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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평점 :
2005년 12월 22일 읽고 쓰다
"앨리스도 아직 상대방 성격의 지형도를 그릴 만큼 다양한 분위기나 시간대를 걸쳐 고루 에릭을 경험하지 않았다. 그녀가 받은 인상은 실망한 기억들을 다시 끄집어내지 않고 욕망을 간직할 정도는 되는, 막연한 것이었다."
-83p
"꼭 필요하지 않는 물건을 사는 행위에 무의식적으로 깔린 목적은 단순히 그것을 가지는 게 아니라, 그것을 소유함으로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것이다"
-292p
"그러나 가진 돈을 다 쏟아 부어서라도 그녀가 갖고 싶은 것은, 아무도 팔 수 없는 것, 바로 그녀가 아닌 다른 존재였다. 이것은 끔찍한 딜레마였다. 어떻게 옷 가게에 가서 이런저런 사이즈가 아닌 다른 자아를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혹은 어떻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여행사에 가서 "나 자신과 멀어지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고 말한단 말인가?
-293p
"관계란 스스로 균형을 잡고자 하는 원초적이고 잔혹한 욕망이라고 말할 수 있다."
-381p
"고통은 성숙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함께할 수 있는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한동안 합치되었던 것은, 넓고 갈림길이 많은 길에서 일어난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다."
-385p
신가하지 않은가? 고작 400여페이지의 책.
3~4시간이면 읽을 글속에서도 사람에 따라 감명받는 구절과 느낌이 달라진다. 나는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무언가가 참으로 궁금하다.
보라와 시내, 남훈이를 만나러 학교에 간 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참으로 편안해 좋아하는 서점에 갔다가
정말로 아주 오랜만에 직접 책을 샀다.
알랭 드 보통의 책. 그리고 공경희의 번역.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 가]의 강렬한 느낌에는 미치지 못했고 여주인공이 내 타입이 아니라 약간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읽는 내낸 비밀찾기 놀이를 하는 듯이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편집은 명조체에 간간이 끼어있는 굵은 고딕체의 글씨가
명조체보다 작아서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 -아는 만큼 보여서 뭔가 평가를 하게되긴 하지만 계속 읽는 내내 거슬려서 아는게 병이다..라는 것을 실감-
원제는 "The Romantic Movement"
사랑인 줄 알았다가 사랑이 아님을 알게 되고 다른 사랑을 찾아간다는 이야기.
정말 내 짝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나의 모자란 부분을 감추고 상대에게 맞추려고 많은 노력을 했는데 알고보니 그 역시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고 그걸 알게 된 순간 사랑이 허무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알게된 것은 타인에 대한 사랑 역시 자기 만족의 일부라는 것. 그 자아도취적인 마음으로 인해 사랑을 시작하고 사랑을 경험하고 사랑을 끝낸 상황에서 자신의 그러한 것을 변화시켜줄 남자가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여자와 새로운 남자는 아마도 시작을.
"하지만 그녀가 그 남자를 선택한 것은, 그 남자로 인해 그녀 자신은 실제로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만족감을 얻었기 때문 아닌가?"
-401p-
착한 아이 컴플렉스 일지도.
사람들의 관계가 신기한 것은
그것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뭐든 간에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가 변하게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만남들 속에서 "자신"이 세상에 좀더 적응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사람들과 사랑을 할 수 있도록 변한다.
멋진 일아닌가!
본래의 나와
자라면서 온갖 트라우마를 겪어낸 내가
사람들과의 부딪힘을 통해서 보다 완전한(?) 인간으로
변화할 수 있다니.
그러다가 나의 불완전함의 근원을 건드릴 수 있는 누군가가 나타나면 사.랑을 하게되는 거겠지.
상대는 나의, 나는 상대의.
수많은 인연들 속에서 빛나는 보석찾기.
그래서 로맨틱한 움직임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