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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스토리콜렉터 7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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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으며 조두순이 떠올랐다. 


겨우 여덟 살이던 피해자에게 인간의 행위라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잔인한 상해를 입힌 조두순은 '심신미약'을 이유로 12년 형을 살고 출소한다. 피해자가 스무살이 되는 해라고 한다. 이를 두고 가해자와 피해자, 잠재적 범죄자와 불특정 다수의 인권 사이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를 지적하는 여론이 터져 나온다.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우리나라 형법 제10조다.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심신미약자(원문은 심신모약자)의 행위는 그 형을 감경한다."(心神喪失者の行為は、罰しない。心神耗弱者の行為は、その刑を減軽する。" 일본의 형법 제39조다. 



나카야마 시치리(中山七里)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連続殺人鬼カエル男ふたたび)>은 바로 일본 형법 제39조에 기인한 미스테리물이다. 초등학생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진 사이코패스가 사람을 장난감 다루듯 잔인한 방법으로 연쇄 살인을 저지른다. 바로 형법 제39조에 따라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미약자로 무죄를 선고받거나, 감형을 받아 사회로 나온 자의 범죄에 대한 이야기다. 2011년 발표된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連続殺人鬼カエル男)>의 속편이다.


어린 여아를 교살했지만 카너 증후군 진단을 받아 기소를 면한 도마 가쓰오가 퇴원하고, '50음순 살인'과 연관된 오마에자키 교수가 자택에서 폭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늘 과학 수업에서 황산이 나왔다. 뭐든지 녹인다고 했다. 

그래서 개구리를 넣어봤다. 연기가 나고 개구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녹았다.

이번에는 '사'부터 시작해야지.'


50음순 살인이 '사(さ)행'부터 다시 시작된다는 개구리 남자의 암시로 인해 경찰과 언론은 두려움에 떨며 사건을 뒤쫓기 시작한다. 노련한 형사 와타세와 좌충우돌 신입 형사 고테가와는 일명 개구리 남자를 찾는 사건을 통해 형법 제39조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토론을 이어간다.


'파열하다', '녹이다', '치다', '파쇄하다' 등 전편과 마찬가지로 각 장마다 섬뜩한 살인을 계속하는 개구리 남자. 물론 목적어는 '사람'이다. 형법 제39조를 교묘히 이용하는 범죄자와 이를 이용하는 세력-변호사나 의사와 같은-, 그리고 미온적인 입법부와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를 두려워하는 언론, 점점 초조해지는 시민의 갈등이 숨가쁘게 진행된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은 불특정 다수의 안전을 희생하면서까지 범죄자 내지 우범자의 인권을 보호해주어야 하는가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한다. 한편으로는 온전치 못한 처벌에 만족하는 사법부를 대신해 '사적 복수'를 감행하는 개인의 심리도 거침없이 그려진다.


사건을 지켜보는 기자 오노우에의 말처럼 와타세와 개구리 남자의 대결은 '사법 정의와 대중의 선의를 털끝만치도 믿지 않는 남자가 악의로 가득한 극장형 범행과 맞서는 승부'다. 개구리 남자뿐이 아니라, 커다란 장애물로 등장하는 무능한 경찰 간부들을 극복하는 와타세 콤비의 활약이 돋보인다.



"술에 취해서", "정신병력을 지녀서"라는 흉악범의 변명은 2019년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심심찮게 들린다. 언제든 개구리 남자를 낳을 수 있는 형법의 모순 속에서 새로운 개구리 남자는 거듭 탄생될 수 있다는 경고를 책은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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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노래
미야시타 나츠 지음, 최미혜 옮김 / 이덴슬리벨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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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힘과, 젊은 꿈이 만날 때 절대 끝나지 않는 내일이 펼쳐 진다.


스무살 다섯 청춘이 짊어진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고민이 우정과 노래를 타고 흐른다. 미야시타 나츠(宮下奈都)의 <끝나지 않은 노래>는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 지는 순수한 젊음에 대한 소설이다. 동인의 전작 <기쁨의 노래>에서 치열한 사춘기를 겪은 소녀들이 이제 대학생과 직장인으로 다시 등장한다. 속편의 느낌을 주지만 굳이 연결짓지 않아도 충분하다.



미야시타 나츠는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엄마를 둔 노래하는 레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뮤지컬 배우로 꿈을 키워 나가는 치나츠,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인한 아픔을 이겨내며 자아를 키워내는 사키, 순수한 첫 사랑에 가슴앓는 문학소녀 요시코, 새로운 고향을 만들어 가는 입양아 아야 등 다섯 청춘을 중심으로 한 편의 뮤지컬과 같은 작품을 그려 낸다.


"우리는 꿈이다. 희망이다. 어떤 미래가 기다리는지 몰라도. 적어도 부모나 가족의 꿈이며 희망으로. 그래서 꿈과 희망이 아니게 되었을 때 괴로운 것이다. 눈부시게 빛나야 할 미래는 우리가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것인지도 모른다." - 레이, '시온의 딸'에서


"몸과 마음을 다한 경기에서 몸을 다치고 그 경기를 미워하기까지 된, 예전의 나 같은 사람을 한 명이라도 줄이고 싶었다. 그러나 열정이 생기지 않았다." - 사키, '슬라이더스믹스에서


"나는 다빈치도 아니고 라이트 형제도 아니다. 달에 로켓 같은 건 쏘아 올릴 수도 없다. 그때도 지금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뿐이고 어디를 향해 걷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구들이 있다. 누군가는 다빈치고 누군가는 라이트 형제일지도 모른다."-요시코, '바움쿠헨, 또 다시'에서


자신의 꿈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청춘들의 독백은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따뜻하게 읽는이를 파고 든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지나쳐온 시절이거나 지금 겪고 있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끝나지 않은 노래>, 원제(終わらない歌) 역시 같다. '시온의 딸', '슬라이더스믹스', '바움쿠헨, 또 다시', '코스모스', 'Joy to the World' 등 다섯 편의 이야기는 책 제목과 동일한 마지막 장 '끝나지 않은 노래'로 마무리 된다.



레이와 치나츠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공연 '끝나지 않은 노래'는 가수를 꿈꾸는 여자아이가 라이벌을 만나고,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잃고, 머지않아 우정을 얻고 다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스토리다. 지극히 단순할 그 이야기 속에 각자 하나하나의 별로서 존재하는 청춘이 깃들어 어우러지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청춘소설이자 음악소설인 <끝나지 않은 노래>는 세심하고도 솔직한 내면의 울림을 가졌다. 지금도 저 먼 어딘가에서,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서, 분명 서로 울려 퍼질 끝나지 않은 노래에 귀기울여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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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왔구나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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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으로 유명한 무레 요코(群ようこ)가 담담하게 그려낸 <결국 왔구나>. 치매라는 피할 수 없는 질병을 맞닥뜨린 아들, 딸, 사위, 며느리, 조카 등 가족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과 공감을 불러 온다. 과거와 다른 부모님의 모습을 <결국 왔구나>에서 발견할 즈음 누구에게라도 찾아올 수 있는 현실임을 절감하면서 '나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원제 <츠이니, 키타?(ついに、来た?)>를 직역하면 '마침내 온 건가?', 혹은 역자가 말하듯 '드디어 왔는가?' 정도가 될 수 있겠다. 한번쯤 찾아올 일, 담담히 마주쳐야할 일임을 무레 요코는 제목을 통해 지나가듯 툭 던져 놓았다.



부모님 아래에서 성장하고, 사회에 진출해 가정을 꾸리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문득 발견하게 될 부모님의 낯선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시려 온다. '제발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기를'하는 바람이야 누구나 갖겠지만, 능력이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결국 왔구나>는 여덟개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다. 각기의 제목이 당사자에게 던지는 질문이란 것이 더욱 현실감을 준다. 아버지와 사별한 후 새로운 애인을 따라 나섰지만, 치매로 인해 버림받아 다시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의 이야기('엄마, 돌아왔어?')에서 딸은 인생이란 결국 자기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절실하게 느끼며 현실에 충실한다.


'아버님, 뭐 찾으세요?'편은 어느 정도 사회적 명예를 누렸던 시아버지에 대한 며느리의 치매 일기다. 시도 때도 없이 이어지는 '아침밥은 언제 먹느냐'는 시아버지의 공격을 받으며 며느리는 다짐한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데다 안타깝게도 성장하지 않는 아이와 다름 없으니. 아버님 옆에서 잘 돌봐드릴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그리고 현실을 회피하는 남편에 대해서는 "각오 단단히 하라"는 경고까지.


친정 어머니를 모시면서 매일매일 새로운 역할극을 남편과 함께 벌여야 하는 딸의 이야기('엄마, 노래 불러요?'), 고지식하고 독선적인 큰 아주버님과의 갈등 속에서 치매가 걱정되는 시어머니를 일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며느리와 가족의 이야기('형, 뭐가 잘났는데?') 등이 이어진다.​


"혹시 간병을 하게 되더라도 (시부모님, 부모님 가운데) 적어도 한 사람씩 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딸이자 며느리의 기도 장면이나, "돌아가며 하루씩 모시기를 하든, 매달 요양원 비용을 나눠내든 결정하라"는 동생들을 향한 집안 장남의 주문은 마치 우리 실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듯하다. 이어 '엄마, 괜찮아요?', '이모들, 안싸워요?', '엄마, 뭐가 보여요?', '아버지, 왜 왔다갔다해요?' 등 각자의 형편에서 치매를 대하는 다양한 자세를 바라볼 수 있다.


"드디어 올 게 왔나봐."

"저렇게 건강하신데?"

"겉모습은 건강해 보여도 머릿속은 알 수 없는 거니까."


아무리 돈이 많아도, 최신 의학이 발달해 수명이 연장되고 온갖 기술로 노화를 방지한다 해도, 사람은 나이들고 수명이 다하면 저 세상으로 간다.('엄마, 괜찮아요?' 중에서) 치매는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 사회가 나서서 함께 치유해야하는 기본적인 인권의 일부라는데 인식한다. 그럼에도 이미 늙고 낯설어진 부모님을 마주치기 전에 새겨봐야할 각자의 마음가짐을 <결국 왔구나>는 요구한다.


어느날 갑자기 "그런 적 없는데?"를 연발하는 부모님. 그 앞에서 우리는 "아,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고 외치면서도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남은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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