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좋은게 뭐지?
닉 혼비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날씨 나쁜 크리스마스날 공항에 갇혀서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책.

흠. 처음 몇 장을 읽을 때까지는 권태기 부부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노란 바탕에 결혼반지가 그려져 있는 표지때문에 그런 인상을 받았을 수도.
(다른 리뷰들에도 대부분 언급되어 있지만 번역판의 표지....정말 할 말이 없다. 진정 출판사가 안티인가.
닉 혼비 한국 독자들이 한두푼이라도 모아 표지 디자이너를 섭외해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계속 읽어나가자 이야기가 슬슬 삼천포로 빠지더니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버린다.
코미디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극도 아니고, 이건 도대체 뭐지?

세상에서 제일 불만이 많으며 다른 사람 험담하는 재미로 살아가는 남편.
그런데 앗차차. 남편이 어느날 갑자기 등에 날개 두 개를 날고 천사표가 되어 나타난다. 
집없는 아이들을 받아들이는 캠페인을 하는가하면 집안 살림까지 모두 불우이웃에게 주어버린다.
언제나 남편이 좀 더 착해지기만을 손꼽아 빌던 아내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변화에 어안이 벙벙하다.
그리고는...급기야 '너무나 착한' 남편을 참을 수가 없게 된다.  

왜? 착한 일을 하는건 좋은거 아냐?
불우이웃을 돕고, 내가 가진 걸 나누고,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모두 박수를 받을지언정 손가락질을 받을 일은 아니지.
그런데도 나는 왜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 남편을 한 대 때려주고 싶어서 부들부들 떨었으며
아내에게 '어휴! 그냥 헤어져 버려!!'를 외쳤을까.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이 되었고, 더 이상 가족들에게 욕을 하지도 않으며,
앞장서서 자선 활동을 하고, 주변 사람이 아무리 잘못을 해도 모두 이해하며 용서하는데도
이전보다 백배, 천배는 밉살스럽고 보기싫은 남편의 미스테리.

선행이란 무엇일까. 착하게 산다는 건 무엇일까.
평소에는 별 생각 없이 살다가도 TV에서 불쌍한 사연이 나오면 눈물 한 방울 흘리고
연말이 되면 갑자기 생각난듯이 성금을 기부하고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장난감 한두 개를 사서 보내곤 뿌듯해한다.
모두 무엇을 위한 행동인가. 과연 자기 만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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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새로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을 읽는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항상 신간은 커녕 구간도 겨우겨우 구해서 읽는 터라
이 뽀송뽀송한 신작을 읽으면서 이런 사치가 있나 하고 (조금 과장해서) 감개무량했다!

아내가 결혼했다. 무슨무슨 1억원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사실 무슨 상을 수상했다는 것보다도 광고 문구와 소설의 설정이 내 눈을 끌었다.
아내가 결혼했다. 그런데 나는 아내의 친구도, 가족도, 심지어 전 남편도 아닌
아내의 현재 남편이다. 그리고 아내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뭐라구? 말이 돼?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까..
남편이 있는 여자가 어떻게 결혼을 한다는 걸까?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냉큼 책을 받았고
, 밤새도록 읽었고,
결국
남편 있는 여자도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무슨 소리냐구? 나도 뭐에 홀린 것 같지만 남편이 있어도 결혼을 하는 여자가 있더라구. 참 내.

물론 따지자면 조금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 설정이지만,
이건 실화가 아닌 소설. 게다가....소설을 읽다보니...음..이런 사람이 없으리란 법도 없잖아!
하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아니 이게 무슨 신기한 일인가?

거기서 그쳤으면 이 소설은 조금 특이한 소재를 다룬 연애소설(?) 에 불과할 텐데
이 책의 뛰어난 점은 이야기의 짜임새 속에 축구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구입한 사람 중 몇명을 추첨해서 월드컵 공인구를 주는 이벤트를 하던데
소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던 나는 그걸 보고서도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이벤트야? 했었다..
이 책은 여러모로 뚱딴지 미스테리에 싸여 있었던 것이다!)

축구와 결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 두 주제를 작가는 기가 막히게 엮어간다.
축구와 결혼, 사랑, 연애의 얘기가 너무나 단단하고 촘촘하게 서로 얽혀있어서
둘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듯 보인다. 이것 또한 신기한 일이다.
과연 결혼, 연애, 사랑 중에 '축구로 설명 못할 부분'은 없는 것일까?'
작가가 혹시 전직 축구선수나 축구 해설위원을 하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해박한 지식으로, 유명한 축구 선수들의 명언까지 들먹여가며
적재적소에 축구 이야기를 배치해 나가는데, 참으로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아마 나보다 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포복절도하며, 때로는 무릎을 치며 읽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이 책을 읽은 남자들의 감상이 너무너무 궁금했다.
여자인 내 입장에서 봐도 아내의 행동은 다소 이기적으로 보이는데...
(소설이 결말을 향해 달려가면서 더욱 '아유!! 이 여자 너무하네!!' 하면서 궁시렁궁시렁 대면서 읽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남자들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말도 안되는 얘기' 라며 치부해버릴까?
아니면 '혹시...?' 하면서 돌아누운 아내의 등짝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될까?

결점이 없는 책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결말이 조금 흐지부지한 느낌을 받았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폴리- 시리즈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은 다소 지루하기도 했다.
특히 아내가 자신의 입장을 따박따박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주인공 남편보다 내가 더 질리고 말았으니까..
(아이고..나 같으면 안 참는다..정말 사랑하나봐..하면서 혀를 끌끌차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고 그 자리에서 홀딱 읽어버릴 정도로 매력적인 소설이고,
아주 가볍지도, 아주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중력을 지닌 재미있는 작품이다.
게다가....궁금하지 않은가? 도대체 어떻게 결혼한 여자가 또 결혼을 할 수 있는지? 
답은 책 속에...^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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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6-03-2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제가 드릴 말씀은 하나밖에 없는거 아시죠?
(조용히) 지르시어요..............(퍽ㅠ_ㅠ)
 
밑줄 긋는 남자 - 양장본
카롤린 봉그랑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 책을 딱히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생각은 없었다.

몇몇 님들의 서재에서 보고난 후 예전부터 이 책은 나의 보관함 터줏대감이었고
책값도 비교적 착한지라 한국에 와서 사서 읽으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른 책을 빌리러간 도서관에서 무심코 프랑스문학쪽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그마한, 게다가 표지도 벗겨져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이 책이 내 눈에 들어왔다는 건 우연이 아닐꺼야.
하면서 조용히 책을 빼내 대출신청을 했다. 물론 책 내용을 생각하곤 슬쩍 웃으면서...

책에 그어진 밑줄을 따라 묘령의 남자와 숨바꼭질을 하는 콩스탕스.
귀여운 그녀의 솔직한 행동에 가끔은 킥킥대고 가끔은 어머어머 어쩌면 좋아를 연발하며
두근두근 아기자기하게 읽어나갔다.
로맨스 소설이면서도 어찌보면 살인사건이나 보석도난이 등장하지 않는 가벼운 추리소설같은 이 책.
이 자그마한 책이 후반부로 갈수록 나를 끌어당겼다.
콩스탕스는 과연 비밀에 싸인 밑줄긋는 남자를 찾아 그녀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가고 있는데...

어머머..
도서관에서 빌려온 이 책에 '정말로' 밑줄이 그어져 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분명히 누군가가 그은 밑.줄. 밑.줄. 밑.줄.

137p  그것은 우리의 곁을 떠나지도 않고,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며, 죽는 일도 없다.

160p  내 이불 밑에서 나와 함께 잤다. 누군가 나와 함께 숨쉬는 사람이 있다는 것,
           누군가 잠결에 나에게 안겨오거나 내 몸에 부딪혀 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건 정말 굉장한 일이었다.

연필로 조심조심 그은 이 두 개의 밑줄.
과연 누굴까? 나의 밑줄긋는 남자는.....? 무슨 생각으로 저 두 구절에 밑줄을 그은걸까?
이건 우연일까? 나에게도 콩스탕스와 같은 인연이..?

난 허겁지겁 책 맨 뒷표지를 찾아보았지만 다음 책은 써있지 않았다.

아쉽게도 난 '단서 부족'으로 콩스탕스처럼 밑줄긋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는 못했지만,
도서관에 갈 기회가 있으면 한번 이 책을 빼꼼-하고 들춰보는 건 어떨까.
혹시 자신만의 밑줄긋는 남자를 만나는 행운이 당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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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룸 2006-03-09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앗!! 정말로 만나버리신거군요!! 아..누구실까, 정말 궁금합니다 ^^

Kitty 2006-03-10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헤헤 네. 신기해서 어머머머머! 했다니까요.
누굴까요...궁금해요~~ 좀 더 단서를 남겨주지..~

반딧불,, 2006-03-17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예전에 읽고 무슨 했던 책인데..
요사이는 이런 책이 더 땡깁니다.

반딧불,, 2006-03-17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정체가 누구셨을까?(아마 여자였을걸요? 이 책 거의 여성취향인데)
=3=3=3!

Kitty 2006-03-17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그러게요 여자일 가능성이 더 큰데.. 좀 김새죠? ^^
도서관에서 빌려보니 이런 재미도 있네요~ ^^

반딧불,, 2006-03-17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저분하게 본 책은 봤지만 밑줄 그어진 책은 첨 봤네요.

Kitty 2006-03-17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 책도 조금 지저분하긴 했어요 ~ ^^
아무래도 제목에 끌려 충동적으로 그어버린게 아닐까요~ ^^

반딧불,, 2006-03-18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겠죠? 그리고 혹시 하는 마음도 작용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Kitty 2006-03-19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네 맞아요 ^^
 
기린의 눈물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2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드디어 (뒷북으로) 읽었다. 여탐정 에이전시 2탄 기린의 눈물!
이 책이 어떤 소설이냐..하고 물어본다면 음..소프트하다 못해 말랑말랑 물러터진 추리소설이라고나 할까.
사실 아무 사전 지식 없이 이 책을 집어들었다면 과연 추리소설이라는 생각조차 했을지 의문이다.
1권도 절대 단단하진 않았는데 2권은 더욱더 말랑말랑.
1권에는 그나마 챕터별로 하나씩은 사건(?)도 등장하고 잠복수사나 탐문수사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는데
2권에는 잊어버릴만 하면 단서 하나, 또 잊어버릴만 하면 수사 한 자락씩 나올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장르를 떠나서 너무나 사랑스럽다.
아프리카를 너무나 사랑하는 매력적인 주인공과 그녀의 약혼자. (그렇다 2권은 연애소설로도 둔갑한다!)
그리고 그 둘을 둘러싼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내가 생각하는 라모츠웨의 가장 큰 매력은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인 듯하다.
탐정은 사건 의뢰인의 마음을 헤아려 사건을 풀어나간다.
고용주는 고용인(비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격에 걸맞는 대우를 해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며 이해하고 존중한다. 등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리로는 무엇이 올바른가.에 대해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데,
라모츠웨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좀처럼 실천하기 어려운 '기본적인 미덕'을 하나하나 몸소 실행해 나간다.
그녀의 앞에서 모든 사건이 눈녹듯 풀리는 것도 그녀가 언제나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은 따뜻하고 또 따뜻하다.
책을 읽고 나서 볼에 대보면 꼭 아프리카에서 실려오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질 것 같으니까.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1권도 참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잔잔한 이야기들이 올망졸망 이어지는 2권이 더욱 좋았던 것 같다.

현재 이 시리즈는 원서로 6권까지 출간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신 다른 많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이 시리즈의 계속되는 출간을 위해 서명운동이라도 벌여야지 싶다.
아름다운 아가씨들도 궁금하고, 칼라하리 타이핑 스쿨도 궁금하며,
찬장에 무슨 이야기가 있는지, 활기찬 아가씨들은 또 무슨 일을 벌이는지 궁금한 것이다.
시리즈는 쭈-욱 계속되어야 한다! 물론이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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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02-22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소!^^

panda78 2006-02-22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요! ^^

물만두 2006-02-22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근임다~ 팍팍 좀 밀어보자구요^^

바람돌이 2006-02-23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팔리나봐요. 나는 좋던데...

마태우스 2006-02-23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진 않았지만 계속 출간되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저도 한표 보탤께요. 제가 사실은 기린을 좋아하거든요

Kitty 2006-02-2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판다님/ 영차영차. 출판사 화이팅!

만두님/ 그러게요..열심히 밀어야지요.

바람돌이님/ 그러게요. 왜 안팔릴까요. 홍보를 조금만 더 해주면 잘 팔릴텐데..

마태우스님/ 앗. 마태우스님은 목이 긴 짐승을 이뻐하시는군요. ㅋㅋ^^
 
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무수한 서재에 올려져 있는 리뷰를 보고 이걸 안 읽으면 간첩인가보다..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기 시작할 즈음에 집어들은 책이다. (간첩은 되고싶지 않았다;;) 일단 발랄한 표지가 마음에 들었고 속표지의 작가 김애란씨 사진도 인상적이었다. 80년생이라..80년생은 도대체 어떤 소설을 쓰는걸까?

난 단편집을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장편소설도 좋지만 낑낑거리고 2-3권씩이나 읽고 나서도 결국 하나의 이야기를 읽은 셈인 반면, 단편집은 한 권만 읽어도 10여가지의 서로 다른 다양한 이야기를 읽게 되므로 뭔가 이득을 본 느낌이 드는 것이다. 또한 단편들의 어딘가에 일관되게 흐르는 작가의 생각이나 배경을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애란씨의 이 단편집에 흐르고 있는 공통 테마는 '부재'이다. 아버지의 부재, 대화의 부재, 잠의 부재 등등...단편집의 주인공 대부분은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삶에서 매우 중요한 것들이 하나씩 크게 결여되어 있는 삶. 그러면서도 그런것에 대해 슬퍼하거나 감정적이 되기는 커녕 자신에게서 결여된 부분을 매우 객관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건조하게' 바라보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이 작가의 배경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역시 가장 크게 드는 느낌은 '거침없음'이랄까. 내가 읽기만 하려 해도 부담스러운 표현들을 거리낌없이 쏟아내 놓았다. 단지 80년생 여자 작가의 자유로운 표현들을 싱긋 웃으며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머나..'하는 반응을 보이는 '구식' 독자인 나를 반성했을 뿐이다.

젊은 작가의 책이라고 해서 통통튀고 가벼운 책을 예상했는데 기분 좋게 내 예상을 깨주었다.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250쪽 남짓의 이 자그마한 책을 삼일에 걸쳐 어렵게 어렵게 읽어냈나보다. 최근 한국 소설을 많이 접하지 못한 나로써는 요즘 작가들은 이런 글을 쓰는구나..하고 많이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다른 분들도 리뷰에서 많이 언급하셨지만,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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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하루 2006-01-2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읽으면 간첩소리 들을까봐 샀는데 아직 앞에 몇페이지밖에 못읽었네요. 명절날 시댁서 책읽기는 정말 힘든일이거든요. 명절 끝나면 슬슬 읽으려는데 표지의 발랄함과는 거리가 좀 먼것 같죠? ^^

mong 2006-01-29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르게 전 진작에 읽었다죠 ^^

마늘빵 2006-01-29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간첩입니다.

Kitty 2006-01-29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하루님/ 하하 간첩을 피하려는 분들이 많으셨군요 ^^ 명절 잘 보내고 계시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몽님/ 역쉬 몽님은 진작에 읽으셨군요. 저도 왠지 숙제(?)를 끝낸기분? ^^

아프락사스님/ ㅋㅋㅋ 전 간첩 탈출했지요오오오~ 근데 소설들이 생각보다 조금 어둡더군요..전 발랄상쾌명랑깜찍을 기대했는데 ^^

하늘바람 2006-01-29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간첩이군요. 으험 어서 구해 읽어야겠어요 김애란 작가 좋겠네요

Kitty 2006-01-30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 지금 쿠폰 있던데 하나 지르시는 것이;;;;
김애란씨 이 책 꽤 많이 팔린 것 같아요..

진주 2006-03-20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간첩 있어요^^
저를 신고해서 포상금으론 책을 사 읽으실런지? ㅋㅋ

Kitty 2006-03-29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진주님 신고 들어갑니다아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