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 1
찰리 N. 홈버그 지음, 공보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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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해리 포터>가 등장한 지도 20년이 지난 것 같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벌어지는 어마어마한 사건과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해리 포터가 친구 론, 헤르미온느와 함께 멋진 모험에 빠져드는 실로 '마법같은' 이야기에 열광했던 추억이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선과 악의 대결에서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라는 강력한 힘이 주는 감동, 그리고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찰리 N. 홈버그의 판타지 <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은 마법학교를 갓 졸업하고 실제 마법사가 되기 위한 견습생 소녀의 모험기다.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오로지 실력으로 인정받으며, 선한 의도를 가진 선배의 조력을 받아 성장해가는 전형적인 주인공 시어니 트윌은 '진부한 스타일'이라는 선입견을 깨뜨리는 '당돌함'과 '유머'라는 무기를 지니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붙인 '시어니 트릴' 시리즈로 불릴 무수한 후속작을 기대하게 할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요?"


태기스 프래프 마법학교 최고 졸업생 시어니는 마뜩찮은 심정으로 에이비오스키 마법사의 손에 이끌려 에머리 세인 마법사의 집 앞에 선다. 그토록 열망하던 금속 마법사의 꿈이 무너지고,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평생 종이 마법사-인기 없는-의 길을 걷게 된 시어니가 종이해골 '존토'를 만난 후 던지는 푸념이다. 실제 자신에게 닥칠 무시무시한 '놀랄 일'을 꿈에도 모른 채.


불공평했지만 불평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시어니는 특유의 자존감과 타고난 능력을 발휘하며 종이 마법사의 가르침에 순응한다. 비록 잔뜩 쌓인 종이들이 '자신의 무덤'으로 느껴지더라도 말이다. 갑자기 사라진 장학금으로 인해 마법사의 꿈을 포기하고 요리학교로 옮겨야할 위기에서 시어니를 구해준 은인이 바로 눈 앞에 있는 세인 마법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더욱 그랬다. '기적'같이 시어니에게 나타난 세인의 장학금, 그리고 함께 '기적'을 만들어가야할 콤비의 탄생 과정이 흥미롭다. 영국에서 12명밖에 없는 종이 마법사, 그리고 시어니는 13번째 종이 마법사가 되기 위해 세인의 가르침을 받는다.


"숨 쉬어."


온전하게 접어 만들면 온전하게 움직이게 된다는 세인의 첫 번째 가르침은 <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 속에서 시어니에게 가장 필요한 주문이 된다. 견습생이 되기 위해 학교에서 키우던 강아지 '비지'를 어머니께 맡기고 왔다는 시어니의 이야기를 듣게 된 스승 세인이 종이개 '펜넬'을 밤새 손수 만들어 주는 장면은 두 사람의 인연을 더욱 끈끈하게 엮어 준다.



"자네는 앞으로 모험을 하며 살겠군." - 세인

"그럼요, 마법사님이랑 같이 사는 것 자체가 모험이겠죠." - 시어니


이제 막 인사를 나눈 스승과 제자의 일상이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신체 마법사 리라의 등장은 순식간에 독자를 긴장하게 만든다. 한 손에 피가 든 유리병을 쥔 냉혹한 미녀 마법사 리라, 사람의 마음을 갖고도 그 심장까지 훔치려 하는 그녀와 시어니의 한 판 승부가 시작된다.


3층 다락방에 놓여 있던 거대한 종이 글라이더를 타고 리라를 쫓는 시어니의 모험은 여느 판타지 소설 못지않게 이채롭다.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꿈이 가득한 심장 속에서 뜨거운 피를 타고 흐르는 시어니의 멋진 여정이 숨가쁘게 그려진다. 완전한 마법사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견습생 시어니와 종이 강아지 펜넬의 활약이 즐겁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재료여, 창조자가 명한다. 내가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평생 나와 연결될지어다." 종이와 평생을 약속한 시어니의 이야기가 더욱 여운을 남기는 것은 판타지의 상상을 넘어 결국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 잔잔히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할 순간 조금의 미련없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역시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책은 보여 준다. '대신할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해야하기 때문'에 그렇다.


<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 이후 다양한 재료를 다룬 마법이 선사할 상상력, 신체 마법과 같은 흑마법이 보여줄 새로운 위기, 그리고 그 가운데 시어니와 세인의 활약이 그려질 다음 이야기가 더욱 기대된다.(*)


* 리뷰어스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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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피나와 일곱 개의 별 세라피나 시리즈 4
로버트 비티 지음, 김지연 옮김 / 아르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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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흑표범 소녀 세라피나는 '선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발톱을 드러내고 전력 질주한다. 세라피나 시리즈 4번째 이야기 <세라피나와 일곱 개의 별>은 플레이아데스 성단(Pleiades star cluster)에 얽힌 설화, 켈트족과 드루이드교 사제들이 남긴 마법에 대한 전설, 세라피나가 살고 있는 빌트모어 대저택이 갖고 있는 비밀을 정교하게 엮어낸 미스터리 판타지다.


인간과 흑표범(퓨마)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소녀 세라피나, 영롱한 사파이어 눈빛을 통한 놀라운 통찰력을 가진 제시, 동물과 소통이 가능하며 치유의 능력을 지닌 세라피나의 가장 친한 친구 브레이든. 등장인물 소개만으로도 새로운 판타지로 몰입할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1900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빌의 빌트모어 대저택은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지만, 몇 달째 이어지고 있는 평화가 세라피나는 못내 불안하다. 빌트모어의 주인 밴더빌트의 조카이자, 세라피나의 친구인 브레이든마저 학업을 위해 뉴욕으로 떠난 지금 세라피나는 깊은 상실감에 빠져있다.



빌트모어 대저택을 향해 달리는 열세 대의 마차 행렬. 한 명 한 명 대저택에 들어서면서 세라피나의 불안감은 점차 현실로 다가온다. 아무 관심없는 듯 세상을 둘러보는 제시와의 첫 만남은 닥쳐올 위기를 암시하고, 세라피나와의 묘한 인연이 시작된다.


"내가 원하는 삶은 여기에 있어. 너도 여기에 있고." 


걱정에 휩싸인 세라피나 앞에 꿈처럼 나타난 브레이든. 잠시의 안정을 깨는 흰사슴의 등장은 곧이어 빌트모어 대저택이 마주할 무시무시한 사건의 출발을 알린다. 뒤이어 터져 나온 한 발의 총성. 두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믿기 힘들 정도로 새하얀 사슴은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브레이든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사슴을 치료하려 애쓴다. 이후 흔적도 없이 다시 사라진 브레이든과 흰사슴.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지 분간되지 않는 혼돈은 그 범위를 점점 넓혀만 간다. 


사냥을 떠난 빌트모어의 손님들과 빌트모어를 지키온 식구들이 하나 둘 정체모를 적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고, 세라피나는 선량한 사람들과 빌트모어를 보호하기 위한 싸움을 벌여 나간다. '누구에게나 해야 할 일이 있고 내 할 일은 이거야.'라는 신념을 갖고.


점차 아무도 믿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 세라피나는 자신을 숲 속에서 발견해 사랑으로 키워온 아빠에게 고심을 털어 놓는다.


"늪에 빠졌다고 포기해 버리면 어둠은 짙어지고 배고픔과 추위와 피곤함은 심해질 뿐이야. 지치고 앞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겠지만 그래도 계속 앞으로 밀고 나가야지. 믿음을 가지고... 네가 아는 진실에 대한 믿음 말이다. 명심하거라. 유일한 탈출구는 정면 돌파뿐이야"



아주 크고 고약한 늪에 빠진 세라피나는 적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고, 죽음이 도처에 널려 있는 빌트모어를 구하기 위해 다시 이를 악문다. 도무지 늘어만 가는 여러 형태의 적,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는 점점 더해가고 읽는이는 더욱 이야기에 빠져 든다. 모든 혼돈의 근원을 찾기 위해 다시 뭉친 세라피나와 브레이든, 그리고 제시의 활약에 절로 응원을 보내게 된다.


'일곱 개의 별이 현실 세계에 투영하면 그 안에 깃든 마법도 함께 투영된다. 동시에 거울이 거울을 비추듯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도 그 마법 속에 투영된다.'


<세라피나와 일곱 개의 별>은 <헤리 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처럼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모험이 아닌 보다 현실적인 세상을 지키는 활약을 그려낸다. 우리가 존재하는 삶에서 반드시 아끼고 지켜야할 가치를 세라피나의 전투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세라피나의 가장 큰 무기는 무시무시한 어금니, 뾰족한 발톱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 그리고 그에 대한 믿음과 배움이라는 가치였음을 일깨워준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스승이 존재한다'는 세라피나의 깨달음이 바로 그것이다. 눈부신 검은 털을 휘날리며 세상을 지키는 세라피나의 다음 활약역시 궁금해진다.(*)


* 리뷰어스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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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미 에브리싱
캐서린 아이작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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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의 지나칠 정도의 솔직함에 빙그레 미소 짓다가도, 애덤의 무책임하고 철없는 행동에 분개한다. 아이들의 쉴 새없는 소동에 폭소하다가도, 부모님이 전하는 따뜻한 마음에 가슴 한 켠이 애틋해진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숨죽이고 제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함께 호흡하게 된다. 가족의 의미를 새삼 떠올리고, 삶에 대한 자세를 고쳐잡게 하는 책 <유 미 에브리싱(You Me Everthing)>이다.


마치 카페에 앉아 차를 홀짝이며 오랜 친구의 얘기를 듣듯 책장을 넘기게 되는 <유 미 에브리싱>은 주인공 제시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삶이 주는 무게와 상관없이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제시의 유머 감각이 매 장마다 이어진다. 



"이따금 인생은 우리 몫으로 정해진 최고의 행복과 최악의 불행을 하나로 합쳐서 같은 날에 던져준다."


스물 셋 제시가 남자친구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아들 윌리엄을 얻던 날, 그녀는 이렇게 회상한다. <유 미 에브리싱>의 첫 구절인 이 한마디는 십년이 지나서까지 그녀의 삶을 관통하게 된다.


'죽기 전 소원'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더한 엄마의 요청에 의해 제시는 열살이 된 윌리엄과 함께 영국 맨체스터 집을 떠나 프랑스 도르도뉴의 고성호텔 로시뇰성으로 5주 간의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는 십년 전 제시의 남자친구이자 윌리엄의 아빠 애덤이 살고 있다. 윌리엄한테 아빠와의 '진정한 관계'를 맺어주려는 제시의 기대와 절망, 갈등과 희망이 휴가기간 내내 반복된다. 도르도뉴(Dordogne)는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실제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주다.


아빠라는 존재의 도움없이-양육비를 제외하고- 아들을 키워온 제시는 자신만의 비밀을 품고 있다. 누구에게도 편히 털어놓을 수 없는 그녀의 불안과 공포는 더더욱 윌리엄에게 필요한 아빠를 찾아주려 애쓰게 만든다.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윌리엄은 너무나 쉽게 아빠 애덤을 자신의 영웅으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제시가 질투심과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남자끼리의 시간'에 환호한다. 제시와 윌리엄, 아직 젊은 엄마와 열살 아들은 동시에 성장통을 겪으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그려 낸다. 제시는 "우리가 저지른 가장 아름다운 실수라는 초강력 접착제로 붙어 있는 두 파편일 뿐"이라는 시선으로 애덤을 바라본다. 바로 그 접착제는 윌리엄이고.


제시를 따라 차례로 휴가지에 합류하는 친구 나타샤, 베키와 셉 부부가 보여주는 삶은 <유 미 에브리싱>이라는 요리의 훌륭한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서로 상대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내려는듯 싸움을 거듭하는 제임스와 루퍼스 형제, 폭풍눈물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지닌 아기 포피 등 베키의 삼남매가 일으키는 소동도 책의 재미를 더한다.



십년 전 아빠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가족'을 떠나야 했던 애덤이 숨겨온 비밀, 제시가 내키지 않은 프랑스 여행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유 미 에브리싱>은 대전환을 이룬다.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네겐 아직 살아갈 날이 많아. 그걸 기억하렴. 원하는 게 있으면 가져. 무작정 해."라는 엄마의 기대는 제시의 결심을 재촉하게 된다.


너무나 평범한 삶이란 것이 그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절실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산다. 책은 기쁨과 슬픔을, 행복과 불행을 항상 동시에 안겨주는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미래가 불확실하다. 내일 버스에 치여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다. 묵묵히 살아가며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반면 나는 어떤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 하나도." 제시의 말대로 스스로에게 일어나는 모든 사소한 일을 소중한 특별함으로 느낄 수 있을 때 자신의 삶에 대한 존중은 깊어질 것이다. 


결코 완벽하지 않지만 너무나 특별한 운명과 사랑을 경험한 사람, 천국과 지옥을 수도 없이 오가며 스스로의 삶을 이뤄가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더는 미래를 두려워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그래 봐야 얼마 남지 않은 내 시간만 낭비하는 셈이니까... 때로는 어둠으로 들어가야 우리가 얼마나 빛나는지 알 수 있다. 사랑에 둘러싸여 있으면 두려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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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러스먼트 게임
이노우에 유미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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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른 낚시를 즐기며 마루오 슈퍼 도야마 추오점 점장으로 일하는 아키쓰. 만우절에 태어난 쉰 셋의 이 남자는 한 때 마루오 홀딩스의 잘나가던 부장이었지만, 부하직원의 밀고로 좌천돼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도야마에서 슈퍼마켓 점장으로 지내고 있다.



"파워하라(power harassment, 직장 내 상사의 괴롭힘)을 중단하지 않으면 마루오 슈퍼 모든 점포에 제재를 가하겠다."



본사로 걸려온 협박 전화 한 통은 아키쓰를 직장 내 벌어지는 모든 종류의 괴롭힘을 다루는 부서인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으로 급히 불러들이게 한다. '최강의 상사'의 모습으로.




이노우에 유미코(井上由美子)의 <해러스먼트 게임(ハラスメントゲーム)>


회사에서 벌어지는 여러 형태의 괴롭힘을 추리게임처럼 풀어낸 <해러스먼트 게임(ハラスメントゲーム)>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나라 TV 드라마로도 제작된 바 있는 <하얀 거탑>의 이노우에 유미코(井上由美子)가 처음 써 낸 소설집이라도 한다.



직장 선배의 갑질, 성희롱, 집단 따돌림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회사에서의 갈등과 더불어 사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음흉한 정략까지 <해러스먼트 게임>은 재치있게 풀어낸다. 새내기 사원 마코토는 새로운 실장 아키쓰와 콤비를 이뤄 마루오 홀딩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하나하나 해결해낸다.



회사 해러스먼트(harassment)를 테마로 다섯 편의 사건이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져 이야기의 긴박함을 더한다. 앞서 언급된 파워하라를 비롯해 젠더하라, 파타하라 등 새로운 일본식 용어 하나하나가 각기 단편을 이끌어 간다.



회사 사활이 걸린 시나가와 인터내셔널점 개장을 불과 사흘 앞두고 벌어진 18명의 고참 파트타이머들의 집단 태업, 남성으로서도 당당히 가질 수 있는 권리인 육아를 둘러싼 부서 내 갈등의 진실, 회사 이미지를 위해 수도권개발부장에 임명된 40대 커리어 우먼을 두고 벌어진 사건 등 이노우에 유미코는 드라마 작가답게 각 에피소드마다 현실감을 강하게 입혀냈다.



이노우에 유미코(井上由美子)의 <해러스먼트 게임(ハラスメントゲーム)>. 오른쪽은 드라마로 방영된 <해러스먼트 게임> 포스터.


"파워하라든, 성희롱이든 뭐든 좋다. 누구든 털면 해러스먼트 하나둘 정도는 나오지 않겠나."



가업을 이어받은 젊은 3대째 사장과 그를 밀어내려는 사내 정적들의 암투가 다섯 이야기 뒷편에서 미스터리물처럼 그려진다. 자신을 배신하고 몰락시킨 부하직원, 즉 현재의 상무와 사장 사이에서 아쓰키는 또 다른 혼자만의 승부를 이어간다.



<해러스먼트 게임>이 들춰내는 회사 안에서의 전쟁이 지나칠 정도로 답답한 일본의 사회상을 보이고 있긴 하다. 어떤 종류의 피해도 주고 받지 않으려는 꽉막힌 인간관계로 구성된 일본 특유의 직장 문화가 그렇다. 그러나 한편으론 우리에게도 곧 닥쳐올 보편화될 모습이 아닐지 상상하게 한다.(*)



#해러스먼트게임 #이노우에유미코 #위즈덤하우스 #김해용 #문화충전 #서평이벤트 #서평단모집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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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과학책 - 거대 괴물 · 좀비 · 뱀파이어 · 유령 · 외계인에 관한 실제적이고 이론적인 존재 증명
쿠라레 지음, 박종성 옮김 / 보누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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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오랜 문명이 가진 비밀과 인류의 기발한 꿈을 역사와 과학을 통해 풀이했다면, 쿠라레(くられ)의 <기묘한 과학책>은 미스터리소설이나 SF영화 때로는 현실속에도 등장하는 불가사의한 존재를 실제하는 이론으로 설명한다.


<기묘한 과학책>은 외계인과 UFO, 거대 공룡을 만나고 싶어할 많은 사람들의 환상을 때로는 무참히 깨버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더욱 상상을 키우게 하는 '기묘한' 역설적 매력을 갖고 있다. 책을 통해 작가 쿠라레는 '과학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재미'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귀신이 진짜 있나요?"라는 질문에 보통 어떻게 답할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예, 아니오'로 증명하기는 누구에게나 곤란할 터. 쿠라레의 답은 이렇다. "없을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기묘한 과학책>은 귀신이 있다고 가정하면서, 그 존재의 물리적 속성을 과학적으로 풀어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공중에 떠있으려면 귀신의 무게는 약 32g 정도일 것이며, 이 정도 물체가 60kg 중량의 사람을 밀어내기 위해 얼마만한 에너지와 속도가 필요한 지 계산해 보는 식이다.


이렇듯 <기묘한 과학책>은 매우 독특한 방법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머리말부터 본문을 넘어 부록으로 삽입된 '악마의 과학 용어 사전'까지 책을 훑다보면 심지어 당황스러운 재미를 줄 정도다. 


좀비, 뱀파이어, 외계인, 심지어 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존재에 대해 이론적인 해석을 다루는가 하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냉정하고도 진지한 풀이마저 담고 있다. 영화, 만화, 소설 등 각각의 주제와 관련된 작품을 알려주는 것은 덤이다.


총 4부로 구성된 31개 주제에 대해 쿠라레는 'SF와 판타지 세계에서 만나는 과학의 재미와 경이로움'을 전한다. 일례로 11장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생물이 가장 큰 공포를 선사하다'는 편은 생물학 무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영화나 소설에서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바이러스가 안타깝게도 현실 세계에도 존재하고 있음을 알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혼란을 겪고 있는 요즘 그 위험성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기묘한 과학책>은 쿠라레가 일본의 월간지 <게임라보>에 '픽션 연구센터'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기사를 다시 편집해 엮은 것이라고 한다.


작가 쿠라레의 활동이력도 흥미롭다. '과학 전문 작가이자 일탈을 꿈꾸는 과학자'로 소개된 그의 필명 '쿠라레'는 남아메리카에서 화살 끝에 바르는 독을 뜻하며, 흰 가운을 입고 여우 가면을 쓴 모습으로 알려져 있다. 쿠라레의 <그림으로 이해하는 말이 안되는 건 아닌 과학 교과서(アリエナクナイ科学ノ教科書)> 시리즈는 무려 15만 부 이상 판매됐다고 한다.


쿠라레는 "어깨에 힘을 빼고 책을 휙휙 넘겨보다가 관심 가는 주제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훑어보라"고 권한다. <기묘한 과학책>은 머리말에서 밝힌 작가의 공언대로 분명 그동안 몰랐던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한다.(*)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과학 #기묘한과학책 #쿠라레 #보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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