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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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사실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처음 이 책에 대한 설명을 보았을 때 스토리보다는 미나토 가나에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녀는 바로 동명의 영화로도 더 유명한 일본의 소설 '고백'의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소설 '고백'은 학생들 앞에서 딸의 죽음을 말하고 복수를 행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매우 충격적이었던 소설입니다

영화에서는 마츠 다카코가 주인공인 선생님 역할을 맡았었는데요 사람들의 평으로는 원작보다는 영화가 더 훌륭하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학생들의 순수악과 잔인함이 더욱 경악스러웠던,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묘사와 충격적인 스토리 전개가 매우 훌륭했던 원작도

나름 굉장히 재미있고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원작만의 느낌이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미나토 가나에라는 작가의 신간에 대한 신뢰도와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사실 이 일몰도 일본에서는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굉장히 인기가 있었던 것 같아서 찾아보았는데

아쉽게도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못해서 조만간 다시 한번 일본 사이트에서 정보를 찾아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책은 두 여성이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무명 영화각본가 가이 치히로(본명. 마히로) 그녀는 영화감독인 하세베 가오리로부터

다음 작품의 각본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게 됩니다 하세베 가오리 감독이 생각하고 있던 소재는 바로 15년 전 사사즈카초에서 일어났던 일가족 살해 사건으로

히키코모리였던 장남이 여동생을 칼로 찔러 죽이고,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일가족을 모두 살해한 사건이었는데요

사실 치히로는 사사즈카초 일가족 살해 사건이 일어난 사사즈카초 출신이었고, 유명하지도 않았던 자신에게 하세베 감독이 이런 의뢰를 한 것에 대한

묘한 호기심을 품게 됩니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하세베 가오리 감독이 모종의 이유로 자신에게 접근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품게 되죠

처음에 두 사람에겐 연결고리가 전혀 없어 보였는데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둘 사이의 관계성이 드러나게 되고 숨겨있던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두 사람은 의외로 공통된 부분이 많았는데요 일단 둘 다 사사즈카초가 고향이었다는 점 그리고 가족의 죽음이라는 큰 아픔을 겪었던 것이었죠


 내게 전철에 뛰어들 용기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죽으면 뒤에 남은 가족은 나의 죽음을 슬퍼하기보다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린 데 대한 뒷수습을 하느라고 마음이 분주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면도날로 손목을 긋는 방법도 있었다. 조금만 힘을 주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을 꼭 감자 어떻게 된 일인지 손가락 끝이 간질간질해졌다.

하지 마, 하지 마, 사라.

손가락 끝이 그리웠던 적은 있어도 이름까지 떠올린 것은 그 동네를 떠난 뒤 처음이었다. 열다섯 살 때였으니 10년 만이었다.

그리고 하세베 감독에게는 숨겨진 사연이 있었는데요 바로 사사즈카초 일가족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여동생 '사라'와 인연이 있었던 것이죠 그녀는 과거에 사라와 이웃집에 살았던 경험이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남매 중 누군가에게 큰 위로를 받게 되었죠 하세베는 사실 자신과 공감을 나누고 위로를 전해주었던 존재가 여동생인 '사라'일 것이라고 약간은 단정 짓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어요


나는 이 사건의 진상에 의혹을 품은 게 아니에요. 다만 그녀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고 싶어요. 죽은 후에 주위 사람들이 제멋대로 떠드는 말만으로 다테이시 사라라는 사람이 규정되는 건 불합리하잖아요.

그것은 그녀가 말하는 대목에서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데요 사라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연유로 살해를 당해야 했는지에 대한 모든 진실을 밝히고 사람들에게 그녀에 진실한 모습을 전하고자 하는 모습이 절실하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면 따라갈수록 사라에 대한 모순점들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과연 사라는 정말 하세베가 알고 있던 사람이 맞았을까요?

사실 처음에 일가족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누구든 장남이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고 어긋난 사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그리고 회상을 통해서 베란다에서 따스함을 나누었던 존재가 여동생인 사라라고 판단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파고 들어갈 수록 드러나는 것은 오히려 사라라는 인물에 대한 수 많은 문제점과 모순점들이었죠

처음에 우리가 생각했던 어긋난 사상을 가지고 가족을 살해한 장남이 사실은 비뚤어진 가족들의 편애에 희생되어 그 울분을 평생 품고 살다 어긋나버린 안타까운 희생자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한 모든 정보가 이상하게 전달되는 것은 안타깝지 않은가요?

처음에 하세베가 말했던 사라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은 장남에게 적용되어야 했던 이야기는 아니었을까요?

물론 아직도 베란다에서 그녀와 따스함을 나눈 사람이 누구인지 100퍼센트 확정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장남이 무조건적인 악이라는 판단은 깨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이 진실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영원히 묻혀버리는 것이 좋을까요?


일부 사람들만 관심을 갖는 뉴스였는데도 불과 세 시간 정도 인터넷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이 문제가 세상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는데, 나는 이쪽 의견을 지지한다고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가, 결국 타인의 생각을 추종하고 있을 뿐이란 걸 깨닫고 얼른 고개를 저었다.

스스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는,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보지 않고는 찬성도 반대도 있을 수 없다.


'언니, 당사자는 아무 말이 없는데, 남들이 하는 얘기를 그대로 믿는 멍청한 사람이 될 뻔했어."


치히로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언니에게 메시지를 남깁니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이야기를 허공으로 날려보내 듯 언니에 대한 그리움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찬성도 반대도 있을 수 없다는 말이 남들이 하는 얘기를 그대로 믿는 멍청한 사람이 될 뻔했다는 말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 번쯤 그런 멍청한 사람이 되었던 기억이 있으니까요


닮은 듯 미묘하게 다른 두 사람의 가치관 속에서 사건을 따라가면서 밝혀지는 과거의 진실이 참으로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시작부터 자신이 낳은 자식에 대한 학대의 아이러니와 자식들 사이의 차별에 대한 내용을 다루게 되는데요 부모가 어떻게 자기 속으로 낳은 자식을 차별하고 미워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 역시도 그런 모순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생각이 떠올라 굉장히 마음이 복잡하고 눈물이 핑 돌기도 했어요


제가 당한 것도 아니고 제가 한 것도 아니지만 "둘째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

"첫째한테 해줄 수 있는 걸 둘째 때문에 못해주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심정은

과연 누가 알아줄까요?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이해를 할 수 없겠지만,

설마 그런 부모가 어디 있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부모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둘째의 마음이 떠올라서 후회가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들었습니다

아 혹시나 그 아이가 그런 상처로 어긋나게 된다면

저는 대체 어떻게 그 미안함과 죄책감을 아이에게 갚아야 할까요?


부모의 잘못된 기대와 편애, 무시... 모든 것들이 만들어낸 안타까운 결과물

아, 부디 내 아이만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의 공감이 물밀듯 밀려오고 밀려가고

그 속에서 벗어나가기 너무 힘들어서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을 우울감에 빠져있었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결국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면서 주인공인 두 사람에게는 오히려 모든 걸 위로받을 수 있고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만 어쩐지 저는 두 사람의 이야기보다도 어린 시절의 상처와 부모의 잘못된 행동에 오히려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와닿는 이야기였기 때문이겠죠?


처음엔 무조건적인 미스터리 추리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을 수록 드는 생각은...

추리물에 기반한 두 사람의 치유를 위한 여정이랄까요?


놀라운 반전과 안타까운 진실이 숨어있는 이야기...

미나토 가나에는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를 놀라게 만들까요?

앞으로 그녀가 만들어 갈 수 많은 이야기에 또 한 번 기대감을 걸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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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새 -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김은채 지음 / 델피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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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시선으로 마주한 살인 현장 이것은 꿈인가 현실인가


여름은 공포의 계절입니다 물론 저는 계절에 상관없이 공포에 빠져서 살고 있는 사람이지만요

최근에 다양한 공포 소설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어서 매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요


오늘은 제목과 소재, 표지에서부터 호기심이 생겨서 이건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책인데요

바로 델피노에서 출간된 김은채 작가님의 '지하실의 새'라는 책이었습니다


지하실의 새는 소설가인 하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하진은 29살의 소설가인데요

그런 그에게는 남들은 모를 숨겨진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꿈속에서 하진은 매번 누군가가 참혹하게 살해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는데요 그것도 바로 새가 되어서 말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런 새가 피해자의 시체를 먹는 느낌조차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요

하진은 그런 꿈속의 이야기를 모두 다 소설화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단지 악몽이라고 치부했던 사건들이었지만 점점 이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건들이 꿈이 아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죠


처음부터 저는 새의 시선으로 사건 현장을 본다는 소재가 너무 참신하고 재미있어 보여서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었는데요

순식간에 넘어가는 책장과 스토리들이 한 번 손에 잡으면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몰입감이 있었습니다

제가 김은채 작가님을 잘 몰라서 알아봤더니 방송 작가 출신에 스릴러 웹툰까지 연재하셨던 경력이 있더라고요

문체도 보기 좋았고 묘사도 좋지만 어렵지 않게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써주셔서

진짜 가볍게 잘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칼은 나에게 진통제이자 수면제였다. 어김없이 나를 꿈으로 이끌었다.

이번에 나는 무엇일까? 어디일까? 어떤 꿈을 꾸게 될까?


하진은 사람이 살해당하는 섬뜩한 꿈을 반복해서 꾸면서 처음엔 고통 속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그 고통을 이기기 위해서 자해까지 하게 되죠

하지만 큰 사건 이후에는 스스로 악몽을 극복하기 위해서 꿈의 내용을 기록하며 소설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요


결국엔 악몽으로 인해서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위치까지 올라가게 되었지만,

피와 살육으로 물든 잔인하고도 섬뜩한 그 꿈 속의 장면들을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다시 떠올리면서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오히려 현실에서 도피가 필요하면 하진은 꿈속으로 도망을 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한때는 하진에게 큰 고통을 주었던 악몽이 어느 순간 하진의 밥벌이 수단이 되고,

현실의 도피처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

물론 하진은 그것이 단순한 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제 그것이 익숙해지고

그냥 단순히 넘어가면 되는 상황으로 치부했을 수도 있을 테지만요


입안에 씁쓸한 차 맛이 사라졌다. 대신 시척지근한 피 맛이 밀고 들어왔다.

숙성된 피 맛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난 듯했다.

비록 꿈속이지만 소름 끼치게 선명한 감각은 이제 얄밉기까지 했다.

꿈에서 까마귀가 될 때면 반드시 시체를 취하게 돼서, 비위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안 됐다.

그들이 되었을 때가 가장 고단하다. 하지만 가장 '나'답다. 나는 그들과 닮았다.

"까아악! 까아악! 까아악! 까아악!"

네 번 울었다. 이제 곧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거란 예고.

지금은 어둡지만, 곧 내 입에 들어온 이 시큰한 피의 주인이 누구인지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꿈속에서는 또 무엇을 보게 될까.

이것이 두려움인지 기대인지 여태껏 정의하지 못하고 날개를 펼쳤다.


하진이 새가 되어 느껴지는 것을 표현하는 장면들은 오묘하고도 기괴하고 신선했습니다

이것은 작가님의 묘사도 좋았긴 하지만 그저 새의 시선이라는 생각만으로도

그 느낌이 달랐기 때문인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마치 내가 진짜 새가 되어 시체를 섭취하거나 살육의 현장을 지켜보는 것처럼 숨을 죽이게 되었다면 과장일까요?


하진이 꿈을 이용해서  글을 쓰는 것을 생각해 보면서 정말 신기했던 것이 저라면 아무리 꿈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실제와 같은 상황이라면 쉽게 글로 쓰지 못했을 것 같다는 것이었는데요


어떤 영화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잖아요 소설가이던 영화의 주인공이 살인과 시체를 목격하게 되었고

그 살인의 내용을 토대로 소설로 썼다가 의심을 받기 시작하게 되는...

물론 그 영화에서는 결국은 주인공 스스로도 살인마가 되어버렸지만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것은 바로 '의심'이라는 것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인데 두렵지 않았던 것일까?라는 의문점입니다

하진은 그걸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두려움보다도 더 앞선 무언가가 있었던 것일까요?


"기, 기억은 잃어버려 기억을 못 하는 일도 꿈에서는 나타날 수 있나요?"

"그럼요."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내재화되어 있던 것들이 꿈에서 보일 수 있죠. 내재되어 있는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튀어나오게 되어 있으니까요. 습관이 무섭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기억상실 환자 중에서 잃어버렸던 집을 찾아가는 사람도 있어요.

몸은 그걸 기억하는 거죠."


사실 의사하고 상담하는 장면에서 대화하고 생각하는 걸 보면 하진은 자신에게 다가올 "의심"보다는

그것이 '자신이 한 행동일 수도 있는가?'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두려움에 앞서서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었던 악몽을 극복해 보고자 했던 마음이 더 앞선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럼 제가 살인 꿈을 계속 꾸는 것도 제가 살인을 해서일까요? 저는 살인자일까요?'하고

차마 묻지 못했다. 그동안 나에게 꿈과 현실은 서로 무관한 것이었는데......

꿈도, 현실도, 의사도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머리가 다시 뜨거워졌다.


결국 하진은 당연하게도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아니고자 바랬던 현실에 마주하게 됩니다

꿈속에서 보았던 모든 사건들이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당연히 그 사건들의 내용을 상세하게 적어서 소설로 출간했던 본인이 유력한 용의자가 되어버렸던 것이죠


하진은 본인이 그 사건을 저지른 살인마인지 아니면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 속에 무언가가 있는 것인지 알기 위해서

과거에 살았던 마을도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뒤로 갈수록 하진이 겪었던 모든 것들이 굉장히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반복되는 살인에 대한 묘사들 인물들의 말과 행동들이 하나같이

너무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분이라서 묘했습니다


영상화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장면들 직접 진짜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잔인하겠지만 그 심리적인 표현들이 생생하게 느껴지겠지?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에서 지금 나온 이야기들이 감정들이 제대로 느껴지겠지? 란 생각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새의 시선으로 살인의 장면을 목격한다는 소재는 너무 흥미로웠고

결말에 다가갈수록 숨겨져 있던 인물들의 관계성과 진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진짜 소재 때문에 읽게 되었는데 책을 읽으면서는 인물들의 관계성과 진실이 너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었던 것 같아요


결국 하진이 꿈속에서 실제 현장을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끊으려고 했지만 결코 끊어질 수 없던, 기억 속 저편에 숨겨져 있던 그 무언가의 '끈'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죽음을 당한 사람들이 본인은 원치 않아도 살인자와 결국 가장 가까운 '끈'을 이용해서

살인자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고자 했던 크나큰 원념 때문이었을까요?


최종적으로 하진에게 나쁜 일은 생기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니 사실은 진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하진의 인생은 크게 바뀌게 된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나마 그 정도가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고도 기괴한 상상을 할 수 있었던 스릴러 였고

앞으로 한국 스릴러 장르의 미래는 밝다는 걸 한 번 더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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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진심 보태니컬 펜 드로잉
이일선.조혜림 지음 / 그림책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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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보태니컬의 시대입니다

사실 제가 처음 일러스트와 보태니컬 아트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지금처럼 보태니컬 아트에 대한 정보가 많지는 않았어요 물론 보태니컬 아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많이 알려지고 있던 단계이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보편화되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수업도 많이 없었고 검색해도 나오는 것이 해외 정보가 훨씬 많았고 소규모의 모임 정도만 보였어요
무엇보다 미술 쪽 트렌드는 취미 서적 시장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수 있거든요

어른들의 컬러링북이라는 이름으로 컬러링북이 처음 이슈가 되었던 이후에 취미 서적에는 컬러링북이라는 새로운 분류가 생기며 수많은 컬러링북들이 쏟아져 나왔고 지금은 많이 주춤하긴 하지만 여전히 인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컬러링북의 여파 때문인지 다양한 미술 실기 쪽 책들도 다시 한번 각광을 받고 인기몰이를 하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스타일의 실기 서적도 많이 나왔고요

그렇게 실기 도서들이 유행하며 쏟아지던 그때까지도 보태니컬 아트는 전문 도서 이외에는 많이 보이지 않았던 상황입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갑자기 보태니컬 아트에 대한 서적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고 주위에서도 보태니컬 아트를 한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보태니컬 아트, 세밀화 수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조용히 운영하던 전문 화실들도 전면적으로 홍보를 하고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소문이 나고, 인기가 많아지고,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바야흐로 보태니컬의 시대가 열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림을 배우면서 색연필을 쌓고 쌓고 쌓으며 오랜 시간을 들여서 그리는 보태니컬이 제 성격이 굉장히 잘 맞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수업을 더 이상 나가지 않으면서 제가 보태니컬 작업을 거의 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스케치를 잡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약간 자신감 부족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조심성이 너무 많아서 스케치 하나의 완성까지도 시간이 너무 걸리거든요 물론 이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저 스스로에게는 매우 스트레스를 받는 단점 중의 단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식물 스케치가 조금이라도 보이는 책들은 많이 사봤지만 제가 생각하는 것만큼 도움이 되는 책들은 별로 없더라고요

그렇게 아쉬움에만 사무치던 최근 책 한 권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보태니컬 펜 드로잉이란 책이었어요



사실 책의 외형은 기존에 나왔던 미술 실기 책들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당연히 그림을 그릴 수 있게 가이드를 해주는 책이겠죠


하지만 내부 사진에서 작가님이 직접 그린 스케치와 목차를 보고 생각이 많이 달라졌고

이 책이면 꽤 나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 책은 크게 3챕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챕터 1은 기초 과정과 기본 연습 즉, 준비물에 대한 설명과 선의 유형, 선 연습 등을 진행할 수 있는 페이지고요

조금 다른 게 있다면 보태니컬에서 가장 중요한 관찰과 이해에 대한 설명과 표현과 밀도에 대한 설명이 있다는 점이었어요


다른 그림도 그렇지만 보태니컬은 세밀화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리는 대상, 식물에 대한 관찰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림을 그릴 때 각 재질마다 표현하는 방법 등이 달라지는데

식물 역시도 작은 꽃 하나에 들어가는 표현 방법과 재질이 다르기 때문에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정확하게 표현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이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선 처음에 잘 가르쳐 주시더라고요


챕터 2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소재 연습을 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소재는 당연히 꽃들의 종류이고 그중에서도

세부적으로 선물하기 좋은 꽃, 길가에 피는 꽃, 나뭇잎 등등으로 소재가 나누어져 있어요


챕터 3에서는 앞서 연습한 내용을 기반으로 하여서 본격적인 표현 연습을 시작할 수 있도록

과정부터 완성까지 친절하게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감나무, 덩굴장미, 능소화, 접시꽃, 모란꽃 등등 총 8가지로 구분되어 있어요


사실 챕터 2가 총 120가지의 꽃과 나뭇잎 등의 소재들이 많이 나오고

스케치들도 많이 볼 수 있어서 단연 메인 챕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기본적인 책의 구성, 튜토리얼의 안내는 그림 과정과 간단한 글로 이루어진 게 다른 책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구성이에요

하지만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관찰과 이해에 대한 적극적인 설명입니다


그래서 설명에 들어가기 앞서서 메인이 되는 꽃의 특징과 조심해야 하는 부분들을 적절하게 설명을 해주셨어요

사진을 이용한 게 아니라 작가님의 그림을 이용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그려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좋았는데 다만 아쉬운 점은 사진이나 실물을 보고 그리게 되었을 때 낯설고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저도 보태니컬을 배울 때 선생님의 그림을 보고 모작을 할 때는 설명도 들으면서 조금 더 쉽게 그릴 수 있었는데

정작 실물을 보고 직접 그려야 할 때는 너무 망설여지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이 책에서는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에 대한 과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걸 숙지해서 앞으로도 다른 그림을 그릴 때 이용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초보 분들도 좋겠지만 어느 정도 그림을 그려봤던 분들이 읽어보시면 더욱 발전에 도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아쉬웠던 부분은 그림 과정에서 보면 작가님이 스케치를 잡을 때 기본 도형을 이용해서 스케치를 시작하신 걸 볼 수 있어요 원래 보태니컬을 배울 때 작가님들마다 시작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다르겠지만 저희 선생님은 원기둥, 원 등등 기초 도형을 먼저 익히고 그걸 이용해서 스케치할 때 구조를 잡는 걸 중시하셨기 때문에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제가 이 책을 골랐던 이유 중의 하나도 작가님도 스케치에 기본 도형을 사용하시는 게 보였기 때문에 책에서 그런 부분을 과정마다 조금 더 부각하셨으면 어땠을까라는 점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물론 그게 빠졌다고 해서 이 책의 퀄리티가 떨어지진 않지만 초보 분들은 꼭 기초 도형을 배우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아쉬울 뿐이네요


이 책을 통해서 조금 더 스케치 연습을 하다 보면 혼자서도 뚝딱뚝딱 더욱 완성도 높은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의 스케치도 너무 예뻐서 계속 그 꽃 스케치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으니까 보태니컬 아트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한 번쯤 꼭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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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정 외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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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공이 디자인이기 때문에 주변에 그림을 그리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지인분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그 사이에서 요즘 계속 이슈가 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AI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보통은 저작권 문제부터 시작해서 AI를 이용해서 그림을 생성하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인데요

그래서 저도 사실 일반적인 생성형 AI에 프롬프트를 넣어서 만드는 간단한 이미지에는 반감이 없지만,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일러스트, 삽화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AI 작품을 내놓는 것에는 상당히 반감이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고 아무리 싫다고 해도 AI를 이용해서 작업을 하는 걸 아예 몰라서는 안될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마침 관련된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는 꽤 다양한 AI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란 기대감이 있었는데

책 속에서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의 이름을 제대로 읽고 나니 전문적이다 보다는

대중적인 쪽으로 알려주는 책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나쁜 건 아니지만 제 기대감보단 내용들이 전체적으로 살짝 낮은 레벨이라서 아쉬웠던 것 같아요


목차는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용 중인 NFT에 대한 설명도 나와 있었고

무엇보다 저작권으로 시작하는 게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작권 의식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보니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외에는 AI에 대한 소개를 한다기보다는 AI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앱들에 대한 소개와 기능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그 기능을 이용해서 놀거나 작업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중점적으로 읽었던 부분인데요 바로 AI와 저작권에 관련된 파트입니다

사실 저는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냥 단순히 생성형 AI가 그려내는 단순한 그림들에는 큰 반감이 없습니다

일반인분들이 명령어를 넣거나 키워드를 넣어서 그림을 만들어 내고 그걸 작품화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SNS에 올려서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게 출판이나 상업 쪽으로 사용하게 되면 이야기는 조금 많이 달라집니다

보통 AI는 그냥 완성되었습니다! 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방대한 내용의 정보를 습득해서 성장해 가는 편입니다

그래서 AI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어낼 때 수많은 사람들을 테스터로 사용하고 사람들에게 잘못된 내용을 교정 받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가장 큰 문제가 AI에게 그림을 '습득'시킬 때 발생하는데요

바로 많은 사람들이 다른 작가분들의 그림을 말도 없이 AI에게 학습을 시키고 습득을 시킨 후 작품을 만들어내도록

하기 때문인데요 도대체 그림 학습 시키는 게 무슨 문제야?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전 세계의 모든 그림들을 학습 시키는 건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AI도 다양한 그림을,

자신만의 그림체로 그려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것과 다르게 특정 작가들의 그림만 의도적으로 학습 시켜서,

작가님들의 고유한 그림을 뺏어내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는 게 문제인 겁니다

작가들에게 그림이란 그리고 그림체란 말 그대로 생계 수단이고, 자신만의 경쟁력입니다

그런데 그런 고유한 것을 AI에게 학습 시켜서, 본인들의 이름으로 상업적인 행위를 해버리면

그 작가님들은 자신의 그림체를 빼앗기고 설자리도 잃는 것이죠

그래서 AI 그림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굉장히 논란이 많은 상황인데 이 파트를 통해서 짧게나마 다른 나라의 견해와 생각,

우리나라의 AI 작품의 저작권에 관련된 견해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저작권 의식에 대한 경각심도 심어줄 수 있었던 것 같고요


AI에 관련되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저작권에 관련된 내용이 예술 분야를 다루는 책들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후에 나오는 페이지들은 우리가 좀 많이 접했던 다양한 AI 앱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그 앱들로 다양한 아트 작업을 해볼 수 있도록 가이드가 되어 있는데요

보통은 이런 책들에서 주로 다루는 게 서양 미술이나 간단한 일러스트 정도인데

이 책에서는 전통 예술을 따로 분리해서 다루어주었다는 게 좋았어요

사실 서양 미술에는 많이 노출되어 있지만 국내의 전통 예술은 은근히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전통 예술이라고 하면 디지털이랑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디지털 아트로도 전통 예술을 작업을 할 수 있고

디지털로도 충분히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더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대부분의 앱들이 제가 사용해 봤던 것들이라 조금 복습하는 느낌이 있었다면

가장 흥미로웠던 AI는 바로 프리픽 피카소 AI였습니다

프리픽 피카소는 '스케치를 이미지로 생성하는 기능'이 있는데요

일단 챗 GPT를 통해서 주제에 알맞은 프롬프트를 미리 만들어 놓고,

자신이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에 맞는 스케치를 해두면 그 스케치와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해서 작품을 생성해 주는데

이거야말로 AI와 창작자가 함께 만드는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한 번 꼭 해보고 싶더라고요 사실 제가 직접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해서

요즘 인기라는 챗 GPT도 약간은 거부감이 있었는데

프롬프트나 간단한 도움을 받는 쪽으로 적당히 잘 사용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AI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긍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책을 통해서 조금 더 재미를 느꼈고,

사람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한 해답도 찾을 수 있었고, 한 발짝 걸어나가는 결과를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AI에 대해서 공부하고 관련된 앱들을 이용해서

바로 적용 해보고 싶으신 분들이 보기엔 딱 좋은 책이라고 생각이 되고요

약간 더 전문성을 원하는 분들은 다른 책을 찾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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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힘껏 산다 - 식물로부터 배운 유연하고도 단단한 삶에 대하여
정재경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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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고 선호하는 장르 중의 하나가 바로 식물에 관련된 책인데요 원래도 자연이나 식물, 동물을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보태니컬 아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때마침 식물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책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새롭게 식물에 대한 책이 나왔다고 해서 찾아봤어요


바로 정재경 작가님의 있는 힘껏 산다인데요 이 책은 식물도감이나 식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책은 아닙니다

식물과 관련된 책일 뿐이죠 식물과 작가님의 일상이 결합된 에세이라고나 할까요?


이 책은 월단 <샘터>에서 '반려 식물 처방'이라는 주제로 작가님이 33개월 동안 연재했던 글을 바탕으로 쓰셨다고 해요

사실 저는 연재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연재될 때는 읽어보지 못해서 조금 아쉽지만 이렇게 좋은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랍니다

작가님이 연재했던 글들을 엮어서 책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 곁으로 갈 수 있도록 용기를 내주지 않으셨다면, 좋은 글들을 읽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

목차를 보면 1장부터 4장까지 있는데 한 장당 9가지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총 36가지의 식물들이 작가님의 이야기와 어우러지는데

제목하고만 생각해 보면 식물이랑 무슨 연관이 있는 이야기일까? 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 텐데요 읽어보시면 이렇게도 연결이 되는 구다라는 감탄이 나오기도 한답니다



식물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서 그리고 다양한 식물에 대한 책들을 읽으면서 평소에도 식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만

정작 제 삶과 닮은 것, 비슷한 것, 연결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작가님은 이 책 속에서 일상의 이야기와 함께 식물의 이야기를 함께 엮어주셨어요

신기하게도 다양한 식물들의 모습과 일상의 모습들이 많이 닮아 있기도 했고, 식물을 키우면서 실수를 했던 부분이나

식물에게서 얻게 된 작은 지혜 같은 걸 교훈 삼아서 알려주시기도 했어요 따뜻한 조언이 가득한 책이랄까요?

미스김라일락은 '괜찮겠지'가 '괜찮지 않다는 걸' 알려주었다.

떠난 나무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새 라일락을 심었다.

'괜찮겠지'할 때마다 마른 라일락이 떠오르고, 하려던 일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하게 된다.

그중에서 좋았던 문장들 몇 가지를 가지고 오자면 그중의 하나는 바로 '괜찮겠지'가 '괜찮지 않다는걸' 알려주었다란 말이었습니다

늘 스스로가 상처를 받아도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하며 혼자서 속을 앓고 괜찮은 척을 많이 하는데 정작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도 알거든요

괜찮지 않았다는 걸 말입니다 어리석게도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은연중에 무시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만큼 삶이 팍팍한 것도 있겠지만요

미스김 라일락이 작가님에게 큰 교훈을 주고, 점검할 자세를 알려주었다면, 저 역시도 작가님의 글을 통해서 교훈을 얻습니다

저도 이제 괜찮겠지라는 걸 그만두어야 할 텐데요

햇빛, 물, 식물, 바람, 동물, 사람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식물과 함께 살며 가꾸고 돌보는 동안 불안감과 우울, 외로움은 사라지고 생명 사랑의 본능이 깨어난다.

작가님은 식물을 통해서, 자연을 통해서 많은 걸 배우셨던 것 같아요 감각을, 감정을 다스리고 깨우는 법을요

저는 사실 식물을 키우는 것에는 재주가 없는지 누구나 키우기 쉽다고 추천받아서 샀던 식물들조차도 사랑과 관심을 주어도 그게 너무 지나쳐서 죽여버리기 일쑤랍니다

이제는 그런 식물들을 죽이기가 미안해서 식물을 키우는 걸 포기했어요 그나마 키울 수 있는 식물이라면 하나 정도 있네요 캣 글라스라고요

어쨌든 그래서 저는 식물들은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보는 것에서만 위안을 얻고 대신 다른 것에서 불안과 우울, 외로움을 없애는데요

바로 햇빛, 물, 식물, 바람, 동물, 사람 중에서 동물입니다 고양이와 크레스티드 게코, 팬더마우스 그리고 곧 새 식구가 될 귀여운 아프리카 왕달팽이까지

동물들은 제가 사랑을 주면 그대로 돌려주는 존재라서 보고 있으면 마냥 행복 집니다

아프고 힘들었던 순간에도 내 동물들을 생각하면서 버텼던 수많은 시간이 있었어요 그리고 동물들의 눈을 통해서 순수함을 배우고 본능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작가님의 이 문장이 어찌나 마음에 와닿는지 모르겠어요 생명, 사랑의 본능이 깨어난다...

사실은 언제나 생각만 해도 사랑과 아픔이 가득한 존재들이 저 멀리에 있지만 볼 수가 없어서 오늘도 이렇게 제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들에게 위로를 받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식물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저는 지금까지도 꽃이나 식물들이 작은 씨앗에서 시작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그 과정 속에서 식물들이 버티고 버티는 그 단단함에 대해선

슬쩍 지나치고 결국 끝에 도달한 결과만 보고 대단하다고 감탄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물론 그 결과도 매우 훌륭한 공부가 되었지만, 이 책에서는 그저 꽃이 피고 열매를 맺지 않더라도

매 순간 매 분 매초 살아가고 버티고 있는 식물들의 삶 그 자체를, 존재 자체를, 삶 자체를 조명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식물들의 그런 모습을 작가님은 자신의 생활과 연결해서 더욱 공감되도록 풀어주셨고요

사람들도 식물처럼 유연하고도 단단한 삶을 위해서 노력할 수 있도록 길잡이도 되어주신 것 같아요




사실 정재경 작가님의 글도 너무 좋았지만 책 속의 삽화가 제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는데요

글과 함께 수록된 삽화가 바로 저의 색연필 일러스트 선생님이셨던 김예빈 작가님의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도 워낙 예쁘게 그림을 그리는 분이지만 무엇보다 꽃과 식물을 사랑하는 분이란 사실을 알기에

아! 선생님이 결정한 책이라면 분명히 믿고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 판단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글과 그림도 너무 잘 어울렸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예빈작가님의 소소한 삽화는 평소에 보던 보태니컬 아트보다는 간소하지만 단정하고 깔끔한 것이

이 책에서 정재경 작가님이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식물들의 부드러운 강인함을 나타내기엔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예쁜 글을 쓰는 작가님과 예쁜 그림을 그리는 작가님의 조합은 완벽함 그 자체였네요

무엇보다 두 분 다 식물을 사랑하니까 이런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실 책에서 삽화의 중요성은 그렇게 높지 않겠지만, 정재경 작가님의 이름과 함께 김예빈 작가님의 이름도 한 번쯤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따뜻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식물에게 배울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담겨있는 소중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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