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네이딘 버크 해리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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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뷰에서 자란 아이들이 마리나 디스트릭트에서 자란 아이들에 비해

폐렴에 걸릴 확률은 2.5

천식에 걸릴 확률은 6

성장후 통제할 수 없는 당뇨를 앓을 확률은 12배 더 높다. P 38

 

베이뷰 아이들이 로럴 하이츠 아이들에 비해 기대 수명이 12년 더 짧다. P48

 

위탁 양육 아동 117명과 학대 당한 경험이 없는 저소득층 아동 60명의 코르티솔 수준 분석

  • 가정 아이들이 학대 경험 없는 아이들에 비해 코르티솔 수준이 조절 가능한 상태를 벗어나 있었다. P114~P115

 

ACE 지수가 4점 이상인 환자들의 경우

과체중 또는 비만일 가능성이 2

학습 및 행동 문제 진단받을 가능성이 32.6P126

 

ACE 지수가 4점 이상인 사람은 0점인 사람에 비해

흡연 가능성이 2.5

알코올 의존 가능성이 5.5

정맥 주입 마약 사용 가능성이 10

 

ACE 지수가 0점인 사람들보다 6점 이상인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20년이나 짧다. P128

 

나치 강제 수용소를 탈출한 난민들 가운데 갑상샘 기능항진증 환자가 많았다는 데이터가 잇다고 하는데 실제로 큰 전쟁 중 갑상샘 기능항진증 발병이 증가했다고 한다. 그래서 크릭스-바제도라는 용어도 만들어졌는데 그 말은 전쟁시 갑상샘 기능항진증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동기의 트라우마를 겪는 아이들은 그레이브스병이라는 갑상샘 호르몬이 과다분비를 과다하게 자극하는 자가면역질환이 걸릴 위험이 높다고 한다.

 

교란된 스트레스 반응은 신경계만이 아니라 면역계, 호르몬계, 심혈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P137

 

편도체는 만성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반복적으로 작동하면 과도하게 활성화 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자극에 과장된 반응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루마니아의 고아원에서 심하게 학대당한 아이들의 MRI 연구를 실시한 결과, 그들의 편도체가 몹시 비대해져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편도체가 만성적 또는 반복적으로 활성화될 때 일어나는 또 다른 결과는 무서운 일인지 무섭지 않은 일인지 예측하는 능력이 망가지는 것이라고 한다.

P140에서 인용

 

청반이 조절장애 상태가 되면 노르아드레날린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불안과 흥분, 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경계 상태가 완화되지 않게 하는 호르몬이 과도하게 방출되어 수면-각성 주기를 심하게 망쳐 놓는다고 한다. P140

 

성장 호르몬, 성호르몬, 갑상샘 호르몬, 혈당조절 인슐린 등은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동안 대체로 양이 감소하며 이상 상태가 된다. P145

 

스트레스 반응 조절 장애가 생기면 면역과 염증 반응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데, 이는 면역계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요소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면역계에서 감기와 결핵과 특정 종양들을 퇴치하는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P149

 

세종류 이상의 생애 초기 스트레스에 노출된 아이들은 코르티솔 수치가 증가하며 상기도 감염(감기), 위장염(위장 독감 stomach flu) 등 기타 바이러스 감염에 더욱 취약하다... P149

 

뉴질랜드 더니든의 연구자들: 염증 수치 변화 측정을 30년에 걸쳐 1000명의 사람들을 추적

  • 학대를 당한 이들의 네가지 염증 지표가 무려 20년이 지난 후에도 학대받지 않앗던 이들보다 훨씬 높았다.
  • 불행이 한사람의 평생에 걸쳐 면역계의 발달과 조절에 해를 입힌다...

 

게다가 아동기 트라우마는 후성유전적 조절에도 영향을 미쳐 DNA메틸화를 불러오고 히스톤 변형을 야기 유전적인 손상까지 불러온다. P167~168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텔로미어는 대조군에 비해 더 짧은데 흥미로운 점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어도 아동기 초기에 부정적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대체로 텔로미어가 짧지 않은 경향을 보인다. P176

 

여기까지 아동기 초기의 경험이 인간을 망치는 과정을 본서에서 인용했는데 그것도 뇌의 경우 너무 많이 인용해야 할 내용이 과다해서 다 옮겨적는 걸 포기하고 일부만 적었다.

아동기 초기의 부정적 경험, 저자가 유독성 스트레스라고 표현한 경험들을 하게 되는 경우 그 당시에도 각종 질병과 뇌 손상, 병리적인 이상 심리를 겪게 되고 성장한 이후에도 유전적 손상과 암 발병률을 높이고 수명도 보통 사람들 보다 20년이 짧아진다는 것이 지금까지 연구 결과이다.

 

이 통계의 초기에는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의 아이들의 차이로 출발했으나 이제는 부유층 자녀들의 아동기 트라우마도 그 아이가 자라난 이후까지 평생을 따라가는 손상을 초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손상을 입은 아이들은 폭력, 가정폭력 등의 범죄와 비리, 마약 등 반사회적인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아동기의 피해는 연쇄적인 사회적인 손실과 비용을 초래한다.

 

저자는 트라우마는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전해지면서 사회의 DNA에도 새겨진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서도 묻지마 칼부림이 일어나고 있고 미국에서도 총기난사등이 잇따르고 있다. 정권에서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나 사형제 부활 등으로 대응하려 하는데 살해되는 피해자들이 나오고 나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라는 것을 대처라고 하면 뭐할 것인가 하는 생각만 들뿐이다. 일반화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어찌 보면 그들은 피해자가 가해자로 자라난 사례들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피해를 막아주지 못한 정부가 이젠 가해자가 된 그들은 강력 처벌하겠다는 것도 어디쯤엔가에선 모순이 있기도 한 것 같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나서 처벌하려는 것도 우습고 그 과정에서 각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른 피해자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도 모순된다. 그 피해아동들 중 몇몇은 다시 가해자로 성장할 테니 말이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면 처벌하겠다는 대응이 아니라 애초에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는 대응이 최적의 대응이 아닌가 한다. 위의 사례들을 보았다시피 아동기 트라우마는 한 인간을 총체적으로 망쳐 놓는다. 죽음에 더 빨리 이르게도 만들고 말이다.

 

그러니 가해자를 처벌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가해자가 되기 전에 치유토록 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는 말이다. 힘으로 권위로 권력으로 내리누르는 정치가 아니라 우리의 이웃을 이 나라의 주권자들을 한 사람이라도 치유케 하는 치유의 정치가 되었으면 싶다.

 

저자는 아동기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6가지 처방을 내놓기도 하는데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다. ‘수면, 운동, 영양, 마음챙김, 정신 건강, 건강한 관계고작 이 6가지를 인간적으로 처우 받을 수 있는가에 피해아동들의 치유 여부가 달린 것이다. 이것도 못 보장하는 정부에서라면 고작 고통이 낭자한 아동들이 자라나도록 방치했다가 범죄자가 되면 응징하겠다는 사회라면 그 사회가 존속할 가치가 있는 사회인지도 의심스럽다. 살인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은 살인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고 살인이 일어나지 않게 할 효과적인 대응은 살인할 마음이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상처받는 아이들과 상처받은 어른을 방치하지 않을 때 진정으로 범죄와의 전쟁이 효과를 발하게 되는 거라 생각한다. 범죄와의 전쟁이 효과적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


#모든피해자가모두가해자가되는것은아니다 #모든가해자가모두피해자인것도아니다 #그러나피해자가양산되는모든가능성은고려되고차단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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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법칙 (리커버)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51가지 심리학
폴커 키츠.마누엘 투쉬 지음, 김희상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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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한 때 반응이 무척이나 좋아 

언젠가 한 번 읽어봐야지 생각하다가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51가지 심리법칙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대부분 다른 심리학 대중서들을 통해 익히 읽어본 내용이지만 

아는 대목도 다시 새겨보고 잊은 부분을 재인식하는 기회가 되었다.


아주 많은 심리법칙들이 등장하기에 모두 언급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인상적인 대목만 보자면 


얼마 전 [코로나 3년의 진실]이란 책의 리뷰에 대한 사람들 반응이 떠올랐다. 


그 책을 리뷰하며 책의 내용을 요약할까도 싶었지만 

책의 미국 출간 연도를 고려하면 그사이 내가 올린 포스팅들 내용이 

훨씬 최신 내용이라 리뷰는 간략히 하고 내 포스팅들을 클릭해 볼 수 있게 두었다. 


타 블로그에선 포스팅을 클릭해 확인하기 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로나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그 동안 호들갑인 이들이 있었다는 투의 반응이었다. 


그사이 분명 한국 사망 증가율 자료와 미국 근로자 보험자 사망 증가율 자료, 

전 세계 스포츠인들 돌연사 급증 자료 등을 지속적으로 포스팅했는데도 

그에 대한 대중적 인식도 경각심도 부족해 보였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대표성 휴리스틱'의 문제가 심해 보였다.

확실한 증거인 통계 자료보다 자신의 선입견과 

대중적 상식이라는 이름의 편향에 더 치중해 판단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이 편향되었을 수 있는데도 '바이어스 블라인드 스팟'을 인식 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들은 아마도 이 책에서도 언급된 에픽테토스의 

'불안은 사물이나 대상에 있지 않고 그대 내면에 있다'는 말을 들며 대응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인지 부조화'이기도 하다. 

분명 주변에 사망자들을 속속 목격하고 부작용 환자들이 즐비한데도 

주위를 보면서도 사실에는 눈감고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인식하려 하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을 부정하고 인식하고 싶은 대로 인식하면 

한시적으로야 불안을 떨칠 수 있고 안정을 찾을 수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인식조차 하기 싫어할 때 

이후의 결과는 어찌 할 것인지 묻고 싶기도 하다. 


사람들의 심리는 자신은 하라는 대로 했지만 살아남았고 

백신패스를 거치며 회사에 남아 생계도 유지했으니 

죽어간 사람들과 부작용 환자들에 대해서는 

소소한 부작용은 있는 거라며 위안하고 싶어하는 것이라 본다. 


이미 언급한 국내 사망 증가율 통계와 미국 근로자 보험자 사망 증가율 통계 등이 

이 사안이 결코 소소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증거하는 대도 말이다. 


이들은 매스미디어가 나서기 전에는 좀비처럼 

자신의 뇌를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예비된 팬데믹은 다시 올 거고 

그때의 규모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것이다. 

안일함과 무시만으로 대응했다가는 다음에 어떻게 될 것인가 의문만 든다. 


물론 하라는 대로 해도 살아남을 운명인 소수는 살아있을 테지만 

과연 "나는 결코 죽지 않을 테니 하라는 대로 할 것이다"라는 작심만으로 생존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아이가 연못에 빠질 때 구하는 심정은 

'공감'이 아니라 '연민'에 기반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절체절명의 대상에게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고작 연민만이 아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로서 느끼는 심정과 함께 내가 저런 상황일 때 

느낄 수 있는 정서들이 복합 되어 나타난다. 


수직 정서인 연민만으로는 죽음을 앞두거나 죽은 이로 인한  

심정과 대응은 미흡할 수 있다. 그가 처한 상황에 내가 처한다면이라는 

수평 정서인 공감이 결여된다면 적절한 대응이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만 아니면 돼!"라던가 '나는 피해가고 다른 사람들만 대상이 되는 죽음'이라는 

안도감에 기인한 배부른 연민만으로는 앞으로의 상황에 적절한 대응은 어려울 것이다. 


대중은 분명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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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와 탈세뇌 - 마음을 조종하는 사람들 마인드해킹 시리즈 2
Dr.Z 지음 / 성숙한삶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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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궁금했던 이유는 행동경제학서를 읽으며 들었던 대중심리통제의 대상이 되는 데 대한 거부감과 사회공학기술 관련 저작인 [휴먼 해킹]을 읽으며 들었던 경각심이 한데 어우러져서였다. 이 책의 내용을 알기 전부터 책 제목만인 [세뇌와 탈세뇌]만으로도 대중심리통제와 최면적인 통제의 정점이랄 수 있는 세뇌와 그로부터 벗어나는 탈세뇌를 다루고 있기에 너무나 관심이 갔다.

 

본서를 읽으면서는 본서에서 이야기하는 세뇌와 탈세뇌의 과정이 일반적인 호감을 갖게 되는 과정이나 사랑에 대한 정의나 그 성향이 같아 우선 놀랐고 무엇보다 트라우마 상태를 묘사하는 듯한 세뇌의 과정에 다시 한번 놀랐다. 인간의 일상에서 흔한 경우가 세뇌와 똑같은 형태와 작용이라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가 세뇌의 과정을 묘사하기 위해 서술하는 용어들은 일반적인 일상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기도 하지만 저자가 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기에 용어의 압박은 없다. 탈세뇌도 세뇌를 무력화하는 특별한 방식이 있을 거라고 여겼는데, 세뇌당한 이에게 다시 한번 다른 각도의 세뇌를 해주는 게 탈세뇌라는 것도 약간 충격적이었다.

 

호메오스타시스(항상성으로 의역할 수 있을 내적 안정성과 일관성)를 동요시키고 자아 게슈탈트(자의식이랄 수 있을 자아의 총체)를 깨뜨리고 앵커(작용 가능할 또는 자극으로 기능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암시)를 심고 트리거(암시를 시행하게 할 특정 역할을 하는 대상)로 상대를 좌우 할 수 있는 것이 세뇌의 체계인데 이건 너무 단순화한 것이고 자세한 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간단 요약하기에는 그 기전이 다소 복잡하다.

 

자신의 호메오스타시스를 확고히 하고 자아 게슈탈트에 영향을 주는 대상이 무언지 자각하며 살아가는 게 세뇌를 당하지 않고 대중심리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 기본이라는 걸 알았다. 세뇌의 과정을 알아두는 편이 그 대상이 되지 않는 길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일상의 대부분이 이러한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늘 모든 상황에서 이건 세뇌야!”라고 경계만 하는 것도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트라우마나 원치 않는 습관 등의 내적 문제들을 이 과정을 통해 깨닫고 벗어날 수도 있는 문제지만 사랑도 최면이라며 하지 않을 작정이라거나, 또 타당한 주장에 대한 반응으로 넌 날 세뇌하고 있어라고 과민한 반응을 보이려 작정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알고 보면 대화와 몰입, 수긍하는 경우의 대부분이 최면이나 세뇌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걸 알아도 몰라도 문제라는 생각이 조금은 들지만 모르는 약보다는 아는 힘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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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방어 심리학
커커 지음, 채경훈 옮김 / 카시오페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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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에서 이르는 방어기제에 대해 본서에서 이르듯 부정적인 편견은 없었다. 다만 방어기제란 자기의 심적 안정과 심리적 정상화를 위해 자연적으로 발현되는 것으로만 생각해서 저자처럼 그걸 자신에게 유익하게 의도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하지 못했었다. 돌아보면 사고가 다소 경직되어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자연적으로 발현되는 것이더라도 어떠한 작용이 나에게 유익을 미치는지 자각하고 인식하며 때로는 의도적으로 활용한다면 더더욱 자기에게 유익하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니까 말이다.

 

사실 정신분석학 저작 몇 권은 읽었지만 대체로 중딩 때 읽은 터라 대부분 내용이 기억도 나지 않는데다가, 방어기제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 윤곽만 알고 있는 터라 독서 전에 방어기제에 대해 검색해보기도 했다. 검색한 내용보다 본서의 분류는 세부적이다. 정신분석학에서 대분류한 것을 세밀히 재분류한 대목들도 소소히 있다고 생각된다. 저서 자체가 방어기제를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활용하려는 의도로 집필된 책이니 일상에서 실용적인 대목을 재분류한 경우도 있으리라 판단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각 4~6단락으로 총 20항목으로 방어기제를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방어기제의 큰 분류에 속하는 작은 분류는 이어서 설명된 단락도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재미를 주는 대목은 심리학 대중서들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익숙한 예시들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실험이나 연구 예시가 제시되지는 않지만 적절한 정도의 예시들은 익숙한 것 사이 새로운 실험이나 연구 이야기가 등장할 때 잔잔한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몇몇 역사적 인물의 사례가 후반에 등장하는데 이 책의 서술이 딱딱하지 않고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지속하려는 대중교양서라는 걸 보여주는 예들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사람에게 작용하고 때론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하는 방어기제들은 아래와 같다.

 

억압, 금욕/평가절하, 격리/회피, 공상, 내사, 동일시/동조, 신체화, 퇴행, 이상화, 부정/왜곡, 전치, 투사, 은폐(합리화), 해리, 반동형성, 의식화와 취소, 보상, 승화, 이타, 자조

 

대부분이 대중에게 익숙하거나 추정 가능하겠지만 내사와 같은 경우는 저로서는 생소한 방어기제였다. 높게 평가하는 외부대상이나 인물의 특징을 자신의 행동과 신념에 끌어들이는 것을 말하는데 이 방어기제의 부정적인 쓰임은 자존감이 낮고 자신만의 의견, 의지, 신념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견해만을 흡수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동일시와 같은 방어기제로 파생되는데 사실 불교의 염불이나 밀교의 만다라관법 등 관법 중심의 수행에서는 내사와 동일시는 긍정적 작용을 하는 사항이다. NLP에서도 타자의 긍정적인 부분을 흡수하기 위해 같은 개통의 수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전치역시 일상에서 흔히 보이는 인간의 특성이다. 저자가 예를 든 서양의 kick the cat이라는 예처럼 자신이 분노를 표현해도 무리없는 대상에게 분노를 표하는 양상이 파급되어 어떤 나비 효과를 일으킬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양상이라고 생각된다.

 

신체화는 저자의 설명과는 다르게 어떤 보상을 요구하는 무의식적인 의도가 없이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보인다. 사랑하는 자녀나 연인이나 배우자나 형제자매나 부모님을 잃고 눈이 멀쩡한데도 불구하고 전혀 앞을 볼 수 없게 된다거나 귀를 들을 수 없게 되는 사례가 과거에는 종종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나타나는 현상 그대로 더이상 무엇도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심리가 신체로 드러난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언급한 모든 방어기제에 대해 리뷰에서 짧은 해설을 더하기 보다 익숙치 않은 대목 몇몇만 남겨보았다.

 

방어기제들 중 어느 하나 인간의 삶에서 드러나지 않는 비일상적인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경우는 보이지 않았고 대개 누구라도 일상에서 자신을 통해 타인을 통해 숱하게 경험해 봤을 사안들이 나열되고 있다. 이건 자각하지 못하고 일어나는 것으로 받아들이느냐 자각하며 활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다. 어차피 우리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알고 있는 것이 나을 것이고 알고서 활용하는 편이 유익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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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에서 벗어나는 46가지 방법 - 최고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가장 과학적인 우울증 해결‘책’ 지금당장 1
앨릭스 코브 외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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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는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겪는 마음의 병인 우울증에 대한 실상과 치유법을 알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증상을 겪지 않는 사람에게라도 상식의 지평을 열기위해서도 주위사람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도 절실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라도 살아가며 겪을 수 있는 것이 깊은 우울이기에 알아둘 필요가 절실하지 않을까도 했고 말입니다. 본서를 통해 우울에 대한 상식과 그 완화와 치유의 기법을 앎으로서 자신과 타인을 지키는 한 가지 방법을 더 굳건히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다만 일독을 마치며 든 가장 우선적인 이 책에 대한 판단의 재고는 이 책은 실용적 기법은 나열되어 있으나 우울증의 기전에 대한 이론과 연구는 기술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밀리언셀러인 [우울할 땐 뇌과학]을 저술한 이입니다. 저 또한 해당 도서를 우울할 때 질러서 아직껏 소장만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우울이 깊어진 순간에는 벗어나겠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벗어나고자 하는 의욕을 지속하거나 크게 불러일으키지는 못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우울은 그저 우울이라고만 정의하기에는 실존적 괴로움이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웬만한 우울증 관련 도서로는 답이 나올 수 없습니다. 괴로움의 원인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과 해결이 우선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야 우울은 완화되거나 치유될 수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본서가 유효할 수 있는 이들이라면 우울 이상의 근원적 괴로움의 원인을 갖지 않거나 그러한 원인이 해결되고 나서도 트라우마처럼 우울이 남아있는 사람들이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개의 원인 모를 우울이나 해결된 원인이 있는 후속적인 트라우마 같은 우울은 본서의 방법들이 유효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자는 이 책의 방법들에 정신건강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제시한, 우울감을 줄이는 가장 손쉬우면서도 효과적인 훈련과 기법, 실천 방안이 담겨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우울에서 이젠 벗어나 있는 저에게는 이 책의 방법들을 두루 보며 대개 너무도 단순하면서도 익숙하거나 이색적인 다양한 기법들이 아울러 느껴졌습니다.

 

우울할 때 그 정서에 매몰되어 현실에 안정을 찾지 못하거나 몰입하지 못하게 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 현재에 안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들, 현재를 자각하게 해주는 방식들은 이미 우울 모드를 접해본 분들이 자체적으로 해보신 방법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과거의 잘못이나 아픔에 빠져들며 우울을 불러올 때 과거와 현재, 미래로 넘나드는 우울한 시점을 점차 현재에 근접하기까지 지켜보는 방식도 상식적이면서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제게는 너무도 익숙한 자비명상의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짧은 어구의 반복은 아마도 이 책의 다양한 양식들을 함께하며 더한다면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본서는 제목처럼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46가지 실제 적용 가능한 기법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실제 경험을 해보지 않고는 그 실제 진가를 알기는 어렵겠지만 단순하고 실천하기 쉬운 기법들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이 제안하는 46가지 방법들이 효과적인 이유는 그 단순함이나 익숙함 또는 이색적임에 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이 모든 방법들이 인지행동치료나 수용전념치료, 신경과학을 근거한 과학적인 기법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때론 자신의 정신적 괴로움의 원인과 기반이 되는 이론들을 알아가는 것도 위안과 함께 치유될 수 있으리라는 안정감을 줄 것입니다. 본서는 기법들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도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으나 [우울할 땐 뇌과학]을 읽어보시는 것도 여러모로 달라질 수 있는 또는 우울해지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방법 중 하나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울과 다양한 생각들이 솟아나오고 정신이 하나에 안주하지 못하는 산란 되는 상태 그리고 심각한 경우 통증까지도 동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겪어봐서 알지만 그런 경우에는 각각에만 따로 해결하려는 관점에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전문의와의 상담과 다양한 매체를 통한 나으려는 노력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그 과정 어디쯤에서는 나아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우울이나 가까운 이의 우울에 대해 이해하고 지지하고 도움을 줄 양식을 알아가는 작은 한 걸음으로 우울과 관련한 다양한 책들이 분명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본서도 그런 의미에서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저자의 말처럼 우울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책장이나 탁자 위에 놓아두고 아무 때고 뒤적이며 한가지씩 실천해 보는 정도의 노력은 우울한 순간에라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사소한 노력이 이어지며 우울로 부터 벗어나는 날이 어느새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날을 위한 한 걸음을 아직도 미루고 있으시다면 작은 한 걸음을 이 책과 함께 조금 내딛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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