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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향의 몸에 빙의한 유로는 숨돌릴 틈도 없이 달려가 수이의 팔을 잡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거세게 찼다. 그리고 놀라 수이의 다리를 놓고 일어서고 있는 한 녀석의 가슴을 밀어 차고 다른 녀석의 머리를 걷어찼다. 머리를 맞은 녀석들은 의식을 잃었고 가슴을 걷어차인 녀석은 숨을 쉬지를 못하는지 쌕쌕대고 있었다. 짱인 듯한 아이가 수이를 강간하려 자기 순서를 기다리던 뒤의 다른 둘을 불렀다.

 

뭐 해? 새끼들아! 저 새끼 조져!”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당황하던 소년들이 유로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그 소년들 곁에 있던 두 명의 여자애 중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여자아이 한 명이 유로가 빙의한 유향과 소년들이 격투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수이는 일어나 그 자리에서 빠져나가려 뛰어가다 이령이를 보았다. 이령이가 수이의 팔을 잡고 가로막았다.

 

널 위해 싸우는 애를 두고 어딜 가겠다는 거야!”

 

수이는 그제야 유향을 돌아봤다. 그 순간 수이와 이령이 함께 입을 맞춘 듯 작게 되뇌었다.

 

유로 오빠?”

 

녀석들을 다 쓰러뜨리자 유로는 수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수이가 무사한 듯 보이자 한숨을 내쉬었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고마워, 유향아!”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돌아가야지. 너 데뷔할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어쩌려구 그래!”

유향아! 구해준 건 고마운데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해! 선 넘지 말구. 참견은 그만둬.”

 

유로가 수이가 제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그 심정을 유향의 겉모습을 하고 있기에 수이는 알 수 없었다. 수이는 그저 아는 사이라고 하는 연민이나 참견 정도라고만 생각했다. 유로는 어떻게 해야 수이가 제자리를 찾을까 하다가 말했다.

 

할머니 걱정하시는 건 생각도 안 하니? 니가 세상 혼자야?”

 

유로는 이 말을 하며 생각했다

넌 혼자가 아니야. 늘 내가 니 곁에 있잖아!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자 수이야!’

 

그때 이령이 유로를 지긋이 쳐다보며 말했다.

 

수이는 결국 되어야 할 대로 될 거야, 유로 오빠!”

? ?”

 

유로는 어두운 연기 같은 오라에 감싸인 이 소녀가 자신을 알아보자 놀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이령이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녀를 알아보자마자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향의 몸에서 튕겨 나왔다.

유향은 갑자기 자기 몸에 뭔가 서늘함이 느껴지더니 자기 몸이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며 타격하게 되는데 놀랐다. 타격감은 실제 같았으나 머리에 연기가 가득 찬 느낌으로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마치 액션 영화를 4D로 보는 것 같기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 수이에게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말을 하던 순간 유향은 형의 존재를 뚜렷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유로가 유향의 몸 밖으로 나가자 유향은 이 현실을 믿기도 힘들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색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감이 왔다.

 

 

수이, 이령, 유향은 그 공사장에서 벗어나 한강으로 왔다. 수이가 뭔가 미심쩍은 눈빛으로 이령일 쳐다봤다.

 

너희 아까 거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난 뭐 좀 확인할 게 있어서 갔을 뿐이야.”

도대체 확인할 거란 게 뭐야?”

무언가 실현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떨쳐버릴 확신을 얻고 싶었다고나 할까?”

 

수이는 이령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돌려 말하며 직설적인 이야기를 안 하니까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힘줘 다물었다. 유향은 이령의 말에 뭔가 꺼림칙함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뭘 실현하고 뭘 의심하고 도대체 무슨 확신을 한다는 거야?”

나에게 중요한 거야. 다른 사람들에겐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아!”

 

수이는 아까 유향일 보고 유로 오빠라고 이령이가 한 것도 왜 그랬는지 묻고 싶었지만 설마 잘못 말한 거겠지. 그게 당연한 거지.’라는 생각으로 말을 참았다.

 

 

이령과 유향은 돌아갔고 별빛이 비추이기 시작하는 시간 즈음 수이는 마포대교를 걷고 있다. 처음엔 자동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어느 순간 자동차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유로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안 돼. 수이야! 너 그게 니 생에 바른 결정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오빠. 나 너무 힘들어! 오빠 없는 세상에 적응이 되지도 않고 이젠 적응하고 싶지도 않아졌어.”

넌 꿈이 있잖아. 언제나 바라고 원했던 꿈. 이루려고 열정을 다했던 꿈 말이야.”

이젠 다 중요하지 않아졌어. 내가 그런 꿈을 꿨던 것도 꿈같이만 느껴져. 오빠를 잃은 그 순간처럼 말이야. 나 그냥 오빠 곁으로 가고 싶어. 나 그냥 오빠 곁으로 갈게. 오빠 나 받아줄 거지. 우리 언제나 함께일 수 있잖아!”

 

수이는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수호령인 유로도 눈물을 흘렸다.

수이는 말을 마치고 다리 난간을 넘어가 두 발로 모서리를 밟은 채 두 손을 등 뒤로해서 다리 난간을 붙잡았다. 유로는 그녀를 하염없이 말리고 있었지만 더 이상은 수이의 귀에 유로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수이는 멍한 채 다리 아래를 바라다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유로 오빠, 나 지금 오빠에게로 갈게. 늦었지만 다시 만나면 나 반겨줘야 해.”

 

수이는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을 빼고는 다리에서 한강으로 떨어져 내렸다.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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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미국 뉴스 입니다만 한국 대중도 모두 알아야 할 정보라 포스팅합니다.

미국의 론 존슨 상원의원의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조사 청문회에서 입수한 정보로 미국 의사 한 분이 뉴스에서 공개한 정보들입니다. 미군 의료 데이터에서 나온 정보라며 해당 의사분이 공개했습니다.

 

미군 환자들에 대한 정보는 특정 질환에 대한 환자들이 급증하자 미군 의료진들이 진단 데이터 정보센터에도 의뢰해서 5년 간의 정보를 비교 분석해서 조사한 결과라고 합니다.

 

심장질환, 폐혈전, 유산 등에 대한 2016년~2020년 자료를 

2021년 자료와 비교 분석했다고 합니다. 

 

심근염은 2021년 무려 270% 증가했고 

안면마비 같은 신경이상증세는 300% 증가했으며

폐색전증(폐에 혈전이 생기는 병)은 470%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들 외에도 이상증상들(심장마비, 혈전, 기형아 출산 등등)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합니다.


2021년 불임 또한 급격한 증가를 보였다고 같은 데이터의 조사 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 데이터들은  청문회에서 증언된 법정 진술서로서의 데이터라고 하네요.

일반인들이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준의 데이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의사분은 의사로서 다른 여지가 있을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고 해도 

2021년 시작된 무언가(백신접종)가 확실한 원인일 것이라 단언하고 있습니다.

 

이런 증거들이 명확한데도 의사들이 후환이 있을까봐 상세한 조사를 꺼리고 있다는 것도

이 의사분의 발언입니다.

미국 식약청과 질본이 이를 조사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오히려 은폐하고 있다고도 

이 의사분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들을 조사한 군의관들을 내부고발자라며 

미국 질본이 이들을 소환했다고 하네요. 

이 의사분 말로는 과학자들도 이를 알고서 조사를 꺼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국의 생명보험사들도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생명보험사들의 보고로는 

2021년 미국의 18~49세의 사망율이 갑자기 40%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는 근로자 보험 정보에서 나온 데이터라는군요.

 

미군 데이터의 정보와 미 생명보험사들의 데이터는 별개로 조사된 것인데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이 의사분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의 포스팅의 원작자가 되는 영상을 업로드한 유투브 영상을 링크합니다.

미국 뉴스 방송 일부 내용을 그대로 옮기고 번역만 한 영상입니다.


→ https://youtu.be/KEh2k6dC_QI


아래 블랙으로 보이는 화면에서 유투브에서 보기를 선택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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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계 고등학교 정문 근처에서 교복을 입은 이령이와 유향이가 이령의 전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마침 등교하던 중인 유향의 친구들이 몰려들었고 그중 한 명이 유향의 어깨를 치며 인사를 건넸다.

 

, 이 자식! 요즘 등교를 꼬박꼬박 왜 하는가 했더니 쟤 때문이었어?”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매번 아침부터 같이 등교하는데 그럼 밤부터 같이 있은 거 아니야?”

 

영현이 말에 유향이 미심쩍게 대답하자 정찬이가 딱 초딩 수준 농담을 했다.

그 말을 들은 이령이는 어린애처럼 수준 떨어지는 이딴 애들이 주위에 다가온 것 자체가 기분 나빴다.

 

그게 너희 수준에 맞는 상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얘는 고용인과 피고용인 사이일 뿐이야!”

? 고용? 피고용? 노예팅 같은 거라도 한 거야, 니들?”

 

 

이령이는 교실에서 자기 책상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2층 창밖으로 구름이 듬성듬성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담임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다 수이가 또 결석한 걸 확인하고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수이는 오늘도 결석이야. 집에 전화해도 할머니께서도 애가 가출했다고 하던데. 수이랑 연락 닿는 애 없어?”

원래 아이돌 숙소에 있어야 하는 건데 멤버인 애들도 소식을 모른대요.”

데뷔가 6개월 남았는데 메인보컬이 없어졌다고 애들이 난리도 아니에요.”

 

아이들 몇몇이 수이 소식에 대해 모른다며 이런저런 대답을 하자 선생님도 걱정스럽게 한마디를 했다.

 

, 그러다 데뷔도 못 할 것 같은데.”

 

창밖을 보던 이령이가 무언가 재밌는 일이라도 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령이가 유향의 교실로 찾아왔다. 교실 밖 창가에서 두리번거리는 이령이를 보고는 정찬이가 한창 휴대용 게임기로 게임에 넋 나가 있던 영현이 뒤통수를 쳤다.

 

뭐야! 한창 끝짱내고 있는 중인데.”

유향이 여친 왔다.”

어라. 유향인 어디 갔냐?”

매점 간다던데.”

! 그럼 날 불렀어야지.”

 

정찬이와 영현이가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복도에서 유향이가 오다가 이령일 발견했다. 유향이 살며시 웃으며 다가서다가 아직도 두리번거리는 이령이 볼을 찔렀다.

 

뭐야! 이 짝퉁이.”

내가 왜 짝퉁이야. 조금만 있어 봐. 대한민국이 내 이름을 다 알게 될 테니까.”

! 넌 가만히 있을 땐 유로 오빠랑 비슷한데 자세히 보면 유로 오빠랑 달라도 너무 달라.”

형은 형. 나는 나야. 다를 수밖에.”

 

이령인 유로와 유향의 겉모습만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깊이 보지 않아서다. 유향인 유로처럼 하나에 꽂히면 그 하나만 파는 집념이 있는 아이였다. 가끔씩 농담을 하고 가벼운 말투를 보일 때도 있지만 유향도 유로 못지않게 진지한 아이였다. 이령이가 보는 이상으로 더 깊이 보면 그랬다. 그보다 더 깊이 보면 또 각자의 개성이 다르기도 했을 테니 이령이가 꼭 잘못 본 것 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령인 지금 유향이를 너무 겉모습만 보고 있다는 거다.

 

너 나랑 어디 좀 가야 해.”

뭐야? 무단 조퇴하려고?”

? 안 돼?”

너는 결석일 수가 없어서 모르겠지만 난 좀만 더 결석하면 유급이야.”

유급 받으려면 두 달이 넘게 결석해야 해. 너 결석한 게 두 달이나 돼?”

아니, 대략 한 달 정도? 그래도 자꾸 결석할 수는 없는데. 네 어머니께서 널 경호하라고 하신 건 너 착실하게 지내게 지키라고 그러신 걸 거야. 근데 결석하게 두면 안 될 것 같다.”

무슨 선비냐? 우리 엄마가 널 내 곁에 두게 하신 건 날 감시하고 통제하라고 그러신 게 아니야. 어쨌든 난 지금 학교 밖으로 나갈 거야. 네가 안 따라온다고 해도 나갈 거라고. 하지만 넌 나 안 따라오면 직무태만이야, 알지?”

 

 

이령이 아까부터 계속 손바닥만 보면서 택시 기사 아저씨께 목적지도 불분명하게 말하고는 운전을 지시하고 있었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주세요.”

학생 진작 말하지. 여기선 비보호라 돌아서 다시 와서 좌회전해야 해.”

, 그렇게 해주세요.”

유향인 이령이가 어디를 가는지 모르기에 그저 묵묵히 이령이의 행동을 보고 있었다. 하는 것마다 의문스러운 아이였지만 분명한 건 이 이쁜 아이가 자기가 갈 곳을 모르고 헤매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거였다. 작고 여린 이 아이는 뭔가 명확한 목적과 의지가 있는 것만 같았다. 유향이 자신과는 다르게 말이다.

택시에서 내린 이령이는 마법 깃털을 만들어 그것이 날아가는 대로 따라갔다. 유향이 보기에는 허공을 보고 자꾸만 외진 곳으로 가는 이령이가 뭔가 이상하게만 여겨졌다.

 

! 너 진짜 목적지가 있기는 있는 거야?”

잔말 말고 따라만 와. 나도 이러는 건 처음이라 확신은 못 하지만 분명한 건 이론이 완벽하면 실현된다는 거니까.”

 

 

수이는 병원에서 나온 후 집에서 무릎만 껴안고서 혼잣말을 하고 반쯤 의식을 잃은 아이처럼 지냈었다. 그러다 장마가 끝나자 폭주족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한 번도 마셔본 적 없던 소주까지 마셨고 매일 오토바이 뒤에 타고 질주하면서 모든 순간을 잊으려 하며 보냈다. 유로가 없는 모든 순간을 말이다.

그러다 오늘 폭주족 아이들이 수이를 태우고 이 외진 공사장으로 와 자신을 쓰러뜨리고 강간하려는 순간을 겪고 있었다.

남자아이 하나가 수이의 두 팔을 수이 머리맡에서 잡고 있었고 두 녀석이 수이의 다리를 각자 붙잡았다. 그리고는 짱인 것 같은 아이가 수이 곁으로 다가왔다.

 

! 이거 놓으란 말이야. 이 자식들아!”

 

수이가 발버둥을 치려 안간힘을 쓰며 소리쳤다.

유로는 이 숱한 날들과 지금의 이 순간을 지켜보면서도 수이에게 이러지 말아, 수이야!” “정신 차려야 해!”라는 말밖에는 할 수 없는 자신이 답답했었다. 그러다 오늘 이런 순간을 맞이하자 격분했다. 그러나 그 녀석들을 향해 발길질하고 주먹을 날려도 허공을 스치듯 다 지나쳐 버릴 뿐이었다.

 

지도령님. 제발! 제발! 방법을 알려주세요.”

이런 경우엔 빙의하는 수밖에 없다.”

 

유로는 폭주족 아이들을 향해 달려가 아무 아이 몸에나 들어가 보려고 마구 시도했다. 하지만 빙의란 게 어떻게 하는 건지 도통 먹히지 않았다.

 

빙의를 하려 해도 너와 기운이 맞는 사람을 찾아야 가능한 거란다.”

 

마침 그때 멀리서 어두운 기운을 내뿜는 여자아이와 유향이 보였다.

유로는 반가운 마음만큼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로는 유향에게 달려가 몸을 던졌다. 유로와 유향이 일체가 되었다.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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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유향은 유로의 장례식이 끝나고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아 예전에 머물던 파이트클럽 임시 숙소에 왔다. 파이트클럽 운영자 한 명과 마주 서서 유향은 다짜고짜 재가입을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왠지 운영자는 절대라는 말까지 써가며 반대했다.

 

왜요? 왜 안 받아주는 건데요?”

네 녀석 형과 약속을 했다.”

? 형이랑요? 형은 죽었어요. 저희 엄마 때문에라도 더 여기가 필요하다고요.”

 

유향은 나름 절실했다. 형이 살아있을 때는 자기가 잠시 잠깐 엇나가도 의지할 데가 있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생계를 이어나갈, 어머니를 모실 대책이 절실했다.

 

죽어? 그 녀석이 어쩌다 죽어?”

사고였어요. 철로에 떨어진 아이를 구하다 그만. 그렇게 됐어요.”

그렇구나. 녀석 남자다운 삶을 살다 갔구나.”

 

그래 형은 유순해 보이지만 정말 상남자였다. 부드럽지만 강한 그 모습이 유향은 배울 수도 없는 진정한 남자의 모습이라고 유향은 생각했다.

 

네 형이 널 빼내기 위해 너 대신 칠전을 벌였다. 여기 다 한 실력 하는 놈들만 모인 거 너도 알 거야. 내 보기엔 네 형은 입식 타격기 하나뿐인데도 불구하고 일곱 명을 모두 쓰러뜨렸어. 피투성이가 된 채 너 하나 구하겠다고.”

형이 일곱 명 모두를요.”

널 데려가겠다는 집념 하나가 그런 혈전 속에서도 의지를 꺾지 않은거라 생각한다. 그 녀석은 그러고 죽은 거야. 걔가 구한 건 철로에 떨어진 아이만이 아니라 방황하는 동생까지란 거다. 그런 녀석과의 약속은 난 깰 수 없다.”

 

길거리 싸움꾼들의 모임인 파이트클럽에서 탈퇴하려면 쉬지 않고 일곱 명의 고수와 상대해야 했다. 그래서 다들 탈퇴 의사를 밝히지 못했고 칠전을 모두 이기고 탈퇴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유향은 그제야 파이트클럽에서 자신을 순순히 퇴출한 것이 납득이 갔다. 그리고 형이 돌아가신 아버지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 잘 생각했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거야. 개학할 때까진 아직 시간도 있잖아? 그때까지 이령일 보살피다가 다시 결정할 수도 있는 거니까.”

 

카페에서 유향과 이령이의 어머니가 마주 앉아 있다. 유향은 처음엔 이령이 어머니께서 농담하시는구나 생각했다. 고작 고2 여고생을 경호해주는 대가로 그것도 자신처럼 그저 이령이와 같은 동급생인 무경험자에게 그런 고액을 제시한다는 게 선뜻 이해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돈이 얼마간이라도 엄마와 자신의 생계에 보탬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싸움 밖엔 해본게 없지만. 누군가를 지키는 건 처음이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아니, 막 누구랑 싸우고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그냥 옆에서 지켜주기만 하면 돼.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 유향 군.”

 

 

왜 자꾸 따라와. 성가시게.”

어쩔 수 없어. 이게 내 일이니까.”

 

이령이는 처음엔 무척이나 성가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향이의 행동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를 보며 왜 엄마가 이 어쭙잖은 녀석을 보디가드로 고용했는지 알 것 같았다. 유향의 모습에서 모든 순간 유로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어머!”

괜찮아?”

 

인도에서 유향을 피해 돌아가려다 이령이 인도 아래로 넘어질 뻔했다. 유향이 이령이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받쳐 들었다.

이령은 유로의 얼굴을 한 유향이 자신을 안다시피 하자 문득 아니 한결같이 떠오르는 유로가 더 생각났다.

 

조심해야지. 어린애냐?”

? 꺼져! 이 짝퉁아!”

 

이령은 유향이 유로보다도 더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자 마음이 상했다.

 

근데 어디 가는 거야, 우리?”

우리? 우리가 어디를 가는 게 아니잖아. 내가 가는 데 네가 따라오고 있는 거지.”

 

 

여기서 세워 주세요.”

 

이령은 기사가 딸린 자기 전용차를 타는 대신 택시를 타고 이곳까지 이동했다. 사실 이곳에 다니고 있던 걸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유향이 따라와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유향에겐 그냥 친구 집이라고 둘러대면 엄마에게 딱히 이곳이 주의해야 할 대상이라고 인식되게 전해지진 않을 것 같았다.

이령이 주택가 대로에서 유향과 같이 내렸다. 몇 걸음 옮기자 마침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고풍스러운 목조 건축물이 보였다. 마침 그 집에서 검은 투피스를 입은 여성이 나오는 길이었다. 여성은 이령을 보고는 무거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이령이는 인사도 잊고 다짜고짜 질문부터 했다.

 

자매님. 저 꼭 여쭤볼 말이 있어요.”

아니요, 자매님. 자매님은 더 이상 이곳에 오지 말아주세요.”

?”

자매님에겐 어둠 깊이 드리웠습니다. 더는 우리 모임에서 자매님을 감당할 분이 안 계신 것 같아요.”

제가? 제가 위험한가요?”

 

이령은 자매님의 영적 수준과 실력을 알기에 그 말에 긴장이 되는 것 같았다.

 

그렇지는 않아요. 자매님의 행위들은 자매님이 더 잘 알겠죠. 자매님은 세상을 위험하게 할 사람이에요. 우리는 자매님을 우리 자매단의 일원으로 더 이상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저는 세상을 위험하게 할 생각조차 한 적이 없어요. 저는 그저 행복을 추구하려 했을 뿐이에요.”

 

행복을 추구하려 했다는 이령의 말에 검은 의상의 그 여성이 잠시 미간을 찡그리더니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돌아서려 했다.

 

자매님.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답변해 주시면 안 되나요?”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 자매님도 이젠 더 이상 질문할 필요도 없지 않나요?”

 

그리 말하고 검은 옷의 여성은 차갑게 돌아섰다. 하지만 이령은 이미 대답을 들은 것만 같이 환한 표정으로 유향을 쳐다봤다.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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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스토리 - 인생의 무기가 되는
킨드라 홀 지음, 이은경 옮김 / 윌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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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생에 대한 스토리와 그에 대한 해석이 삶에 대한 감상뿐 아니라 삶의 의미 부여나 선택의 기로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늘 체감하며 살아왔습니다. 누구나 한 사람으로서 자기 삶에 대한 자긍심과 애석함, 감사와 절망, 기억과 통탄이 교차할 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균형이 무너지는 감상(해석)에 이르면 더이상 다시 감사의 마음을 가지며 살아갈 수는 없게 됩니다. 그리고 도덕적 선택의 기로에서 항상 긍정적 선택만을 하지는 않게 되기도 합니다.


본서의 저자는 그런 부정적 삶의 해석을 다시 긍정적으로 바꾸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기에 꼭 들어보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 내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재구조화하고 내면의 부정성을 날려버릴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응모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이 책과의 만남이 아니었다면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를 놓쳤더라면 어쩔뻔 했나 하는 안도와 다행스러움을 아니 안도와 다행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다 형언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을 느꼈습니다.


저자는 '스토리가 실제로 여러분의 인생이 된다' 고 '우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스토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결코 우리가 살아온 인생이 우리의 이야기라고만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내면을 지배하는 생에 대한 해석이 우리의 감상과 반응 그리고 선택과 행동을 낳는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뇌과학의 차원에서 어떻게 우리의 뇌가 스토리에 통제 받고 있는지를 짧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우리 자신에게 들려주는 스토리가 되고, 

우리가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도록 이끈다.


스토리는 뇌를 뒤집어엎고, 뇌에 완전히 스며드는 능력이 있다. 또한 스토리가 뇌를 완전히 포위하면 우리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토리는 생각을 현실로, 허구를 사실로, 미래를 현재로 바꿀 수 있다.


저자는 우리를 지배하는, 우리의 미래까지 제어하는 이 '이야기'라는 것이 결코 이로운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님을 주지시킵니다. '셀프스토리는 계속 이어지는 자기충족적 예언'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전부 이롭기만 한 것이 아님'을 지적합니다. 


진화심리학적인 견지에서 우리가 선조들의 자신을 보호하려던 본능인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인식해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크던 상황에서의 반응들이 몸에 배여 '부정 편향'을 보이고 있다는 걸 지적합니다. 자신의 생을 구축한 이야기들 중 부정적인 내용에 연연하며 도전과 가능성을 막아서고 있는 것도 자신이 만들어 지닌 '셀프스토리' 때문인 것을 자각하고 그것을 제어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합니다.


 매혹적인 스토리는 우리 마음을 유혹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까지도 변화시킨다.


"스토리는 뇌를 자극하고 우리가 살면서 행동하는 방식마저 바꾼다."


여태껏 스스로에게 들려줬던 스토리들이 

지금 있는 곳으로 나를 인도해줬다. 

만약, 다른 곳을 꿈꾼다면, 지금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스토리를 바꿔야 한다. 내 안의 다른 스토리를 골라야 한다.


셀프스토리는 태생적으로(진화도 한몫 거들었다) 잠재의식 수준에 존재하고, 쉽게 촉발하며, 자동적으로 작동하고, 또한 습관이다. 


셀프스토리를 무모하게 내버려두면 쥐가 차량 전선을 씹어 먹는 것처럼 인생의 도관, 행복과 통제감, 전반적인 인생의 성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를 통제하고 있는 이 셀프스토리를 '포착'하고 '분석'하고 대체할 새로운 셀프스토리를 '선택'하고 '설치'하여 새로운 인생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통찰을 담은 이 책 속에는 그녀 자신과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 자녀의 일화들과 함께 셀프스토리의 문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성취한 이들의 일화들이 이어집니다. 그녀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다보면 나 또한 나를 좌절과 절망으로 몰아넣던 스토리와 그 모든 이야기들을 헛헛하게 만든 실상을 알게 된 이후, 그 이후 삶에 냉소적이게 되어버린 나 자신의 스토리도 다시 생기를 찾게 만들 수 있으리라는 감상을 갖게 합니다.


여러분의 뇌는 여러분이 내버려두는 한 

스토리를 계속해서 반복 재생할 것이다.


스스로에게 어떤 스토리를 들려줄지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반응을 바꿀 수 있고, 그 반응이 결과를 바꾼다. 

이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인생이 완전히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저는 생의 괴로움이 저를 더이상 대중을 위해 행동하지 않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해서 다시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야 할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기도 체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행동하지 않는 것은 원인에 따른 결과인 것인가, 전도되어 버린 의미찾기의 실패 때문인가를 늘 생각해왔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말을 듣고서야 다시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내면의 이야기들에 대한 해석을 달리 함으로써 삶의 의미 찾기라는 여정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으리라고 말입니다.


발목을 잡는 것은 행동이 아니다. 

그 행동을 하기 전에 이미 스스로에게 말하는 숨은 스토리다.

우리는 같은 스토리를 반복하면서 같은 일을 하고 언제나처럼 같은 결과를 얻는다.


우리가 인식하는 스토리 역시 사실은 훨씬 더 큰 스토리의 일부에 불과하다...


사실 아직은 확신과 불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심정이긴 합니다. 그런데도 더 놓을 수 없는 건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가 어떻게 더 큰 이야기 속에 뛰어들어 하나 되는지가 너무도 궁금해진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다시 회의와 방황에 빠져 의미 찾기의 여정에서 뒷걸음 칠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 나는 더 큰 스토리가 무얼지 너무도 궁금하다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히든 스토리라는 본서는 저자에 대한 배경지식도 없이 그저 짧은 본서의 카피가 인상 깊어 호기심이 더 커지고 의문이 깊어져 선택하게 됐습니다. 아니 서평단 응모를 통해 만나게 된 책이니 그보다는 책이 저를 선택했다는 말이 맞겠지요. 저자의 속삭임과 책의 선택이 지금의 저의 감상에서 더 나아가, 제게 더 큰 이야기의 흐름에 합류할 의지를 안겨주기를 깊이 기대합니다. 여러분들에게도 그런 전환점이 되는 책일 수 있다고 말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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