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미야자와 겐지 지음, 김수영 옮김 / 새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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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 판타지와 일상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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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미야자와 겐지 지음, 김수영 옮김 / 새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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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 상의 작품은 [비에도 지지 않고]만을 과거에 읽어본 적이 있을 뿐이고 그 또한 잘 기억이 나지 않는 터라 본서가 미야자와 겐지 소설에 대한 첫인상과 같았습니다. 그는 대지와 별들을 문학으로 잇겠다며 소설을 쓴 아동문학가라고 합니다. 내가 경험한 그의 작품은 [비에도 지지 않고] 외에는 [은하철도의 밤], [첼로 연주자 고슈], [주문이 많은 요리점]까지 본서에 담긴 이 세 가지뿐이에요.

 

[은하철도의 밤]은 아버지가 떠나고 아픈 어머니 함께 살고 있는 조반니와 그의 다정한 친구 캄파넬라의 은하철도를 타고 떠나는 우주여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소설집에 담긴 소설들 모두가 판타지적이지만 [은하철도의 밤]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몽환적인 분위기입니다. 캄파넬라의 마지막은 황순원의 [소나기]가 떠오르기도 했고 판타지와 몽환적 이야기의 끝은 왜 이리 모두 안타까울까 싶기도 했습니다.

 

[첼로 연주자 고슈]는 본서의 이야기들 중 가장 끌리는 이야기이기도 했는데 아마도 동화에서 제가 기대하는 이야기가 이런 재치와 성장이 담긴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는 무협지도 신필 김용의 그 주인공 성장형 스토리를 가장 좋아하거든요. 뭐랄까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이야기들보다는 주인공이 성장하는 이야기들이 끌리는 데, 본서의 이 이야기도 짧으면서도 내외적 성장이 그려내어진 이야기라고 느껴져 깊이 다가왔습니다. 줄거리는 애초에 짧은 이야기이다 보니 스포일러 해 버리면 남는 게 없기에 생략합니다. 연주 단원인 첼로 연주자의 꿈결 같은 이야기 속의 성장이라고 해두면 딱 좋겠네요.

 

[주문이 많은 요리점]은 이건 100년 전에 쓰여진 이야기로는 배경 말고는 너무 현대적인 빛깔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재도 소재를 풀어가는 형식도 현대의 동화 작가들의 아이디어 같아요. 저도 창작을 나름 취미 삼아 하고 있는데 이런 기발하면서도 수려한 이야기는 제가 쓴 이야기들로는 상대가 안 될 것 같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미야자와 겐지 상의 창작 방식에서 영감을 받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에서 느껴진 건 일상과 자연과 판타지가 너무나도 잘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었어요. 또 이야기 속에 배어 흐르는 포근함이 남다르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가난한 이들의 고달픔과 애환을 먼저 생각하던 미야자와 겐지라는 인물의 따스한 마음이 작품들 자체에서도 깊이 남아 전해지기에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비에도 지지 않고]라는 시는 한국인에게 윤동주의 [서시]가 그렇듯 일본인 누구나가 알고 있는 시라는데요. 아사히 신문에서 그를 일본의 지난 1천 년간 최고의 문인으로 선정했던데 그가 그만큼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의 타고난 천성이 그대로 그의 문학에 아로새겨져서이지 않은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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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뇌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단 하나, 상상에 관한 안내서
애덤 지먼 지음, 이은경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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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뇌 #애덤지먼 #The_Shape_of_Things_Unseen #A_New_Science_of_Imagination

 

#흐름출판 @nextwave_pub 으로부터 #도서제공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액서터 대학 의대 교수이자 신경과학자로 의식, 기억, 심상의 신경 기제를 30여 년 동안 연구해 왔다고 한다. 2003년 수술 후 이미지를 상상하는 능력을 상실한 환자를 치료하면서 이 책에서도 언급된 아판타시아인(상상하는 힘을 잃었거나 애초에 없는 사람)과 하이퍼판타시아인(상상하는 힘이 극도로 강한 사람)에 대한 연구에 매진했다고 한다.

 

나의 경험을 이야기해보자면 나는 유년 시절부터 눈앞에 없는 대상을 실제 그대로 그려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반응을 보며 타인들은 내가 눈앞에 그린 영상을 보지 못하고 그걸 표현하면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걸 눈치채고는 다시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허공에 그려낸 영상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현실이란 것은 공유됨으로써 실재성을 인정받는 것이고 사람들이 감각할 수 없고 실재한다고 다수가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다수의 왕따가 시작될 수 있다. 어린 시절 이미 이걸 눈치채고 나로서는 내가 이미지화해내는 대상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게 되었다. 그때 나는 모든 현실이 서로 다 공유하는 것은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로 또한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경로로 현실을 창조해내기도 한다. 자신의 의지로 창조하는 현실은 실제에 영향을 미치는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만들어진 현실이 되기도 하고 시, 소설, 극 등의 문학이나 극문학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창조되는 현실은 가볍게는 몽상이나 백일몽이겠으나 심각하면 환각, 망상, 편집증, 히스테리 등 이상 심리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은 이렇게 다른 현실을 자의에 의해서든 자의와는 다른 과정을 통해서는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여기까지 서술한 현실이란 말을 정의하자면 실제라는 것이 공유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현실은 공유될 수도 있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공유되지 않는 감각적 대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공유되지 않지만 감각되는 대상 즉 현실은 어떻게 창조되거나 현현되는 것일까? 우리는 그러한 현실 창조를 가져오는 힘을 상상력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력은 앞서 말했듯 자의적(자신의 의지로)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간은 대부분 상상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미지든 감각이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든 연상 자체가 불가능한 아타락시아인이라는 부류가 있고 모든 걸 실제에 가깝거나 원활하게 떠올리는 하이퍼판타시아인이 있다. 그리고 그사이에 대부분에 사람들은 적절한 수위의 상상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인류 대부분에게 상상력은 자신의 속성인 것이다. [사피엔스]에서의 유발 하라리의 말을 빌리자면 상상하는 힘이 문화와 문명을 만들었다. 그리고 본서의 저자도 이 시대 뇌과학자들과 신경의학자들도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만이 아니라 현재(현실)을 인지하는 것 자체도 하나의 예측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든 가능성 중 더욱 현실성 있는 가능성을 예측하고 판단해내는 과정이 현재(현실) 인식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재 예측은 결국 인간은 상상하는 힘으로 미래만이 아니라 현재도 인식한다는 말인 것이다. 상상한다는 것은 문명과 문화 같은 거대 규모와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사소한 규모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어쩌면 모든 사안을 고려할 때 세상이란 건 상상이 전부인 것인지도 모른다. 이 시대의 양자역학과 우주과학은 우주가 하나의 시뮬레이션이라는 가정을 학문적으로 구축하고 있고 이것이 절대적인 진리로 전파되기 직전인 상황이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우주도 세상도 하나의 상상 속 세계라고 주장한다니 일부 과학자들의 정신에 대해 정신과적으로 참 진단하기 쉬운 결론에 이르고 있지 않나?

 

본서는 신경과학에 입각해 서술하는 바의 근거를 제시하며 일상부터 스포츠맨과 예술가의 상상 훈련, 음악과 미술과 문학 예술가들의 창의성 그리고 히스테리 등 의학적인 대목 더 나아가 인류사적인 발전에서까지 상상한다는 것의 여정과 그 힘을 형상화하고 있다.

 

상상하는 존재로서의 인류 그리고 그 인류의 정신과 뇌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궁금해할 만한 책이고 그 궁금함을 지적 재미로 채워줄 수 있을 책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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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공감 - 우리는 왜 남의 말에 휘둘리는가
제나라 네렌버그 지음, 명선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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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공감 #Trust_Your_Mind #제나라네렌버그 #지식의숲 #자기침묵 #회피기반자기조절 #자기초점적주의 #집단사고 #의존

 

#넥서스북 @nexusbooks 을 통해 #도서제공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왜 남의 말에 휘둘리는가]이다. 원제는 [Trust Your Mind]이다. 한국어 제목은 거짓 공감을 하고 받는데 연연하는 인간 심리를 서술하는 또 그런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는 주제 의식을 가진 책이라 다소 오해하게 한다. 그런 까닭에 부제로 책의 주제 전달을 보완하려 한듯하다. 반면에 영문 제목은 주제와 더 나아가 이런 주제 의식을 가지고 책을 집필한 의의를 더 깊이 돌아보게 하는 제목이다. 아무래도 한국어 제목만으로 책을 선택한다면 다소 독서에 지장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심리학, 수사학, 사고의 다양성에 대해 폭넓은 주제의 글을 쓰고 강의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며 강연가라고 한다. 본서의 집필 의도는 자기 의사를 표명하기보다 자기 생각을 침묵하더라도 타인들에게 공감하고 집단의식에 부합하는 선택들을 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 상황을 지적하고, 자신의 마음이 아닌 집단의식에 취해 서양식으로 표현하자면 집단 사고에 따라 대부분의 사회적 결정을 하는 이 시대 상황을 꼬집으며, 이러한 의식과 행태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는 길을 공론화하는 데 있다고 보인다.

 

저자가 예를 든 종교, 정치 성향 같은 문제와 인종, 젠더와 같은 사회적 문제까지 이 시대에는 대중이 따라야 할 정답을 제시하며 그 답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차별하는 야릇한 방식의 차별철폐를 주장하는 정치적 올바름의 시대다. 미국에서는 유독 완강한 정치적 올바름 외에도 정치 성향에 대해서 마저 미국의 진보진영에서는 다수의 식자층이 여러 저작들을 출간해내며 진보만이 정답(거대한 물결/미치코 가쿠타니)이라 호도하며 보수를 지지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내재적인 인간의 속성 차원의 문제를 가져서거나(이데올로기 브레인/레오르 즈미그로드) 피해의식이나 박탈감 때문이거나(도둑맞은 자부심/앨리 러셀 혹실드)로 이야기하면서 정의나 바름이 무언지 모르는 몰상식하고 몰지각한 사람으로 정의내리고 있는 형국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나 입장과 다른 견해에는 공론이 아니라 적대와 배격으로 대응하는 추세가 강하다. 그러다 보니 대중은 언쟁 같은 번거로운 문제나, 왕따나 집단 린치 같은 폭력 양상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른 이에게 동조하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잦고 집단 사고나 집단적 결의에 기대려는 성향이 짙어졌다. 그리고 홀로가 아니라는 데서 오는 안도감 때문인지 타자의 공감이 거짓이건 진실이건 의존하고 자신도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과는 다른 견해에도 동의하는 것 같은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맨 마지막에 든 사례와 같은 경우를 요즘은 거짓 공감이라고 부르던 데 그런 까닭에 본서의 한국어 제목이 결정된듯하다.

 

본서는 이러한 타인 의존적인 성향, 집단 의존적인 성향이 왜 등장한 것인지를 헤아려보며 이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지를 공론화하는 책이다. 첫 번째로 이러한 성향을 보이는 심리적 이유를 영국 에든버러 대학과 버밍엄 대학 공동 연구에서는 회피 기반 자기조절로 부르며 청중과 인상을 관리하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모습을 맞춤 편집하는 전략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자기초점적 주의라는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과도하게 신경쓰며 온라인에서 자기침묵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자기초점적 주의는 개인이 자신의 내면 감정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계산하여 그 결과를 반영해 조심스럽게 게시물을 올리는 현상을 뜻한다. ‘회피 기반 자기조절자기초점적 주의라는 것은 한마디로 남의 눈을 의식해 자기 이미지를 설정하여 그런 설정된 모습만 보여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이것이 사회적 현상이라면 이 시대에는 자신을 기만하거나 자기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이들이 많다는 건데 왜들 이러는 걸까? 어떻게 보면 밖의 얼굴, 속의 얼굴이 다른 두 가지 얼굴로 살아간다는 일본인 식의 두 얼굴이 이 시대 대중의 상식적인 행태라는 것인데 왜 이 시대 사람들은 일본인의 두 얼굴을 가지게 된 것일까?

 

이를 저자는 불확실성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집단화되지 않는 경우 안정감을 잃기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안정감을 찾고 싶어하는 심리와 첫째 자아 개념이 지나치게 단순한 사람 그러니까 정체성이 약한 사람 둘째 정체성이 겹쳐있는 사람 셋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에 충분한 감정적, 물리적, 인지적, 사회적 자원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 등 세 부류 사람들의 의식이 각각 만나면 집단 사고 자체나 집단 사고의 핵이 되는 인물들에 휩쓸려 가게 된다고 한다.

 

자기 정체성이 명확하고 내외적 자원이 충만할 경우에야 집단에 휩쓸리지 않으며 자기가 아닌 외적 영향력에서 자유롭다는 말인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답을 본서의 초반부에 언급하고서 보다 세밀히 인간이 외적인 것에 좌우되고 외적인 것 때문에 스스로를 제한하는 이유를 짚어간다. 여기까지 언급한 내용들은 이 책에서 제기된 문제들과 대답을 역순으로 짚어본 것이다. 나로서는 아주 단순하고 명료한 관점이라고 생각했다. 제시된 또 유추되는 대답도 간명하지 않은가?

 

이 시절이 주는 갈등과 충돌 그리고 그를 회피하고 안정감을 찾기 위해 시도되는 방법들이 우리에게 가져오는 문제의식은 한 번이건 두 번이건 돌아보아야 하고 돌아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니 더 그런 문제들을 의식만 하고 있기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저작들을 가까이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까닭에 끌리는 책이고 권할 만한 책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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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5-10-29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인상적이고 재밌을 것 같아서 샀어요. 땡투 들어온 거 저예요^^

이하라 2025-10-29 15:2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꼬마요정님^^ 기분 좋은 독서 시간 되시길 바랄께요^^
 
더블스피크 - 대중을 유혹하는 은밀한 이중화법의 세계
윌리엄 러츠 지음, 유강은 옮김 / 교양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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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서평단 #더블스피크 #교양인 #윌리엄러츠 #사회학일반

 

[더블스피크]는 제목대로 이중화법에 대한 책이다. 본서는 긴 집필기간 보다 더한 10년의 조사 끝에 집필한 책으로 1989년 초판이 출간되었으며 개정증보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본서에서 예로 든 몇몇 사례는 1980 연대의 사례들도 남아있다. 그러나 기업과 정부와 군부 또 언론의 모호하고 호도되기 쉬운 전문용어와 관료주의적 화법은 그 시대부터 지금까지 더해지면 더해졌지 나아졌다고 할 부분은 없기에 이 시절에도 충분히 유익하다 싶은 관점이고 정보가 아닌가 싶다.

 

저자는 영문학자로서 언론과 관료들, 군의 화법 그리고 기업의 광고들이 주는 모호성과 왜곡되는 화법들에 주목하여 본서를 집필한 동기를 갖게 된 것 같다. 저자는 상반되는 뜻을 모두 내포하는 이중사고에서 화법에서도 그러한 빛깔이 짙은 화법을 이중화법으로 정의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이중적 화법을 장기간 관찰하고 수집하고 분석하였고 그 분석의 결과를 이 책에 담고 있다.

 

저자는 이중화법의 문제성을 조지 오웰의 말을 빌려 설명하는데 오웰은 정치의 언어는... 거짓말을 진실처럼 들리게 만들고, 살인을 존경할 만한 행동으로 만들며, 순전한 풍문을 확실한 사실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고안된다.”고 했다고 한다. 여기서 정치의 언어이중화법으로 치환하면 오웰의 말이 바로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는 데 가진 문제의식일 것이다.

 

저자는 이중화법을 4가지로 분류했다. 일상에서 쓰이며 표현을 순화하거나 상대의 감정적 동요를 완화하려는 의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완곡어법을 첫 번째 이중화법으로 들고 있다. 사망하셨다나 죽었다가 아닌 돌아가셨다는 표현으로 순화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완곡어법의 사례다. 두 번째는 전문용어. 소속 집단 성원 사이에 서로 분명하고 효율적이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지만 제삼자에게는 종종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들며 뻔한 말을 권위적이고 가식적인 말처럼 여겨지게 만든다. 세 번째는 난해한 관료적 어법을 이른다. 모호하고 왜곡하는 경제 관료나 정치 관료의 말이 이해하기 쉽다는 사람은 관련자와 그 연구자들 뿐이지 않은가 싶다. 네 번째는 부풀리기인데 이는 관료들이나 군부에서도 사용되는 어법도 포함된다. 저자는 부풀리기의 사례로 크라이슬러가 3천 명을 정리해고할 거라는 말을 경력 대안 향상 프로그램을 개시한다고 발표한 것을 들고 있다. 그리고 미 군부가 먼저 공격하는 것을 선제 반격한다고 용어를 의미 파악하기 모호하게 사용하는 예를 들기도 했다. 1983년 미군이 그레나다 침공을 감행하면서 먼저 침공하며 개전을 하면서도 구출 작전이라고 선언한 것도 대표적인 이중화법의 예로 등장한다. 의료계에서는 환자가 사망하면 부정적 환자 치료의 결과라고 했다고 한다.

 

본서를 통해 이중화법의 심각성을 느낀 대목은 기업들 특히 식품회사의 제품 명명도 그랬고 정부와 언론의 통계 사례들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난해한 관료 어법의 왜곡과 호도는 폐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로도 다 표현 안 될 수위라고 느껴졌다. 위에서 예를 든 미 군부의 선제 타격이나 구출 작전이란 표현 외에도 부수적 피해라는 전투 중 민간인 인명 피해를 이르는 표현들도 그랬고 적을 죽이는 것을 서비스 제공이라고 하는 것은 소름 끼치기도 했다. 현대에 미국 FEMA 수용시설에서 임시관을 쌓아놓은 것 또한 저자가 언급한 알루미늄 이동 컨테이너라는 표현을 조금 틀어서 플라스틱 이동 컨테이너라고 하지 않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관료 어법의 폐해로 인식된 것은 미국 정부가 이란에 비밀리에 무기를 제공했던 사실이 드러난 레이건 대통령 당시, 1986~1987년 사이 레이건 대통령의 대응이었다. 이란은 미국과 포로와 무기 교환을 했다고 하는데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발뺌하다가 198734일에 이란에 대한 전략적 개방으로 시작된 일이 실행 과정에서 무기와 인질의 교환으로 변질됐습니다.”라고 시인했지만 이후 39일에 변질되었다는 점에서는 정책에 결함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를 납치범과 어떤 것을 교환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애초에 전략적 개방이라는 이중화법을 사용하였으나 무기와 인질 교환으로 변질되었다는 점은 인정하는 듯했으나 39일 바로 정책에 결함이 있었을 수 있다는 모호한 이중화법과 함께 납치범과 교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중화법으로 왜곡하기 시작했다. 515일에는 사실 저는 자유의 투사들을 지원하는 문제에 관한 결정에 확실히 관여했습니다. 처음부터 제 구상이었으니까요.”라며 이란의 반군을 투사로 표현하고 관여라는 모호한 이중화법으로 상황을 왜곡했다. 관여했다는 것은 관계는 있지만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발뺌하기 딱 좋은 이중화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611글쎄요. 제가 그런 명령을 내린 건 아닙니다. 그곳에서 정말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제게 묻거나 말해주지 않았으니까요.”라고 사실 부정을 시전했다. 대통령에게 말해주지도 않는 주요 기밀 정보가 있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이런 사건을 알았다가 몰랐던 게 되는 상황 자체도 놀랍기 그지없다. 715일이 되자 레이건 대통령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자신은 반군에게 자금을 돌리는 문제에 관해 들어본 적도 없다는 입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행태가 어느 나라나 어느 시대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옛 기록으로 새삼 깨닫게 되었고 이러한 모호하고 호도하는 이중화법들로 대중을 기만하고 선동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으며 대중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헤아리게도 되는 사례였다.

 

이중화법은 이해하기 난해하여 접근할 엄두를 내기 힘들게 하며 사실을 인식하기 어렵게 하고 사실과 거짓을 판단하기 쉽지 않게 하는 호도하고 왜곡하는 관계로 더더욱 이중화법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함으로써 이중화법이 등장하는 경우 좀 더 주의 깊게 분석하고 인식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이 시절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중화법에 대해 상식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gyoyanginbooks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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