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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 꿈꾸는돌 26
김성일 지음 / 돌베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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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이 더욱 빠르게 뛰었다. 앨리스가 온다, 나를 만나러. 항구에서 헤어진 그 앨리스도 아니다. 수년간의 고독이 만들어낸 환상도 아니다. 휴대폰 사진 속의 누군지 모를 사람도 아니다. 저 우주 멀리 정말로 존재하는 앨리스가, 나를 위해 그 먼 길을 온다. 

 여우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 순간, 여우는 가슴속인지 머릿속인지, 어딘가에 있던 무언가가 열리는 것을 느꼈다. 아니 있는 줄도 몰랐던 기관 같다는 느낌이다. 마음의 온도가, 색깔이 바뀌어 갔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웃음이 마음 속에 피어났다.


 본서의 책 띠지에 보면 『어린 왕자』의 서정과 감동이 우주를 만나다!라는 카피와 함께 이런 문구가 있다. -"관계 맺음의 갈망과 그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이다. 고독한 영혼들이 서로를 치유하고 함께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이 넓은 우주에서 혼자인 것만 같은 이들이라면 이 소설의 주인공 세 명에게 모두 공감의 문이 열리지 않을까 싶은 이야기다.


소설의 배경은... 미래의 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우주시대에 화성 생명체의 DNA를 조작해 애완동물들을 생산하여 판매한 이후, 얼마지 않아 해당회사가 티타니아 그룹이라는 거대 기업에 인수되며 유전자 개량 애완동물들을 폐기하려 한다. 이 때 앨리스라는 주인이 애완동물이었던 여우를 사우디아라비아에 도망시켰고 여우는 이때부터 룹알할리 재활용센터라는 쓰레기장에서 혼자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판매하며 살아간다. 유전자 조작을 통한 동물이라 인간에게 수학을 가르칠 정도의 지능이고 소설이 전개되면서 등장하는 전기를 제어하는 초능력도 있다. 


지구에 여우가 있다면 먼 우주의 어느 소행성에 티타니아 그룹이 만든 우주기지 로즈워터라는 곳에는 AI가 양육하는 알렉스라는 소년이 홀로 살고 있다. 아이 역시 화성 생명체의 DNA를 개량한 유전자 조작 인간으로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 소행성에서 지구의 여우에게까지 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텔레파시 능력이 있는 것이다. 알렉스와 여우는 오래 전 부터 대화를 하고 있지만 여우는 다분히 이성적인 지성체라 알렉스를 앨리스라고 부르며 대화는 하면서도 알렉스는 외로운 자신이 만들어내 허구의 존재가 아닌가 의심하는 중이다. 


티타니아 그룹과는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 란차오 상방에서는 티타니아 그룹이 화성 생명체의 유전자를 조작해 만들어낸 유전자 조작 아이가 특정 소행성에서 비밀리에 육성되고 있는 것을 알아내고는 그 아이를 탈취하려고 기업의 병사들을 파견했다. 하지만 티타니아 그룹의 자동 방어시스템에 의해 란차오 상방이 보낸 산업스파이 병사들은 거의다가 죽고 슈잉이라는 병사 한 명만이 살아남아 파손된 비행선에서 정처없이 우주를 헤메고 있다. 거의 삶을 포기한 슈잉에게 어느 순간 죽음을 앞둔 자신의 환상인지, 여우와 대화 중이니 끼어들지 말아달라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알렉스는 태어나서부터 AI 외에는 접촉해본적도 없이 외로운 삶을 살아왔고 여우는 버림받고 홀로 살아가는 존재이며 슈잉 역시 쓸쓸한 과거를 지닌 채 현재는 홀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고독한 처지다. 이런 이들이 만나는 계기는 알렉스의 텔레파시로 인한 접속이다.


이 소설은 정말 깊은 애정이 깃들게 만드는 것만 같은 작품이었다. 소설속의 알렉스도 여우도 마치 나 자신인양 여겨지며 그들의 만남과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게 만들었다. 


"앨리스, 나는 있는 게 잘못이야. 잘못 만들어졌어. 잘못 태어났어."


자신을 찾아내 폐기하려 혈안이 된 사람들 속에서 이런 자기비하를 하는 여우의 외침도 어느 날엔가 절규하던 나를 떠오르게 했다. 그런 게 어딨냐고 어떻게 있는 게 잘못일 수 있냐고 외쳐주는 나만의 앨리스는... 알렉스는 찾기 힘들던 시절이다. 물론 여우는 이때 자신을 위로하던 알렉스의 말을 빌려 이후에 알렉스에게 이런 충고도 하고 있다.


"있는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하는 것에는 잘잘못이 있어. 남을 해치면 안 돼, 앨리스. 그러면 로즈워터가 널 가둬 둔 게 옳은 일이 되고 말아."


이 책의 말미에 가면 티타니아 그룹의 로즈워터 AI도 알렉스의 빛을 초월하는 텔레파시 능력을 양자컴퓨터로 구현해내 백스물세번째의 시도만에 알렉스에게 말을 건넨다. 왠지 모르게 로즈워터 AI도 외로운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먼 별에서 알렉스 혼자만을 돌보며 지내던 그런 외로운 존재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말이다. 


소설은 정말 흡인력있기도 하다. 독자를 페이지터너로 만드는 작품이라고 작가가 전혀 겸손해하지 않고 말할 수 있을 저작이다. 청소년을 독자로 품는 소설이기에 피가 튀는 잔인함도 피가 끓는 성애도 피가 마르는 절절함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깊은 곳까지 건드리는 섬세함과 건전하게 몰입시키는 흡인력이 있다. 


소설은 여우를 찾아오기까지의 과정이, 여우와 만나는 과정이 전체일테지만 그걸 소개하지 않는 건 스포일러로 독자의 감상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소설이 어린 왕자를 모티프로 했고 소설 속에도 어린 왕자란 책이 소품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어린 왕자의 감동을 알고 모르고는 중요하지 않다. 어린 왕자의 고독은 독자가 공감 가능한 그만의 고독이고 알렉스와 여우, 슈잉의 고독은 또한 이 소설의 독자가 공감 가능한 그들의 고독이다. 그리고 그 고독이 서로에 대한 갈망을 낳고 이들을 서로를 어우러지게 했듯, 독자들에게도 그 고독과 함께 어우러짐을 위한 갈망을 안겨줄 것이다. 


내가 만나러 갈 누군가, 나를 만나러 올 누군가를 꿈꾸게 할 소설이다. 좋아하는 시는 아니지만 박노해 시인님의 《별은 너에게로》라는 시가 떠오르기도 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을 어린이든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고독해본 적 있는 누구에게라도 권하고 싶다. 여러분에게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웃음이 마음 속에 피어나기를...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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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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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는 현정권 비판 저작에서 [1984]와 함께 언급되었었기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일독을 하게 됐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서는 현시대가 [1984]가 이야기하는 빅브라더에 의해 감시되고 통제되는 방식 보다는 [멋진 신세계]에서 이르는 즐겨 지배받기를 대중이 원하는 시대인 것이 아닌가 하는 시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에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1984]도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으나 1984가 근미래인 현재를 예견해 감시카메라와 미디어를 통한 통제를 하는 현시대의 일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멋진 신세계는] 포드기원(포드사에서 자동차가 첫생산된1903년을 원년으로 삼는 기원) 600년대라고 하는 앞으로도 480여년 후의 시대를 주제로 삼고 있기에 본서를 읽은 후 정말 우리 시대는 그 두 시대 사이의 과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1984]의 현실화를 보자면 중국 같은 나라는 실제로 감시카메라가 발달할대로 발달해 몇 백명의 유동인구가 있는 거리를 비추면서도 각각의 신원파악이 가능할 정도로 시스템이 발전해 있다. 우리의 카톡과 같은 어플과 전자결제시스템 등 사회관계망 전체를 한번에 인증해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얼굴을 인증해야 한다. 그리고 얼굴과 개인기록이 모두 기록되어 앞서 말한 중국 전역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로 어디로 이동하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동선에 신원 파악까지를 모두 감시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중국은 현재 전혀 부정할 길 없는 빅 브라더의 시대인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대외적으로도 널리 그 시스템의 발전과 이용을 공개하고 있어 그렇지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그런한 기술이 중국 보다 부족하다거니 미진해서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 볼 때 이 시대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하지만 [멋진 신세계]에서 언급되는 수면학습에 의해 세뇌되는 인류... 더이상의 갈등도, 주어진 것 외에는 자기 나름의 목표나 야망도 사라진 고뇌하지 않는 인류의 모습은 당장의 우리 모습은 아닐 거라 믿고 싶겠지만 이미 우리는 충분히 유도되어 있고 유도되어 가는 중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대중이 사회현안들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자신의 취향대로 즐기며 살아가기 위해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도록 미디어는 충분히 광고라는 심리조작을 이용해 대중심리를 유도하고 있다. 폴 로버츠의 [근시사회]에서 '파충류의 뇌'를 자극하며 당장의 일시적 충족에만 몰입하도록 광고라는 매체가 발전되어 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의도치 않은 결과라고 보기에는, 관련 뇌 분야와 심리학 분야를 연구하는 경제서들이 즐비하다는 것이 대중을 근시안적인 존재로 유도하는데 명백하게 의도적이었음을 수긍할 수밖에 없게 한다. 이 대목에서 수면학습으로 세뇌되는 미래 인류의 모습과 현시대 인류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듯 했다.

 

'더이상의 갈등도, 주어진 것 외에는 자기 나름의 목표나 야망도 사라진 고뇌하지 않는 인류의 모습'이라고 한 것은, 아직까지는 모든 부분에서는 그렇지 않겠지만 정치가들이 국민들의 발전과 성장에 한계를 지으며 그저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삶을 살라고 강요하는 패러다임에 대중이 놀아나는 '소확행'이라는 개념이 그렇다고 생각된다. 

 

나는 사실 안분지족이나 소족이라는 명청청언의 말씀들에 상당히 공감했던 적이 있다. 돈도 물론 많을 수록 좋은 것이긴 하겠지만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이.. 정확히는 내 하고 싶은 것을 할 시간을 제한 당하는 그런 정도의 부의 추구 같은 것도 돈이 없어 제한 당하는 것 못지 않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주의이긴하다. 하지만 현시대처럼 성장과 발전을 삿된 정치로 인해 제한 당하는 시대에 소확행의 추구는 일종의 강요이자 세뇌에 놀아나게 되는 것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자가 되도 좋겠지 금전적 여유가 생겨도 좋겠지 하지만 그런 것들을 이루기에는 부담스런 여건이라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나 추구하는게 맞아!" 이런 반강제적인 세뇌로 우리를 구속하고 우리에게 한계를 지어주는 현실을 바꿀 여지를 갖지 않는다면 그것은 [멋진 신세계]가 그리고 있는 시대... 그 미래에서 온 망령 같은 시대를 우리가 뒤따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소설이지만 담고있는 사상이 깊어서 그렇지 SF소설로는 큰 점수를 줄수 없는 소설이라는 것도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생각할 문제를 던져준다는 하나 빼고는 너무 지루하다. 한마디로 재미없다. 

 

서기 2500년대에 승강원 이를테면 안내원이 있는 엘리베이터는 웬 말이며(심지어 승강원이 엘리베이터문을 손으로 닫는다) 전화번호부가 등장하고 저작 연대인 1930년대의 그 고루한 사고방식에서 출발한 상상력은 여자란 2500년 대에도 간호사나 잘돼야 교장뿐이라는 편견을 그리고 있는 것만 같다. 

 

물론 아기들을 인공수정한다거나 하는 기술은 현재에는 일반적이지만 1930년대에는 획기적인 상상이었을 것으로 생각되긴 한다. 로켓을 타고 여행을 간다는 것도 당시에는 굉장한 상상력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초반 전개부터 재밌을 소설이라는 기대는 완벽히 무너뜨리는 미래사회에 대한 빈약한 공상이었다고 본다. 물론 사상의 깊이가 그 빈약한 공상에서 깊어졌다는 것은 놀랍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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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 Pluto 1~8권 세트 - 전8권
테츠카 오사무 지음,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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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얽개는 큰 빈틈이 없는 스토리지만 인공지능 로봇에게서 인간적인 성향 등을 그려내는데 조금 과하다 싶게 감성과잉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미래에 이렇게까지 인간적이고 인간과 동등한 권리까지 인정 받는 인공지능 로봇들이 등장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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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튜버 라이너의 철학 시사회 - 아이언맨과 아리스토텔레스를 함께 만나는 필름 속 인문학
라이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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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리뷰를 쓰건 포스트를 올리건 긴 글은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어느 리뷰던 포스트던 읽을 때 너무 길다보면 지레 부담을 느끼고 몇 문장만에 스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관심을 갖자고 해도 길다보면 텍스트를 굵게 또는  으로 표시한 부분들을 훑어보고 마는 경우도 많다. 

 

어느 분의 직언처럼 포스트도 리뷰도 길면 대중들은 그저 스킵해 버리고 마는 경향이 대다수라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SNS 등에서의 배너처럼 그 잛디 짧은 단문에 익숙해져서 직관적인 짧은 글에 관심을 보이지 긴 문장은 관심을 갖지 않고 스킵한다면 나는 도대체 어떤 리뷰 어떤 글을 써야하는 걸까? 

 

예스24가 이주의 우수 리뷰를 선정하는 경향을 보면 최근에는 달라진 듯 하지만 그 이전까지는 독서에 비견할 정도의 장문의 리뷰를 선호하던데... 서평단 응모에 선정해준 마음에 응답하기 위해서라도 장문으로 써야 할까? 아니면 다수가 읽고 부담없이 즐길 직관적인 단문을 선호해야하는 걸까? 

 

그래, 장문은 내 대뇌가 부담스러워하니 직관적인 문장으로 승부하자. 그것도 막상 써보려고 하니 쉽지 않을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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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평단 모집란에서 [니체가 주장한 초인의 모범은 조커였다? 매트릭스는 데카르트의 악마에서 태어났다? 마르크스는 설국열차의 혁명을 예언했다?] 단 이 문장들만으로 흥미를 느껴 서평단 응모를 하게 된 책이다.

영화는 물론 좋아하고 철학도 관심이 있지만 철학서들은 대체로 철학의 역사를 논하는데 치중해 사유의 꺼리를 깊이있게 되새기기에는 부족할 때가 많지 않은가?

영화 이야기로 철학을 가까이 한다면 공감과 사색이 교차하며 깊은 배움과 인상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기대였다.

 

니체가 주장했다는 초인이 과연 어떻게 조커인 것인지, 매트릭스에서 어떻게 플라톤이 아니라 데카르트가 언급된 것인지, 마르크스가 예언했다는 설국 열차의 혁명은 왜 이 시대의 현실세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것인지 이런 의문들에 대한 저자의 대답을 듣고 싶었다.

그리고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 블레이드 러너, 12인의 성난 사람들(feat. 리갈하이), 매트릭스, 기생충, 그래비티, 조커, 내부자들, 다크 나이트(feat. 소리도 없이), 설국열차, 그녀]라는 13편의 영화에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소크라테스, 데카르트, 헤겔, 쇼펜하우어, 니체, 마키아벨리, 융, 마르크스, 붓다]까지 11명의 철학자, 문학가, 정치사상가, 경제학자, 분석심리학자, 종교 창시자들을 매칭해서 만나며 (철학이 쉽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인간의 삶의 어느 대목에서도 철학적 사유가 없이는 진지한 선택을 하기 어려운 것이구나 하는 감상을 갖게되었다.

 

책을 펼쳐들기 전 부터 예상했던 것 처럼 영화라는 매체와 철학적 사유라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조합임을 되새길 수 있었다.영화와 함께 철학자들의 사유로 인도하는 저자 라이너님의 입담은 니체의 초인이라는 것이 이런 거였구나를 조커를 통해 엿볼 수 있고 배트맨과 납치된 소녀를 통해 융이 말하던 페르소나란 결국 자아의 한 부분을 담고 있고 우리가 연기해내야 하는 것이구나 하는 깨우침을 가져다 주었다. 

 

그녀를 통해서는 붓다의 공관과 무아를 들고나온 라이너님에게는 노장 철학을 논하실 것을 불교 가르침은 버거우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본서는 영화를 통해 철학과 철학적 사유에 한번 빠져보라고 유혹하고 있다. 나로서는 [12인의 성난 사람들과 리갈하이, 소리도 없이, 그녀]를 제외하면 모두 본 영화들인데 저자를 통해 영화를 좀더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팁을 배운 듯해 좋았다. 철학을 깊이 알 수록 영화를 보는 눈이 더 깊어질듯 해 다른 철학서들도 더 공부하게 될 것 같다. 영화를 깊이 보고 싶은 사람, 영화를 통해 사유와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사람... 아니면 철학을 일상에서 영화에서 읽어내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권해도 좋을 책이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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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1-03-23 0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하라님 리뷰를 읽으니 이 책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전 긴 글이 좋아요^^

이하라 2021-03-23 01:05   좋아요 1 | URL
긴 리뷰를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읽을 때도 그렇지만 쓸 때는 정말 부담스럽던데요^^;
영화를 글로 소개받는다는 면에서도 영화로 철학을 풀어내어 준다는 면에서도 한번 쯤 읽어봐도 좋을 책 같아요^^

물감 2021-03-23 0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긴 리뷰를 스킵하지 않게 쓰기란 참 어렵죠... 글쟁이들의 평생숙제 아닐까요^^

이하라 2021-03-23 09:20   좋아요 1 | URL
네. 그래서 핵심만 짚은 짧은 글을 쓰자고 해도 그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스킵하지 않게 쓰는게 정말 숙제인듯 합니다.^^
 
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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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이라지만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작품이다. 


아동문학 수상작을 간혹 읽어봤는데 최근에는 아동문학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전환된듯한 감동이 인다. 


긴긴밤이라는 이 소설 속의 노든과 치쿠, 윔보, 앙가부, 아기 펭귄 등의 등장 동물들 하나하나가 모두 소수자들을 대변할 뿐 아니라 고요 속에서 분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여기, 우리 앞에 훌륭한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네. 하지만 코뿔소이기도 하지. 훌륭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네 그래."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란 코뿔소 노든의 이야기로 시작해.  동물원에서 태어나 자신의 처지에 안주하며 살다가 노든을 만나 동물원 밖으로 떠나는 꿈을 안고 죽어간 코뿔소 앙가부. 다른 펭귄들이 모두 꺼려하는 얼룩 알을 품은 두 마리의 수컷 펭귄 치쿠와 윔보.. 전쟁 중 치쿠와 동물원을 벗어나 밀림을 헤매며 부화된 아기 펭귄을 바다로 데려다 주려 방랑하는 노든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가슴에 묵직한 의미를 던져주는 듯 했다. 모든 여정은 결국 아기 펭귄을 바다로 인도한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동물들이 한 존재를 양육했으며 인도했다고 여겨진다. 


이 이야기는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아이뿐만이 아니라 성인까지도 성장시키고 성숙시킬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이야기는 짧지만 매혹적이고 나는 아마도 [긴긴밤]이라는 이 소설을 몇 번이고 다시 펼쳐볼 것이다. 오랫만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소설과 함께했다. 동물들의 이야기지만 자신의 짐을 지고도 다른 이들과 어우러지고 다른 이를 제 길로 가도록 함께하고 인도하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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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8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하라 2021-03-08 13:18   좋아요 1 | URL
어린이 문학도 인간관계에서의 고단함을 그리며 쉽게 교훈을 담아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깊이와 다가가는 과정이 섬세해진 면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많은 분들에게 권해 드리고 싶을만큼 감동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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