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SPACE 이미 시작된 우주 자본의 시대 - 우주는 어떻게 돈이 되는가?
이임복 지음 / 퍼블리온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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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자본이 주제인 책은 생소하기도 했지만, 우크라이나전에서의 스타링크의 활약이나 화성 개척을 호기롭게 논하는 일런 머스크의 스페이스X 또 미국의 우주 방위군 창설 등이 종종 기사화되는 시대이다 보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책이었다. 도서 사이즈를 주의하지 않아 다소 작은 체격에 놀랐지만 체격답지 않은 공력이 느껴지는 책이기도 했다.

 

우리의 다누리호 발사나 북한의 만리경 1호 발사 또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 1호 등 익숙한 내용도 등장하지만, 본서의 대부분에 내용이 이 분야에 관한 깊고 지속적인 관심이 없다면 익숙하지 않을 내용이라 읽으면서 참신하고 새로운 지적 재미가 더해지는 기분이었다. 우주 자본에 대한 열망이 깊다거나 투자를 위한 배경지식을 갖겠다는 소수에 분들이 아니더라도 우주 개발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궁금할 많은 분들께 유익할 책이 아닌가 싶다.

 

본서는 우주로 향하는 인류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로켓기술과 연구자들, 엔지니어들이 미국과 소련으로 유입된 후 우주를 향한 인류의 여정은 박차를 가하게 되었는데 그 효시는 195710월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위성 발사이다. 미국도 같은 해 12월 뱅가드 위성을 발사했지만 1미터도 못 가고 폭발했다고 한다. 19581월이 되어서야 익스플로러 1호를 발사하지만 이미 우주 계획에 있어서 소련에게 밀리고 난 뒤라 미국은 인간을 소련보다 먼저 우주로 보내겠다며 머큐리 프로젝트를 발표한다. 하지만 1961412일 소련의 보스토크 1호가 최초의 우주인인 유리 가가린을 지상으로부터 299 킬로미터 상공에서 76분이나 궤도를 일주하게 한다. 여기서부터 시작해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도 최초의 우주유영도 미국은 소련에 거듭 선수를 빼앗기게 된다. 열등감을 느낀 건지 결국 세계 최초의 달 착륙은 19697월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1971년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루트 1호도 소련이 쏘아 올린 것이다. 물론 1973년 미국도 스카이랩이라는 우주정거장을 성공시키지만 1986년 소련은 대형 우주정거장 미르를 우주에서 조립한다. 이후 국제우주정거장 ISS를 미국과 그 우방국들이 우주에 조립하지만, 그 조립 방식 또한 소련의 모듈 조립 방식과 다르지 않다.

 

이런 경쟁의 기록을 남기고 있는 우주로 향하는 역사였지만 이 시대에는 그간의 기술력이 누적되고 발전하여 우주 개발로 나아가는 시대에 이르게 되었다. 과학이나 국방과 관련한 인공위성은 많이 개발하였으나 지금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공위성도 대대적으로 개발되고 사용하고 있는 시대다. 우크라이나전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SNS 요청으로 일런 머스크가 미 정부를 통해 단말기와 안테나를 제공해, 우크라이나전에서 스타링크가 쓰이게 되었고, 이는 스타링크와 스페이스X가 대중에게 더 확실히 각인되는 사건이기도 했다. 본서에서는 스타링크 외에도 우리나라의 한화 시스템이 8.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영국의 버진 그룹과 구글, 퀄컴이 투자하고 있으며, 2019년 소프트뱅크와 퀄컴이 향후 약 125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영국의 원웹을 소개하고 있으며 아마존의 자회사 카이퍼 시스템즈를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원웹은 유틸셋과 합병을 하기도 했는데 유틸셋을 자회사로 관리한다고 한다. 유틸셋은 정지궤도 위성 37개와 저궤도 위성 600개를 소유한 세계 최초의 통합위성 통신사업자이기도 하다.

 

구글은 프로젝트 룬이라고 해서 20킬로미터 정도의 성층권에서 떠다니는 인터넷 기지국 사업을 2013년부터 했는데 2020년에는 아프리카 케냐에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는 알리리아로 사명을 바꿔 독립회사로 전환했다. 모토로라는 모토로라가 주도해 다른 후발주자들보다 발 빠르게 1998년 이리듐 컨소시엄을 시작해 이리듐의 원자번호와 같은 77개의 인공위성으로 지구상 어디서나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으나 사용 비용이 너무 과해 1999년 파산했다가 2021년 이리듐 커뮤니케이션즈라는 이름으로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를 재개했다고 한다. 메타는 2014년 아킬라라는 드론 인터넷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2018년 중단했다.

 

이 책에서는 배송항목과 우주여행 항목에 일런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그리고 영국 버진 그룹의 버진 갤러틱이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지구 위로 솟아올랐다가 돌아오는) 탄도 여행은 주로 버진 갤러틱이 주로 하고 있고 궤도 여행은 블루오리진의 뉴세퍼드호가 맡고 있으나 스페이스 X의 팰컨 헤비()나 블루오리진의 뉴글렌()이 목적으로 하는 건 달과 화성 등에 착륙했다가 귀환하는 것이다. 현재 1단 로켓을 양사에서 독자 개발 중이고 출발하고 귀환하는 게 쉬운 목표는 아니지만, 이들이 우주 개발에서 향후 언젠가는 중대한 위치를 차지하리라는 건 기정사실이 아닌가 싶다. 우리로서는 과거 스페이스X가 우주 왕복선 규모의 거대 로켓을 발사했다가 추락한 것을 실패로 규정하였으나 당시 탑 엔지니어들은 실패라고만 보지 않고 추진엔진과 각도만 조정하면 성공할 절반의 성공이라고 보는 영상이 있었다. 과학에서의 성공과 실패는 음반과 음원을 내놓고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대중음악 소속사나 가수들의 계산과는 다른 것이다. 성공할 때까지 하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 성공에 가까웠느냐를 계산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들은 결국 우주를 개척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끝 단원에서는 우주 쓰레기 처리 전문회사들도 언급하는데 일본의 아스트로 스케일사는 우주 쓰레기를 거대 자석으로 끌어당기는 기술로 191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스위스의 클리어 스페이스사와 미국의 데브리 캡처사뿐만이 아니라 러시아의 스타트 로켓사도 우주 쓰레기 처리라는 사업의 전망을 높게 여기고 뛰어들고 있다.

 

본서는 전문적인 정보인 이와 같은 내용들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그 과정에 영화 승리호나 윤하의 오르트 구름이란 곡까지 언급하며 친근한 이야기로 만들어 주고 있다. 앞서 말했듯 제목만으로 투자의 기회만으로 우주를 보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주에 관심이 깊고 우주 개척의 시대에 대한 흥미를 갖는 누구나가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시대의 변화가 우리를 가만히 머물러 있게 두지 않는다는 걸 누구나 실감하고 있을 텐데 이러한 시절에 어쩌면 꼭 알아가야 하는 내용이지 않은가 싶다. 인류의 현재와 인류의 미래에 우주는 어떤 무대가 될 것인가 궁금해지는 누구나가 흥미로워 할 책이 아닌가 싶다.



퍼블리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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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의 지배계급 300인 위원회
존 콜먼 지음, 이창식 옮김 / 들녘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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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서가 절판되어서 중고도서로 구매해야 하나 망설였는데 중고도서 가격이 상식을 뛰어넘어서 어쩌나 한참 고민했던 책이다. 그러다 도서관 책이음 서비스를 통해 일독하게 되었다. 주말에 도서관에 책이 도착해 정말 나름 머리에서 열이 나도록 읽으려 했는데 1장이 시작됨과 동시에 다소 김이 샜다. 책의 내용은 전체를 읽고 보면 음모론에서의 상식적인 관점으로 역사와 현실을 지적하는 내용이지만 내가 음모론자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시각에서 읽어나가니 상당히 논지 전개에 미흡한 면이 많은 책이라고 느껴졌다.

 

이 책에서 전하는 내용은 익숙한 상식들과는 다를지도 모르지만, 음모론을 믿어 마지않는 사람들에게는 다분히 상식적이고 알고파 할 내용이다. 다만 그런 일부 사람들에게 상식적인 내용이라 하더라도 다수의 대중에게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기 위해서라면 관점 전개에 있어 어떤 일의 원인이 뭐였다는 단정만큼이나 어떻게라는데 근거를 명확히 전달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 일련의 사태의 배후는 이렇다에서 서술이 끝나버리면 음모론적 주제에 대한 상식이 없는 이들은 그들이 어떻게 배후라는 말이지?’라는 의문에서 그건 니 생각일 뿐이겠지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과거에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상대는 니 말대로 된다고 해도 그게 니 말이 맞다는 얘긴 아닐 거야로 단정 지어 버렸었다. 그 이후 세상이 그때 내가 말한 상황대로 흘러와 버렸지만 그 말이 기억나면 난 그런 생각이 든다. 많은 사태의 흐름이 음모론과 전혀 다름 없이 흐른다고 해도 사람들은 대부분 음모론의 시각은 각기 다른 사안들에서 일관되는 맥락을 찾아 주장하는 것일 뿐 그 맥락이 결국 음모론이 맞다는 걸 증거하는 것은 아닐 거다로 결론 지을 것이다. 신빙성이 있어 보여도 대부분은 사회에 근거 없는 낙천주의를 반영해 바라보기에 배후가 있다거나 세계를 자신들의 특정한 목적과 의도로 유도하는 세력이 있다는 시각에 대하여 세뇌에 기반한 반발을 한다.

 

이런 세뇌된 반발에 대응하려면 어떻게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들 세력이 세계를 제어하려 하는지를 먼저 설명하고 이후에 어떻게그럴 수 있는 세력으로 성장하게 된 건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본다. 2가지 전제에 대해 설득력 있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본서는 그런 전제로 시작하는 과정을 생략해 버렸다. 그래서 본서로 처음 음모론에 다가가는 분들은 불신부터 하게 될 우려가 크다고 보였다. 본서는 [그림자 정부] 시리즈라던가 쑹훙빙의 [화폐 전쟁] 시리즈 그리고 동아일보사에서 출간한 [위대한 전환]까지라도 익숙한 분들이라야 읽어보실 만한 책이지 음모론이 생소한 분들은 읽어도 아무런 이익도 없이 음모론에 대한 선입견만 더 커질 수 있을 책이다 싶다. 하지만 그건 독자의 책임이기도 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연애의 과정과 합의의 과정이 배제된 성관계라면 강간일 수 있다. 음모론적 시야를 갖게 해주는 다른 책들과 정보들에 다가서는, 연애와 합의와 전희의 과정을 거친 그 이후에 본서에 들어서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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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고양이 시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매혹하는가
세라 브라운 지음, 고현석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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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캣이라는 제목의 SF 장르의 웹소설을 구상하고 있는데 그 소설 속 프롤로그에 고양이가 등장하는 장면을 넣으려다 보니 고양이의 생태가 궁금해졌다. 아직 그 웹소설은 구상 중이기만 한 터라 그사이 고양이의 생태를 그리고 있는 책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타 출판사의 책이 종전까지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유일한 책인 걸 알게 됐는데 때마침 본서가 출간되었다. 기회다 싶어 서평단에 응모했고 다행스레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본서를 읽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고양이 집사 출신이 아닌 터라 본서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고양이의 특징이 적지 않았고 인간의 특징과 비교하는 대목들도 있어서 사이사이 인간의 생물로서의 입장도 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했다. 본서는 표지부터 강렬한 고양이 사진인데 뿔이 난 고양이 사진 같은 이 사진이 본서를 읽고 나면 고양이가 사회적 교류를 허가하거나 허가받기 위한 표정이란 걸 알 수 있다. 본서는 정보 전달이 목적인 책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에세이풍의 필체이기도 한데 고양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고양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해 주는 듯한 분위기로 딱딱한 문체보다는 자상하고 자연스러운 대화와 같은 설명이라고 여겨지는 문체다.

 

우리는 고양이의 언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또한 고양이는 우리의 언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고양이는 우리를 어떻게 인식할까?’를 프롤로그에서 언급하는데 이게 본서의 색깔을 그대로 담고 있는 문장이 아닌가 싶다. 원제도 고양이들의 숨겨진 언어라는 의미이기에 본서를 통해 고양이를 이해하고 고양이의 시각에서 세상은 어떠할지 말해주고자 하는 게 저자의 집필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고양이의 생태에 대한 것이 본론이지만 첫 장에서는 현재 집고양이들의 기원을 찾기도 하고 이집트에서 신적 존재의 하나로 여겨지며 고양이를 해치면 사형이 선고되기도 했던 과거와 유럽으로 온 고양이들이 마녀사냥 당시 악마적 존재로 여겨지며 마녀들과 함께 화형당하던 역사까지 고양이 이야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신기한 역사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고양잇과 야생동물들이 많이 가축화가 시도되기는 했으나 사냥을 위해 길들인 치타 역시도 번식을 시키는 게 난제가 되어 현재는 북아프리카 들고양이가 전 세계의 집고양이들의 선조가 되었을 뿐이라고 한다. 북아프라카에서 유럽으로 간 이 고양이들은 다시 유럽에서 배를 훔쳐 타고 선원들과 공생하며 미대륙까지 가게 된 거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전 세계 고양이들의 선조는 북아프리카 들고양이라는 말인데 인간에 대해서도 아프리카 흑인이 모든 인종의 기원이라는 진화론적 시각과 전혀 다르지 않은 해석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고양이의 생태가 그것도 일상에서의 습성이 궁금하던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알로그루밍과 알로러빙이었다. 서로의 털을 골라주는 다양한 동물들의 행태와 다르지 않은 알로그루밍과 자신의 체취와 상대 체취를 섞는 듯 몸을 부비는 알로러빙은 인간에서는 쓰다듬은 행동과 악수나 어깨동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고양이는 혀에 돌기 같은 게 있어서 핥는 동작만으로 털을 고르게 할 수 있다. 또 몸의 곳곳과 뺨과 광대, 입술 주변에 분비선이 있어 왁스 물질 같은 게 나와서 타 대상에게 몸을 부비는 행동으로 자신의 체취를 전할 수 있다고 한다. 체취를 옮겨 자신과의 연결성을 갖게 하는 것이 알로러빙이라 여겨지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날수록 알로러빙을 한다고 한다.)그리고 고양이는 선채로 꼬리를 들고 뒤로 소변을 뿜어 영역 표시를 하는데 이것은 자신의 영역을 나타내는 것이라 타 동물들의 침입을 막는 목적이기도 하지만, 수컷 고양이의 경우에는 소변에서 단백질 성분 중 일부가 진한 냄새를 띠게 하는데, 이것이 단백질로 이뤄지는 거라 해당 수컷 고양이가 사냥을 잘하는 고양이인지 어떤지의 정보도 전달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외부의 침입만을 막는 게 아니라 이성에게 어필하는 용도로 소변을 뿜는 것이기도 하다고 하니 동물의 세계에서 정보 전달법이 참 별나게도 보였다.

 

그리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흔하게 보는 경우이겠기에 책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익숙하겠지만 고양이는 사회친화적인 태도 말하자면 상대에게 악의가 없다는 걸 표시하기 위해 꼬리를 치켜들고 다가가기도 한다고 하니 사람이 멀리서 친한 사람을 마주쳤을 때 손을 들어 자신을 어필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꼬리를 치켜들고 다가가서는 냥이 펀치를 날리는 경우도 있는가 본데 악수를 청하는 척하다가 공격하는 미국 프로레슬링 방송 속의 프로레슬러들에게서도 엿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닌가 싶었다.

 

또 눈을 천천히 깜빡이다가 반쯤 게슴츠레 뜨는 동작은 고양이에게 안부를 묻는 방식이기도 하다고 한다. 이 책의 표지 사진 속 고양이의 눈과 같은 것이 아닌가 싶은데 새끼 고양이에게도 이와 같은 행동을 사람이 하면 고양이가 따라하기도 한다고 한다. 대체로 고양이들 사이에 마주쳐서 서로가 이러한 눈짓을 번갈아 하면 이런 경우 싸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고양이가 나무나 벽지 등을 긁는 행위는 새로 발톱이 자라나며 그 발톱 위층의 다른 겹 헌 발톱을 분리해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발톱 사이의 분비선에서 나오는 냄새를 옮기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건 좀 새로운 정보가 아닌가 싶다. 또 새끼 고양이의 조난 발성을 듣고 그러니까 집 잃은 새끼 고양이의 울음을 듣고 다른 어른 고양이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고 하는 것도 이채로우면서 고양이가 얼마나 사회적인 동물인지 알게 해주는 에피소드 같았다.

 

이 책에서 가장 상식적인 정보는 고양이 울음소리와 아기 울음소리의 주파수 대역이 유사하다는 것일 거다. 아기 울음소리는 400~600Hz의 주파수이고 고양이 울음소리는 609Hz의 주파수라 이 둘의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것도 상식을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가장 이채로운 본서만의 기록이라면 중세 이후의 어느 시기 나폴리의 한 신부님이 고양이 언어를 분석했다는 것과 이후에도 고양이의 언어를 인간의 어휘인 발음을 빌려 표기하고 뜻을 전하는 책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인용된 발성과 뜻을 보고 그런가 싶지도 않았지만 혹하는 독자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근래까지도 동물에게서 성격(personality)이라는 분류를 하지 않으려 했다는데 그냥 행태의 차이로 보려고 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저자는 영어의 의미에서 찾는데 성격을 뜻하는 영어의 어원이 person이라는 말에서 나왔기에 동물에게서 성격을 논하는 자체가 서양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기질이라고 하건 독자적 습성이라고 하건 성격이라고 하건 생물들은 모두 자기만의 독특함을 갖고 있다는 걸 사람들 누구나가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모든 생물에게서 공유된다고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각각의 생물에게 독자적인 무엇이 있다고 분별하는 부분도 분명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고양이를 얼마나 특별하게 여기는지 모든 동물 중에 가축화되었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면 야생화되는 유일한 동물이 고양이다라고까지 선언하는데 버려져서 들개화 된 개떼들은 흔하고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도축장으로 데려가려다가 탈출해 나간 소가 야생에서 잘만 지내던 기록도 있다. 하다못해 인간이란 동물의 서너 살 아기를 숲에서 잃어버렸는데 한 달인가 그 이상의 기간 만에 찾았으나 아기가 영양실조도 안 걸리고 건강하게 구조된 사례가 해외토픽에 오르기도 했다. 아기는 엄마 아빠가 숲에서 야생 열매 등을 따 먹는 걸 보아두었다가 실종기간 동안 기억 속의 그 행동을 따라 하며 한 달 가까인가 그 이상을 야생 생활을 한 것이다. 고양이나 개 그리고 인간이란 동물만이 아니라 가축화한 어느 동물도 야생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야생화가 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싶다. 자연으로 돌아간 어느 세월 후에 자신보다 강력한 동물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지만 잡아먹힌다고 야생화가 되지 않아서라고 볼 수도 없다고 본다. 야생동물도 분명 천적에게 잡아먹히는 게 일상이지 않은가 말이다.

 

이 리뷰에서 언급한 사례는 몇 가지 안 되지만 본서의 성격을 논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과 고양이가 궁금한 많은 분이 호감 가질 만한 책이고 분명 독자적인 매력이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고양이의 언어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자신의 언어를 고양이가 알아듣게 번역해주고 싶다면 꼭 한 번은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권해 드릴 수 있을 만한 책이다.

 

 

메디치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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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 생각연구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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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지문과 같이 타고나거나 고정된 것(고전적 견해, 본질주의)이 아니라 경험과 학습으로 갖추어지는 것(구성된 감정이론)이라는 내용이다. 서술이 대중적이라기에는 지루한 감이 있고 전문적인 이야기이다 보니 재미없기는 하지만 주제가 흥미롭고 관심을 끌만한 내용이다. 유익한 반면 지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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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학습법 - 허무를 이겨 내는 메타 학습
혜온 지음 / 좋은땅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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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즐기기 위한 목적보다는 정보습득을 의도하고 지속하는 편이라 독서 자체를 학습과 다름없이 생각해 왔다. 그래서 평소 학습 능률과도 다름없는 암기와 회상, 논리 등 기억과 사고력에 대해 관심이 깊었고 학습 자체에 대한 필요성과 성취를 주지시키는 정보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본서의 출간을 알고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의 학습법]이라니 인간에게 배움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익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리라 생각했다. 부제인 [허무를 이겨내는 메타 학습]이라는 문장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삶의 공허를 걷히게 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과정이라 이야기해주는 거라 생각해 관심이 더욱 깊어졌다.

 

이 책은 철학자이거나 교육학자가 저술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컴퓨터와 환경을 전공한 23년차 변리사인 분께서 저술했다고 한다. 저자 소개와 책 소개에서 보이는 인간은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에게 학습은 어떤 의미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진정한 성장을 도울 수 있는지를 규명하고 있다는 본서의 주제에 대한 소개로도 무척이나 철학적이고 교육학적인 논지를 전개하는 책이리라 짐작하게 한다. 그래서 책에 대한 기대도 학습법이라지만 학습 기술에 국한되지 않은 철학적 영역일 거라 독서 기대가 확장됐다.

 

책을 읽으며 본서가 참 깊은 데를 지적하고 저자 나름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주제라고 생각됐다. 본서의 키워드는 존재의 이유에서 시작해 고유 역량, 메타 역량, 메타 사이클, 메타 학습, 반교육, 발명 등에 이르고 있다.

 

학습에서 존재 이유가 등장하기에 의아하기도 했지만 인과 관계로 얽힌 세계에서 결과로서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는 필연적으로 존재 이유에서 기인하는 삶의 법칙 내지는 방향성이 있으며’, ‘자연의 존재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고유 역량인 자신만의 특기로써 드러내고 실현한다는 첫 장에서의 저자에 말에 학습과 교육이 존재 이유를 실현하도록 하는 근간이구나 생각되기도 했다. 저자는 각자의 고유역량에는 존재 이유가 투영되어 존재 이유에 실재성을 주는 것이며 고유 역량을 발휘하며 자신만의 변화를 실현해 간다면 그것이 곧 존재 실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타고난 고유 역량은 완성된 게 아니고 학습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고 말이다.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학습은 결국 존재 실현이라는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우리는 학습을 통해 우리 자신의 존재를 실현하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고유 역량지적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사물의 인과 관계의 흐름을 역행하는 초월적인 정신작용으로 정의한다. 문제와 답을 보며 그 과정을 되돌아 사려하며 문제의 원인을 궁구하여 문제의 문제를 인식해 진정한 문제 해결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이 인간의 고유 역량이며 이를 초월적인 차원의 역량으로 보아 메타 역량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메타 역량은 이 시대에 위기에 놓여 있으며 그건 문제를 찾아내는 게 천성인 인간에게 문제의 답만을 요구하는 현재의 지식 주입식 교육과 답만을 요구하는 그 자체가 인간의 메타 역량의 실현 곧 존재 실현을 차단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그래서 현재의 교육을 반교육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반교육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창의성을 요구한다는 유럽식 교육과 시험 방식도 결국 정해진 양식의 교육을 통해 갖게 된 사고를 풀어나가는 논술 방식이라며 유럽식 교육도 비판하고 있다. 답이 아닌 문제를 찾아내어냐 진정한 문제 해결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 우리의 범죄율과 유럽 각국의 범죄율을 비교하며 교육이 문제라 그렇다는 결론을 가져오는데 그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을 것 같다. 유럽의 범죄율은 난민 등의 이민자들 폭증으로 인한 이유와 그로 인한 원 거주민들과의 갈등 문제로도 양산되는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프랑스만 해도 수감자의 절대 다수가 이민자들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거듭 [호모 데우스]를 인용하며 유발 하라리의 견해를 비판하고 고유 역량을 설명하거나 논지를 전개하며 쾌락을 언급하는데 이런 저자의 견해들에 대해서는 이론을 갖는 분들이 많을 수 있어 보인다.)

 

저자는 메타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학습을 메타 학습이라고 지칭하는데 이는 지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기존 학습과 구분해 부르기 위함이다. 메타 학습은 메타 사이클이라는 사고 과정을 기반으로 문제를 찾는 데에 집중하는 것을 이른다. 메타 사이클은 문제 정의, 원인 분석, 방향성 축적이 순환하여 문제 해결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사이클을 말한다. 저자는 메타 학습을 위해 필요한 기초 지식을 전하기에 기존 학습은 병행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메타 학습은 알고리즘이며 데이터는 기존 학습으로 수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율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메타 학습 자체가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이기에 그 과정에서 필요한 데이터와 사유는 스스로가 주도하고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공교육 자체가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위한 지원 정도의 역할만 하면 된다고 보고 있다. 메타 학습에서도 암기는 사유의 전제가 되는데 이는 뇌과학자들도 공언하듯 창의성도 사고도 기억하고 있는 소스가 전제되지 않고는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식을 인풋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유를 통한 아웃풋은 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는 글쓰기를 강조하고 있다. 글쓰기 자체가 학습 자체이며 학습을 강화한다고 보는 것이다. 각 주제에 맞는 글의 얼개를 지니고 학습을 하게 되면 능률적으로 학습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리고 메타 학습은 발명과 연계해 설명 가능하고 발명의 과정이 메타 학습의 과정과 같으며 그가 가장 제대로 구현되는 방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발명적 학습의 과정인 해법의 선택, 문제 원인 분석, 인과적 맥락 파악, 글쓰기에 이르는 과정도 발명의 과정과 같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리고 메타 학습의 정점인 글쓰기에서 글의 얼개도 특허 작성 포맷을 수용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 이것을 표준화하여 저자는 CORE 양식을 제시하는데 C: CAUSE(원인 분석), O: OBJECTIVE (목표제시), R: REALIZATION(실현 방안), E: EFFECT(효과)의 체계적 서술을 제시한다.

 

이렇게 문제를 찾고 원인을 분석하고 방향성을 축적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결국에는 자신과 이웃 그리고 모든 대상의 존재 이유에 기인한 법칙이나 방향성을 찾도록 돕고 서로의 존재 실현으로 이끈다는 게 저자가 말하는 인간에게 학습이 미치는 영향이며 그 필요성이라 하겠다. 저자는 교육 개혁을 주장하고 교육 개혁은 인간이 자신의 고유 역량을 인식하는 내면 변화가 그 시작이 되며, 사회 전체가 인간의 학습을 위해 협력할 때 교육 개혁이 완성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저자의 교육관, 학습관, 인간관, 존재에 대한 관점은 배우는 인간이라는 인간에 대한 관점에서 중요한 관점이 아닌가 싶고 독서하고 학습하면서도 목적의식이랄까 의미 찾기에서 모호하고 해이해질 때 좋은 채찍질이자 당근이 되어 주리라 생각되기도 한다. 의미 찾기가 생의 모든 가치이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의미를 찾을 때 생이 더 확연해지고 활기를 찾는 것은 사실이니까 한번은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인디캣 블로그를 통해 [좋은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리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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