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stella.K > 古典, 제대로 읽자

 

“古典, 제대로 읽자”

교수신문 최고 번역본 선정

‘고전(古典)이란 누구나 그 가치를 인정하는 책이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라는 아나톨 프랑스의 말처럼,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도대체 수많은 고전 번역본들 중 무엇을 읽어야 할지도 잘 알 수 없다.

24일 출간된 ‘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교수신문 엮음, 생각의나무 출판사)는 각계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논어’ ‘맹자’ ‘삼국유사’ ‘사기열전’ ‘삼국지연의’ ‘국가’ ‘군주론’ ‘자본론’ ‘꿈의 해석’ 등 동서양 고전 30권을 1차로 선정한 뒤 국내에서 출간된 번역본 중 최고(最高)의 버전을 뽑아냈다.〈표 참조〉 ‘주역’ 등 11권은 ‘최고의 번역본’을 찾지 못해 ‘추천 번역본’으로 대신했으며, 밀의 ‘공리주의’는 그 조차도 찾아내지 못했다. 이문열 평역 ‘삼국지’처럼 오역이 많다고 판단한 몇 권은 ‘비판 번역본’으로 추려냈다.


유석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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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문화재단 추천 2006년 상반기 <우수과학추천도서>

출판사

도서명

구분

거인출판사  놀라운 우주,별,행성의 모든것 아동용
교학사 네모 속의 답을 찾아라(동물의 왕국편) 만화
교학사 네모 속의 답을 찾아라(바다의 세계편) 만화
교학사 교과서 속에 숨겨진 과학의 마술2(고급편) 만화
김영사 평행우주 대학/일반용
다른세상 딱정벌레 대학/일반용
다우출판사 세티 과학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우주 생명 이야기 중고생용
도서출판 글담 교과서를 만난 수학자들 중고생용
도서출판 다른 기니피그 사이언티스트 중고생용
도서출판 다섯수레 바다에서 태어났어요 아동용
도서출판 동아시아 꿈푸꿈비의 신나는 환경탐험기 초등학생용
도서출판 동아시아 갈릴레오의 진실 대학/일반용
도서출판 디딤돌 호기심, 달나라에 착륙하다 아동용
도서출판 디딤돌 돌로 만든 타임머신 화석 초등학생용
도서출판 디딤돌 기체, 태양계로 드라이브 떠나다 초등학생용
도서출판 디딤돌 패러데이 박사님, 전기가 뭐죠? 초등학생용
도서출판 말글빛냄 아인슈타인, 신이 선택한 인간 중고생용
도서출판 모티브북 두뇌의 비밀을 찾아서-테카르트에서 에클리스까지 대학/일반용
도서출판 민서각 역사를 바꾼 톡톡 과학 이야기 초등학생용
도서출판 서돌 지구반대쪽까지 구멍을 뚫고 가보자 아동용
도서출판 창조문화 기초튼튼 과학실험 초등학생용
도서출판 청년사 과학은 흐른다 4 만화
도서출판 풀빛 4 원소로 보는 자연 이야기-1.물 아동용
도서출판 한승 아시아를 빛낸 노벨상 수상자 대학/일반용
도서출판 한승 냄비와 시험관 대학/일반용
도서출판 한승 우주에 외계인이 가득하다면… 모두 어디 있지? 대학/일반용
도서출판 한승 옛날 옛적에 아직 우주가 태어나기도 전에…… 대학/일반용
동아사이언스 해리포털의 과학마법학교 2 만화
동아사이언스 속 보이는 물리 전기와 자기 밀고 당기기 중고생용
두산동아 따뜻한 디지털 천국-정보통신과학 세상 초등학생용
드림웍스 21 과학수업시간에해보는과학연극 대학/일반용
디지털 미디어리서치 웹2.0시대의 기회, 시맨틱웹 대학/일반용
럭스키즈 움직이는 실험실 초등학생용
민음in 20. 나노 기술, 축복인가 재앙인가? 중고생용
봄나무 두꺼비 논 이야기 초등학생용
봄나무 걸리버 과학 탐험 초등학생용
봄나무 빙하, 거대한 과학의 나라 중고생용
봄나무  화석탐정, 공룡 화석의 비밀을 풀어라! 초등학생용
비룡소출판사 구석구석 놀라운 지구 탐험 아동용
비룡소출판사 마법의 숫자들 초등학생용
사계절출판사 사람의 몸- 완벽하고 오묘한 우리 몸 이야기 중고생용
사이언스북스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 글쓰기 대학/일반용
사회평론 안녕, 아인슈타인 대학/일반용
살림출판사 세계명작 속에 숨어 있는 과학 중고생용
삼성출판사 왜? 호기심 백과 아동용
스콜라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할 만화교과서 만화
시공사-시공아트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 중고생용
시아출판사 생쥐, 인간 게놈을 구하러 가다 중고생용
아이앤북출판사  SCIENCE 신비한 우주속으로 아동용
양문 여성, 과학을 만나다 중고생용
양문 빛의 제국 중고생용
에코리브르 한번은 꼭 읽어야 할 과학의 역사 1 중고생용
에코리브르 까마귀의 마음 대학/일반용
예림당 Why? 똥 만화
웅진씽크빅 세상에서 젤 꼬질꼬질한 과학책 초등학생용
웅진주니어 별똥별 아줌마 우주로 날아가다 초등학생용
웅진주니어  마라의 시간여행-생명의 역사를 찾아서 초등학생용
이비컴(이비락) 처음 만나는 풀꽃 이야기  초등학생용
전나무 숲 내 몸 안의 지식여행 인체생리  중고생용
조서출판 승산 천재-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 대학/일반용
지성사 과학으로 만드는 배 중고생용
지성사 바이오농업은 제2의 녹색혁명인가 대학/일반용
지식의 숲(넥서스) 꿈꾸는 뇌의 비밀 대학/일반용
지호출판사 괴델과 아인슈타인 대학/일반용
진선출판사 동물의 손과 발 아동용
창비 발명, 신화를 만나다 초등학생용
청홍 온돌 그 찬란한 구들문화 대학/일반용
향연  천국의 별 중고생용
황금부엉이 마인드 해킹 대학/일반용
휴머니스트 살아있는 과학 교과서 1  중고생용
휴먼앤북스 야수인간 대학/일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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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방>? 아, 그거 영화로 봤지. <오만과 편견>이랑 원작자가 같은 것 아냐?”

따지고 보면 다 영화 때문이다. 우리가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 <인도로 가는 길> <모리스>의 원작자 E. M. 포스터(1879∼1970)를 한 세기 앞선 제인 오스틴이나 뉴욕에서 태어난 헨리 제임스 심지어 <남아있는 나날>을 쓴 가즈오 이시구로와 혼동하게 된 것은. 우선 그들이 창조한 남녀는 대체로 약혼과 결혼을 둘러싼 소동을 빈번히 일으키고, 유산을 놓고 갈등하며, 이탈리아 여행지에서 인생의 의미를 각성하기 일쑤다. 부풀린 스커트 자락과 티파티, 녹색 장원의 이미지는 이방 관객이 그들의 작품을 한 덩어리로 기억하도록 현혹한다. 세월이 흘러 영국 중산층의 계급성과 완고한 매너도 유적이 된 지금, 문학도가 아닌 우리에게 그들을 분별하는 과제는 얼 그레이와 다르질링 홍차의 구별만큼이나 긴급할 게 없다.

영화의 감미로운 잔향만으로 만족하는 이들에게도, 지난 3월 말 완간된 한국어판 E. M. 포스터 전집(고정아, 민승남, 이종인 옮김, 열린책들 펴냄)은 사양할 수 없는 만찬이다. E. M. 포스터는 “언어의 장벽은 간혹 좋은 것만 통과시킨다”는 낙관을 표명한 바 있지만, 이제야 번역된 그의 소설은 찬장 속에서 뒤늦게 발견한 꿀단지와 비슷한 기쁨을 안겨준다. 사회 관계를 유머러스하게 관찰하는 영국 소설의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개인의 내면을 모더니스트의 눈으로 그려낸 포스터의 장·단편은 서로 다른 문화, 인종, 계급, 섹슈얼리티, 세계관 사이에 팬 골짜기- 종종 그 골짜기는 한 사람의 영혼 속에 있다- 에서 피어나는 드라마를 주말 연속극만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호흡 짧은 독자라면 반짝이는 문장과 통찰을 건져올리는 재미만으로도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E. M. 포스터의 서재를 방문하기로 하자. 그곳은 오로지 먼 나라로의 여행과 책, 두 가지에 삶을 반분했던 E. M. 포스터에게 세계의 반쪽이기도 했으니.

“(케임브리지는) 그에게 약간 웃어 보이면서 (중략) 소년 시절은 청년기의 널찍한 방으로 이어지는 먼지 가득한 복도였을 뿐이라고 말해주었다.” - <기나긴 여행> 중에서

프로이트에 경도된 예술사가들이라면 E. M. 포스터의 유년 시절 이야기에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1879년의 첫날, 런던에서 태어난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는 2살도 되기 전에 건축가 아버지를 여의고 영국식 장원에서 어머니와 아주머니들에게 둘러싸여 자랐다. 이모 메리앤 손튼이 여덟살 소년에게 물려준 8천파운드의 유산은 평생 독서와 자유로운 여행의 재원이 된다. <하워즈 엔드>의 머리말인 “오직 연결하라”는 포스터 문학의 모토로 오늘날까지 회자되지만 정작 소년 포스터는 세상과 부드럽게 연결되지 못했다. 기숙학교 시절 급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변태성욕자에게 추행당하는 사고를 겪은 포스터는 “나는 용감해지느니 겁쟁이가 되겠다. 왜냐하면 용감하면 사람들이 나를 해치려 하니까”라는 슬픈 혼잣말을 남기기도 했다. 포스터가 후세에 알려진 대로 ‘우정의 달인’이 된 것은 1897년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에 입학한 뒤였다. 고전과 역사를 공부한 그는 엘리트 그룹 ‘사도들’에 가입했고 뒷날의 블룸즈베리 그룹과 어울렸다. 친구들 가운데 포스터를 무신론으로 이끈 휴 메러디스는 알려진 대로 영화 <모리스>에서 휴 그랜트가 연기한 클라이브 더럼의 모델이다. 24살의 포스터는 메러디스와 연인이 됐다. 플라톤의 <향연>이 설파한 에로스에 감화된 플라토닉한 연애였다.

“로맨스는 오직 인생과 함께 죽는다. 그 어떤 집게도 우리에게서 그것을 뽑아낼 수는 없다.” -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중에서

20세기 초는 제국주의와 여행의 시대였다. 국경을 넘는 영국 여행자 무리 중에는 러디어드 키플링, 조지프 콘래드, 서머싯 몸 그리고 포스터가 있었으니 이들은 이국의 태양 아래서 영국 문화의 결핍을 보았다. 대학을 졸업한 E. M. 포스터는 (어머니와 함께) 이탈리아, 그리스를 돌아봤고 독일에서 가정교사로 몇달을 보냈다.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기나긴 여행> <전망 좋은 방> 등 초기작에 등장하는 이국 풍경도 이때 포스터의 마음에 들어왔다. 26살에 출간한 첫 장편소설 <천사가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Where Angels Fear to Tread, 1905)은 포스터가 “세계의 학교이자 놀이터”라고 예찬한 나라 이탈리아의 몬테리아노와 영국 소스턴을 오가며 펼쳐지는 멜로드라마다. 죽은 남편의 가족이 요구하는 규범에 매여 살던 릴리아 헤리턴은 이웃 처녀 캐롤라인과 떠난 이탈리아 여행에서 핸섬한 청년 지노에게 반해 몬테리아노에 주저앉는다. 가문의 재산과 명예를 염려한 헤리턴 부인은 아들 필립을 보내 막으려 하지만 둘은 이미 약혼한 터다. 헤리턴 가족이 다친 자존심을 추스르는 동안 신혼부부의 문화적, 기질적 차이는 그들의 결혼에 그늘을 드리우고 릴리아는 아기를 낳다 숨진다. 체면에 떠밀린 헤리턴 부인은 이번에는 아기를 데려오라고 아들과 딸에게 명한다. 풍속 코미디로 출발한 소설은 비극적 멜로드라마로 고양됐다가 “가장 멋진 일은 지나가버렸다”는 깨달음으로 끝난다. 포스터는 “내 소설에는 나, 내가 싫어하는 사람, 내가 동경하는 사람의 세 가지 인간형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는데 처녀작 <천사가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으로부터 그 구도는 명확하다. 인습을 초월한 척하지만 실상 그렇지 못한 필립, 천진하고 아름답지만 탐욕스러운 지노, 오만과 편견으로 만사를 그르치는 해리엇은 이후 포스터의 작품 세계 속에서 각기 계보를 형성한다.

처녀작을 호평받았으나 젊은 작가는 끔찍하게 불행했다. 그즈음 휴 메러디스가 결혼했기 때문이다. 자살까지 상상하던 포스터는 라틴어를 교습한 인도인 유학생 사이드 로스 마수드에게 마음을 옮긴다. 친구의 결혼이 가져다준 배신감은 1907년작 <기나긴 여행>(The Longest Journey)에 점점이 배어난다. 유전적으로 다리가 불편해 연애운이 없는 리키는 “착한 아들, 다정한 남편, 책임감 있는 아버지… 자연이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이고 친구에게는 그 나머지 시간이 할애된다”라며 우정의 보잘것없는 지위를 탄식한다. 케임브리지 철학도 리키는 친구 앤셀과 교감하지만 실질을 숭상하는 여인 애그니스와 결혼하면서 점점 황폐해진다. 기숙학교 교사로 시들어가던 그의 삶은 어느 날 찾아온 앤셀과 몰랐던 사생아 동생의 존재로 다시 전환을 맞는다. <기나긴 여행>은 변덕스럽고 감상적인 플롯으로 악명 높다(그의 장편 중 유일하게 영화화되지 않았다). 죽음이나 치명적 사고가 느닷없이 독자를 혼비백산시키는 포스터 소설의 특징이 이보다 노골적인 작품도 없다. 평론가 윌 베버리지의 착실한 계산에 따르면 <기나긴 여행>에서는 갓난아기를 제외한 등장인물의 44%가 돌연사하는 운명을 맞는데 이러한 비운은 주인공도 비켜가지 못한다. 비평가 라이오넬 트릴링의 지적대로 <기나긴 여행>의 리키는 성장하는 대신 <적과 흑>의 쥘리앙 소렐처럼 깨달음을 끌어안고 산화한다. 미학적으로 방기된 듯한 이 야성적 소설에 대한 작가의 편애는 대단하다. 포스터는 <기나긴 여행>이 유일하게 그를 먼저 ‘찾아온’ 소설이라고 소개하며 “반문학의 정신이 팔꿈치로 밀어내기라도 하듯 일부러 잘못된 길을 택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나는 당신을 보면 어떤 전망이 떠올라요. 특정한 종류의 전망이 말이에요. 당신이 나를 보고 방을 떠올린다고 잘못된 건 아니죠.” - <전망 좋은 방>의 세실 바이스

20대 후반의 포스터는 암탉이 달걀을 낳듯 소설을 썼다. <기나긴 여행>과 연년생인 <전망 좋은 방>(A Room with a View, 1908)은 포스터의 가장 쾌활하고 낙천적인 로맨스다. 남의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하던 영국 처녀 루시와 염세적 무력감에 빠져 있던 청년 조지 에머슨이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나눈 키스를 계기로 각자의 감옥에서 벗어난다. 그 와중에 발생하는 희생자가 루시의 약혼자인 금욕적 신사 세실 바이스. “저는 직업이 없습니다. 제 데카당스한 면을 보여주는 또 한 가지 사례죠”라는 대사가 우습긴 해도, 포스터가 세실을 다루는 태도는 경멸과는 거리가 멀다. 유산으로 먹고살며 사회의 관찰자로 남는 남자 캐릭터에게 포스터는 번번이 희미한 연민을 표한다. <전망 좋은 방>은 산들바람 같은 문체, 행복한 결혼으로 끝나는 결말 때문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비교된다. 포스터는 <전망 좋은 방>의 해피 엔딩이 꽤나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방 없는 전망’이라는 제목을 붙인 ‘지은이의 말’에서 포스터는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나는 조지와 루시가 어디서 사는지 떠올릴 수 없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결혼과 연애 앞에 포스터가 설정하는 장애는 좀더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의 연인들은 계급은 물론 인종, 성적 취향, 민족성을 저울질한다. 한편 포스터의 인물들은 오스틴의 인물에 비교하면 훨씬 불합리하고 충동적이다. 예컨대 <오만과 편견>의 리즈는 다아시가 악당이 아님을 확인하고야 감정을 확정하지만 루시는 그렇지 않다. 아마도 포스터의 인물들이 오스틴의 인물들과 언쟁을 벌인다면 백전백패일 것이다. 포스터의 윤리적 스타일에 주목한 영문학자 제이디 스미스에 따르면, 19세기 작가 오스틴이 세계와 자아를 합리적으로 이해하기를 원했다면 20세기 작가 포스터는 인간들이 그러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겁낸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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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과 열정을 연결하는) 그 다리가 없으면 우리는 모두 의미없는 조각들, 절반은 수도승이고 절반은 짐승인 채 인간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부서진 아치들일 뿐이다. (중략) 단지 연결하라! 그녀의 설교는 그게 전부였다. 산문과 열정을 연결하라. 그러면 그 양쪽이 모두 고양되고, 인간의 사랑은 정점에 이르게 될 것이다. 다시는 조각난 삶을 살지 말라.” - <하워즈 엔드> 중에서

<인도로 가는 길>과 더불어 포스터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하워즈 엔드>(Howards End, 1910)는 계급의 전쟁을 그린 소설이다. 전원 저택 하워즈 엔드가 상징하는 ‘영국’을 누가 상속할 것인가를 놓고, 식민지에서 부를 축적한 산업자본가 윌콕스가와 진보적 중류층 슐레겔 자매, 중산층의 문화를 동경하는 도시 근로자 레너드 바스트가 보이지 않는 투쟁을 벌인다. 결국 하워즈 엔드는 물질과 문화, 전원과 도시를 ‘연결’하려고 애쓴 마가렛의 손을 거쳐 헬렌과 레너드의 사생아에게 상속된다. <하워즈 엔드>로 자리를 굳힌 포스터는 1912년 인도를 처음 방문하고 마수드와 재회했다. 1913년 포스터는 시인이자 동성애인권운동가인 에드워드 카펜터를 방문하며 얻은 영감으로 <모리스>(Maurice)에 착수했다. 케임브리지 시절 휴 메러디스와의 연애가 녹아 있는 이 소설을 포스터는 “내가 죽거나, 영국이 죽기 전에는” 출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서 <E. M. 포스터>의 저자 로버트 K. 마틴은 <모리스>가 동성애 권리를 탄원하는 소설이 아니라 동성애 의식의 발전을 그린 소설이라고 지적한다. 여성혐오가 깔린 고대 그리스적 동성애에서 섹스를 포함한 온전한 동성애로, 다시 동성애의 사회·정치적 결과를 성찰하는 사랑으로 모리스의 의식은 확장된다. 작가는 이렇게 정리한다. “그들은 연고도 돈도 없이 계급의 울타리 밖에서 살아야 했다. 그들은 죽을 때까지 노동하고 서로에게 충실해야 했다.” 포스터는 탈고한 지 47년 만에 쓴 저자의 말에서, 대중이 동성애와 관련해 정말 싫어하는 것은 동성애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고 회고했다.

포스터의 성적 취향이 그의 문학세계에 끼친 형성력은, 동성애를 제재로 취하는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영문학자 김선형은 성(性)이라는 사적 영역에 공적인 요소가 끼치는 압력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기에 포스터는 사적인 인간관계의 오염과 단절을 극복할 방안을 평생 부심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에서 소통 가능성을 중성적 가치인 인간적 소통과 유대에서 찾는 데에서 그의 성정체성이 암묵적으로 드러난다”고 평한다. <모리스>를 탈고하던 해, 포스터가 사랑했던 두 번째 남자 마수드가 결혼했다. 그리고 1924년 <인도로 가는 길>이 있기까지 포스터의 첫 번째 작가적 침묵이 시작됐다. 그러나 그것은 불모의 시간은 아니었다. 포스터는 1917년 알렉산드리아에서 만난 전차 차장 모하메드 엘 아들과 난생처음 육체와 정신이 합일된 사랑을 경험했다. 1차대전이 끝난 1918년 결혼한 모하메드는 4년 뒤 폐병으로 죽었다.

“왜 우리는 지금 친구가 될 수 없지?” 상대방이, 그를 다정하게 잡으며 말했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인데 그것이 당신이 원하는 것인데.” 그러나 말들은 그것을 원치 않았다. 그들은 서로 갈라졌다. 땅이 그것을 원치 않고 바위들을 올려 보내 말 탄 사람들이 일렬종대로 통과하게 만들었다.” - <인도로 가는 길> 중에서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 1924)이 제목을 빌린 휘트먼의 시는 동서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의 개통을 축하하는 시였으나 포스터의 소설은 동서의 만남에 비관적이다. 영국 처녀 아델라는 인도에서 판사로 일하는 약혼자 로니의 어머니 무어 부인과 함께 인도를 찾는다. ‘진짜 인도’를 보고픈 두 여자의 소망을 정착지 영국인들이 무시하는 가운데, 무어 부인은 친절한 이슬람 의사 아지즈와 친교를 맺는다. 한편 약혼자에 대한 감정에 확신을 잃은 아델라는 무어 부인과 함께 마라바르 동굴 소풍에 동행했다가 갑자기 아지즈를 강간미수로 고발한다. 영국인들의 집단 히스테리 속에서 인도인에게 우호적인 교육자 필딩은 아지즈 편에 선다. 제국주의가 조직한 세계가 개인의 우정을 조각내는 광경을 그린 <인도로 가는 길>은 영국에서는 정치적 논란을, 미국에서는 큰 호응을 얻었고 후일 탈식민주의 비평가들에게는 “제국주의의 인간적 얼굴을 강화하는 소설”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인도로 가는 길>의 구조는 겉으로는 미스터리지만 정작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는 텅 빈 이야기다. 포스터는 그 속에서 그저 인물을 사건과 정황에 부딪히게 한 다음, 돌아오는 메아리를 통해 그들을 고립시키는 힘의 실체를 가늠한다. 포스터는 “연결하라!”를 좌우명으로 삼았지만 공존이 얼마나 달성하기 힘든 과제인지 입증하는 데에 그의 소설을 바쳤다. 필딩과 아지즈는 친구가 되는 데에 실패한다. <모리스>의 게이 연인들은 숨어들 숲을 찾아야 하고 <하워즈 엔드>의 화해는 불안한 휴전일 따름이다. 포스터는 심지어 <전망 좋은 방>에서도 조지가 나무에 깔려 죽는 결말을 써놓았다고 한다.

“우리가 영원히 산다면 부정과 탐욕이 진정한 거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다른 것에 매달려야 해요. 왜냐하면 죽음이 오고 있으니까.” - <하워즈 엔드>의 헬렌 슐레겔

소설가 포스터의 두 번째 침묵은 끝까지 깨지지 않았다. 45살에 <인도로 가는 길>을 출간한 그는 서평, 에세이, 전기를 쓰며 46년을 더 살았다. 현대 문학사의 최대 미스터리로 불리는 포스터의 침묵에 대해서는 추론이 분분하다. 그가 사랑했던 세계가 전쟁과 함께 사라졌기 때문일까? 현대사회 비판이 이미 쓰러진 나무에 가하는 도끼질처럼 느껴져서일까? 아니면 완전한 사랑을 맛본 그에게 더이상 픽션의 위장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포스터는 다만 이렇게 변명했다. “현대의 세계는 시인에게 더 어울린다. 현대 세계가 가진 광대한 화두는 소설이 다루기 어렵다.”

포스터는 주도면밀하게 회색 지대를 사수한 작가였다. 그는 자신의 국가와 계급, 문화를 자성하면서도 그것의 반명제가 가진 한계까지 파악해 선악의 복잡다단함에 근접했다. 그는 제인 오스틴을 잇는 도덕적 사실주의자이면서 인간의 의식에 도사린 결함을 간파한 모더니스트였다. 의식의 흐름이 아니라 행동을 묘사하는 그의 문장은 비유나 접속사도 아끼는 경제성을 자랑하지만, 곳곳에 간결한 암시와 상징으로 의미의 웅덩이를 파놓는다. 사적 인간관계와 윤리를 세상의 유일한 반석이라 믿는 까닭에 개인을 종교, 국가, 가족와 마찰시키며 부단히 회의하는 포스터의 소설은 성격 급한 독자의 짜증을 부르기도 한다. “E. M. 포스터는 언제나 차 주전자를 덥히기만 한다. 아주 세련되게. 그렇지만 차를 대접하는 일은 없다”라 불평한 캐서린 맨스필드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학자 라이오넬 트릴링의 변호대로 끝없는 회의는 도덕적 좌표를 아예 내던져버리려는 세태에 유용한 방패다.

신으로부터 생의 반환점을 돌았다는 통보라도 받았을까. 포스터는 소설로 형상화했던 반인습과 진보의 정신, 자유주의 가치를 직접화법으로 옹호하며 45살 이후 반생을 살았다. 49살에는 레즈비언 소설 <고독의 우물> 판금에 항의하는 캠페인을 주도했고 59살에는 “조국을 배신하는 것과 친구를 배신하는 것 가운데 선택하라면 조국을 배신할 용기를 갖고 싶다”는 선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81살에는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 재판에 변호인쪽 증인으로 나섰다. 사랑도 결코 멈추지 않았다. 1925년 만난 해리 데일리와 3년을 사귀었고 1930년 만난 경찰관 밥 버킹엄과 사랑에 빠졌다. 버킹엄의 결혼은 53살의 포스터에게 또 한번 채찍을 내리쳤으나 쓰러뜨리진 못했다. 버킹엄 아들의 대부가 된 포스터는 버킹엄과 평생 로맨틱한 관계를 유지했다. 어머니가 향년 90살로 세상을 떠나자 67살의 포스터는 “아주 젊은 사람이나 아주 늙은 사람들을 위한 장소”라고 부른 킹스 칼리지로 거처를 옮겼다. 1970년 방에서 쓰러진 91살의 포스터는 밥 버킹엄의 집으로 옮겨진 다음에야 숨을 거뒀다. 이번만큼은 연인이 그를 떠나기 전에, 그가 먼저 연인을 떠났다. 그리고 1년 뒤 마침내 <모리스>가 출간됐다. 그토록 필사적인 해피 엔딩으로 끝난 소설을 누구도 쉽사리 떠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E. M. 포스터와 영화

영화를 불신한 소설가, 영화가 짝사랑한 소설가

<전망 좋은 방>

E. M. 포스터는 영화를 불신했다. “나는 사람들이 읽으라고 책을 썼다”고 단언한 그는 생전에 영화판권을 팔라는 요청을 거절했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분노한 나머지 미국 자본으로 만드는 영화에 원작 제공을 거부했다는 설도 있다. 작가 사후에 완성된 첫 번째 포스터 원작 영화는 1984년작 <인도로 가는 길>. 조셉 로지, 제임스 아이보리 등을 제치고 데이비드 린 감독이 판권을 잡았고 페기 애시크로프트가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영화계의 포스터 권위자는 <전망 좋은 방> <모리스> <하워즈 엔드>를 만든 머천트-아이보리팀이다. 흥미로운 점은 포스터 문학의 정수를 영화로 옮긴 이들이 철저한 코스모폴리탄 집단이라는 점. 이스마일 머천트는 뭄바이 출신의 무슬림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제작자고,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은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한때 인도에서 거주했다. 작가 루스 프라워 야발라는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독일을 거쳐 영국으로 건너온 다음 인도 건축가와 결혼했다.

머천트-아이보리팀이 꼽는 포스터 원작의 영화적 매력은 “좋은 스토리, 훌륭한 캐릭터, 시각적 파워”다. 에드워드조 영국사회와 영국 제국주의라는 한정된 맥락에도 불구하고 포스터의 소설은 서사의 기본에서 매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머천트-아이보리판 <전망 좋은 방>(1986)은 흥행 성공 뒤 오스카에서 8개 부문 후보 지명을 받아 각색상, 의상상, 미술상을 수상했다. 남자들이 숲에서 벌거벗고 뛰어놀다가 숙녀 일행과 마주치는 신은 영화사상 가장 우스운 장면의 하나로 비공식 인정받고 있다(“악 저것 봐! 아니, 보지 마!”). 1987년 아이보리 감독이 연출한 <모리스>는 클라이브 역의 신인 휴 그랜트에게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겼고 1991년에는 찰스 스터리지 감독이 <천사들이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을 스크린에 옮겼다. 1992년 오스카에서 에마 톰슨의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3개 트로피를 안은 <하워즈 엔드>로 머천트-아이보리의 영광은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포스터 원작 영화를 비롯한 유산영화(Heritage Cinema)는 미장센 과잉의 허영스러운 장르로 비난받기도 했다. 비판자들은 유산영화의 유일한 장점이 “원작을 사서 읽게 한 점”이라고 비꼬았는데, 실제로 영미권 서점가에서도 E. M. 포스터 소설은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크게 판매고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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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영화 사이

소설 첫머리 나이먹은 에니스의 회상으로 이야기 전개

<브로크백 마운틴>이 포함된 단편집 <Close Range>

<브로크백 마운틴>은 <쉬핑 뉴스>로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 애니 프루의 30쪽짜리 동명 단편소설이 원작이며, 1997년 <뉴요커>에 실린 작품이다. 애니 프루는 높아진 영화의 인기 덕에 인터뷰 공세에 시달려야 했고, 급기야는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인터뷰 사절’의 뜻을 표명할 정도였다. 질릴 정도로 반복했던 인터뷰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략 이렇다. 먼저 영화에 대해서는 “큰 충격이었다. 나는 제작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18개월 동안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거의 알 수 없었다. 좋게 나올지 나쁘게 나올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9월에 본 영화는 놀라웠다. 영화를 보는 순간 내가 공들여 만들어냈던 인물들이 새롭게 내게 되돌아오는 느낌이었다.” 두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도 “제이크 질렌홀이 연기한 잭의 경우 내가 생각했던 촌스러운 이미지와는 좀 달랐지만 감수성을 풍부하게 보여준 것 같다. 히스 레저는 내가 생각했던 소설 속 인물과 꼭 맞을 뿐 아니라 소설의 묘사를 뛰어넘은 연기를 성취해냈다”라고 평했다.

그렇다면 영화는 원작을 어떻게 각색했을까? 영화는 원작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몇 가지 점에서는 탈피를 시도한다. 젊은 시절의 에니스와 잭이 브로크백에서 처음 만나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에 반해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는 소설의 첫 번째 장에는 이미 늙어버린 에니스의 모습이 등장한다. 간밤에 잭의 꿈을 꾸고 나서 마음 설레는 에니스. 그 뒤로 이야기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에니스와 잭이 처음 정사를 나누는 순간, 에니스와 엘마의 결혼 생활, 4년 만에 다시 만나 사랑을 이어가는 것 등 긴 플래시백이 이어진다. 에니스와 잭이 브로크백을 떠나 각자의 삶으로 되돌아가는 것에 슬퍼하며 싸웠던 장면을 한 문장으로 처리한 소설에 비해 영화는 그 장면을 좀더 비중있게 다뤘고, 잭의 부인 루린의 모습이 전화 한통화로 묘사되는 소설에 비해 영화는 그녀의 역할에 좀더 힘을 실었다. 영화는 소설보다 잭의 부분을 다소 늘렸는데, 그럼으로써 두 인물의 세월을 ‘병렬’로 전개시키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출처;씨네21  정한석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이 개봉된다고 하던데 원작소설이 어떤지 무척 궁금하군요. 이안 감독은

동양인이면서도 서구인의 시각을 읽어내는 능력이 아주 탁월한 감독 같습니다. 영화의 장르도 드라마에서

액션까지....물론 헐크나 와호장룡같은 영화를 액션 영화 범주에 넣기도 조금 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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