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 불패의 법칙 - 닫힌 마음도 무장 해제시키는 4가지 행동 설계
로런 노드그런.데이비드 숀설 지음, 이지연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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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를 읽으면서야 비로소 비즈니스맨이 아닌 사람들까지 왜 비즈니스 명저를 탐독하는지 왜 비즈니스 명저들을 읽어야 하는지를 알 것 같았다. 사뭇 철학적이고 심리학적인 주제이면서도 이 주제를 실제 마케팅에 PT에 고객 관리에 연구 개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구체화할 수 있다. 인간 심리가 궁금했을 뿐인 사람도 사업가나 기획자와 같은 관점을 엿보게 해주기에 독서의 남다른 맛이 더해지는 저작이기도 하다.

 

이 책의 주제는 인간 심리를 통찰해 어떻게 기존의 기호를 넘어서 흥미를 일으키고 반발을 적게 하면서 각인되게 하고 행위의 동인으로 작용하게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인식과 함께 흥미를 불러와 지속적인 관심과 기호로 자리 잡게 하는 방법, 행동으로 실천하게 하는 방법을 아우르는 것이다. 그 지식의 여정을 논리나 주장만의 나열이 아니라 각 심리 법칙과 이론, 실제 연구와 사례들을 제시함으로써 이해가 쉬운 서술을 하고 있다.

 

저자들은 인간의 의사 추진과 실천에 있어 저항이 되어 방해 요소로 작용하는 바를 마찰력이라는 어휘로 정의하고 대표적인 4가지 마찰력과 그 마찰력을 상쇄하기 위한 대안들을 제시한다. 인간이 새로운 주제나 대안에 대해 저항하고 기존의 익숙한 것들에 안주하려는 심리를 1 마찰력 관성이라고 정의하는데 이 관성을 낮추거나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을 총 7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이 중 일반인들도 일상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반복과 유인 효과가 아닐까 싶다. 점진적인 반복을 통해 익숙하게 만들어 기존의 상식처럼 인식을 왜곡시키는 것과 열등한 선택지를 제시하여 제안자가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다. 선택지를 단 두 가지 제시하는 것으로 역설적 결과를 가져온다면 선택지를 세 가지로 제시할 때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값싼 A와 비싸지만 월등한 C 사이에서 가격을 이유로 A를 선택하는 고객의 선택을 바꾸려 할 때 중간 가격이고 A보다는 낫지만 C 보다는 모자라기만 한 B를 제시하면 사람들은 B가 아닌 C를 선택하는 경우가 현격히 증가한다고 한다. 이런 인간 심리를 파고든 최초의 매출 증가 사례가 팝콘 판매율이다.

 

아무리 사소한 수고라도 약간의 수고만으로도 매출에 지대한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게 2 마찰력 노력의 장에서 등장한다. 공짜 사탕이라도 사탕이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느냐 사탕을 먹기 위해 몸을 좀 더 기울여야 하느냐는 단 50cm의 거리 차만으로 대중의 공짜 사탕 선택의 폭은 크게 차이가 난다. 인간은 약간의 불편이라고 감수해야 하면 쉽게 선택을 포기하고 만다는 것이다. 손쉬운 시스템은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리서치나 사소한 부탁에서도 상대의 수고를 최소화하거나 거절할 시에 약간의 불편을 더하는 제안을 더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의사에 변화를 줄 수 있다.

 

3 마찰력 정서는 제2 마찰력에서의 사례와는 상충하는 다른 예가 등장하기도 한다. 케이크 믹스의 사례인데 간편하게 케이크를 구울 수 있는 케이크 믹스가 등장하고도 사람들의 구매가 저조하자 이를 전문가에게 의뢰해 리서치를 하고는 대안을 찾은 경우이다. 미국 가정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케이크 믹스는 '너를 위해 케이크를 구울 정도의 애정은 없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판매율이 저조했던 거라고 한다. 단지 계란가공가루를 제거하고 고객이 계란을 넣어 휘저어야 하는 수고를 더해줌으로 고객에게 '나는 베이킹을 하고 있다'는 심리를 안겨주어 매상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고객의 심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간단하게 대답을 회피함으로써 불가능해질 수도 있으니 고객의 진정한 심리를 알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질문들로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해당 제품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파악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건 인간 관계에서도 중요한 사안이 아닌가 싶다.

 

4 마찰력 반발과 그 대안인 두 개의 장은 인상적이면서도 짧은 장이었는데 대상자의 저항하는 심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예스 세트 질문으로 접근하거나 상대가 적극 참여하게 하는 것으로 스스로 자기 설득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들은 앞서 말한 장들에서도 대중 선동법의 기법들을 사례로 등장시키고는 있지만 이번 장은 무척이나 유효하면서도 소름 돋는 사례가 있었다. 적국에 포로가 된 병사들에게 적들이 고문을 통해 기밀을 알아내기는 쉽지 않으나 포로인 병사들 내면으로부터 조금씩 자국에 대한 불만의 요소를 하나둘 일깨우기 시작함으로써 최종적으로 그들이 조국을 배신하도록 만들 수도 있었다는 실제 사례가 등장하기도 한다. 간단하면서도 무서운 심리 기법이 아닐 수 없다. 포로가 된 병사들이 스스로 자기를 설득하고 합리화하도록 유도하는 것만으로 자원입대한 이들이 군과 조국을 배신하도록 만든 것이다.

 

본서는 독서 하는 기쁨을 알게 해주는 주제로 가득하고 실용성으로 꽉 차 있는 내용이다. 물론 다소 티미한 이 사람이 리뷰를 썼다 보니 본서에 대한 흥미가 일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명저라는 이 책은 비즈니스만이 아니라 인간 사회 어디에서든 반드시 적용될 수밖에 없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언제나 운용되어 오고 있는 내용이기에 독서 전에 주제에 대한 이해를 굳이 가늠해보지 않고 읽거나 듣더라고 그사이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종이책이든 이북이든 오디오북이든 접하고나면 (독서가) 한 번이 두 번이 되게 하는 저작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 다수의 독자가 사업가나 회사원인 것 같던데 사업가나 회사원이 아닌 분들도 인간이기만 하다면 누구라도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을 내용이란 걸 읽거나 들으시는 즉시 깨닫게 될 것이다. 시큰둥한 사람도 독서를 마치면 다시 뛰어들게 될 거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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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전쟁으로 읽는 지정학적 세계사 - 강대국들은 더 좋은 영토를 위해 어떻게 전쟁을 했는가?
다카하시 요이치 지음, 김정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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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전쟁이 지금의 지정학적 현상과 문제를 야기하게 된 역사적 흐름을 알고 싶고 현재의 문제들에 대한 담론을 들어 보고 싶어 선택한 책이다. 저자는 1980년 일본 대장성(2001년 중앙 성청 개편으로 사라진 기관으로 메이지 유신 때부터 존재했다는 일본의 행정 기관이다.)에 입성해 대장성 이재국 자금 기획실장과 이후 내각부 참사관, 내각 참사관을 역임했던 인물로 고이즈미 내각과 제1차 아베 내각에서 활약하고 2008년 퇴임하신 분이다. 그 외의 대학과 사기업 활동 이력은 본서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그의 정치 이력에 본서가 분량과는 달리 상당히 깊이 있는 담론을 담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본서를 선택하게 되었다.

 

우선은 본서를 읽으며 다소간 실망한 부분부터 언급하자면 본서의 역사 기술은 상당히 건조하다는 것이다. 역사가나 역사 유투버가 전하는 내용은 아니다 보니 스토리텔링이 풍부하다거나 몰입도 높게 역사서술은 하지 않고 있다. 저자 자신이 역사에 대한 정보는 세밀히 알 필요가 없고 대략적인 핵심만 알면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기 보다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역사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로 받아들여졌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역사서술 대목은 보고서 형식으로 간략하며 사건 나열 중심의 보고서 형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실망 포인트라면 역사 해석의 대목 분석과 그 해설이 너무도 상식적이라 실망스러웠다. 남다른 식견이라던가 탁월한 분석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정도 이력을 가지신 분의 저작으로는 다소 빈약한 책이 아닌가 싶었다. 다만 이분이 제시하는 키워드들로 사유를 확장하는 데는 아주 유익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본서에는 기대는 배신당했으나 사유는 좌절당하지 않았다는 감상이 들기도 한다.

 

역사서술 대목은 2장 중국, 3장 러시아, 4장 유럽, 5장 미국의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으며 간략히 그 지정학적 중요성을 담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외세에 의해 중국이 핍박 받았던 역사와 내전 이후의 중국의 타국과의 전쟁이나 전쟁 개입에 역사를 다루고 현재의 양안 간의 문제가 세계적 충돌을 야기할 수도 있을 전망에 대해 간략이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는 무엇 보다 현재의 국경선이 성립된 이후 과거 러시아의 세력권이던 동유럽 지역들이 대거 EU에 가입하게 된 사실과 현재의 러-우 전쟁이 러시아에게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도록전개된다.

 

유럽의 경우는 가장 유익했던 대목은 역사적인 유럽 내 특히 동유럽에서의 분열과 통합을 주목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며 러시아에서 독립한 국가들이 유럽 연합에 가입함으로써 러시아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서방측의 포위망에 러시아가 갇히는 양상이 되어버리는 과정을 알수 있는 기회였다. 또 식민지 시대 이후 중동 지역에서 유럽이 중동의 국가들의 독립과 자존을 보장해 주겠다는 일종의 기만을 통해 중동 각국에서의 내적 분열과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 사이의 분열의 씨앗을 심어주었음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유익한 장이었다. 왜 그토록 급진 이슬람 세력들이 유럽과 미국을 적대시하는지 충분히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과연 유럽과 미국 같은 민주주의 진영이 전쟁과는 거리가 먼 국가들인지 아니면 분쟁과 전쟁 비화의 씨앗을 품고 퍼트리는 원인인 것인지 의아해지기도 했다. 

 

미국의 장은 저자가 제시한 현대는 공존공영을 중시하게 되어 국민적 합의 없는 전쟁이 불가능하며 민주평화론이라는 민주주의 세계에서는 전쟁이 없다는 관점이 다소 비틀리며 읽히는 장이기도 했다. 아무리 봐도 공존공영이란 저자가 말한 얕보거나 얕보이거나의 논리에 벗어나 있는 대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과거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식민지를 추구하지 않으며 서유럽에서 힘의 균형을 추구하던 시기가 장기화 되자 선왕의 유지와는 다르게 차기 왕은 비스마르크를 멀리했으며 독일 국민 다수가 식민지를 만들라고 요구한 것을 보아도 어떠한지 알 수 있다. 공존공영의 실상은 이 시대가 식민지를 통한 이익추구가 아니라 그만큼의 이익을 무역을 통해 쌓아낼 수 있는 세계화를 이룩했기에 가능한 것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국가 사이에서는 전쟁이 없다는 민주평화론도 민주주의 국가 사이에서 전쟁이 없다는 사실만을 이야기할 뿐 민주주의 국가가 전쟁을 유도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아니라는 것을 현재의 러-우 전쟁과 그와 양상이 비슷했던 아프카니스탄(-아 전)전쟁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배후에서 이라크를 지원했기에 일어난 전쟁이고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주도했다. 베트남 전쟁은 말할 것도 없이 미국의 본색이랄까 미국의 양가성을 드러낸 전쟁이지 않은가? 민주평화론은 아전인수적인 관점이 아닌가 하는 감상이 일었다.


미국과 유럽이 직접적인 전쟁을 시행하지 않는 경우에도 이들이 평화를 추구한 것이 아니란 것은 눈이 있고 뇌가 있다면 알 수 있을 사안이다. 러시아를 포위하는 정책들을 추진하면서 러시아가 강제적인 폐쇄형국에서 벗어나려 전쟁이라는 반강제적인 선택에 놓일 수밖에 없도록 한 것도 미국과 유럽이니까 말이다. 미국과 유럽은 동유럽, 중동, 러시아 등에서의 분쟁과 분열과 내란과 전쟁의 원인을 제공하고 증폭해온 국가들이다. 다분히 사회악이 아니라 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국의 안정과 부의 구축에는 적극적이라 일반 회사원과 최고위직 임원의 연봉 차를 364배가 넘도록 유도해온 나라가 미국이기도 하다. 연봉차가 364배라는 건 대개의 기업에서 일반 회사원 평균 임금으로 CEO가 한 해 동안 버는 금액을 모으려고 한다면 1원 한푼 안쓰고 모아도 364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과연 유럽과 미국과 그들의 우방인 세계 대다수 나라들이 추구해온 모든 것들이 긍정적인 세계를 위한 것인가 싶은 의문도 든다.

 

그리고 미국이 고립주의를 제창하는 먼로 독트린에 입각해 타국을 침략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말은 어마어마한 어폐가 있는 관점이 아닌가 싶다. 2013년까지 세계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이 얼마나 국제무대에서 타국의 내정에 개입하고 타국의 내란도 일으키기를 불사해왔는지 미국의 역사가나 지성들도 지적하고 있는데 말이다. 세계화가 여러 국가들에 수혜가 되었다면 세계화라는 등쌀에 미국에게 유린당한 몇몇 나라들도 분명 존재하고 그로 인한 참상도 결코 적지 않다. 미국이 개입하고 유도한 전쟁과 분란으로 죽어간 각국 국민들에게 미국은 불량국가만이 아니라 악마의 국가로 인식될 수밖에는 없다는 말이다.

 

현재의 러-우 전쟁만 해도 미국과 유럽의 개입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전쟁은 이미 협상을 거쳐 종결되었을 것이다. 국제 경제의 위기도 세계대전으로 비화되는데 대한 불안도 미국과 유럽의 개입으로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고립주의니 공존공영이니 민주 평화론이니 잘 구운 공갈빵이 아닌가 싶다.

 

전쟁이 민주주의 국가들의 영역 내에서는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중 간의 충돌과 세계대전의 점화선에 언제 불이 붙는다해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 시대란 것도 분명하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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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에마뉘엘 토드 지음, 김종완.김화영 옮김 / 피플사이언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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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전략적 차원에서의 전쟁의 필요성, 러시아 입장에서의 우크라이나에 대전략적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 전쟁으로 야기되는 세계의 현상과 전쟁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주전공은 역사 인류학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본서에서도 짧게 전쟁을 유발한 인류학적 원인을 언급하고는 있으나, 4장 구성이라는 원작의 1장과 4장만을 다룬 저작이라 인류학적 근거가 구체적으로 소개되는 대목은 생략되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전쟁의 원인을 결코 러시아를 향해 NATO와 유럽의 영향력을 동진하지 않겠다던 유럽과 미국의 조약 파기에 두고 있기도 하며, 무엇보다 미국의 제국적 영향력을 지속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것이 명확히 필요한 미국이 전쟁을 지속하게 유도하고 있어서라고 보고 있다.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동유럽을 구성하게 된 국가들은 유럽과 러시아 사이의 완충구역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은 유럽과 미국에 러시아가 포위되는 형국이 되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는 이들 국가에 유럽 회원국 가입과 NATO 가입은 치명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대한 체스판]의 저자이자 카터 정권의 전략가이기도 했던 즈비뉴 브레진스키가 언급했듯,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향력하에 완전히 들어가는 상황은 러시아의 군사 정치 경제적 확장을 불러오고, 이는 미국으로서는 심각한 손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2014년 우크라이나의 합법적 정권은 친러성향이었다. 하지만 친유럽 성향의 정적들이 유럽 회원국 가입을 의도하며 쿠테타를 일으켰으며 유럽과 미국은 이를 지원했다. 결국 우크라이나 거주 러시아 주민들이 희생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참전할 확실한 명분을 갖게 되었고 당시 전쟁발발 이후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에서 완전히 독립하거나 근래까지 충돌을 이어왔다.

 

2022224일 개전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유럽측은 미친 푸틴의 야욕 때문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절대 유럽을 동진하지 않겠다던 유럽과 미국의 원인 제공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러시아, 백러시아(벨라루스), 소러시아(우크라이나)로 분류되기도 하는 역사 이래 러시아가 아니었던 적이 없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서 완전히 분리해내려 한 미국과 유럽의 도발이 가장 큰 전쟁 발발의 이유라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사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면 2014년 이후부터 최근 전쟁 발발 이전까지 우크라이나와 그로부터 독립하려는 돈바스 지역의 전투는 이어져 왔다. 러시아인들로 다수 구성되어 있는 돈바스 지역민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몇만 명에 이르는 학살에 가까웠다고 한다. 대전략적 필요성이 아니더라도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킬만한 충분한 명분이 되고도 남는 사실이다. 돈바스 지역에는 러시아 출신 주민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고 러시아로서는 러시아 주민들이 살상당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는 뚜렷한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견해처럼 우크라이나의 생명과학 연구소와 바이러스 연구 시설들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능획득 연구까지 실행해 오던 중국 우한의 연구소처럼 대량살상 생물학 무기 연구가 있었는지는 지금으로선 확인할 수 없으나 미국과 유럽의 지원이 얼마나 대대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이뤄지고 있는지는 전쟁 이후의 지원만으로도 알 수 있는 현실이다.

 

러시아는 대전략적 차원에서 결코 우크라이나 전쟁을 성과 없이 종료할 수 없으며 미국과 유럽의 지원이 지속될수록 러시아의 전쟁 양상은 가혹해질 것이라는 것도 저자의 견해다. 미국과 유럽의 지원이 지속되어 전쟁이 이어져 갈수록 우크라이나는 대대적으로 폭격당하며 사회 기간 시설들과 삶의 터전이 처참하게 파괴될 것이고 그로 인해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인들은 미국을 원망하게 될 거라는 것도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번 전쟁으로 21세기의 전쟁에서 전차와 탱크라는 것이 얼마나 무용한 것인지가 드러났고 항공모함이 주력 전력인 미국 또한 미사일들의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시대에 뒤떨어진 무기체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두 수긍이 가는 식견이라 전쟁이 확전이 된다면 이후 전쟁 양상은 쉽게 예단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러시아가 핵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게 나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기도 한다. 진작에 핵을 사용하고 확전이 되었어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본서가 아니더라도 전쟁이 지속될 것이고 확전은 불가피하다는 예측을 많은 분들이 하시리라 생각된다. 다분히 상식적인 예측을 하고 있고 원작의 1장과 4장만을 다룬 본서다 보니 너무 뻔한 분석 같기도 하지만 읽어볼만한 저작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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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2-31 1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하라님,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이예요.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하라 2023-01-01 09:0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새해입니다.
모쪼록 올해 바라시는 많은 일들 잘 이루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3-01-01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1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구를 구한다는 거짓말 - 환경을 생각하는 당신이 들어보지 못한 기후과학 이야기
스티븐 E. 쿠닌 지음, 박설영 옮김, 박석순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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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뉴스로는 크름 반도와 러시아를 연결하는 크름 대교가 폭파당했다. 우크라이나는 전면에서 자기들이 공격했다고 나서지는 않았으나 크름 반도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공언했다. 게다가 젤렌스키는 유럽과 미국에게 러시아의 핵공격을 막기 위해 러시아의 핵무기 기지들을 선제타격해 달라며 요구했다. 미국에게 사거리 340km의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미사일을 지원해 주기도 요구하면서 말이다. 이 뉴스는 유투브의 뉴스 전문 채널들 마다 대서특필 되었으나 정작 공영언론은 입을 다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장병들이 러시아에 귀속되어 버린 지역에 대한 공격 명령을 받으며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살하라는 명령에 따를 수 없다고 민간인을 살상하기 위한 전투가 아니지 않냐고 공개 항변하는 영상까지도 공영언론에서는 방송되지 않고 있다. 다분히 우방국에 대한 그리고 현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하는 국가들의 정당성을 위해 언론이 자체적으로 입단속을 하는 분위기다. 상식적인 지도자라면 러시아 핵기지에 대한 선제타격 자체가 종말적인 전쟁의 효시가 됨을 알 것이고 상식적인 군대라면 자국 영토를 수복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자국 국민을 무제한 살상할 명령을 장병들에게 내리지 않을 것이다.

 

세계가 가고 있는 방향이 어디인지 모르겠는 이런 사례는 이 시기에 더없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대형식량창고와 대형 식량 생산시설들 수십여 곳이 화재와 사고로 파괴되었는데 최근에는 프랑스의 식량 유통의 허브가 되고 있는 식량 시설이 파괴되었다. 이곳은 유럽 전체로 식량이 유통되는 유통 거점이라고 한다. 향후 식량 대란이 일어난다면 미국, 캐나다, 유럽의 다수 인구는 식량 보급에 있어 상당히 난처한 상황 아니 생존에 지장을 받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식량 문제만이 아니라 유럽의 에너지 대란도 이미 언론에서 누차 지적되는 상황이다. 이미 스위스에서는 겨울철 난방온도 지침을 어기면 최대 징역 3년 형에 처하겠다고 법안을 제정했다. 보일러 돌린다고 징역 사는 세상이 된 것이다. 에너지 위기라 적극적 대응을 한다기에 지나치고 과한 처사가 아닐까 싶지만 이런 이해가 쉽지 않은 제도적 행동을 취하는 국가는 스위스만이 아니다. 네덜란드에서는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소, 돼지, 닭 등 전체 가축의 30%를 죽여 없앨 계획이라고 한다. 시행 시점에는 목축장 감소를 위한 축산업자의 토지를 몰수하거나 강제 매각을 병행하겠다고 공표했다. 기후위기라는 어젠다를 실행하는 과정에 있어 민주사회인지 공산사회인지 모를 정책까지도 통용되는 것이다. 기후위기 어젠다는 개인의 정신까지도 사로잡아 스웨덴의 한 과학자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대중이 인육을 섭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일삼아 언론이 인터뷰까지 거쳤다. 기후위기설을 공개 비판하기 위한 넌센스로 생각했는데 해당 인터뷰를 보면 사뭇 진지하기까지 하다. 한국에서도 기후위기라는 어젠다는 종교계까지 파고들어 스님들이 시위하고 수녀님들이 촛불을 들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설은 종교도 진리도 아니며 과학적 데이터로 비판하는 과학자들도 적지 않은 논쟁적인 주제일 뿐이다.

 

기후위기설이 종교나 진리 마냥 절대과학화 된 데는 정치계와 기업들의 지원이 컸다. 그도 그럴 것이 탄소세나 탄소배출권은 현재 선진국들의 지위를 유지하고 개도국들의 개발을 제한하여 변동의 여지가 적은 안정적인 세계상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조만간 시행된다는 탄소발자국 추적이라는 제도를 보자해도 각국의 환경과 개발수준과 필요부분과 생활양식이 다른 데도 불구하고 시행된다면 일상생활 전반을 추적당하게 된다. 주거, 교통, 업무, 여가, 생활용품 소비, 식사 등등 모든 분야에서의 탄소발자국을 추적해야 할테니 365일 매일의 하루하루 전체를 누구나가 공개하는 생활이 펼쳐질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탄소 소비에 대하여 일종의 과세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작게 보면 우리의 소비 즉 일상은 제한 당할 수밖에 없고 넓게 보면 생활의 양식이 소유에서 공유로 완전히 교체되어 버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탄소세를 과도히 부과하고 주유를 할 때마다, 자동차를 수리할 때마다, 주차 과실마다 등등에 과세의 비중이 더 커진다면 대개의 경우 소유한 자동차에 대한 애정도와는 상관없이 우리는 전기 자동차로 바꾸게 될 것이고 소유자에게 더한 과세가 된다면 우리는 자동차를 소유하는게 아니라 렌트가 일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건 집 등 다른 소유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이런 여파는 우리의 외식문화도 바꿀 수 있고 대중예술을 감상하는 양식도 바꾸게 될 여지가 있다. 탄소세는 결국 인류의 삶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것이다. 이걸 억측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다보스 포럼의 당신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행복할 것입니다란 슬로건은 도대체 무엇이겠냐고.

 

문화의 재편이자 경제의 양식이 전면적으로 전환되는 도구로 기후위기설은 이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후위기설 즉 과거의 지구온난화설을 있는 그대로 믿지 못했다. 그 과정에 기후위기설을 내세우는 기후협의체들의 주장에 전면 반박하는 과학자들이 거대한 숫자인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 소개되는 반기후위기설에 대한 책들이 없었기에 궁금증을 풀 수 없었다. 그러다 국내에 [불편한 사실], [종말론적 환경주의], [지구를 구한다는 거짓말] 등의 저작들이 출간된 것을 알고 본서를 읽게 되었다.

 

본서의 저자 스티븐 E.쿠닌씨의 약력 중 특이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과학차관을 지내며 기후 연구 프로그램과 에너지 기술 전략을 담당했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설을 주장하는 선봉장이던 사람이 [지구를 구한다는 거짓말] 같은 반기후위기설을 설파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저자가 기후위기설을 주장하는 데이터의 조작에 가까운 보정으로 근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인간이 다른 요인들보다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데 있다.

 

본서를 읽다 보면 이런 미흡한 근거, 조작된 근거로 그동안 기후위기설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받들어 올린 것인가 하는 의문까지 든다. 해수면 상승, 강수량과 강설량 변화, 가뭄 증가, 토네이도, 사이클론, 하리케인의 발생빈도 등의 데이터를 제시하며 얼마나 기후가 급격히 변화한다는 주장이 (기후위기설을 납득하기에) 무가치한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데이터의 기준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을 단지 최근 10~20년 사이의 데이터만으로 기후변화가 급격히 나빠진다고 주장하는 데 이용되고 게다가 그러한 데이터도 보정을 거쳐 주장되고 있다. 본서를 읽으면 기후위기설을 유포하는 기후협의체에서 허위의 정보들을 유포하고 있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IPCC(정부간 기후협의체) 등은 기후모델의 몇십 개 변수를 조정해 훨씬 더 많은 기후시스템에서 관찰된 특징을 일치시키기도 한다. 한마디로 우리가 보는 데이터는 조작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후모델 사용자 15인이 공동집필한 논문에서도 이러한 보정에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는 이유(즉 조작하고 대중에게 알리지 않는 이유), 보정한다고 설명하면 기후위기설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에 힘을 실어 주는 꼴이 될까 봐 염려되어서라고 했다. 이렇게 논쟁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침의 영역이 되어버린 절대 과학이 기후위기설이다. 여기에는 정치적 윤리만이 있지, 과학적 윤리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애초에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섭씨 2도의 기온 상승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과학자에게 저자가 왜 1.5도도 아니고 2.5도도 아닌 2도냐고 묻자 해당 과학자는 그게 정치인들이 기억하기 쉬운 숫자라서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애초에 정치적 의도로 이용할 목적이었고 정치적 의도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기후위기설이라는 말이다.

 

저자는 과거 이러한 기후위기설의 어설픈 면과 투명하지 않은 면을 바로잡으려 레드팀 검증이라는 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블루팀과 레드팀이 각각 제시하는 기후위기에 대한 데이터를 서로가 검증하는 제도였다. 물론 이 안은 정치인들로부터 거절당했다. 검증이라는 명분으로 기후위기라는 어젠다에 문제를 제기하는 자체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에게 전문적인 과학정보를 좀더 구체화하여 전달하는 노빔이라는 단체도 배격당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치적인 이유로 검증도 대중에게 구체적이고 상세히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과정도 배격되고 있는 것이다. 대중에게 요구되는 사안은 기후 위기는 심각하다.” “지금 당장 바로 모두와 모든 국가가 대응해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라는 강력한 밈을 뇌리에 새겨넣는 것 이상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인류적 차원의 답정너가 기후위기설이었던 거다.

 

이 리뷰의 서두에 언급한 사례들만 돌아보아도 앞으로의 세상의 변화는 불가역적일 것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결국 우리의 일상과 문화 전체를 바꿀 것이다. 하지만 변화할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 해도 그것에 저항하거나 막을 수 있을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알고 있어야 한다. 변화가 어떠한 과정으로 이루어졌는지. 언젠가 이 모든 과정이 다시 시작하려 할 때 그것을 막을 대안이 마련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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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흑역사 - 두 경제학자의 눈으로 본 농담 같은 세금 이야기
마이클 킨.조엘 슬렘로드 지음, 홍석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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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과 관련한 책은 때론 시큰둥한 정도의 흥미만을 불러오지만 어느 순간은 깊은 관심이 일기도 한다. 어느 연예인이 탈세를 했다던가 성실납세자로 상을 받았다던가 하는 기사도 예전에는 흔했었다. 통장 잔고가 얼마라 납부할 돈이 없다는 돌아가신 어느 전 대통령의 기사나 이재용 부회장의 세금 납부액이 얼마라던가 하는 기사도 돈 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시민들까지 세금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기사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세금과 관련한 뉴스를 성인 누구나가 몇 가지 그 이상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세금 문제는 큰 화두는 아니라고 도외시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세금은 그 제도가 등장한 이후 납세자인 어느 시대의 백성이나 현재의 시민 누구나 체감 가능한 적지 않은 문제였을 것이다. 세금을 출혈이라고 생각할 일부 시민들과 세금을 국력이라고 생각할 정부 사이의 괴리가 깊은 곡절들을 낳았을 것이고 말이다. AI와 로봇의 대대적인 도입이 이루어질 시기가 머지않아, 앞으로는 세금이 생존의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그 시대를 앞두고 부자증세와 부자감세의 갈등이 시작된다면 소수의 풍요냐 다수의 생존이냐가 시대적 화두가 될 것이다. 살아가야 할 생존자들에게 어떠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냐도 어떻게 과세되고 재정이 어떻게 쓰일 것이냐에 달린 문제가 될 테니까 말이다. 이런 시대이기에 더더욱 세금 문제에 관심이 갔고 본서에 끌리게 되었다.

 

저자들은 IMF 공공재정국 부국장인 마이클 킨 씨, 미시간대 경제학과와 로스 경영대학원의 교수인 조엘 슬렘로드 씨로 재정과 경제문제에 있어 상당히 미더울 인물들이 서술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본서의 내용을 보며 과세만이 아니라 재분배에 관해서도 깊이 다룰 거라 짐작하고 읽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본서는 원제가 [Rebellion, Rascals, and Revenue : Tax Follies and Wisdom through the Ages]로 제목 자체가 [세금의 흑역사]라는 한국어 제목 보다 서술적이라 의미가 역동적이면서도 포괄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한국어 제목이 직관적이기는 하다)

 

세금으로 인한 반란과 악당도 물론 등장하는 장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본서에서 주목되던 것은 세금이 유형의 변화와 무형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점이었다. 러시아와 인도의 콧수염세는 아마도 당시 귀족들의 외모에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다. 하지만 과세에 대해 불만은 있지만 자신의 재정 상태에 대한 평가나 자존감에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았을 귀족들은 세금을 납부하고 콧수염을 유지했을 것이다. 더욱이 러시아 정부는 이들의 자존심을 추켜세우면서도 세금납부를 독려하려 세금납부를 증거하는 일종의 감사 뱃지를 증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넛지가 어느 날 돌연히 나타난 학설이 아니라 이미 역사적으로 실천해오던 국가들도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머리카락 길이와 가발 또 모자에까지 세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모자를 모자라 부르지 않으며 탈세하려 했지만, 이 모자라고 불리지 않는 신형 머리덮개에도 곧 세금이 부과됐다.

 

게다가 벽난로의 개수에 따라 과세하는 유럽의 방식은 일반 가정에서 벽난로를 하나둘씩 없애도록 만들었다. 또 창문의 개수에 따라 과세하기까지 하자 창문의 숫자를 줄이거나 모서리에 창문을 두어 두 공간에 한 번에 빛이 들어오게 하는 건축양식이 생기기도 했다. 이 법에 대해서 찰스 디킨스는 빛과 공기에 대한 세금이라며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또 벽돌의 크기에 따라 과세 규모를 달리하자 기본 벽돌 크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벽돌들이 양산되어 기존의 벽돌과 절반짜리 벽돌을 섞어서 건설한 건축물들이 현재까지도 유럽에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정부의 과세에 대한 욕심이랄까 수단이랄까가 시대를 두고 다양하게 시도되어 왔는데 영국에서는 선박의 좌우 폭에 대한 차등 과세를 시작하자 영국의 선박들은 세금납부를 피하려 좌우 폭은 줄이고 배의 깊이를 확장한 구조의 배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금 때문에 선회하기도 어려운, 항해에 불리한 배들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세금이라는 것이 인간의 외모와 패션을 바꾸고 건축양식을 바꾸고 선박의 구조까지 변화시켰다. 이런 세금의 힘은 그 저항의 역사를 불러오기도 했는데 주류에 과도하게 과세하자 밀수업자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 밀수업자들이 자신들 시찰하는 세무원들을 잡아 목매달고 사체를 훼손하거나 산채로 생매장한 기록도 있다. 유럽에서는 차(tea)에 대한 과세가 높아지자 (저자들은 갱으로 묘사했지만) 명백히 정부와 결탁한 해적들이 차를 수입하는 배들을 시찰하려는 정부 소속 세관 선박들을 공격하기가 일쑤였다. 그러한 해적들의 숫자가 무려 5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유럽의 재정 관리자들이 차에 대한 관세를 절반으로 줄이자 대거 정상 납부를 하기 시작해 세금 납부액이 금세 과세를 줄인 액수를 충당하고도 남았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하층민 여성이 가슴을 가리면 유방세라고 해서 세금을 거뒀다고 하는데 한 하층민 여성은 유방세를 거두려고 온 세무 공무원에게 저항하며 자신의 가슴을 잘라 그에게 던지고 그날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화장되는 불길 속에 뛰어들어 함께 세상을 떠났다. 영국의 왕에게 과도한 세금 때문에 시민운동을 일으킨 시민들이 왕의 연설에 감흥을 느껴 반란을 거두고 얼마지 않아 왕의 명령으로 모두 처형된 사건도 있었다. 세금에 대한 저항의 역사나 탈세하려는 다양한 수단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무형의 변화라고 한다면 현대의 다국적 기업들이 보이는 탈세 양상이다. 여러 자회사들과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하여 복잡한 구조의 계약 관계를 조성해 과세가 어렵도록 만드는 것이다.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금을 적게 납부하려는 움직임은 있어 왔고 그로 인해 일부 지역들에서는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상황까지도 생겨났다. 아프리카에서 호화 요트에 중과세를 하자 부자들의 요트 매매가 줄었고 그로 인해 요트 관련 직종 종사자들이 대거 실업자가 되고 요트 산업이 망한 사례도 있다. 과세에 민감하고 세금 납부가 많은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건 현대의 스포츠(축구) 스타들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한다. 일부는 세금이 싼 나라에 거주하고 일부는 타국에 귀화하기도 한다. 축구 스타만이 아니라 프랑스 스타 중 한 명(제라르 드 빠르디유)도 세금 문제 때문에 러시아로 귀화한 건 대부분의 대중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세금을 해당 지역과 지역민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사용하는 대목도 짧게 스쳐 지나가긴 하지만 본서에서는 세금의 분배 문제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재정의 충당에 주로 할애된 장들이 많고 형평성 사안은 다루지만, 공평에서 평등으로 나아가는 관점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해 탄소세나 탄소가격을 논하기는 하지만 현재의 ESG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보다 넓고 깊게 보고 진행하는 이해의 문제이기에, 결국 실리를 떠난 문제일 수 없다. 그렇기에 대중의 지지와 관심이 동반된 기후변화 문제도 결국 실리적 측면에서 호도되고 악용되고 있음에도 그에 대해서는 전하지 않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역온난화이며 기후변화는 지구의 주기 변화에 따른 것이라 주장하는 지구과학자들, 환경 관련 과학자들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미국에만 3000명 하고도 몇 백명이 넘는 지구과학자들이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이용해 기존의 산업체계 전반을 뒤엎고 새로운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면 해당분야의 절반에 가까운 과학자들이 반발하는 과학적 가설만으로 경제와 경영 정책을 시행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의 계획으로는 향후 탄소발자국 추적이라는 시스템을 적용해 전 세계 시민들의 일상을 추적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후변화가 핫이슈가 되어 이젠 큰 저항 없이 대중의 일상 전반을 감시할 체계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아마도 향후로는 세계 각국에서 디지털화폐를 일상화하고 이것이 신용거래 전체에 활용되며 디지털화폐의 통합까지 올 수 있을 것이다. 탈세는 꿈도 못 꾸고 체납도 불가능한 세상이 온다. 세입이 어찌 될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세금을 어떻게 다시 재분배해야 할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아닌가 싶다. 경제 구조상에서의 최상위층과 금융 거부들에게는 그레이트 리셋이 새로운 부의 개척시대를 예고하는 것이겠으나 다수의 대중에게는 자연스럽게 털리고 마는 시대가 될 것이다. 생존이 화두인 것은 그래서이다.

 

본서를 처음 받아들고는 생각보다 더 분량이 상당하다는 걸 알았다. 무려 568쪽에 이르는데도 주석과 참고문헌 등은 QR코드로 참고하도록 되어 있어서였다. 오롯이 서술만으로 550~540쪽을 채우고 있는 책이다. 본서는 상당히 재미진 책이기는 하지만 해당 내용들이 시대 흐름을 따라 서술 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역사 읽는 재미는 상당하지 않다. 주제 의식을 가지고 독서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책의 목차를 보며 나름의 독해주제를 가지시는 것도 좋을 것이다. 본인의 경우에는 형평성과 분배 그리고 특이한 역사적 내용에 치중해 읽었지만, 다시 읽는다면 세금과 관련한 정부와 대중의 알력 관계, 세금이 바꾼 문화, 형평성을 추구한 정부의 방법, 기업과 민간이 세금을 탈루하거나 하기 위해 한 선택들에 집중해 읽어보고 싶다.

 

알고 보면 우리의 피부와 바로 닿아있는 세금. 그 세금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들을 각 주제에 따라 전해 듣는 나름의 맛이 있는 저작이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는 따로 권해드릴 필요도 없겠지만 그래도 한마디 얹자면 독서 후에 후회할 책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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