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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님께서 입력하시는 대로 최고의 연애 지수를 바탕으로 육성되며 전혀 학습되어 있지 않은 순수의식에서부터 고객님의 기호에 맞는 연인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당신의 성적인 판타지, 당신의 감성적 판타지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최상의 연인 네오 아마토르는 GOA사의 최신형 AI를 기본 탑재하고 있습니다...


재혁은 상조회사가 제공하는 메탈 관 같은 모양의 상품 박스의 조작 버튼에 주문 당시 설정한 비번을 눌렀다. 관 뚜껑 같은 케이스 뚜껑이 옆으로 밀리며 네오 아마토르의 본체가 눈부시게 자신을 드러냈다. 메탈 바디에 인공피부로 덮인 얼굴은 재혁이 설정한 그대로였다. 머릿결도 특수 인공모발로 인간의 그것보다 더 섬세했다. 사실 최근에는 메탈 바디보다는 인공피부 바디가 더 촉감이 인간과 똑같아 다들 메탈 바디를 주문하지 않는 추세였다. 하지만 재혁은 무언가 남들과 다른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연인을 원했다. 튀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나만의 연인은 뭔가 다르기를 바랐던 거다.


GOA사 메타버스 홍보관에서 배운 대로 네오 아마토르 두 눈에 눈꺼풀을 세 번 문지르자 네오 아마토르가 눈을 떴다. 재혁은 메타버스에서 이미 연습해본 대로 눈을 크게 뜨고 네오 아마토르와 코 끝이 닿을 정도로 얼굴을 가져다 댔다. 네오 아마토르의 눈에서 초록색 섬광이 비치며 재혁의 홍채를 인식했다. 재혁이 케이스 옆으로 비키자 네오 아마토르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니 이름은 이제부터 지은이야! 지은!


-내 이름은 지은이야! 넌?


지은이가 무척이나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난 니 남친 정재혁이야! 잊지 마, 내 이름.. 잊을리야 없겠지만...


-정재혁.. 재혁이..





재혁은 주문을 마치고 텔레포트기에서 바로 요리 안된 닭을 꺼냈다. 어떤 요리든 텔레포트기로 전송받을 수 있었지만 재혁은 지은이와 요리하는 시간이 너무도 즐거웠기에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꼭 함께 요리를 했다. 메탈 바디의 지은이 메타버스 박물관에서 관람할 법한 앞치마란 것을 두르고 커플 앞치마를 한 재혁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오늘도 또 닭볶음탕이야? 그 맛 말고는 다 잊을 지경이야. 재혁아. 좀 참신한 요리는 없어.


-오늘은 어렸을 때 감각 재현 프로그램으로 맛봤던 고전 음식 닭개장이란 걸 만들어보자, 우리. 


-그거 손이 많이 가는 거 아니야?


-다른 재료는 다 손질된 걸로 주문했어. 닭만 넣으면 돼.


재혁이 웃으면서 말하자 지은이 거울상 뉴런 프로그램의 작용으로 재혁의 미소를 따라 재현했다.


-이거 먹고 우리..


지은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3분할된 재혁의 공간 전체를 운영하는 AI 운영프로그램이 경고 메시지를 알렸다.


-재혁 씨 침입자입니다. 의체 판매처로 침입하고 있습니다.


-뭐야, 세미? 양자암호 코드도 푸는 프로그램이라도 발명된 거야? 


재혁이 놀란 기색도 없이 담담한 어조로 AI 운영프로그램 세미에게 물었다. 세미는 침입자 세 명에게 강제 개방되고 있는 건물 입구의 모습을 보여주며 말했다.


-아닙니다. 4세대 구형 디지털 방식으로 폐쇄장치를 강제 개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니야. 그냥 내버려 둬. 지은아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재혁은 그들이 누구인지를 알아보자 한숨을 쉬며 세미와 지은에게 말했다. 지은이 걱정스러운듯 말렸다.


-혼자 가면 위험해. 재혁아!


-괜찮아. 아는 자식들이야.



3


침입자들은 재혁의 의체 판매대로 들어서다가 거주공간에서 들어오는 재혁을 보았다. 그중 스카우터 같은 의안을 한 한 명이 나직이 말한다.


-이런 식으로 제때 제때 입금이 안 되면 우리가 아주 성가셔 찌질아!


-입금 기간이 하루만 지나도 코인 이체를 막는 너희 탓 아니야.


재혁도 짜증 난 듯 되받아쳤다. 


-그건 하루 이자라도 떼먹고 계산하는 너 같은 찌질이들 탓이지.


의안을 한 남자는 재혁에게 탓을 돌렸다. 침입자들은 진열된 의체들 중 새로 들어온 신상 의체 몇몇을 탐내는 듯 둘러보았다. 침입자 중 의수를 한 한 명이 재혁이 들어서던 공간을 보고는 말했다.


-저 전신 의체를 한 아가씨는 누굴까? 얘네, 커플 의상으로 무슨 고전 패션쇼라도 하는 양 갖춰 입었네.


그 말에 재혁이 돌아보자 아직 앞치마를 한 지은이의 모습이 보였다. 지은은 재혁이 걱정돼서 거주 공간에서 방금 문을 개방하고 들어섰다. 


-저 사람들은 누구야, 재혁아!


-누구긴 누구야 대출업체 이사님들이지. 우리는 수금만 되면 바로 갈 거니까, 걱정 말아 아가씨.


의안을 한 남자는 지은의 메탈 바디를 유심히 보다가 재혁을 돌아봤다.


-이제 보니 저 네오 아마토르를 구입하려 빚을 진 거였군. 너 같이 의체 판매까지 하는 중산층이 무슨 빚을 그리 지나했더니..


-이자는 A-935 타입 의체 하나로 대신하면 되는 거 아냐. 이제 그냥 가 줘. 


-이 봐. 빚은 코인으로 갚아야지. 우리가 의체를 가져간들 중고로 내놓아야 하는데 그럼 우리가 밑지는 거야.


-지금 이체 가능한 코인은 지난번 너희가 입금을 막았을 때 금액뿐이야. 니들 또 빚이 늘었다고 할 거 아냐? 


의수를 한 남자 곁에 서 있는 검은 의상의 자연 인체 그대로의 남자가 말했다.


-뭐야! 이 자식 돈은 빌리고 막 가자는 거야!


-저거... 저 신상 의체 하나면 모든 빚을 퉁쳐주지.


의안의 남자는 이 정도면 거저라는 식으로 선심 쓰는 듯한 투로 재혁에게 제안했다.


-그게 하나에 얼만 줄이나 알아! 그게 판매되면 당신들 빚은 돈도 아니야.


재혁이 어이 상실할 제안에 평정심을 잃고 소리치다 마음을 가라앉히며 다시 말했다.


- A-935 타입 의체 하나로 오늘은 가 줘. 나머지는 다음 정산에 코인을 이체할게!


지은은 이들의 모든 대화를 기억회로에 저장하는 동안 침입자 한 명 한 명의 외양을 경고 모드 코드에 입력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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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동수는 어두운 대문 앞에서 서성였다. 그의 머리 위를 광채를 내며 날아다니던 마카다카가 재촉했다.


-도와주겠다더니 뭘 어떻게 돕겠단 거야? X나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겠다.


동수는 마카다카의 말에 미간을 찌프리다가 결심한 듯 담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그런 상스러운 말 안 할 수는 없어. 나도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하는 거잖아.


-궁리하다 날 새겠다. 그리고 내가 언제 상스러운 말을 했다는 거야?


동수는 어이가 없었다.


-그 X발이나 X나 같은 표현 말야! 초딩이냐? 너 도대체 몇 살이야?


-어머! 어머! 얘 봐. 요정 잡겠네! 내가 언제 그런 천박한 말을 했다는 거야? 내가 516살이 되도록 그런 상스럽고 천박하고 교양 없는 말은 너한테 처음 들어봐.


동수는 담을 타려 기를 쓰며 매달리면서 다리를 올리다가 기가 차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됐다. 됐어. 천한 인간종자 귀에나 그렇게 들리나 보다. 내가 죄인이다. 내가 속물이야.


-그런 자기성찰은 뒀다 나중에나 해. 너 그런데 도와준다더니 벽에 몸을 부비면서 뭐 하는 거야.


벽에 매달리며 올리던 다리를 내리다 동수는 좀 기운이 빠진 듯 말했다.


-담을 넘으려고 하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 맘처럼 되지가 않네.


-담을 넘는다고 그냥 날면... 아! 너 같은 인간종자는 날지를 못하지?


담 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니던 마카다카는 번뜩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내가 100년도 안되는 얼마 전 들은 이야기가 있어. 너에게도 해당되려나 모르겠다.


마카다카는 그렇게 말하고는 동수의 머리 위에서 몸을 부르르 떨며 금빛 가루를 쏟아냈다. 동수의 몸에서 그 금빛가루가 스며들듯 아롱거렸다.


-자! 이제 떠오른다고 상상해 봐! 


-아! 팅커벨 같은 능력이 있는 거야? 너도?


동수는 언뜻 피터팬의 한 장면이 떠올라 마카다카의 말에 어떤 저항도 없이 따랐다. 정말 몸이 점점 떠올랐다. 


-이제 니가 원하는대로 날 수 있다고 상상해 봐.


몸이 떠오르자 동수는 언제나 날아다니던 피터팬인양 담 위를 넘어 꽃들이 만발해 있는 정원을 건너 현관 앞까지 날아가 착지했다.


-나 재능이 이런데 있었나 봐. 


-설마 담 넘어 남의 집에 침입하는 걸 재능이랄 줄은 몰랐네. 처음 나는 아기 요정처럼 굴래, 진짜?


동수는 자기 머리 위를 이리저리 선회하는 마카다카와 함께 살며시 현관문을 당겨 보았다. 현관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문이 스르르 열리자 환한 불빛과 함께 거실이 보였다. 이사를 준비하는 듯 여기저기 박스와 책 더미를 묶어 놓은 것이 보였고 거실 한 켠 내놓은 식탁 위에는 작은 접시에 먹다 남은 케익 조각과 생크림이 묻어있는 포크 하나가 놓여 있었다. 마카다카의 적은 내일이면 떠날 듯 보였기에 마침 잘 찾아온듯했다. 동수는 쌓여 있는 짐들 사이로 달력을 말아놓은 것을 보고는 어떤 악당이 등장할 줄 모른다는 생각에 슬며시 집어들었다. 퍽이나 안심이 될 도구인가 싶지만 말이다. 그리고 살금살금 짐들 사이를 피해 집안으로 들어갔다. 


-저기 저 방에 갇혀 있어 나의 카롱이...


마카다카가 가리키는 방을 향해 조심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동수가 금방 지나쳐온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동수는 잔뜩 긴장해 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문이 열리고 잠시 동안 동수가 얼어붙어 있자 놀란 노인이 소리를 쳤다.


-도.. 도... 도둑이야!


마카다카는 얼른 식탁 위에 포크를 두 팔로 안아들고 온 힘을 다해 그 노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뒤져 버려라. 이 인간종자야!


-아야! 아야! 


-대머리가 반쯤 벗겨진 하얀머리의 노인이 도둑이라고 소리치다가 사타구니를 잡고는 웅크리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마카다카는 포크가 너무 무거워 이삿짐 박스 위로 포크를 안은 채 떨어졌다. 동수는 노인을 보고는 왠지 안심이 되는 것 같아 노인을 보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어르신!


노인은 사타구니를 잡은 채로 동수를 보다가 인상 좋은 동수의 얼굴에 약간 마음을 놓은듯한 표정이 되었다.


-여기는 훔쳐 갈게 아무것도 없어. 책이나 훔쳐 가겠다면 모르겠지만...


-어르신, 저는 도둑질을 하려고 온 게 아니라...




동수는 마카다카와의 만남부터 그녀의 부탁까지를 설명하며 그 대머리 어르신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니까 자네는 저 생물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거군.. 


-예? 어르신께서는 그럼 쟤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말씀이신가요? 


-그저 풀벌레 소리로는 들리는데 저게 말도 하는지는 몰랐네 그려. 


동수는 마카다카를 돌아봤다.


-저 인간종자가 뭐라는 거야. 카롱을 풀어주겠데...


=아! 진짜 나만 알아들을 수 있는 거였구나...


마카다카의 풀벌레 소리를 듣고는 노인이 동수에게 물었다.


-저 생물이... 자네가 말하는 마카 뭐라는 애가 뭐라고 하나?


이건 도대체 어떤 인연인가 하는 생각에 넋 나가 있던 동수는 다시 노인을 돌아보며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자기 남자 친구를 풀어주겠다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나도 내일이면 이사를 가야하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에 어떻게 제보하나 걱정했구만. 사람처럼 자기들 나라가 있고 문명을 이루며 살아가는 지적 생명체라면 풀어주는 게 도리겠지.




3


마카다카와 카롱은 밝은 광채를 내며 밤하늘 상공으로 날아오르며 하늘 위에서 서로를 향해 감싸고 돌고 있었다. 동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흐뭇한 마음에 넋을 놓고 있었구나 이제 그만 돌아가야지' 하며 그들에게서 돌아섰다. 하늘 위에서 마카다카가 쏜살같이 동수를 향해 날아오며 소리쳤다.


-야이, X발아! 어딜 그냥 가는 거야. 어디 나를 신세 지고도 갚지 않는 몰상식한 요정을 만들려구.


-그 X발 이란 표현 좀 쓰지 않으면 안 돼.


살짝 짜증이 난 동수의 말을 듣고 어느새 날아온 카롱이 말했다.


-어디서 그런 막말을 나의 다키 앞에서 하는 거야? X나 어이없네.


-진짜 누가 어이없는지 모르겠네. 욕설 커플이냐? 도대체...


-이젠 알겠군. 요정들의 표현으로 센 표현이긴 한데. 너희 인간종자들의 그런 저열한 표현과는 다른 표현이 번역되는 과정에 그리 표현되는 모양이야. 하지만 어떻게 번역되는지는 알겠지만 우리는 너희들이 쓰는 그런 저속한 표현을 쓰지 않아! 


카롱의 설명이 그럴듯했다. 하지만 그래도 동수는 욕설이 난무하는 이 커플이.. 게다가 인종차별주의까지 있는 게 살짝 못마땅했다. 그렇다 해도 인간이 아닌 지적 생명체들에게 인종차별이 뭔지 이해시키고 수긍하게 하는 과정이 번거로울듯해 체념하기로 했다.


-나 너에게 신세를 졌어. 그건 꼭 갚아야 해. 그게 우리 요정들의 규정이야. 네가 바라는 게 뭐든지 꼭 한 가지는 들어줄게. 


-뭐든지라고.. 


-그래 뭐든지! 


마카다카는 한껏 자부심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단언했다.


동수는 한 번도 세상에 단 한 가지 소원이 있어 본 적이 없던 사람처럼 어리둥절해졌다. 


=뭘 들어달라고 하지? 30억 쯤 로또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할까? 세계 최고의 지혜를 갖게 해달라고 할까? 이쁜 여친은...?


그런 생각이 스쳐가다 동수는 돈이나 지혜나 여친 보다 더 귀중한 무언가가 더 소중한 누군가가 떠올랐다.


-엄마.. 엄마가 어디 계신지 알고 싶어. 아니면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번호라도 가르쳐 줄 수 없겠니?


-엄마라고.. 엄마랑 언제 헤어졌는데...


-헤어진 게 아니야! 잠시 날 보육원에 맡기셨다가 찾으러 오시는 길을 너무 오래 잊으신 거야. 그뿐이야...


동수는 갑작스레 눈물이 북받쳤다. 동수는 눈물이 그렁해진 채 소리쳤다.


-제발... 전화번호만이라도 알려 줘.


-그.. 그래.


잠시 당황하는 듯하던 마카다카는 새벽 하늘위에서 광채를 일렁이며 작은 원을 그리면서 맴돌았다. 그러면서 알 수 없는 읊조림을 했다. 그러자 그녀가 그린 금빛 원 사이로 희미하다가 점점 선명히 영상이 맺히기 시작했다.


영상이 선명해지기까지 짧은 순간 바라보던 동수에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어느 묘지의 비석이 비치었기 때문이다. 묘비에 새겨진 이름을 보고는 동수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미안해. 전화번호는 알려 줄 수 없을 것 같아. 너무 늦었어. 너희 엄마는 14년 전에 돌아가셨어.


-엄마... 엄마... 왜 나만 두고 가셨어요.. 왜요...


통곡하고 있는 동수에게 마카다카가 말했다.


-안타깝지만 난 아직 하루에 한 가지 소원 밖에 이뤄줄 수 없어. 처음부터 그냥 너희 엄마와 대화하게 해 달랬으면. 영혼과의 대화라도 잠시 할 수 있게 해주는 건데...


동수는 울다가 하늘 위의 그녀를 올려다보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미안하지만... 그럼 내일이라도 한 번만 우리 엄마랑 이야기하게 해주면 안 돼!


-그게.. 우리는 해가 뜨기 전에 돌아가야 해.


동수는 울음을 참으려 했지만 더 크게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래, 나도 네게 빚진 게 있어. 내가 너의 소원을 들어 줄 차례인 것 같아.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동수는 카롱을 올려다보았다. 카롱은 마카다카와는 다르게 하얀 빛을 뿜어내며 큰 원을 그리다 점점 작은 원을 그리며 동수의 머리 위를 맴돌았다.


잠시 후 동수의 귀에 너무 오랜 시간 만에 듣는 하지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아들 동수야! 


-엄마! 정말 엄마야! 


-그래, 엄마야!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 왜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엄마 곁에서 언제까지나 있고 싶었는데 왜 돌아가신 거에요.


-엄마가 아픈데 우리 동수를 의탁할 아무도 없어서 어쩔 수가 없었단다. 미안하다 동수야. 


-엄마 이젠 전 정말 혼자인 것만 같아요. 아니 정말 혼자가 됐네요.


-그렇지 않아 동수야. 네 눈에 보이지 않아 그렇지 엄마는 늘 네 곁에 있어.


-엄마... 엄마... 엄마가 늘 제 곁에 있었다고요. 


-그래 지난밤에도 네가 억울한 일 겪는 걸 다 보았단다.


-엄마 세상이 너무 험해요. 살아간다는 게 너무 힘들어요.


-좋은 사장님이었는데 그렇게 오해하실지 몰랐구나. 하지만 정말 넌 혼자가 아니야. 언제나 힘들면 엄마가 곁에서 함께 울고 있다는 걸 알아주렴. 그리고 세상은 힘들지만 그 힘겨움을 이겨내는 사람에게는 보람도 있는 곳이란다. 잘 살아내야 한다. 내 아들아!


카롱이 끼어들듯 말했다. 


-망자와의 대화는 오래 할 수 없어. 곧 차원의 틈이 메워질 거야.


-안돼.. 엄마..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할 수가 없데요.


-동수야.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 때라도 끼니는 거르지 말아야 해. 밥을 먹어야 살아갈 기운이 나는 거란다. 귀찮더라도 아침을 꼭 챙겨야 해. 내가 차려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구나.


-엄마..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5살 때부터 엄마를 기다리는 하루하루 매일 드리고 싶었던 말이에요... 엄마 사랑해요..


-동수야.. 엄마도... 우리 아들을......


동수의 머리 위에 있던 나선형의 광채가 사라지며 엄마와의 대화가 끊겼다. 


동수는 울면서 외쳤다.


-엄마 저도 알아요. 엄마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요...



새벽 동이 트기 전 마카다카와 카롱은 하늘에 금빛과 하얀빛이 어우러진 원을 그리고는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진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동수는 아직도 울고 있었다. 그때 동수의 스마트폰 벨소리가 울렸다.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니 -고마운 사장님-이라고 떠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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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근본도 모르는 자식을 고용해 줬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쳐. 꺼져버려. XX자식아. 넌 해고야!


동수는 억울했지만 사장님이 몇 달 전 연고도 없는 자신을 취직 시켜준데 대해 마음의 짐 같은 게 있었기에 해명만 하고 싶었지 딱히 원망은 하지 말자는 마음이었다. 동수는 억울함과 세상 홀로라는데 대한 서러움이 갑자기 밀려들었다. 캄캄한 골목, 듬성듬성 서있는 가로등 불빛 아래를 걸으며 불빛 너머의 어두운 거리가 마치 자신의 심정만 같았다. 골목 모퉁이를 지나 얼마 걸음을 옮기지 않았을 때 머리 위에서 무언가가 금빛 가루를 흩날리며 그의 발치 곁으로 떨어졌다. 


갑작스레 무언가가 떨어지길래 잠시 놀랐지만 그는 다시 그게 무언가 가늠하려 눈을 찌푸리며 자세히 보았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손바닥 만한 그것을 보고는 동수는 인형이구나 생각했다. 다시 한번 보니 등에 잠자리처럼 투명한 네 개의 날개가 달려있다. 거미줄로 보이는 것이 날개를 감싸고 있었다. 


-별 것도 아닌게 사람 놀래키고 있어.


그냥 지나쳐 가려다. 인형이 꿈틀하는듯해 동수는 고개를 바짝 들었다. 


=뭐야. 이건?


동수는 조심스레 무릎을 굽히며 손을 뻗었다. 인형을 주워들자 따스한 감촉이 손에서 느껴졌다. 


-아파! 


작게 읊조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자 동수는 주위에 누가 있는지 고개를 돌리며 좌우를 살폈다. 그때 아까보단 조금 더 크게 조용히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파!


동수는 놀라 자기도 모르게 인형을 쥔 손에 더 힘을 줬다.


-아파! 아프다고 X발! 아프다고 몇 번 말해 이 X발아!


동수는 너무 놀라 인형을 바닥에 내동댕치며 몸을 세웠다.


-아!


동수가 바닥에 내팽게 친 인형이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야! 이 X발 천한 인간종자야! 너 따위가 이 고귀한 요정님을 던져 죽이잔 작정인 거야?


고귀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말투였지만 분명 저 인형이 말을 한 거구나 생각하며 동수는 눈을 크게 뜨고는 바라보다가 소리쳤다.


-너!.. 니가 말한 거야 지금?


-그럼, 니 머리 위에 저 기둥이 말했겠냐? 


그녀의 말에 동수는 고개를 들어 미리 위를 쳐다봤다. 전봇대와 가로등이 보였다. 인형을 돌아보며 동수가 놀라 소리치듯 물었다.


-어떻게 인형이 말을 할 수가 있어?


-니 눈에나 인형이지 X발아. 이 몸은 순결하고 고귀하고 기품이 넘치는 요정.. 마카다카님이시다.


그리고는 동수는 그 인형.. 그러니까 입만 더러운.. 순결하고 고귀하고 기품이 넘친다는 마카다까인지 마카다카인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녀는 다른 차원의 세계를 구경하고 싶어 남자친구인 카롱을 졸라대 지구내 생명체들이 공존한다는 세계로 놀러 왔다고 한다. 그런데 오자마자 한 인간 그러니까 이제는 절대적인 그녀의 적이 된 인간에게 납치되었고 남자친구의 헌신으로 자신만 도망쳐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순결하고 고귀하고 기품 있는 마카다카의 본성상 결코 혼자서 달아날 수는 없기에 남자친구를 구하려고 다시 잠입하려다가 그 인간이 설치해 놓은 비밀 무기에 날개가 묶이며 마침 지나가던 동수의 곁으로 떨어져 내렸다고 했다.


동수는 그녀의 날개를 묶고 있다는 그 인간의 비밀 무기에 손을 가져갔지만 그것이 거미줄이라는데 100% 확신을 하게 됐다. 그녀 날개에 묻은 거미줄을 다 제거하고는 동수는 말했다. 


-이젠 어떡할 거야.  


-X발, 날 도와줄 다른 X발 적을 찾을 거야. 


-널 도와준다면 그건 적은 아닐 것 같은데..


-그러니까 다른 인간 말이야! 요정들은 결코 누구의 도움을 꽁으로 받지 않아. 알겠냐? X발아! 받은 건 백 배로 천 배로 갚아주는 게 요정들의 국룰이야.


마카다카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동수는 빨간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가녀린 팔과 다리를 보았다. 자신의 새끼손톱 크기도 되지 않을 그녀의 손과 발을 보며 그녀의 처지가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그 작디작은 얼굴 위로 보이지도 않을 크기의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자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조그맣고 앙증맞고 너무 이쁜, 걸레를 문 소녀를 보며 온통 진심으로 터져나오는 한마디를 했다.


-그래 내가 도와줄게.







<다음 편에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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