 도로에서 물러났다. 수이는 몸이 저절로 뒤로 떠오르자 놀라 주저앉으며 쓰러졌다. 그때 아슬아슬하게 트럭이 지나갔다.

유로는 수이의 뒤에서 '! 다행이다.' 생각하며 수이의 얼굴을 보러 수이 앞으로 가려 했지만 무슨 보이지 않는 막이 있는지 수이 앞으로 갈 수가 없었다.

수이가 지친 모습으로 빗속에서 쓰러진 채 땅을 짚고 울고 있다가 다시 도로를 바라봤다.

수이 머리 위의 마법 써클이 오렌지빛에서 강렬한 붉은빛을 띠며 빠르게 회전하다가 멈춰 섰다.

유로는 수이가 자꾸 평소 같지 않게 구는 것이 저 마법 써클 때문이라 생각하고 마법 써클을 없애려 손을 댔다. 무언가 저릿하고 뜨거운 느낌이 나며 손이 마법 써클을 지나쳐 갔다.

수이가 일어나 다시 도로로 향하려 했다. 유로는 조급해졌다.

 

지도령님 도와주세요.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전 오늘이 처음이잖아요.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유로의 뒤에 붉은 도복의 노인이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는 유로의 가슴 뒤 척추뼈 쪽에 손을 대고는 말했다.

 

이제 저 마법진을 향해 손을 뻗거라. 만지지는 말구.”

 

유로가 손을 뻗자 손바닥에서 무언가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유로의 손에서 하얗고 파란빛이 터져 나와 수이 머리 위의 마법 써클을 부숴버렸다. 마법 써클은 부서지며 어두운 기운을 흩뿌리다가 사라졌다.

 

괜찮아. 수이야!”

 

다시 한번 수이의 앞으로 가려던 유로는 무언가가 가로막는 듯해 벽을 치듯 공간을 쳤다.

 

너는 그 아이 앞으로 가지 못한다.”

. 수호령에게 그런 제한도 있나요?”

아니다. 네 소원을 다시 되짚어 보거라. 너는 저 소녀의 뒤에서 보호해 줄 수 있기를 바라지 않았느냐?”

아니, 그 말이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그러게, 소원은 신중히 기원해야 하는 것이다. 영혼의 차원에서는 직설적으로 이뤄지니까 말이다.”

그럼, 저는 계속 수이의 뒷모습만 볼 수 있는 건가요?”

그게 어디란 말이냐? 다시는 볼 수 없었을 수도 있는데.”

 

유로는 이 꽉 막힌 저승 사람들 아니 저승 영혼들이 한참이나 답답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뒤에서라도 지켜줄 수 있다는 건 다행스럽다고도 생각했다.

마침 장례식장에서 유향이 우산을 펼치며 나오다 도로 앞에 서 있는 수이를 보고는 달려왔다.

 

너 여기서 뭐 해! 형 따라 죽으려구.”

! !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 모든 게 다 엉망진창이야. 다 돌려놓고 싶어! !”

그래서 너 죽으면 형이 잘 왔다. 고맙다. 그럴 것 같아?”

나 유로 오빠한테 너무 미안하단 말이야. 어떻게 해야 모든 게 다 원래대로 될 수 있을지. 난 모르겠어. 모르겠다구.”

 

형을 따라 죽으려는 듯한 수이를 보고 유향이 진지한 어조로 나무라자 수이는 절규했다. 수이는 자신이 이별을 말하려는 날 유로가 죽자 마치 자신이 유로를 죽인 것만 같았다. 어떻게든 모든 걸 원상태로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괴로움만 폭발하듯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건 없이 말이다.

 

일단 너네 집으로 가자. 너 좀 쉬고 정신 차려야 할 것 같아.”

아니야. 나 유로 오빠 곁에 있을래.”

형은 죽었어. 어떻게 곁에 있겠어? 집에 가자. 바래다줄게.”

 

유향은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들고 한 손으로는 수이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택시를 잡으려 했다. 유로는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았다.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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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원숭이천연두)가 전파되기 3개월 전인 (2022년 2월 22일)에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다각도로 유전자 재조합(유전자 조작)되었다는 뉴스를 전해 드렸었는데요. 관련 내용에 대해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확인도 없이 음모론이니 귀 담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지으시는 분들에게 해당 내용의 뉴스 사이트의 기사 원문 내용을 스크린으로 보여주며 해석해 주는 동영상이 있기에 올립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으로 '원숭이 두창이 전파되기 3개월 전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유전자 재조합(유전자 조작)했었다'는 내용을 알게 된 (바로 그 연구 논문을 소개한) 뉴스 프로그램 영상도 올립니다. 


또 1977년 완전히 종식된 천연두 바이러스를 보관하고 있는 곳은 (비공식적으로는 프랑스와 북한도 보유하고 있다는 설은 있습니다만) 공식적으로 미국의 CDC와 러시아의 벡터인가 하는 연구소 두 곳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의 머크사 라는 화학제약회사 연구소에서 천연두 바이러스가 발견되어 미국 언론에서 크게 논란이 되었었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해당 내용을 인용해 전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도 음모론이라며 믿지 않는 분들이 계셔서 해당 뉴스 방송을 캡쳐하고 기사 내용 원문을 해석하며 소개 하는 영상도 있기에 이것도 올립니다.


원숭이두창 전파 3개월전 중국의 우한 연구소에서 재조합되었었다는 논문을 소개 하는 영상 


→ https://youtu.be/6VXvPlMUaLQ



해당 내용을 전하는 뉴스 영상


→ https://youtu.be/naR0ILvKDqE




미국 머크사에서 1977년 종식된 천연두 바이러스가 발견 되었다는 뉴스 내용을 원문과 함께 해석해 주는 영상


https://youtu.be/YgaTLVDb_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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