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잃은 무언가가 나를 돌아서게 했다

나는 몇 걸음인가 되짚어 가다가 

다시 되돌아서서 걸음을 디뎠다.

 

그렇게 걷고 있었지만 

무엇인지도 언제인지도 어디서 잃었는지도 

모를 것이 걷고 있는 나를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게 했다. 

 

나는 어느새 고향을 잃었고 

나이를 잃었고 부모를 잃었으며 

그렇게 아리던 기억마저 잃어 갔다. 

 

나는 누구였을까? 

나는 무엇이 되려했을까? 

 

잃어버린 무언가가 그 모두를 의미 잃게 했다.

 

그런데도 나는 물어야만 한다.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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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멈춰 서 있었다. 

돌아보지도 나아가지도 앉았다.

나의 비명 뒤에  

그가 멈춰 섰지만

그에게는 따스함도 단호함도 없었다. 

그런 거리에 그가 서있었다.

 

나로선 그가

주춤한 것인지

주저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잠시

다리가 아파 서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내가 비명을 지른 이유를 알지 못할 것이다.

그가 서있던 자리 몇 발자국 뒤에서 내가 그를 알지 못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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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마라 기대하지 마라

그저 지금 이 순간에 머물라고 한다. 하지만 

후회도 기대도 인간의 천성이 아닐까? 

모질게 마음 먹다가도 다시 돌아서는 것 역시 그럴 것이다

나를 속이고 내게서 모든 것을 앗아간 이들의 

세월에 안타까워함도 

원망과 함께 연민이 인간의 천성이어서 그러리라 

살다보면 살아진다는 노래가

너무 오래 처연하다가도 끝내는 이해되는 순간이 오는 것도 

자신 마저 연민할 수 있는 인간의 천성 때문이리라 

살아남은 사람의 허풍 같다는 느낌이 크던 그 노래가 

다가오는 순간에는 아마도 

후회도 기대도 모진 마음도 돌아섬도 안타까움도 자기연민도

모두 가슴 한 자락을 스치고 지나가기 때문이겠지 

그래, 나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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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썼다... 

바닷가 모래밭에서 손끝을 떼고 돌아서 가다가 되돌아와 

두손으로 모래를 흐트리고서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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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움으로 물들던 꿈 속에서 그대에게 말해야 겠어요

"내게 오지 마셔요"

그대의 포근함이 그리웠기에 말해야만 했던 거에요

저는 얼어가고 있어요 그리움으로 따사로왔기에 버틸 수 있었는데

이젠 그 그리움으로 한기가 되어 가는 걸요

"내게 오지 마셔요"

드릴 것이 눈물 한방울과 한숨 밖엔 없거든요

"내게 오지 마셔요"

저는 이제 산을 건너고 강에 젖어야 해요

그대 생각에 제 눈물이 따스하던 날들이 있었어요

그대 오신다면 따스하던 그 눈물이 그대를 식어가게 할 것 같아요

그냥 모닥불 곁에 계셔요

그대를 그리워 하던 날들만 간직한 채

저는 이제 산을 건너고 강에 젖을 거니까요

그리움이 눈물이던 시절 따스했다면 그 따스함은 제가 가져갈게요

그대에게 드린다면 제 눈물에 젖을 그대눈물이 아려오니까요

"내게 오지 마셔요"

그리워서 그리워서 뜨겁게 데어버리게 그렇게 울었어요

그리워만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해요

어디선가 그대는 모닥불 아래서 포근할 거라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내게 오지 마셔요"

내 꿈 속에 내 환상 속에 내 기억 모두에서

그대만을 향하던 이 그리움으로

저는 산을 건너고 강에 들어설 거에요

그러니 제발

"내게 오지 마셔요"

이 눈물이 그대에게 보일까 봐 너무 아파요

 

☆ 몇 해전 권명희님의 「뜨개질」이란 동시에 대한 감상을 적었던 것을 조금 손봐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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