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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유로가 머리 위에 마법써클이 그려진 채 빛의 속도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어느 집까지 끌려갔다.


집 내부까지 이동하자 자신의 몸에 조금의 자유가 주어지는 듯했다.


천정이 높고 넓은 방 안으로 밀려들어가자 반라의 상태에 유향이 눈을 감은 채 세 개의 마법진 중 왼쪽에 있는 마법진 안에 서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그 어두운 기운이 서린 소녀.. 이령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유로는 자신의 의지와 달리 오른쪽 마법진에 서게 되었다. 


-너였어? 너였다구?

 

-오빠 오랜만이야. 정식으로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거 말야.


-니가 그렇게 수이를 죽이려 한 범인이었어?


-오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어. 처음엔 그냥 오빠와 수이를 헤어지게 하려고만 했어.


-그럼 지금 이건 뭐야. 니가 날 죽인 거 아니야?


-오빠 오해하지 마. 난 단 한 번도 오빠를 죽이려 한 적이 없어. 그냥 수이가 사라지길 바랐던 것뿐이야.


-수이를 죽이려다가 날 죽이게 된 거겠지?


-오빠 만약 내 마법 때문에 오빠가 죽은 거라면... 오빠 혹시 수이에게 오는 모든 주술을 오빠가 감당하겠다던가 하는 그런 마법을 쓴 거 아니야?


유로는 곰곰히 기억을 되짚어 봤다. 수이가 걸그룹 멤버로 확정된 그날 자신이 한 기도가 떠올랐다.


=하나님 수이에게 오는 모든 무거운 짐을 제가 감당하게 해주세요. 수이가 앞으로 힘겹지 않고 포근하게 꽃길만 걸을 수 있도록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모든 걸 감당하겠습니다.


맞다. 유로는 그리 기도했었다. 유로는 문득 생각했다. '그래, 다행이야'


그 기도가 아니었다면 지금 죽어있는 건 유로 자신이 아니라 수이였을 거란 생각을 하니 차라리 자신이 죽은 것이 너무 다행스러웠다.


-오빠 정말 그런 마법을 쓴 거야?


-마법이 아니야 난 그냥 사랑을 했던 거야.


-오빠 그 사랑이 오빠를 죽인 거야.


-그래도 내가 죽은 게 수이가 죽는 것보단 나아! 


-오빠 미쳤어. 어떻게 대신 죽는 게 나을 수 있어?


-미친 건 너지. 어떻게 사람을 죽이고도 양심의 가책은 커녕 또 죽이려 들 수 있는 거야. 싸이코패스라는 말이 너 같은 애들을 두고 생겨난 말인 것 같다.


-양심의 가책은 수이가 느껴야지. 수이 때문에 오빠가 죽은 건데. 그 애만 없었더라면 수이 그 기지배만 없었더라면 오늘 같은 일도 없었을 거야.


-오늘 같은 일? 너 진짜 내 동생은 왜 저렇게 세워둔 건데? 나를 불러오는 주술에 내 동생이라도 필요했던 거야?


유로는 이령의 말도 안 되는 적반하장에 기가 막혔다. '양심이라곤 1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애 아니야?' 그러다 문득 자기 동생인 유향이가 서있는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여 이령에게 물었다. 하지만 왠지 저 섬찟한 아이에게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했다.


-오빠, 난 오빠를 살려내기로 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유로는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저 괴물 같은 아이가 이젠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나 오빠 없이 살 수 없을 것 같아. 오빠가 다시 살아나야 나도 사는 것 같을 거란 말야.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구? 날 살리겠다면서 내 동생은 왜 저렇게 세워뒀냔 말이야?


-나 오빠랑 유향일 바꾸려고 해?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설마 내 동생을 죽이면 날 살릴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거야? 너 정말 미쳤어? 제 정신이 아니구나.


-오빠, 이미 한번 유향이 몸속으로 들어가 봤잖아. 그냥 빙의하는 거라고 생각해. 유향이 몸에서 오빠 영혼으로 살아가면 되는 거야.


-너.. 너.. 내 동생한테 무슨 짓이라도 해 봐. 내가 가만히 있나. 넌 살인자고 싸이코패스고 연쇄살인범이야.


-오빠, 오빠가 모두 기억하는 게 버겁다면 내가 오빠 기억을 지워줄 게. 그리고 더 이상 수이를 괴롭히지도 않을 게. 그냥 내 곁에만 있어 줘. 영원히.


유로는 영원히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이 이렇게까지 소름 끼치는 말일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유로는 저 미친 여자아이로부터 어떻게 동생을 구할 수 있을지 궁리했다. 그러면서 발버둥쳤다. 유로의 발이 마법진 밖으로 조금 나왔다.


-오빠 어떻게 한 거야. 마법진 밖으로 나오려고 하면 위험해. 거기 그대로 있어.


그렇게 말하고는 이령인 가운데의 더 큰 반경의 마법진으로 다가갔다. 


-벨레트, 내가 시킨 대로 모든 준비는 마쳤어. 하지만 유로 오빠가 발버둥 치며 벗어나려 해. 이젠 마법을 진행할까?


빈 마법진 앞에서 이령이 그렇게 말하며 마법진 안에서 흑마를 탄 기사 같은 남자가 나타났다.


-이령, 그런데 문제가 생겼네. 나보다 높은 분께서 이 자리로 오시려고 해.


-아니, 난 소환하지 않을 거야. 소환하지 않는 악마는 나타날 수 없는 거잖아. 너희 멋대로 나온다면 그건 마법이 아니지. 마법은 약속이야. 악마도 약속은 철저히 지키잖아.


-이령 이건 약속이나 마법의 문제가 아니야. 마왕께선 니가 일깨운 우리 64 마신들에게 이 세계를 정복할 새로운 사명을 주셨어.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마법 소환을 이용해서 이 세계를 장악하겠다는 거야.


그때 가운데 커다란 마법진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지옥의 화염이 불타고 있는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마엘이 망토를 휘날리며 나타났다.


-이제까지 사악한 인간들은 많이 봤지만 너처럼 순수한 악일 수 있는 소녀는 보지 못했다. 너를 통해 우리는 다시 지상을 정복하게 될 것이다. 이 세계를 위해 희생되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유로는 사마엘의 등장과 집이 있던 공간을 넘어 모든 공간들이 차원 중첩되며 지옥의 모습으로 변해가자 놀라 지도령을 불렀다.


-지도령님. 큰일 났어요. 


-오빠 이젠 어떡해. 


잠에서 깨어난 듯한 수이의 목소리가 유로 등 뒤에서 들렸다.


-너 여긴 어떻게 온 거야? 하필이면 이런 때.


-나도 모르겠어 잠들었다 깨니까 여기야.


-수이는 지금 영혼이 너와 함께 끌려온 거야. 얘 몸은 마포대교에서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어.


지난번에 봤던 수이의 수호천사 목소리가 들리자 유로는 반갑고 다행스러웠다. '이젠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수호천사님?


-나도 몇 백 년 산전 수전 겪으면서 마녀사냥까지 경험해 봤지만 사마엘은 실제로 처음 봐. 이건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아니지 넌 너희 소속에서 수호신급이라고 했으니까 감당할 여지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자신들이 갇힌 마법진 밖은 이미 지옥의 화염들이 가득 채우고 있고 악마들과 마군이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대적으로 차원의 틈에서 인간 세상으로 이동하려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유로는 다시 한번 다급하게 지도령을 불렀다. 


-지도령님 어디 계세요. 오늘 따라 왜 이렇게 굼뜨신 건데요.


그때 수이의 수호천사가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봐. 수호령군 저기를 봐!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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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유로가 안된다고 아무리 소리쳐도 수이는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유로는 어금니를 깨물며 수이의 곁으로 날아가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무슨 주술에 또 홀렸을까?' 유로는 그리 생각하며 수이의 머리 위를 쳐다봤지만 아무 흔적도 없었다. 수이를 한 팔로 감싸 안은 채 떨어져 내리다 유로는 다른 손으로 강바닥을 쳤다. 강물이 핵폭탄이라도 맞은 듯 원을 그리며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며 유로와 수이가 떠있는 상공까지 솟아올랐다.


=내가 뭘 어떻게 한 거지? 


유로도 각성된 자신의 힘에 놀라며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품 안에 꼭 안겨 자기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는 수이를 보았다.


-수이야 괜찮아?


-응. 오빠... 나 벌써 죽은 거야?


-무슨 소리야. 죽긴 니가 왜 죽어. 내가 너 죽게 내버려 둘 것 같아.


-오빠, 지금 이건 꿈이야? 어떻게 이렇게 현실 같지.


-이건 현실이야. 나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너에게도 저 강물에도 실제 같은 힘을 아니 실제 보다 더한 힘을 사용해도 되네.


유로는 경황이 없는 순간임에도 어떻게 자신이 이런 힘을 갖게 된 것인지 의아했다.


-오빠, 나 많이 보고 싶었지?


-늘 니 곁에 있었어 난.


-그럼, 나 자살하려는 때까지 다 보고 있었던 거야.


-늘 그런 상황을 막으려고 애를 썼지만 아무리 처절히 얘기하고 막아서도 막아지지가 않더라.


-우리 할머니 꿈속에 나왔다는 것도 유향이가 오빠처럼 싸우던 것도 다 오빠가 한 거야?


-응, 맞아! 그리고 난 늘 너에게 말을 걸고 있었어. 


-나도 오빠에게 말을 걸고 있었어, 늘. 대답을 들을 수 없어서 더 괴로웠어.


수이를 안은 채 유로는 강변으로 날아갔다. 강변 산책길에 수이를 내려놓았다.


-난 늘 니 곁에 있어. 내가 죽었다고 하지만 난 죽은 것 같지가 않아. 널 볼 수 있고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해. 


이 말을 하며 유로는 눈물을 흘렸다. 


-오빠, 우리 함께이면 되지 않을까?


수이도 울면서 말했다. 


유로도 수이의 심정을 알고 있었다. 들을 수 있지만 말하지 못하고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이 사랑이 유로에게도 한없는 상실감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수이의 심정이 자신보다 더 괴로우리라 느끼면서 늘 미안함이 있었다.


-오빠. 미안해. 오빠 나 때문에 죽은 거잖아.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


-아니야. 그게 어떻게 니 탓이야. 니가 나랑 헤어지려고 했다고 해도. 우린 늘 그랬던 것처럼 다시 만났을 거야. 내 죽음은 그냥 사고였어. 니 탓이 아니야, 수이야.


-내가 오빠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려는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날 그 시간에 만나자고 하지 않았다면 오빠는 지금 살아있을 거잖아. 근데, 그게 어떻게 내 탓이 아니야.


-그건 사고였어. 세상의 모든 우연에 누가 감히 다 책임질 수 있겠니. 넌 너무 무거움 짐을 니 심장 위에 얹고 있어. 놓아버리렴. 봐! 내가 죽었다고 변한 게 있니.


-그렇지만 오빠 없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


-우리 그냥 잠시 떨어져 있는 거야. 너의 세계와 나의 세계.. 그렇게 따로 떨어져 있지만 또 함께인 거야. 한없이 멀게 느껴지지만 우리는 한공간에 있고 난 널 늘 느끼고 있어. 그러니까 너 좀 힘내면 안 되겠니? 예전에 니 모습으로 돌아가 줄 수는 없겠니? 난 너의 눈물도 한숨까지도 모두 사랑하지만 니가 괴로워하는 걸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어. 예전의 그 이쁜 미소를 다시 보고 싶어. 


-이런 게 어떻게 함께인 거야.


눈물을 흩뿌리면 고개를 흔드는 수이를 보고 유로는 입을 맞췄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이 부활하게 될 리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수이에게 속삭였다.


-봐. 모든 게 전과 같잖아. 우리 잠시 시험 기간이라 아니 니가 가수가 돼서 멀리 전 세계 콘서트 투어를 하는 동안 잠시 떨어져 있을 수 있듯이 그렇게 내가 잠시 어떤 역을 맡아서 떨어져 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겠니? 하지만 그보다는 나은 게 난 늘 니 곁에 있다는 거야. 난 너의 수호령이니까.


유로는 수이의 오라장이 보였다. 점점 오라장의 어둡고 까칠해 보이던 색과 질감이 부드럽고 밝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수이의 눈이 게슴츠레 해지면서 졸린 눈이 되었다. 


-오빠 나 잠이 와. 


그녀 뒤에는 붉은 도복의 지도령이 서있었다.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는 유로는 수이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잠시 자, 수이야. 오빠 어디 안가. 니 곁에 늘 있을 거야.


수이는 자리에서 스르르 쓰러졌고 산책로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예 거기 119죠. 여기 마포대교 한강변인데요. 여자아이 하나가 쓰러졌어요. 네.. 네..


산책로에서 운동을 하던 한 여자분이 쓰러지는 수이를 발견하고서 119에 전화를 하고 있다.



34


인간계와 천상계 사이의 차원, 그 새하얀 공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너는 아니 자네는 수호신급이 되었네.


붉은 도복의 지도령이 진중한 목소리로 말하자 유로가 놀란 눈이 되었다.


-제가 어떻게 벌써 수호신이 돼요?


이제 수호령이 된지 얼마이지 않은 자신이 수호신이 되었다는 말에 유로는 의아했다.


-수호신이 된 것이 아니라 수호신급이 되었다는 말이야.


-그게 굉장히 오랜 세월이 걸리는 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원래는 그렇지.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 의도를 지니고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네. 자네를 수호신급으로 바꾼 이가 아마도 자네를 죽인 이일 거네.


-저를 죽여요. 저는 사고로 죽었지 않나요?


-자네 수이 머리 위에 마법진을 보지 않았나?


-네, 봤어요. 


-자네가 죽을 때 그 마법진이 있었네. 


-그럼 저는 살해당했던 거예요? 수이를 죽이려던 사람이 저도 죽인 거였어요? 왜요? 도대체 누가요?


유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왜 도대체 누가 자신을 죽이고 수이마저 죽이려 했다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대상을 찾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누군지는 우리도 알게 되었네만 자네를 죽인 것이 왜인지는 우리로서도 알 수 없네. 


그때 유로의 머리 위로 육각별을 감싸 안은 원이 그려진 마법써클이 생겨나고 유로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끌려가기 시작했다.


유로는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는 이가 바로 자신을 죽이고 수이를 죽이려 한 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너 이 자식. 반드시 죽인다.


유로는 공간을 이동해 가면서도 두 눈에 분노가 불타올랐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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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유향의 몸에 빙의한 유로는 숨돌릴 틈도 없이 달려가 수이의 팔을 잡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거세게 찼다. 그리고 놀라 수이의 다리를 놓고 일어서고 있는 한 녀석의 가슴을 밀어 차고 다른 녀석의 머리를 걷어찼다. 머리를 맞은 녀석들은 의식을 잃었고 가슴을 걷어차인 녀석은 숨을 쉬지를 못하는지 쌕쌕대고 있었다. 짱인 듯한 아이가 수이를 강간하려 자기 순서를 기다리던 뒤의 다른 둘을 불렀다. 


-뭐 해 새끼들아! 저 새끼 조져!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당황하던 소년들이 유로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그 소년들 곁에 있던 두 명의 여자아이들 중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여자아이 한 명이 유로가 빙의한 유향과 소년들이 격투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수이는 일어나 그 자리에서 빠져나가려 뛰어가다 이령일 보았다. 이령이가 수이의 팔을 잡고 가로막았다.


-널 위해 싸우는 애를 두고 어딜 가겠다는 거야!


수이는 그제야 유로를 돌아봤다. 그 순간 수이와 이령이 함께 입을 맞춘 듯 작게 되뇌었다.


-유로 오빠?


녀석들을 다 쓰러뜨리자 유로는 수이를 돌아봤다. 수이가 무사하자 한숨을 내쉬었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고마워, 유향아!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돌아가야지. 너 데뷔할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어쩌려구 그래! 


-유향아! 구해준 건 고마운데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해! 선 넘지 말구 참견은 그만둬.


유로가 수이가 제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그 심정을 유향의 겉모습을 하고 있기에 수이는 알 수 없었다. 수이는 그저 아는 사이라고 하는 연민이나 참견 정도라고만 생각했다. 유로는 어떻게 해야 수이가 제자리를 찾을까 하다가 말했다.


-할머니 걱정하시는 건 생각도 안 하니? 니가 세상 혼자야?

 

이 말을 하며 유로는 생각했다


=넌 혼자가 아니야. 내가 늘 니 곁에 있잖아!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자 수이야.


그때 이령이 유로를 지긋이 쳐다보며 말했다.


-수이는 결국 되어야 될 대로 될 거야, 유로 오빠!


-너... 너..


유로는 어두운 연기 같은 오라에 감싸인 이 소녀가 자신을 알아보자 놀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이령일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녀를 알아보자마자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향의 몸에서 튕겨져 나왔다.



유향은 갑자기 자기 몸에 뭔가 서늘함이 느껴지더니 자기 몸이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며 타격하게 되는데 놀랐다. 타격감은 실제 같았으나 머리에 연기가 가득 찬 느낌으로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마치 액션 영화를 4D로 보는 것 같기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헌데 수이에게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말을 하던 순간 유향은 형의 존재를 뚜렷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유로가 나간 것 같자 유향은 이 현실을 믿기도 힘들었고 다른 이들에게 내색을 해서도 안될 것 같다는 감이 왔다.



31


수이, 이령, 유향은 그 공사장에서 벗어나 한강으로 왔다. 수이가 뭔가 미심쩍은 눈빛으로 이령일 쳐다봤다.


-너네 아까 거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난 뭐 좀 확인할게 있어서 갔을 뿐이야.


-도대체 확인할 거란 게 뭐야?


-무언가 실현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떨쳐버릴 확신을 얻고 싶었다고 할까?


수이는 이령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돌려 말하며 직설적인 이야기를 안 하니까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힘줘 다물었다. 유향은 이령의 말에 뭔가 꺼림칙함이 느껴서 입을 열었다.


-뭘 실현하고 뭘 의심하고 도대체 무슨 확신을 한다는 거야?


-나에게 중요한 거야,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겐 말하고 싶지 않아!


수이는 이령이가 아까 유향일 보고 유로 오빠라고 한 것도 왜 그랬는지 묻고 싶었지만 '설마 잘못 말한 거겠지. 그게 당연한 거지.'라는 생각으로 말을 참았다.



32


이령과 유향은 돌아갔고 별빛이 비추기 시작하는 시간 즈음 수이는 마포대교를 걷고 있다. 처음엔 자동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어느 순간 자동차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유로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안 돼. 수이야! 너 그게 니 생에 바른 결정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오빠. 나 너무 힘들어! 오빠 없는 세상에 적응이 되지도 않고 이젠 적응하고 싶지도 않아졌어.


-넌 꿈이 있잖아. 언제나 바라고 원했던 꿈. 이루려고 열정을 다했던 꿈 말야.


-이젠 다 중요하지 않아졌어. 내가 그런 꿈을 꿨던 것도 꿈같이만 느껴져. 오빠를 잃은 그 순간처럼 말야. 나 그냥 오빠 곁으로 가고 싶어. 나 그냥 오빠 곁으로 갈게. 오빠 나 받아줄 거지. 우리 언제나 함께일 수 있잖아!


수이는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수호령인 유로도 눈물을 흘렸다.


수이는 말을 마치고 다리 난간을 넘어가 두 손을 등 뒤로해서 다리 난간을 붙잡았다. 유로는 그녀를 하염없이 말리고 있었지만 더 이상은 수이의 귀에 유로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수이는 멍한 채 다리 아래를 바라다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유로 오빠, 나 지금 오빠에게로 갈게. 늦었지만 다시 만나면 나 반겨줘야 돼.


수이는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을 빼고는 다리에서 한강으로 떨어져 내렸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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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이계 고등학교 정문 근처에서 교복을 입은 이령이와 유향이가 이령의 전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마침 등교하던 중인 유향의 친구들이 몰려들었고 그중 한 명이 유향의 어깨를 치며 인사를 건넸다.


-너 이 자식. 요즘 등교를 꼬박꼬박 하는 게 왜 그런가 했더니 쟤 때문이었어.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매번 아침부터 같이 등교하는데 그럼 밤부터 같이 있은 거 아니야? 


영현이 말에 유향이 미심쩍게 대답하자 정찬이가 딱 초딩 수준 질문을 했다. 


그 말을 들은 이령이는 어린애처럼 수준 떨어지는 이딴 애들이 주위에 다가온 것 자체가 기분 나빴다. 


-그게 니들 수준에 맞는 상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얘는 고용인과 피고용인 사이일 뿐이야!


-뭐? 고용, 피고용? 노예팅 같은 거라도 한 거야, 니들?



26


이령이 교실에서 자기 책상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2층 창밖으로 구름이 듬성듬성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담임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다 수이가 또 결석 한 걸 확인하고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수이는 오늘도 결석이야. 집에 전화를 해도 할머니께서도 애가 가출했다고 하던데. 니들 중에 수이랑 연락 닿는 애 없어?


-원래 아이돌 숙소에 있어야 하는 건데 멤버인 애들도 소식을 모른대요. 


-데뷔가 6개월 남았는데 메인보컬이 없어졌다고 애들이 난리도 아니에요.


아이들 몇몇이 수이 소식에 대해 모른다며 이런저런 대답을 하자 선생님도 걱정스런 한마디를 했다.


-걔 그러다 데뷔도 못할 것 같은데..


창밖을 보던 이령이가 무언가 재밌는 일이라도 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27


이령이가 유향의 교실로 찾아왔다. 교실 밖 창가에서 두리번거리는 이령이를 보고는 정찬이가 한창 휴대용 게임기로 게임에 넋 나가 있던 영현이 뒤통수를 쳤다.


-뭐야! 한창 끝짱내고 있는 중인데.


-유향이 여친 왔다. 


-어라. 유향인 어디 갔냐?


-매점 간다던데.


-야! 그럼 날 불렀어야지.


정찬이와 영현이가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복도에서 유향이가 오다가 이령일 발견했다. 유향이 살며시 웃으며 다가서다가 아직도 두리번거리는 이령이 볼을 찔렀다.


-뭐야! 이 짝퉁이.


-내가 왜 짝퉁이야. 조금만 있어봐. 대한민국이 내 이름을 다 알게 될 테니까.


-훗. 넌 가만히 있을 땐 유로 오빠랑 비슷한데 자세히 보면 유로 오빠랑 달라도 너무 달라.


-형은 형 나는 나야. 다를 수밖에.


이령인 유로와 유향의 겉모습만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깊이 보지 않아서다. 유향인 유로처럼 한가지 밖에 모르는 집념이 있는 아이였다. 가끔씩 농담을 하고 가벼운 말투를 보일 때도 있지만 유향도 유로 못지않게 진지한 아이였다. 이령이가 보는 이상으로 더 깊이 보면 그랬다. 그보다 더 깊이 보면 또 각자의 개성이 다르기도 했을 테니 이령이가 꼭 잘못 본 것 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령인 지금 유향일 너무 겉모습만 보고 있다는 거다.


-너 나랑 어디 좀 가야 돼.


-뭐야 무단 조퇴하려고?


-왜? 안 돼?


-너는 결석일 수가 없어서 모르겠지만 난 좀만 더 결석하면 유급이야.


-유급 받으려면 두 달이 넘게 결석해야 해. 너 결석한 게 두 달이나 돼?


-아니, 대략 한 달 정도.. 그래도 자꾸 결석할 수는 없는데. 니네 어머니께서 널 경호하라고 하신 건 너 착실하게 지내게 지키라고 그러신 걸 거야. 근데 결석하게 두면 안 될 것 같다.


-무슨 선비냐? 우리 엄마가 널 내 곁에 두게 하신 건 날 감시하고 통제하라고 그러신 게 아니야. 어쨌든 난 지금 학교 밖으로 나갈 거야. 니가 안 따라온다고 해도 나갈 거라고. 하지만 넌 나 안 따라오면 직무태만이야 알지?



28 


이령이 아까부터 계속 손바닥만 보면서 택시기사 아저씨께 목적지도 불분명하게 말하고는 운전을 지시하고 있었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주세요.


-학생 진작 말하지 여기선 비보호라 돌아서 다시 와서 좌회전해야 해.


-네, 그렇게 해주세요.


유향인 이령이가 어디를 가는지 모르기에 그저 묵묵히 이령이의 행동을 보고 있었다. 하는 것마다 의문스러운 아이였지만 분명한 건 이 이쁜 아이가 자기가 갈 곳을 모르고 헤매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거였다. 작고 여린 이 아이는 뭔가 명확한 목적과 의지를 갖고 있는 것만 같았다. 유향이 자신과는 다르게 말이다. 


택시에서 내린 이령이는 마법 깃털을 만들어 그것이 날아가는 대로 따라갔다. 유향이 보기에는 허공을 보고 자꾸만 외진 곳으로 가는 이령이가 뭔가 이상하게만 여겨졌다.


-야! 너 진짜 목적지가 있기는 있는 거야?


-잔말 말고 따라만 와. 나도 이러는 건 처음이라 확신은 못하지만... 분명한 건 이론이 완벽하면 실현된다는 거니까.



29 


수이는 병원에서 나온 후 집에서 무릎만 껴안고서 혼잣말을 하고 반쯤 의식을 잃은 아이처럼 지냈었다. 그러다 장마가 끝나자 폭주족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한 번도 마셔본 적 없던 소주까지 마셨고 매일을 오토바이 뒤에 타고 질주하면서 모든 순간을 잊으려 하며 보냈다. 유로가 없는 모든 순간을 말이다.


그러다 오늘 폭주족 아이들이 수이를 태우고 이 외진 공사장으로 와 자신을 쓰러 뜨리고 강간하려는 순간을 겪고 있었다.


남자아이 하나가 수이의 두 팔을 수이 머리 맡에서 잡고 있었고 두 녀석이 수이의 다리를 각자 붙잡았다. 그리고는 짱인 것 같은 아이가 수이 곁으로 다가왔다.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이 자식들아!


수이가 발버둥을 치려 안간힘을 쓰며 소리쳤다.


유로는 이 모든 날들과 지금의 이 순간을 지켜보면서도 수이에게 "이러지 말아, 수이야" "정신 차려야 해"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는 자신이 답답했었다. 그러다 오늘 이런 순간을 맞이하자 격분했지만 그 녀석들에게 발길질을 하고 일권을 날려도 허공을 스치듯 다 지나쳐 버릴 뿐이었다.


-지도령님 제발... 제발 방법을 알려주세요.


-이런 경우엔 빙의하는 수밖에 없다. 


유로는 폭주족 아이들 중 아무 아이 몸에나 들어가 보려고 마구 시도했다. 하지만 빙의란 게 어떻게 하는 건지 도통 되지가 않았다.


-빙의를 하려 해도 너와 기운이 맞는 사람을 찾아야 가능한 거란다. 


마침 그때 멀리서 어두운 기운을 내뿜는 여자아이와 유향이가... 유향이가 보였다.


유로는 반가운 마음만큼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로는 유향에게 달려가 몸을 던졌다. 유로와 유향이 일체가 되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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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유향은 유로의 장례식이 끝나고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아 예전에 머물던 파이트클럽 임시 숙소에 왔다. 파이트클럽 운영자 한 명과 마주 서서 유향은 다짜고짜 재가입을 시켜달라고 요구했지만 왠지 운영자는 절대라는 말까지 써가며 반대했다.


-왜요. 왜 안 받아주는 건데요.


-니 형과 약속을 했다.


-네. 형이랑요... 형은 죽었어요. 저희 엄마 때문에라도 더 여기가 필요하다구요. 


유향은 나름 절실했다. 형이 살아있을 때는 자기가 잠시 잠깐 엇나가도 의지할 데가 있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생계를 이어나갈, 어머니를 모실 대책이 절실했다.


-죽어? 그 녀석이 어쩌다 죽어?


-사고였어요. 철로에 떨어진 아이를 구하다 그만.. 그렇게 됐어요.


-그렇구나. 녀석 남자다운 삶을 살다 갔구나.


-......


그래 형은 유순해 보이지만 정말 상남자였다. 부드럽지만 강한 그 모습이 유향은 배울 수도 없는 진정한 상남자의 모습이라고 유향은 생각했다.


-니 형이 널 빼내기 위해 너 대신 칠전을 벌였다. 여기 다 한 실력 하는 놈들만 모인 거 너도 알 거야. 내 보기엔 니 형은 입식 타격기 하나뿐인데도 불구하고 일곱 명을 모두 쓰러 뜨렸어. 피투성이가 된 채 너 하나 구하겠다고. 


-형이 일곱 명 모두를요.


-널 데려가겠다는 집념 하나가 그런 혈전 속에서도 의지를 꺾지 않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 녀석은 그러고 죽은 거야. 걔가 구한 건 철로에 떨어진 아이만이 아니라 방황하는 동생까지란 거다. 그런 녀석과의 약속은 난 깰 수 없다.


길거리 싸움꾼들의 모임인 파이트클럽에서 탈퇴하려면 쉬지 않고 일곱 명의 고수와 상대해야 했다. 그래서 다들 탈퇴 의사를 밝히지 못했고 칠전을 모두 이기고 탈퇴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유향은 그제서야 파이트 클럽에서 자신을 순순히 강퇴시킨 것이 납득이 갔다. 그리고 형이 돌아가신 아버지 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22 


-그래 잘 생각했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거야. 개학할 때까진 아직 시간도 있잖아? 그때까지 이령일 보살피다가 다시 결정할 수도 있는 거니까. 


카페에서 유향과 이령이의 어머니가 마주 앉아 있다. 유향은 처음엔 이령이 어머니가 농담을 하시는 줄 알았다. 고작 고2 여고생을 경호해주는 대가로 그것도 자신처럼 그저 이령이와 같은 동급생인 무경험자에게 그런 고액을 제시한다는 게 선뜻 이해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돈이 얼마간이라도 엄마와 자신의 생계에 보탬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싸움 밖엔 해본게 없지만 누군가를 지키는 건 처음이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아니 막 누구랑 싸우고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그냥 옆에서 지켜주기만 하면 돼.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 유향 군.



23


-왜 자꾸 따라와. 성가시게. 


-어쩔 수 없어. 이게 내 일이니까.


이령이는 처음엔 무척이나 성가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향이의 행동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를 보며 왜 엄마가 이 어쭙잖은 녀석을 보디가드로 고용했는지 알 것 같았다. 유향의 모습에서 모든 순간 유로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어머!


-괜찮아.


인도에서 유향을 피해 돌아가려다 이령이 인도 아래로 넘어질뻔 했다. 유향이 이령이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받쳐 들었다. 


이령은 유로의 얼굴을 한 유향이 자신을 안다시피하자 문득 아니 한결같이 떠오르는 유로가 더 생각났다. 


-조심해야지. 어린애냐?


-뭐?... 꺼져! 이 짝퉁아!


이령은 유향이 유로보다도 더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자 빈정이 상했다.


-근데 어디 가는 거야. 우리.


-우리? 우리가 어디를 가는 게 아니잖아. 내가 가는 데 니가 따라오고 있는 거지.



24


-여기서 세워 주세요.


이령은 기사가 딸린 자기 전용차를 타는 대신 택시를 타고 이곳까지 이동을 했다. 사실 이곳에 다니고 있던 걸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유향이 따라와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유향에겐 그냥 친구 집이라고 둘러대면 엄마에게 딱히 이곳이 주의해야 할 대상이라고 인식되게 전해지진 않을 것 같았다.


이령이 주택가 대로에서 유향과 같이 내렸다. 몇 걸음 옮기자 마침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고풍스런 목조 건축물이 보였다. 마침 그 집에서 검은 투피스를 입은 여성이 나오는 길이었다. 여성은 이령을 보고는 무거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이령이 인사도 잊고 다짜고짜 질문부터 하려했다.


-자매님.. 저 꼭 여쭤볼 말이 있어요.


-아니요, 자매님. 자매님은 더 이상 이곳에 오지 말아주세요.


-네? 


-자매님에겐 어둠 깊이 드리웠습니다. 더는 우리 모임에서 자매님을 감당할 분이 안계신 것 같아요.


-제가.. 제가 위험한가요?


이령은 자매님의 영적 수준과 실력을 알기에 그 말에 긴장이 되는 것 같았다.


-그렇지는 않아요. 자매님의 행위들은 자매님이 더 잘 알겠죠. 자매님은 세상을 위험하게 할 사람이에요. 우리는 자매님을 우리 자매단의 일원으로 더 이상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저는 세상을 위험하게 할 생각조차 한 적이 없어요. 저는 그저 행복을 추구하려 했을 뿐이에요.


행복을 추구하려 했다는 이령의 말에 검은 의상의 그 여성이 잠시 미간을 찡그리더니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돌아서려 했다.


-자매님..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답변해 주시면 안 되나요?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 자매님도 이젠 더 이상 질문할 필요도 없지 않나요? 


그리 말하고 검은 옷의 여성은 차갑게 돌아섰다. 하지만 이령은 이미 대답을 들은 것만 같이 환한 표정으로 유향을 쳐다봤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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