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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대한민국 - 천리안
Various Artists 노래 / 미디어신나라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한때 힙합은 미국 뒷골목 흑인들의 저급한 문화로 치부해왔지만 이제는 주류 음악으로 자리잡으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전세계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라고 그러한 세계적 추세에 예외는 아니다.
이 앨범은 힙합 문화의 초창기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뮤지션들과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었던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여 만든 1999 대한민국이라는 앨범이 10만장이라는 예상치 못한 인기를 얻자 후속 앨범격으로 만들어진 음반이다.
“D.O”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 “듀스”멤버 이현도, DJ D.O.C의 이하늘, 업타운, 드렁큰 타이거, 허니 패밀리 등 래퍼 56명이 참가한 대규모 프로젝트 앨범이다.
기성의 힙합 앨범에서 들어볼 수 없었던 스타일의 연주를 들려주는데, 전체적으로 강한 비트와 공격적인 랩으로 이루어진 본 앨범에서는 독창적인 곡들도 많이 보인다.
2번째 트랙의 ‘飛上(비상)’은 참여한 뮤지션들이 같이 호흡을 맞춘 곡으로, 각 뮤지션마다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곡이고, 5번째 트랙의 ‘소망’은 멜로디 라인을 강조한 곡으로 이 앨범에서의 다른 곡들과는 달리 밝고 경쾌한 스타일의 곡이다. 이는 아마도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주제곡 ‘Over The Rainbow’를 샘플링 처리한 탓일 것이다.
6번째 트랙의 ‘風流歌(풍류가)’는 우리의 전통 리듬을 힙합 리듬과 조화시킨 곡으로, 해금과 거문고, 대금 등이 등장하여, 독특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며, 7번째 트랙의 ‘정상을 향한 독주(It`s My Turn)’은 언더그라운드 힙합 전사 주석이 불러주는 곡으로 피아노 소리가 독특하게 샘플링 처리된 곡이다.
8번째 트랙의 ‘.I.E.(Ver 1.0)’는 디제이 D.O.C.의 곡으로, 아마 이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 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이들이 아닐까한다. 곡의 대부분은 욕을 섞어 두고 있는데 ‘삐’하는 소리가 들어가서 곡의 흐름을 방해하는 느낌이다. 힙합이라는 음악이 가진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이러한 공격적인 랩인데, 이를 죽이다보니 곡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다.
11번째 트랙의 ‘羅針盤(나침반)’은 Cb Mass의 곡으로, 그레고리안 성가적 분위기를 섞어, 랩이 가진 공격적인 가사와 대조적인 느낌을 주어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위 곡들 외에도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기존의 음악적 장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움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힙합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다.
뒷골목의 흑인들 문화에서 발생한 연원을 가진 힙합 문화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인 거친 가사의 랩은 일상생활을 그대로 옮겨올 때 아마도 가장 진한 생명력을 가진다고 할 것인데, 한국 사회에서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는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 음반에서는 그러한 한국적 힙합 음악이 가능한지 여부를 타진해보는 조그마한 시도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