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물리학 - 거대한 우주와 물질의 기원을 탐구하고 싶을 때
해리 클리프 지음, 박병철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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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이나 우주론에 대한 관심은 깊지만 전공자가 아니다보니 그 깊이나 대강을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대중과학서라 해도 그에 등장하는 입자들에 관해 이해하고 기억하기도 녹녹한 일은 아닙니다. 전문가가 이 정도면 이해하겠지 짐작하는 정도와 비전공자의 이해수준이 일치하는 경우의 수가 꼭 맞아 떨어지는 경우만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근래의 과학자들의 배려와 평이하게 서술하는 필력이 그 어느시절보다 나아진 것만은 수긍할 도리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간혹 이해가 더딘 것은 우주와 물리학과의 경계에서 이입이 쉽지않은 그 외계어들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아무리 좋게 보자해도 비전공인에게 물리학 분야의 전문적인 이야기는 외계어일 수밖에 없을테니까 말입니다. 


대중과학서들을 읽고도 입자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면 모호하고 혼란스럽기만 한 건 과학자들의 배려와 참을만큼 참으면서 서술하는 자제력에도 불구하고 비전공자들에겐 그 세계가 외계와도 다를 바 없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단정에도 출간해준 [다정한 물리학]은 오로지 입자에 포커스를 맞춘 집중도와 저자 해리 클리프님의 수준 높은 필력에 구미가 당겼기 때문입니다. 본서의 소개글에서는 해리 클리프님의 본 저작에 대해 [빌브라이슨의 유머와 미치오 카쿠의 현장감, 칼 세이건의 유려한 설명이 한 권에 집약되어 있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과학에 관심은 많지만 이해에 깊은 자신감은 없는 분들이라면 제가 왜 본서에 특히나 유혹 당했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카피 문구일 겁니다. 


본서를 읽으면서 본서에 대한 기대는 충분히 충족되었다는 소감이 가장 앞서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입니다. 저자는 기존의 우주와 양자물리학 또 입자에 대한 저작들을 소개하는 대중과학서들을 저술한 이론 물리학자들과는 다르게, 이론을 실제 검증한달까 구현해낸달까 하는 실험 물리학자입니다. 본서가 서술되며 세계 각지의 연구소 일화들과 실험 결과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입자에 대해 초창기의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발견해내던 과정과 이론을 근거해 검증을 거치며 발견해낸 과정을 옛날 이야기 전하듯 전하기도 하고, 현재의 여러 연구소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 실험 과정과 결과를 이야기 하는 대목에서는 문외한이 정말 현장감이란 것을 다소나마 느끼는 것 같은 착각을 주기도 합니다. 


저자는 너무도 평이하면서도 재치있고 유쾌한 서술을 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저자의 쉬운 서술의 정점은 입자의 발견과 우주의 창조 대목을 사과파이를 만들기 위한 여정으로 소개하는 입담입니다. 칼 세이건이 사과파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우주 부터 창조해야 한다고 했던 발언을 근거 삼아 본서의 영어 원제가 정해졌다고 합니다. 『How to make an apple pie from scratch』 라는 제목답게 저자는 서두부터 사과파이를 만들다 태우는 장면을 보여주며 다시 사과파이를 만들기 위해 입자를 발견하는 서술을 하고 우주를 창조하기 위한 여정을 서술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각장의 말미마다 우주 창조와 입자발견을 위한 레시피마저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유쾌한 입담을 따라가다보면 이미 알고 있던 옛날 이야기들을 다시 듣듯는 하다가 어느새 우주창조를 위한 레시피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14장 중 10장 쯤에 이르러서는 외계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 외계인데도 불구하고 이토록 몰입도 높은 흡인력으로 서술해나간 저자는 가히 수퍼히어로 수준의 필력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본서에서 등장한 그 숱한 외계어 속에서 힉스입자는 그나마 언론에도 대서 특필된 이력이 있는 면식범이 아닌가 싶습니다. 힉스입자가 실험 물리학자들을 그토록 괴롭혀 God damn particle 이라 불리다가 힉스입자에 대해 최초 저술한 과학자의 언급을 출판사에서 언어순화를 거치며 God particle 이 되어 현재 신의 입자라는 별칭을 갖게 된 것도 흥미로왔습니다. 힉스 입자가 실험 물리학자들에게는 최근까지의 가장 큰 화두였지만 저자의 소소한 언급만을 보아도 앞으로는 스팔레론이라는 존재가 가장 큰 실험 물리학계의 주제가 될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간 과거의 독서로 알고 있었는데 세월이 지나 잊게된 입자와 힘에 대한 정의들을 다시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가장 좋았으며 본서는 그 어느 저작보다도 이해도와 몰입도가 높게 쉽게 서술되어 있는 면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본서의 여정 중 인상 깊은 대목들도 물론 적지 않지만 그러한 부분들을 서술할 정도의 쓰기실력을 갖추지 못하다보니 책의 내용에 대한 설명에는 미안한 맘이 드네요. 하지만 본서의 성격에 대한 부분은 충분히 짐작 가능한 리뷰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리뷰를 보시면서 본서에 대해 프리뷰해 보고자 하실 분이 계실런지 모르겠지만 본서는 본서 자체를 읽을 때에야 본서의 성격을 가장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본문 자체가 생동감있고 유쾌하면서도 흡인력 있습니다. 입자의 특성이 궁금하다거나 우주 창조 시기의 대목에 관심이 있는 물리학 비전공자 분들께는 꼭 한 번 읽어보실 만한 책이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한가지 더.. 이 책을 완독하고나면 진짜 사과파이를 만들 수 있게 될 거라는 건 저자의 유쾌한 익살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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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물리학 - 거대한 우주와 물질의 기원을 탐구하고 싶을 때
해리 클리프 지음, 박병철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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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는 본서 자체를 읽을 때에야 본서의 성격을 가장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본문 자체가 생동감있고 유쾌하면서도 흡인력 있습니다. 입자의 특성이 궁금하다거나 우주 창조 시기의 대목에 관심이 있는 물리학 비전공자 분들께는 꼭 한 번 읽어보실 만한 책이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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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은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가 - 독은 어떻게 약이 되고 독이 되는가!
다나카 마치 지음, 이동희 옮김, 정해관 감수 / 전나무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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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있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흥미롭게 읽을만할 거라는 감상이 드는 책이다. 독성학에 대한 독서로는 최초의 책이었지만 미국에서 있었던 탄저균 배송 사건이나, 극독 자살 사건, 또는 무협소설 등이나 사극에서 등장하는 이독치독이라는 개념을 접해본 누구나가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이라고 본다. 

 

본서는 클레오파트라의 자살사례와 역사에 남은 독살 사례 등이 등장하기도 하며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 대중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서술을 하고 있는 저작이기도 하다. 물론 말 그대로 전문적인 내용이다 보니 독의 작용을 다루는 대목에서는 진지한 서술이기도 하지만 실제 독의 기원과 독이 적용된 역사적 내용들이 더해지며 쉽게 흥미를 잃을 수 없도록 전개된다. 

 


 

무엇보다 독성학의 관점은 독과 약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며 본질적으로 그 둘은 같다고 정의하고 있다. 똑같은 화학물질이 어떨 때는 독이 되고 어떨 때는 약이 되는 것은 단지 양의 차이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독이 작용하지 않는 양을 이야기 하는 '무효량'이나 독이 작용하는 '중독량', '효과량'을 이르기도 하지만 독을 이야기하며 중요한 것은 반수치사량이라고 하는, 이 양을 투여하면 실험동물 중 50%가 죽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치를 의미하는 'LD50'일 것이다. LD50은 1kg당 몇 mg이 투여되면 반수가 사망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그런데 이 지표상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극독들 중 상당수가 마취제나 진통제나 특정 효능을 가진 약으로 쓰이고 있기도 하다. 말 그대로 독이 곧 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주의할 것은 LD50도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경로에 따라 같은 물질이라도 그 값이 다르다고 한다. 예를 들어, 쥐에 대한 독약 스트리크닌의 LD50의 경우 경구 투여에서는 20mg/kg이지만 복강 내 주사에서는 2.1mg/kg이다. 경구 투여에 비해 복강 내 주사의 독성이 10배 가까이 강하다.

 

독을 분류하는 기준은 상식적이긴 하다. 크게 자연독과 인공독으로 대분류하고 자연독은 식물독, 동물독, 미생물독, 광물독으로 나누고 인공독은 화학합성독과 광물독으로 소분류하고 있기도 하다. 독이 생물에 작용한하는 방식에 따라 신경 독과 혈액독(출혈 독), 세포 독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신경 독 작용의 경우 신경계의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간략히 정리하자면 신경계의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구조는 신경섬유(축색)을 따라 나트륨 통로들이 연결되어 있고 이 나트륨 통로들이 조절되면서 신경섬유에 전기 신호가 전달된다. 그 결과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 구조이다. 신경독은 이 나트륨 조절을 차단하거나 강화해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막거나 지나치게 개방하여 결국에는 신경전달을 방해하는 구조가 하나이고 또 하나는 신경 전달물질과 구조가 유사하거나 신경전달물질과 결합하여 신경 전달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다.

혈액 독은 혈구세포, 혈관조직, 장기 등을 파괴하는 구조로 근육을 괴사시키기도 해 치료를 하더라도 평생 후유증으로 고생할 수 있는 독이다. 본서에서는 신경독과 혈액 독에 할애한 장이 주를 이룬다.

 



 

본서에서는 1장이 독의 과학을 논하고 있고 2,3,4장에서 각기 동물 독, 식물 독, 광물 독과 인공 독을 다루고 있다. 5장은 독에서 더 나아간 마약을 다루고 있기도 하며 6장에서는 저자가 꼽은 대표적인 독살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마약편에서는 [홀로그램 우주]라던가  자아초월심리학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LSD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LSD의 기원이 고대 부터 사람을 살상해온 것으로 역사에 남아있는 맥각균의 성분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LSD는 중독성이 거의 없고 효과가 나타난 이후에는 뇌에서 성분이 사라져 부작용도 없다는데서 놀라기도 했다. 그래서 미국에서 MK울트라프로젝트라는 한 때 음모론으로 치부되던 심리통제 최면을 유도하려 사용하던 것이 LSD이기도 했구나 하는 감상과 함께 심리학자들이 초월심리를 유도하려 대중에게 LSD를 꺼리낌없이 사용하던 때가 있었던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극히 일부 중독성이 없고 부유감 등 초월심리를 한시적으로 일으키는 약물들을 보면서 범죄 행위나 질병 등 극단적인 상황을 불러오는 술이 훨씬 더 피해가 큰 독성물질이라는 생각도 잠시 스쳐갔다. 물론 중독성이 깊은 약물들에 대한 경계심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데서는 일부 약물들도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독살사건 수첩'이라는 6장의 내용에서는 화학을 좋아하는 자녀나 연인이나 이웃이 있다면 두려움이 생길만한 내용이기도 했다. 나 역시 관련 지식은 깊이 없지만 화학에 대한 관심은 깊기도 한데 그건 연금술이나 선도의 외단법 등에 대한 관심에서 더 나아가 비학과 연계된 신비주의 화학에서의 원소 변환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6장을 보면서는 동일 학문에 대한 관심의 각도가 사람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공계 지식이 있는 사람이 무서워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독살 사건 수첩에는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일본인 남성이 알리바이를 주장한 사건도 등장하고 있다. 투구꽃의 독과 복어 독을 동시에 투여해 두 독의 상호작용으로 사망하기까지 시간 지연이 일어난 사례이다. 2005년 일본 시즈오카의 여고생이 탈륨으로 친어머니를 살해하려 시도했다가 탄로난 사건도 있다. 20세기 초 중반 그레이엄 영이라는 영국인이 화학지식을 이용해 살인을 거듭했던 내용도 등장하고 있다. 그는 초기 범죄가 탄로나 복역을 하고 출소한 이후에도 탈륨을 구하기 쉬운 렌즈 가공시설에 취업해 범죄를 이어나갔다. 본서의 내용 중 가장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로는 '서프라이즈'라는 TV프로그램에서도 방영됐던 브랭빌리에 후작부인의 연쇄살인 사건이 있을 것이다. 그녀는 비소 산화물의 하나인 아비산의 제조법을 알아내 연쇄살인에 이용했다. 그리고 동물 독의 비밀 장에서 등장했던 사례로는 클레오파트라의 자살에 쓰였던 독사가 코브라이냐 살뭇사과 독사였냐는 의혹이 지금까지 있다는 내용이다. 코브라는 신경 독이고 살뭇사과 독사는 혈액 독으로 두 독의 경우 작용과 성질이 다르다. 등산 중이나 들에서 독사에게 물릴 경우 독사의 종류를 판별할 수 있다면 치료가 더 빠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본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가 흥미를 가질만한 전개이고 문득 문득 느껴지는 스토리텔링적 서술이 너무도 몰입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나 생물학이나 뇌과학 저작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독성학에 대한 대중서인 본서도 흥미로우실 거라 장담할 수 있을만 하다. 해당 분야에 대한 역사적 사건들을 더 깊이 파헤치자면 본서에서 언급한 건수 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한 분량일 것 같은데 저자는 아마도 흥미로우면서도 독의 작용과 기능을 전하는데 더 무게를 두었기 때문에 독살이라던가 독과 얽힌 사망 사례 같은 흥미 위주의 사건은 일부만 다루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짐작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흥미롭고 몰입감 있는 책이라는 건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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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 - 전쟁의 기원에서 미래의 전쟁까지, 한 권으로 읽는 전쟁의 세계사
제러미 블랙 지음, 유나영 옮김 / 서해문집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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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펀딩에 참여한 책이라 다른 책과는 다른 애착이 다소 깃드는 것 같은 책이다. 배송 과정에서 그랬는지 외장이 약간 구겨져서 왔는데 큰 불만은 없다. 책장 맨끝에 많은 펀딩 참여자들 이름 중 내 이름이 인쇄되어 있는 것도 색다른 감상을 갖게 한다. 


제레미 블랙씨의 저작을 이전에 읽었던 기억은 없다. 본서에 대한 가장 첫인상은 벼르고 걸러서 압축한 전쟁사라는 인상이었다. 전체적으로 약술略述에 약술略述을 담은 저작이라고 여겨졌다. 전체 39장에 결론 장까지 하면 40장의 구성인데 아직 11장까지 읽었을 뿐이다. 감상이라고 남기기에는 여력이 없을 독서지만 텀을 두고 다시 읽을 작정이라 짧은 인상이라도 남기려 한다. 


이미 언급했듯 아주 압축하고 긍정적으로 보자면 교과서를 요약한 한 단락처럼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고 해야 하겠다. 그렇다해도 지금까지 읽은 장에서는 전쟁의 원인, 효시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것이 단점 같다. 전쟁 소설 같은 서술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원인과 지정학적인 접근 등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쉬움을 숨길 수 없는 서술이었다. 아직까지의 대목에서는 말이다. 


반면에 전쟁의 발전 과정에 인간의 호전성과 학습능력의 기능과 금속 기술의 발전, 무기 개선(전차와 합성궁의 개발, 중기병 등 무장 강화 과정), 군사 체계의 개편, 요새와 성의 역할 등을 전쟁사의 흐름과 함께 다룬 면은 당연한 것이면서도 적절히 언급되어 흥미를 지속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사실 수많은 전쟁을 다루는 대다 전쟁의 결과만을 나열한 것만 같은 간략한 언급들이라 역사적 내용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기억하기도 쉽지 않은 저작이다. 나로서는 읽으면서 동시에 잊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전쟁이 발전해 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큰 독서가 아닌가 한다. 본서를 물론 한 번만 읽지는 않을테지만 읽기를 멈추고 기존에 보유한 책 중 지도로 보는 전쟁 관련 저작과 민족으로 보는 역사와 관련된 책을 먼저 읽고 다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몇 번이고 읽을수록 또 다른 얻음이 있을 책이고 배경지식이 더해지면서야 더더욱 깊은 음미가 가능할 책이라는 감상이 든다. 현대전이 가까워지는 대목까지 가면 전쟁하는 인간이 발전시켜나갈 지략과 전술과 무기체계의 변화가 어떠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 자체는 싫어하지만 이미 일어난 전쟁들을 돌아보는 것은 전쟁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만큼의 죄책감은 갖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게임과 실제 전쟁이 야기하는 여파는 다르겠지만 과거의 전쟁들이 흥미로운 건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전쟁사를 애호하는 많은 분들에게 최고의 아이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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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속지 않고 숫자 읽는 법 - 뉴스의 오류를 간파하고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가이드
톰 치버스.데이비드 치버스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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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통계를 통한 거짓말이라거나 거짓 통계를 통한 대중의 판단 착오를 불러오려 시도하는 경우는 아직까지는 현 정권인 문재인 정권 내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초중반의 통계 기준을 호도해서 취업 증가률을 조작한 사례와 얼마전 무역 수지 적자인 상태를 통계 기준을 조작해 무역흑자로 호도한 사례 그리고 부동산가 상승률 통계를 조작한 사례가 대표적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통계 조작의 사례는 문재인 정권에서만 존재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 시절 메르스 대응에서도 이러한 통계 조작으로 우리나라의 메르스 대응이 최적절한 것으로 호도하는 기사가 있었다. 그리고 전두환 정권 시절의 통계만을 보면 대한민국 창건이래 가장 살기 좋고 국민들이 만족하며 살던 시절이 전두환 정권 시절이라는 통계도 존재 한다. 해당 기사는 SNS 등에서 아직까지 유포되며 독재에 가까운 시절이 호도되고 있기도 하다. 

 

문재인 정권은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을 제시해 대중이 의심해 볼만한 사안에 대해서도 가짜뉴스라는 관점을 견지하며 정권의 주장 외에는 귀를 닫게 대중심리를 통제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위의 사례와 백신 관련 가짜 뉴스 프레임은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오히려 정권의 주장과 제시가 오히려 가짜였음을 증거하게 되었다. 

 

이 시대는 정권과 대통령의 말도 검증이 필요한 시대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제까지의 정권들 중 검증이 필요없을 정도로 명백한 근거에 입각해 사실만을 전달하고 주장했던 정권이 몇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글로벌 뉴스 등을 보면 이건 비단 한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각국 대부분의 정권들이 자기 편향의 주장과 통계조작을 통해 대중심리 통제를 시도하고 그게 또 성공하는 경우도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 시대는 자국의 정부이던 국제기구의 공표이던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통계와 숫자에 대한 세심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본서와 같은 통계와 숫자에 대한 저작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본서 [숫자에 속지 않고 숫자 읽는 법] 외에도 [위험한 숫자들],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 [다크 데이터] 등이 통계의 오류와 호도, 거짓에 대한 눈을 밝혀주는 책일 것이다.  본서 보다 [다크 데이터] 라는 책을 앞서 읽었는데, 두 권 다 통계나 수학과는 거리가 먼 나 같은 사람에게는 주제에 대한 관심을 독해력이 따라가 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본서는 전문적인 정보는 박스에 담아 매 장 마다 분리해 다루며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기도 한데, 굳이 안읽을 정도로 어렵게 서술하고 있지는 않다. 

 

필자의 재치와 어려운 개념을 쉽게 전하는 문장력이 책 전체를 평이하고 읽기 쉽도록 서술하고 있다. 다만 서술이 너무도 평이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저자 나름대로는 일상에서나 대중적인 이슈에서 사례를 찾기도 하고 전문적이지만 관심이 갈수 있는 의학 사례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책에 대한 관심이 전문적인 이야기를 쉽게 전달해 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각 주제로 지속되지 않는 느낌이다. 정치, 범죄, 의료, 사망, 경제지수, 파산과 회생,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사례 등이 좀더 강렬하고 자극적으로 주어졌다면 인상 깊은 통계 오류 저작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과학분야에서 우연히 일어날 확률인 P값을 0.05 이하로 제어하려는 p해킹을 해서 논문 등의 신뢰성을 조작해 내는 사례나 생존자 편향의 예로 든 세계대전 시기의 전투기에 갑피를 덧댄 사례는 인상 깊을만 했는데, 이미 [다크 데이터]라는 저작을 통해 접했었기에 본서만의 특징으로 기억에 남는 문장이 적은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저자는 p값과 충돌편향(이상한 결과를 던져 넣어 상관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거나 가상의 상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 기자들이 일반적으로 저지르는 통계실수의 대표적인 경우라고 말하고 있다. 나로서는 통계와 숫자에 대해 관심을 가장 많이 갖는 사람들은 학술서나 전문 연구 결과에서의 오류를 알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정부 발표와 경제지수, 기업공개 등에서의 호도들이 있는가가 더 관심이 있어서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러한 사례들만 골라서 피해가며 서술하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정부나 사회에 굉장히 애착이 깊던가 저자가 사는 국가에서는 그런 분야에서 오히려 가짜뉴스가 적기 때문에 그런 분야에 대한 문제의식이 본서에서 크게 담겨 있지 않은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본서의 내용만으로는 저자가 극보수이고 현재 영국의 보리스 총리가 보수당 출신인데다 12년이 되도록 보수당에서 총리들이 연이어 정권을 잡다보니 정당의 정책이나 발표에 만족해서 딱히 정부 발표에 통계조작 등에 대한 사례는 등장하지 않고 있는가 싶기도 했다. 물론 영국이 의외로 정치적인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여서 마음껏 정부 사례를 들 수 없어서일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저자가 극보수일 거라는 의혹이 든 이유는 저자가 예를 든 자폐스펙트럼을 겪는 아이들의 뇌에서 고농도의 알루미늄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언급하며 대뜸 그런 뉴스는 백신에 대한 반발만을 불러올뿐이라며 분노하는 대목에서 였다. 백신에 알루미늄 성분이 있다는 이유로 자녀의 백신 접종을 꺼리는 사례가 늘어난데 대해 저자는 자폐 상태의 뇌에서 고농도의 알루미늄이 발견되었다는 연구에 대해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 연구가 백신 접종률을 낮추고자 기획된 연구라는 근거도 없고 연구 내용만 보면 충분히 유의미한 연구이고 연구 결과가 그렇다면 백신에서 알루미늄 첨가제를 제거하는 방법을 찾으려 하는 게 맞을 텐데도 말이다. 학자들의 아집이 더 가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서의 주제와 관점은 충분히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제 또 누구나 관심을 가져본 주제이기도 할 것이다. 통계의 조작 방식과 통계의 집요한 오류를 읽어내는 눈은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할 것이기에 통계 관련 저작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에게 절대적인 필독서와도 같을 수 있다. 같은 주제의 책들이 다양히 출간되어있으니 비교해가며 두루 읽어보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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