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2008.5 - 제9호
대한황토협회 엮음 / 대한황토협회(잡지)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월간 생활문화 잡지 "황토". 월간지 <황토>는 삶의 가치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기획의도에 부응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 먼저 <황토>를 왜 읽는지, 왜 읽으려 하는지에 대해서 따져물어야 할 것이다. 창간호부터 2008년 현재까지 <황토>는 일관되게 서술의 태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내가 <황토>를 좋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 문화와 우리 땅을 알 수 있는 배움의 장이 <황토>라는 사실, 그리고 생명 존중 사상이다. 나는 <황토>를 이러한 두 가지 접근으로 읽어왔다.

 

     <황토>는 모두 110쪽 남짓의 지면으로 엮인다. 사진이 많은 컬러판 월간지이다. 광고가 많은 여느 잡지보다 내용면에 충실하고 있는 구성이 신뢰도를 향상시킨다. 5월호는 이전의 월간지과 동일한 구성형태를 보인다. 포토에세이, 이달에 만난 사람, 테마기행, 기업 탐방, 역사산책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행을 좋아라 하는, 늘 떠남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나는 아니나다를까 역시나 포토 에세이, 테마 기행, 오시환의 세상 구경을 먼저 살펴 읽고는 나머지 내용을 마저 읽는 순으로 <황토>를 읽는다.

 

     내가 태어나고 살고 있는 곳을 나는 '남쪽 변방'이라고 입버릇처럼 부른다. 단 한 번도 나는 경남 지역을 변방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한데 두만강 유역이나 낙동강 유역이나 외침 많기로는 학을 뗄 만큼 진저리쳐지는 곳이다. 곳곳에 왜란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한데 그러한 역사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역사와는 무관하게, 늘 탐미적 이상주의자의 자세로 일상을 살고 있다는 오명을 버릴 수가 없다. 포토에세이에서 실사처럼 담아낸 "남강"이 그렇다. 그저 잠시잠깐 유흥으로 다니는 진주성이 치장 없는 사진과 사실적 글쓰기를 통해서 달리 보였다. 의암에서 왜장을 껴안고 푸른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를 생각지 않는 것이 아니다. 진주성 한 가운데 세워둔 황소처럼 우람한, 김시민 장군의 동상을 보며 당시 치열했던 왜란을 생각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내 것으로, 우리 역사로 끌어안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는다. 만약 지금이라면, 과연 나는... 

 

     그리고 오시환의 세상구경, 원주 거돈사지를 찾아서는 역사책 어느 모퉁에서 곁눈으로 스쳤을 내용들을 현장감 있게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흙에서, 우리 땅 황토 위에서 일어난 역사를 보는 관점이 어떠하느냐에 따라서 삶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을까. 물론 의식주 생활을 해결하는 데 굳이 역사야 필요하겠나, 힘의 논리를 붙좇아 처세를 행하면 만사 땡이라는 것도 일리 없지 않다. 한데 원주 거돈사지, 터만 남은 절을 사진으로 보면서 세상은 결국 돌덩이만 남는구나, 돌덩이는 오래오래 남는구나 하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월간지 <황토>를 읽노라면 산림욕을 하는 듯 상쾌하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땅 위에 선 나, 우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이곳, 비록 정신없이 돌아가는 챗바퀴에 가끔 소리 내어 엉뚱한 화풀이를 엉뚱한 자리에 하고는 하지만, '나'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살아가고,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찰할 수 있는 자리가 월간지 <황토>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이 편안할 때 세상은 평화롭다. 비 오는 날 월간지 <황토>를 펼치면, 신발 밑바닥은 질척한 황토가 덩이째 들러붙어 걸음마다 자국을 남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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