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
강인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강인선 기자의 글은 이라크전 관련 기사는 물론이요, 워싱턴 특파원 시절 특파원 칼럼부터 개인 블로그까지 오래전부터 즐겨 읽곤 했다. 따라서 이 책에는 이미 읽었던 글이 1/3 이상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재미있게 읽었다.

잘나가는(?) 전문 직업 여성으로서의 활약상도 흥미진진하고 기자다운 글솜씨도 그렇지만, 강인선 기자의 글에서 내가 가장 많이 도움을 받는 부분은 역시 책 소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몇 장만 읽어봐도 금새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상당히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인데, 이 책 내에 소개된 수많은 책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외교학과를 나온 정치부 기자답게 주로 정치, 경영, 자서전 등등의 분야에 약간 치우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해당 분야의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나로서는 전혀 관심도 없고 잘 모르던 좋은 책들을 많이 알게 되어 더욱 고마웠다고나 할까. (물론 꼭 딱딱한 책만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알랭 드 보통 붐이 일기 훨씬 전부터 강기자가 보통을 소개하며 재미있다고 마구 칭찬을 하는 바람에 덩달아 나도 몇 권 사서 읽은 기억도 난다.)

서너 장씩의 짧은 글 여러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로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하거나 짤막한 에피소드를 싣고 그로부터 얻은 교훈이나 느낀점을 적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how to 북처럼 나는 이렇게 해서 성공했으니 너희들도 이렇게 해봐라. 식이 아니라 나도 헤매다가 이런이런 일을 겪고는 앞으로는 이런 방향으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식이라서 좀 더 친근감이 간다고나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참 부러웠는데, 뭐니뭐니해도 기자라는 직업상 보통 사람들은 TV에서나 구경할 '성공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인터뷰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랄까. (학교 다닐 때 나는 왜 기자나 언론고시에 관심이라곤 1%도 없었는지 몰라.) 물론 기자들의 애환(?)이나 힘든 점도 구구절절히 나타나있으니 장래에 기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초반에 잠깐 등장하다 마는 힐러리와 콘디는 도대체 왜 제목에 떡하니 나와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보려는 출판사측의 전략?) 딱히 성공하고픈 여성들을 위한 책은 아니고, 두루두루 누구나 읽어봐도 괜찮을 만한 책.

* 다 좋은데...요즘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다른 글씨로 인쇄하는게 유행인가? 얼마전에 읽은 배려도 그렇더니, 이 책도 중요하다 싶은 문장은 빨간 글씨로 인쇄를 해놓았네. '이 부분은 새겨서 읽고, 밑줄 긋고, 달달 외워라'라는 출판사측의 친절함인 듯 싶지만 솔직히 필요없음. 무슨 수능용 참고서도 아니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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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의여유 2007-08-13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인선기자의 경우 이라크종군기사로 뜬 경우죠.^^ 개인적으로 가끔 읽는 편인데 알려진 사람들치고는 통찰력이 있는 분이더군요.알려진 사람들중에서 의외로 쭉정이들이 많죠.그러한 의미에서 좋은 글이었습니다.

Kitty 2007-08-14 04:09   좋아요 0 | URL
저도 강기자의 글 좋아해요 ^^
책도 많이 읽고 여러가지로 끊임없이 노력을 하는 사람이라서 개인적으로 배울점이 많아요 ^^

세실 2007-08-1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특히 유명한 사람과 인터뷰 했다는 자체가 부럽더라구요.
님과 저는 독서취향이 비슷해요~~

Kitty 2007-08-16 03:50   좋아요 0 | URL
맞아용! 세실님이랑 저는 취향이 진짜 비슷하다는!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소개해주세요~~ ^^
 
[샘플]설화수 옥용팩(튜브형) 30ml - 30ml
샘플
평점 :
단종


팩하다가 말고 생각나서 다다다 달려와 후기를 씁니다. ^^
팩이고 뭐고 평소에는 정말 귀찮아하는데 한국만 가면 엄마가 하도 팩 팩 노래를 불러서
하나씩 사옵니다....; 이번에는 설화수가 좋다고 해서 이걸 사왔어요 ^^

일단 굉장히 끈끈합니다. 꿀의 찐덕찐덕함을 한 10배쯤 강화한 정도라고 할까요.
따라서 당연히 머리에 묻으면 매우 곤란하므로 헤어밴드로 깔끔하게 머리 고정시키구요 ^^
손에다 적당량을 짜서 보통 팩 하듯이 눈, 입 주위를 제외하고 바르는데
끈끈하고 뻑뻑해서 얇게 잘 펴발라야 합니다.  
향은 설화수답게 한방틱한데 아주 순한 향은 아니고 조금 강합니다.

바르고 나서 30분쯤 지나면 꾸덕꾸덕해지고, 그러면 조심조심 끝부터 떼어내면 됩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저는 떼어내는데 어려움은 없었고 한 번에 잘 되더군요.
떼어낸 팩을 자세히 보니 정체불명의(?) 거뭇거뭇한게 조금씩 묻어있는 것이
뭔가 노폐물이 쏙 빠져나간 듯 해서 기분이 상쾌하더라구요.

떼어내고 가볍게 물로 정리를 해주는데 손바닥으로 얼굴이 굉장히 보들보들해진게 느껴집니다.
물론 하루 지나면 다시 원상태로 -_- 돌아가지만 꾸준히 써주면 효과가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게을러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간신히 하는데 그래도 쪼끔 탱탱해진 것 같고 좋더군요 ^^
부지런하신 분들은 더욱 효과 보실 듯 하네요 ^^

* 저는 덥썩 정품을 샀지만 시험삼아 한 번 써 본 다음 좋으면 사는 방법도 괜찮은 것 같아요. ^^
30m면 두세 번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요새 낱개포장으로 파는 팩도 천원은 하잖아요.
이 정도면 저렴한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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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마 하이라이트 - 350점의 뉴욕 현대미술관 컬렉션
뉴욕현대미술관.열화당 편집부 엮음, 권영진 옮김 / 열화당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꽤나 오랜만에 다시 뉴욕에 가게 되었다. 뉴욕이야 언제 가도 좋은 곳이지만 이번엔 특히 모마를 샅샅히 둘러볼 생각에 더욱 가슴이 설렌다. 모마가 재개관한지 거의 3년이 지났지만 어쩌다보니 이제야 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새건물에 발을 디딜 기회가 생겼다. 먹고살기 뭐 그렇게 바쁜지. 

 이 책은 그야말로 모마 하이라이트, 모마가 소장하고 있는 수많은 작품들 중 유명하거나 미술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작품 350점을 뽑아 소개한 책이다. 리뷰를 쓰려고 알라딘 소개를 보니 재개관을 맞아 몇 개국어로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그건 또 몰랐네. 어쨌든 한국어가 포함되었다니 기쁜 일이다. ^^

이 책은 예전에 우연히 아마존 검색하다가 발견하고 바로 지른 책이다. 중고라서 값도 쌌는데, 아마도 5불? 배송도 총알같이 와서 풀어보니 중고는 커녕 새 책이 와서 기쁜 마음에 방방 뛴 기억이 난다. 미술관 안내서를 여러 권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내 맘에 쏙 든다.

일단 두툼한 두께에 무게도 상당하다. 종이도 고급지에 인쇄의 색감도 뛰어나고. 미술 관련 책이라 당연하다 싶겠지만 역시 가격대 성능비가 무척 만족스럽다.

작품은 제작 연도별로 배열되어 있고, 한 페이지마다 윗부분에 작품 사진, 밑부분에 작품 및 작가, 그리고 관련된 유파 및 주의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실려져 있다. 꽤나 많은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피카소같은 몇몇 작가의 경우 여러 작품이 소개되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 작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을 짚고 넘어간다.

작품 설명은 아주 쉽고 간략하고도 핵심을 담고 있어서 한 페이지씩 쉽게 술술 넘어간다. 작품 한 번 보고 아 이게 이런 뜻이구나...당시 이런 일이 있었구나...미술 참고서 같기도 하고 미술사 연감 같기도 한 이 책을 흥미있게 읽다보면 모마에 더욱더욱 가고싶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설명 정도가 딱 좋았는데, 독자의 관련 지식에 따라 좀 쉽게도, 어렵게도 느껴질 수는 있겠다. 

회화는 물론 조각, 사진, 건축, 영화, 설치미술까지 - 고등학교때 미술책에서 보던 인상파부터 21세기에 제작된 따끈따끈한 작품까지 - 근현대 미술을 이렇게 종합적으로 흝고 지나갈만큼 방대한 모마의 컬렉션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됨은 물론이다.

처음에는 그냥 책장을 훌훌 넘기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작품이나 작가, 혹은 특별하게 눈길을 끄는 작품부터 한 페이지씩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그 다음 다시 차근차근 꼼꼼히 살펴보면서 잘 몰랐던 작품을 발견해내고 직접 가면 이 작품은 꼭 봐야지하며 메모를 해보는 것도 즐겁고. 물론 다녀와서는 직접 눈으로 본 기억을 다시 한 번 되살리며 책장을 넘기면 다시금 새로운 느낌이 들겠지.

모마가 재개관하면서 20불로 입장료도 올렸던데 -_- 그렇다면 들어가서 본전(?)은 뽑아야 하지 않겠어? 하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혹은 모마가 별거냐, 언젠간 꼭 가주겠어 하며 의지를 불태우는 분들에게, 모마 관람의 예습, 복습은 이만한 책이 없는 듯.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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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8-0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모마의 겉모습은 참 볼품없어요. 그게 특징인 것일까요?

Kitty 2007-08-06 13:10   좋아요 0 | URL
그래서 말이 많더라구요. 재건축할 때 일본 건축가에게 맡겼는데 그 건축가가 일본 내에서만 유명하고 외국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가뜩이나 뽑힐 때부터 말이 많았는데 완성작이 저 모양;;;이라서 욕 많이 먹었다고;;;; 본인은 주변과 잘 조화되는 건축물을 지향했다나 뭐라나 -_-;;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배려 - 마음을 움직이는 힘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1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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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때 알라딘 대문에 줄기차게 올라와있었던 탓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책이다. 배려라는 지극히 평범한 제목에 한국형 우화는 또 뭔가; 호기심이 일었다. 그래서 뒷북이나마 구해서 읽어보았다.

참, 읽고나니 과연 베스트셀러는 이유가 있다. 우화라는 말에 이솝 우화처럼 단편 모음인가 생각했더니 보기좋게 예상이 빗나갔다. 전체가 모두 하나의 이야기. 주는 메시지도 지극히 단순하다. 제목 그대로 '배려'를 하자. 등장 인물들도 모두 평면적. 얘는 착한애고, 쟤는 나쁜애야. 처음엔 나쁜 사람이었다가 결말에서 좋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주인공까지.

그럼 이 책의 장점은 무엇이냐. 개인적으로는 뛰어난 가독성에 있는 듯하다. 큼직큼직한 글자, 시원시원한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잡으면 단번에 읽게 만들어버리는 내용. 솔직히 어떤 책인지 들여나보자하고 잠자리에서 잡았는데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벌써 시계는 새벽 3시 반을 가리키고 있는 거였다. 특별한 내용도 아니고 뭔가 뜨거운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닌데 술술 책장은 잘도 넘어간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책 좀 빨리 읽는 사람들은 서점에 서서 단번에 읽어버릴 정도라고나 할까. 

등장 인물의 이름을 모두 그 사람의 특징을 잘 잡은 별명으로 붙인것도 아주 재미있었다. 직장생활 해본 사람이면 '아 저런 사람 있지. 있어!"하고 동감하게 만드는 등장 인물들. 외국물이라는 캐릭터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쩜 그렇게 내가 아는 누굴 생각나게 하는지 읽으면서 계속 피식거리는 웃음이 나왔다. 

다른 리뷰에서도 나온 얘기지만 중간중간에 '이 부분은 밑줄 쫙 쳐놓고 감동해야 할 부분이야'하고 부러 다른 색으로까지 표시해놓은 것은 솔직히 '오버'스럽다. 그 부분만은 출판사의 지나친 '배려'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듯. 그 외에는 가볍게 읽을만한 책으로 나무랄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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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피버 피치 - 나는 왜 축구와 사랑에 빠졌는가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피버 피치는 개인적으로 가장 리뷰쓰기 어려운 책 중 하나다. 그래서 예전부터 몇 번이나 쓰려고 하다가 접곤 했었지만 오늘은 무슨 바람(?)이 들어서 과감히 리뷰쓰기를 눌렀다.

닉 혼비와 아스날. 그리고 나와 내가 서포트하는 축구 클럽.
겉보기와는 다르게 -_- '열렬한 축구팬' 입장에서 닉 혼비의 자전적인 소설인 이 책은 그의 수많은 책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그야말로 눈물없이(?)는 읽을 수 없는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만 나는 닉 혼비보다는 훨씬 경증인게 다행이랄까.) 물론 축구에 그다지 관심 없는 사람들도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축구에 대입해가면서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역시 그와 같은 대상에 열광하는 나는 한 단락 한 단락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한 클럽을 서포트한다는 것. 그건 꼭 그 클럽이 좋은 성적을 올려서도, 잘생긴 선수를 데리고 있어서도, 멋진 축구를 구사해서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운명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형제가 남동생뿐이고 남다르게 사이가 좋았던 관계로 어렸을 때부터 무엇을 해도 항상 같이 하곤 했는데, 둘의 공통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스포츠 관전이었다. 올림픽도, 월드컵도, 프로야구도 항상 둘이 함께 열광했지만 같은 시간에 같은 TV 화면으로 같이 중계를 보고 있어도 동생과 나는 항상 응원하는 팀이 달랐다. 지금까지도 역시 서로 다른 팀을 열렬하게 서포트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일단 한 클럽에 마음을 주고 나면 이게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어서 아무리 대패를 하고, 유럽대항전 예선에서 탈락을 하고, 선수들끼리 패싸움을 벌여 꼴도 보기 싫어져도 다시 며칠 뒤면 슬금슬금 스포츠 신문을 뒤적이게 되는 것이다. 닉 혼비는 런던에 사니 직접 경기장에 가서 보면 되지만 football이 전혀 다른 스포츠를 의미하는 이상한(?) 나라에 사는 나는 인터넷 화면으로 버퍼와 싸우며 두근두근 쪼그리고 앉아 경기를 본다. 골이 들어가면 만세를 부르고 골을 먹으면 욕(?)을 함은 물론 우승을 하면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안타깝게 패하여 고개를 푹 숙인 선수들을 보면 하루종일 우울하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내 맘에 쏙 와닿는 구절은 이 부분이다.

팬이 된다는 것에 대해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 한 가지는 이것이다. 겉보기와는 반대로 팬이 된다는 것은 대리 만족이 아니며, 구경을 하느니 직접 축구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축구를 보는 것은 결코 수동적인 활동이 아니며, 실제로 뛰는 것과 마찬가지다. 승리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은, 그라운드의 선수들로부터 뿜어져 나와서 창백하고 지친 표정으로 응원석 구석에 서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희석되어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느끼는 기쁨은 선수들이 느끼는 기쁨에서 뭔가 함량이 빠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느끼는 기쁨은 남의 행운을 축하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행운을 자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명쾌하게 표현해준 닉 혼비에게 팬레터라도 보내고 싶다! 지켜보는 팬의 입장에서 승리를 거두었을 때의 행복감은 선수들이 느끼는 기쁨에서 정말 단 1g도 모자라지 않다. 비록 마루 소파에 누워 우적우적 과자를 먹으며 운동이라고는 물 가지러 냉장고까지 걸어갔다온 것이 고작이라하더라도 나의 아드레날린 분비량은 90분동안 수천 칼로리를 소비한 선수들 못지 않다는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6월, 내가 서포트하는 팀이 4년만에 우승을 한 순간 나는 직접 뛴 그 어느 선수보다도 호흡이 가빠왔고 나도 모르게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 책은 그야말로 하이버리에 띄우는 아름다운 연서이다. 자신들의 마음을 이렇게 절절하게 표현해주는 동료팬이 있는 아스날 팬들이 부럽기 짝이 없다. 물론 이 책은 이미 아스날 팬들 사이에서 '바이블'화되었음은 물론이다. 안타깝게도 이제 아스날은 더 이상 하이버리를 둥지로 하지 않으며, 지난 몇 시즌간 팀의 주축 선수를 연달아 내보냈고 올해는 '하이버리의 왕'라고 불리웠던 선수까지 방출했다. 과연 닉 혼비는 지금의 아스날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과연 그는 아스날의 새 홈경기장인 '아랍에미리츠 스테디움' 근처로 이사를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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