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ll Love Ennio Morricone
Various Artists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엔니오 모리꼬네.
그의 이름을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영화음악이 영화의 부수적인 장치라고 하지만,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오히려 영화가 영화음악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게한다.

때로는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음악을 서부영화에 사용하는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시네마 천국이나 미션과 같이 유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을 사용한 전형적인 영화음악을 통해서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안겨다 주었다.

도대체 그가 남긴 작품이 몇 곡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우리에게 알려진 음악은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간이 음악으로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낼 줄 아는 재능을 타고 난 것이 아닐까.

이 음반은 그에 대한 헌정 음반이다. 다양한 장르의 후배 뮤지션들이 그의 영화음악을 색다른 느낌으로 소화해 내고 있다. 셀린 디온의 팝음악, 허비 행콕이나 퀸시 존스의 재즈,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락, 메탈리카의 헤비메탈, 바네사의 샹송, 로저 워터스의 프로그레시브 락, 요요마의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뮤지션들이 그의 음악을 경외의 감정으로 들려주고 있다.

색다르게 편곡된 곡들이지만 전혀 어색하거나 오리지널 곡이 가진 매력을 손상시키지 않고, 후배 뮤지션들 특유의 감성을 실어 표현해내고 있다. 엔니로 모리꼬네를 색다르게 즐길수 있는 이색적인 음반이다.

들을면 들을수록 매력적인 음반으로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다. 음악이 좋으면 그 음악을 어떻게 표현해도 좋은 것 같다. 그의 음악이 사용되어진 영화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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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월드뮤직
Various Artists 연주 / 소니뮤직(SonyMusic)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듣고 있는 음악은 대부분 가요 아니면 서구의 팝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남미 음악이나 동구권, 더 넓게는 아프리카 음악을 들으면 생소하게만 느껴진다. 각 나라마다 자국의 전통적인 음악이 있어 그 종류가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인데도, 문화적 경제적으로 서구 중심의 사회가 되다보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귀는 한쪽으로만 열려있어 음악적 편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서서히 월드 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는 무엇보다 국제화와 더불어 서구권 중심의 문화를 벗어나 세계 각국의 문화를 접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라고 하겠다. 그와 같은 배경에는 영화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하였다고 하겠다. 영상매체가 가져다 주는 자극은 눈에 보이는 것만 아니라 그 영상과 함께 흐르는 음악의 청각적인 자극도 한몫한 것이다.

이 앨범은 월드 뮤직을 표방하고 있지만, 위와 같이 영화를 통하여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음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듣는데는 큰 거부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월드 뮤직이라는 느낌보다는 영화의 배경음악 정도로 느껴진다. 

1번째 트랙의 Prologue(Tango apasionado)는 장국영과 양조위의 동성애를 담았던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에 수록된 피아졸라의 곡이고, 2번째 트랙의 Libertango는 샐리 포터의 ‘탱고 레슨’에 수록된 곡으로 이 또한 피아졸라의 곡이다. 요요마가 첼로로 들려주고 있는데 색다른 느낌이다. 14번째 트랙의 I Am You도 탱고 레슨에 나오는 곡인데, 감독인 샐리 포터가 직접 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러주고 있다.

3번째 트랙의 Forbidden Colours는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에 수록된 곡으로,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곡은 솔직히 월드 뮤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무리가 있다고 하겠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들려주는 전자음악은 일본적인 사운드라기 보다는 오히려 가장 대중적인 사운드를 표방하고 있으니 말이다.

4번째 트랙의 Raquel은 스크린의 악동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에 수록된 곡으로, 바우라는 아티스트가 기타와 까바낑요로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영화적인 분위기를 잘 전달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국의 서정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5번째 트랙의 Veinte Anos는 로드 무비의 대가 빔 벤더스 감독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에 수록된 곡으로, 영화의 인기와 더불어 음반자체도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는데, 이 앨범에서는 베보 발데스의 피아노 연주와 디에고 엘 시갈라의 마치 막걸리와 같은 걸쭉한 보컬로 들을 수 있다.

6번재 트랙의 Besame Mucho는 영화 ‘위대한 유산’에 삽입된 곡으로 이미 워낙 유명한 곡이라서 월드 뮤직이라기 보다는 그냥 팝송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곡이다.

7번째 트랙의 Alfama는 빔 벤더스가 영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영화인 ‘리스본 스토리’에 삽입된 곡으로, 포르투갈의 파두 음악의 대가인 마르데두스 밴드가 파두 특유의 처절하다 못해 서글픈 감정을 아주 잘 담아내고 있다.

8번째 트랙의 Platna Milosc (In The Death Car)은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아리조나 드림’에 수록된 곡으로 고란 브레고빅 특유의 집시적인 스타일이 잘 녹아 있는 곡으로, 익살맞은 사운드가 아주 매력적인 곡이다.

9번째 트랙의 Por Que Te Vas (까마귀 기르기)는 까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까마귀 기르기’까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영화 자체도 접하기 힘들뿐더러 그 사운드트랙도 구하기 힘든데, 귀중한 음원을 이 음반에 수록하고 있어 무척 반가운 곡이다.

10번째 트랙의 Cuore Matto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나쁜 교육’에 삽입된 경쾌한 깐소네 곡으로,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곡 같았는데 우리나라의 펄 시스터스가 번안해서 불렀다고 한다.

11번째 트랙의 Tous Les Garcons Et Les Filles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몽상가들’에 삽입된 곡으로, 프랑소와즈 하르디의 샹송이 6, 70년대 분위기를 떠오르게 한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프렌치 무드 팝이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 프랑소와즈 하르디도 그런 아티스트들 중의 한명이었다.

12번째 트랙의 Maria Elena는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에 수록된 곡으로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당시 극중에서 장국영의 춤장면과 함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셨던 곡이다.

13번째 트랙의 Oblivion은 ‘엔리코 4세’에 삽입된 곡으로, 파블로 지글러의 연주로 들려주고 있는데, 피아노와 현악이 강조되어 다분히 프렌치 무드 팝적인 색채를 띠고 있어 이채를 더하고 있다.

15번째 트랙의 So Nice는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 삽입된 곡으로, 보사노바의 고전인 'Samba de Verao'의 영어 버전으로 엘리안 엘리아스의 보컬이 마치 호아오 질베르토의 목소리를 듣는 느낌이다.

16번째 트랙의 From Within는 라틴 재즈 뮤지션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칼레 54’에 삽입된 곡으로, 미셀 까밀로 트리오의 열정적인 연주가 뮤지션들의 치열한 삶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17번째 트랙의 Falsa Baiana는 피나 토레스 감독의 ‘맛을 보여드립니다’에 삽입된 곡으로, 16번째 트랙의 From Within과 달리 브라질의 디바 Gal Costa가 유려한 보컬로 사람의 마음을 아주 편안하게 해준다. 

수록곡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체적으로 라틴 음악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음반이 월드뮤직을 대변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영화 속에 쓰인 월드 뮤직을 엄선하다보니 그래도 우리들에게 많이 소개된 영화들이 라틴 영화들이다보니 자연히 음악이 편향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월드 뮤직을 흡수하기가 편한 이점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러한 방법을 통하여 세계 각국의 음악과 접해보는 것도 색다른 사운드를 체험하게 되는 좋은 음악듣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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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Sliver
Virgin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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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초적 본능”으로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샤론 스톤이, 다시 한번 자신의 섹시미와 스릴러라는 장르에 도전하였던 영화 “슬리버”는 이전의 “원초적 본능”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었다. 하지만 사운드트랙은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1번째 트랙에 수록된 Can't Help Falling In Love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곡으로, 아직도 많은 이들의 가슴에 사랑을 전하는 아름다운 곡으로 남아있는데, 레게 그룹 UB40는 이를 독특한 레게 리듬으로 편곡하여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하였고, 6번째 트랙의 Oh Carolina에서도 새기의 흥겨운 레게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2번째 트랙의 Carly's Song과 마지막 트랙의 Carly‘s Loneliness는 마이클 클레투의 원맨밴드라고 해도 좋은 이니그마의 곡으로, 몽환적이면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함께 조금은 퇴폐적이면서도 뇌쇄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아마 이 곡들이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곡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펑크와 재즈 등 여러 장르가 혼재한 팝 적인 일렉트로니카를 선보이는 플루크의 Slide, 관능적인 여성 보컬과 힙합 리듬이 매력적인 트립합 그룹 매시브 어택의 Unfinished Sympathy, 애시드 하우스를 들려주는 로즈 오브 애시드의 The Most Wonderful Girl, 80년대의 뉴 웨이브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헤븐 17의 Penthouse And Parment, 브릿 팝의 대표적인 주자인 더 버브의 Star Sail, 독일 출신의 인더스트리얼 듀오 Bigod 20의 Wild At Heart 등도 전체적으로 몽롱한 사운드를 들려 주고 있어 영화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재즈, 소울, 테크노, 토속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녹아 들어 있는 네네 체리의 More With Me, 이 사운드트랙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전반부의 피아노 반주와 애잔한 남성 보컬과 사운드가 멋진 애프터쇼크의 Slare To The Vibe, 이 사운드트랙에서 가장 이질적인 장르에 속하는 더 영 가즈의 Skinflowers 등도 사운드트랙의 다양성에 일조를 하고 있다.

음악을 담당한 하워드 쇼어의 오리지널 자작곡을 들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사운드트랙이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일렉트로닉 계열의 음악들이 많이 포진해 있지만, 장르 자체의 일관성이 없어 조금은 산만한 느낌이 든다. 이 사운드트랙에서 UB40와 새기 등의 레게 사운드가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정작 영화적 분위기에 잘 맞아 떨어지는 일렉트로닉 계열의 음악들과 이질감이 느껴져서인지 사운드트랙 자체의 통일감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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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9 1/2 Weeks
Capitol / 198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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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상 가장 에로틱한 영화를 꼽아보는 순위에 언제나 등장하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 “나인 앤 하프 위크(9 1/2 Weeks)”가 아닐까 한다. 당대 최고의 섹시가이 미키 루크와 본드 걸로 유명한 킴 베이싱어(킴 베신저라고도 한다)가 출연한 이 영화는, 출연 배우들의 농익은 정사장면과 광고감독 출신의 애드리안 라인의 감각적인 영상미가 돋보인 영화였다.


거기다가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한 것이 하나 더 있으니 다름아닌 사운드트랙이다. 사운드트랙의 감독은 잭 니체(Jack Nitzsche)가 맡고 있는데, 그는 이 영화이외에도 White Palace, Revenge와 같은 탐미적인 영상에 잘 어울리는 사운드를 선사하고 있다.


남녀간의 로맨스를 바탕으로 한 애로틱한 영화에서 그의 음악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그는 이런 류의 영화에서 주로 재즈적인 터치를 가미하여 영화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물론 잭 니체가 이런 류의 영화음악만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엑소시스트,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스탠 바이 미, 인디언 러너, 사관과 신사 같은 영화에서 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잇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귀에 들어오는 곡은 1번째 트랙의 I Do What I Do...와 3번째 트랙의 Slave To Love, 5번째 트랙의 Eurasian Eyes이다. 아마 이 영화의 분위기를 가장 잘 녹아낸 곡들이 아닐까 한다.


I Do What I Do...는 당시 틴 에이지 밴드(지금은 틴 에이지 밴드를 넘어서는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였던 듀란 듀란의 멤버인 존 테일러가 보컬을 맡은 솔로곡으로, 제목 자체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나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 영화의 메인 테마가 될만하다.


Slave To Love는 아트 락 그룹 락시 뮤직의 보컬인 브라이언 페리가 불러주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느낌의 곡으로 영화에서 두 연인이 주고 받는 끈적끈적한 사랑의 감정(?)이 그대로 뭍어나오는 곡이다.


Eurasian Eyes는 당시 Sunglasses At Night으로 유명한 코리 하트가 부른 곡으로, 코리 하트의 보컬이 그래서인지 우울함을 머금은 주인공의 눈을 연상시키는 곡이다.


이외에 블루 아이드 소울의 대명사격인 조 카커가 부른  You Can Leave With Your Hat On, 뉴 웨이브로 8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였던 유리스믹스가 부른 This City Never Sleeps, 레게 사운드를 들려주는 데보의 Bread And Butter, 라틴 사운드를 들려주는 루바의 The Best Is Yet To Come,   Let It Go등 80년대를 풍미하였던 뮤지션들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


스코어 곡은 영화음악 감독이기도 한 스튜어트 코플랜드가 작곡한 9번째 트랙의 Cannes 단한곡만 수록되어 있는데 잭 니체의 사운드와 흡사하다는 느낌이다. 다만  과도한 신디사이저의 사용으로 조금은 메마른 느낌을 받는다.


이 사운드트랙은 80년대 사운드트랙의 하나의 경향이라 할 수 잇는 컴필레이션의 형식을 띤 음반으로 당대의 다양한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반면, 단순한 인기곡들의 나열로 산만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지적될 수도 있지만 이 사운드트랙은 애드리안 라인의 탐미적인 영상과 잘 맞아 떨어져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사운드트랙 중의 하나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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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2-01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 do what I do는 그간의 듀란듀란의 분위기와 많이 다른 건조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풍겨 영상미를 돋보였던것으로 기억합니다.
미키루크도 너무 멋있었고 킴 베신저도 예뻤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야해서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몰랐던 기억이 납니다.

키노 2006-12-06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을 잘 고정하시고 봐야지요. 공포형화도 아닌데^^
 
8월의 크리스마스 O.S.T.
한석규 노래, 조성우 작곡 / 이엔이미디어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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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죽음을 눈앞에 둔 주인공에게 갑작스레 ?아든 사랑,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맞이해야 하는 안타까움, 억지 눈물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관객들에게 따스한 가슴으로 울음을 삭이게 한  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우리들의 일상을 반추하는 듯한 영화의 스토리 전개와 한석규와 심은하의 절제된 연기, 허진호 감독의 연출력, 그리고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우리곁을 떠나간 유영길 촬영감독의 촬영이 빚어낸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이었다.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한 숨은 공신을 한 사람 더 들어야 한다면 단연코 영화음악을 맡은 조성우 영화음악 작곡가일 것이다. 그의 음악은 영화의 장면 장면에 스며들어 영화의 내용만큼이나 우리들의 가슴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1번째 트랙의 '8월의 크리스마스'는 극중 정원으로 분한 한석규가 직접 불러주고 있는데, 그는 이미 1984년 강변 가요제에서 남성 중창단인 '덧마루'의 일원으로 참가해 '길 잃은 친구'라는 노래를 불려 장려상까지 받았던 재능의 소유자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부담없는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의 맑고 영롱한 사운드와 바순의 고즈넉함은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를 잘 전달해주고 있다. 이 곡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함께 보내기 위해 사진관을 찾은 다림이 정원의 죽음은 전혀 모른 채, 사진관에 걸린 자신의 사진을 보고 빙그레 미소짓는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엔딩 타이틀로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 곡은 마지막 트랙에서 Sam Lee가 어쿠스틱 기타 솔로로 다시 한번 더 그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

2번째 트랙의 '창문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는 버스에서 정원이 차장 밖을 바라보던 장면에 흐르던 곡인데, 산울림의 원곡을 그룹 일기예보의 멤버인 정구련이 보사노바 풍으로 매력적으로 리메이크하고 있다. 이 곡은 12번째 트랙에서는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수록되어 있다.

3번째 트랙에서 드디어 이 사운드트랙의 음악감독을 맡은 조성우가 작곡한 '사진처럼'에서가 처음으로 들려지는데, 풍부한 현악파트의 사용과 피아노 그리고 이 사운드트랙에서 영화의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더 없이 훌륭한 공을 세웠다고 할만한 목관악기 파트의 협음은 아주 인상적인 사운드를 선사하고 있다. 피아노 건반이 툭툭 터치될때마다 주인공의 눈물이 뭍어 나올 것만 같은 묘한 매력을 가진 곡이다. 이 메인 테마는 영화에서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는데 9번째 트랙에서는 가사를 붙여서 유정환이 불러주고 있는데 연주곡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4번째 트랙의 다림의 테마인 '아이처럼 고운'과 7번째 트랙의 Happy Christmas<캐롤송>은 그룹 일기예보가 불러주고 있는데,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감미로움이 느껴지는 곡들로 이병훈의 신디사이저 연주는 일기예보의 보컬과 더불어 노래를 아주 산뜻하고 깔끔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아이처럼 고운' 이라는 다림의 테마는 주인공인 청순한 다림의 이미지를 잘 담아내는 곡같다.

5번째 트랙의 'LOVE Theme'은 사랑의 테마답게 현악기과 피아노, 클라리넷과 오보에를 통하여 아련한 옛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현악파트를 조금 줄였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본다. 현악기의 음색이 가지는 애절함은 목관악기에 비해 전체적으로 따스함보다는 비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측면이 강하기 와닿았기 때문이다.

6번째 트랙의 '다림의 Waltz'는 이 음반중에서 가장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곡이다. 바순의 묵직하고 무거운 음색은 육중한 꼬끼리가 노래에 ?上?가볍게 춤을 추는 것 같은 곡이다. 오보에의 주음색은 이 부분에서도 경쾌하게 쓰인다. 전체적으로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나 포레의 '파반느'를 연상시킨다. 아마 관현악곡이 가지는 유사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처럼 이 사운드트랙에서는 클래식적인 분위기가 곳곳에 뭍어나오는 데 이는 조성우 감독의 작품경향이기도 하다.

8번째 트랙의 정원의 테마인 '사진속의 기억들'은 데이빗 란즈의 Christmas's Dream'과 많이 닮아 있는 듯 한데, 나지막하니 시작되는 피아노 연주와 그 위를 가로지르는 클라리넷과 오보에 등의 목관악기 연주는 뉴 에이지 음악들이 추구하는 어쿠스틱 악기를 통한 자연적인 사운드의 지향이라는 점에서 서로 닿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0번째 트랙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처음으로 한석규의 나레이션이 등장하는 데, 성우출신 답게 극 분위기를 가감없이 전달하는 차분한 목소리가 맑고 영롱한 기타소리와 어울려 정원과 다림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의 따사로운 한때를 보내는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11번째 트랙의 '첫만남'은 넘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는 정원과 다림의 애뜻하면서도 설레이는 감정의 선(線)을 피아노로 아주 담담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13번째 트랙의 '아버지'는 원래 빌라 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라는 곡이다. 홀로 남겨질 아버지를 바라보던 정원의 그림자 뒤로 흐르던 곡이었는데, 아버지를 두고 먼저 가야하는 정원의 내면심리를 묘사하는데 더없이 훌륭한 곡으로 음악감독인 조성우의 탁월한 선곡과 편곡이 돋보였다.

14번째 트랙의 '파출소에서'는 메인 타이틀이 다시 한번 변주되는데, 조용하게 흐르는 기타 사운드 뒤로 정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올 것만 같다. 이 곡에서도 현악파트의 오케스트라가 곡을 잘 마무리하고 있는데 정치용의 지휘는 이 사운드트랙에서 곡 분위기를 잡는데 큰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15번째 트랙의 '로울러 코스터'는 보사노바 풍의 곡으로 재즈적인 냄새가 아주 강하게 베어나오는 곡으로 이 음반에서 가장 신나고 경쾌한 곡 중의 하나로 정원과 다림의 신나는 하루를 묘사하고 있다.

16번째 트랙의 '밤길<마지막 만남>은 메인 타이틀이 오보에와 첼로의 연주로 변주되는데 곡의 제목에서 주는 이미지가 그래서인지 무척이나 쓸쓸하게 와닿는다.

17번째 트랙의 '문 닫힌 사진관'은 사진관의 주인인 정원이 떠난 문 닫힌 사진관과 이를 바라보는 다림의 이미지가 교차하는 득 나즈막한 기타의 선율이 듣는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파는 것만 같다.

18번째 트랙의 '초원사진관'은 영화의 주무대가 된 사진관의 상호로 정원과 다림이 사랑을 키워가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곡에서는 메인테마가 변주되고 있는데, 오보에가 가지는 목관악기의 따스함과 현악기의 애잔함이 잘 표현되어 있어 있다.

이처럼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곡들은 정원과 다림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따라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조성우라는 영와음악가의 재능에 감탄을 하게 한다. 기존의 영화음악가들이 보여주지 못한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내는 그만의 노하우(Know-How)는 허진호 감독의 데뷔영화를 더없이 아름답게 채색하고 있다. '뜨거운 8월의 여름 한낮에 날아든 크리스마스 카드 같은 영화'라는 문구처럼, 예상하지 못한 영화음악가의 사운드는 영화와 함께 오래도록 우리들의 귓가를 맴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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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0-31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영화의 스토리가 그대로 드러났네요.
한석규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심은하도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던 영화였어요.
하지만 답답했던 음향 효과때문에 영화보는 도중 음악은 잘 들리지 않았었던 것 같아요.(비디오로 봐서 더 안좋았던듯해요)
들어보고 싶네요.

키노 2006-11-01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들어보시길 좋아요^^;;

sayonara 2006-11-0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갠적으로는 쵝오의 한국멜로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의 애잔함이란...
사랑과 기억, 수줍음과 애잔함... 지금도 가끔 다시 보지만, 여전히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_^

키노 2006-11-04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저랑 같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