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독도 - 한일관계사로 본 독도 이야기 독도 시리즈 1
호사카 유지 지음 / 책문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05년 3월,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고, 2008년 7월, 일본이 중학교 신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영토라고 기재하는 일이 발생할 때까지는 그냥 일본의 주장이라고 치부해버렸는데,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의 주권국가를 미지정으로 바꾸는 일이 발생했을때는 한마디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국제적으로는 독도라는 명칭보다는 다케시마라는 명칭이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날 이후로 독도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여 독도를 방문하고, 가수 김장훈이 미국 유력 일간지에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기사를 실기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이 펼쳐졌다. 그러면 지금 현재 일본은 어떨까?

지금 일본은 총선으로 정신없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에 의하면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여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한다. 여태까지 자민당에서는 독도가 일본땅이라며 망발에 가까운 주장을 계속해왔는데, 민주당은 당명에서처럼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봤는데 그런 걱정 아닌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민주당도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하는 생각은 동일했다. 아무리 진보당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나라와 관련해서는 모든 나라가 극보수주의자가 되는 것 같다.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일본 지식인들에게 많은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일본의 지식인들이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식인들은 독도가 당연히 한국땅이라고 한다. 이 책을 쓴 지은이 호사카 유지도 독도가 한국땅이라고 이야기한 일본인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가 한국인으로서 일본인들의 독도논리가 허구로 가득찬 주장이라며 날카롭게 비판하고 나서고 있다. 한국인으로 귀화를 한 것이다. 일본인으로서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양국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어서인지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고 어느 한 나라에 치중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지은이는 한국이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 취하는 태도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독도가 엄연히 한국땅이니까 일본 주장에 대해 거의 무응답으로 나가는 입장과 독도의 일본 영토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론을 펼치고 일본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밝히는 입장이 있다고 한다. 아마 많은 한국인들은 대부분 전자에 해당하지 않나 한다. 정부에서도 국민들의 애국심을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 국민들도 과거 일제의 지배를 받은 역사가 있는지라 틈만나면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에 대해 안좋은 감정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보니 독도 문제에 대해서 객관적인 접근보다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접근이 이루어지는 면이 많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독도는 한국땅이어서 일본의 주장에 대꾸할 가치도 없고, 일본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국제사법재판소에 끌고 가려는 것이므로 일본의 논리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지은이는 우리나라가 현재까지 진행해 오는 독도에 대한 외교정책인 조용한 외교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일본의 논리를 격파하고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점을 일본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은이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게 되었다. 아무런 논리도 없이 감정적으로만 한국땅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점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의 애국심에 비해 독도연구에 대해서는 너무나 안이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독도시리즈 3권 중 첫 번째 권으로 출간된 것이다. 19세기 초까지 한일 양국의 역사를 통해 독도가 어느 나라의 땅인지를 밝히고 있다. 지은이는 일본인들이 독도를 바라보는 관점을 “첫째, 문제의 땅 독도는 역사적으로 어느 나라가 먼저 자국의 땅이라고 인식했는가? 둘째, 독도는 역사적으로 어느 나라가 실효지배를 해왔는가? 셋째, 어느 나라가 먼저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선언했는가? 넷째, 독도는 국제법이나 국제조약상, 현재 어느 나라 영토로 되어 있는가?” 라는 네 가지로 구분하고 그에 따라 이야기를 진행하며 그들의 논리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일본이 독도에 집착하는 것은 북방 4도와 센카쿠열도 등의 영토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독도를 한국땅이라고 인정해 버리면 나머지 영토분쟁에서 일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타적 경제수역 200해리 문제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본원적인 문제로 인해 일본은 어떻게 해서든지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독도 문제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일본 정부는 당파를 불문하고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현존하는 일본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 『고사기(古事記)』(712년 완성)와 『일본서기(日本書紀)』(720년 완성)에는 일본의 신들이 만든 일본 영토가 적혀 있는데 그 범위 내에 홋카이도[北海道]와 울릉도, 독도는 빠져 있고, 에도막부가 작성한 “관찬 게이초[慶長] 일본도”(1610)와 “관찬 쇼호[正保] 일본도”(1648)에도 울릉도와 독도가 일본영토에서 제외되어 있다. 즉 일본 정부 차원에서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지은이는 일본측 사료 뿐만 아니라 고려사 지리지, 태종실록, 세종실록 지리지, 동국문헌비고 등 한국측 사료를 포함하여 한일 양국의 문서, 지도 등을 다루면서 한일 양국의 역대 왕조가 울릉도와 독도에 시행한 정책과 양국의 대응방식, 전략 등에 대해 서술하면서 독도문제를 아주 정치하게 풀어나간다. 이때까지 독도에 관련한 책들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서술된 것이 많았는데, 지은이는 이처럼 양국의 사료를 비교해가면서 어디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일본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렇다고 한국에 유리한 자료만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불리한 자료도 언급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의 우리 정부의 독도정책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하고 있다. 조선 숙종 때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 마치 울릉도와 다케시마(당시에는 울릉도를 의미한다)를 다른 섬인 것처럼 언급한 점이나, 일본에까지 건너가 독도가 조선땅이라고 주장한 안용복의 활약상을 알고도 그를 유배까지 보낸 점 등 잘못된 부분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현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에서 ‘미래지향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비판하면서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건전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면서, 조용한 외교를 주장하는 정부의 외교정책은 예전 우리의 잘못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 사이에 일본은 전 세계에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선전하며 우리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것을 과거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독도가 당연히 한국땅이라고만 생각했지 일본의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체계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은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독도에 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일본 국민들과 외국인들을 상대로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물론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점에 대한 정확한 논리와 자료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기존의 독도 관련 서적들과 달리 한국과 일본의 독도에 관한 각종 문헌과 사료, 지도 등을 인용하여 한국과 일본의 주장을 서로 비교해볼 수 있어, 일반인도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독도에 관한 책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으로는 이만한 책이 없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기태 박사의 저작권 클리닉 - 저작권 상담사례 200선
김기태 지음 / 이채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일본과 미국의 성인동영상 사이트에서 우리나라의 법무법인을 통해 위 사이트의 자료를 다운로드 받은 사람들을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하고, 가수 손담비의 노래인 ‘미쳤어’를 어린 꼬마 아이가 춤과 노래를 그대로 따라 하는 장면을 한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삭제하여 위 동영상을 올린 사람이 손해배상청구을 한 사건이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이 사건 이전에도 이미 대형 법무법인에서 저작권 위반 사건을 대리하면서 무차별적으로 고소하고 합의금을 받아 내는 식으로 사건을 처리하여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만약 내가 위와 같은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대부분 저작권자를 보호하는 입장에서 저작권이 논의되는 반면 저작권을 침해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를 당한 사람들은 “징역 몇 년, 벌금 얼마”라고 이야기하면 곧 무슨 큰 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생각하고, 자기 혼자 고민하다가고 심한 경우에는 자살을 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이런 보도를 접하면 씁쓸하다. 누구를 위한 저작권인지???

기본적으로 저작권은 저작권자의 권리보호와 문화의 발전,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지금은 돈벌이에 이 저작권이 이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모든 저작권 문제는 인터넷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IT기술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저작권은 거의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민들에 대한 홍보는 제대로 되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정보는 공짜라고 생각하는 사용자들도 많고, 이를 방지하고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 정부나 수사기관에서도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저작권과 관련한 단체도 너무 많아 창구가 일원화되어 있지 않아 혼란을 겪는 경우도 많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저작권 관련 실무자나 일반인들에게 어느 정도 그와 같은 갈증을 해소해주지 않을까 한다. 지은이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저작권상담실’에서 5년여 동안 직접 상담을 하면서 저작권 분쟁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례들을 접하고, 그 중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례 200가지를 추려서 책으로 펴내었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에 저작권과 관련한 발생하는 분쟁이나 의심스러운 점은 대부분 커버가 되지 않나 한다. 책은 제1부 실무기초사례, 제2부 출판실무사례, 제3부 실무응용사례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저작권이라는 권리가 소유권이나 저당권, 임차권 등 우리 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것이 아니고, 또한 재산권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지 않다보니 저작권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서도 의아하게 생각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저작권에서 언급되는 다양한 권리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상담사례를 통해 이해를 하면 그 내용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기초적인 개념이 정립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는 무슨 말인지 감이 잘 안잡히고 계속해서 책을 읽어 나가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저작권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장을 따로 만들어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i, 마르크스 Bye, 자본주의
강상구 지음, 손문상 그림 / 레디앙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르크스의 ‘자본론’

한때 금서 목록에 올라 있었던 책이다. 지금은 이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그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원래 사람들은 금지된 것을 욕망하는 본능이 있는 모양이다. 예전에 읽지 못하도록 금서로 지정했을때는 이 책이 그렇게도 읽고 싶었는데, 오히려 이제는 자유롭게 읽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덜 읽는 것 같다. 아니면 마르크스가 말하는 이야기가 시대에 뒤쳐진 것이든지, 아예 사람들이 머리 복잡한 것들을 생각하기 싫은 때문인지도 모른다.

특히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비에트연방이 붕괴되면서 마르크스가 이야기하는 것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중국마저 자본주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역사적인 사건을 감안한다면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더 이상 탐독할 필요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마르크스가 예견한 것과 달리 소비에트 연방이나 중국이 자본주의 길을 따라갔다고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는 아직까지도 유효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평택 쌍용공장에서 노사분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회사 차원의 문제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모순과 병폐가 그대로 드러나는 가장 단적인 예가 아닐까 한다. 근로자들의 노동을 통해 굴러가는 자본주의가 그 근로자들을 소외시켜 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가 근로자들에게 어떻게 해주느냐 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가지는 맹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우리가 이 사회를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쉬운 책은 아니다. 과학적 사회주의자라는 말처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는 각종 수식과 어려운 용어들이 등장한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영어 약자나 수식같이 일반인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부분들을 다 덜어내고 있다. 그렇다고 알맹이가 없는 내용은 아니다. ‘자본론’ 1권부터 3권까지 핵심 내용만 뽑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두고 있다. 애주가가 허구한 날 술 먹는 것을 자본 축적 과정으로 설명하는 유머 등을 섞어가며 구체적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하듯이 조근 조근 설명을 하고 있다. 시사만평가 손무상 화백의 그림도 이 책을 좀 더 가볍게(?) 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와 같이 어려운 말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쓰고 있다.

굳이 전문적인 용어를 알지 못하더라도 왜 자본주의에서 노동이 문제가 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 자본론 본문 뿐만 아니라 자본론 역사 읽기에서 소개된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세계 민중들의 피로 자본주의 선도국이 된 영국에 대한 이야기들도 관심을 끄는 내용들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대세가 되어 버린 현재. 신자유주의 바람까지 불어오면서 근로자는 그 어느때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집 하나 마련하기가 힘들고,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불안 속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며, 실업자는 매년 늘어만 가고 있으니 자본주의가 가진 잘못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제 우리는 그 부분에 대해 냉철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서로 연대해야 한다. 부동산이다 주식이다 하면서 돈 불리는 일에만 열중하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봐야 한다. 근로자 모두가 같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가 앞으로 우리의 미래다. 그런 점에서 비록 ‘자본론’이라는 책이 오래 전에 쓰여진 고전이지만 아직도 그 힘을 잃지 않는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시광의 공포 영화관 - 무섭고 재미있는 공포영화 재발견
김시광 지음 / 청어람장서가(장서가)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맘때쯤이면 공포영화를 하나 정도 봐주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여름이 되면 우리 곁을 찾아오는 영화 장르가 바로 공포영화다. 다른 영화들과 달리 계절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장르가 아닐까. 어두운 분위기와 오싹할 정도로 귀에 거슬리는 사운드, 그리고 피가 튀기는 장면들. 공포영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리기에는 제격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공포영화를 보고나면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비주얼보다는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와 이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공포영화는 다른 장르 영화들과 달리 우리가 보고 싶어하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고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가감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피가 난무하는 슬래셔 무비보다는 은근하게 사람을 옥죄어 오는 공포영화가 더 무섭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를 보게 된 것은 공포영화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에서보다는 다소 불순한 의도(?)에서였다. 공포영화라고 하면 언제나 공식처럼 등장하는 에로틱한 장면들을 즐기기 위한 음험한 생각에서였다. 목적이 불순하다보니 그 취향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런데 비디오테이프가 등장하면서 다시 한 번 공포영화에 취미를 붙이게 되었다. 당시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소위 컬트영화라고 하는 것들이 소개되면서였던 것 같다. 입으로만 회자되던 영화들이 비디오테이프로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되었는데, 그 목록 안에 항상 등장하는 장르 중의 하나가 공포영화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공포영화만을 찾아서 본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 사시사철 공포영화만을 찾아다니면 본 사람이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특한 취향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공포영화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1,000편 이상의 공포영화를 보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은이에게 공포영화는 달콤한 로맨스 영화나, 짜릿한 액션 영화 이상이었다고 하는 것이 정상적인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 다르니까.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먼저 첫 번째 파트에서는 지은이가 공포영화를 좋아한 계기, 공포영화를 즐기는 법, 공포영화 진지하게 보기 등 지은이의 공포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이 묻어나오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흡혈귀, 좀비, 몬스터, 오컬트, 죽지 않는 망령, 귀신들린 집, 로맨스, 가족, 정체성, 이성의 한계 등 공포영화의 소재가 되는 것들을 중심으로 42편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공포영화에 대한 팁으로 책 중간 중간에 B급 영화, 장르, 공포영화 광고, 공포영화의 법칙, 언어와 공포영화의 상관 관계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여 공포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지은이가 좋아하는 감독들과 BEST 100, 그리고 1920년대부터 시작된 공포영화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지 로메로, 다리오 아르젠토, 루치오 풀치, 스튜어트 고든 등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가 아니면 다른 장르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이름들이다. 책에는 김성홍, 김기영, 김영한 등 국내 감독들의 이름도 보인다. 많이 알려진 영화에서부터 우리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들까지, 그리고 공포영화를 단순히 공포영화로만 보는 차원을 넘어서서 공포영화 속에 담긴 다양한 의미와 사회적 함의를 읽어내고 있다. 특히 공포영화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내는 지은이의 개인적인 시선은 공포영화를 다시 보게 만드는 매력적인 글쓰기였다. 지은이가 얼마나 공포영화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책을 수놓는 이야기들은 거의 전문가 수준에 이르는 내용들이다. 그렇다고 글이 딱딱한 것은 아니다. 공포영화 마니아로서 가지는 재기발랄함까지 더해져 책은 읽을수록 무섭다기 보다는 재미있게 다가온다. 지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공포영화 한 편을 봐야할 것 같은 생각이 파고든다.

“공포영화는 우리가 바라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담아내면서 동시에 그 현실의 전복을 꾀하는, 과격하고 짜릿하며 통쾌하면서 달콤한 장르영화이다(본서 제5쪽 참조).” 라고 말하는 지은이의 이야기가 그저 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오늘 하루 시간을 내어 공포영화가 던져주는 매력 속으로 한 번 들어가봐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를 리뷰해주세요.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스스로 행복해지는 심리 치유 에세이
플로렌스 포크 지음, 최정인 옮김 / 푸른숲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 사회는 급속하게 이혼률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예전같으면 이혼을 터부시하고 어떻게든 같이 살아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와 같은 식으로 자신을 구속(?)하며 생활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혼의 사유가 어떻든 서로에게 힘든 결혼생활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는 데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혼한 사람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가장 힘든 사람은 아마 이혼 당사자들이 아닐까 한다. 그 중에서도 사회적, 경제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여성의 경우는 남성에 비해 이혼으로 인한 후유증이 더 심하다는 보고도 있다. 혼자인 여성들이 겪는 두려움, 무기력, 불안, 우울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경제적인 스트레스보다 더 심하다. 이혼으로 겪는 이러한 심리적인 스트레스는 심하게는 자신을 인생의 패배자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지은이는 20년간 심리치료사로 일하면서 여성들을 상담해온 내용을 가지고 이혼한 여성들이 겪는 위와 같은 혼란을 분석하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지은이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우리들이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감있게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혼자 있는 시간은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항상 타인과 맺는 관계만을 강조해왔다. 특히 여성들은 혼자 있는 여성에 대해 잘못된 시각을 형성해왔다. 이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가장 큰 역할을 해왔다. 지은이는 이런 편협한 시각과 관점의 변화를 가져올 것을 주문한다. 남자와의 관계에서만 자신을 인식하던 낡은 틀을 벗어던지고 나 자신이 홀로 설 수 있을 때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혼자 있는 시간은 자신의 내면적인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고 한다. 이 시간동안 자유를 만끽하라고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상담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실제 사례들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여성이 혼자 되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를 들려주는 지은이의 이야기는 이제까지 우리가 생각해 온 “고독”이라는 것이 던져주는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수많은 사례와 이야기들이 지은이의 경험을 통한 것들이어서 설득력이 있지만, 결국에는 그 모든 것이 개인 자신에게 달려 있다. 자기 자신이 자신을 바꾸지 않는 한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깊은 내면에서는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사실 직관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혼자라는 것이 현재 나의 상태이며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항상 깨어 있는 마음으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내가 말하고 싶은 요점이다. 이런 지혜에 도달하는 길은 고독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고독을 껴안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책임지게 되고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본서 제326쪽 참조)”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뭔가 기술적이고 외부적인 해결책을 원한다면 실망을 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례들이 비슷 비슷해서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부의 탄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반복되는 이야기를 통해 ‘고독을 즐기라’ 라는 지은이가 메시지는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