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50대 초반, 경상도 어투

어머니   40대 중반

아들     20대 초반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가정집 주방 식탁

무대 가운데로 식탁이 놓여있고 식탁너머 무대를 향하는 의자 하나 식탁 왼쪽으로 의자하나 오른쪽으로 의자하나가 놓여있다. 일상적이고 일반적으로 보일 정도의 인테리어면 족하다.

오른 편 조리대에서 어머니는 식사를 준비해 식탁으로 나르고 아버지는 식탁 오른 쪽 의자에 앉아 식사 준비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무대 왼편에서 아들이 등장해 식탁 왼편 의자에 앉고 곧이어 어머니가 닭볶음탕이 든 냄비를 식탁에 올리며 중앙의자에 앉는다.


아들- 야! 이 맛있는 냄새 닭도리탕이 향기롭네요, 아주.

어머니- (웃으며) 닭도리탕이 무슨 향기까지야.

아들- (한숟갈 맛보고는) 아니에요. 어머니 솜씨에 닭이 감동으로 향기어린 탕으로 거듭난 모양인걸요.

어머니- (미소를 더 활짝 지으며 젓가락을 들고) 요리 솜씨가 부끄러워질 아부 솜씨구나.

아들- 아부가 아니라 냉정한 평가인걸요.

아버지- (뚱하니 밥만 드시다가) 시끄럽다 쫌! 밥이나 묵자.

어머니- 식사 분위기 참 냉랭하게도 만드시려는군요

아들- (밥 먹으며) 아버지 역할 또 들어가 주시는건가요?

아버지- (놀란듯) 니도 알고 있었나?

어머니- (걱정하는 표정으로) 뭘 알아요, 얘가.

아들- 아버지께서야 늘 찬바람 몰고 오시는 역할이란 걸 제가 왜 모르겠어요.

아버지- 니가 안다는게 내가 찬바람이라고 안다는기가?

아들- 그럼, 아니세요? 좋은 분위기 매번 찬물 끼얹으시면서.

아버지- 내 가슴 속에 흐르는 찬바람을 니가 우에 알겠노?

어머니-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까, 그렇죠.

아들- 콩밭요? 무슨 콩밭이요?

아버지- 그 밭이 내 밭이다.

아들- 또 무슨 일 벌이시는 겁니까, 아버지?

아버지- 벌이기는 뭘 벌이는데? 벌이는 일이 여있으면 모를까 더는 없다, 내는.

어머니- 네 아버지 지금 기분이 얹잖으신 모양이구나, 불편할 말은 삼가해라.

아들- 정말 무슨 일 만드시는 겁니까?

..............................................................................

아버지- 니는 모르는게 좋을 일이고 몰라도 되는 일이다.

아들- 그 몰라도 좋다는 일들이 늘 문제의 근원 아니었습니까?

아버지- 그 니 몰라도 좋을 일이 내 삶의 낙이고 문제가 아이라 행복의 근원이다.

아들- 설마... 지금 그 말씀이 도박을 두고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어머니- 아버지 심기 불편하게 하는 말은 삼가라니까!

아버지- 니는 피박에 광박이다. 광만 팔아도 어떤 아아들은 청단 홍단에 고도리 던데...

어머니- 에이, 광만 판건 아니죠, 돈이 있는데. 애들은 돈이 키우는 거에요, 얘를 봐도요.

아버지- 하긴 그렇네.

아들- (발끈 하듯) 제가 피박에 광박이면 아버지 아들이라 그런 겁니다. 그리고 어머니! 전 돈 없어서 못 컷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어머니- 네가 돈 없어서 못 컷다는 말이 아니다.

아들- 그럼, 호강하며 컷다고 말씀하시는거에요, 지금.

아버지- 호강한 건 아이겠지만 갖출 건 다 갖췄다, 니는.

어머니- 그것도 너한테는 호강이었다. 지금도 호강이고. (사이) 너는 돈으로 못 산 게 없다.

아들- (격앙되어 자리에서 일어나) 제가 돈으로 뭘 샀다는 말씀이세요? 학대와 굶주림과 버림 받는 삶을 샀다는 겁니까, 제가?... 호강이요? 제가 두분 때문에.. 두분이 만들어 주신 현실 때문에 무너져 내려야만 했을 때.. 이 가정을 바로 잡으려고 몸부림치면서 쓰러져 갈 때 두분께서는 도대체 뭘 하셨다고 호강운운하십니까?

아버지- 내는 니 아버지였다. 그리고 애초에 바로 잡을 것도 없는 가정이다. 아이지! 진작부터 가정도 아이었다, 이건.

아들- (식탁 앞으로 나서며) 아버지께서 애초에 가정도 아니었다는 이 가정을 가정답게 만들자고 도대체 제가 얼마나 애절했는지 아시기나 아시는 겁니까?... 허울뿐인 아버지! 일생의 짐인 시절들을.. 그 시절의 기억이나 가져다 준 아버지란 이름으로 또 이 가정을 흔들어 놓으시려고 준비하시는 거지요, 또요?

어머니- 아버지께 그러는 거 아니다. 그래도 우린 네 부모였다. 지금도 부모고. (사이) 그게 얼마나 감당해야 할 무게가 커다랗던 것이었는지 넌 모른다.

아버지- 그래, 흔들어 놨다는데 흔들릴만한 거라도 만들고 흔들어댄 거는 내가 아이다. 니 부모라는게 이 가정이라는게 얼마나 한숨과 눈물과 희생을 요구해왔는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관심과 배려 속에서 이어져 온 것인지를 니는 정말 모른다.

아들- (돌아보며) 두분 정말 말씀 잘하시네요. 무슨 웅변 대회라도 열린건가요? 많은 이들의 관심과 배려가 제 삶의 어디에 던져졌더랍니까? 도대체 무슨 관심과 무슨 배려와 무슨 희생을 말씀하십니까? 병원에 버려져있던 유년시절에 7살까지도 빈방에서 몇 주에 한번, 한달에 한두번 찾아오는 아버지로 부터 이유도 모른 채 모진 매질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마치 학대하기 위해 살려두려는 양 몇 주에 한 끼 한 달에 한 끼 주는 밥을 씹어야했구요. 그런 아버지 덕분에 자폐아처럼 아무 말 없이 벽만 보고 멍해져 보내던 시절도 보냈습니다, 저는. (사이) 어머니 얼굴이라고는 몇 년에 한번 보며 밥 한 끼 함께 먹는게 다인 채 청소년 시절까지를 보내야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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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버지 이혼하셨다고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네 아버지네 친척네 전전하다 10대 중반부터도 혼자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전.

어머니- 그만해라

아들- 왜요? 이제 어머니 그렇게 지내시던 시절 때문에 무너져내리고 망쳐버린 제 인생 탓을 할까봐 그러십니까? 나이 19에 공장에서 하루 13시간씩 2교대로 일하며 출퇴근 시간까지 하면 하루 15시간을 일하는데만 쏟으며 미래도 없는 하루하루를 받아들일 때도 어머니는 변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 네가 연락을 끊고 그리 지내는지 어떻게 알았겠니?

아버지- 삶은 주어지는건 받아들이면서 제 몫의 짐을 감당하며 지가 만들어야 하는기다. 니는 니 몫의 짐도 감당하지 않으며 살아가려 했던기가? 게다가 니는 니 짐이 무언지도 모르고 있다. 알고 보면 모든게 헛소동일 뿐인데 말이다.

아들- 제 몫의 짐이 무언지 제가 모른다고요. 제가 두분으로부터 벗어나려 탈영까지 하고 도피하던 순간까지도 그렇게나 절실해지던 두분이... 헌병에게 절 넘겨버린 두분이.. 그렇게나 벗어날 수 없는 수렁 같던 두분이 제 몫의 짐이 아닙니까? 17살에 자살하려 바다 속으로 뛰어들게 만들던 바로 그런 짐이요. 이런 헛소동이 어딨습니까?

아버지- 니도 아팠겠지. 하지만 여 처음 오기를 선택했을 때만 해도 내는 여서 이렇게 길게 머물러야 할지 짐작도 몬했다. 니가 벗어나고 싶었다는 만큼 내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니한테 그리 모질게 굴어버렸던 모양이다. 미안하다. (사이) 그래도 언제까지 이래 살아야겠노?

아들- 이렇게 사는 게 제 탓이기만 합니까? 또 제가 여기 이사 온 게 잘못이라는 말씀을 드린 겁니까?

어머니- 니 탓이다! 그리고 아버지 말씀은 여기 이사온 이야기를 하시는게 아니고.

아들- 예?

어머니- 내가 우리 아들을 위해 어떤 결심으로 어떤 희생을 해왔는지 넌 모른다.

아들- 병든 저 때문에 어머니께서 그런 선택을 하시고 살아오게 되셨다는거 저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하지만 왜 계속 그 삶을 고집하셨습니까? 제가 어머니를 바꾸려고 그렇게나 발버둥 칠 때 도대체 왜 그러셨습니까? 그러시고도 아직까지 어머니 삶에 대해 제게만 탓을 돌리시려는 겁니까?

아버지- 니는 모른다.

어머니- 그 얘기가 아니란다. 내가 우리 아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그래서 얼마나 커다란 짐을 짊어지고 얼마나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야 했는가를 말하는거다.

아들- (처연해져서) 죄송합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니- 네가 죄송할건 없다. 아니 넌 좀 죄송해도 되겠다, 너는...

아버지- 니가 엄썼더라면 우리가 와 이래 살겠노? 와 이래 살아야겠노?

아들- 어머니께는 죄송한 마음뿐이지만... (사이) 아니, 사실 원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왜 제 탓을 하십니까? 이런 이야기가 이런 삶이 정말 지긋지긋 합니다.

(무대 왼쪽으로 아들 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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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들이 나가는 것을 바라보다가 돌아보며) 하필이면 밥 먹다 말고 왜그러셨어요?

아버지- 미치겠다 아이가! 여서 벌써 2년 째다. 쟈는 무슨 수련인가 한다고 집 구석에서 나갈 기미가 엄꼬. 아아들 졸업식 마다 몬갔는데 막내 졸업식에는 가야지 했더마 그것도 몬갔지...

어머니- 볼 일 생겼다고 하고 가보시지요, 왜?

아버지- 이래 됐는데 우야노. 이 짓도 인쟈는 지겹다.

어머니- 지겹기만 하겠어요, 어디. 근데, 쟤 맞은 얘기는 빼먹지도 않고 하네요.

아버지- 좀 심하긴 심했었다, 내가. 그 때는 쟈 때문에 가족이랑 떨어져 지내야 하고 내 자식들도 몬 돌보면서 이리 지내는게 눈돌아가더라. 아 한테 모질게 해야 당신한테 간다고 할 꺼 아이가? 그래야 내 가정으로 돌아가지.

어머니- 저라도 애한테 잘해주는건데 제 아이가 어릴 때라 쟤가 와도 하숙이나 시켰지 돌보질 못했어요.

아버지- 그래, 아를 돌볼라면 그냥 입양해뿌리면 되지 사람 모아다 연기를 시키가 와이래 기구한 삶을 만드노? 이래 오래까지 뒤에서 아 돌보라고 후원해대는 사람들이 말이다. 아이면 그 돈으로 지들이 아를 키워도 아가 저래는 안카면서 살았겠다.

어머니- 뭔가 사연이 있겠죠. 그보다는 지금이라도 아버지 역할 잘해보세요. 십대 때부터 독립하겠다던 얘니까 가정이 잘 꾸려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제는 제 삶을 돌볼꺼 아니에요.

아버지- 그래가 안돼면 내는 이번엔 정말 몹쓸 역할이라도 해서 떠날끼다.

어머니- 떠날 생각만 하시네요. 쟤, 그래도 호랑이는 되는 얜데.

아버지- 호랑이?

어머니- 나뭇꾼과 호랑이 얘기 있잖아요.

아버지- 뭔 얘기 말이고? 나뭇꾼과 선녀도 아이고?

어머니- 왜 나뭇꾼이 호랑이 만나서 다급하니까 당신은 내 형님인데 어렸을 때 어머니가 산에서 잃어버렸다고 하는 왜...

아버지- (이제 알았다는 듯) 아! 아! 알았다, 그거!... 그래, 야는 호랑이는 맞는갑따. 근데 우리는 우예 부모보다 자꾸 나뭇꾼 같다.

어머니- 왜요? 제가 쟤 엄마로 지낸게 얼만데...

아버지- 하긴 생각해 보이 내도 할만큼 할 때도 많았다. 내 자식은 몬 돌보면서 쟈랑 내가 다보냈제! 내 자식처럼 생각하면서 잘할 땐 잘했다. 어릴 때는 내 밖에 몰랐는데 내가 다 키워 노오이 당신 고생시킸다는 핑계 때문에 이런 대우받네.

어머니- 십대 때는 좨 제가 데리고 있었는데요, 왜!

아버지- 그래, 하긴 당신 쟈랑 잘지내 왔제!

어머니- 쟤도 불쌍하잖아요? 제 아들 생각하면서 대하는거지요, 뭐?

..............................................................................

아버지- 참! 집에 아는 잘 지낸다카나?

어머니- 모델계에서는 이제 지명도 꽤나 있다 그러더라구요. TV 나올때 보셨잖아요?

아버지- 그래, 아 훤칠하게 잘 생겼데...

어머니- 아까 광만 팔아도 청단, 홍단, 고도리 라셨잖아요. 우리 애는 게다가 쓰리고에요.

아버지- 와? 우리 아아들도 쓰리고다.

(둘다 흐믓하니 웃는다)

 

어머니- (웃다가 돌연 안타까운듯 안색을 바꾸며) 쟤도 이제 제 삶을 찾아야 할 때인데...

아버지- (표정 따라 굳어지며) 아가 인간은 됐는데 그래도 사람 구실을 몬하네.

어머니- 쟤가 착하긴 한데 삶의 의지도 박약인데다가 과거에만 빠져선 현실을 못꾸려나가네요.

아버지- 내 탓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 내도 모르게 이리 됐네.

어머니- 제 탓도 있지요. 제 아이 돌보고 싶어 매번 핑계거리만 찾고, 쟤 10대 때는 제가 엄마라도 정떨어져서 떠나버리라고 핑계를 만든다는게 쟤한테 저런 삶을 가져다 줄지는 정말 생각도 못했어요.

아버지- 쟈도 인쟈 사실을 알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어머니- 그래요. (사이) 그리고 이제 우리도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가야 할 때죠.

 

(무대 왼쪽에서 아들 다시 등장한다)

아들- (가라앉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과거에만 갇혀서 원망만 늘어놓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두분께 잘하겠노라고 정말 소중한 내 가족이기에 벅찬 가정으로 만들고야 말겠노라고 맹세해 놓고서는... (사이) 죄송합니다. 정말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내가 인쟈 니한테 말 할 때가 된 것 같다.

어머니- (걱정스러운 듯) 무슨 말씀을 하시게요, 느닺없이.

아버지- 돌아가야 할 때라고 한게 눈데.

아들- 돌아가다뇨,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 우리가 언제까지 이리 살겠노?

어머니- 우리도 네 부모 역할을 네 성에 차게는 못했는지 몰라도 많은 걸 감당하고 희생하면서 해 온 거다.

아들- 죄송합니다, 어머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버지- 내도 그렇다. 언제까지나 니 아버지 역할을 할 수도 엄꼬 니 어머니도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기다. 니도 인쟈 이 애꿎은 가족에 집착하지 말고 니 가정을 맨들어라.

아들- 어디 다른데서 더 제 가정을 만들겠어요? (쓴 웃음 지으며) 이 가정도 제게는 버거운 걸요. 그리고 이제 연세가 얼마라고 벌써 돌아가실 걱정이세요. 아버지 정정하셔서 앞으로 삼사십년 아니 100년도 너끈히 사실텐데요.

...............................................................................


어머니- 관두세요. 애가 아직은 때가 안 된 것 같으니까.

아들- 예! 언젠가 저도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아 손주 보시도록 해 드릴께요. 하지만 그전에 자식 역할부터 제대로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가족을 위해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할게요. 죄송하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어머니- 우리도 사랑하고 고맙고 미안하구나.

아버지- 그래, 때가 올라면 아직 멀었나 보다. 니 말대로 이 가정에서 제 역할을 더 제대로 해야 할 때인 갑따. 그래도 언젠가 때가 이르기 전에 니도 니 가정을 가져야할기다. 제대로 된 가정에서 최선을 다해봐야지 니도...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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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ONE 남성


Who 여성(목소리로만 등장)




무대 중앙에서 조금 왼편에 오른쪽을 향해 약간 비스듬히 책상이 놓여있고 하나(ONE)는 의자에 앉아 스탠드 조명이 성경을 비추는 사이로 성경책을 읽고 있다 





하나 (성경의 시편을 페이지를 넘겨 찾아가며 읽고 있다)  나는 가난하고 궁핍하여 중심이 상함이니이다... (다시 페이지를 앞으로 넘겨 찾아서는)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치 아니하시리이다... 하나님이여 나의 구원의 하나님이여 피 흘린 죄에서 나를 건지소서 내 혀가 주의 의를 높이 노래하리이다... -차례대로 [시편 109:22, 51:17, 51:14]-


누구 어머? 성경 읽고 있는거야?


하나 음.. 그래..


누구 성경... 오랜만이지 않아?


하나 맞아!...


누구 웬일로 이렇게 오랜만에 성경에 눈을 돌렸어...


하나 (미간을 찌프리며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그냥...


누구 하나님을 사랑하는거야?


하나 (머뭇거리다가) 잘 모르겠어


누구 아마 넌 사랑하는 것 같은데...


하나 글쎄.. 정말 모르겠네... 굳이 말하자면 60년 결혼 생활을 한 80대 노부인이 그녀의 남편에게 갖는 심정이랄까?


누구 사랑하는거야? 아닌거야? 60년 결혼 생활을 한 노부인이 어떤 심정이라는거야?


하나 음... 다시 말하자면 60년 동안 남편이 외도를 하고 자신을 모욕하고 욕하고 폭행하고 어떤 때는 심각하게 상해를 입히기도 하면서 자신을 유린해왔지만 남편을 떠나지 못한 채 60년이 흘러버린 그 노부인의 심정이라고...


누구 넌 하나님이 네게 그랬다는거야?


하나 심정적으론 그렇다고...


누구 그렇다면 왜 하나님을 떠나지 못하는건데


하나 뭐랄까? 애증이랄까? 미워하고 원망하고 그러면서 오랜 세월 함께해온 정? 아마 정 같은 거 같아...


누구 정? 그렇게 유린 당했다는 심정이면서도 정이라고 말하는거야?


하나 그래... 한 때 그녀는 그를 정말 정말 무척이나 깊히... 간절히 절실히 원하고 사랑했거든... 그래서 그녀는 언젠가 그가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해 줄 순간을 기다리고 바랬던거야... 늘 그와 함께이면서 말이야


누구 그런데도 그가 돌아보지 않았다는거야?


하나 그래! 그녀에겐 이제 그와 함께인 것이 그저 삶의 한부분일뿐이고 자신의 고통도 상처도 절규도 눈물도... 끝내 그런 날들에 지쳐 터져나온 광기에 마저 그가 전혀 관심없어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의 곁에서 그와 함께야...


누구 도대체 그녀는 그의 곁을 왜 떠나지 못하는건데..


하나 그보다는 그녀의 터져나온 광기가 궁금하지 않아?


누구 그녀가 미쳐버린거야? 


하나 그래,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을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기를 기대했으면서 다가서는... 아니지 어느 순간 자신이 다가서 놓고는 자신을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누구나에게 상처를 내고 해치기 시작했어...


누구 그녀는 도대체 왜 그런거야?


하나 모르겠어..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그런게 아니니까... 자신도 모르게 어느순간부터 자신 안에 무수한 자신이.. 상처뿐인 자신들이 생겨났거든.. 그 중 어느 누가 그런 흉폭한 괴물인건지 그녀로서는 짐작 못하고 있어. 어쩜 그건 그가 그녀를 길들여온 대로 된 것인지도.. 애초부터 그게 그녀의 천성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야... 아마도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행하던대로 닮아간건지도 몰라. 그를 봐... 자신을 '우리' 라고 칭하면서 그 옛적부터 다중인격임을 과시해 왔잖아... 어느시절엔 다정하다 어느시절엔 말도 안되는 행동을 자신을 믿는 이들에게 시키길 주저하지 않았고 질투하고 분노하고 광폭하고 잔혹하다가 그런 그를 사랑이시라고 선전활동하는 이 마저 보냈었잖아? 그녀는 그런 그를 닮아가고만건가봐...


누구 지금 그녀는 어떤 심정일까?


하나 그녀는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고 있어... 웃으면서도 우는거고 울면서도 미친 웃음이 터져나오고 있지...


누구 정말 그녀는 도대체 왜 그를 떠나지 않는거야?


하나 떠나지 않는게 아니야. 떠나지 못하는거지... 그가 정말 어마어마한 부자이고 너무 뛰어난 건축가이면서 예술가이다보니 그녀가 속한 도시가 온통 그의 땅이고 모든 공간이 그의 건축물이고 그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단 말이야. 그래서 그녀로서는 떠나려해도 떠날 길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야! 도시 어디를 가도 그의 건축물이니 그의 공간에서 눈 뜰 수 밖에 없고 그의 곡식으로 끼니를 때워야할뿐이고 그가 건네는 모든 것으로 하루하루를 살아 갈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고만거지...


누구 죽어야 그로 부터 벗어날 수 있는거야?


하나 이봐! 이건 비유잖아! 죽는다고 하나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어? 그녀는 벗어날 길이 전혀 없는 거라고...


누구 그럼, 그녀는 이제 어떤 날들을 보내고 있는거야?


하나 그녀는 그저 그가 자신을 돌아봐주던 순간이 있었더라는 자기위안으로 보내고 있어... 그리고 그가 알고 보면 아주 뛰어난 건축가이고 예술가이다 보니 그가 만든 웅장하고 위대한 건축물들과 예술작품들을 둘러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이젠 그만 모든 것이 끝날 순간을 기다리면서...


누구 아.. 그녀는 아직도 그를 사랑하는거구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면서 마저 그의 곁이니...


하나 아니... 그녀는 잘 모르겠는 심정이야... 이건 사랑이라기 보단 그냥 숙명이었던거구나... 그저 그렇게 체념으로 담아두고 있어... 


누구 하지만 사랑하지 않았다면 원망하고 미워했겠지?


하나 원망한적도 미워한적도 없을까봐? 그녀는 그를 정말 원망하고 미워했어... 사랑한만큼이나 더더욱 원망했다고 그리고 너무 미워서 어떻게든 그에게서 등돌리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어...


누구 그런데 그녀는 그러지 않았잖아!


하나 그러지 못한거지... 그럴 길이 없으니까... 아까 말했잖아! 그녀가 속한 모든 도시가 온통 그의 공간이라고... 그녀는 죽어서도 그를 벗어날 길이 없어...


누구 그녀는 이제 무얼 바래? 어떤 날들을 살고 싶을까?


하나 그녀는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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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가의 개천이 가로지르는 구조의 내리막 길

한적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한아이의 뒷모습만이 보인다. 

 

# 자동차 운전석에서 내다보는 운전자의시선

 운전자 시선으로보는 1#의 전경

 

# 운전자 운전을 하며 백미러 등을 둘러보는 모습

 

# 내리막 길 아래

그 아래서 개천을 등지고 6~ 7살 가량의 한 아이가 내려오는 자동차를 바라보고 있다.

 

# 처연하면서도 결연한 아이의 표정- 눈빛

 

# 운전자 카스테레오에 테잎을 넣으려 눈길을 내려깐다.

 

# 아이 차로 뛰어든다

 

# '쾅' '끼익'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놀라 앞을 바라보는 운전자 모습 바로 뒤이어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이어진다.

 

운전자- (놀라 다급한 소리로) 뭐야 이거

 

# 아이 자동차에 부딪혀 튕겨나가는 모습

 

# 운전자 바로 차를 세우고 놀라 달려나와 아이에게로 달려가 안아든다

 

운전자- 괜찮냐? 꼬마야?

 

# 안긴 아이의 모습

 

# 안겨있는 아이와 안아든 운전자

 

운전자- 너 미쳤냐? 거기서 뛰어들면 어떡해! 너 누구 신세 망칠 일 있냐?

................................................................................

아이- 저 안죽었나요?

운전자- 죽긴 왜 죽어, 재수없는 소리 하고 있어!

(놀라고 성나기도 한 목소리로) 설마 너 죽으려고 뛰어든거냐? (다시 아닐거라는 표정으로) 이 미친 녀석아!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으니까 걱정하지마!

 

# 아이의 서글퍼오는 표정

 

# 안겨누운 아이의 시선으로 보는 맑고 투명한 구름 몇점 흘러가는 초여름의 하늘

 

# 아이 힘겨운듯 일어나며

 

아이- 씨발 젠장

 

# 운전자와 아이

 

운전자- 정말 괜찮냐? 어디 다친덴 없는 것 같아?

아이- (자기 몸을 겨우 추스리며 서러운 목소리로) 나 안죽나봐요!

운전자- 그래, 자식아! 죽는다는 둥 하는 소리 말아! 너때문에 내가 간떨어져 죽을 뻔했다. 아! 아침부터 시껍했네. 정말 괜찮냐? 병원이라도 가야하는 거 아니야?

아이- 병원엔 안가요!

운전자- 차에 치였는데 병원에 가봐야지.

아이- 안갈래요. 어릴 때 병원에서만 몇년을 있었어요. 거긴 있어봤자 주사찌르고 피나 뽑고 척추에서도 피를 뽑아가고 사람만 괴롭히는데에요 낫지도 않고...

운전자- 병원엔 가봐야 하긴 하는데 정말 괜찮겠냐? 

아이- 안괜찮아도 병원엔 안갈래요...

운전자- 차에 치이고도 병원에 안가겠다니 니가 수퍼맨이냐? 근데 피를 척추에서 뽑는다니 무슨소리냐? 피는 혈관에 있지 척추에 있는게 아니야.

아이- 난 척추에서 뽑아가던걸요 그것도 몇번이나 뽑아서 나중엔 나오지도 않더래요.

운전자- 뭔 소린지 어쨋건 그래서 병원 가기 싫다는거냐?

아이- 네!

운전자- 너 집 어딘데. 부모님 이라도 뵈야지.

아이- (손으로 내리막길 한 귀퉁이를 가르키며) 저기에요.

운전자- 가자 너희 엄마라도 보자.

아이- 집에 엄마 안계세요.

...............................................................................

운전자- 그럼 아빠는

아이- 아빠는 일하러 가셨는데 언제 오실지 몰라요

운전자- 아빠 회사 전화 번호 같은 건 없어

아이- 그런 거 안가르쳐 주셨는데요

운전자- 이런... 그럼 너 아저씨 따라가자

 

# 아이의 얼굴 클로즈 업

 

아이- 아파하고 그러면서도 집중하는 표정. 뇌파 변조기 소리 같은 것이 들리며 운전자의 목소리 들려온다

운전자의 목소리- 가다가 멀리서 내려버리고 가자

아이- (운전자를 경계어린 눈빛으로 쏘아보며) 안갈래요. 가세요.

 

# 운전자와 아이

 

운전자- 너 분명히 네가 안간다고 했다. (그냥 가려는 양 일어서 서성이다가) 야! 그래도 이거라도 갖고가(만원짜리 한장을 건넨다)

아이- 됐어요.

 

# 내리막길 위쪽의 작은 구멍가게에서 내다보는 구멍가게 주인 모습

 

# 운전자 돌아서다가 구멍가게 주인의 모습을 보고는 아이를 향해 다시 쪼그려 앉으며

 

운전자- (아이 손에 만원짜리를 쥐어주며) 자 이거라도 받아.

아이- 싫다니까요. (뿌리치려다가 운전자가 꽉 쥐어주니 별수 없이 받아 돌아서며) 좀 내버려 두세요.

 

 

# 내리막길 귀퉁이의 집으로 향하는 아이의 모습

잘 걷다가 느닺없이 어디가 아픈치 휘청하며 멈춰 섰다가 다리를 절며 걸어간다.

그 뒤로 사람들 목소리

 

운전자 목소리- 이 보세요 아저씨 뭘 적는거에요

..............................................................................

구멍가게 주인 목소리- 그럼 적어야지 그러다 쟤 죽으면 경찰한테 누가 무슨 말을 해주라고

운전자 목소리- 아저씨 남의 일에 신경쓰지 마세요. 남의 일에 신경 쓰다가 아저씨 힘들어지는 수 있어요.

구멍가게 주인 목소리- 나 힘들어지는게 아니라 댁 걱정이나 해. 쟤는 맨날 누가 사진 찍으면서 관찰하던데 지금 이것도 찍혔을거야. 맨날 사진 들고 저기 서있는게 일인 친구가 있는데 아까까지도 보이더니 안보이네. 아마 다른 자리로 옮겼나 본데 그래도 자네 찍혔을거야.

운전자 목소리- 무슨 설레바리에요. 저런 어린애를 누가 하루종일 사진을 들고 찍는다고요.

 

# 조그만 쪽방 같은 곳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이의 모습

 

# 작은 방안으로 들어서는 아이의 모습

 

# 들어서는 문 곁으로 다락방문이 보이고

 

# 측면으로 아이의 코 높이까지 내려오는 커다란 창이 있는 방안의 모습

 

# 들어서는 문 맞은 편으로 tv와 그 옆으로 냉장고가 보인다.

 

# 힘겹게 다리를 절며 들어서서는 아무렇게나 털썩 쓰러지듯 앉아 자리에 눕는다

 

# 누운 시선으로 보는 천장의 모습

 

아이- 하나님? 하나님? 왜 요즘엔 통 대답이 없으세요. 저 정말 죽을 것만 같아요. 아무리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부탁을 해도 들어주실 생각을 안하셔서 이젠 살고 싶지도 않아요. 그래서 죽여달라니까 왜 그 기도도 들어주시질 않으세요?

하나님- 또 너로구나?

아이- 하나님? 하나님이세요?

하나님- 그래, 나는 너의 하나님이다.

아이- 하나님 왜 요즘 통 대답이 없으셨어요.

하나님- 나는 늘 너에게 대답하였다. 특히나 요즘은 너와 마치 합일이라도 한 것 같이 너와의 대화만으로 보내었다.

아이- 무슨 말씀이세요. 몇달동안이나 하나님께선 제게 대답이 없으셨는걸요.

하나님- 아니, 난 너와 지나치리만큼 깊히 대화했다. 내밀한 시간까지도 너와의 대화가 그칠 줄을 모르더구나. 하지만 지금의 넌 알 길 없을 것이다. 너와의 대화는 너무 두서가 없거든. 그래 너의 지금은 몇년이냐?

............................................................................

아이- 예? 저의 지금이요?

하나님- 그저 달력에 있는 해를 말을 하면 된다.

아이- 달력에 해가 있다고요?

하나님- 몇년이냐는 말이다.

아이- 올해는 1982년이에요.

하나님- 너의 나이가 5살이겠구나. 너의 기준으로는 7살일테고.

아이- 예! 하나님, 나이보다는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하나님- 이미 나는 너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었다.

아이- 하나님께서 제 소원을 들어주셨다면 제 삶이 도대체 왜이런거죠? 하나님 제가 바보 같아서 어이없는 소원을 기도했나봐요. 그냥 절 행복하게 해주세요.

하나님- 넌 이미 내게 행복하다고 무수히도 말했다. 심지어 여자가 되고 싶다고까지 말하지 않았더냐. 나의 여자가 말이다.

아이- 무슨 말이세요. 하나님 전 남자인걸요 제가 여자가 되나요?

하나님- 아니, 너는 여자가 되지는 않는다. 나는 다만 네가 너의 아니마에 장악 되었을 때 너와의 대화를 말하는 것이다. 지금의 너로서는 알 수 없다. 나에게는 이미 지난 일이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너도 알게 될 것이다. 아니, 지금의 너의 기준이라면 꽤 먼 미래가 되겠구나.

아이- 하나님 지금의 제 기도를 들어주세요. 전 미래가 아니라 지금 행복하고 싶어요.  지금 하루 하루가 너무 괴로와요.

하나님- 그래, 어디 또 들어보자꾸나! 말해보거라.

아이-요즘 아빠가 빈집에 절 혼자두고는 몇주 동안이나 찾아오지도 않으세요. 아빠가 찾아 올 때까지 전 밥 한끼도 못먹었어요. 배가 고프면 물을 마시는데 수돗물이 빨개서 먹고나면 입안까지 빨개지고 이빨에 뭐가 자꾸 씹히는 것 같아요. 배가 너무 고파요 하나님. 수돗물을 먹으면 배가 부른 것도 같은데 어떤 땐 아프고 꼬이는 것 같아서 숨도 못쉬겠어요.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해주세요.

하나님- 무엇이 가장 먹고 싶으냐?

아이- 닭죽이요. 탕수육이랑. 짜장면도... 아니 다들 짜장면이 맛있다는데 저는 별로에요. 그게 왜 맛있다는지 모르겠어요.

하나님- 그럼, 맛있는 것만 말해보거라.

아이- 바나나랑 닭죽이랑 탕수육이랑 불고기랑 갈비랑... 그리고...

하나님- 바나나는 원숭이나 먹으라고 하거라. 그리고 먹고 싶다는 것이 고작 그것들 뿐이냐? 알 수도 없는... 닭죽을 제외하고는 들어본 적도 없는 것들뿐이군.

아이- 다른 건 뭐가 맛있는지 모르겠어요.

...............................................................................

하나님- 그래? 그럼, 네가 한번도 맛 본적 없는 진미들을 맛보여 주도록 하마!

아이- 네?

하나님- 곧 맛보여주도록 하마. 기다리거라. 한번에 한가지씩 맛보게 될테니.

아이- 하나님 지금은요.

하나님- 자! 무엇이 먹고 싶으냐?

아이- 탕수육이요.

하나님- 지금이 몇시냐?

아이- 1시 27분이요.

하나님- 너의 집 주소가 어떻게 되느냐?

아이- xx동요

하나님- 그래서는 배달이 되지 않는다. 주소를 제대로 불러 보거라 

아이- xx시 xx구 xx동 xx번지요

하나님- 자, 되었느냐?

아이- 뭐가 되요?

하나님- 배달이 오지 않았느냐?

아이- 오지 않았는데요?

하나님- 자, 다시 이제 되었느냐?

아이- 아뇨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하나님- 액수가 너무 컷던 것인가? 하지만 이렇다면 그와 같은 수는 없을텐데. 자 이래도 오지 않는다는 것이냐?

아이- 내 아무 것도 오지 않았어요.

하나님- 배달시간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지불되었을 것을... 이따위 한국의 음식점이라니... 헐어버리겠다.

아이- 하나님! 무슨 하나님이 이래요? 배 부르게 해주는 소원 하나도 들어주지 못하세요. (아이 일어나 앉으며) 정말 하나님 맞으세요?

 

# 아이의 시선을 따라 tv로 영상 옮겨지며

 

하나님- 잠깐, 지금 너는 영상기를 보고 있느냐?

아이- 영상기가 뭐지요?

하나님- 그러니까 tv를 보는 것이냐?

아이- 테레비는 안보는데요.

하나님- 지금 영상물을 시청하느냐는 것이 아니라 네가 테레비라고 발음한 것을 보지 않았느냐?

...............................................................................

아이- 얘, 그런가봐요.

하나님- 시선을 옮겨보거라.

 

# tv를 보다가 그 옆의 냉장고를 따라 시선이 옮겨진다.

 

하나님- 지금은 냉장고를 보고 있겠지?

아이- 예.

하나님- 냉장고를 열어보거라.

아이- 힘이 없어서 열수가 없어요. 열어보려고 몇번이나 해 봤는데 열리지를 않아요.

나이든 하나님- 아니다. 너는 그것을 열수 있다.

아이- 열리지를 않는다니까요.

나이든 하나님- 나를 믿어라. 너는 그것을 이미 열었다.

아이- 네? 이미 열었다고요?

하나님- 왜 혼잣말을 하느냐?

아이- 하나님께서 저보고 이미 제가 그것을 열었다면서요?

하나님- 너는 간혹 정말 두서 없을 때가 있구나. 소년아! 무엇이든 네 몫의 것을 네가 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너의 것이 되지 않는다. 힘껏 냉장고를 열어라.

 

# 아이 교통사고 휴유증으로 아픈듯 무릎을 잡고 일어나 냉장고로 다가선다. 6살 아이 답지 않게 버겁게 냉장고 앞에서 버둥대다가 냉장고를 겨우 연다.

 

하나님- 그래, 이제 안을 보자꾸나.

 

(냉장고 안을 들여다 보려다가 아이 실수로 냉장고를 다시 닫고 만다.)

 

아이- 아! 죄송해요.

하나님- 이젠 열어도 보이지 않겠구나

아이- 네?

나이든 하나님- 너는 다시 열 것이다.

아이- 아휴! (아이 고작 냉장고 여는 것에 한숨을 깊게 내쉬며 다시 용을 쓰듯 냉장고를 연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조심해서 천천히 냉장고 안까지 보이도록 냉장고 안을 들여다 본다.)

나이든 하나님- 역시 너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구나.

아이- 네, 제가 비어있다 그랬잖아요.

...............................................................................

하나님- 비어있던 채워져 있던 보이지 않는다고 난 말했다.

아이- 다시 열거라시길래 연 것인데요.

나이든 하나님- 그 당시의 나는 이 상황을 이해 하지 못했었다. 삼일 후의 너와의 합일에서야 어떤 상황인지를 알 수 있었다.

하나님- 너는 얼간이다. 다른 시간의 너와 대화하며 이미 충분히 느꼈지만 넌 얼간이다.

아이- 전 시키시는데로 다 했어요. 그런데 왜 얼간이라고 하는거세요.

나이든 하나님- 너는 얼간이는 아니다. 다만 너의 삶이 나로선 공감하기에 너무 다른 삶이더구나.

하나님- 앞으로 자라면서도 이 말을 잊지마라 여자가 다가서면 취해라.

아이- 취하라고요?

하나님- 난 술 취하라고 하지 않았다. 즐기라는 것이다. 아이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넌 네 발아래 엎드리는 행운도 취하지 못한다.

아이- 행운이 발아래 엎드리는데도 제가 취하지 못한다고요?

나이든 하나님- 너는 취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취하지 않은 것이다. 너의 사고 방식과 행동 방식은 나로서는 이해가 쉽지 않은 것이었다.

하나님- 술취하는 것과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아이- 하나님이 아니죠. 자꾸만 소원도 들어주지 않고서 왜 절 욕하세요.

하나님- 욕하는 것이 아니라 너의 삶을 말한 것이다. 향유할 수 있을 것들은 지나쳐 버리고 고통 속에서만 허우적 거리는 네 삶 말이다. 그 고통들도 네가 만드는 것이다. 나는 분명히 네게 돈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거라고 어느 세월의 너와 대화를 하던 설득했지만 너는 행복이라는 모호한 것을 선택했다. 어디 네 부모에게 모든 것을 주고 나니 행복하더냐?

아이- 제가 엄마 아빠에게 무언가를 줄수 있나요?

하나님- 그러면 행복할 것 같으냐?

아이- 네, 그러면 행복할 것 같아요.

하나님- 그래, 매번 너는 가족을 소중해하더구나. 네게 그 가족을 가져다 주는 것이 나일 것이다. 반드시 그럴 것이다. 너의 그 그림자 같은 가족은 말이다. 네가 그것을 알게 되는 때는 너의 얼간이 짓도 마쳐질 때 쯔음이고.

아이- 가족을 소중히 하는게 얼간이인가요? 저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아빠도 세상에서 제일 좋았는데 자꾸 절 굶기고 볼때마다 때리기만 하니까 싫어졌어요. 하지만 전 하나님께서 절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실거라고 믿었어요. 헌데 왜 자꾸 욕하기만 하세요? 절 구해주지 않으시려거든 잠들면 다시 깨어나지 않게 해달라고도 기도 드렸잖아요. 그런데 절 구해주시지는 않고 왜 자꾸만 절 얼간이래요?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하나님이 아니시죠? 하나님이 아닌거죠? 근데 왜 하나님인 척 했어, 이 나쁜 놈아!

하나님- 나는 내가 하나님이라고 한적은 없다. 너의 하나님이라고 했지. 나는 분명히 너에게는 하나님이다.

아이- (자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중얼거린다) 진짜 하나님인 줄로만 알았잖아... (크게 실망한 빛으로 아까보다는 약간 더 들릴듯한 소리로) 하나님도 아니면서... (조금씩 실망이 분노로 바뀌며 표정이 굳어져서 상대를 향해 말하듯) 날 도와 줄 것도 아니면서... (굳은 표정으로 소리 높이면서)  이렇게 욕이나 하는거야. (속에서 분을 끌어 올리며 소리쳐댄다) 이 나쁜 놈아. 이 씨발 놈아!

................................................................................

하나님- 네게 한번만 너 씹할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면 왜 내가 네게는 하나님인 줄을 깨닫도록 해주마!

아이- 넌 하나님이 아니야. 하나님은 사랑이시라고. 씹할 씹할 씹할! 하라면 못할 줄 알아!

하나님- 하나님은 또한 경외의 대상이시고 분노할 줄 아는 자이시다. 네 얼간이 짓이 어떤 결과를 초래 할지 보여주마!

하나님- 시계를 보아라. 몇시냐?

아이- 내가 왜 그걸 알려줘야 하는데...

하나님- 왜냐면 네가 시계를 볼 줄 모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니었다면 그 시간에 네가 먹고싶다던 그 탕수육인가 무엇인가가 배달되지 않았을리가 없거든.

아이- 난 시계를 볼줄 알아 지금은 1시 48분이라고.

하나님- 그래, 자 어디 현관문을 보아라!

 

# 아이 방문을 주시한다.

 

# 방문- 조용하다

 

# 방문을 바라보던 아이.

 

아이- (천정을 향해 고개를 들며) 보기는 뭘 봐 아무 것도 없는데...

 

# 방문 - 너머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는 방문이 열리며 아버지가 들어선다. 굳은 표정으로 철근으로 만들어진 연탄집게를 들고 들어와서는 연탄집게를 방문 옆에 놓고는 혁대를 빼더니 손에 혁대를 한번 감아 쥐더니 혁대 버클을 휘두르며 내리친다.

 

아이- (머리를 감싸고 맞다가 잘못 맞은 듯 등을 뒤틀며) 아빠, 왜이러세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요.

아버지- (작심한듯 굳은 표정으로) 너 하나만 괴로우면 여럿 산다. 

아이- (비명지르며 소리친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때려. 내가 뭘 잘못했다고.

하나님- 이제는 알겠느냐? 나는 분명히 너에게는 하나님이다.

아이- (소리친다) 아니야, 넌 악마야! 지옥으로나 떨어져 버려!

하나님- 아직도 신앙이 되살아나지 않는 것이냐?

나이든 하나님- 이 날 일을 바꿀까도 싶었지만 너로부터 들은 너의 삶이 아니고서는 너를 확인할 길이 없구나.

...............................................................................

아버지- (어금니를 문듯 낮은 소리로) 내가 악마가 아이라 니가 악마인기다. 니가 작은 악마라 여러 사람 괴롭게 되는 기다. 니만 없으면 내가 와 이래야 겠나? 와?

(혁대를 집어던지고 연탄 집게를 들어 머리 위로 든다)

아이- (그것을 바라보면서 생각- 저건 철근이야 저걸로 날 치면 난 죽어. 저걸로 아빠가 날 때릴리 없어) (두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하나님 살려주세요. 진짜 하나님!

#아버지, 연탄집게로 아이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친다.

 

# 눈앞이 빨개지듯 화면 붉어지며

아이 눈감고 고개만 숙였다가 뒤통수 위를 맞는다 사정없이 맞았는데도 미동도 없다.

 

아이- (천천히 고개를 들며 생각한다- 진짜 아빠가 아니었어. 내 아빠가 아니었어.)

방문이 열리며 목에 카메라를 건 남자가 들어선다.

 

카메라맨- 뭐에요? 지금 그걸로 애 머리를 친 겁니까?

아버지- 뭐요? 당신 남의 집에 맘데로 들어오고.

카메라맨- 나도 그 애 때문에 들어온 겁니다. 당신처럼...

(연탄집게를 뺏어들며) 도대체 이런 걸로 어떻게 애 머리를 내려칠 생각을 할 수 있어? (격노한듯) 이걸로 당신 머리도 한번 내려쳐 볼까, 어? 구멍가게 주인 말로는 애가 조금 전에 죽으려고 자동차에 뛰어들었었데 난 믿지를 않았는데 애가 왜그러는지 이제야 알겠네.

아이- (겨우 들리는 목소리) 우리 아빠한테 그러지 마세요.

카메라맨- 이런 자식이 어떻게 아빠야. 아빠가 어떻게...(애를 돌아보며) 얘, 괜찮긴 괜찮냐?

아이- (허탈하게 한숨을 조각조각 토해내듯 웃는다) 흐!흐!흐! 괜찮냐구요? 괜찮냐구요?

아버지- (당황스런 목소리로) 아! 와이러노? 미쳤나?

 

# 그때 중국집 배달원 방문에 철가방을 들고 들어서며

배달원- 여기가 xx 동 xx 번지 맞죠. 탕수육 하나요. (탕수육 하나를 꺼내며) 사람도 많은데 무슨 탕수육 하나를 시킵니까? 바쁜 시간이라 좀 늦었습니다. (돌아서려다가) 그리고 탕수육하나 시키면서 빨리 갖다달라고 농담도 웃기지도 않게 빨리 갖다주면 1억 5000만원 준다 그랬다면서요? 앞으로 그러지 마세요. 더 빨리 올 것도 돌아옵니다. (나간다)

 

아버지- (나가는 뒤에다 보며) 누가 탕수육을 시켰다고? 여기는 탕수육 시킨 사람 없어. 

아이- 그렇군요. 정말 하나님이셨군요. 제가 잘 못했어요. 하지만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 했나요? 

아버지- 누가 하나님이란 말이가? 이런 짓 시키는 놈이 어떻게 하나님이가 악마면 몰라도.

................................................................................

아이- 하나님을 욕하지 마세요. 무슨 짓을 겪게 될지 몰라요.

 

# 아버지 아이에게 다가가 머리를 만져본다. 뒤통수가 철근 자국대로 쑥드러갔다.

 

아버지- (처연한 표정으로) 쑥 드러갔네.

카메라맨- 아이 머리가 다칠거라고 그걸 찍어오라더니 그게 이거였군.

(멍하니 아이를 쳐다보다가 아이 아버지를 바라보고는 아이에게 다가서 아이 머리를 한손으로 만지며 사진 찍을 각도를 잡아보며 아이 머리를 찍으려 한다.)

아이- (아이 고개를 돌려 피하며) 아악! 누르지 마세요, 아파요.

카메라맨- 안눌렀다. 그냥 사진 찍을 각도를 잡느라고 머리카락때문에 머리 들어간게 안보여서 머리카락을 누른 것 뿐이다.

아이- 아파요. 저 사진 안찍을래요.

나이든 하나님- 찍어라! 그것이 너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아이- 하나님! 당신을 사랑했는데 이젠 당신이 싫어졌어요. 무섭지도 않고 그냥 싫어요. 왜 저한테 이러셨어요? 왜요? 게다가 왜 저런 걸로 맞아도 죽지도 않게 만드셨나요, 저를.

하나님- 내가 보상해주마. 곧 다시 너를 행복하다고 웃게 만들 것이다. 너는...

나이든 하나님- 너는 나쁜 기억력을 지녀 네 삶의 많은 부분들을 보고 들으면서 동시에 잊고 살 것이다. 아마도 그것이 네게는 나은 것 같다. 이런 상황들에 미안함도 있지만 너의 삶이 아니고는 정말 너를 확인할 길이 없다. 그래서 내가 이미 본 너의 고통들을 두고 보아야만 하겠구나.

아이- 하나님! 하나님께서는 저의 현실을 이렇게 마음대로 하시는데 전 이렇게 휘둘리기만 하는 건가요?

나이든 하나님- 너의 삶이 나의 시대에 많은 계획들에 영향을 주었다. 앞으로의 네가 말한 너의 시대를 변화시키기 위해 많은 계획들이 있다. 너의 생존 중에도 너로 하여 계획된 일들이 실행되는 중일 것이다. 너는 결코 휘둘리기만 하지 않는다. 그렇게 느낀다면 네게도 모든 것을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통제권을 한번 정도는 주도록 하마.

아이- 모든 걸 마음대로 하는 것 보다 전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하나님- 너도 행복하다고 고백하는 순간이 있다.

나이든 하나님- 아니다. 그때 너는 울었다더구나. 행복해서가 아니라 서글퍼서 말이다.

드라마 대본 쓰는 법이나 시나리오 작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던 시기에 닥치는 대로 써보았던 습작입니다. 그냥 눈으로 보는듯이 묘사한 졸작이지만 대본형식은 그저그래도 읽는대는 불편이 없을 거라 생각해 삭제하지 않고 두었던 레제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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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이상(理想 , Ideal)   어린아이, 관객에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여자  가정부 내지는 보모, 묘령

그  30대 중후반이거나 그 이상, 이상의 아빠

그녀  20대 후반 이거나 그 이상, 이상의 엄마

 

 

무대는 전체적으로 조금 어둡고 황량해 보일 것

무대 왼쪽 냉장고(냉장고 안에는 캔맥주). 무대 중간 즈음의 약간 후방 일인용 소파. (소파에 사람이 앉을 시를 가정해) 배우의 오른손 방향에 테이블 하나. 테이블 위로는 리모콘 하나. 무대 오른쪽 객석을 향해 베게와 이불이 놓인 아기가 누울만한 크기의 침대

 

 


여자  (무릎을 굽히고는 어린 아이의 뺨을 거세게 때리는 몸짓) 울음 뚝 못 그쳐! 너 니 엄마 아빠 돌아왔을 때 조금 전에 있었던 일 말하면 죽을 줄 알아, 알았어!

(아이 눈가에 눈물을 닦아주는 몸짓, 측은하다는 듯) 자꾸 울고 그래... 그냥 잠시 잠들어 있으면 모든 게 꿈결처럼 여겨질거야! 어차피 언젠가는 겪게 될 일 아니니?

(사이)

하긴 어린 네가 뭘 알겠니? 누나 말 믿어! 네가 십 몇 년만 일찍 태어났더라도 누나한테 한번만 더라면서 미친 듯이 매달리고 애원했을 거라니까!

(아이를 잠시 품에 보듬으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자! 잠이나 자렴, 모든 게 한 낮의 꿈처럼 지나가고 나면 어느새 넌 한걸음 더 어른이 되어 있을테니까!

(아이가 침대에 눕길 기다렸다가 침대에 누운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몸짓 그러다가 손을 놀란 듯 떼며 아이가 누워 있다고 짐작되는 곳을 향해 눈을 가늘게 떳다가 돌아선다. 냉장고로 다가가 캔맥주를 꺼내고는 소파로 가 앉는다. 소파에 앉아 캔맥주를 따 한모금 마시고는 소파 바로 곁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테이블에 캔맥주를 놓고는 리모콘을 집어들어 객석을 향하며 소파 깊숙이 기대 앉으며 느릿하고 거만함이 묻어나는 몸짓으로 다리를 꼰다.-사이- 객석을 보며 미소를 띄다가 무엇이 재밌는지 손뼉을 치며 고쳐 앉는다.)

 

무대 왼쪽으로 그와 그녀 등장.

다정한 한때를 보내고 왔는지 서로 포옹을 하며 입맞춤을 하고는...

 

  이상 때문에 한동안 이런 여유라고는 맛보지도 못하고 지냈었지, 우리?

 

그녀  네? 네에... 그랬죠. 이상을 잉태하고는 이것저것 조심스럽기도 했었죠.

 

  오랜만의 달콤한 시간에 오랜만의 열정이었다 싶어! 저 녀석 갖고부터는 먹는 것 입는 것 잠자는 거... 그리고 손길마저도 정말 하나 같이 성가시게 감사監査 받는 기분이었거든!

 

그녀  감사요? 이제서야 맘마도 제 손으로 겨우 먹는 녀석이 무슨 불평이나 한다구요?

 

  무슨 소리... 여자가 집에 와 일하기 전에는 난 하루하루 저 녀석 울어 재끼는 소리에 편안할 날이 없었다구!

 

그녀  기저귀 갈고 맘마 먹이고 씻기고 잠재우고 제가 다 버겁게 끝내고 나면 당신 꽤나 힘드셨나 보네요!

 

 

그  그거야. 당신이 첫아이니까 이상에 정성을 다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려 그런 것 아니야. 당신이 언제 손끝에 물한방울 묻혔었다고...

바이러스 어쩌고 하면서 일하던 여자들도 다 내보내라던 게 누구야? 여자가 들어오고나서는 당신도 많이 여유롭게 보내고 있잖아? 난 여자가 들어오고나서야 깊은 잠이 들고 있다구.

 

 

그녀  하긴 여자가 오고 나서 좀 편해진 건 인정할께요! 그 전엔 잠시도 틈이 나질 안았었으니까!

 

  그래, 여자가 오고나서 여러모로 사는 것 같아졌지, 여러모로 말야! (벨을 누르는 몸짓)

 

여자  (느긋하게 소파에 누워 객석을 보며 웃거나 하다가 벨소리라도 들은 듯 일어나 냉장고 근처에서 수화기를 드는 시늉) 누구세요!

 

그  열어, 나야!

 

여자  (수화기를 내려 놓으며 버튼을 누르는 몸짓) 어머! 벌써 오셨어요.

 

그녀  이상은 별일 없지?(의례적으로 물으며 여자가 아이를 잠재우던 장소로 간다)

 

여자  네! 이상이 별 이상 없어요!

 

그  (그녀가 아이를 향해 가자 여자에게 바짝 다가서 엉덩이를 부여잡으며) 그 극성스런 녀석 때문에 하루 종일 고달팠지?

 

여자  하루종일이라지만 돌아오실 순간만 기대하며 보내자니 그딴 고달픔은 금새 지나가버리던 걸요, 뭘! (그의 입가로 입술을 가져가다가 돌아서며) 하지만 사장님께선 하루종일 고달팠냐는 말뿐이시지, 사모님이랑 너무 뜨거워 시간가는 줄도 모르는 하루종일이셨겠네요. 저 따위는 까맣게 잊고 말이죠!

 

그녀  (아이가 누운 곳-이라 가정한-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내려다 보며) 우리 이상, 아무 것도 모르고 쌔근쌔근 잘도 자는 구나!

 

그  무슨 소리야! 뜨거운 걸로야 저 사람이 여자 너랑 비교나 되겠어? 이번 겨울 히타 끄고도 그렇게 후끈하게 보낸게 다 네 덕분인 걸! 찜질방비도 안들고 땀빼면서 8키로나 빠졌다니까!

 

여자  이제보니 난방비 아끼려고 절 집에 두신거군요!

 

그  찜질방 대용인지도 모르지?

 

 

여자  찜질방이요? (양팔을 벌리며) 어서 들어오세요. 이동식 찜질방이 회원님을 기다립니다. (웃음)

 

그녀  (내려다보며 머리를 쓰다듬다가) 어머! 이상이 일어났어요! 그래. 그래. 엄마 왔어요, 우리 애기! (무릎을 굽힌 채 포옹하며) 그렇게 반가워? 이렇게 서럽게 울게... (안아 다독이며 잠시 바라보다가 놀란 듯) 이상아! 너 여기 어깨랑 팔이랑... (이불을 걷는 시늉) 아니, 허벅지까지...

(성난 듯 일어나 돌아서며) 여자야! 여자! 이리와 봐!

 

 

여자  (소리를 듣고는 놀라고 망설이며 그를 돌아본다) 하 하! 사모님 때문에 애 떨어질 뻔 했네요.

 

 

그  그게 무슨 간 떨어질 소리야. 이 집에 애는 이상이면 족하다구.

 

 

여자  누가 뭐래요. 놀랐다는 것뿐이에요. 임신이라면 누구보다도 내가 목멜 일이라구요.

 

 

그녀  (더 크게) 여자야! 빨리 좀 와봐. 뭐하는거니 도대체.

 

 

여자  (그녀가 있는 방향을 보고나서 안절부절하며 그를 바라본다)

 

그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뭐해! 안가보고...

 

여자  (그녀가 서있는, 이상을 잠재우던 침실로 향하며. 방백) 그래, 그렇지 뭐! 사내들이라고는 하나같이 믿고 의지할 구석이 없다니까! 나 말고는 정말 믿을게 없는 세상이야!

 

그  (냉장고로 다가가 캔맥주를 꺼낸다. 그리고는 소파로 향한다. 의자에 앉으며 테이블에서 리모콘을 들어 객석을 향했다가 다시 테이블에 놓는다. 객석을 주시한다.)

 

그녀  (아이가 누워 있는 곳을 가르키며) 너, 얘가 왜 이런 거야! 이상이 이상 없다며! 이상이 안 보고 무슨 짓을 했길래 애가 이 지경이야! 애 좀 보랬더니 연애라도 하고 왔니? 이상은 보이지도 않았어?

 

여자  어머! 사모님, 무슨 당치도 않은 말씀이세요. 이 집에서 땀흘리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질 지경이에요! (두 팔을 펼쳐들어 과장되게 정색을 하며) 이 집 밖에서 제가 무슨 연애를 하겠어요!

 

그  (캔맥주를 한모금 마신다. 테이블에 놓고는 소파 깊숙이 앉으며 팔을 펼치고 굉장히 느긋하고 거만한 자세로 객석을 바라본다) 이거 흥미진진해지는걸!

 

그녀  그럼, 도대체 어쩌다 애가 이런 거야! 별일 없냐니까 이상 없다며!

 

여자  (난처해하다가 표정이 밝아지며) 그거야 사모님 걱정하실까 봐 그랬죠. 사모님, 진정하세요. 제가 어릴 때 형제들이 많아봐서 아는데 이맘때 애들은 다들 다치기도 하고 그러면서 튼튼하게 큰다구요! 제 오빠, 언니, 남동생, 여동생들은 365일 상처투성이였는걸요! 상처 때문에 옷이 필요 없을 지경이었다니까요.

 

그녀  지난번엔 친척 집에서 형제하나 없이 외롭게 자랐다고 그러지 않았었나?

 

여자  (당황하며) 그거야 자식이 없는 친척집에서 클 때 얘기고요. 어릴 땐 우리 집에서 살았었죠. 우리 집엔 넘치는 게 형제들이었어요. 발에 밟히고 채이는 게 형제자매들이었다니까요.

 

그녀  그래? 그래서 상처투성이였나보네. 발에 밟히고 채이느라고 말야?

 

그치만 우리 이상은 단 하나뿐이거든... 세상에 같은 이름의 많은 아이들이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단 하나뿐인 소중함일꺼야! 네게 그 소중한 단 하나를 잠시지만 맡긴 건데 애를 이렇게 돌보면 어떡한다니!

 

여자  죄송해요. 사모님, 애가 하도 극성스러워서 그만.

 

그녀  (버럭) 너 그걸 말이라고 하니! 애가 극성스럽다니? 지금 얘가 몇 살이라고? 한달 전까지야 자꾸 울어대서 성가실 때도 있었다지만 이젠 잘 울지도 않는 애를...

 

 

여자  정말 죄송해요 사모님. 사실 아이가 자꾸만 위층 계단에서 뛰어내리려고 해서 주의 깊게 봤거든요. 그런데 그만 뛰어내릴 때 제가 아이를 붙잡느라고 멍이 들었나봐요... 정말 죄송해요.

 

 

그녀  아니, 평소 그 계단이라면 무서워서 잘 가지도 않는 아인데, 애가 왜 계단에서 뛰어내려? 너 그거 거짓말 아니니 솔직하게 얘기해 봐! 무슨 일이니?

 

 

여자  사모님, 제가 왜 사모님을 속이겠어요? (우는 척) 쟤는 왜 평소 잘 가지도 않던 계단에서 뛰어내려선 사람을 이렇게 억울하게 만든데요?

 

 

그녀  정말 아이가 계단에서 뛰어내렸다는거니? 넌 그때 뭘했는데?

 

 

여자  (생각하다가) 전 아이 먹일 이유식을 만들었어요.

 

 

그녀  너 정말! 자꾸 거짓말 할래? 애가 이런 걸 그이가 알면 넌 바로 해고야 알아!

 

여자  (그럴 리 있겠냐는 투로) 사장님께서 아시면 말씀이죠!

 

그  (지루한 표정으로 리모콘을 들어 객석을 향한 후 따분함을 못이기겠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어쩌라는 건지, 원!

 

그녀  (성난 목소리로) 여보! 여보, 이리 좀 와보세요!

 

그  (귀찮아하며 엉기적대며 일어나 걸어온다) 왜 그래 도대체!

(방백, 중얼거리듯) 이상이 크면 좀 조용해질 줄 알았더니...

 

여자  사장님, 죄송해요. 사실 이상이 조금 이상이 있었거든요. 근데 제가..

 

그녀  (여자의 말을 끊으며 이상이 누워있을 침대 방향을 가르키며) 애를 좀 보세요. 이게 어떻게 그냥 이상이 좀 있는거겠어요?

 

그  (무릎을 굽히고 아이를 내려다 보다가 아이 상태가 의외인지 약간 놀랍다는 듯) 어라! 이상아! 어쩌다 이랬니?

 

그녀  여보, 애한테 물어서 될 일이에요? 여자를 뭐라 그래야죠!

 

여자  사장님,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리 크게 다친건 아니에요. 아이들은 다 다치고 낫고 그러면서 크는걸요!

 

그녀  자세히 봐야 알만할 정도면 작게 다친거겠지! 어깨 팔뚝 허벅지에 온통 멍자국인데 어떻게 자세히 봐서 크게 다친게 아닌게 되겠니!

 

그  (아이를 다시보려다 일어서며) 좀 시끄러워! 그리고 여자 넌 좀 비켜서봐. 빛을 막고서있으니까 이상이 보이지도 않잖니!

 

여자  (객석을 향해 기가 차다는 듯) 하! 좀 솔직해져봐요. 걔가 보일 리가 없잖아요!

 

 

그  그래, 눈에 뵈는게 없을 너한테 이상이 눈에 띌 리 없었겠지! 그렇다고 해도 애를 이 지경으로 방치하다니? 애를 어쩌다 이런거야? 봐, 입안도 다 터진 것 같은데...

 

그녀  뭐라구요?

(아이가 누운 침대 방향을 향해 무릎을 굽혀 아이를 다시 보며 무척이나 걱정스런 어조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은 거니, 이상아! 엄마를 보구 아! 해보렴!

 

여자  (그녀가 아이를 향해 돌아서 앉자 그에게 다가가 안기듯 밀착하며) 아이~ 사장님 무섭게 왜 그러세요? 아이야 시간이 지나면 나을거 아니에요. 입안은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대수래요.

(그에게 바짝 다가가 가슴을 밀착하고는 에로틱하게) 왜요? 아이 좀 다친 거 가지고 히터 필요한 밤을 맞이하고 싶은 건가요?

 

 

그  (난처해하며 생각에 잠긴 듯, 방백) 하긴 그래! 애야 정말 시간이 흐르면 자연 치유력이래나 그런게 낫게 할 것 아냐! (여자의 허리를 열정적으로 감싸 안아 당기며) 저절로 나을 상처 때문에 아직 이렇게 쓸만한 럭셔리 후끈이 히터를 교체할 필요야 없겠지.

 

그녀  (바로 그 순간 뒤돌아서며) 지금 뭐하는거야, 당신들! 나랑 한 공간에서 까지...

 

그  (여자를 감싼 팔을 풀며 급당황) 여보, 여자가 미안하다며 사죄하는 말을 속삭이느라고 말이지.

 

그녀  그걸 말이라고 해요, 지금.

 

여자  사모님, 사장님 눈에 티가 있으시길래 제가 불어드리느라...

 

그녀  그래, 눈에 티가 있으신 그가 내 남편이라고 있는거야. 니가 그걸 모르고 이 집에서 일해 왔었니? 아니면 저 남자 눈에 계신 티보다 더 커다란 분이 내 눈에 있으셔서 내가 이 가정을 꾸린 거였나?

 

그  아니, 여보! 마음을 가라앉혀 당신 지금 착각하는 거야! 내가 왜 당신 같은 보석을 두고 이런 큐빅을 주워들겠어!

 

여자  하! 사장님 말씀 참 가당찮게 하시네요! 나 같은 샛별이 사장님 같이 개기름 고인 똥배 불룩한 인간과 부비적댄다는게 더 말도 안되는 일이란 게 맞는 표현인거죠!

 

그녀  웃기지마, 당신들 둘! ‘얼마야 얼마면 되겠어?’라고 얘 처음 들어오고 얼마 안됐을 때 당신이 치근대는거 나도 들었었어. 당신이 그럴리 없다고 내 가정은 견고하다고 정말이지 그렇게 믿고 싶었었는데... (사이) 그래, 어쩌면 내가 날 속인건지도 모르지.

 

그  여보! 그럼 진작부터 오해했었던거야? 무슨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한거야?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며) 내게는 사랑하는 당신과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우리의 이상이 있는데! 여보, 모든 건 당신 오해라구!

 

 

그녀  한 공간에서 그것도 바로 내 등 뒤에서 불륜을 일삼고도... 뭐요, 오해라구요. (혼란스러워하며) 아니, 처음부터 계획적이었어! 아이를 돌보자는 핑계로 집안까지 여자를 끌어들이더니 버젓이 이런 짓이었던 거야!

(그를 향해 거세게 쏘아보며) 그래, 그러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위선을 떠는군요!

 

신뢰와 사랑 그리고 우리의 이상이라면 난 이 가정을 소중히 지켜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신에게 믿음을 건네니 당신은 제게 배반을 선물하시는 군요! 이 가정에 가득해야할 건 서로를 위한 사랑과 배려였는데 어느새 불신과 위선, 가식만이 흐르고 있었네요!

 

 

여자  사모님 말씀 참 잘하시네요. 하지만 이 집에 제가 온 이래 사모님이 뭘 그렇게 이상이나 가정에 관심을 보이셨던가요? 이상도 사장님도 저와 보낼 때가 많았지 사모님은 늘 여가를 보내시기에 삶의 환희들에 젖어 보내시기에 바쁘지 않으셨던가요? 막말로 사모님이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사장님이랑 저나 하다못해 이상이까지도 누가 알겠어요?

사모님께서 진심으로 관심을 두셨던 건 매일 전화로 다정히 통화하던 그 남자가 아니던가요?

 

 

그  뭐라고!

 

 

그녀  뭐라는거야, 지금. 적반하장이라더니... 내 집 안에서 더러운 짓들을 벌이고도 되려 나를 모함하겠다는 거야.

 

 

그  모함? 정말 모함일 뿐인거야? 여자 너! 어디 니가 보고 들은 데로 모조리 보고해 봐. 모함인지 사실인지 내가 판단할테니까.

 

 

그녀  하! 정말 기도 안차는 사람들이네요. 난 가정 밖엔 모르고 살았어요. 이제와서 내가 당신들 같은 패륜적인 인간들한테서 비난을 받아야한다는 거에요!

 

 

여자  어디 그런가 볼까요? 사장님 회사로 가시면 오전 9시 사모님 출타... 정오 즈음이면 이상이 이상 없느냐 밥은 잘 먹느냐 바꿔달라며 짧은 통화... 다시 오후 3시 즈음 같은 내용의 짧은 통화... 그리곤 6시에서 7시 사이 같은 내용의 통화... 그리고는 8시 30 여분 경에서야 귀가...

 

 

그녀  그게 무슨 문제라는 거야. 당신도 아시잖아요. 10시 즈음 수영 강습 받고 오후 2시 즈음엔 골프 교실 그리고 그 이후엔 친구가 운영하는 카페에 들르기도 하고...

 

 

여자  아니 그 긴 시간을 카페에 앉아서 보낸다구요? 엉덩이에 온통 종기뿐이시겠네요, 사모님?

 

 

그녀  어떻게 매일 카페에만 있겠어? 클럽 회원분들과 친목을 도모할 겸...

 

 

그  (미심쩍어하는 듯도 하더니) 하긴 그건 내가 허락한 것들이야! 골프장 회원등록도 내가 가서 해줬는 걸.

 

 

여자  그럼, 사장님 일찍 오시겠다던 날 사장님께서 현관을 들어서시기 직전까지도 사모님께서 온종일 통화하던 그는 누구였을까요? 웃음소리 그칠 줄도 모르고 수화기를 놓치 않으시던데.

 

 

그녀  그건 수영클럽 회원 분이 비엔나 여행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하시는 바람에...

 

 

여자  회원이 아니라 강사라면서 바꿔달라던데요.

 

 

그  그 친목을 도모한다는 회원이 그러니까 수영강사 그자식인거군?

 

 

그녀  여보 오해에요! 수영강사는 제 친구 보람이 아시잖아요? 걔 소개 시켜주려구 했던 거라구요. 난 당신이 오해할까봐. 회원이라고 했을뿐이에요.

 

 

그  아, 보람씨! 알지, 그래. 골수 레즈비언이라 남자라면 보는 것도 거북해 하기로 유명한 당신 친구 아니야!

 

 

여자  어머나, 레즈비언 친구까지 불러다 쓰리썸으로 제대로 불사르고 다니셨던가 보네요?

 

 

그녀  아니야! 아니에요. 보람이라고 언제까지 그렇게 사회부적응으로 살랄 수는 없는 거 잖아요. 다른 친구들은 그냥 뒤에서 뭐라지만 난 보람이에게 정상적인 가정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구요. 정말이에요 여보! 제가 언제 당신을 속이려던 적 있었나요?

 

 

그  있었던데나 넘쳤는데 내가 몰랐던 지도 모르지.

 

 

그녀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보람일 직접 불러서 확인이라도 해 보시던가요?

 

 

그  그래, 어디 전화해보라구!

 

 

그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번호을 누르고 전화를 걸어 그에게 건네는 시늉, 다소 성난듯 거칠게)

 

 

그  (핸드폰을 건네받고 기다리는데 ,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이오니 다시 확인하시고 걸어주십시오 please...’라는 안내 목소리 들린다)

여보, 당신이야 말로 정말 위선과 가식의 총체가 아닌가 싶군. 그래, 요조숙녀인체 하면서 내가 벌어다주는 돈으로 수영 강사에 골프 코치랑 매일을 즐거이 놀아나는 기분이 어떠시던가? 어, 그래 쓰리썸인가 뭔가에 포썸까지 정말이지 어딘가에 불이 나셨겠군, 그래.

 

 

그녀  (당황) 여보... 그런게 아니라 제가 당황해서 번호를 잘못 눌렀나보죠. 이리 줘 보세요. (핸드폰을 뺏어들고 다시 번호를 누르는 시늉.)

 

 

(전화 대기음이 들리다가 경쾌하고 리듬감 있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제대로 손짜장 총알배달 반점입니다’라는 효과음)

 

 

그  (격노해서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  (핸드폰을 든 채 난감한 눈길로 그를 본다)

 

 

여자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며) 보람씨가 중국집을 차리셨나보죠!

 

 

그녀  (핸드폰 플립을 닫아 주머니에 넣으며) 여보! 걔가 갑자기 무슨 일로 전화번호를 바꿨나봐요.

 

 

그  (비웃는 투로) 그리고 그 번호를 제대로 총알배달인가 한다는 짱깨집에서 쓴다는 말이군!

 

 

그녀  보람이 핸드폰 번호가 원래 남다른 데가 있었거든요.

 

 

여자  (객석을 향해, 방백) 이 가정엔 모두 스파 매니아들만 사는가 보네요? 아니면 추위를 너무 타셔서들 히터 없이 보내지는 못하시는 건가?

근데, 이상은 왜 그렇게 저항했을까? 나 정도면 남자라면 모두 눈이 뒤집혀서 침을 질질 흘리면서 덤벼들 스타일 아닌가? 아직 너무 어려서 그런걸까? 그래, 맞아! 이상도 더 자라면 나의 진가에 허덕이게 될꺼야.

 

 

그  듣기 싫어! 조용히 그렇게 격조있는 말투로 당신외의 다른 사람들이나 죄다 죄인으로 만들면서 당당하게 외도하고 돌아다니니 성녀라도 되는 것 같던가!

 

 

그녀  정말 당신에게 충실했어요. 왜 당신을 속이겠어요, 내가?

 

 

그  충실? 그 말이 왜 당신 입에서 토해져나와 허공 속에서 공허한 소리로 흩어져야 하는 걸까? 솔직해져 봐, 내 곁에서 안락하니 쇼핑이나 하구 남자나 만나면서 환희와 쾌락에 젖어보내니 행복했었다구 말이야!

조금 전 당신을 보니 나와 여자의 관계도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더군. 그런데 왜 아직까지 따져 묻지 않았던거지? 그렇게 모르는 척하면서 증거를 하나 둘 모아왔던 거 아니야? 이혼소송이라도 걸어서 위자료라도 왕창 뽑아내려고 했던 거 아니냐구?

 

 

그녀  위자료요? 위자료라뇨? 난 이제까지 가정이 전부라고 믿고 살아왔었다구요?

 

 

그  전부라구? 언제까지 그런 어설프고 역겨운 기만을 시도하겠다는거야. 이 가정에서 당신이 한 역할이라곤 오로지 잡히지도 않을 말뿐인데 말이야.

 

 

여자  어머, 사모님! 정말 이상에게 부끄럽지 않게 보내긴 하신건가요?

 

그녀  그래? 그래, 너희 앞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해야겠니? 내가 떠날게! 이 빌어먹을 가정 내가 떠나줄게! (사이) 하지만 이상은 내가 데려가겠어!

 

 

그  이상을 데려가겠다구? 그렇겐 안되지. 이상을 업고서 위자료를 뜯어내려는 수작이라면 관두는게 좋아. 난 한 푼도 침이나 튀기는 성녀께는 헌납하지 않을테니까.

 

 

여자  사장님, 혹여 이상을 제가 키우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나름 이상을 잘 키워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  나쁠 거 없겠지. 어차피 이상이야 시간이 지나면 저 혼자서도 잘 커나가게 마련일테니까.

 

 

그녀  가정? 위자료? (기막힌듯 웃는다)

(급 정색하며) 누가 뭐래도 이상은 내가 지킬거야!

(아이가 누워있던 곳을 돌아본다 그리고 멍한 채 서있다가 다급하게 두리번거린다)

 

그  (당황한듯) 아니, 이상은 어디간거야?

 

그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며 갈팡질팡하다가 부르짖듯) 이상아! 이상아!

 

여자  아까까진 이상이 여기 있다더니? 뭐야? 이 사람들 이제야 시력이 돌아오는 건가?

 

 

그  이상이 어딨니?

 

 

여자  그걸 왜 저한테 물으세요?

 

 

그, 그녀  걔가 그럼 어디로 가?

 

 

여자  아니, 두분 말씀 하실 때 저 옆에 서있는 거 못보셨어요? 제가 이상을 어떻게 하겠어요?

 

 

그녀  다친 아이를 두고 엉뚱한 얘기만 하고 있었으니... 모두 내 탓이야 내 탓이야. 아냐. 아냐. 이게 왜 내 탓이야. 가식적이고 뻔뻔한 니들 탓이야. 돌려 줘, 우리 아기 돌려 달란 말이야.

 

 

그  그러게 아이가 입안도 다 터지고 멍투성이인데도 입씨름이나 하고 있으니 이렇게 되는 거 아니야. 여자 넌 얘를 보는게 네 일인데 보라는 애는 안보고 뭘 한거야?

 

 

여자  두 분 아이, 눈 앞에 있는 두 분도 못 보시는 데 그 아이를 제가 무슨 수로 보라구요.

 

 

그녀  애초에 네가 문제였어. 여자 네가 아이 몸을 멍투성이로 만들고 입안도 다 터지게 해서 이런거라구. 모든게 너 때문이야 네가 이상을 다치게 해서 그래. 네가 내 가정을 망쳐 놓아서 그런 거라구.

 

 

여자  무슨 소리에요.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원래부터 이상 엉덩이는 멍투성이었다구요. 원래부터가 당신들 이상은 상처투성이었어요. 당신들은 근본부터가 상처투성이밖엔 만들 수 없는 작자들이라구요.

 

 

그  너 뭐라고 지껄여대는 거야. 귀엽다고 이뻐했더니 보이는 게 없구나.

 

 

여자  다른 건 몰라도 이상이 안보이는 건 인정할께요.

 

 

그녀  꺼져버려. 여자 너 따위 게 이 집에 발을 들여 놓을 때부터 꺼름직했어. 사라져! 당장사라지라구.

 

 

그  그래, 가거라. 내 생각에도 네가 모든 문제의 발단이었어. 이상도 아내도 가정도 모두 너 때문에 흔들리고 있어. 사라져, 내 집에서.

 

 

여자  잘 놀았으니 꺼지라는거야? 왜 찜질방 회원카드 끊은지 얼마나 됐다고 다른데 가서 땀 빼시게. 히터교체 비용도 만만치는 않을테니까 각오해 두시는게 좋을걸!

 

 

(어디선가 아이 울음소리)

 

그녀  (멍하니) 이상아! 이상아!

 

그  어린게 어디로 갔겠어? 집안에 있겠지. 내가 집을 죄 뒤져볼테니 여기 있어, 여보!

(무대 오른쪽으로 퇴장)

 

그녀  (그가 퇴장한 방향과는 반대로 멍하니 걸음을 옮기며) 이상아! 이상아!

(무대 왼쪽으로 퇴장)

 

여자  (소파로 다가가 앉는다. 피곤했다는듯 다리까지 뻗으며 활짝 기지개를 켠다. 그리고는 리모콘을 들어 객석을 향했다가 객석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웃는다. 리모콘을 놓고는 캔맥주를 한모금 마시며 정말이지 편안하게 고쳐 앉으며)

핫!핫!핫!하! 이상 따윈 애초에 없는 편이 나았다니까.

(사이)

(객석을 주시하며 캔맥주를 다시 한모금 머금고 나서)

어차피 보이지도 않는 녀석!

 

 

-막-

 

 

 

by kism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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