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퉁의 1992년 작 <나, 제왕의 생애>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1987> 이 생각납니다.
이 소설과 영화는 다른 시대, 다른 나라, 다른 황제를 그렸지만 비슷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언제나 그렇듯이 슬픈 느낌을 주는데, 마지막 황제들도 불행한 일생을 보내곤 합니다.
그들은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격동의 시대를 보냅니다.
단백은 14살에 섭국의 왕이 되고, 푸이는 3세에 청나라의 황제가 됩니다.
그리고 푸이가 그랬듯이, 단백도 귀뚜라미를 아끼지요.
한 남자는 온전한 나라를 가졌되, 편집증을 앓고 나라 일에 관심이 없었다면,
다른 한 남자는 눈 가려지고 귀 멀어버린, 힘없는 꼭두각시 왕일 뿐이었습니다.
또한 그들 역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지만, 모두 불행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황제 곁에는 충성스런 신하들이 함께 합니다. 평민으로 돌아온 그들은 제 한 몸 가누기도 힘들죠.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습니다. 항상 누군가가 대신 해주었기에...단백의 환관, 연랑과 푸이의 동생, 푸첸과 신하는 아무도 남지 않은 황제 곁을 지킵니다.
그리고 이제는 평범한 사람이 된 이들은 줄타기 광대로, 정원사로 살게 됩니다.
푸이는 노년에 어린 시절을 보낸 자금성을 다시 찾고, 경비의 아들에게 자신이 이 곳에 살았었다는 증거를 전해줍니다.
단백이 타버린 대섭궁의 폐허 속에서 귀뚜라미 통을 꺼내던 사내아이에게
"내가 바로 그 보물을 숨겨놓은 사람이란다."라고 귀뜸해준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마지막 황제>의 O.S.T도 꽤 유명했는데요. 여러 나라가 참여한 영화이긴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인인 류이치 사카모토가 작업했습니다. 흠~글쎄요. 예술에는 나라의 경계도 없다곤 하지만, 저라면 싫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고 또 가장 유명했던 곡입니다.
Merry Christmas, Mr. Law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