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읽어도 된다 - 50에 꿈을 찾고 이루는 습관 좋은 습관 시리즈 23
조혜경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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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웃이신 모나리자님의 첫 출간 저작을 많은 이웃님들과 이웃의 이웃님들과 함께 읽고 여러 리뷰를 감상하는 기회가 참 드문 경험이기에 반가웠다. 여러 멋진 리뷰들 사이에 부끄러운 리뷰가 되겠지만 감상을 남겨 보려 한다.

 

본서는 평범한 일반인 여성의 독서를 통한 성장 이야기를 통해 대중들에게 독서와 리뷰쓰기를 권장하며 자기 계발의 여지를 일깨우려는 것을 저작의 특색으로 삼으려 한 저작 같다. 그런데 물론 어떠한 유형의 사람들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으나 저자가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가사와 육아를 하면서도 학문을 놓지 않고 직장 생활까지 하는 와중에 독서열에 불타며 500여 서평을 남기고 50대에 번역가를 꿈꾸며 다시금 외국어에 열정적인 사람이 흔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 자신과 출판사가 저자를 평범함으로 포장하려 하지만 저자는 흔히 볼 수 없도록 열정적이고 학문을 사랑하며 성장의 의지가 남다른 사람이다. 어느 여성이라도 가사와 육아에 바쁜 와중에 학업을 다시 이어가고 직장생활을 해나가는 중에도 독서 열에 불타 서평 500여 편을 남기고 번역가 꿈을 꾸지 않았다고 해서 평범함에도 못 드는 여성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본서는 평범한 여성의 성장기라는데 치중할 수 없다고 본다. 오히려 저자의 특별함을 해체하여 그중 자신에게 유익할 장점들을 배울 수는 있다는 데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

 

본서의 취지를 바로 잡자면 평범함에 방점을 찍을 것이 아니라, 독서와 학문을 권하는 자기계발서로서의 가치도 크지만 무엇보다 삶에 대한 저자의 태도를 엿보며 자신의 삶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라는데 특색이 있는 것이다. 본서는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지혜롭게 자기만의 시간을 가꾸어 가는 이의 삶은 어떻게 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독서를 통해 성장한 그리고 성장하고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에게도 그럴 수 있는 씨앗이 있다는 것을 내면 깊숙이 깨달아 가게 되는 것이다.

 

[책만 읽어도 된다]의 특색을 짚어보자.

첫째, 독서가인 저자가 직접 전하는 독서를 위한 다각도의 팁들이 담긴 책이다. 대개의 꼭지마다 말미에서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팁을 싣고 있다. 독서와 관련한 저자의 예시와 경험을 통해 독서를 멀리하던 분들도 분명 독서에 대한 욕심이 일어날 만하다고 생각된다.

 

둘째, 자기계발서의 색깔을 띠고 있지만 일화와 예시들을 보면 딱딱하게 자기계발만을 위한 내용 전개만이 아니라 저자의 일상을 엿보고 그녀의 내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포근한 감상을 느끼게 되는 에세이집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젊은 시절부터 15년 가까이 이어진 편지 독서모임 이야기와 시와 동시로 육아한 이야기, 자녀들이 어느 정도 크자 다시 학구열을 불태운 이야기 등은 저자의 섬세하고 자상한 내면과 성장에 대한 끊임없던 열정과 노력을 보여준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게 다 다른 배경이 주어지기에 모두가 다 해낼 수 있다고 열변할 수는 없겠지만 해체해서 보면 각각은 다들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상황을 탓할 수도 있고 나는 그만큼의 여유가 없다고 항변하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지만 그 열정과 태도가 배울만하다고 느끼는 분들이라면 분명 장점을 취할 방법도 생각해 보시게 될 것이다.

 

셋째, 독서가이자 서평가인 저자의 독려들이 독서와 리뷰, 학습에 대한 요령만이 아닌 삶에 대한 태도를 갖춰가기 유익한 경험담들이다. 그리고 이 셋째 특징이 본서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닌가 한다. 여기에서야 비로소 평범한 사람도 실천 가능한 가장 큰 긍정성이 드러나고 있다. 모든 노력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저자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성장하고자 하는 노력이 결국에는 다른 현실을 안겨주는 연속이 된다는 데 있다. 저자가 만약 주어진 것에만 안주하는 여성이었다면 편지 독서모임도 학업도 직장도 독서와 서평활동도 번역가를 꿈꾸며 한 외국어 학습도 그리고 이 책의 출간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본서를 통해 느끼고 배우게 되는 바는 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태도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이가 많아 시작하기 늦었다고 생각할 이유도 없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염려할 이유도 없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는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 시간을 친구처럼 여기고 함께 보낸 과정은 오롯이 나의 역사가 된다. 어제보다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미래의 행복도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저자의 노력의 연속은 저자가 특별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행하고 행하는 중에 갖추어진 특별함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책을 발견하는 법]이란 꼭지에서 저자의 말을 보면 더욱 확신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레 내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독서의 장점이다. 취향을 더욱 심화하여 지식을 얻는 것은 독서의 또 다른 목적이다. 영양분이 풍부한 흙이 있어야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지탱하는 힘을 얻게 된다. 취향은 책이라는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흠뻑 양분을 빨아들인 다음 온 힘을 다해 열매를 키워내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독서를 통해 내적 자양분을 충족하고, 가고 가는 중에 목표와 꿈을 지니게 되었다. 저자가 일상에서 남다르게 보이는 성취들을 이룬 것은 저자가 본래부터 특별했기 때문이 아니라 독서와 함께 성장하고 행하는 중에 갖춰지고 이루어갔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꿈과 목표는 삶에 있어 나침반과 같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날 때부터 운명적인 나침반을 지닌 채 태어나지 않고, 저자가 일깨워주듯 독서를 통해 커나가며 목표와 꿈을 지니게 될 수도 있다. 저자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삶의 태도 역시 태생적인 것이나 어느 날 문득 내면에서 솟아난 것은 아닐 것이다. 본서의 서문과 이어지는 초대장이란 장을 보면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으면 다른 사람들의 삶을 통해 나의 상황이나 행동을 비추어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물론 한두 권의 책을 읽는다고 해서 바로 그런 능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대신 책 읽기가 습관이 되면 서서히 내공이 쌓이면서 자신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능동적인 자세와 태도를 갖게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와 태도를 저자는 독서를 통해 갖춰간 것이다. 이건 우리들 평범한 누구나가 갖추어 갈 수 있는 비범한 재능 중 하나라고 본다. 자신 안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는 아무리 평범해 보인다고 해도 평범하다고만 해서는 안 되는 가치가 아닐까 싶다.

 

본서는 우리에게 삶을 대하는 태도와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갖추며 살아갈 안목을 줄 수 있다. 그리고 그 길이랄까 그 길을 향한 지도랄까는 책 속에 있다고 저자가 경험과 그녀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나태한 하루하루와 방향을 잃은 듯한 삶에 잔잔한 자극과 은은한 어조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일상에서 새로운 열정과 목표를 되찾고 싶은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당신의 꺼져가는 열정에 잔잔하고 은은하게 불길을 던져줄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다.

 


모나리자님과 좋은습관연구소의 배려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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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31 1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저도 리뷰를 써야겠습니다 ^^

이하라 2022-10-31 13:00   좋아요 3 | URL
좋은 인연의 좋은 책에 좋은 리뷰가 이어지리라 생각됩니다.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새파랑님^^

모나리자 2022-10-31 15: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이하라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이하라 2022-10-31 16:18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모나리자님^^
오히려 제게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모나리자님께서도 기분 좋은 하루 이어가세요.^^
 
빌런의 공식 - 욕하면서 끌리는 마성의 악당 만들기 어차피 작품은 캐릭터다 1
사샤 블랙 지음, 정지현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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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가 지속되다 보면 쓰기에의 욕구가 일어납니다. 더욱이 문학이나 극문학 쓰기에 있어서는 많은 독서를 하지 못했다고 해도 자기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은 인간의 본능을 자극받습니다. 소설이나 희곡을 써나가 보려 시도하다가 중도 포기한 분들은 예상보다도 더 많을 겁니다. 그래서 조아라나 문피아 같은 사이트에 그토록 많은 분이 글을 써보는 것일 테고요. 저도 장르 소설 쓰기에 관심이 깊어져 올해 몇몇 단편과 중단편으로 응모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물론 실력은 만만한 정도이지만요.


소설에 있어서 스토리 만큼이나 캐릭터의 매력이 중요함은 늘 느낍니다. 하지만 아직 저는 심도 있게 인물을 표현해낼 수준은 아니고 우선 스토리에 집중하는 수준입니다. 장르 소설에서는 그토록 캐릭터가 생명만큼이나 중요한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캐릭터를 창조하고 묘사해내는 가르침이랄까 팁이 절실했습니다. 타고난 작가나 인간에 대한 통찰이 깊은 분이라면 모를까 그 외의 작가를 꿈꾸는 분들에게는 그러한 가르침과 팁은 생명수와도 같을 것이기에 본서의 출간 소식을 알게 되고 무척이나 이때구나 싶었습니다.


소설 속 캐릭터라는 것은 결국 작가 자신의 내적 성찰과 인간에 대한 숙고의 결과물일 것입니다. 관계 속에서의 인간, 사회에서의 인간 그리고 인간에 대한 작가 나름의 정의가 총체적으로 풀어내어져 캐릭터가 조형화된다고 생각합니다. 히어로와 빌런은 결국 인간 무의식 속 선과 악, 성과 속에 대한 원형이 작가의 내면을 거쳐 구조화되는 것이기에 잘 그려진 캐릭터는 결국 독자를 성찰하게 하는 거라 믿습니다. 소설을 쓰거나 캐릭터를 공부하고 연구하며 작가나 독자가 성장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래서일 겁니다. 까닭에 본서가 소설 작법으로서의 팁과 인간에 대한 관찰과 성찰을 엿볼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주리라 기대했습니다.


본서를 일독 후 느낀 바는 이 책은 제목이 [빌런의 공식]인 바와 같이 하나의 공식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영문 제목이 [13 STEPS TO EVIL]인데 제목처럼 13단계로 빌런을 이해하고 구상하고 표현해내는 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경쾌한 어조로 이야기 속에서 빌런이 어떤 모습이며 히어로와 어떻게 대비될 수 있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어떻게 표현해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저자가 서두부터 장르 소설을 쓰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듯 다소 진지하게나 깊게는 들어서지 않고 있습니다. 장르 소설 속에서 좀 더 탄탄하게 히어로와 빌런을 대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할 수 있지만, 작법 책을 통해 내적 성찰과 성장을 기대하거나 더 깊이 있는 인물 묘사를 위해 본서를 선택하겠다는 분들에게는 기대에 다소 부응하지 않는 책일지도 모르겠네요.


작가의 빌런, 안타고니스트, 반영웅에 대한 정의와 빌런이 가질만한 정신적 문제들에 대한 소개, 작품에서 어떻게 적용될지에 관한 팁과 소소한 예시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집필에 초보인 저 같은 사람들에게는 유용하기도 한 책입니다. 여기서 더 깊은 인물에 대한 통찰은 심리학과 문학 또는 장르 문학 작품에 대한 깊은 독서가 더해져야 할 것입니다.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깊이 보고 익어지도록 생각해 보는 것이 가장 필요한 대처가 아닐까 합니다.


인간에 대한 통찰을 얻기에는 부족하다고는 했지만 13단계로 걸음을 옮기며 자신이 수퍼히어로가 아니라 빌런일지도 모른다는 성찰을 하게 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노력해서 나는 빌런보다는 반영웅이 되리라 다짐하고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히어로와 빌런이라는 자체가 물론 이분법이지만 초중딩 작가 지망생들은 그런 이분법을 받아들이더라도 본서를 통해 나와 견해나 양식이 다른 타자를 이해하는 법을 깨우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런 의미에서 본서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한 권의 책이 한 뼘 더 성장하게 해주거나 자신의 성장을 확인시켜주는 거라 생각합니다. 본서도 한 뼘만큼의 성장은 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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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의 공식 - 욕하면서 끌리는 마성의 악당 만들기 어차피 작품은 캐릭터다 1
사샤 블랙 지음, 정지현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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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부터 장르 소설을 쓰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듯 다소 진지하고 깊게 들어서지는 않네요. 장르 소설을 집필하며 좀 더 탄탄하게 히어로와 빌런을 대비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유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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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각본
박찬욱.정서경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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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世間,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라,
情爲何物, 정이란 무엇이길래,
直敎生死相許  이처럼 삶과 죽음을 서로 허락하는가?

 

금나라 시인 원호문의 안구사雁丘詞라는 시의 첫 소절이다. 이 소절은 신조협려를 읽어본 김용 작가의 팬들이라면 누구라도 잊지 못할 한 소절일 것이다. [헤어질 결심]은 이 시와 신조협려를 떠오르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존 트라볼타와 셀마 헤이엑의 2006년 작 영화인 [론리 하츠 Lonely Hearts]도 떠오르게 만든다. 그 사랑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기억 속의 이 작품들과 맞닿아 버리는 것이다.

 

 

농담 안 할 테니까 해준 씨도 솔직히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날 떠난 다음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지는 않으셨습니까?

아마 살아있는 느낌이 아니었을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당신은 내내 편하게 잠을 한숨도 못 잤죠?

억지로 눈을 감아도 자꾸만 내가 보였죠?

당신은 그렇지 않았습니까?

그날 밤 시장에서 우연히 나와 만났을 때,

당신은 사는 것 같았죠? 마침내.

 

서래가 번역기의 힘을 빌려 해준에게 물었던 이 물음들에 대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 세월 어디에선가 대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이들도...

삶에서 사랑을 뺀다해도 물론 무슨 맛이든 맛은 날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 빠진 맛은 커피에서 커피 맛이 사라진 것과 무엇이 다를까?

 

보이지 않을 곳들 뼈만 골라서 부러뜨리던 깔끔한 남편 기도수는 서래의 몸에 자신의 것이라는 낙인을 찍듯 KDS라는 문신까지 새겨넣었다. 그런 남편과 살던 그녀였기에 해준이 그녀에게 신문 이후 사준 사시미가 친절하고 다정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해준 역시 처음부터 그녀가 남달랐기에 그리 대접한 것일 테고. 길고양이가 까마귀 사체를 먹이의 답례로 놓아 둔 이후에 그녀의 대사나 그녀의 말을 번역해 들어 보려는 해준의 잔망스러움도 감정의 오고 감이 거듭 느껴지는 연속들 사이에서 인상 깊던 부분이다. 자신을 감시하려 잠복 아닌 잠복하던 그에게서 그녀가 느낀 심정은 후에 대사로 전해지기도 하는데 그녀의 마음을 이미 짐작했지만 그녀의 고백으로 듣는 심정은 더 깊이 와닿았다. 임호신과 재혼한 그녀의 심정도 이해가 갔지만 역시 그녀 자신의 입으로 들으면서 더 깊이 와닿았다.

 

해준 (답답하다는 듯 약간 톤이 올라가서)

왜 그런 남자하고 결혼했습니까?

 

서래 (눈에 힘주고 똑바로 보면서)

다른 남자하고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했습니다.

 

이 대사 속 다른 남자는 다름 아닌 해준을 이야기하고 그와 헤어질 결심을 했다는 그녀의 면면은 그녀가 결코 그와 헤어질 인연이 아니었고 헤어질 마음도 진심이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극의 대미에서 보여준 그녀의 최종 결정은, 그녀의 마지막 결심이 헤어질 결심이 아니라 하나될 결심임을 확인시켜준 것이라 생각됐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그녀는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결코 헤어질 수 없는 불멸의 연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그녀에게 해준이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대사도 인상적이었다. 론리 하츠란 영화가 깊이 연상된 것도 다음 대사 때문이다.

 

서래 나는 왜 그런 남자들하고 결혼할까요?

... 해준 씨 같은 바람직한 남자들은 나랑 결혼해 주지 않으니까.

얼굴 보고 한마디라도 하려면 살인 사건 정도는 일어나야 하죠.

 

시나리오 중반의 서래가 우리 일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라고 말하고 나서 해준의 대사는 거기까지 각본을 읽는 동안엔 그냥 지나치게도 되었는데 그 대사의 깊음을 극의 종반에 이르러 그것이 얼마나 깊은 사랑 고백이었는지를 돌아보게 했다. 하지만 인용해 옮기지는 않겠다. 스포일러를 최소화하려 하지만 그런데도 스포일러가 넘치고 있는 이 리뷰에 최소한의 양심을 담아 남겨 두어야 할 대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나에게 선물을 꼭 하고 싶다면 그 친절한 형사의 심장을 가져다 주세요.

난 좀 갖고 싶네.

 

이 말은 극 초반의 서래의 중국어를 번역해 남자 성우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대사로 길고양이만이 아니라 해준에게 꼭 전해져야 할 마음이었고 다행스럽게도 해준은 그녀를 따라가 그녀의 그 말을 녹취해 번역해서 듣는다.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씬들이 잦지만 그녀의 대사와 해준의 집요함이 드러나는 이 장면은 그 중에서도 백미가 아니었나 싶다

 

나로서는 이 영화의 스토리 자체와 스토리 보다 튀지 않고 짧은 사랑 이야기를 잘 담고 있는 대사들도 마음에 들었다.

 

해준과 서래 둘 다가 이 이야기가 전하고 있는 사랑의 정의를 온전히 실천하고 있는 인물들이라 여겨졌다. 사랑이 얼마나 거대한 깊은 원형인지를 다시금 깊이 느꼈다. 각본집부터 보게 되었지만 꼭 영화를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헤어질 결심]을 읽으며 까만 밤이 보랏빛이 되었다.

 

 

아니다, 소화야... 아니야... 진정 용맹한 행동은 사랑이야.

 

사랑은... 그 외 다른 모든 것의 포기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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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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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는 초딩 때 20대 초에 또 오늘까지 3번을 읽었다. 초딩 때는 정서적 동요와 함께 애착은 느꼈지만 별다른 인상을 깊이 갖지는 못했던 것 같다. 20대 때는 아련함을 갖게 되었으나 그때도 사람들이 어린 왕자라는 동화에 갖는 깊은 인상이 왜인지 막연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중년이 된 지금 읽었다고 해서 그다지 깊은 감동으로 몸부림치거나 그렇지도 않다. 예전 몇몇 문장에 감동하던 때보다 감동 어린 문장들을 더 찾게 되었고 이제까지 읽고도 기억 못한 결말의 충격이 크기는 했지만 말이다.

 

인상 깊은 문장들은 많았으나 그걸 다 옮기는 건 조금 부담될 것 같다. 키보드와 씨름하면서 버거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말이다. 문장에서 받은 개별적 인상보다 어린 왕자 전반에서 받은 총체적인 인상을 남기는 것으로 이번 리뷰는 대략 마무리하려 한다.

 

어린 왕자는 사랑과 우정, 후회와 회귀, 회복에 대한 갈망 등등의 이야기임에는 분명하지만 나는 이것이 삶에서 본질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저자가 삶의 본질이라고 정의한 것이 정언적으로 주어지는 듯도 하지만 그것이 대중의 기대나 바람과 큰 차이가 없었기에 이 시대까지 어린 왕자가 잊혀지지 않는 것일 거다. 이야기의 시작을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린 어린이의 그림을 모자로 착각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로 들어서고 있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꿰뚫어 보는 어린이와 모자로 착각하는 어른. 그것으로 본질에 대한 통찰과 그것을 통찰해내지 못하는 성인 세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였다. 오해와 착각 속에서 성인들은 서로 오해의 여지를 남겨둘 거리를 두고 관계를 갖는다. 이야기 속 화자는 성인이 된 이후 그 그림을 보여주고 모자로 보는 성인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주변적인 주제만으로 화제를 삼았다. 반면 B612에서 온 어린 왕자는 처음부터 있는 그대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통찰했다. 양을 가둔 상자마저도 아주 쉽게 통찰하고 말이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에 떨어진 씨앗에서 자라나는 바오밥 나무들을 제거하려던 중 하나의 씨앗이 바오밥 나무가 아니라 장미로 자라나자 애정을 쏟는다. 그러다 서로 간 소통의 혼선으로 그는 장미를 두고 자기 별을 떠나 유랑을 하며 몇몇 별에서의 경험을 거쳐 일곱 번째 별인 지구로 온다. 어린 왕자가 유랑 중 마주친 이들을 통해서도 조금씩 주제로 다가서지만 일곱 번째 별에서 여우를 만나고야 자신의 이상과 합치되는 가르침을 받는다. 정말 보석 같은 명문들이 이어지지만 옮겨적기는 생략하겠다. 저자는 성인이 놓치고 있는 본질을 우정과 사랑,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로 정의하고 있다. 물론 이런 가치들이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본질이 아닌 상에서도 인간은 깨우침을 얻어가며 살아간다. 물론 상에 매몰되어 본질을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겠으나 인간은 이 상을 추구하는 과정 속에서도 성장한다. 사랑이나 깨달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해서 허무로만 무너져내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질이나 권력, 명예 따위를 추구하는 과정 속에서도 결국은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는 결과에 가닿고 그 추구하던 과정(자신의 야망을 성취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 허무하게만 작용하는 게 아닌 것이 대부분의 사람의 삶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번뇌가 곧 깨달음이라는 불교 가르침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쨋건 저자는 자신이 그리는 이상과 본질을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고 정의 내리고 이 동화 속에서는 그것의 정점을 우정과 사랑으로 그리고 있다. 그래서 사랑에 대한 정의들로 독자에게 인상을 깊이 남기고 있기도 하다. 본질을 바로 본다는 것은 분명 중요한 핵심일지 모른다. ‘사랑이 진리다라고 오래전의 블로그에서 누군가가 남겼던 댓글이 기억에 남기도 하고. 하지만 각자에게는 서로가 깨우친 본질이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어린 왕자가 이토록 깊이 대중을 오랜 세월 사로잡은 이유는 그 본질을 우정과 사랑에서 찾고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누구나가 어린 왕자와 같은 주제를 마음 깊이 갖고 싶다면 누군가가 남긴 밈으로서가 아니라 어린 왕자처럼 집요하고 맑게 깨우침을 얻고자 추구해 나가야 하지 않나 싶다. 다른 이가 닦아 놓은 길을 가도 나쁠 게 없고 자신이 헤쳐나가도 버겁기만 한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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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0-10 17: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진 책도 요 표지라 반갑네요, 제껀 표지 바탕색이 흰색이네요ㅎ
다음, 4번째 다시 읽기때는 또 어떤 느낌이실지^^

이하라 2022-10-10 18:48   좋아요 3 | URL
같은 표지라시니까 반갑네요. 흰색이 더 맑고 깨끗한 느낌일 것 같아요.^^
4번째 읽기도 그전의 읽기까지의 세월이 걸린다면 한 10년도 넘은 후일 것 같아요ㅎㅎ

Falstaff 2022-10-10 18: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린 왕자>를 무척 여러 번 시도했다가, 단 한 번도 끝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상당히 친한 동무의 아내가 번역한 책을 선물 받고도 끝까지 읽어내지 못했군요. 혹시 이것도 병인가 합니다. ㅠㅠ

이하라 2022-10-11 21:46   좋아요 4 | URL
완독하기까지 몇 번이나 미루게 되는 경우가 저도 몇 권이나 됩니다. 결말까지 읽게 되는 심정적 계기가 있어주면 그때가 완독하게 되는 순간이더라구요. 그런 계기가 꼭 있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