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계단 스토리콜렉터 93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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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은 상대. 그러나 싸워야할 이유가 분명한 제인의 전쟁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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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계단 스토리콜렉터 93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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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처에 깔려 우리를 감시하는 거대한 눈, '빅 브라더'와 사람의 몸에 삽입하는 미세한 크기의 '베리 칩'. 음모론이나 최첨단 정보사회가 가져올 수 있는 비관적 전망에 등장하는 두 가지 요소가 함께 묘사된다. 촉망받던 FBI 요원 호크 제인이 남편의 억울한 죽음과 아들의 소중한 목숨을 위해 거대 권력에 맞서 싸운다. 세상을 지배할만큼 힘을 가진 그들은 자신들의 방해물을 제거하기 위해 이미 제인을 FBI 수배 명단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딘 쿤츠의 장르소설 <구부러진 계단>은 인간의 뇌를 지배하는 기술을 통해 자신들만의 세상을 조각하려는 소시오패스 집단에 저항하는 제인의 활약을 그렸다. 평범하고도 행복한 개인은 엄청난 정보망을 손에 쥐고 있는 권력자 앞에 발버둥조차 칠 수 없는 무기력함을 느끼고, 무참히 짓밟힌다. 제인이 그들과 사투를 벌이는 근원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죽은 남편 닉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다섯 살 외동아들 트래비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로 시작된 싸움은 그들에 대한 사랑과 함께 '선악의 영구한 투쟁 속에서 반드시 저항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굳어진다. 




"이 계단은 인생이다. 어두운 세상의 진실, 잔혹하고 악랄한 인류의 진실. 살아남고 싶으면 강해지는 법을 배워라. 이것이 진실이다, 단 하나의 진실. 빼앗지 않으면 빼앗긴다. 이용하지 않으면 이용당한다. 지배하지 않으면 지배당한다. 죽이지 않으면 죽임을 당한다."


<구부러진 계단>은 제인이 사랑하는 가족을 파괴하고, 위협하는 일당의 뿌리를 찾는 과정이 액션영화처럼 펼쳐 진다. 단 한 권의 분량으로는 이 전쟁을 마무리 짓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싸움이다. 인간을 조종하고, 지배할 기술과 권력을 지닌 집단, 스스로를 '아르카디언'이라 부르는 그들은 나노머신 통제 매커니즘을 통해 새로운 세상-더욱 어두운 지배와 착취의 세상-을 노린다. 제인은 그들과의 전쟁을 위한 신호탄을 <구부러진 계단>을 통해 쏘아 올린다.



타누자와 산자이 쌍둥이 남매가 '아르카디언'에 의해 인격을 상실하고 인생이 조작되는 과정은 슴뜩하기까지 하다. 딘 쿤츠는 제인의 싸움과 동시에 벌어지는 남매의 처절한 몸부림을 함께 이야기함으로써 극적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주사 한 방으로 더 이상 인간이 아닌 '피와 살을 지닌 기계'로 지배당하는 세상. 그 세상을 막기 위한 투쟁에 독자는 빠져든다.


"항상 진실은 있어요. 기만의 바다 아래 기다리고 있을 뿐."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은 상대. 그러나 싸워야할 이유가 분명한 제인의 전쟁은 계속 이어진다.(*)


* 리뷰어스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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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그녀
사카모토 아유무 지음, 이다인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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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관련있던 세 여인이 차례로 사라졌다. 

그것도 원래 없었던 사람처럼 완전히.


펫 시터로 일하는 후타는 어느날 3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의 어머니로부터 '상중엽서(喪中はがき, 집안에 상을 당했을 때 새해 연하장을 받지 못한다는 뜻을 전하는 일본 풍습)'를 받는다. 후타는 반려견 입양 동호회 활동을 같이 하는 동료의 조언으로 최근 사귄 두 여인의 안부를 찾아보다 뜻밖의 상황에 직면한다. 3년 간 인연이 닿았던 3명의 여인 모두 사망했거나, 행방이 묘연했던 것.



"혹시 내가......"


후타는 그녀들의 흔적을 찾아 나서보지만, 그녀들의 현재는 물론 과거까지 홀연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억하는 이도, 기억하려는 이도 없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혼란을 거듭하던 후타는 '진실'을 알기 위해 추적을 시작한다.


상중엽서를 받았을 때만해도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그녀의 죽음을 애도할 정도로만 알았던 후타는 자신, 혹은 그녀들에게 일어난 '이상한 일'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조금씩 드러나는 실체, 친구들의 추리, 후타의 갈등이 뒤얽히며 책의 매력을 발산한다.



사카모토 아유무(酒本歩)의 <환상의 그녀(幻の彼女)>. 제목 이상의 트릭이 서서히 풀려날 즈음 또 한 번의 반전은 후타와 독자를 완전히 연결지어 준다. 화려한 장치도 없고, 명석한 추리도 없다. 박봉의 소시민 후타의 안팎에서 벌어지는 충격과 혼돈이 몰입감을 더하게 한다.


"네가 만났던 사람들이 차례로 사라진 게 아니야. 사라질 예정이었던 사람들이 너와 만난 거야."


그녀들의 행방을 좇던 후타와 친구들이 다다른 곳은 병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이다. 최첨단 의학 기술의 무한 경쟁, 그 사이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각성까지 한꺼번에 쏟아진다. 리스크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채 질주하는 전 세계의 경쟁, 누군가 인간의 선을 넘는 건 역시 시간문제일까. 후타의 직업은 앞서 말했듯 반려동물을 돕는 '펫 시터'다. <환상의 그녀>가 던진 물음도 결국 모든 생명에 관한 것일지도 모른다.(*)




*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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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아오바 유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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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이어질 수밖에 없고, 누군가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 정신을 차려보면 거대한 연결 속에서 흔들리는 파도의 일부가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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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아오바 유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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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카타르시스는 이제 없다. 그럼에도 어렴풋한 희망을 끌어안고, 오늘도 살아간다."


그렇게 많은 이들은 살아간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지,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인지, 무엇때문에 깨어나는 것인지 세세히 따질 수는 없다. 하나하나 잃어가면서, 그것들의 공백을 쌓아가면서 계속 살아간다. 어쩌면 그로인한 지워지지 않는 가슴 속 아픔이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잔잔한 파도에 빠진다.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모를 파도는 고요하면서도 웅장하게 우리를 뒤덮어 버린다. 엄청난 일이 생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와 우리 사이에 스며들뿐이다. 그리곤 "그래, 원래 그런 것이야" 가르쳐 준다. 뒤돌아볼 필요도 없다. '잔잔한 파도'가 주는 교훈은 그렇다.


아오바 유(青羽悠)의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는 무채색과 같은 반복적인 일상 속에 숨어있던 꿈, 희망을 알려준다. 옮긴이가 알렸듯 일본장편소설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의 원제는 "잔잔함에 빠지다(凪に溺れる)"다. '나기(凪)'는 바람이 멎고 물결이 잔잔해진 것을 뜻한다. 거친 폭풍이 아닌 고요한 파도로 인해 빠져버리는 우리의 모습을 책은 그린다. 특별할 것도 없고, 유난스러울 것도 없지만 우리의 파도는 끊임없이 우리를 나아가게 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바람이 멎은 새까만 바다/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이즈

예감은 하직 허상일 뿐/파도만이 반복되지


멀리서 울리는 천둥소리/물결치는 너의 원피스

마음을 흔들어놓네/견딜 수 없이 초조해


언제까지나 길 위에 서 있어/소원을 되풀이하면서

수평선 저 너머에서/다시 만나는 두 사람


- 'the noise of tide'의 노래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새까만 바다, 빛나는 별, 흔들리는 수면, 그리고 저 멀리 있는 수평선. 자 끝에서 서로의 모습을 찾고 있는 소년과 소녀. 두 시선은 바다 너머로 평행하게 이어진다. 그러나 그 선은 언젠가 수평선 한참 너머에서 다시 한번 얽힐 것이라 믿는다.



밴드 'the noise of tide'의 노래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와 함께 책은 흘러간다. 더 엄밀히 말하면 요절한 보컬 줏타로부터 일기 시작한 파도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TV에서 본 올림픽 선수를 무작정 동경하면서 수영을 시작한 나쓰카, 의지할 곳 하나 없이 조금씩 죽어가는 삶을 살고 있던 세이라, 일상의 틈새마다 위화감을 느끼다 문득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찾게 된 히카리. 그들 모두는 줏타의 노래에 빠져 '저 먼 곳'을 응시하게된 사람들이다.


누군가와 이어질 수밖에 없고, 누군가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 정신을 차려보면 거대한 연결 속에서 흔들리는 파도의 일부가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는 우리가 잊고 있던 '무언가'에 스르륵 빠져들게 한다.(*)


*리뷰어스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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