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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임스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2005년 8월 23일 읽고 쓰다
책이 세상에 나왔다가는 곧 날개 찢긴 새처럼 퍼덕거리다가 죽는것을 지켜보는 일이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55p
"어떤 책이 가치가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 책의 장점을 발견해서 책을 구입하고 또 나중에 가서는 '이 작가가 다음 번에는 무슨 책을 낼지 궁금한데'라고 말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게 바로 글쓰기이고 출판이예요."
65p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또 그것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상기시켜 주는 작가의 역할이란 시대의 변화에 관계없이 소중한 것이다.
100p
어떤 때는 글쓰는 일이 마치 무슨 지고한 영감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사람 웃기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했다. 정말 글쓰기란 고된 노동인 것이다.
142p
(이상 [작가]편)
분명 천한 일부터 시작할 테지만 그러는 가운데서도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을 눈여겨봐 두세요. 스스로 배워야 해요. 그리고 책이 말하는 걸 들으세요. 또한 개성과 지성의 힘으로 당신이 매우 똑똑하고 능력있는 사람이며, 책을 사랑하는 사람임을 높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세요.
169p
무슨 부서에서 근무하지요?
지금은 뜨내기예요. 어떻게 좋은 책을 골라 팔릴 만한 책으로 만드는지, 그 비결을 배우고 있는 중이죠.
172p
'문장은 문법적 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물론 대구(對句)도 유지해야 합니다. 한번 시제가 설정되면 그것이 끝날 때까지 지켜져야 해요. 대명사는 미숙한 독자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분명한 선행사를 가져애 합니다.' 각 문장들이 각기 적절한 위치에 놓여져 있고, 또 문장 안의 단어들도 올바른 쓰임으로 사용될 때 문장의 단락들이 잘 구성되는 것이며 그것이 곧 아름다움의 창조라고 그녀는 주장했다. '그것이 인간 사고의 기본 단위에요. 작가의 고양된 사상이나 인간관계의 힘있는 묘사들이 흠뻑 담겨 있는 기본 형태죠.'
182-183p
글쓰기는 근본적으로 두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혼에서 발산되어 나오는 지적인 과정이었다. 그리고 글쓰기의 목표는 작가의 영혼이 독자의 영혼과 한데 교감하는 데 있었고, 그 예술적 성취도는 독자의 영혼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상징들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가 하는 능력에 있었다. 그 정도로 숭고한 야망도 없으면 그의 경멸 거리도 되지 못했던 것이다.
184-185p
'영화와 책 둘 다 중요합니다. 예, 중요하지요. 그렇지만 위대한 창작의 비밀을 파헤치려면 음악과 그림에도 관심을 쏟아야 할 겁니다.'
'인생이 길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 많은 걸....'
'인간 노력의 최고 진수를 탐구하는 것. 그것 말고 삶의 진정한 의미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187p
원고나 그 원고를 쓴 작가와 사랑에 빠지면 안된다는 거예요. 항상 팔 하나의 거리를 유지해야 해요. 그들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결국 당신의 성공은 당신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얼마만큼 올바르게 그들을 판단하느냐 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어요.
192p
훌륭한 편집자가 가져야 할 3가지 자질.
첫째,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하는 멋진 소설을 찾아내는 능력
둘째, 시류에 적합한 주제들을 찾아내고 또 그것을 논픽션 책으로 엮어 낼 적절한 작가를 발굴하는 능력
셋째, 독자들이 15년이 지나도 읽고 싶어 하는 그런 책을 만들어 내는 능력.
217p (약간 정리)
(이상 [편집자]편)
글을 쓸 때 혈관을 통해 뜨거우 피가 흐른다는 강렬한 의식이 없으면, 그 글에 어떤 중요한 의미가 담길 수 없다는 것이지요. 글쓰기란 곧 신체의 모든 부분을 다 동원해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겁니다. 스트라이버트 교수님은 우리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죠. '주전자의 물이 끓을 때 그 속에 모든 재료를 다 집어넣어야 됩니다.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은 작가가 될 수 없습니다.'
264p
글로 써서 남기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285p
자네가 자네 대학에서 일급 영문학 교수가 되려면 미술, 음악, 건축 등 이 세상 모든 인간들의 위대한 심미적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고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하네.
295p
예술가는 항상 어느 정도는 사회에 대항해야 하네. 이미 관습화되어 버린 지식에 대항해서 말일세. 낯선 길을 찾고, 기성의 지혜를 논박하고, 또 새로운 양상들을 받아들이고 도전하여 재구성하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지. 천성적으로 예술가는 반(半)무법자라네.반 고흐는 우리의 색채 감각을 공격했고, 바그너는 음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뒤흔들어 놓았지. ...삶의 중심지대를 곧장 가로지른 사람들이라네.
296p
진정한 출판의 목적은 동등한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수행하기 위해서라네. 책상에 앉아 자ㅔ의 청중이 누구인지, 자네의 독자가 누구인지 한번 상상해 보게. 자넨 분명 훌륭한 학자가 될 테지만, 지식인으로서 자네의 임무란 바로 자네 세대의 최고의 정신들..과 교류하는 것일세.
...출판사는 위대흔 작품을 출판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쓰레기 같은 글들을 파는 것일세.
303p
나는 다른 작가의 작품은 비평할 수 있어도, 나의 것은 할 수 없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 급기야 내가 두려워 회피했단 의문 하나가 슬슬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과연 나는 나 자신의 삶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까?
436p
(이상 [비평가]편)
단어와 문장을 다듬는 것은 지난 세기의 일이라는 겁니다. 리얼리티를 붙드는 것이 오늘날의 의무라는 말이지요.
483p
'...장면을 올바로 만들기 위해 아주 열심히 일하더군요. 나도 내 글을 올바로 쓰기 위해 단순한 의무감 이상으로 일해 왔습니다....내가 만나는 많은 젊은이들이 아무 공부도 하지 않고, 가령 문법을 배우고 또는 사실을 파악하고, 심리학을 배우는 등 노력도 않고 그저 막연히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을 하지요..'
507p
기다리세요. 인생에서 좋은 일들은 아기를 낳는 것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야 해요. 90퍼센트는 기다리는 일이죠.
576p
(이상 [독자]편)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작가의 작품.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미들마치),헨리 제임스, 조셉 콘라드, 에리히 아우어바흐(미메시스)
이 책은 "소설"이라는 하나의 큰 주제에 관해
작가와 편집자, 비평가, 그리고 독자의 관점에 대해 서술한
소설이다.
거의 600여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었다.
단숨이라고 해도 거의 5~6시간?
4권째까지 전혀 팔리지 않는 책을 쓰다가 5번째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면서 유명해지는 작가와 그 작가를 계속 붙들고 격려하면서 가치를 인정해주는 편집자와 통속소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지속적으로 비판하면서 문학이 더욱 더 발전할 새로운 방법에 대해 모색하는 비평가. 그리고 그 소설을 읽어가며 점점 발전해가는 독자.
이 대표 인물 4명을 가지고 책 자체뿐만 아니라 책의 근저리에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나타낸 책이다.
읽으면서 편집자의 일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되었다.
미국의 사정과 한국의 사정이 같을 순 없겠지만, 책에 나오는 편집자는 일주일에 900편의 원고를 읽으면서 1편의 옥석을 발견해 내고, 작가를 발굴해 내고, 관계를 맺고 있는 작가를 격려하고, 경제적 위기에 빠진 출판사에서 향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그런다.
글쓰기라는 행위에 작가와 편집자도 비평가도 독자도, 그런 어떤 타이틀을 가진 개체들도 다 중요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글쓰기, 혹은 책"이라는 어떤 구심점을 가지고 다들 모여살고 있다는 것일까?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나를 표현하거나, 알리고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고 편집자는 이 무언가를 보다 잘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고(작가의 정신적 동반자가 되기도 하면서), 비평가를 이 무언가를 보고 칭찬하거나 비판하면서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나은 것을 접하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고, 마지막으로 독자는 작가가 쓴 무언가를 읽고 감동을 받거나 깨달음을 얻고 이것으로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작가에게 다시 힘을 준다.
이 순환구조가 바로 책의 힘이 아닐까?
비단 책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은 이런 구조를 거칠 것이고
그로인해서 사회와 문명이, 우리의 생각이 점점 발전하는 것이겠지.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나는 온 몸에 힘이 쭈--욱 빠지고
왠지 활자가 싫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