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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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는 다른 책을 빌리려고 도서관에 갔는데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구경하다가 '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집어든 책이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생각하면 언제나 이 장면이 머릿 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다. 

 

티타가 페드로에게 선물받은 장미 꽃다발로 만든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    

그녀의 피로 붉게 물든 장미 꽃잎이 들어간 요리를 먹은 사람들은 이상한 반응을 나타내고...

이 요리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맺어지고 있다. 

   
  이 요리를 먹은 헤르트루디스가 오늘 집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나면 언제나처럼 처음으로 돌아온다.   

   
  양파를 아주 곱게 다진다. 양파를 다지면서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다면 자그마한 양파 조각을 머리 위에 얹는다. 양파를 다질 때 눈물이 나오면 우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게 그러니까, 한번 눈물이 나왔다 하면 양파를 다지는 동안 내내 울음을 멈출 수 없다는 게 영 안 좋다. 여러분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만날 그랬다. 수도 없이 울었다. 엄마는 내가 양파에 민감한 건 티타 이모할머니를 닮은 거라고 했다.  
   

막내딸, 티타는 집안의 전통에 따라 결혼을 하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 

그러나 페드로와 티타는 크리스마스의 첫 만남으로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되는데...

   
 

 티타는 두 눈을 감을 때마다 일 년 전 크리스마스 날 저녁의 광경이 생생하게 떠올라 가슴이 더 아프게 시려왔다. 그날 밤 페드로와 그의 가족은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 처음으로 티타네 집에 왔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티타는 모두 생생하게 기억했다. 웅성거리는 소리, 음식 냄새, 새로 왁스를 칠한 마룻바닥 위를 사각거리며 스치던 자신의 새 드레스, 어깨 위로 느껴지던 페드로의 눈빛......그 눈빛! 살갗을 파고드는 듯한 뜨겁고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을 때 티타는 달걀노른자로 만든 젤리를 쟁반에 담아 식탁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페드로와 눈길이 마주쳤다. 그 순간 티타는 팔팔 끓는 기름에 도넛 반죽을 집어넣었을 때의 느낌이 이런 거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얼굴과 배, 심장, 젖가슴, 온몸이 도넛처럼 기포가 몽글몽글 맺힐듯이 후끈 달아올랐다. 티타는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페드로의 눈길을 더는 견딜 수 없었다. -24p-

 

페드로는 단둘이 있을 수 있는 기회에 티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티타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지만 페드로는 이렇게 말한다. 

   
  아니요. 그럴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당신의 대답이 절실해요. 사랑은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느낌으로 오는거지요. 나는 말이 없는 편이지만 내가 한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입니다.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하겠다고 맹세합니다. 당신은, 당신도 나를 사랑하나요?
 

오~이런!! 낭만의, 낭만에 의한, 낭만을 위한 말 같다~ 

그러자 티타가 대답한다. 

   
 

"네! "

 네! 네! 수천 번도 더 넘게 '네'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티타는 그날 밤 이후 페드로를 영원히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마마 엘레나가 곁에 있는 한, 결혼할 수 없는 티타! 
페드로는 티타의 언니, 로사우라에게 청혼을 하고 둘은 결혼을 한다.
티타가 자신의 언니, 로사우라와 결혼하는 페드로에게 축하인사를 하자, 페드로는 그녀를 꽉 껴안으면서 단 한 번 밖에 없는 그 기회를 이용하여 티타의 귀에 속삭인다.   
   
  반드시 행복할 거라 확신합니다. 이 결혼을 통해 내가 그토록 바라던 걸 비로소 이룰 수 있었으니까요.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당신 곁에 있는 것 말입니다......  
   
 모든 사람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티타 또한 친한이를 떠나보내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또 다른 약속을 하고... 그리고 항상 그러하듯이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페드로와의 만남에 걸림돌이었던 마마 엘레나는 티타의 음식을 믿지 못해 토근시럽을 몰래 복용하면서 격렬한 경련과 발작을 동반한 극심한 통증과 함께 세상을 떠나게 된다.  
로사우라는 급성 위경련이라는데 정말 이상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들은 멀고 먼 길을 돌아왔지만 결국에는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긴 기다림이 아쉬울 정도로 짧은 자유를 누렸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는 법이다. 
Omnia vincit am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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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13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쌉싸름한 초콜릿맛은 어떨지 궁금한데 리뷰를 보니 알것도 같아요.^^

자하(紫霞) 2011-08-14 21:48   좋아요 0 | URL
<백년동안의 고독>도 이 소설이랑 비슷하게
좀 몽환적인데가 있는 것 같아요.
중남미소설은 이런가?하는 생각이...

블루데이지 2011-08-14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식의 의미를 마구마구 이야기는 책이죠?
갑자기 이책에 나오는 스프...소꼬리 스프가 먹고 싶어져요~~ㅋㅋ
페드로를 생각하면 별로 유쾌하지는 않구요..ㅋㅋ

자하(紫霞) 2011-08-14 21:49   좋아요 0 | URL
저도 참 페드로 맘에 안 들더라구요.
용감은 어렸을 때 따먹고 버렸는지...거참...^^;
 
평생독서계획
클리프턴 패디먼.존 S. 메이저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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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다분히 미국인의 시각으로 쓰여진 책이고, 지극히 작가의 주관적, 개인적 시각으로 쓰여진 책이다. 

초반에는 지루함으로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책이 손에서 빠져나가기도 하지만, 오른쪽 책장이 얇아질수록 저자의 글에 익숙해지면서 재미가 새록새록 솟아난다.   

5부로 나누어진 133명의 작가에 대해서는 그의 생애와 사회상, 대표작 그리고 작품 세계에 대해서 주관적 감정을 가득 실어서 이야기한다. 참고로 좋은 말보다는 나쁜 말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기억 속에 '따분한, 짜증난, 별 볼일 없는...'등의 말이 남아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런데 남들이 "고전이야. 좋은 책이지. 무조건 읽어야 해!" 라며 섣불리 비평하지 못하는 책에 누군가 나서서 신랄하게 이런 말을 해준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너무 재미있다.

<월든>, <시민 불복종>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소로의 작품은 논평할 것이 별로 없다. 그는 자기 자신을 잘 설명하는 대가이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해두어야 한다. 그는 위험한 인물이다. 그는 혁명가는 아니지만 아주 파괴적인 사람이다. 예수 못지않게 과격한 인물이다. -271p-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클리프턴 패디먼은 보수적이고 부유한 공화당 지지자였을거야.'   

  그리고 <죽은 혼>의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고골이라는 작가도 그리 매력적인 인물은 아니다. 그는 집안으로부터 유산을 별로 물려받지 못했고 불안정한 청년 시절을 보냈다. 법률 공부를 하다가 그만두었고 공무원, 배우, 교사 등의 직업을 전전했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짧은 생애가 끝날 때까지 여자 경험이 없는 숫총각으로 남았고 만년에는 종교적 열광에 사로잡혀 정신이 흐려졌다...  

-250p-

 
   

대놓고 매력적이지 않다니...고골은 꽤 좋아하는 작가인데 좀 섭섭하다. 

  읽었던 중 최고는 이것이다.  

우리 나라에는 번역도 되지 않은 책, <헨리 애덤스의 교육>의 헨리 애덤스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헨리 애덤스는 성격적으로 불행한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아내가 1885년에 자살하자 그는 더욱더 비관론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는 속물근성이 있었고, 지적으로 허세가 심했으며, 천박할 정도로 인종차별주의자였으며, 자기비하는 때때로 가식적인 것이었다.-311p-  
   

'속물, 허세, 천박, 인종차별, 자기비하, 가식'이라니...세상에 나쁜 말은 다 써놓은 것 같다. 

  창작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하면서 작가들의 평균 수명이 일반인에 비해 짧다고 했던 것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데, 책을 읽어보면 정말 성한 작가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명한 작가가 2명-존 밀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우울증, 노이로제에 걸린 작가가 아마도 3명-조나단 스위프트, 프란츠 카프카, 가와바타 야스나리 

정신 이상, 정신병, 광기에 시달린 작가는 너무 많아서 기억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간혹, 도움이 되는 글도 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을 때 염두해두면 좋을 것 같다. 

   
 

 1. 1940년 6월 16일 낮과 밤 동안에, 다수의 더블린 사람들이 한 생각과 행동을 가능한 한 많이 기억하라. 

2.그 중에서도 다음 두 명의 언행을 완벽하게 숙지하라. 이제 현대 지식인의 전형이 된 스티븐 디덜러스와, 디덜러스의 정신적 아버지이며 보통 사람인 레오폴드 블룸. 

3. .....-365p-

 
   

 대부분이 서양의 작품들이고 중국과 일본, 인도, 중동의 책, 작가들이 실려있다. 

133명이 끝이 아니다. 그 뒤에는 더 읽어야 할 작가들로 100명의 작가들이 짧게 소개되어 있다. 

비교적 현대에 가까운 작가들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니코스 카잔차키스,  <대지>의 펄벅, <침묵의 봄> 레이첼 칼슨, <일반 상대성 이론>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이 여기에 수록되어 있다.  

우리나라 작가는 아쉽게도 한 명도 없다. 심지어 100명의 작가에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작가도 있는데...

*책을 읽다가 발견한 사실- 

마쓰오 바쇼에 대한 글 중에 이런 글이 있다. 

그는 먼저 도쿄(당시에는 에도)에서 북쪽으로 갔고 이어 험준한 산맥을 넘어 서쪽으로 가서 일본해에 이르렀다. 이어 다시 산을 넘어 남서쪽으로 가서 오가키(현대의 나고야 근처)에 이르러 여행을 마쳤다. -182p7줄- 

그러니까 북쪽으로 갔다가 서쪽으로 가면... 동해인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출판된 책이니까 동해라고 해야 하지 않나? 

소설 속에 재현되는 세계 주로 다음 세 가지이다.-387p3줄- 

과학자가 일반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사물과 세계에 대하여 보다 정교하 기술적인....-421p5줄- 

이 그룹에는 버지니아 울프, 아서 웨일리, E.M.포스터, 존 메이너드 케인스, 기타 저명한 작가 지식인들이 참가했다.-463p8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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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8-08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아무리 봐도 조금은 읽기가 힘든 책일 것 같아요. ^^ 저도 고골과 소로를 무척이나 좋아하거든요. 고골의 '광인일기'가 루쉰 선생의 '광인일기'에 영향을 준 것도 있고 해서 그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다만 말년에 정신분열증과 같은 현상으로 죽은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말이에요. 러시아의 SF 문학의 지평을 연 사람이 고골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ㅋ

작가를 볼 때 결국 독자는 그를 통해 어떤 시야를 열 것인가 그것이 전 고전을 읽는 이유가 되는 것 같아요. ^^ 고전을 둘러싸고 그 작가들에 대해 무비판적인 칭송이 있는가 하면 그 작가들에 대한 단점만을 적은 서적도 있고 말이죠. 그 속에서 균형을 잡고 읽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지 않을까 싶어요.ㅋ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퇴근하기 전에 잠깐 들렸어요. 헤헤

자하(紫霞) 2011-08-08 16:26   좋아요 0 | URL
고골이 러시아 SF문학의 지평을 열었다...흠~그럴 수도 있겠군요^^
맞아요! 균형을 잡고 읽어야죠...

루쉰P님도 좋은 오후 보내세요~~

마녀고양이 2011-08-08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나 이 책 사놓은지 정말 오래됐는데, 아직도 손도 못 댔거든요,
그런데 베리님의 리뷰를 보니, 진짜 읽고 싶어졌어요... 아하하.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이니, '동해'라고 해야한다는 것에 절대 동감입니다!

자하(紫霞) 2011-08-08 16:29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 저는 책을 좀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책 읽으면서 정신이상에 걸린 작가를 세고 있는게...좀...ㅡ.,ㅡ
 
파괴된 사나이 - 새번역판 그리폰 북스 6
알프레드 베스터 지음, 김선형 옮김 / 시공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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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의 끝>을 제치고 제1회 휴고상을 받다니...말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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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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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동유럽 순회유람을 마치고 돌아온 언니들의 따끈따끈한 여행이야기이다. 

(돌아온 지 한참되었지만 방금인 것 같은 느낌)  

옆에 앉아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여주면서 여기는 이렇고, 저기는 저랬어 하며 주절주절대는 것 같은 느낌~

..........재밌다!  

(그렇지만 일본인인 척하는 건 그닥 좋지 않았어요. 왜 자랑스럽게 한국인이라고 못하나요? 장난이라고 하지 마세요~)

..........맛있다!! 

(왜 사람들은 여행을 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맥주를 마셔대고, 고기를 그렇게 뜯는걸까? 잠시동안의 일탈인가?) 

..........부럽다!!! 

(나도 울트라마린 색깔의 바다를 보고 싶단 말이다. 그리고 맨발로 몇 천년도 넘은 돌바닥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싶다다다다다......) 

...........언젠간 가고 말거야!!!! 

이제는 적기도 귀찮아서 사진으로 찍는구나! 

 

241p 

 

2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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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04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신한 리뷰에요~ ^^

자하(紫霞) 2011-08-05 05:40   좋아요 0 | URL
기대를 버리고 책을 읽으면 새로운 사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마녀고양이 2011-08-06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사놓고 못 읽고 있어요....
여행 못 가는게 샘나서 더욱 못 읽어요. 에휴에휴.

자하(紫霞) 2011-08-08 00:13   좋아요 0 | URL
중간중간에 참으로 가슴을 후벼파는 글들이 있습니다요~ㅋ
 
그을린 사랑 - Incendie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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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의 일생이 이럴 수 있을까요? 충격으로 한동안 멍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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