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은 전쟁을 원한다 - 히틀러와 독일·미국의 자본가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질문의 책 27
자크 파월 지음, 박영록 옮김 / 오월의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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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원제가 [Big Business and Hitler]로 자본이 히틀러와 나치스 그리고 전쟁을 왜 또 어떻게 지원했는가에 대한 내용을 기술한 책이다. 저자는 역사학과 정치학 모두에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캐나다의 학자이자 교수로 2차 세계대전사에 대한 그의 책들은 북미와 유럽 여러 국가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다.

 

2차 세계대전의 발발 원인을 좀 더 상세히 알고 싶던 차에 본서를 접하고는 본서와 그의 전작인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를 읽어보려 했는데 본서를 읽고 전문적으로 파고들려는 것이 아니면 이 정도쯤도 괜찮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서는 서문에서 역사가 변천해오며 계급사회에 변화도 뒤따랐는데, 이 시대에는 자본가들, 기업가들과 은행가들이 과거의 왕족과 귀족과 제후와 지주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고, 이 자본가들은 자신의 이익과 계급의 현상유지를 위해 전쟁을 불러오기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어찌 보면 세계대전들도 자본가들의 의도와 지원으로 발발하고 지속되었던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전제인데, 본서를 읽고 보면 그러한 주장이 일견 타당하다는 입장에 서게 된다.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은 전쟁배상금과 대공황으로 인해 과도한 사회부담을 안게 되었으며, 당시 피어오르던 공산주의로 노동자와 사회 피지배층이 기존의 사회를 전복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지배계층의 우려가 커나가던 시기였다. 이러한 때에 국가회주의독일노동당이라는 이름의 당에서 히틀러가 나섰으며, 이 노동자를 위하고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을 대변할 것만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이름의 당에서는 돌격대와 같은 단체에 저소득층을 끌어모으며 기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독일의 자본가들은 이 시기 이전부터도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당의 진면목을 알아본 양 지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히틀러의 입지가 다소 생기기 시작하고부터 히틀러는 부자들만 모인 자리에서 자신은 자본가를 우대하고 기업의 활성화를 위하며 공산주의가 이 땅에 자리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앞장설 것이라는 식으로 연설하여 자본가들의 호의를 사 더 많은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히틀러는 끊임없이 재무장화와 공산주의 타파를 주장했고 그를 위해 전쟁도 불사할 것이라며 자본가들의 사업가적 이윤추구의 욕구를 자극했다. 히틀러는 나치의 제3제국이 수립되는 시기 피의 숙청 사건으로 기록되는 독일 내 노동당과 사회당의 인사들을 모조리 살해하는 사건을 일으켰으며, 자신의 돌격대인 집단의 거의 모든 노동자들과 저소득층을 죽여없앴다고 한다. 히틀러는 자본가들에 그들의 사회가 전복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우선 해소해준 것이다.

 

그 이후부터가 압권인데 독일이 재무장을 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을 지속하는 동안 자본가들의 사업은 나치스에 무기 생산과 물자 공급을 하며 역대급으로 확장되었다. 그 과정에서 노동 환경은 극단적으로 나빠져 노동 시간이 1932년 주당 41.5시간이던 것이 1938년 주당 47.9시간으로 늘었으면 전시에는 주당 66시간으로 확대되었다. (현대의 OECD 평균은 주당 40시간이 약간 넘으며 한국의 경우도 독일의 1932년 수준과 비슷한 정도다) 그 외에도 노동자들이 작업 중 병을 얻는 경우도 극단적으로 늘었으며, 보험료는 그대로인데 국가의 보험지출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여, 국민들이 지불하는 보험료가 모두 전쟁 비용으로 전용되기에 이른다. 또한 전쟁포로는 강제노동에 동원되어 거의 대다수가 과로로 사망하는 지경에 이른다. 포로만이 문제가 아니라 주당 66시간을 노동에 동원되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동결되어 물가 상승률까지 고려한다면 임금이 대폭 삭감된 것과 다름없었다. 이 과정에서 전쟁으로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고 있는 기업과 금융 자본가들은 지불할 임금마저 동결되었기에 거침없는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본서는 1부가 독일 자본가들과 히틀러의 밀월을 그리고 있다면 2부가 미국 자본가들의 히틀러 지원과 그로 인한 혜택들을 다루고 있다. 미국의 자본가들도 전쟁 이전부터 대대적으로 히틀러와 나치스와 유착했다. 포드, 아이비엠, 제너럴모터스, 아이티티, 코카콜라, 스탠다드 오일 등 다수 기업이 독일에 자회사를 내고 히틀러를 지원하며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포드사의 창업자 헨리 포드 같은 경우는 반유대주의 도서 국제 유대인이라는 저작을 출간해 히틀러에게 영향을 주기도 했는데 히틀러는 헨리 포드의 국제 유대인이라는 저작을 읽고 영감을 얻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헨리 포드는 히틀러로부터 훈장을 받기까지 했다.

 

미국의 기업들과 록펠러가(), 모건의 은행은 공공연히 독일을 지원하기도 했으며 전쟁이 일어나며 미국 기업들의 독일 내 자회사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독일 병사들은 미국 기업의 독일 자회사들이 생산하는 무기와 물자를 보급받고 미국산인 코카콜라와 환타를 마시며 전쟁에 임하고 있었다. 이 자본가들의 영향력이 무서운 게 연합군이 독일의 퀼른의 도심을 방대하게 폭격할 때도 포드사는 자회사인 포드-베르케사를 폭격하지 말 것을 요청해 퀼른 지역이 초토화될 때도 퀼른 외곽에 위치한 포드-베르케는 멀쩡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독일이 미국에 선전 포고를 하고 미국과도 전쟁을 치렀으나 스탠다드 오일의 기름을 공급받고 출격해 미군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스탠다드 오일만 재판을 겪었을 뿐 다른 미국 기업들은 오히려 독일과 미국과 영국과 프랑스 등으로부터 손실에 대한 보상금마저 청구하여 받았다는 것이다. 전쟁 중 미국 기업의 독일 자회사들에 실제 가치는 2~3배 이상 상승했고 손실 보상금과 세금 감면 등으로 또한 높은 수익을 올렸다.

 

모두가 알다시피 전쟁은 비단 군수산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다. 전쟁을 치르기 전에 부자들과 초부자들을 모아놓고 미국 대통령(조지 부시)부자 여러분! 더 부자 여러분! 여러분은 저의 기반입니다라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게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젤렌스키는 몇조 원대 비자금을 착복을 했고 그 외 우크라이나 장관들은 몇천억 원대 비자금을 챙긴 것이 미 언론을 통해 방송되기도 했고 말이다. 전쟁에서 죽어가는 것은 서민들이고 정치인들과 자본가들은 터질 듯이 배를 불린다. 전쟁 자체가 막대한 부의 창출을 약속하니 지배층과 자본가들이 전쟁을 반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 우크라이나에 대한 금전적 물적(무기)의 지원은 당연히 각국 국민의 세금에서 나간 것이고 그 금액은 고스란히 우크라이나 지배층의 지갑을 채웠고 군수산업계 등의 막대한 부를 창출했다. 게다가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사망이 이어지자 병력 충원을 위해 유럽 각국의 협조를 요구하며 피난 중인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징집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 시도가 이뤄졌는지는 소시민인 나로서는 그 이후 뉴스를 보지 못해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60대까지 동원되는 우크라이나 전시 동원령으로는 우크라이나 국민 중 남성들이 모조리 죽을 때까지도 징집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도 더 명백히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전쟁은 서민의 피를 빨아 기득권층의 배를 불리는 과정이다. 휘말려선 안된다고 생각되지만 서민으로서는 벗어날 길도 없어 보인다. 전쟁이 확장된다고 한다면 참 암담할 뿐이다.

 

대부분의 책이 그렇지만 본서도 사회 아니 (그보다 적절할 표현은 세상일 것이다) 세상의 이면을 보다 명백히 드러내 보여주는 기능을 한다. 본서는 시간 날 때 읽어볼 책이 아니라 시간 내서 읽어볼 만한 책이다. 많은 분이 이 시절, 시간을 내시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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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를 펼치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 - 다가올 기회를 읽는 30개국 세계경제기행
박정호 지음 / 반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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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를 펼치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는 세계지리와 돈의 흐름 즉 세계의 부의 차이와 그 흐름을 논하는 제목이기에 제목만으로도 관심이 가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본서에 대한 리뷰를 하기 전 출판사 리뷰와 겹치지 않기 위해 출판사 리뷰를 읽어봤고 최대한 중복되지 않는 사례만으로 올리고자 한다.

 

본서는 아마도 처음 집필시의 의도는 부의 흐름과 30개 국가라는 설정으로 기획된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언급된 소항목 중 지구에 남은 마지막 성장엔진, 아프리카이들은 왜 영세중립국이 되었을까그리고 인류의 손이 닿지 않는 미지의 영역, 다리엔 갭등 대륙 자체나 여러 국가 또 특정 지역만을 주제로 하기도 했기 때문에 [다가올 기회를 읽는 30개국 세계경제기행]이라는 부제와는 다소의 항목의 차이가 있기도 그리고 모든 장의 소 항목을 합하면 29개이기도 해서 ‘30개국이라는 정의는 좀 더 독서가의 주목을 끌기 위한 카피 문구가 아니었나 싶다. 정확히는 다리엔 갭을 제외하고도 30 여 개국 중 한 도시에만 주목한 항목(마카오)도 있다.

 

상식적인 역사지만 본서를 통해 처음 주목한 건 영국이 300년간 세계의 중심이 된 게 비단 식민지 건설에 앞장서 왔기 때문만이 아니라 국가 내로 자본을 유입하기 위해 특허법을 제정한다거나 유입된 자본들을 보호하는 정책들에 열려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 특허법의 영향으로 유럽 각국에서도 창작자의 권리가 보호되고 중시되는 기풍이 마련된 것이다. 독일이 실용신안에 대한 법조항을 명문화한 것도 특허법 제정 이후 발전상을 보여준 영국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며,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의 헌법 188항을 보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항목이 있는데, 이 역시 영국과 그 이후 독일 등 유럽의 영향력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미국이 독립하는 초창기부터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카오는 아편전쟁 이후 개항한 홍콩보다 300년이나 앞서 개항한 지역으로 포루투갈의 조차지 정도의 입장이기는 했으나, 홍콩처럼 지역의 권한이 완전히 타국가에 넘어가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편전쟁 이후 홍콩 등에서 중국의 권한이 위축되고 독립지역처럼 변해간 타 조차지들의 변화를 목도하고 포루투갈도 마카오에 대한 실권을 중국에 요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동안 마카오의 바람이 가라앉고는 매춘과 마약의 이 도시는 버림받을 운명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도박과 금융업의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미 세계 각국의 항로에 중시되던 항구이던 전적 덕분에 여러 국가의 법률에 문제 될 여지가 없으면서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경제적 이해를 터득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도박과 금융의 도시로 순조롭게 변모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이 창업 강국인 것은 본서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이스라엘과 무역을 하는 회사 사람들과 크리스찬들 외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정보에 익숙할 사람이 국내에는 그다지 없을 것 같다. 이스라엘이 창업 강국인 이유는 그들의 평등한 사회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전 국민의 대다수가 남녀 할 것 없이 의무 복역을 하는 나라이기에 군 전역 후의 군시절 보직에 따른 사회적 대우 기준도 명확하며, 예비군 훈련에서도 사회에서 자기 부하직원이 예비역 장성이거나 한 경우도 있고 부하직원과 상사의 예비군 계급은 역전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사회적 차별이 덜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군병력이 너무 적어서 상급자가 교전 중 사망시 하급자가 해당 지휘관의 정보를 알고 있어야 직무를 계승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나 미국 같은 나라처럼 사병이나 중간 계급 군인들은 군의 대전략적 지시사항을 전혀 모르고 바로 지시하는 대로만 명령을 수행하는 제도가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나 일반적인 나라들에서는 군 전체의 전략적 목표를 사병이나 하급 군관까지 다 안다면 그들이 포로로 잡혔을 때 전체 전략이 유출될 우려가 있기에 하급 군관이나 사병들이 대전략적 정보를 알지 못하도록 하는데 이스라엘은 그와 달랐다. 사병들도 자긍심을 가지고 고급장교보다 자신이 못하다는 생각을 가질 이유가 없는 군문화였다. 이러다 보니 사회나 업무에서의 결정권이 타자가 아닌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주인의식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충만하며 창업에도 손쉽게 뛰어들고 실패시에도 거듭 지원한다고 한다. 한국처럼 대다수가 창업하지만 실패하면 그걸로 끝내는 구조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의 신생기업들이 유럽 전체에서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보다 더 많은 지경이다. 스웨덴이 복지의 나라가 된 것과 같이 이스라엘이 창업 강국이 된 것도 문화적 독특함의 발로였던 것이다.

 

본서는 이렇게 각국의 역사와 문화와 경제적 흐름과 특징을 아우르는 서술을 하고 있다. 현재의 특징을 가져다준 과거의 영향력은 무엇인지, 각 나라만의 독특한 문화가 독보적 경제적 특징을 어떻게 불러오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물론 370여 쪽이라는 분량에서 30개국이 넘는 나라를 언급하다 보니 다소 간략히 하고 넘어간 대목들도 있어서, 언급하는 나라들 숫자를 좁히고 좀 더 풍부한 이야기를 펼쳤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다소 남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본서의 기획의도와 그에 맞는 전개가 대단히 많은 사람들에게 매혹적인 주제라 여겨질 만할 것이다. 오랜만에 역사와 문화, 경제의 콜라보가 돋보이는 괜찮은 책을 만났다. 다른 분들에게 권해도 큰 실망을 안겨드리지는 않을 책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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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1-26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군대와 이스라엘 군대 간의 세부적인 차이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듯 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이하라 2023-11-26 23:22   좋아요 1 | URL
이스라엘 뿐 아니라 등장하는 각국의 문화적 특징과 그 배경이 되는 역사를 통해 지금의 경제적 특성을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너무 축약한 대목 외에는 상당히 몰입하게 하는 책입니다. 긍정적인 반응 남겨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즐라탄님.
 
이미 시작된 전쟁 - 북한은 왜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가
이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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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이 담겨있기도 하고 주제 자체가 지금은 상식이라고 해도 중독적이면서 충격적인 대목도 있지만, 사안의 심각성은 안다 해도 상세한 전략 전술과 사태의 변화가 어떠한 과정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부분에서 다소 구성면에서 부족한 서술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사 관계 정보를 말하자면 미중과 타이완과 일본과 그 외 관계 지역들의 무기체계를 도식화 지도화 해서 전달하고 예상 가능한 전쟁 상황을 1, 2, 3안 등등으로 전개해 나갔다면 좀 더 흥미진진하고 앞으로의 사태의 심각성과 충격적인 면이 깊이 와닿지 않았을까 싶다. 전문 정보를 몇몇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목에서 일반인들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평소 화제 삼던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게 본서의 최약점이 아닌가 싶다. 이런 주제의 책을 선택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원하는 바는 일반인들의 상식을 능가하는 통찰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부족하다는 건 저작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요인일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미중 전쟁시 북한의 침공 가능성은 모두의 상식이고 중국의 우방과 미국의 우방 사이의 전쟁이 될 것도 상식적이다. 다만 타이완에 비용을 지불하고도 보급받지 못한 무기들의 사례나 호주의 참전이 AUKUS와 파이브 아이즈로 인해 가능성이 더 짙다거나 동남아시아에서도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중국에 대응하려 할 나라가 적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들어볼 만했다. 하지만 그 외에 사안들은 대부분이 다분히 상식적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드론 배치나 미국의 타이완에 구형 버전 미사일을 컨트롤하기 쉽고 효율적으로 재무장해 배치했다는 대목은 그보다 이 전쟁이 발발한다면 더더욱 최첨단 무기 대전이 될텐데 상세히 기술해 주지 않은데 대해 다소의 불만이 일기도 했다.

 

아마도 군사 전문가분들께서 중국의 타이완 침공으로 발발할 미중 전쟁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피력하고 싶어하실 것 같은데 그런 저작을 기다리게 하는 마중물 같은 저작이 본서가 아닌가 싶다. 본서의 저자분께서는 본서 탈고 이전 원본이 1000쪽이 넘는 분량이었다고 하는데 이런 전문적인 저작을 누가 읽을 것인가 하는 생각에 간추려 낸 책이 본서라고 한다. 아마도 탈고하시는 과정에서 몰입도 높을 구성이 다소 무너진 것이 아닌가 싶다. 중복과 중언부언을 피하려다 보니 읽기 쉬우면서도 몰입도가 낮아진 책이 되지 않았나 싶다. 다시 보면 구성이 가장 취약할뿐 내용은 상당히 호응 가능한 터라 관심이 가신다면 읽어볼 만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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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슬람은 서구의 적이 되었는가
타마라 손 지음, 김문주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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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관련 저작들을 연이어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을 마지막으로 중동 관련 저작들은 좀 쉬려고 한다. 비슷한 주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접하며 오는 재미와 유익도 크기는 했지만 좀 물리는 감이 있어서다. 중동 관련서들을 이 책까지 4권째 읽었는데 독서 순서를 나름 잘 정해서 읽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간추린 중동사로 시작해, 중동의 정체성에 대한 관점을 접하고, 그 정체성을 지속하는데 정치성이 연계되어 있으며, 최종적으로 이슬람과 서구가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게 된 까닭으로 정리되니, 연이은 독서가 제법 체계적으로 정리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본서는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로서는 크게 세 가지 의미로 정리되었다. 이슬람이 서구를 적으로 인식하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테러리즘에 대한 이슬람 주류의 인식은 어떤가, 이슬람과 그 반대 진영의 공존 가능성은 있는가 하는 세 가지 관점에서 독서가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슬람이 서구를 적으로 인식하게 된 배경은 세계대전들 이후 이슬람 각국의 국경선이 다시 구획 지어지면서부터 시작된다. 물론 그 이상의 페르시아나 오스만 제국 이전까지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대의 서구와의 갈등과 충돌이나 이슬람 내부에 갈등의 시작점은 서구가 이슬람 각국의 국경선을 자신들의 의도와 이점에 맞게 나뉘도록 모의한 것에 있다. 이로 인해 이슬람은 민족 갈등에 놓이게 되었고 서구의 삼중 협약으로 인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도 야기되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도 서구와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이슬람 각국에서 반정부적인 무장 단체들을 지원하거나 육성하기도 하고, 각국 정부를 지원하거나 타국가를 침략하기 위해 이용하기를 반복해왔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란과 이라크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식적으로도 그 대략을 알고 있기도 하다.

 

서구와 미국의 역사적인 이런 사례는 너무도 많기에 그 중 대표적인 한 국가의 사례만 예를 들자면 이란을 견제하고 침략하기 위해 이라크를 이용한 경우를 예를 들어야 할 것 같다. 이란을 견제하려 이라크를 지원한 미국은 이란-이라크전을 유도했으며 전쟁 이후에는 팽창하는 이라크를 제압하기 위해 제재를 가했고 이 제재로 인해 이라크의 어린이만 50만 명이 기아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인터뷰에서 질의를 받은 당시 미 국무부장관 올브라이트는 마땅히 치러야 할 댓가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했다가 전 세계적인 지탄과 이슬람 전체의 공분을 샀다. 어린이만 50만 명이 굶어 죽은 상황을 보고 마땅히 치러야 할 댓가라니 신중하지 못한 대꾸였을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할 생각 자체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타국의 제삼자인 나로서도 이런데 이슬람 사람들이 어찌 공분하지 않을 수 있었겠나?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이라크의 말로는 미국 정보계의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보고로 인한 이라크 정권의 궤멸과 사담 후세인의 처형이다. 아시다시피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첩보는 착오였거나 모략이었다. 착오였을 가능성보다는 이라크 정권 궤멸을 위한 미국의 모략이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미국인을 제외한 대다수 사람들의 상식일 것이다.

 

상징적인 단 한 나라를 사례로 들었지만 이슬람이 서구와 미국에 분노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무장 집단을 지원해 이슬람 각국을 견제하거나 정권을 바꾸는 것도 일상인 미국이었고 이란의 역사적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으나 이란 혁명 당시에도 혁명의 반대 극부인 팔라비 왕조를 지원한 것이 미국이다. 이쯤이면 이슬람이 미국과 서구에 저항하는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미국과 서구측은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이슬람의 정권들이나 자신들에게 무력으로 저항하는 무장단체들을 통해 자신들의 안정에 위협이 가해진다는 다소의 불안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것도 911 테러나 프랑스 테러처럼 일상에서 어느 순간 마주칠지 모르는 돌발적이고 강렬한 타격으로 다가오는 불안이고 말이다. 서로의 시민들은 상대 국가나 상대의 무장 단체들이 불안하고 심각하게 거슬리고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더구나 서구와 미국에게 있어서는 자신들의 이익 추구와 대전략에 있어 이슬람 원리주의는 동요와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그들 서구와 미국은 이슬람이 저항할 수밖에 없는 외세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문명에게는 공존 가능성이 없을까? 그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일반 무슬림들의 테러리즘에 대한 상식부터 언급해야 할 것 같다. 미국법상 테러리즘은 민간인을 위협하거나 정책이나 정부의 행위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행하는 무력행위를 포함한다. 이슬람 율법상 테러리즘은 불특정 피해자에 대한 폭력을 포함하며 이들이 테러리즘을 이야기하는 히라바는 불특정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을 이야기한다. 이슬람의 인사인 앗살람 알라이쿰이라는 말은 그대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이라는 뜻인데 여기서 평화는 전쟁의 부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함과 행복함을 느끼는 상태로서의 평화를 의미한다. 저자는 그렇기에 히라바는 이슬람의 대척점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슬람 종교지도자들은 테러리스트들이 신과 이슬람이 중시하는 모든 것에 역행한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과는 다르게 사실 그들의 비판 중 누구든 살해나 부패 이외의 죄를 벌하기 위해 인간을 살해하는 자는 인류 전체를 살해한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 자는 인류 전체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라는 (코란 532)을 인용한 조항은 부패한 자는 죽여도 된다고 해석되기에 테러의 피해대상을 부패한 자와 부패한 집단으로 지목한다면 그들의 테러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조항이기도 하다.

 

죄를 짓지 않은 자는 다른 이의 죄를 대신할 수 없다(코란 1715)의 조항도 피해 대상이 죄인이라고 정의해 버리면 그 효용성이 없어져 버리기에 테러 행위근절에는 무용지물인 조항이기도 하다. 그저 예수가 인류의 죄를 대속할 수 없다는 반기독교적 해석을 주는 용도로나 쓰일 법한 조항이 아닌가 싶다.

 

다만 그럼에도 저자가 해주는 일반적인 이슬람 시민들의 관점과, 이슬람 원리주의자가 아닌 이슬람 지도층들의 테러에 대한 견해와 종교적 관점은, 작지만 공존의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러나 현재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상황이나 확전 양상으로 중동전쟁으로 나아가는 현실을 보며 이상을 현실화하기란 쉽게 내뱉는 말만큼 쉽지는 않겠구나 싶기만 하다.

 

그럼에도 본서는 이슬람과 서구의 관계와 테러집단의 영향력, 그에 대한 서구와 이슬람의 대응과 반응, 서로가 공존할 수 있을지 가능성 등을 돌아보게 만드는 양서이다. 중동의 역사만이 아니라 이슬람과 서구의 대립을 이슬람의 입장이자 이슬람학 전공자인 미국인의 입장에서 들어볼 기회가 되어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 세계사적 대립 상황에 대하여 서구의 입장에서도 또 제삼자의 입장에서도 들어보았다면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그들의 입장에서도 들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까닭에 적은 분량이지만 양서라고 느껴지는 책이다. 중동 관련 저작을 읽어보신다면 이 한 권도 눈여겨보셔야 하리라 말씀드려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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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전사의 탄생 - 분쟁으로 보는 중동 현대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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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중동 문제로 중동에 대해 간략히라도 알고 싶은 마음에 몇 권을 읽게 되었다. 몇몇 저서를 읽으며 한 가지 사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점과 시야의 책을 두루 보는 것이 사안을 이해하고 다각도로 사유하기에 유익하구나 생각됐다.

 

[IS 지하디스트 그리고 이슬람]이란 책을 통해서는 간략히 요약된 중동사를 접할 수 있었고 이슬람이란 어휘의 의미에 대입해 이슬람 원리주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중동은 왜 싸우는가]는 중동에서의 서구 세력의 영향력에 대한 이슬람 사람들의 저항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의식있는 저항으로 드러났다는 감상을 갖게 되었다면. 본서 [이슬람 전사의 탄생]을 통해서는 서구의 이슬람 침탈과 전략의 의도를 좀 더 다채롭게 알 수 있었고 그에 대해 저항하며 일어난 이슬람의 저항이 비단 신에게 복종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운동만이 아니라 다분히 정치적인 움직임이기도 했다는 감상을 갖게 되었다.

 

[중동은 왜 싸우는가]21개의 장으로 중동의 역사를 나름 상세히 조망하는 기회였다면, 본서는 각 단락별로 중동 각국의 역사를 다루기 보다는, 중동의 정세와 전세를 통해 이슬람 원리주의가 확산하고 기세가 확장되며 일어난 정치적 분쟁과 결탁의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라며 무장단체들이 일어서지만, 그들이 이슬람 민중을 다 대변하는 것도 아니며 각국의 정부에 저항하는 이유도 각국 정부가 타락해서가 아니라, 자신들 스스로를 신의 권위를 대변하는 대리인으로 정하고서 자신들에게 저항하는 측을 신에 대해 대항하는 세력으로 단정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걸 본서를 읽으며 느끼게 됐다. 오사마 빈라덴의 알카에다 같은 경우도 사우디의 원조를 받으며 성장하고 유지하면서 각국의 정권 교체 등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전념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도 확연히 보이는 건 사분오열되어 보이는 이들 이슬람의 정권과 무장단체들은 외세에 저항만 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인 의도하에 그들과 결탁하고 서로서로 반목하거나 공조하며 세력 확장에 주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 스스로가 아무리 알라의 뜻이라며 내세우는 원칙이나 명분들도 그들 스스로에 위세를 확장하고 성장시키는 이상의 의미는 찾을 수 없었다.

 

본서는 제목부터가 [이슬람 전사의 탄생]이듯 이슬람 원리주의와 무장세력의 형성과 확산, 영향력 확대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인상적인 대목은 알카에다의 911테러와 그에 대해 응전한 미국 정부의 전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911 테러 직후 부시 정부는 전 세계 테러에 대한 전쟁이라는 취지로 대응했는데 오바마 정부 때는 알카에다와 그들 테러에 대한 전쟁으로 포커스를 조율했다고 한다. 그리고 911 테러 훨씬 이전부터도 이슬람 각국에서의 전쟁 수행시에도 확전의 우려를 보고할 때 미 정부인사들의 입장은 세계대전으로 확전된다고 해서 나쁠 건 무어냐는 식의 대응이었다고 한다.

 

러시아나 미국, 유럽의 정략적 이슬람 각국에 대한 외교와 전략은 솔직히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들의 그것보다 나아 보이는 면이 없었다. 외세의 침탈에 저항할 방법이 테러라는 한 수 밖에 남지 않은 이슬람의 입장이 되려 이해될 지경이다. 이슬람이 극단적인 역사 퇴행적인 태도로 영향력을 개인들에게 미치고 있기에 미국과 서구의 악의적인 정책들이 희석되어 그렇지 이슬람이 받은 침탈을 이슬람 정도의 문화 수준에서 한국이 받았다면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동을 취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합리화뿐인 이슬람의 폭력적 행태는 정당성이 그들에게는 없어 보이기도 한다. 이슬람과 서구세계의 충돌은 아마도 현재진행 중이고 미래에도 그치지 않을 듯한데 그들의 경전에 가르침을 넘어서는 새로운 서술을 가져올 누군가가 그들에게 나타나 주는 것이 인류적 차원의 유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성은 개들에게나 던져주라는 그들이기에 이성과 대화와 타협을 통한 화해나 화합은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전에는 현재까지와 다름없는 제도의 결과만으로는 결코 이제까지와 다른 결론을 가져올 수 없어 보인다.

 

그래도 중동을 알아가려는 노력은 현재를 알고 겪는 것과 모른 채 감당하는 차이이기에 현격히 다른 삶의 태도와 대응이 아닌가 싶다. 알아야 덜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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