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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 분의 슬픔이었고

이 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 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보라, 이 분은 당신들을 위해 청춘을 버렸다

당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 분은 일어서서 흐느끼는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 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 때 누군가 그 분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 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사내들은 달려갔고 분노한 여인들은 날뛰었다

그 분은 성난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 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은 실신했다

그 분의 답변은 군중들의 아우성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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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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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없어도 생선가시마냥

뭔가 목구멍에 걸리는 주제가 있을까

깜부기처럼 새까맣게 목숨 태워서

거름더미에도 못 얹히는 신세가 되어

미친 돼지도 안 먹는 주검이 되어

그 많은 가운데 하나도 못 되는

캄캄한 어둠이고 싶다

 

 

 

   오탁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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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의 무술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오사다 류타 지음, 남유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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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작가들의 필독서이거나 무술 애호가들이 동양을 벗어나 유럽의 전통 무술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이젠 전통무술의 경계가 동서양을 뛰어넘어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렵지 않으니 실제 수련을 하면서 참고해 보겠다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참고용으로는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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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보라 - 위빠사나 수행 문답집
묘원 지음 / 행복한숲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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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식으로 서술되고 있다. 1장을 읽을 때는 깊지만 현학적이기만 한 저작인가 싶었다. 하지만 2장부터는 실수행에서 필요한 가르침을 듣는 것마냥 배움이 적지 않다. 스승께 가르침을 청할 수 없는 독학수행자들에게 권할만하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실수행을 바로 가르치는 저서는 아니기에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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