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스토리 - 인생의 무기가 되는
킨드라 홀 지음, 이은경 옮김 / 윌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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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생에 대한 스토리와 그에 대한 해석이 삶에 대한 감상뿐 아니라 삶의 의미 부여나 선택의 기로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늘 체감하며 살아왔습니다. 누구나 한 사람으로서 자기 삶에 대한 자긍심과 애석함, 감사와 절망, 기억과 통탄이 교차할 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균형이 무너지는 감상(해석)에 이르면 더이상 다시 감사의 마음을 가지며 살아갈 수는 없게 됩니다. 그리고 도덕적 선택의 기로에서 항상 긍정적 선택만을 하지는 않게 되기도 합니다.


본서의 저자는 그런 부정적 삶의 해석을 다시 긍정적으로 바꾸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기에 꼭 들어보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 내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재구조화하고 내면의 부정성을 날려버릴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응모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이 책과의 만남이 아니었다면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를 놓쳤더라면 어쩔뻔 했나 하는 안도와 다행스러움을 아니 안도와 다행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다 형언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을 느꼈습니다.


저자는 '스토리가 실제로 여러분의 인생이 된다' 고 '우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스토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결코 우리가 살아온 인생이 우리의 이야기라고만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내면을 지배하는 생에 대한 해석이 우리의 감상과 반응 그리고 선택과 행동을 낳는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뇌과학의 차원에서 어떻게 우리의 뇌가 스토리에 통제 받고 있는지를 짧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우리 자신에게 들려주는 스토리가 되고, 

우리가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도록 이끈다.


스토리는 뇌를 뒤집어엎고, 뇌에 완전히 스며드는 능력이 있다. 또한 스토리가 뇌를 완전히 포위하면 우리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토리는 생각을 현실로, 허구를 사실로, 미래를 현재로 바꿀 수 있다.


저자는 우리를 지배하는, 우리의 미래까지 제어하는 이 '이야기'라는 것이 결코 이로운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님을 주지시킵니다. '셀프스토리는 계속 이어지는 자기충족적 예언'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전부 이롭기만 한 것이 아님'을 지적합니다. 


진화심리학적인 견지에서 우리가 선조들의 자신을 보호하려던 본능인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인식해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크던 상황에서의 반응들이 몸에 배여 '부정 편향'을 보이고 있다는 걸 지적합니다. 자신의 생을 구축한 이야기들 중 부정적인 내용에 연연하며 도전과 가능성을 막아서고 있는 것도 자신이 만들어 지닌 '셀프스토리' 때문인 것을 자각하고 그것을 제어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합니다.


 매혹적인 스토리는 우리 마음을 유혹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까지도 변화시킨다.


"스토리는 뇌를 자극하고 우리가 살면서 행동하는 방식마저 바꾼다."


여태껏 스스로에게 들려줬던 스토리들이 

지금 있는 곳으로 나를 인도해줬다. 

만약, 다른 곳을 꿈꾼다면, 지금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스토리를 바꿔야 한다. 내 안의 다른 스토리를 골라야 한다.


셀프스토리는 태생적으로(진화도 한몫 거들었다) 잠재의식 수준에 존재하고, 쉽게 촉발하며, 자동적으로 작동하고, 또한 습관이다. 


셀프스토리를 무모하게 내버려두면 쥐가 차량 전선을 씹어 먹는 것처럼 인생의 도관, 행복과 통제감, 전반적인 인생의 성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를 통제하고 있는 이 셀프스토리를 '포착'하고 '분석'하고 대체할 새로운 셀프스토리를 '선택'하고 '설치'하여 새로운 인생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통찰을 담은 이 책 속에는 그녀 자신과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 자녀의 일화들과 함께 셀프스토리의 문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성취한 이들의 일화들이 이어집니다. 그녀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다보면 나 또한 나를 좌절과 절망으로 몰아넣던 스토리와 그 모든 이야기들을 헛헛하게 만든 실상을 알게 된 이후, 그 이후 삶에 냉소적이게 되어버린 나 자신의 스토리도 다시 생기를 찾게 만들 수 있으리라는 감상을 갖게 합니다.


여러분의 뇌는 여러분이 내버려두는 한 

스토리를 계속해서 반복 재생할 것이다.


스스로에게 어떤 스토리를 들려줄지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반응을 바꿀 수 있고, 그 반응이 결과를 바꾼다. 

이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인생이 완전히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저는 생의 괴로움이 저를 더이상 대중을 위해 행동하지 않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해서 다시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야 할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기도 체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행동하지 않는 것은 원인에 따른 결과인 것인가, 전도되어 버린 의미찾기의 실패 때문인가를 늘 생각해왔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말을 듣고서야 다시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내면의 이야기들에 대한 해석을 달리 함으로써 삶의 의미 찾기라는 여정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으리라고 말입니다.


발목을 잡는 것은 행동이 아니다. 

그 행동을 하기 전에 이미 스스로에게 말하는 숨은 스토리다.

우리는 같은 스토리를 반복하면서 같은 일을 하고 언제나처럼 같은 결과를 얻는다.


우리가 인식하는 스토리 역시 사실은 훨씬 더 큰 스토리의 일부에 불과하다...


사실 아직은 확신과 불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심정이긴 합니다. 그런데도 더 놓을 수 없는 건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가 어떻게 더 큰 이야기 속에 뛰어들어 하나 되는지가 너무도 궁금해진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다시 회의와 방황에 빠져 의미 찾기의 여정에서 뒷걸음 칠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 나는 더 큰 스토리가 무얼지 너무도 궁금하다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히든 스토리라는 본서는 저자에 대한 배경지식도 없이 그저 짧은 본서의 카피가 인상 깊어 호기심이 더 커지고 의문이 깊어져 선택하게 됐습니다. 아니 서평단 응모를 통해 만나게 된 책이니 그보다는 책이 저를 선택했다는 말이 맞겠지요. 저자의 속삭임과 책의 선택이 지금의 저의 감상에서 더 나아가, 제게 더 큰 이야기의 흐름에 합류할 의지를 안겨주기를 깊이 기대합니다. 여러분들에게도 그런 전환점이 되는 책일 수 있다고 말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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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으면 아프다 - 뇌가 사랑 없는 행위를 인식할 때 우리에게 생기는 일들
게랄트 휘터 지음, 이지윤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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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에서 시작된 독서였다. 뇌과학과 신경과학을 기반한 저작이라는 것은 알았으나 달콤한 제목 때문에 이성 간의 사랑이랄까, 관계적인 사랑을 이야기 하는줄만 알았다.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내용이리라 믿고 책을 들었으나 서로만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내용이다. 저자에 대해서는 책 소개글을 보시면 충분히 알려주고 있으니 재삼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저작의 내용을 짧게 설명한 감상만을 남기려 한다.

 

저자는 인체는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려는 일관성이 있고 병이 나면 원래 상태로 회복하게 하는 자연치유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일관성과 자연치유력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그것이 제기능을 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자기존중을 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랑없음'이란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사랑없음'이란 표현은 해당 의미를 지닌 독일어 'Liblosigkeit (리브로시히카이트)'를 번역하는 과정에 한국어에서 없는 표현이다보니 의역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태어나기 전부터와 태어나면서부터 인체와 정신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뇌의 상위 차원에서 부터 기본설정을 이룬다고 한다. 그것을 깨는 것은 양육자의 태도와 세상의 사회적 요구들이 인간의 욕구를 억제하도록 하는데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인정 받으려는 바람과 성취하고자 하는 욕망이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인 사랑 받고자 하는 욕구, 사랑하고자 하는 욕구를 비롯해 수면욕과 식욕, 성욕 등의 가장 근본적인 것들을 억압하도록 만든다고 하며, 이런 욕구들을 억압하는 과정이 이제 하나의 패턴이 되어 재설정되면서 인간에게 질병과 통증을 불러온다는 것이 저자의 상식적인 주장이다. 

 

물론 무위자연이나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말들이 옛 성인들의 말씀으로 남아 우리에겐 하나의 상식으로 익히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하지만 그 상식을 현대의 신경과학과 뇌과학으로 근거해 하는 발언이라 새롭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저자는 사랑하고자 하는 욕구, 사랑 받고자 하는 욕구를 양육자의 태도와 사회적 요구로 인해 억압하고 사랑없음이 기본설정인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을 지적한다. 이런 사랑없음에서 벗어나 자기를 존중하는 상태 즉 자기를 사랑하는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질병에서 벗어나 일관성과 자연치유력을 회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저자의 설명은 너무도 명료하고 삶과 생존에 있어 근본적인 가르침이라 읽다보니 영성 저작을 읽고 있는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우리는 우리를 병들게 하는 삶의 방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고 현재를 살아가는 누구나의 기본적인 삶에 대한 태도처럼 인식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부모의 손길을 따라 또 부모에게 사랑 받는 길을 찾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배우게 되고 일상을 대하는 태도마저 부모와 학교의 요구에 의해서 배워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습성화 하는 과정을 거쳐 사회화 되었다며 이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페르소나를 자신의 본래 얼굴로 착각하게 된 것이 아픔의 이유인 것이다. 그러니 몸의 질병이던 마음의 질병이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회복하고 나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타인에게도 아픔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마도 저자의 말마따나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타인에게도 아픔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다른 아이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사람들... 누군가의 아이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람들은 그들 역시 아픈 사람들임을 말이다. 

 

아픈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응징이나 처벌이 아니라 치료이고 치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 치유의 시작은 누구에게나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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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 -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관계를 치유하는 시간
황즈잉 지음, 진실희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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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면 아이를 치유하고 내 아이는 외로운 어른으로 만들지 않고자 한다면 필독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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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 -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관계를 치유하는 시간
황즈잉 지음, 진실희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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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온 패턴을 알아차리면 그때부터 변화가 일어난다"


'대인 과정이론에서 개인의 특질이나 개성, 인격은 관계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달한다고 보며, 대처 전략을 조정하면 운명을 바꾸고 대인 관계의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변화의 열쇠는 굳어진 대처 전략을 알아차리는 것... 늘 같은 유형의 인간관계에서 좌절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알아차림의 시작이다.'


"... 우리는 가정 안에서 자기 역할을 설정하고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특정 생존 전략을 끊임없이 반복 사용한다."


"어른이 된 당신은 자신의 대인 관계 패턴을 인지할 수 있고 타인이 자신을 그 패턴대로 대하도록 내버려 뒀다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책에서 나는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이 서로를 끌어당긴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우리는 상대방에게 불평하는 동시에 관여하고 있으며 자신을 그렇게 대하도록 단련시키고 있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 이유는 지나치게 경험에 의존해 상대방의 반응을 예측하기 때문이다. 상상 속의 전략을 반복해서 되풀이하다 보니 원치 않는 역할을 또다시 맡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내게 상처를 줄 수 있느냐?"라고 원망할 때는 반드시 스스로 그 상처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직면해야 한다."


"자신의 대인 관계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알아차리고 같은 선택을 반복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인생에서 반복되는 드라마와 패턴을 발견한 사람들은 자기 몫을 기꺼이 책임지려고 한다. 


"변화는 자신에게 몰두할 때 조용히 일어난다.


여기까지가 추천의 글과 서문에서 인용한 본서의 특징과 주제이다. 흔히 말하는 내면아이를 치유하는 방식을 다룬 많은 저작들이 그렇듯 본서도 문제의 인식을 치유의 시작으로 본다. 내면아이의 상처를 트라우마라는 관점에서 다룬 많은 저작들이 있는데 본서는 대인 과정이론이라는 심리학 이론을 다룬 저작으로서는 처음 대하는 책이었다. 


본서가 현재의 문제는 어린시절에 있다고 해석하도록 인도하는 제목을 갖은 것은 보호자의 양육 방식과 부모와 본인 사이의 애착 관계 유형이 인간의 정서적 관계적 특질을 이루는 압도적인 힘을 인식하기에 그런 것이리라 판단된다.


보호자의 양육 방식을 통해 아이는 세계관이 형성된다. 세계를 대하는 방식뿐만이 아니라 자존감이랄까 자기인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저자가 말하듯 어린시절에는 어른들이 자신을 대하는 방식을 통해 생존의 길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세계를 살만한 안전한 곳으로 인식할지 투쟁하고 쟁취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할지 불안하고 위험하니 회피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할지가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하게 만드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는지는 모두 영유아 시절의 경험과 해석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영유아 시기의 아이의 자극에 대한 반응이 각기 다 다르다고 할지라도 자극원이 전혀 달랐다면 그 아이는 전혀 다른 반응양식을 가지고 자라났을 것이다. 그렇게 자극원이 달랐다면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되었을 것이다.  


저자와 관련 분야 심리학자들뿐만이 아니라 대체의 거의 모든 심리학자들은 인간관계는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니 아이들의 경험도 결국에는 아이들의 영향력이 작용하는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결국에는 씨크릿이나 마음의 힘을 논하는 저작들에서처럼 끌어당김의 법칙과 그다지 다를 바 없는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다. 본서에서도 자신이 끌어들인다는 표현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절반의 진실이고 다른 절반에 있어서는 유사 진실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아 성폭행을 당하는 아기가 그런 현실을 끌어당기고 그런 가해자를 끌어당겼다는 것인가? 아동이 지속적인 폭력을 당하다 맞아 죽었다면 맞아 죽을 짓을 했으니 그렇게 됐다는 말인가? 성인의 현실이라고 해도 급진 이슬람 폭력단체가 습격하고 공략한 지역에서 성노예가 되어버린 여자들이나 내 딸은 안된다며 맞서다 죽어간 가족들이 그런 상황을 끌어당기고 그런 가해자들을 끌어들였다는 말인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집단 학살을 당하거나 참수 당하는 사람이 정말 그런 현실을 끌어당기고 그 사람들을 끌어들였다고 생각하는가 말이다. 먼 이슬람 지역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에서 자기 집에 쉬다가 침입자에게 강강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사람들 그 어느 누구도 그런 현실을 끌어당기지도 그런 사람들을 끌어들이지도 않았다. 


인간은 어떠한 경우에도 통제권이 자신에게 있었다고 내가 잘 대처했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권한이 자기에게 있었다고 합리화할 수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는 듯하다. 자신에게 전혀 아무런 통제권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 극도의 거부감을 느끼고 저항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었던 상황도 존재한다.


아이의 숨소리만 들려도 시끄럽다면서 위협하고 언제 폭행할지 알 수 없는 아버지와 단둘이 한 공간에 있는 아이가 무슨 맞을 짓을 할 수 있을까? 아이도 이쁜 짓을 한다며 다 제 할 탓이라는 부모들도 있다지만 어느 아이든 자폐스펙트럼만 아니라면 부모의 환심을 살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미운 짓을 하는 아이 역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부모의 무관심을 받느니 꾸지람이라도 들으며 관심을 받아보려는 심리가 있다는 말이다. 저자 역시도 나쁜 아이가 무시당하는 아이보다 낫다고 진단하고 있다. 나쁜 아이라는 것도 아이의 생존 전략의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맞다가 죽을 지경이 되는 아이들은 그런 생존 전략을 선택할리 없다. 관심과 무관심의 문제를 떠나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폭력 속에서 폭력을 불러오는 전략을 선택할 아이는 없다는 말이다. 모든 것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다. 지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기 위해 아이에게 정신적 폭력과 물리적 폭력을 선택하는 인간을 아이가 맞을 짓을 했을 거라며 이해하겠다는 인간들은 단 한 번도 생존의 위협을 경험해본 적 없는 이들일 것이다. 


본서에서는 많은 주제와 관점들을 이론적 바탕 위에서 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론들을 전하는 종결 대목에 원가족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그를 통해 갖게 되는 습관이 어떤 특질을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질은 또 다른 상호관계 속에서 때론 문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 특질, 관계에서의 특징을 인식하고 새로운 특질을 형성하면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양육자들의 양육 방식과 그들과 자신 사이의 애착 관계에서 갖게 되는 것이지만 그것이 자라 문제가 되면 스스로 풀어나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쉽게 들리지만 사실문제 해결의 실마리 정도가 아닌가 한다. 이 내면 아이의 문제가 실마리만 있으면 쉽게 풀리는 문제였다면 사회가 안고 있는 그 수많은 난제들은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유교 가르침인 군군 신신 부부 자자 君君 臣臣 父父 子子를 논하며 이러한 위계질서 속에서 자녀는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며 정서적 안정감을 찾는다고 말하고 있다. 동양에서는 누구에게나 청소년 시절부터 상식인 그대로 결국에는 부모가 부모 다울 때라야 자식이 자식 다운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정서적으로 결핍된 부모에게서 오히려 안정적인 든든한 자녀로 자라나는 역기능이 일어나는 경우도 물론 없지는 않으나 부모가 정서적인 안정성을 갖고 관계적으로 원활할 때 자녀에게서 그 순기능을 바랄 수 있는 것이다.


본서는 자신의 내면아이를 치유하는 데도 물론 유용하겠지만 자신의 문제를 세습하고 싶지 않은 부모들에게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저작이 아닌가 싶다. 중반부터 자잘한 오탈자가 지속적으로 출현해 거슬릴 때가 있지만 그건 중쇄를 하며 교정하리라 본다. 저작 자체만의 가치를 논하자면 소장하고 거듭 보는 것이 상당히 유익하리라 생각되는 책이다.


본서에 등장하는 31가지 사례 속에서 자신의 유형을 거듭 찾게 되는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밑줄을 그으며 읽어도 좋을 것이다. 자신의 내면 아이를 치유하고 자신의 자녀에게 부정적 특질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 몇 번이고 읽어봐도 좋을 책이라고 권하고 싶다.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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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이상한 생각이 달라붙어요 - 강박이라는 늪에서 탈출하기
샐리 M. 윈스턴.마틴 N. 세이프 지음, 정지인 옮김 / 교양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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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거듭 일어나 불편하고 동요하고 연연하고 괴롭게 하는 생각들을 저자는 침투하는 생각이라 정의한다.

저자의 해결책의 핵심은 침투하는 생각에 동요하지 말고 없애려고 애를 쓰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허용하라는 것이다.

없애려 애쓰는 그 노력 자체가 노력의 역설을 불러와 더욱 침투하는 생각이 집요하게 자신을 괴롭히게 된다고 하니 말이다.


저자는 침투하는 생각을 중단하는데 3가지 방해 요인으로 ①끈적끈적한 마음과, ②노력의 역설, ③얽힘을 들고 있다.

끈적끈적한 마음이라는 것은 그 말 자체에서 연상되듯 우울하거나 감상적이 되거나 무언가가 자꾸만 연상되는 그런 상태를 이야기한다.

노력의 역설은 무언가를 해내려고 할수록 그 일의 성취와는 멀어지거나 더 노력하는 날 더 지지부진할 때를 이야기한다.

얽힘은 해당 내용에 연연해 내적 대화를 이어가게 되는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다.

더 설명할 것도 없이 이런 상태가 어떻게 더 침투하는 생각을 불러오는지는 충분히 생각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괴로움을 줄이는 방법을 6단계로 제시한다.

①알아차리기

②그냥 생각일 뿐

③수용과 허용

④휘말리지 않고 그냥 느끼기

⑤시간 흘려보내기

⑥하던 일 계속하기


설명이 필요 없는 밥법들이다. 핵심은 있는 그대로 그냥 받아들이고 지나가게 두라는 것이다.

무언가를 없애려고 애를 쓰다 보면 에너지가 그 대상에 더욱 집중되어 노력의 역설을 불러오니

수용하고 허용해버리고 그냥 흘러가게 두라는 것이다.


다만 본서의 마지막에서는 그냥 침투하는 생각과는 달리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예를 들고 있는데

첫째로는 자기 파괴적인 충동이나 자살 충동이 그저 침투하는 생각이 아닌 경우다. 

자해하고 자살하는 생각만 드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경우까지 간다면 

이때는 전문의와의 상담이 꼭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타인에 대한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두 번째로는 소아성애를 떠올리게 되는 경우만이 아니라 그에 대한 영상을 시청하거나 

그런 성적 욕망을 충족하려는 마음이 일어나는 경우도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단지 절망 어린 분위기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절망감에 빠져버렸을 때 역시 마찬가지다.


네 번째는 침투하는 생각이 아닌 급속 사고 racing thoughts(질주하듯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생각)의 경우이다. 

급속 사고는 우울증이나 양극성 장애, 특정한 의학적 질병과 관련된 초조의 한 증상이라고 한다.

이것은 보통 한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건너뛴다는 특징이 있고 한 생각을 채 끝내기도 전에 다른 생각이 닥쳐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초조 agitation는 거의 항상 다른 증상과 함께 일어난다고 하는데,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무쾌감증과

새벽 일찍 잠이 깨는 증상 등이 동반된다고 한다.

그 외에도 식욕, 섹스, 평범한 일상에서 상당히 큰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한다.

쉽게 짜증이 나고, 집중하기 몹시 어려우며, 도저히 긴장을 풀 수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데 유머 감각에도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침투하는 생각으로 괴로움을 느끼는 분들에게 유익할 책이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초조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듣고 보면 

책을 처음 펼쳐들었을 때는 침투하는 생각이라 단정 지었던 것이 초조에 해당하는 증상이었구나 판단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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