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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미 에브리싱
캐서린 아이작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3월
평점 :
제시의 지나칠 정도의 솔직함에 빙그레 미소 짓다가도, 애덤의 무책임하고 철없는 행동에 분개한다. 아이들의 쉴 새없는 소동에 폭소하다가도, 부모님이 전하는 따뜻한 마음에 가슴 한 켠이 애틋해진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숨죽이고 제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함께 호흡하게 된다. 가족의 의미를 새삼 떠올리고, 삶에 대한 자세를 고쳐잡게 하는 책 <유 미 에브리싱(You Me Everthing)>이다.
마치 카페에 앉아 차를 홀짝이며 오랜 친구의 얘기를 듣듯 책장을 넘기게 되는 <유 미 에브리싱>은 주인공 제시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삶이 주는 무게와 상관없이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제시의 유머 감각이 매 장마다 이어진다.

"이따금 인생은 우리 몫으로 정해진 최고의 행복과 최악의 불행을 하나로 합쳐서 같은 날에 던져준다."
스물 셋 제시가 남자친구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아들 윌리엄을 얻던 날, 그녀는 이렇게 회상한다. <유 미 에브리싱>의 첫 구절인 이 한마디는 십년이 지나서까지 그녀의 삶을 관통하게 된다.
'죽기 전 소원'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더한 엄마의 요청에 의해 제시는 열살이 된 윌리엄과 함께 영국 맨체스터 집을 떠나 프랑스 도르도뉴의 고성호텔 로시뇰성으로 5주 간의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는 십년 전 제시의 남자친구이자 윌리엄의 아빠 애덤이 살고 있다. 윌리엄한테 아빠와의 '진정한 관계'를 맺어주려는 제시의 기대와 절망, 갈등과 희망이 휴가기간 내내 반복된다. 도르도뉴(Dordogne)는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실제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주다.
아빠라는 존재의 도움없이-양육비를 제외하고- 아들을 키워온 제시는 자신만의 비밀을 품고 있다. 누구에게도 편히 털어놓을 수 없는 그녀의 불안과 공포는 더더욱 윌리엄에게 필요한 아빠를 찾아주려 애쓰게 만든다.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윌리엄은 너무나 쉽게 아빠 애덤을 자신의 영웅으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제시가 질투심과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남자끼리의 시간'에 환호한다. 제시와 윌리엄, 아직 젊은 엄마와 열살 아들은 동시에 성장통을 겪으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그려 낸다. 제시는 "우리가 저지른 가장 아름다운 실수라는 초강력 접착제로 붙어 있는 두 파편일 뿐"이라는 시선으로 애덤을 바라본다. 바로 그 접착제는 윌리엄이고.
제시를 따라 차례로 휴가지에 합류하는 친구 나타샤, 베키와 셉 부부가 보여주는 삶은 <유 미 에브리싱>이라는 요리의 훌륭한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서로 상대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내려는듯 싸움을 거듭하는 제임스와 루퍼스 형제, 폭풍눈물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지닌 아기 포피 등 베키의 삼남매가 일으키는 소동도 책의 재미를 더한다.

십년 전 아빠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가족'을 떠나야 했던 애덤이 숨겨온 비밀, 제시가 내키지 않은 프랑스 여행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유 미 에브리싱>은 대전환을 이룬다.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네겐 아직 살아갈 날이 많아. 그걸 기억하렴. 원하는 게 있으면 가져. 무작정 해."라는 엄마의 기대는 제시의 결심을 재촉하게 된다.
너무나 평범한 삶이란 것이 그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절실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산다. 책은 기쁨과 슬픔을, 행복과 불행을 항상 동시에 안겨주는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미래가 불확실하다. 내일 버스에 치여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다. 묵묵히 살아가며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반면 나는 어떤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 하나도." 제시의 말대로 스스로에게 일어나는 모든 사소한 일을 소중한 특별함으로 느낄 수 있을 때 자신의 삶에 대한 존중은 깊어질 것이다.
결코 완벽하지 않지만 너무나 특별한 운명과 사랑을 경험한 사람, 천국과 지옥을 수도 없이 오가며 스스로의 삶을 이뤄가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더는 미래를 두려워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그래 봐야 얼마 남지 않은 내 시간만 낭비하는 셈이니까... 때로는 어둠으로 들어가야 우리가 얼마나 빛나는지 알 수 있다. 사랑에 둘러싸여 있으면 두려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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