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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head - OK Computer -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선정한 100대 음반 시리즈 90]
라디오헤드 (Radiohead) 노래 / 워너뮤직(팔로폰)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라디오헤드(Radiohead)하면 영화 ‘씨클로’에 등장하던 Creep이 떠오른다. 흐느적 거리는 톰 요크의 보컬로 인해 영화가 주는 이미지를 아주 잘 표현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터너티브가 전 세계를 휩쓸던 때에 발표된 곡이라 그들을 얼터너티브 밴드로 알고 있었지만, 이 앨범 OK Computer를 통해 이들은 자신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통념을 뒤엎게 된다. 한마디로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한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운드를 선사하고 있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이전부터 추구해 온 어둡고 우수에 가득찬 듯한 노랫말과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는데, 특히 톰 요크가 뿜어내는 가성과 비브라토, 조니 그린우드의 기타는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그리고 수회에 걸친 반복 녹음으로 인한 풍성한 사운드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몽롱함을 넘어 아찔함마저 느끼게 한다.
첫 번째 트랙의 Airbag은 강한 기타 리프와 드러밍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그루브한 느낌을 주는 Dub 스타일의 곡이며, 2번째 트랙의 Paranoid Android 남미풍의 어쿠스틱 기타와 드러밍이 마치 보사노바 리듬을 연상시키는데, 얼터너티브 사운드로의 전환이 특이하다. 콜린(베이스)은 DJ Shadow와 비틀즈의 혼합을 기도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운드의 변화의 폭이 심한 것 같다.
3번째 트랙의 Subterranean Homesick Alien은 2번째 트랙의 Paranoid Android와 달리 단순하면서도 간명한 형식을 취한 곡이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사운드에서 오는 신선함이 이러한 곡 구성의 단순함마저 커버해 버리고 있다. 그런데 제목이나 가사만으로 이 곡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그저 몸으로 느낄 뿐이다.
4번째 트랙의 Exit Music은 바즈 루어만이 감독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엔딩에 쓰인 곡으로, 감독이 보내준 편집본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것이라고 한다. 절망적 현실에서의 도피를 이야기하는 사운드는 영화적 이미지와 매칭이 잘 이루어졌다고 하겠다.
5번째 트랙의 Let Down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감성적인 가사로 앞선 트랙들에서 들려준 조금은 자극적이고 강렬한 사운드에 비해 다소 누그러진 사운드를 들려주지만 오히려 그러한 곡 분위기에서 배어나오는 강렬함은 앞선 트랙들의 곡 못지 않게 오랫동안 여운을 남겨주고 있다. 가사를 한번 음미해볼만 한 곡이다.
6번째 트랙의 Karma Police는 톰 요크과 코러스가 만들어내는 우수에 찬 듯한 분위기에 어쿠스틱 악기가 가진 자연적인 느낌을 최대한 살려 곡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데, 전체적인 사운드를 받쳐주는 피아노의 울림이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는 아주 매력적인 곡이다.
7번째 트랙의 Fitter Happier는 피아노 반주에 얹힌 로봇 나래이션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구성의 곡으로, 스페이스 사운드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으며, 8번째 트랙의 Electioneering은 펑크 스타일의 곡인데, 이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인 곡이다. 이들이 표방하는 사운드가 어떤 고정된 범주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표현화고자 하는 것들을 다양한 사운드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라고 하겠다. .
9번째 트랙의 Climbing Up The Walls는 가장 라디오헤드적인 사운드라고 할 수 있는 곡으로, 가성으로 전달되는 톰 요크의 보컬과 사운드가 휘몰아치듯이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은 가히 압권이라 하겠다. 특히 현악파트를 활용하여 사운드를 풍성하게 함과 동시에 우울하고 어두은 면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9째 트랙의 격정적인 사운드는 10번째 트랙의 No Surprises에서는 완전히 정반대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맑고 영롱하게 울려 퍼지는 음계가 있는 종인 클록켄스필을 사용하여 소녀취향적인 사운드를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뚜렷한 고저없이 평이하게 전개되는 사운드는 포크 락을 연상시킨다.
11번째 트랙의 Lucky는 읊조리듯 들려오는 톰 요크의 보컬과 코러스, 그리고 독특한 조니의 기타사운드가 사람을 매우 나른하게 만들어 버리는 곡이고, 12번째 트랙의 The Tourist는 마지막 곡이어서인지 톰의 보컬이나 사운드가 전체적으로 죽죽 늘어지는 느낌을 주며, 공간감을 적극 활용하여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 앨범의 제목과 곡들을 보고는 미래의 묵시록적인 사운드라고 평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라디오헤드가 빍히기로?원래 완성한 했지만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곡의 제목이 앨범의 제목이 된 것이라고 하며, 이는 베이시스트인 콜린이 마음에 들어해서 타이틀이 되었을 뿐이지 SF적인 의미는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들으면 “왜 이리 우울하고 어둡지?”라고 생각하지만 듣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들의 사운드에 푹 빠져 있음을 보게 된다. 보통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들의 곡은 들으면 들을수록 왠지 모르게 끌려들어가게 되는 매력, 아니 마력을 가지고 있다. 얼터너티브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자신들만의 사운드를 들려주며 락씬에 등장한 그들이, 지금 얼터너티브의 불꽃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시점에서도 대중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어 내고 있는 것은 시류에 부합하여 어느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그들만의 실험정신의 산물이라고 하겠다.
일렉트로니카가 만들어 낸 다양한 음악적 사운드와 록이 가지는 저항적이면서도 파워풀함을 오케스트레이션과 적절한 조합을 통하여 독창적이면서도 라디오헤드적인 신선함을 가져다 준 성과가 집대성된 음반이 바로 이 앨범이라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음반은 누구에게나 “OK”라는 동의를 얻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