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지브릴과 자밀라는 보통의 날처럼 서로 다소 거리를 두고 마을의 경계로를 향했다. 어느새 라니아와 카림의 시신은 치워져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지브릴은 그게 더 섬찟했다. 이곳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질만큼.


자밀라는 지브릴이 서두르는 이유를 짐작할 듯도 했지만 그보다는 하필 이런 일이 벌어진 그날에 꼭 벗어나려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위험하다는 생각을 지브릴은 하지도 않는 걸까?'


마을을 벗어나는 길은 경계로를 지나는 한 길뿐이었고 그 길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여기보다 더 시골로 향하는 길 하나는 수도를 향하는 길목에 있는 아탈라라는 도시로 향하는 길. 자밀라와 지브릴은 사우디로 가기 위한 여정이었기에 당연히 아탈라를 향해야 했다.


지브릴이 마을에서 좀 떨어진 경계로이기에 자밀라의 손을 잡으려 하자 자밀라가 갑자기 자신에게서 흠칫하며 거리를 두었다. 지브릴도 정신을 가다듬자 멀리서 차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한두 대가 아니다. 저들을 피해 빨리 벗어나려고 한다 해도 이미 때는 늦었을 뿐이다.


지브릴과 자밀라가 차를 바라보고 서있자 금세 다가온 트럭들마다 무장한 채 검은 상하의를 입고 검은 쿠피야(두건)를 한 건장한 남자들이 연이어 트럭에서 내렸다. 


-앗쌀라무 알라이쿰, 처음 보는 분들인데 여기는 무슨 일이십니까? 


-인사는 생략하지. 여기가 아탈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와합 마을이냐? 


-네, 그렇습니다.


이방인들 그것도 무장을 한 이방인들이 단체로 들이닥치자 지브릴은 극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나는 당신들에게 악의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표현하고자 상당히 사근사근한 어조로 인사말도 건넸지만 저들은 다소 과격한 말투였다. 그들 중 하나가 다시 자신이 쓴 히잡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자밀라를 보더니 지브릴에게 물었다.


-저 난잡해 보이는 여자와 너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던 거냐? 혹시 율법을 어기려고 그러던 찰나였던 거야?


-아닙니다. 전혀 난잡한 여자가 아니고 마을에 인망 높으신 아브라힘 씨의 딸입니다. 오늘 오전 마을에서 있었던 사건으로 친구를 잃고 방황하고 있는 걸 제가 찾아내 다시 마을로 인도하고 있었던 겁니다.


-마을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해 말해 보아라.


소충을 든 검은 의복의 남자들 중 하나의 질문에 지브릴이 진땀을 빼며 대답하고 있을 때였다. 검은 의복의 남자들 사이에서 하얀 색 토브를 입고 쿠피야 위에 사우디 방식으로 두 개 이갈(천을 돌돌 말아 만든 링)을 한 노년의 남성이 나오며 사건의 경위를 물었다.



5


와합 마을 사원에 그들이 찾아왔고 하얀색 토브를 입은 그 남성이 율법학자 슬레이만 씨와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오늘 죽은 라니아의 아버지 압둘라 씨에게 그런 딸은 잘 없애버렸으며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단호히 행동한 압둘라 씨 행동은 본받을 만한 태도라며 격찬했다. 압둘라 씨는 뭔가 심각한 모습을 보였고 자밀라의 아버지 아브라힘 씨는 그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자밀라는 남자들만 모여 토론하는 장에 오래 머물 수 없어 집으로 향했다. 지브릴은 동네 청년들과 남아 마을 유지들과 율법학자가 이들 이방인들과 무슨 협의를 하는지 궁금해 머물러 있었다.  


이방인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하얀 토브의 남자는 급기야 마을 청년들에게 연설하기에 이르렀다.


-근래의 무슬림들은 타락했고 의미를 잃었으며 그래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지 못했다. 우리는 모두가 각자의 역할 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알라를 통해 수긍해가는 그런 시대를 만들 것이다. 낡은 원칙은 없는 것이다. 우리가 그것이 새로이 거듭나게 만들 것이다. 죽어있는 이슬람을 우리는 되살릴 것이다. 죽어있던 너희가 모두 부활하는 순간을 우리는 가져다줄 것이다. 우리를 믿어라. 우리를 따르라. 이것이 무슬림의 사명이며 무슬림의 정신이 될 것이다. 우리는 무슬림의 시대를 만들 것이다. 우리는 무슬림의 정신이다. 바로 우리가 이슬람의 시대정신이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을 IZ로 명명했다. 마을의 청년들이 모두 그의 연설에 감동하는 듯했다. 지브릴마저 수긍할 법한 연설이었다고 마음 깊이 납득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왠지 압둘라 씨와 그의 아들 무자히드의 안색이 밝지 않았다. 그들은 그 연설의 이면에 숨은 다른 뜻이라도 읽은 것일까? 아니면 마을 유지들과 율법학자가 그들과 담론할 때 무언가 다른 이야기라도 들은 것일까? 지브릴은 그런 생각이 잠시 스쳐갔지만 한 편으로는 새로운 날을 찾아간다면서 진정으로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것을 보지 못할 뻔했구나 하는 생각에 이상히도 안도하게 되는 것만 같았다.


-내일이면 무슬림의 시대정신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게 될 거야!


자신만큼이나 들뜬 기대를 안은 마을 청년들을 보며 지브릴은 생각했다.


=내일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태양이 떠오를 것만 같아! 아마도 이런 날이 자밀라가 말해오던 새로운 날일 거야.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태양이 따사로운 날이었다. 와합 마을과 지단 마을의 경계 근처에 있는 이젠 폐가가 된 건물 앞에서 떠오른 태양 아래 지브릴과 자밀라가 있었다. 지브릴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은 날이면 되지 않을까 바랬다. 하지만 자밀라는 의견이 달랐다. 그녀는 굳이 와합 마을을 떠나 멀고 먼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도망가자며 지브릴을 설득하고 있었다. 아니 날 좋은 오늘뿐만이 아니라 흐린 날도 비오는 날도 이곳에서는 드물게 번개가 치는 날까지도 그런 설득을 멈추지 않았다. 지브릴은 처음엔 망설였지만 자밀라가 이렇게 말하던 날 그만 설득 당하고 말았다.


-지브릴 너 지참금은 있는 거야?


-조금만 더 모으면 아브라힘 어르신께서 말씀하시는 적정선이 되지 않을까 싶어.


-우리 아빠 욕심을 니가 충족 시킬 수 있을 것 같아? 그분이 말하는 적정선이라는 건 니가 벌어올 수 없는 정도의 지참금을 말하는 거야. 넌 나 없이도 잘 살아가겠지? 그러니까 이러는 거지? 


그녀의 말에 지브릴은 설득 당할 수밖에 없었다. 태어나 처음 바라본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지브릴에겐 그녀였다. 이젠 자밀라 없는 내일을 생각할 수도 없을 것만 같았다. 게다가 이미 두 사람은 손까지 잡지 않았던가? 마을 사람들에게 들킨다면 이미 입맞춤까지 한 것으로 오해받고 자밀라는 그녀 아버지의 손이나 친척들의 손에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브릴은 자밀라와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사우디로 떠나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지브릴은 그녀의 말이 아니었어도 매일을 그렇게 자신을 설득하고 있었다.


-지브릴 우리에겐 새로운 날이 기다리고 있어. 너와 내가 함께라면 우리는 곧 새로운 날을 맞이할 거야.


지브릴은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새로운 날이 꼭 필요할까? 오늘 같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은 늘 망설임을 불러들였고 그 망설임은 두려움이 원인인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지브릴로서는 두려움의 근거가 무언지 짐작되지 않았다. 


-여기서 지금 뭐하고 있는 거예요. 


마을 일이면 큰일이던 작은 일이던 빠지지 않고 알리고 다니는 하싼이란 소년이 그들을 향해 달려오면서 다급히 소리쳤다. 


-아! 지단 마을 놈들이 무슨 꿍꿍인지 흔적도 안 보이기에 무슨 일인가 알아보려고 나왔어.


-지금이야 당연히 여기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겠죠. 모두 와합과 지단의 경계로에 다들 모여있으니까요. 


-왜? 무슨 일인데..?


-그게.. 말로 듣는 것보단 얼른 가보는 게 빨라요.


자밀라는 히잡을 다시 매무새를 고쳐 쓰고는 하싼과 지브릴을 조금 거리를 두고 뒤따랐다.



2


와합과 지단의 경계로에 다다르자 압둘라 씨의 딸 라니아와 지단 마을 카림이 두손을 뒤로 묶이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와합 마을 사람들과 지단 마을 사람들이 각각 모여 그들에게 조금 떨어져 둘러싸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죠? 


지브릴이 압둘라 씨에게 물었다. 압둘라 씨는 설명하기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다가 돌아섰고 라니아의 오빠 무자히드가 나섰다.


-라니아와 카림이 두 마을의 경계에서 손을 잡고 있다가 내 눈에 띄었네. 나는 라니아를 죽이고 그만 그것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마침 슬레이만 씨와 마주쳐서 그분이 시아파 남자와 통정한 것은 그저 여자 한 명만 죽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하셔서 일이 좀 커지게 됐어.


무자히드는 그다지 신심이 유별나게 깊다거나 한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가문의 명예가 달린 상황에 여동생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 없었던 모양이었다. 


-우리가 뭘 그렇게 잘 못했나요. 그냥 잠시 손만 스쳤을 뿐인데요.


-더러운 변명 필요 없다. 너는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고 게다가 시아파 난봉꾼과 사통한 요사스러운 년일뿐이야.


라니아의 아버지 압둘라 씨가 단호한 어조로 모든 마을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아버지 지금은 21세기에요. 어느 도시에선 여자들도 운전을 하고 있고 몇 해전 사우디에선 여성에게 투표권도 줬다고요. 아버지도 그러셨잖아요. '세상이 변하고 있나 보다'라고.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란 게 있는 거야. 무슬림은 꾸란과 하디스에 의존해 살아가는 거야. 너는 지저분한 행동으로 너희 가문과 율법을 더럽히고자 했다. 게다가 배도자의 자손인 시아파 무리의 하나와 말이다. 그러니 오늘의 죽음을 달게 받거라.


율법학자 슬레이만 씨가 근엄한 어조로 선고를 하듯 선언했다.


-이게 뭐예요. 우린 그냥 사랑하는 사이일 뿐이라고요. 사랑이 죄가 되나요. 그게 그렇게 죽을 죄예... 악!


사랑을 입에 담으며 변명을 하는 라니아의 얼굴에 사정없이 돌을 던진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아버지 압둘라 씨였다. 조금만 더 입을 놀리게 두었다가는 자신의 가문에 평생 수치스러울 치욕의 날로 기억되리라 여긴 압둘라 씨는 망설이지 않고 딸의 얼굴에 돌을 집어던졌다.


-종교가 무슬림을 살게 한다면 오늘의 우리를 죽이는 것은 종교가 아니고 뭐란 말입니까?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지만 세상은 다 변하고 있어요. 변하지 않는 건 인간들의 잔인함과 야만성뿐일 겁니다. 자신의 딸을 죽이게 만드는 종교. 사랑에 죽음으로 답하는 종교가 도대체 무슨 의미라는 말입니까? 


라니아와 손을 잡았다가 들킨 죄로 함께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카림이 유언처럼 남기는 이 말에 치를 떠는 것은 비단 와합 마을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그의 고향 지단 마을 사람들은 평소 사람 좋은 카림이라 여기고 있던 그가 이따위 불경스러운 말을 내뱉자 미친 듯이 격분해 너나 할 것 없이 돌을 던졌다. 와합마을 사람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순식간에 돌을 던지는 그들은 카림과 라니아가 피투성이가 되어 형체를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고서야 분이 풀린 듯 돌 던지기를 멈췄다.


지브릴은 그 광경을 보고 자신의 두려움의 근거가 무엇인지 마주한 것만 같았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잔인하고 야만적이게 변모할 수 있는 인간의 실상 그것이 자신을 그렇게도 두렵게 만들고 망설이게 만든 것이다. 



3


사람들은 그러고도 하루 다섯 번의 기도 시간을 지키려 다들 정오 기도를 하러 사원에 갔다. 지브릴도 기도를 하고 있었지만 기도를 하는 중에도 그의 내면에서는 무언가에 대한 부정과 거절의 의사가 샘솟는듯했다. 


=이건 아니다. 그래 이건 아니야. 난 이곳을 떠나야겠다. 지금도 두렵고 망설여지지만 이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 이런 그늘 속에서 살아가고 싶지 않아.

 

그는 아무도 모르게 자밀라를 찾아가 말했다.


-우리 바로 떠나자. 니가 말한 새로운 날을 위해서 말야.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36


유로와 수이가 수이의 수호천사가 가리키는 하늘을 올려다보자 하늘 위에서 날개 달린 천사의 군대가 흉갑으로 무장하고 검을 빼어든 채 미더운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나타나는 하늘 옆으로 돌아가는 불바퀴를 밟고선 나타태자와 비늘 갑옷을 입고선 태을구고천존, 거대한 뱀이 감싸고 있는 검은 거북 위에 선 현천상제, 청룡언월도를 든 복마대제가 셀 수도 없는 군병을 이끌고 나타났다. 


-햐! 해볼만하겠는걸.


수이의 수호천사가 다행이라는 투로 되뇌었다.


-유로야. 너도 나서거라.


어느새 나타났는지 붉은 흉갑을 입은 지도령이 유로와 수이, 수이의 수호천사 주위로 마법진의 결계를 검으로 깨뜨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도움이 될까요?


-지금 너의 능력치면 충분히 도움이 되고도 남는다. 어서 갑옷으로 갈아입거라.


-갑옷이요? 어떻게 갈아입어요?


-그저 처음 다른 옷을 떠올릴 때처럼 생각만하면 된다.


지도령의 말에 유로는 갑옷을 떠올렸고 유로에게 가야 시대 흉갑이 입혀졌다. 


-수이는 어떡하죠? 제가 싸우러 가면 누가 수이를 보호하나요?


-이봐. 수호령군, 나는 들러리로 있는 줄 알아? 내 임무는 절대적으로 수이를 보호하는 거야.


수이의 수호천사가 말했다. 유로는 '내 임무도 수이를 보호하는 건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지금 이 상황에서는 싸우는 게 수이를 보호하는 가장 적절한 대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맞은편의 마법진에 갇혀있던 유향이가 어떻게 됐는지 돌아보자 유향의 수호천사와 수호령이 유향의 뺨을 두드리며 유향을 깨우고 있었다.


-아함... 뭐야 이건?


잠에서 깨어나듯 정신을 차리던 유향이 주변의 광경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유향아! 지금 상황이 급박하니까 니 수호천사와 수호령에게 꼭 의지하고 있어.


-형... 이게 다 어떻게 된 거야. 형은 어떻게 여기 있어?


-설명은 나중에 하자. 지금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유로는 유향을 향한 말을 마치고 천사들과 영계의 신들이 악마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전장으로 날아갔다. 유로는 날아가며 손에 검이 생겨나 거머쥐었다. 


미카엘과 가브리엘은 사마엘을 향해 검을 찌르고 베며 달려들었고 사마엘은 롱소드로 그들 둘과 상대하고 있었다. 태을구고천존이 도끼를 휘두르는 사자머리의 마르바스에게 권풍을 내지르며 공격하고 있었다. 악마들과 대대적으로 전투를 벌이고 있던 나타태자와 현천상제는 이 전투를 빠르게 끝내려면 높고 낮은 악마들 보다도 악마들의 지도자 사마엘을 처단하는 것이 가장 빠르리라 생각했다. 그들이 미카엘과 가브리엘이 협공하고 있는 사마엘을 치려고 마음 먹을 때 이미 복마대제는 청룡언월도를 사마엘에게 내리치고 있었다. 악마들이 미쳐날뛰며 그들을 가로막으려 공격해 왔다. 


64 마신 중 서열 62위인 두 머리의 용을 탄 발라크와 힘겹게 격전을 하고 있던 유로는 쓰러뜨리고 쓰러뜨려도 다시 다른 악마들이 치고 나오자 난감한 심정으로 어렵게 버티고 있었다. 


메타트론이 유로와 격전하고 있던 발라크를 측면에서 검으로 베자 자신이 탄 용과 함께 발라크는 환영이 사라지듯 사라졌다. 천사들에게 베어지는 악마들은 모두 무저갱으로 돌아가버리고 마는 중이다. 


전투 중이던 우리엘이 자신 앞의 악마 하나를 베어내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소녀가 이 시공간의 틈을 지탱하는 열쇠 같아. 사마엘이 시공간을 여는 매개물로 저 소녀를 이용한 거야. 


-저 소녀를 우리 진영으로 데려와야겠다. 전장이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리엘의 말에 메타트론이 소녀를 데려오겠다며 하늘로 향했다. 유로가 올려다보니 그 소녀는 다름 아닌 이령이었다. 유로도 급속히 상승해 이령을 향해 날아갔다.


박쥐 날개를 한 악마들이 이령을 향해 날아가는 메타트론을 향해 벌 떼처럼 몰려들었다. 그렇게 유로에게 소홀한 사이 유로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몇몇 떨거지 악마들을 베어내며 날아가 이령을 에워싼 마법 결계와 부딪혔다. 몇 번을 검으로 내리치던 유로는 문득 '결계는 무시하고 이령이만 구하면 되는 거야'하고 생각이 들었다. 이령을 에워싼 마법 결계 자체를 온힘을 다해 밀며 수이와 유향이 있는 결계 안으로 빠르게 날아 이령을 데려왔다.


이령이를 보자 유향이 달려와 이령이 곁으로 가려 했으나 결계가 막아 다가설 수 없었다. 


결계 안에서 얼어있는 듯한 이령의 눈동자에 유향이 비쳤다. 


이령을 결계 채로 유로가 데려가자 사마엘은 사태의 심각함을 알고 유로와 수이 유향과 이령, 그들의 수호천사와 수호령이 있는 천사의 결계를 향해 날아왔다.


사마엘과 상대하던 미카엘, 가브리엘, 복마대제, 현천상제, 나타태자도 모두 그를 뒤쫓아 왔다.


가브리엘이 날아가는 사마엘의 등 뒤에서 검을 찌르며 달려들자 사마엘은 가볍게 피하며 손가락으로 검을 튕겨냈다. 


사마엘이 튕겨낸 가브리엘의 검이 가브리엘의 손을 벗어나 이령을 향해 날아갔다. 이령일 향해 검이 날아들자 유향이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검이 유향을 꿰뚫으면서도 날아오던 거대한 힘과 함께 유향을 밀어내며 유향을 꿰뚫고 날아간 검 끝이 이령이 갇힌 결계를 깨고 이령의 가슴을 찔렀다.


-아악!


이령이 결계가 깨어지며 정신을 차리자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이런 제길! 어렵사리 세상을 탈환하려 했건만. 


사마엘을 비롯한 악마 대군이 모두 무저갱으로 사라져갔다. 


검이 몸을 꿰뚫고 지나갔는데도 유향은 이령을 돌아보고는 피를 토했다.


-넌 안돼. 죽으면 안 된다고. 


유향이 다가와 무릎을 꿇고 이령일 감싸 안은 채 고통 속에서 이령을 향해 외쳤다. 


검에 가슴을 찔린 이령이의 두 눈에 슬퍼하는 유향의 모습이 가득 담겼다. 


-미안해. 나 때문에. 너한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정말 미안해.


자신이 죽어가면서도 이령은 태어나 처음으로 남자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안 미안해도 되니까 죽지만 마. 죽지 말라고. 바보야. 


소리치는 유향의 등 뒤에서 따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도 죽지 않을 테니 걱정 말거라. 얘들아.


치유의 천사 라파엘이 손에 들고 있던 검을 사라지게 하고는 이령과 유향의 머리에 한 번씩 손을 가져다 댔다.


그들의 상처가 점차 사라지고 유향과 이령은 정신이 맑아지는 걸 느꼈다.



유로는 수이에게로 갔다. 수이는 유로를 보자 세상 믿음직스러웠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오빠. 너무 멋지게 싸우더라. 무슨 수퍼히어로 같았어.


-수퍼히어로 같기는 너무 힘겹게 버티기만 한 걸.


-아니야. 오빠 검에 사라지는 악마들이 몇이었는데. 이령이도 오빠가 구해온 거잖아. 이령일 데려와서 이 싸움이 끝난 거고. 오빠가 세상을 구한 거야.


-세상을 구하긴. 난 그저 너 하나를 지키고 싶었을 뿐인걸. 난 너의 수호령이니까.


유로의 말에 수이가 말없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마지막으로 수이가 사라졌다. 수이의 수호천사가 유로를 돌아봤다.


-수이는 이제 병원에서 깨어날 거야. 나도 이제 수이 곁으로 가봐야겠어. 너는 안 가? 수호령군!


-저도 가야죠. 저도 수이의 수호령인걸요.



37


-자! 얘들아. 긴장할 것 없어. 오늘 쇼케이스가 너희들이 대중 앞에 첫선을 보이는 무대라고 긴장해서 되려 실수하면 안돼.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뭐?


-연습처럼이요.


고정도 대표의 말에 효윤이와 선희가 신나서 소리쳤다.


-대표님, 대표님이 더 긴장하시는 거 같아요. 좀 릴랙스하세요.


이연이가 자신도 긴장되는데 더 긴장한 것 같은 고대표를 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 하! 그랬나. 보이그룹은 경험이 많지만 걸그룹 데뷔시키는 건 니들이 처음이라 나도 덩달아 긴장했나 보다. 수이야, 소미야, 이연아, 선희, 효윤이도 모두 준비됐지. 가서 무대 찢어 놓고 와. 관객들 다 쓰러트러 버려.


-네. 근데 대표님이 제일 먼저 쓰러지실 것 같아요. ㅎㅎ


수이가 밝게 웃으면 대답했다. 


무대에 올라가며 소미가 수이를 향해 말했다.


-언니, 정말 모든 게 언니 수호천사와 우리 수호천사가 도운 것 같아. 이젠 우리 꽃길만 걷자. 


-그래, 근데 수호천사만 있는 줄 아니 수호령도 열 일한다고.


-알겠어 언니. 어쨌건 우리 이 첫걸음을 위해 그 노력을 해왔던 거니까. 꼭 무대 찢어 놓자. 응?


-응!


수이의 얼굴에 긴장감과 기대가 어우러진 표정이 지어졌다. 수이는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유로가 가장 보고 싶었다.


=유로 오빠, 오빠 보고 있지? 이 첫 무대는 오빠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무대야. 나 긴장해도 놀리기 없기다. 응원만 해 줘. 늘 그러고 있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꼭!



전주가 들리며 수이와 아이들이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무대 아래서는 M.G.I의 소속 스텝들과 촬영 스텝, 기자진, 그리고 소수의 팬들이 있었다. 그 팬들 틈에 유향과 이령이 있었다.


-너 어제 학교에 찾아온 그 사람은 누구야?


-응, 유로 형이 빙의해서 수이 구하던 날 사진들을 누가 인터넷에 올려서 나더러 이종격투기를 한번 제대로 배워보겠냐구 찾아왔어.


-너 보고 이종격투기 선수로 데뷔하래?


-그건 아니구. 우선 입식타격기로는 기초가 탄탄하다구. 좀 더 배워서 데뷔해 보겠냐구 하더라구.


-그럼 해야지. 장래가 촉망되는 격투가 싹이 보이는 녀석인데.


유향이가 격투가의 꿈을 갖고 있는 걸 아는 이령이다. 유향이가 자신의 꿈에 한발 다가서게 되어 너무 다행스러웠다. 


-와! 수이 굉장하네.


-응, 그래?


-와. 쟤 소미지? 너무 예쁘다.


-응, 그렇단 말이지. 다 이쁜 것도 아니라 소미만 눈에 쏙 들어온다 그 말인 거네.


-진짜 유난히 이쁘잖아. 


-내 눈에는 다들 이쁜데 니 눈에는 소미만 이쁘다는 거잖아. 그딴 눈 뽑아다 마법 약 만들 때나 써 보고 싶네, 정말.


유향이 M.G.I 멤버 소미를 칭찬하자 참고 듣던 이령이 불타는 분노를 내리누르며 싸늘히 말했다. 유향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 둘러댔다.


-내 말은 소미가 그렇게 이쁘다는 게 아니라 저 중에서 그렇다는 거지, 저 중에서. 내 눈은 너 보는 데 써야 하니까 제발 제자리에 놔둬 줘. 부탁할게.



유로는 그들 머리 위에 한참 올라간 공간에서 수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아름다운 저 소녀가 내 여친이라구.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어, 쟤가 내 여친이에요.


-그건 온 영계가 다 아는 사실이 되어버렸다네, 유로군. 천당에서도 천국에서도 지옥에서까지 도대체 누가 모르겠나? 


지도령이 오늘은 와인색 도복을 입고 나타나 유로를 놀리듯 말하자 유로가 정색을 했다.


-온 영계까지 다 알려질 정도로 자랑하려던 건 아니었는데요. 


-어쨌건 오늘이 자네가 수호령으로서의 지위에서 수호신의 지위를 봉신 받는 첫날인 것도 알아둬야 할 것 같네. 


그리 말하며 지도령은 임명부를 꺼냈다. 그걸 보고 유로는 자연스럽게 한쪽 무릎을 굽히고 예를 취했다. 


-자네는 이제 수호령이 아니라 수호신이 되었으니 수이 한 사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수호해야 하는 거네.


-그럼 수이 곁에서 떠나야 하는 건가요?


수호신이 된다기에 뭔지는 몰라도 우쭐한 기분이었던 유로는 '수이 곁을 떠나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자 수호신 지위를 거절할까 망설였다.


-떠나야 하는 건 아니지. 자네의 관할이 대한민국 전체로 넓어졌을 뿐이야.


-관할이 넓어졌다는 말씀이 꼭 떠나야 한다는 말씀 같아요.


-그래도 걱정된다면... 자네는 아직 몰랐겠지만 수호신은 분신을 할 수 있네. 자네 분신을 수이 곁에 두고 세상을 수호하러 가면 되는 거네. 그럼 언제나 곁에 있는 것처럼 수이를 지켜보면서 자네 업무에도 충실할 수 있다네. 



유로는 자신의 분신을 세상을 수호하라고 보내야지 생각을 했는데 막상 분신을 하고 보니 의식이 둘로 나뉜 것 같이 양방향으로 감각이 다 공유 되었다. 누가 분신이고 누가 본래 자신인 것인지 구분할 수도 없었다. 이제 하나의 유로는 수이 곁에 하나의 유로는 세상을 지키러 그리 떠나게 되었다. 붉은 핏빛의 말이 '히힝' 소리를 내며 고개를 흔들자 한 명의 유로가 말안장에 올라앉았다. 유로가 다시 그 은색의 가야 흉갑으로 의식을 통해 옷을 바꿔 입자 말이 하늘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또 한 명의 유로는 말을 타고 날아오른 자신을 보며 수이 곁에서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막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는 수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수이야. 이제 너와 세상을 모두 지켜야겠어. 그게 진정으로 너를 지킬 수 있는 길이니까. 언제까지나 널 지켜줄게. 난 너의 수호령이니까. 사랑한다, 신수이!



<완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35


유로가 머리 위에 마법써클이 그려진 채 빛의 속도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어느 집까지 끌려갔다.


집 내부까지 이동하자 자신의 몸에 조금의 자유가 주어지는 듯했다.


천정이 높고 넓은 방 안으로 밀려들어가자 반라의 상태에 유향이 눈을 감은 채 세 개의 마법진 중 왼쪽에 있는 마법진 안에 서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그 어두운 기운이 서린 소녀.. 이령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유로는 자신의 의지와 달리 오른쪽 마법진에 서게 되었다. 


-너였어? 너였다구?

 

-오빠 오랜만이야. 정식으로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거 말야.


-니가 그렇게 수이를 죽이려 한 범인이었어?


-오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어. 처음엔 그냥 오빠와 수이를 헤어지게 하려고만 했어.


-그럼 지금 이건 뭐야. 니가 날 죽인 거 아니야?


-오빠 오해하지 마. 난 단 한 번도 오빠를 죽이려 한 적이 없어. 그냥 수이가 사라지길 바랐던 것뿐이야.


-수이를 죽이려다가 날 죽이게 된 거겠지?


-오빠 만약 내 마법 때문에 오빠가 죽은 거라면... 오빠 혹시 수이에게 오는 모든 주술을 오빠가 감당하겠다던가 하는 그런 마법을 쓴 거 아니야?


유로는 곰곰히 기억을 되짚어 봤다. 수이가 걸그룹 멤버로 확정된 그날 자신이 한 기도가 떠올랐다.


=하나님 수이에게 오는 모든 무거운 짐을 제가 감당하게 해주세요. 수이가 앞으로 힘겹지 않고 포근하게 꽃길만 걸을 수 있도록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모든 걸 감당하겠습니다.


맞다. 유로는 그리 기도했었다. 유로는 문득 생각했다. '그래, 다행이야'


그 기도가 아니었다면 지금 죽어있는 건 유로 자신이 아니라 수이였을 거란 생각을 하니 차라리 자신이 죽은 것이 너무 다행스러웠다.


-오빠 정말 그런 마법을 쓴 거야?


-마법이 아니야 난 그냥 사랑을 했던 거야.


-오빠 그 사랑이 오빠를 죽인 거야.


-그래도 내가 죽은 게 수이가 죽는 것보단 나아! 


-오빠 미쳤어. 어떻게 대신 죽는 게 나을 수 있어?


-미친 건 너지. 어떻게 사람을 죽이고도 양심의 가책은 커녕 또 죽이려 들 수 있는 거야. 싸이코패스라는 말이 너 같은 애들을 두고 생겨난 말인 것 같다.


-양심의 가책은 수이가 느껴야지. 수이 때문에 오빠가 죽은 건데. 그 애만 없었더라면 수이 그 기지배만 없었더라면 오늘 같은 일도 없었을 거야.


-오늘 같은 일? 너 진짜 내 동생은 왜 저렇게 세워둔 건데? 나를 불러오는 주술에 내 동생이라도 필요했던 거야?


유로는 이령의 말도 안 되는 적반하장에 기가 막혔다. '양심이라곤 1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애 아니야?' 그러다 문득 자기 동생인 유향이가 서있는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여 이령에게 물었다. 하지만 왠지 저 섬찟한 아이에게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했다.


-오빠, 난 오빠를 살려내기로 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유로는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저 괴물 같은 아이가 이젠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나 오빠 없이 살 수 없을 것 같아. 오빠가 다시 살아나야 나도 사는 것 같을 거란 말야.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구? 날 살리겠다면서 내 동생은 왜 저렇게 세워뒀냔 말이야?


-나 오빠랑 유향일 바꾸려고 해?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설마 내 동생을 죽이면 날 살릴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거야? 너 정말 미쳤어? 제 정신이 아니구나.


-오빠, 이미 한번 유향이 몸속으로 들어가 봤잖아. 그냥 빙의하는 거라고 생각해. 유향이 몸에서 오빠 영혼으로 살아가면 되는 거야.


-너.. 너.. 내 동생한테 무슨 짓이라도 해 봐. 내가 가만히 있나. 넌 살인자고 싸이코패스고 연쇄살인범이야.


-오빠, 오빠가 모두 기억하는 게 버겁다면 내가 오빠 기억을 지워줄 게. 그리고 더 이상 수이를 괴롭히지도 않을 게. 그냥 내 곁에만 있어 줘. 영원히.


유로는 영원히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이 이렇게까지 소름 끼치는 말일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유로는 저 미친 여자아이로부터 어떻게 동생을 구할 수 있을지 궁리했다. 그러면서 발버둥쳤다. 유로의 발이 마법진 밖으로 조금 나왔다.


-오빠 어떻게 한 거야. 마법진 밖으로 나오려고 하면 위험해. 거기 그대로 있어.


그렇게 말하고는 이령인 가운데의 더 큰 반경의 마법진으로 다가갔다. 


-벨레트, 내가 시킨 대로 모든 준비는 마쳤어. 하지만 유로 오빠가 발버둥 치며 벗어나려 해. 이젠 마법을 진행할까?


빈 마법진 앞에서 이령이 그렇게 말하며 마법진 안에서 흑마를 탄 기사 같은 남자가 나타났다.


-이령, 그런데 문제가 생겼네. 나보다 높은 분께서 이 자리로 오시려고 해.


-아니, 난 소환하지 않을 거야. 소환하지 않는 악마는 나타날 수 없는 거잖아. 너희 멋대로 나온다면 그건 마법이 아니지. 마법은 약속이야. 악마도 약속은 철저히 지키잖아.


-이령 이건 약속이나 마법의 문제가 아니야. 마왕께선 니가 일깨운 우리 64 마신들에게 이 세계를 정복할 새로운 사명을 주셨어.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마법 소환을 이용해서 이 세계를 장악하겠다는 거야.


그때 가운데 커다란 마법진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지옥의 화염이 불타고 있는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마엘이 망토를 휘날리며 나타났다.


-이제까지 사악한 인간들은 많이 봤지만 너처럼 순수한 악일 수 있는 소녀는 보지 못했다. 너를 통해 우리는 다시 지상을 정복하게 될 것이다. 이 세계를 위해 희생되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유로는 사마엘의 등장과 집이 있던 공간을 넘어 모든 공간들이 차원 중첩되며 지옥의 모습으로 변해가자 놀라 지도령을 불렀다.


-지도령님. 큰일 났어요. 


-오빠 이젠 어떡해. 


잠에서 깨어난 듯한 수이의 목소리가 유로 등 뒤에서 들렸다.


-너 여긴 어떻게 온 거야? 하필이면 이런 때.


-나도 모르겠어 잠들었다 깨니까 여기야.


-수이는 지금 영혼이 너와 함께 끌려온 거야. 얘 몸은 마포대교에서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어.


지난번에 봤던 수이의 수호천사 목소리가 들리자 유로는 반갑고 다행스러웠다. '이젠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수호천사님?


-나도 몇 백 년 산전 수전 겪으면서 마녀사냥까지 경험해 봤지만 사마엘은 실제로 처음 봐. 이건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아니지 넌 너희 소속에서 수호신급이라고 했으니까 감당할 여지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자신들이 갇힌 마법진 밖은 이미 지옥의 화염들이 가득 채우고 있고 악마들과 마군이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대적으로 차원의 틈에서 인간 세상으로 이동하려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유로는 다시 한번 다급하게 지도령을 불렀다. 


-지도령님 어디 계세요. 오늘 따라 왜 이렇게 굼뜨신 건데요.


그때 수이의 수호천사가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봐. 수호령군 저기를 봐!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33


유로가 안된다고 아무리 소리쳐도 수이는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유로는 어금니를 깨물며 수이의 곁으로 날아가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무슨 주술에 또 홀렸을까?' 유로는 그리 생각하며 수이의 머리 위를 쳐다봤지만 아무 흔적도 없었다. 수이를 한 팔로 감싸 안은 채 떨어져 내리다 유로는 다른 손으로 강바닥을 쳤다. 강물이 핵폭탄이라도 맞은 듯 원을 그리며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며 유로와 수이가 떠있는 상공까지 솟아올랐다.


=내가 뭘 어떻게 한 거지? 


유로도 각성된 자신의 힘에 놀라며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품 안에 꼭 안겨 자기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는 수이를 보았다.


-수이야 괜찮아?


-응. 오빠... 나 벌써 죽은 거야?


-무슨 소리야. 죽긴 니가 왜 죽어. 내가 너 죽게 내버려 둘 것 같아.


-오빠, 지금 이건 꿈이야? 어떻게 이렇게 현실 같지.


-이건 현실이야. 나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너에게도 저 강물에도 실제 같은 힘을 아니 실제 보다 더한 힘을 사용해도 되네.


유로는 경황이 없는 순간임에도 어떻게 자신이 이런 힘을 갖게 된 것인지 의아했다.


-오빠, 나 많이 보고 싶었지?


-늘 니 곁에 있었어 난.


-그럼, 나 자살하려는 때까지 다 보고 있었던 거야.


-늘 그런 상황을 막으려고 애를 썼지만 아무리 처절히 얘기하고 막아서도 막아지지가 않더라.


-우리 할머니 꿈속에 나왔다는 것도 유향이가 오빠처럼 싸우던 것도 다 오빠가 한 거야?


-응, 맞아! 그리고 난 늘 너에게 말을 걸고 있었어. 


-나도 오빠에게 말을 걸고 있었어, 늘. 대답을 들을 수 없어서 더 괴로웠어.


수이를 안은 채 유로는 강변으로 날아갔다. 강변 산책길에 수이를 내려놓았다.


-난 늘 니 곁에 있어. 내가 죽었다고 하지만 난 죽은 것 같지가 않아. 널 볼 수 있고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해. 


이 말을 하며 유로는 눈물을 흘렸다. 


-오빠, 우리 함께이면 되지 않을까?


수이도 울면서 말했다. 


유로도 수이의 심정을 알고 있었다. 들을 수 있지만 말하지 못하고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이 사랑이 유로에게도 한없는 상실감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수이의 심정이 자신보다 더 괴로우리라 느끼면서 늘 미안함이 있었다.


-오빠. 미안해. 오빠 나 때문에 죽은 거잖아.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


-아니야. 그게 어떻게 니 탓이야. 니가 나랑 헤어지려고 했다고 해도. 우린 늘 그랬던 것처럼 다시 만났을 거야. 내 죽음은 그냥 사고였어. 니 탓이 아니야, 수이야.


-내가 오빠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려는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날 그 시간에 만나자고 하지 않았다면 오빠는 지금 살아있을 거잖아. 근데, 그게 어떻게 내 탓이 아니야.


-그건 사고였어. 세상의 모든 우연에 누가 감히 다 책임질 수 있겠니. 넌 너무 무거움 짐을 니 심장 위에 얹고 있어. 놓아버리렴. 봐! 내가 죽었다고 변한 게 있니.


-그렇지만 오빠 없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


-우리 그냥 잠시 떨어져 있는 거야. 너의 세계와 나의 세계.. 그렇게 따로 떨어져 있지만 또 함께인 거야. 한없이 멀게 느껴지지만 우리는 한공간에 있고 난 널 늘 느끼고 있어. 그러니까 너 좀 힘내면 안 되겠니? 예전에 니 모습으로 돌아가 줄 수는 없겠니? 난 너의 눈물도 한숨까지도 모두 사랑하지만 니가 괴로워하는 걸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어. 예전의 그 이쁜 미소를 다시 보고 싶어. 


-이런 게 어떻게 함께인 거야.


눈물을 흩뿌리면 고개를 흔드는 수이를 보고 유로는 입을 맞췄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이 부활하게 될 리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수이에게 속삭였다.


-봐. 모든 게 전과 같잖아. 우리 잠시 시험 기간이라 아니 니가 가수가 돼서 멀리 전 세계 콘서트 투어를 하는 동안 잠시 떨어져 있을 수 있듯이 그렇게 내가 잠시 어떤 역을 맡아서 떨어져 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겠니? 하지만 그보다는 나은 게 난 늘 니 곁에 있다는 거야. 난 너의 수호령이니까.


유로는 수이의 오라장이 보였다. 점점 오라장의 어둡고 까칠해 보이던 색과 질감이 부드럽고 밝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수이의 눈이 게슴츠레 해지면서 졸린 눈이 되었다. 


-오빠 나 잠이 와. 


그녀 뒤에는 붉은 도복의 지도령이 서있었다.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는 유로는 수이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잠시 자, 수이야. 오빠 어디 안가. 니 곁에 늘 있을 거야.


수이는 자리에서 스르르 쓰러졌고 산책로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예 거기 119죠. 여기 마포대교 한강변인데요. 여자아이 하나가 쓰러졌어요. 네.. 네..


산책로에서 운동을 하던 한 여자분이 쓰러지는 수이를 발견하고서 119에 전화를 하고 있다.



34


인간계와 천상계 사이의 차원, 그 새하얀 공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너는 아니 자네는 수호신급이 되었네.


붉은 도복의 지도령이 진중한 목소리로 말하자 유로가 놀란 눈이 되었다.


-제가 어떻게 벌써 수호신이 돼요?


이제 수호령이 된지 얼마이지 않은 자신이 수호신이 되었다는 말에 유로는 의아했다.


-수호신이 된 것이 아니라 수호신급이 되었다는 말이야.


-그게 굉장히 오랜 세월이 걸리는 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원래는 그렇지.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 의도를 지니고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네. 자네를 수호신급으로 바꾼 이가 아마도 자네를 죽인 이일 거네.


-저를 죽여요. 저는 사고로 죽었지 않나요?


-자네 수이 머리 위에 마법진을 보지 않았나?


-네, 봤어요. 


-자네가 죽을 때 그 마법진이 있었네. 


-그럼 저는 살해당했던 거예요? 수이를 죽이려던 사람이 저도 죽인 거였어요? 왜요? 도대체 누가요?


유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왜 도대체 누가 자신을 죽이고 수이마저 죽이려 했다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대상을 찾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누군지는 우리도 알게 되었네만 자네를 죽인 것이 왜인지는 우리로서도 알 수 없네. 


그때 유로의 머리 위로 육각별을 감싸 안은 원이 그려진 마법써클이 생겨나고 유로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끌려가기 시작했다.


유로는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는 이가 바로 자신을 죽이고 수이를 죽이려 한 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너 이 자식. 반드시 죽인다.


유로는 공간을 이동해 가면서도 두 눈에 분노가 불타올랐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