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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과 함께 읽는 현대시
김권섭 지음 / 산소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총 357쪽)
제목에서 이 책의 성격을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을 위한 책이다. 현대시 전반을 개괄적으로 만나는 이점이 있다. 단순히 문학을 향유하고자 하는 분들께는 다소 부족한, 그러나 수험생과 시를 생경하게 느끼며 주저하는 분들께는 친절한 학습서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만나는 시 해설집... 한 편 짧은 시에 비해서 엄청나게 많은 해설이 붙은 글이 다반사다. 복잡하다. 태생불분명한 문체와 외래어, 서양인의 이름으로 도배를 한 해설 한 편을 읽고 나면 눈앞이 핑그르르 돈다. 어떤 경우는 해설을 읽는 데에 종일 걸릴 때도 있다. 시를 우리의 일상에서 완전히 들어내는 특효약이다. 시는 어렵다. 아니다. 시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시를 풀어내는 그들의 글말이 난해할 뿐이다.
<국어 선생님과 함께 읽는 현대시>(이하 <현대시>)는 쉽게 해설하고 있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각 시의 길이를 넘지 않는 해설을 하고자 애썼다는 글쓴이의 말이 제대로 이행된 책이다. 글쓴이는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어떠한 글이든 해설을 첨언하면 결국 상상력은 축소되게 마련인 듯하다. 특히나 시(詩)다. 다원적인, 다각적인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한 시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시 해설집도 완전할 수 없다. 그래서 모든 시는 사람과 닮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도 보이고, 저렇게도 보이는 사람. 사람은 놓인 상황마다 다르게 반응(행동)하고 때로는 긍정적으로 변모하기도, 악랄해지기도, 비열해지기도 한다. 시를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해석도 다른 것은 마치 한 사람을 지켜보는 것과도 유사하다는 느낌이다.
가끔 서점에, 정말 가물에 콩나듯 가끔 서점에 들러서 학습서를 본다. 현대시 부분만 따로 구성된 책을 펼치면 알록달록 밑줄이 참 많이 그어져 있다. 색색이 그어진 밑줄 아래에는 깨알 글씨로 해석이 달려 있고, 반대편 책장에는 조밀한 인쇄체로 엄청나게 만은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그러한 해설집, 학습지를 살피면 시 한 편의 여백이 참으로 고맙다. 학생들이 숨쉴 공간을 주고 있지 않나... 그 여백에 시와는 무관한 낙서도 하고, 만화 캐릭터를 그리기도 하면서 시험의 압박감에서 자생적 치유를 도모하지는 않을까... 시는 그 자체로도 고맙지만, 이러한 멋들어진 기능도 해낸다. 우리 시를 읽히기 위해서 실린 시가, 오히려 우리 시를 멀리하게 하는 결과를 낳는 현실태, 지금은 어떻게 변모했을까 제대로 가늠하지는 못하지만 서점에서 펼친 학습서를 보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듯싶다.
그런 면에서 <현대시>는 많은 여백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숨쉴 수 있는 공간이다. 부록에 실린 시 용어들만을 빼면 ^ ^ 각 시들과 해설은 참으로 산뜻하다. 경쾌하다. 읽기가 편하다. 수험서의 성격으로 시 이해를 돕는 측면에서 씌어졌을 책이다. 시와 친해지기 위해서 <현대시>를 읽는 것도 좋을 성싶다. 좀 아쉬운 점이있다면, 각 시편을 쓴 시인들 소개가 부족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 그리고 기존에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른 시인 소개가 몇몇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