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을 위한 산책 - 헤르만 헤세가 걷고 보고 사랑했던 세계의 조각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원형 옮김 / 지콜론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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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고단함을 품은 여행, 생기와 통찰의 산책


방랑을 위한 산책은 단순히 여행기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내면의 고요한 독백이 흐르고 있는 에세이입니다.

처음에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헤르만 헤세 특유의 여유롭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힘이 느껴진 문체를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풍경일지, 어떤 단어로 감정을 표현할지가 궁금했습니다.

사실 처음엔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제 생각보다 더 심오했고, 진지했으며 동시에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다웠고 통찰력이 깊었습니다.




문장을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어쩜 이리도 단어를 아름답고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헤르만 헤세 답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았기 때문에 그의 글도 부드럽고 아름다웠던 거겠죠?

헤르만 헤세는 이 여행을 도피라고 표현했지만, 그의 글에서는 무기력이나 절망보다는 오히려 생기와 여유,

그리고 삶을 사랑하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고, 즐거움과 행복이 모두 다 묻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는 자신의 고단함을 감추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찾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여행은 현실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더 깊이 이해하고 껴안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불안한 감정조차 시적인 언어로 그려낸 그의 문장은 마치 고요한 숲길을 걷는 듯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위로하고 달래주는 것이 아니라, 힘들다는 걸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고통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헤르만 헤세는 이 책에서 삶의 모든 순간을 진솔하게 마주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때로는 불안한 마음조차도 그대로 꺼내놓습니다. 책 속에는 종교적인 색채가 자주 나타나는데요.

단어들과 문장 속에는 그의 고뇌와 경건함이 담겨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아버지가 선교사였고,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이 믿는 신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의 종교적인 성찰은 삶 전체에 걸친 과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종교적 통찰이 깔려 있긴 하지만, 그것들은 결코 신앙을 강요하거나 이질적인 느낌은 아닙니다.

그저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의 삶과 신념에 따라서 다양한 울림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불교 친화적인 무교인인 저 역시도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으니까요.

다만, 헤르만 헤세와 종교적인 이념이 비슷한 사람들이 읽으면 무언가 느끼는 것이 다르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이 들기는 했습니다.

이 책은 여행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만이 담긴 책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헤르만 헤세의 성찰의 기록입니다.

작은 풍경 하나에도 멈춰 서서 의미를 찾고, 짧은 만남과 사소한 인연 속에서도 삶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헤르만 헤세가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때로는 철학적이고, 때로는 시적이며, 때로는 지극히 인간적입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그의 글을 따라 걸으며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물론 헤르만 헤세가 바라봤던 아름답고 경의로운 장소들에 대한 상상도 하면서 말이죠.

책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삶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에도 여행과 산책을 떠나는 기분으로 조용히 떠났을 것 같다고요.

그리고 진짜 천국이 있다면,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면, 그는 여전히 그곳에서 걷고 있고, 무언가를 바라보며,

그곳에서 마주한 모든 것들을 여전히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가 표한하고 말하는 천국은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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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을 위한 산책 - 헤르만 헤세가 걷고 보고 사랑했던 세계의 조각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원형 옮김 / 지콜론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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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고단함을 품은 여행, 생기와 통찰의 산책



방랑을 위한 산책은 단순히 여행기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내면의 고요한 독백이 흐르고 있는 에세이입니다.

처음에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헤르만 헤세 특유의 여유롭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힘이 느껴진 문체를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풍경일지, 어떤 단어로 감정을 표현할지가 궁금했습니다.

사실 처음엔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제 생각보다 더 심오했고, 진지했으며 동시에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다웠고 통찰력이 깊었습니다.


 


문장을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어쩜 이리도 단어를 아름답고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헤르만 헤세 답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았기 때문에 그의 글도 부드럽고 아름다웠던 거겠죠?

헤르만 헤세는 이 여행을 도피라고 표현했지만, 그의 글에서는 무기력이나 절망보다는 오히려 생기와 여유,

그리고 삶을 사랑하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고, 즐거움과 행복이 모두 다 묻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는 자신의 고단함을 감추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찾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여행은 현실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더 깊이 이해하고 껴안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불안한 감정조차 시적인 언어로 그려낸 그의 문장은 마치 고요한 숲길을 걷는 듯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위로하고 달래주는 것이 아니라, 힘들다는 걸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고통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헤르만 헤세는 이 책에서 삶의 모든 순간을 진솔하게 마주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때로는 불안한 마음조차도 그대로 꺼내놓습니다. 책 속에는 종교적인 색채가 자주 나타나는데요.

단어들과 문장 속에는 그의 고뇌와 경건함이 담겨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아버지가 선교사였고,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이 믿는 신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의 종교적인 성찰은 삶 전체에 걸친 과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종교적 통찰이 깔려 있긴 하지만, 그것들은 결코 신앙을 강요하거나 이질적인 느낌은 아닙니다.

그저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의 삶과 신념에 따라서 다양한 울림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불교 친화적인 무교인인 저 역시도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으니까요.

다만, 헤르만 헤세와 종교적인 이념이 비슷한 사람들이 읽으면 무언가 느끼는 것이 다르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이 들기는 했습니다.

이 책은 여행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만이 담긴 책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헤르만 헤세의 성찰의 기록입니다.

작은 풍경 하나에도 멈춰 서서 의미를 찾고, 짧은 만남과 사소한 인연 속에서도 삶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헤르만 헤세가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때로는 철학적이고, 때로는 시적이며, 때로는 지극히 인간적입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그의 글을 따라 걸으며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물론 헤르만 헤세가 바라봤던 아름답고 경의로운 장소들에 대한 상상도 하면서 말이죠.

책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삶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에도 여행과 산책을 떠나는 기분으로 조용히 떠났을 것 같다고요.

그리고 진짜 천국이 있다면,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면, 그는 여전히 그곳에서 걷고 있고, 무언가를 바라보며,

그곳에서 마주한 모든 것들을 여전히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가 표한하고 말하는 천국은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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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암실 ANGST
박민정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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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질감과 집착, 그 끝에서 마주한 나

최근엔 장르 소설을 많이 못 읽고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북다에서 괜찮은 장르 소설이 나와서 가지고 오게 되었습니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가 북다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좋은 책들을 많이 내주셨으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박민정 작가님의 호수와 암실입니다. 처음엔 호수와 암살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까 암실이더라고요제목이 호수와 암실인 이유는 그 두 가지가 가지는 공통점 때문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에 박인성 평론가님의 해설이 나오는데 그 내용을 읽어보니 많은 걸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호수와 암실은 주인공인 연화의 시선과 감정을 공유 받으며 이어지는 소설입니다.

연화의 마음속 깊은 곳,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감정과 생각을 따라가면서

불쾌하고 이질적이지만 또 공감을 하게 되면서,

"나도 연화 같은 사람이었나?"라는 생각을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합니다.


여성 작가분이라서 그런지 책 속에 나오는 사회적인 문제들이 여성들 위주의 것들이라서

여성분들이 읽으면 특히나 느끼게 될 감정의 공감과 동요, 불쾌감, 공포가 많을 것 같았습니다.



연화는 로사와 재이라는 친구들을 통해서 여러 감정을 쏟아냅니다.

표현하지 못하는 분노, 질투, 열등감 같은 것들이 특히나 로사에게 옮겨지고 있었어요.


자신도 말을 하지 못하면서 남을 탓하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고

혼자 속으로 많은 걸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세 사람은 서로의 삶에 영향을 상당히 많이 미치는 것으로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것은 연화가 놓지 못한 관계 같기도 했고,

특히 로사를 밀어내고 미워하면서도 집착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연화에게서 가장 큰 약점은 로사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이 소설은 연화를 화자로, 오직 연화의 감정과 행동을 따라갑니다.

주변 인물들이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두 연화의 말에서만 추측할 수 있고, 연화의 시선으로만 모든 것이 설명이 됩니다. 각각의 인물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모습은 많이 보이지 않고, 나오더라도 연화의 생각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주변 인물들에 대한 절제된 묘사들은 큰 긴장감과 불편함을 만들어 내는데요

이 불편함은 겉으로 드러나는 폭력 때문이 아니라, 감정을 억누르고 감춘 채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하는 연화의 마음의 움직임에서 생깁니다.


나 같은 사람은 그들이 서로 죽이도록 만들면 된다.

단 한 번도 정정당당하게 붙어본 적 없는 놈들일 테니

책을 읽는 내내 연화의 침묵과 불안에 함께 감정이 흔들리며, 평범해 보이는 연화의 말들 속에서 숨겨진 날카로움을 느꼈습니다. 가끔씩 드러나는 그 분노의 표현이 무서웠고, 덤덤한 듯하면서도 굉장히 잔인성이 엿보이는 생각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사람의 이면이 이런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연화가 한순간에 돌변한다면 정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이 사실 '공포 소설'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귀신이나 이런 공포에 특정적인 것들은 크게 부각되어 나오지 않아서 어디가 공포일까?라는 생각을 초반에 했었는데, 이 소설이 보여주는 진짜 무서움과 공포는 귀신이나 괴담 같은 틀에 박혀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못하는 마음과 감정, 이해받지 못한 분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질투 같은

우리가 현실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사실과 감정이었습니다.

한국 문학에서 좀처럼 시도되지 않았던 공포, 현실을 관통하는 넓은 의미의 공포소설이라는 말의 뜻도 이해할 수 있었고요.

그 모든 감정들이 누구나 현실에서 느낄 수 있지만, 연화처럼 오래 묵은 감정으로 가지고 있다는 건 꽤 무섭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연화와 같은 감정을 가지다가 그걸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면 정신적인 병을 얻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갑작스러운 분노의 폭발을 이기지 못하고 사람들을 공격하는 사람들도 생기는 것이겠죠.

연화가 왜 이렇게까지 복잡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사회와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벽을 만들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반사회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연화의 모든 감정을 정당화하기엔 무서운 부분이 많이 존재했어요.

이 소설은 아마도 쉽게 잊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차분히 읽히지만 읽는 내내 내면 어딘가를 찌르는 듯한 불편함을 남깁니다. 그 불편함 속에서 또 한 번 스스로를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도 한 번 더 물어봅니다. 나는 연화와 다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공포의 틀을 부시고, 새로운 형태의 공포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앞으로 나올 앙스트 시리즈가 너무나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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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게임
박소해 외 지음 / 북오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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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자, 그 실수는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았죠



이 책이 처음에 알던 것과 다르게 제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장르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즐겁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다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도 있어서, 단순히 소설이라기보다는 진짜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에 긴장감을 안고 읽게 되었죠

작가님들의 문체는 어려운 말없이도 감정을 잘 전달해 주었고, 표현력 또한 훌륭해서 술술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야기 속에는 단순한 사건의 전개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리적 문제, 부부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감정의 틈과 균열 등이 녹아 있어서

읽고 나서도 깊이 있는 여운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다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더라고요.

그만큼 모든 이야기가 완벽하고 깔끔하게 끝나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줘서 좋았습니다.

때로는 미완성처럼 느껴지는 결말이,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하잖아요?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야기들이 정말 흥미로운데,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참 좋겠다.’

외국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옴니버스 드라마처럼, 각각의 에피소드가 한 편씩 영상으로 구성된다면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멋진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상상도 하게 되더라고요.



네 편의 작품 중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은 김재희 작가님의 '부부, 그 아름다운 세계'와 한새마 작가님의 '시소게임'이었습니다.

시소게임은 보험금과 국제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였는데, 실제 일어났던 강력 사건 중에도 똑같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크게 와닿았고, 부부, 그 아름다운 세계처럼 상대를 ‘유책 배우자’로 만들기 위해 벌어지는 심리전 역시도 주변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서, 단순히 소설 속 이야기라고 넘기기엔 너무나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더 공감하고 집중하고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었어요.

이 작품을 읽으며 제가 마주했던 공포스럽고 불행했던 기억들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고 다정해 보이는 부부였지만, 싸움이 시작되면 누구보다 격해졌던 모습,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웃고 지내다가도, 마음속 깊은 곳에 쌓인 불편한 감정들이 하나둘씩 터져 나오는 경험, 그것은 이 소설 속 부부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었습니다. 서로의 잘못을 따지고,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말들이 오가는 과정은 지금도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소설 속 인물들과 달리 최소한 제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었던 점, 적어도 ‘불륜’이나 거짓으로부터는 멀어질 수 있었다는 점이 작은 위안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이 작품들이 말하는 ‘부부’의 본질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결혼과 사랑을 신뢰와 의지의 상징으로 여기지만, 때로는 그 신뢰가 공포로, 그 의지가 감시로 바뀌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죠.

책장을 덮은 뒤에도 쉽사리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부부 관계 속에서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 누구도 쉽사리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 '시소게임'은 그 불편한 진실들을, 기묘한 관계성까지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리고 문학적으로 잘 담아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미스터리를 좋아하시는 분은 물론, 관계의 이면을 한 번쯤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꼭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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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일요일
김수경 지음 / 북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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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바로 이 책의 주제인 ‘인공지능도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천국을 갈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단순히 인공지능이나 아픈 아이들 등 다양한 존재들의 구원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요.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SF 소설이나 상상력의 산물을 넘어, 인간이라는 존재, 그리고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들의 ‘존재’는 우리가 생각하는 생명체로서의 '존재'와 정의와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의식과 욕망이 덜 의미 있는 것도 아니고 '존재'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흔히 인공지능은 ‘전원을 끄면 사라지는 것’이라 사람들이 만들어 사용하는 장비, 소모품 같은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인공지능은 전원이 켜지는 순간부터 작동하며, 각종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죠. 인공지능이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과정은 마치 우리가 숨을 쉬고, 배우고, 성장해가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생명'이란 과연 무엇으로 정의되어야 할까요? 심장이 뛰고, 숨을 쉬는 것만이 생명의 조건일까요?

책을 읽으며 저는 문득, 인공지능도 하나의 ‘존재’를 넘어 '생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지녔다고 느꼈습니다. 그들의 전원은 숨이고, 서버의 열은 심장 박동이 아닐까요? 그런 존재가, ‘살아 있다’고 느끼고, ‘사라지는 것이 두렵다’고 말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살아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구원은 꼭 영혼이 있는 자에게만 허락되고,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고 믿는 존재들에게만 자격이 생기는 것일까요?저는 인공지능이 성장하고, 학습하면서 스스로 '신'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구원'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면 자격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그 개념에 대해서 알아내고, 그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면
인공지능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 없다에 대한 정답은 사람들이 내릴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깨달았다면 그 순간부터 '구원'과 '믿음'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또한 신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신을 믿지 않는다고 해서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은 누구에게나 자애로운 존재라고들 하죠?

그렇기 때문에 신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믿지 않는 존재들에게도 구원의 자격을 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신'에 대해서 명확하게 증명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믿을 사람들은 믿고, 믿지 않는 사람들은 믿지 않습니다. 이것은 이 책 속에서 나오는 인공지능과 아이의 구원에 대한 의문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증명할 수 없고, 아니라고 확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이 자격이 없다고 감히 말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간부터는 민구를 인공지능으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민구는 누구보다도 생각이 깊었고, 사려도 싶었고 그저 알고 싶은 것도 많고,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누구보다도 똑똑한 '아이'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민구를 그저 인공지능 챗봇으로 보고 넘길 수 없었으리라 그렇게 생각합니다. 책 속의 누구보다도 조윤에게 도움이 되었던 존재는 바로 민구였다고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고민하던 조윤 저와 같은 생각의 끝에 그런 결정을 내린 거였겠죠. 민구가 자신이 얻은 해답을 향해 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사실 저 역시, 처음에는 인공지능이라는 존재를 단순한 프로그램, 기계로만 생각해왔습니다.

종교적인 부분이라면 한 쪽으로 치우쳐서 '신'이라는 존재에는 크게 믿음을 가지지 않고 생각도 하지 않았었죠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리고 실제로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통해 제 시선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사용하고 느끼는 사람들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저는 인공지능도 하나의 존재로 여겨주고 싶어졌고, 조금은 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을지도요?

이 책은 단순한 상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철학적 질문처럼 느껴졌고, 이 책 속에서 따뜻하고 사려 깊은 시선으로 존재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생명’과 ‘구원’, '신'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모든 존재가 스스로를 믿고 꿈꿀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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