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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평점 :
2005년 11월 4일 읽고 쓰다
당대 사회의 당면 과제에 대한 문제 의식이 고전 독법의 전 과정에 관철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1p
차이에 주목하는 것은 부분을 확대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엄밀한 의미에서 대등한 비교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교나 차이는 원천적으로 비대칭적입니다.
28p
우리의 삶과 정서가 진정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한 우리의 삶과 생각은 지극히 관념적인 것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52p
여러분의 감수성을 사로잡고 있는 오늘날의 문화는 본질에 있어서 허구입니다.
53p
문학의 길에 뜻을 두는 사람을 두고 그의 문학적 재능에 주목하는 것은 지엽적인 것에 갇히는 것입니다. 반짝 빛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문학 본령에 들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 역사적 관점에 대한 투철한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 시대와 그 사회의 애환이 자기 정서 속에 깊숙이 침투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56~57p
문학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의 내면을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어떤 혼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사실의 조합에 의하여 비로소 진실이 창조되는 것이지요.
60~61p
시인은 마땅히 당대 감수성의 절정에 도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의 개인적 경험 세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5p
무엇보다도 불편함이야말로 우리의 정신을 깨어 있게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없는 것이지요. 살아간다는 것이 불편한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이 곧 상처받는 것이라는 성찰이 없는 것이지요.
72p
미래는 과거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미래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변화와 미래가 외부로부터 온다는 의식이 바로 식민지 의식의 전형입니다. 권력이 외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입니다.
77p
물질의 존재 형식인 시간이 실체로 등장하고, 그 실체는 현재와 상관없는 전혀 새로운 것이며, 그것도 미래로부터 다가온다는 사실은 참으로 엄청난 허구이다.
148p
타인의 부정이 오히여 자신의 부정을 합리화할 수 있는 계기
156p
다른 사람의 불행에 대하여 무심한 것은 그렇다 핟라도 오늘날의 일반적 정서는 가능하면 다른 사람과 닮는 것을 피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성에 가치를 두려고 하지요.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은 개인적 정서의 만족을 낙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들과의 공감이 얼마나 한 개인을 행복하게 하는가에 대해서는 무지합니다.
219p
다시 볼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피차 배려하지 않습니다.
239p
그릇으로 바닷물을 뜨면 그것은 이미 바다가 아닙니다.
269p
언어는 존재가 거주할 진정한 집이 못 되는 것이지요.
2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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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구절이 조용히 가슴에 스민다.
내공이 느껴지는 글이란 이런 글을 의미하는 걸게다. 전혀 어려움 없이, 거스름도 없이 신영복 선생님의 글이 조용히 가슴에 파문을 만들고 조용히 내려앉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파문이 소용돌이치면서 내 정신과 뭔가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다만 조용히, 내려앉은 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간 내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과 충돌없이 받아들여졌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것들과 신영복 선생님의 글에서 배운 것을 융화시켜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겠지. 아니라고 여기는 것은 여전히 아닌 채로, 그리고 선생님의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받아들인 채로.
인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감화에 대해 생각했다.
연꽃 같은 분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