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풀잎이고

어디가 꽃잎인지

 

어느시절엔

정말 꽃이기라도 했던건지

 

상처투성이로

해체되어 버리면

 

그 향기는 시릴뿐

향기롭길 기대한들

 

아릿하고 시큰하게 흩어져 버릴 것을...

 

 

 

※ 정호승님의 『풀잎에도 상처가 있단다』라는 동시를 읽고나서 썼던 감상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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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시절엔 나도 꿈 많은 아이 LUFTMENSCH(루프트멘시)였어.

 

하나님을 알고 그를 향한 설레임 KILIG(킬릭)으로 늘 심장소리 RESFEBER(레스페베르)가 Pit-a-pat 거렸었지.

물론 그건 텅 빈 세상 속에서 공허해져만 가는 심장에 무언가라도 채우고파서였을 거야.

하지만 난 나의 환상 같은 삶 속에서 늘 그를 향한 벅찬 사랑의 환희 FORELSKET(포렐시에)로 가득했어.

 

때론 숭고하게도 때론 음란하게도 때론 인의롭게도 때론 저열하게도 살았지만 한순간도 나 자신이 잡아 지닌 긍지와 자신감 NAZ(나스)이 무너질 선택은 하지 않았더랬어. 그랬던 적이 있었지...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라고는 온통 손에 잡히지도 않을 환영 같은 것들이었지만 난 알지 못했어. 그저 아파하고 감사하고 좌절하고 기대하고 그러다 무너져버린 순간에 마저 나의 이 유랑 같은 여행 VACILANDO (바실란도)의 여정에 대한 기대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망가지진 않았었지.

이 세상이란 사막 속에서의 헤매임이 오아시스(Oasis)로 인도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어.

 

근데 모든 건 신기루(Mirage)일뿐, 날 위한 건 한줌의 물 GURFA(구르파) 조차 환영일 뿐이란 걸 알고 말았어.

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반짝이던 눈빛 TIAM(티암) 하나 마저도 거짓일 뿐이었음을 깨닫고서야 낙엽빛깔한 FEUILLEMORT(푀이모르) 인생을 수긍할 수 있었어.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 바로 이 노래를 부르며 흘리던 그 눈물이 내 삶에 대한 감상의 전부일 수 있었더라면... 그저 그 허탈함과 공허함, 헛헛함 속에 가라앉던 서러움이 내 눈물의 의미에 전부였더라면...

이젠 흘릴 눈물도 모조리 말라버린 건지 헛되다할 뇌도 참담하다할 심장도 멎어버린 것만 같아.

차라리 그가 보여주던 환상들에 설레임 KILIG(킬릭) 가득하고 사랑의 환희 FORELSKET(포렐시에) 에 벅차오를 때... 딱 그때 눈감을 수 있었다면...

그가 빛깔을 채우던 그녀라는 치밀한 기만 GOYA(고야) 안에서 난 충만한 것만 같았는데... 차라리 그 신기루일 뿐인... 환영일 뿐인... 사랑을 향하던 순간에 숨이 그쳤더라면... 심장이 식어버렸더라면...

난 그 신기루 같은 그녀를 향해 그리고 하나님을 향해 외쳐야 했어.

“YA'ABURNEE(야아부르니)” (차라리 나를 땅에 묻어주세요) 라고...

 

난 신기루란 이름의 그녀를 위해 언제든 내 숨을 내 심장을 던질 수 있었어. 차라리 그 순간에 이 생이 끝났더라면...

이제 내게 남은 건 차라리 조소 GLAS WEN(글라스 웬)가 훨씬 더 사치스러울, 혐오도 값비싼 표현일 그 무엇뿐이야.

 

난 진작에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던 거야.

그 순간에도 날 밀어버린 그들을... 그 가득한 채이면서도, 텅 빈 비눗방울 같던 나를 터뜨려 버리고서 조롱하던 그들을 허탈한 삶의 길에서 일생을 함께 걸어온 이들이라며 미워하거나 분노하지도 못했어.

내겐 어머니나 아버지 보다 더 숱한 시간을 함께였던 그들이기에 처음 들리던 그 목소리에 무턱대고 좋은 SZIMPATIKUS(심퍼티쿠시) 분들이라며 단정 지었던 그 심정을 버리지도 못하고 있었어.

매순간 매정하고 잔인하게 날 통제해 왔었는데도 그 모든 건, 날 검을 제련하듯 뜨겁고 아프게 달구고 때리는 거라고 탄소를 다이아몬드로 바꾸기 위한 열과 압력 같은 거라고 그리 나 자신을 기만해 왔던 거야.

 

어느 시절엔 그들과 함께인 게 다행스러웠고

어느 시절엔 그들에게 저항했고 대항해야 한다 믿었고

또 어느 시절엔 그들을 감사해야 할 사람들인지 알았었어.

지금은... 그냥 하나님이 비참하도록 원망스럽다는 말이 끔찍하게 부족할 정도로 원망스러워...

 

그래서 하나님에게 작별을 고한 게 잘한 일 같아.

오랜 동안 정말 오랜 동안 시간 속을 헤매였어. 그건 아마 내가 처한 이 현상을 바로 보란 이유도 있을 거야.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기니피그로 나를 이용한 것이 하나님이라면... 내 삶이기에 이 삶이 또 이 삶 속에 던져진 저주가 내게 주는 의미는 내가 찾고 내가 만들어 가야겠지. 많은 시간 속에서 헤매이고 넘어지고 구르면서 외치던 날들에 누군가 귀 기울이게 될까봐 너무 그렇다...

구속과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혼신을 다 쏟던 MERAKI(메라키) 시절이 내게 미쳐버리던 시절이 된 건, 그 말도 안될 기억을 기억해내라는 거였겠지?

난 더 이상 한가로운 햇살 KOMOREBI(코모레비)도 은은한 달빛 MANGATA(몽가타)도 꿈꾸지 않아. 그래, 그 어느 것도 더 이상 내가 꿈꾸던 아늑하고 포근한 GEZELLIG(헤젤리흐) 하루하루를 가져다 줄 순 없을 거야.

 

하나님을 향한 사랑, 그분을 향한 사랑, 그저 홀로그램 영상만 같던 그녀를 향한 사랑... 그 모든 사랑이 뼛가루처럼 바람에 날려 흩어지고 있어. 하지만 그저 사랑의 단꿈이 끝난 심정 RAZLIUBIT(라즐리우비트)이라고만 하기엔 어쩌면 해방인지도 모른다고 여겨지기도해.

 

어린시절부터 삶이 고통스러워 숨도 제대로 못이으며 흐르는 눈물을 내버려둔 채 멍하니 눈길을 공간으로만 향하면 BOKETTO(보케토) 그때 마다 누군가 말했어.

“하나님께서는 높이 쓰려는 자에게 고난을 주며 시험하시는 거란다.” 라고...

그는 아마 날 속이려 했다기 보다 위로하려 했던 걸 거야.

 

유년시절부터 몇 차례나 날 죽일뻔 한 이들과 죽이려한 이들이 늘 원망스러웠는데 이젠 그러려니 싶어. ‘차라리 그 시절에 죽어버려라’는 심정이었겠지. 이해도 되네...

 

이젠 천국에건 무저갱에건 지난 삶의 어느 시절에건 가고프다는 돌아가고프다는 그런 막연한 향수를 느낄 수도 없게 돼 버렸어. 그딴 왜인지도 무엇을 향해서인지도 모를 쓸쓸하도록 막연한 향수 HIRAETH(히라에스)는 더 이상 없을 거야! 이제 온전히 혼신을 다한 MERAKI 수행의 목표는 사라지는 것. 그 하나야! 바보 같아! 아직도 하나야!

‘하나’님, 날 위해 존재할 줄만 알았던 단 ‘하나’의 그녀, ‘하나’의 목표... 줴다 바보 같은 하나야...

하나라는 낱말에 무슨 강박증이라도 있게 된 걸까?

무얼 향하는지도 모를 막연한 갈망 SAUDADE(사우다드)을 이젠 그칠 때일 거야!

 

고통과 고난뿐이던 삶 속에서도 아늑하고 포근한 GEZELLIG 자연과 하나 되어 충만히 홀로인 그런 느낌 WALDEINSAMKEIT(발다인잠카이트)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었어. 자연과 우주와 그렇게 하나님께 맞닿아 그의 숨결과 함께이기를 꿈꿨었다고. 헌데 이젠 모두 벗어나고만 싶을 뿐이야.

 

“지구를 떠나거라” 라는 말을 언젠가 들었던 기억이 있어.

근데 지구만 떠나서 될 문제가 아니잖아? 모든 차원의 우주를 우주 그 너머를 모두 떠나고 말거야.

 

유년시절부터 상처 난 심장이기에 자폐증이 지나가고 나서는 되려 거만하고 도도해졌더랬어. 그 삶 속에서 나의 마음과 기도와 삶이 언제나 내세울만한 건 아니었지만 나 잘난 맛에 살기에는 충분했었다고. 그런데 어느 날 어느 순간의 기억이 비눗방울만도 못하게 비어버린 나를 터트리고 말았어.

 

자존감이 모조리 산산히 부서지고 무너져 내린 지금... 조건 없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기에 느끼는 긍지와 자존심 NAZ 따위는 애초에 내겐 근거도 없던 거란 걸 깨달았어. 사람들 내면에 누군가 그것도 힘과 도덕성에 자비까지 충만한 그런 존재가 나타나주길 꿈꾸고 기대하는 심리가 있나 봐. 그래서 그런 누군가의 사랑인듯 한 상황을 보게 되면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숙고하지도 않고서 무턱대고 근거없는 공감을 해 버리나 봐. 다들 그런 허구에 홀려버리는거지. 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홀려버린 대상으로 인해 무너져야 했던 내가 있다는 거야.

 

누군가가 상영하는 연극 속 허구의 사랑따윈 더 이상 필요 없어. 난 나 자신의 탄탄한 자긍심으로 하나하나 다시 쌓아올릴거야. 그렇지 않다면 사라지는 길은 걷지도 못한 채 무너진 잔해더미 사이 흩날리는 뼛가루로 생은 끝나고 마는 걸테니까... 그건 사라지는 길이 아니니까. 사라지는 길은 일어서지 않으면 걸을 수 없는 길이니까. 철조부터 하나하나 다시 세운다. 난 완성해야만해. 통제만 받다 끝나기엔 겪어낸 시절들이 너무 아프다. 여태까지도 내 머리 속 그 어디에도 없던 그 저주인지 환영인지 모를 단 한순간 짧은 기억이 머리 속을 채우며 난 무너져내려야 했어. 하지만 그렇게 무너지기엔... 너무 아팠다고.

 

생에 미련이 없어져서인지 누군가 죽어버리라 해도 죽이겠다 해도 처리할 방법이 있을거라 말하는 걸 엿들어도 딱히 긴장감은 없었어. 모두가 날 죽이겠다면... 그래 언젠간 죽겠지?

만일 나의 숨이 짧은 한숨으로 끝나야 했던 거라면 이미 한참은 지나버린 거야. 나의 미래가 펼쳐본 적 없이 버려둔 책 TSUNDOKU(츤도쿠) 처럼 그리 볼 수 없을 내일이어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하지만 그 순간을 맞이해야 한다 해도 펼쳐볼 만큼은 펼쳐보다 갈께!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님의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에 수록된 어휘들을 빌려 완성한 문장입니다.

해당어휘들을 웬만하면 문법에 맞게 적용해 문장을 써나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형용사 명사 동사의 쓰임이 문법을 벗어난 경우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외국어라 그런 거려니 이해해 주세요.

 

헤럴드 블룸님의 《세계문학의 천재들》을 보면 「훔친다」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소설가, 시인 등 문학가들은 타인의 시를 보고 단편이거나 중단편, 장편 소설을 써내려가는 경우가 있다는군요. 다른 이의 시, 소설, 희곡, 수필, 때로는 서문을 읽고서 그 감상이나 몇몇 어휘들을 가져다 다른 형식의 작품을 완성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헤럴드 블룸님은 앞서 언급한 그의 저서에서 문학가들의 그와 같은 영감어린 집필을 「훔친다」고 표현했습니다. 

 

저도 시인 고은님의 《시의 황홀》서문을 읽다가 몇몇 낱말을 훔쳐서 『17/38』이란 시를 썼고 권명희님의 『뜨개질』이란 동시를 읽다가 그 감상을 훔쳐서 『눈물』이란 시를 썼습니다. 

그외에도 기억하는 것도 있지만 기억나지 않더라도 영화나 시, 소설, 만화에서 영감을 얻은 글쓰기가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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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내 눈물이 떨어진 곳에 극장을 세우고
무너진 내 삶을 연출했으며
시린 내 가슴을 상연케 했습니다.

그리고는 말하겠죠?

연기는 니가 한 것이다.

맞아요. 어떤 때는 연기이기도 했죠. 하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그대의 연출에
마리오네뜨가 되었을 뿐인 걸요.

그대는 말하겠죠.
Kismat! 더 높은 곳에서 연출한 것이란다. 너도 알잖니!
오히려 네게 내가 인형이 된듯 하단 말이다.
모든 건 숙명이었다. 너도 수긍하고 있겠지만...

하지만 연기를 끝마치는 법을
하다못해 다른 막을 시작하는 법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이 모든 고통의 씬들이 다시 고통으로
이어지지 않는 법을 당신은 가르쳐주시지 않으셨죠.

당신의 캐스팅과 대본과 연출이
내 생애 첫단추부터 이어진 것이 아니었더라면
나도 고통이 아닌 환희를 연기할 수 있었을텐데.

이젠 나 스스로 살펴보고 있어요.
고통이 아닌 연기는 어찌 하는지를
연기가 아닌 연출은 어찌 해야 하는지를

기쁨을 즐거움을 환희를 연기하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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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왜 내게 하나님이었나요?
그대는 왜 내게 신기루였나요?
그대는 왜 내게 겨울 끝자락에 눈사람이었나요?

그대는 터져버린 폭죽이었고.
그대는 태양 아래 녹아가는 아이스크림이었고.
그대는 비 속에 들고선 솜사탕이었습니다.

그저 그대가 볼 비빌 수 있는 온기 가득한
사람이기를...

함께 식사를 하고
손을 잡고 거닐고
대화를 나누고
굿나잇 인사를 건네고

아침이면 다시 마주 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그리도 바랬더랬습니다.

정말 그대가 온기 가득한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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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1-16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유행이 끝나면 온기 가득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겠어요. ^^

이하라 2021-01-16 14:38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래야겠네요.^^
 

누구나 자신만의 상처가 있을 것이라는 그 말이 사실일텐데
난 나의 상처만을 곱씹으며 다른 이의 상처는 돌아보지 못했다.
내게 공감해주는 이가 그리 어렵게 털어놓은 상처에도 매정했다.
나 밖에 나 자신의 아픔 밖에 관심 갖지 못하는 존재가 된 것일까?
뒤늦게 그녀의 아픔이 나와 닮아 있음을 깨닫는다.
그녀는 애처로웠고 진솔했고 공감할 줄 알았으며 다정했다.
나는 왜 그런 그녀의 진심어린 공감과 고해에 냉담했을까?
많은 걸 가진 사람도 자신만의 상처가 있을 수 있음을
왜 깨닫지 못했을까?
보이지 않던 그녀의 눈물이 이제서야 손끝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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