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순서에서 약간 벗어나지만 오늘 갑자기 이 생각이 나서 ^^


 


서울에도 어딘가 일요일 차없는 거리가 있었던 것 같은데....
보고타에도 일요일에는 시내 중심에 차없는 거리가 조성된다.
삼삼오오 주말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가족, 친구들과 함깨 자전거도 타고, 쇼핑도 하고, 길거리에서 뭘 사먹기도 한다.

관광객 티를 팍팍 내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던 내 눈에 번쩍 뜨인 것은!!


  


색색깔로 예쁜 바가지에 구멍을 뚫고 각각 번호를 매겨놓았다.
마이크 본체를 바지 주머니에 끼우고 래퍼 마이크를 장착한;;; 아저씨가 바가지를 얌전하게 나열하고 있었다. 
오잉? 이게 뭐다냐? 혹시 '돈주고 돈먹기~ 거기 지나가던 아저씨 잠깐만 와봐'를 외치던 야바위꾼? ㄷㄷㄷ
호기심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살펴보기로 했다.
야바위같기는 한데 도대체 무슨 야바위지? 하고 두리번거리던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뭐야 기니어피그 브라더스잖아? (씨스터즈일지도?;) ㅋㅋㅋㅋㅋ
완전 귀엽다. 꼭 햄스터처럼 생겼는데 햄스터보다는 좀 더 크다.
옆에 서있는 아저씨 구두와의 비교로 대강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돈을 걸라며 열심히 구경꾼들을 설득하는 아저씨의 시끄러운 마이크 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니어피그들은 졸려서 그런건지, 추워서 그런건지, 어쨌든 눈을 게슴츠레 감고 꼼짝하지 않는다. 
아 너무 귀여운데 좀 불쌍하기도 하고 ㅋㅋㅋ   

 


사람들이 슬슬 돈을 걸기 시작한다.
저 분홍옷 꼬마도 아빠를 졸라 동전을 하나 얻어 바가지 위에 올려놓았다.
자기가 동전을 올려놓은 바가지에 기니어피그가 들어가면 돈을 따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기니어피그 경주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는 투자자들(?) ㅋㅋ
신기해서 그런지 꽤나 많은 사람들이 돈을 걸었다. 물론 큰 돈은 아니고 몇 백원 정도겠지만.


 


요이~ 준비~ 땅!!!
해도 움직일 생각을 안하는 기니어피그 브라더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꼼짝도 안하니까 사람들이 막 웃는다.
할 수 없이 야바위꾼 아저씨가 한 녀석을 덥썩 집어서 궁둥이를 살짝 때리니
기겁한 기니어피그가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오...오.....
저 구멍으로 들어가려는 것인가? !!



 

악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다른 노랑색 기니어피그가 종종거리며 뛰어오더니
먼저 와 있던 회색 기니어피그가 방향을 바꿔 노랑이가 들어가는 바가지로 같이 쏙 들어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회색 기니어피그가 맨 처음 들어가려던 바구니에 돈을 걸었던 여자아이는 절망하고 ㅋㅋㅋ  





오늘의 승자는 이 분홍옷 꼬마!! 이 아이 승부사 기질이 좀 있는걸?  ㅋㅋ
야바위꾼 아저씨는 다른 바구니 위의 동전을 모두 회수해서 우승자에게 원금 + 약간의 이자를 붙여 건네주고
나머지는 주머니에 넣는다. 다음 라운드를 준비할 시간 ^^  





그리고 이 꼬마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구경꾼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는 사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ㅋㅋㅋ 용기내서 동전 하나라도 걸어볼 걸 그랬나? ㅋㅋ) 
어쨌든 세계 어디를 가도 야바위꾼은 있다는 진리를 발견!!
개구리냐, 토끼냐, 거북이냐, 아니면 기니어피그이냐, 단지 사용하는 동물(?)이 현지화되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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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9-05-20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거 귀여운데요?

Kitty 2009-05-21 05:58   좋아요 0 | URL
햄토리를 좋아하시는 BRINY님 귀여워하실 줄 알았어요! ^^

BRINY 2009-05-21 23:50   좋아요 0 | URL
맨 밑에 사진에, 야바위꾼 손에 잡혀서 버둥거리는 기니어피그는 좀 불쌍하기도 하네요ㅜ.ㅜ

Kitty 2009-05-22 06:25   좋아요 0 | URL
헉; 말씀하신거 보고 다시 위로 올라가서 봤더니 진짜 그렇네요!
사진 찍고 올리면서도 전혀 몰랐어요 ㅠ_ㅠ
한 라운드 뛰면 먹을거라도 좀 많이 줬으면 좋겠어요...

[해이] 2009-05-2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습니다. ㅎㅎㅎㅎ

Kitty 2009-05-21 05:59   좋아요 0 | URL
어익후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마노아 2009-05-20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바가지도 중국산일까요? ^^ㅎㅎㅎ 전 토끼인 줄 알았어요..;;;;

Kitty 2009-05-21 06:00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에 정체를 잘 몰라서 옆사람한테 물어봤어요 ㅋㅋㅋㅋ
저 바가지는 글쎄요 ㅎㅎ 중국 아니면 과테말라 이런데일거 같아요.
미국도 그렇고 남미에서는 과테말라산이 많더라구요 ㅎㅎ

후애(厚愛) 2009-05-21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니어피그 정말 귀여워요~~
근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Kitty 2009-05-22 06:25   좋아요 0 | URL
에궁..쪼끔 불쌍하기는 하지요. 그저 저 주인이 잘해주기를 바랄 뿐이에요.
 

보고타 두번째 날.

어제 두 번씩이나 유괴당한 줄 알고 혼자 쇼를 하느라 -_- 좀 피곤했었기에 오늘은 숙소에서 다른 두 명의 여행자를 포섭(?)하여 보고타의 남산이라는 몬세라테에 동행하기로 했다. 포섭이라고 썼지만 사실은 같이 데리고 가달라고 빈대붙은 것 ㅋㅋㅋ

과테말라부터 시작하여 중미를 한 달간 여행하고 남미로 내려왔다는 장기 여행자들이다. 콜롬비아 다음은 쿠바의 아바나로 간다고. 중남미가 워낙 한국에서 멀고, 비행기표값도 만만치 않다보니 몇 개월 이상씩 머무는 장기 여행자가 대부분이다. 내가 5일 일정으로 여행왔다고 하면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5달이요? 이렇게 반문한다. 아니요. 5달 아니고 5일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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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세라테(Monserrate)는 보고타의 남산과도 같은 곳이다. 보고타의 남쪽을 떠받치고 있는 모양인데, 시내 한복판에서 무척 가깝고 보고타 시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을만큼 전망도 좋아서 주말이면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다고 한다.

정상까지 올라가려면 물론 걸어서 가는 방법이 있고 -_-;; 그 외에도 케이블카, 푸니쿨라 등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마련되어 있다. 걸어서 가는 길은 으슥하고 강도들이 많아서 좀 위험하다고 하는데, 당연히 이 저질체력으로 걸어서 올라갈 생각조차 안했다. -_-;;; 
그래서 우리 일행은 보무도 당당하게 푸니쿨라 탑승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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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사고 푸니쿨라에 오르니 슬슬 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천장이 이렇게 유리로 되어있어서 전망이 참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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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꼭대기에 도착!  
꼭대기에는 뭐가 있나 했더니 성당이 있고, 식당들이 몇 개 있고, 정원도 있다.
안그래도 보고타는 고도가 높은 고산도시인데, 거기서 몇 백 미터를 더 올라왔더니 좀 힘들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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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이렇게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야경도 무척 멋질 것 같지만, 밤에 여길 올라올 용기는 없다;;;
가이드북에서도 위험하니까 아예 꿈도 꾸지 말라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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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렇게 보니 정말 대도시는 대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보고타의 제일 남쪽이다보니 높은 건물도 별로 안보이고...뭐 그렇다. (고층빌딩은 대부분 시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또 그런대로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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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저건 케이블카구나. 내려갈 때는 저걸 타봐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선택권이 없었다. 참고로 푸니쿨라는 오전에만, 케이블카는 오후에만 운행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아래쪽 승강장은 같이 쓴다.)


 


이 각도는 완전히 그리스 산토리니같다고 일행과 함께 호들갑떨면서 찍은 사진 ㅋㅋㅋ
그런데 진짜 닮지 않았나? 뒤쪽에 집이 아닌 지중해 바다가 보였으면 완전 산토리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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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있는 자그마한 성당.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싶어서 들어가보았다.


 


전체적으로 흰색 톤의 자그마한 교회(성당?)이다.
나중에 가이드북을 보았더니 산테리아교의 영향을 받은 곳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성모상이 검은색이었다.
산테리아하면 산 닭을 잡아서 제물로 바치는 이미지밖에 없는데;;; 집에 가서 좀 더 찾아봐야겠다. 무식한게 죄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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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관광지라서 빠질 수 없는 기념품점들.
가격도 좀 비싸고 특별히 살 것은 없었지만 그냥 기웃기웃 구경을 하고 다니다가 우리의 눈에 띈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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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과 순대를 파는 간이 식당!!!!!!!!!!!! 악 갑자기 너무너무 배가 고파졌다 ㅋㅋㅋ
맨 왼쪽 위부터 옥수수, 아레빠(옥수수떡), 그리고 아랫줄에 순대랑 알감자 구이, 소세지, 바나나 치즈 구이
그리고 철판에는 곱창이 지글지글....아...갑자기 동대문 시장 포장마차가 뇌리를 스치는....ㅠ_ㅠ
(고백하건데 나는 곱창을 못먹는다...그래도 곱창을 보니 너무 반가워서...;;; 사진을 막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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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에서 그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결정!
나는 구운 옥수수랑 플라타노스(거대 바나나) 치즈 구이를,
다른 일행도 각각 순대, 곱창 등 먹고 싶은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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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속으로 곱창과 순대를 볶는 아저씨의 손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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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플라타노스 치즈 구이!! 완전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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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노스는 바나나처럼 생긴 과일로, 보통 요리용 바나나라고 한다. 그냥 먹지 않고 굽거나 튀겨서 먹는데
쫄깃하고 달콤한 맛이 난다. 플라타노스를 잘 구은 다음 칼로 배를 쓱 가르고 맛있는 치즈 덩어리를 넣는다.
그리고 거기에 보카디요(bocadillo)라는 구아바 잼을 살짝 발라서 먹으면 오오오오오오오 -_-bbbbbb  
치즈도 굉장히 맛있다. 조금 맛이 강한 모짜렐라같은데, 정확히 종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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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시 이 거대 옥수수의 위용 ㄷㄷㄷ
사진으로 봐서는 크기를 잘 가늠하기 어려운데, 알 하나가 내 엄지손톱보다 더 크다.
그러니깐, 보테로가 그린 뚱뚱한 옥수수는 과장이 아니라 리얼이었다는 거지!!! ㅋㅋㅋ
철판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다음 버터를 살살 바르고 그 위에 살짝 소금을 뿌렸는데 바삭바삭 감칠맛이 그냥...^^;;;
뒷쪽에 보이는 실란트로 핫소스를 찍어먹기도 한다.
원래부터 옥수수는 무지 좋아하는 터라 두 손에 잡고 열심히 먹었다. ㅎㅎ 먹어도 먹어도 줄질 않는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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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이 문제의 곱창과 순대 그리고 꼬마감자 구이.
신림동 곱창타운에 가서도 단 한 번 먹어본 적이 없는 곱창을...지구 반대편에서 용기를 내서 한 점 먹어보았다;;;
일단 씹는 질감이 바삭바삭하고 맛은 고소한 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깻잎 등으로 양념을 많이 하기에 그닥 냄새가 안난다고 하는데 이건 약간 꿀꿀이 냄새도 나고...
그래도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는 데에 의의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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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밥을 배터지게 먹고 한가로이 몬세라테 정상 주변을 거닐었다.
지붕이 보이는 것은 프렌치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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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이 있어서 그런가 중간중간 이런 조각도 있고...


 


배도 부르고, 경치도 좋고, 날씨도 좋아서 기분좋게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내려왔다.

이렇게 몬세라테 정상에서 예쁘게 장식해놓은 정원을 보니까 혹시 보고타에는 식물원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북을 뒤적뒤적하다보니 우왓! Jardin Botanico (Botanic Garden)라는 곳이 있구나!
얼른 택시를 잡아타고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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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9-05-13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수수, 옥수수, 거대옥수수....

Kitty 2009-05-14 16:27   좋아요 0 | URL
BRINY님도 옥수수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진짜 좋아해요.
엄마가 소화 안된다고 맨날 잔소리해도 꿋꿋하게 옥수수 옥수수 ㅋㅋ

Forgettable. 2009-05-13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이런 페이퍼야말로 이상적인 여행기죠♡.♡
천장이 유리로 된 푸니쿨라라니 정말 환상적이네요!! 이름도 멋져~

그런데 왠지 중학교 사회시간에 플라타너스에 대해서 배운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요? 뭔가 어느 지역의 대표적인 수출상품 이런걸로 달달 외웠던 것 같은데, 맞나..

한국에서 5일 일정으로 콜롬비아 갔다면 정말 쏘쿨ㅋㅋㅋㅋㅋㅋㅋㅋㅋ

BRINY 2009-05-13 16:31   좋아요 0 | URL
혹시 온두라스 아니었나요? 거대바나나 수출국?

Forgettable. 2009-05-13 17:30   좋아요 0 | URL
흐흐 맞아요 맞아-! 라고 하기엔 제 기억력과 사회 점수가...;ㅁ;

그런데 자꾸 온두라스 온두라스??하다보니 온두라스!!!! 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이걸 기억하고 계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ㅠ
거대옥수수와 더불어 거대바나나도 좋아하시나봐용 :)

Kitty 2009-05-14 16:30   좋아요 0 | URL
아니 두 분 여기서 사회공부하시는군요 ㅋㅋㅋㅋ
저는 공부를 안했나; 거대 바나나는 처음 봤어요 ㅠㅠ
앞으로도 이상한 과일들 몇 개 올려보겠습니다. 저도 같이 공부합시다! ㅋㅋㅋ

Forgettable님 푸니쿨라 이름도 멋지죠? 발음을 푸니쿨ㄹㄹㄹㄹ라 이렇게 하셔야됩니다! ㅋㅋ

마노아 2009-05-13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져멋져, 대단대단, 완전 부럽부럽!!!

Kitty 2009-05-14 16:31   좋아요 0 | URL
오늘은 납치 위험이 없어서 편하게 보셨으리라 사료되옵니다 ^^;;;

[해이] 2009-05-14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장 그만좀 질러주세요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

페이퍼의 제목이 정말 흥미롭군요ㅎ 사진도 잘 봤씁니다. 부럽습네다.

Kitty 2009-05-14 16:32   좋아요 0 | URL
해이님도 한국책 사시는거 저한테는 염장인거 아십니까?
클릭만 하면 다음날 집으로 배달되는 한국책...부럽습니다 ㅠㅠ

비로그인 2009-05-14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런 디테일한 여행기를 한 번 올려보고 싶은데, 사진첩을 들여다 보면 죄다 `저런 걸 왜 찍나' 시리즈 뿐입니다.

Kitty 2009-05-14 16:34   좋아요 0 | URL
아 쥬드님 여행기는 너무 분위기있어요.
사진 색감도 너무 예쁘게 찍으셨던데....
저는 그런 센스가 워낙 떨어져서리...그냥 흔들리지만 않으면 올립니다;;;
아참 그리고 댓글 달려다가 깜박 까먹은건데 키플링 가방 저랑 같은거 갖고 계신 듯! 반가워요~ ^^;;;

2009-05-15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16 0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테로의 감동을 뒤로 하고 근처에 있는 황금박물관(Museo del Oro)을 찾았다.

보고타의 황금박물관은 규모로 보나 소장품으로 보나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특히 요즘처럼 금값이 비싼 시기라면 결코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다. (응?)      

최근 중남미 국가를 조금씩 맛보기 시작하면서 느낀 것인데, 의외로 이 지역의 박물관들이 아주 실하다. 아니 의외라는 것 자체가 나의 무지함을 그대로 나타내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미술관들이야 소장품이나 역사를 봐도 유럽을 따라가기 쉽지 않지만, 인류학, 민속, 역사 등 고유의 특색을 잘 나타내는 박물관들은 정말 서구 어느 나라도 부럽지 않을 수준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는 물론이요, 같은 소장품을 전시해도 보다 드라마틱하게, 보다 아기자기하게,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잔재미를 숨겨놓았다. 한 전시실에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석상이 서있어서 갸우뚱하고 지나쳤는데 한 층 위에 올라가보니 그 석상이 윗층의 그림을 가리키고 있다든지, 이런 식의 깜짝쇼가 많아 박물관 견학이 더욱 즐겁다. ㅎㅎ

활기차고, 북적대고, 정신없는 중남미의 거리를 걷다가 박물관에 들어오면 뭔가 태풍의 눈에 들어온 것 같은;; 고요함이 느껴진다. 분명히 몇 분 전까지 바글바글 정신없는 거리에 서있었는데 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클래식 음악이라도 나올 것 같은 우아한 분위기. 그게 또 묘하게 비현실적이라 더욱 매력을 더해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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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시내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황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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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박물관 전시실 입구.
입장료도 아주 저렴하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1-2 달러 정도였다.
그리고 일요일은 무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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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으로 만든 소라껍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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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이라고 해서 무슨 목걸이 귀걸이 이런게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생활 도구가 훨씬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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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작은데도 아주 정교한 무늬를 넣어놓았는데,
이렇게 금세공 방법을 나타내는 그림까지 함께 넣어놓아 이해를 돕고 있다.
끝이 뾰족한 송곳같은 도구를 금판에 대고 작은 방망이로 톡톡 두드려서 무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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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다 목걸이!!
그런데 목걸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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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뭔가 장신구처럼 보이고...
영어 설명은 주요 전시물에만 되어있어서;;; 대강 단어 몇 개로 짐작을 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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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이 나선형이라서 빙글빙글 돌면서 관람하게 되어 있다.
중간에는 이렇게 바깥도 한 번 내다볼 수 있고 ㅎㅎㅎ
창문 바로 밖 광장에는 큰 상설 장터가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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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역사를 나타낸 표.
중고등학교 시절 역사 교과서 맨 뒤에 부록으로 딸려있는
유럽/중국/한국 이런 식으로 나눠서 각 시대의 주요 사건을 간략하게 나타낸 연대표를 생각하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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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여기는 쇠보다 금이 흔했던 문명의 중심지...
얼마나 금이 데굴데굴 굴러다녔으면 스프링까지 금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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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사람같은데, 얼굴은 짐승을 닮았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재규어와 퓨마를 남성의 힘이나 전사의 용맹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생각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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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마스크같은데 얼굴이 뭉개진;;
하긴 뭘 섞지 않은 순수 황금이 좀 무르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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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로보트형(?) 얼굴 모양은
멕시코 아즈텍 유적지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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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귀여워서 한 장 ㅋㅋㅋ
바가지 머리에 귀신 출몰하는 포즈 어쩔거냐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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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작은 용기들은 poporo라고 하는 라임즙을 담는 병이다.
코카잎을 씹을 때 함께 먹는 라임즘을 보관하곤 했다는데,
사람 모양도 있고, 동물 모양도 있고, 호박같은 야채 모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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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모름지기 황금 박물관이면 이렇게 금이 번쩍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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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걸이 반지 코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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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시물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말하자면 무늬도장이다.
표면에 무늬를 새겨놓아 잉크를 적시고 돌돌돌 굴리면 저렇게 멋진 무늬가 찍혀나온다.
진짜 머리 좋다!!!!!! 그리고 지금 봐도 무늬가 완전 세련되지 않았는가!  
근데 이걸 보면서 뜬금없이 절편 먹고 싶다는 생각이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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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금으로 스프링도 만들었는데 낚시바늘이라고 못만들건 뭐냐...
물고기도 금 낚시에 낚이면 좀 덜 아프려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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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건 아무리 봐도 어렸을 때 오락실에서 구경하던 갤러그가 생각나서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렇게 줄맞춰서 내려오다가 하나씩 피융하고 내려오며 총을 발사하던 갤러그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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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찍는다고 찍었는데 사진이 제대로 안나온 듯.
금으로 만든 망사(?) 장신구인데 정교함이 진짜 대단하다.  

이런 장신구가 줄맞춰 한 100개쯤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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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도 이렇게 아낌없이 금을 넣었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데 팍팍 넣지 뭐...



 


이렇게 사람 모양을 그림자처럼 만들어
머리 장식, 귀걸이, 목걸이 등등 당시 사람들이 착용해놓은 것처럼 전시해놓았다.
이정도 되면 추장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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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를 사방 대칭으로 만든 것은 우주의 균형을 염원하는 의미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걸 보고 자꾸 한국 전통 가옥의 창살무늬? 뭐 이런게 생각나는건 무슨 이유인지...
여기서 또 절편 생각...;;;; 아 한국 가면 절편 한 말 먹을테야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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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지평선 등 세계관을 나타낸 황금 플레이트.
아즈텍쪽에서도 그랬지만, 여기서도 뱀이 등장하는게 매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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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사마귀? 황금 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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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고급 보석 전시장처럼 꾸며놓은 멋진 전시실 전경.
사진을 마음껏 찍어도 되니 너무 좋구나~ 에헤라디야~ (마드릿에서 너무 한이 맺혔음 ㅠㅠ)





여성의 몸을 모티브로 한 용기
 




뭔가 쇼핑백을 양 손에 들고있는 사람같은;;;
아 난 왜 이런 생각만 날까;;;;;;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술잔?이었던 것 같은데 메모가 없어서 확인이 안되는 상황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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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박물관 전시물 중에 아마도 가장 유명한 전시물일 금배 ㄷㄷㄷ
정말 번쩍번쩍번쩍 광채가 난다.
엘도라도 막 이런 단어가 저절로 생각난다.

------------------------

이렇게 신나게 사진을 찍으면서 구경을 하다가 윗층으로 올라갈까 하는 생각에
전시실 출구(salida)를 향해 걸어가고 있던 순간.
갑자기 경비 아저씨가 오더니 막 손사래를 치면서 나를 막는거다.
아저씨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말이 하도 빨라서 알아들을 수는 없고 (영어는 당연히 안통한다 -_-)
여기가 출구가 아니고 저기가 출구라는 소린가?
도대체 뭔 소리여 ㅠㅠㅠㅠ
 
어리둥절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아저씨가 갑자기 팔을 덥석 잡고 나를 막 한쪽으로 끌고가는 거였다.
허거걱...나는 아저씨한테 질질 끌려서 한쪽 구석에 있는 컴컴한 방으로 끌려들어갔다.
salida salida 그러길래 이게 엘리베이터인가? 하고 두리번거리는 순간
갑자기 아저씨가 밖으로 나가더니 스르르 문이 닫히며 사방에 불이 다 꺼지는거다!!!!!!

아악!!!!!!!!! 박물관에서 유괴되는건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완전 패닉해서 들어온 쪽으로 허겁지겁 달려갔지만 진짜 너무너무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진짜 약 1분간 다시는 집에 못가는 줄 알았다 ㅠㅠ 진정한 공포 체험 ㄷㄷ
 
그러나...그것은 역시 나의 착각...ㅠㅠ
(아무리 콜롬비아라도 다 큰 성인을 박물관에서 유괴할 리는 없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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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나를 밀어넣은 그 방은 특별 멀티미디어 전시실이었던 것!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금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환희와 기쁨을
드라마틱한 조명과 웅장한 음향으로 재현해준다.

1분간의 패닉 후에 음악이 시작되면서 불이 켜지자 공포는 급 챙피함으로 바뀌고;;;
약 30초간 혼자서 무지 쪽팔려하다가 -_- 다시 허둥지둥 카메라를 꺼내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다.
빛이 너무 적어서 제대로 나온게 거의 없고, 그나마 이게 덜 흔들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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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있는 금붙이들...감동적인 전시였다.

그러니까 그 경비 아저씨는 내가 이 방을 보지 않고 그냥 나오는걸 눈여겨보다가
놓칠까봐 안타까운 마음에 이 전시실을 꼭 보고 나가야된다고 한거였다.
근데 못알아듣고 멍하니 있으니까 나를 억지로 끌고 가서 방에다 밀어넣은 것.
 뭐 결과적으로 고마운 아저씨다 ㅎㅎ
(그치만 진짜 무서웠다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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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방물관 맨 꼭대기층에는
이렇게 콜롬비아 각 지역에 사는 인종을 전시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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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위에 각 지역 사람들의 얼굴을 세워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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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보고타에 왔으니까 한 번 사진 찍어주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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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보고 내려오는 길에 재미있어서 한 장
역시 황금박물관이라 그런지 문이 금고다 ㅋㅋㅋㅋ
무슨 은행 금고 뺨치는 두꺼운 문이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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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샵과 카페테리아.
딱히 살 것은 없었지만 이것저것 구경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니 뭐 이런 키 큰 아저씨도 걸어다니고....;;;;;



이미지를 클릭하면 창이 닫힙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군것질 노점상에서 한 컷.
아 진짜 보기만 해도 이빨 썩을 것 같다 ㅋㅋㅋㅋㅋ
우리나라 엿같은 것들도 보이고, 색색으로 물들인 캬라멜, 설탕옷 입힌 땅콩, 갖가지 사탕 등등
미국 과자만 달달한 줄 알았더니 콜롬비아 sweets 앞에서는 명함도 못내민다;  
나는 단걸 별로 안좋아해서 사먹지는 않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걸어가면서도 캬라멜을 찍찍 늘리면서 잘도 먹더라 ㅎㅎ

이렇게 해서 보고타에서의 어리버리 첫 날을 마무리.
내일은 보고타의 남산이라는 몬세라테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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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5-08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띠용+_+
가서 직접봐야되니까 보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도 계속 보면서 감탄 감탄- 흐흐
으하하 이곳은 프라이데이 나잇입니다~ 엄청바쁜하루 보내고 키티님 포스팅 보면서 마감하니 좋군요 ㅋㅋ

Kitty 2009-05-09 14:41   좋아요 0 | URL
앗 직접 가서 보시면 이거의 한 100배쯤 더 많은 전시물이 있사오니 맘 푹 놓으셔요 ㅎㅎ
저는 이제야 프라이데이 나잇입니다. 금요일 밤은 아까워서 자기 싫어요. 그쵸? ㅎㅎ
좋은 말씀 감사해요. 행복한 주말 되고 계신가요~~ ^^

BRINY 2009-05-08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 정도로군요!!!! 사람들이 엘도라도 전설에 열광했던 게 이해가 갑니다. 어릴 적 페루 국보전에서 황금 마스크와 황금 장갑을 낀 미이라를 본 충격이 지금도 생생한데, 저렇게 금이 널려있을 줄이야!!!! 꼬옥 가보고 싶은 곳이로군요. 남미도 언젠가 가봐야하는지 고민고민. 우선 키티님 페이퍼를 뒤져서 남미 박물관 목록부터 작성을!

Kitty 2009-05-09 14:43   좋아요 0 | URL
황금이 번쩍번쩍 아 진짜 얼마나 금이 흔했던지 온갖 살림도구가 다 금이더라구요.
하긴 소금이 귀해서 화폐로 쓰이던 시대도 있었으니 모든 것의 가치는 상대적이겠지만요.
중남미도 정말 매력적인 지역이에요. 뭐 별로 가본 곳은 없지만;;; ㅎㅎㅎ

마노아 2009-05-08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훌륭해요! 그런데 이 박물관은 '디자인'적으로도 끝내주네요. 박물관 간판부터 전시품 배치해 놓은 것까지도요. 그나저나 납치 공포를 두 차례나 느끼시다니, 혹시 남은 기간 중에 또 있나요? ^^ㅎㅎㅎ

Kitty 2009-05-09 14:45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그런 생각 했어요. 간판도 멋스럽죠?
세련되고, 깔끔하고, 진짜 미국이나 유럽 어느 도시에 갔다놓아도 전혀 꿀리지 않아요!
첫날 혼자 쇼하다가 지쳐서 둘째날 부터는 숙소의 다른 여행자들을 꼬셔서 같이 다니는 바람에
납치 위험은 자주 느끼지 못했는데요, 그래도 택시 탈 때마다 무서웠어용 ㅠㅠ

[해이] 2009-05-0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제 염장을 지르시는군요 ㅠㅠㅠ 돼지독감 조심하시길

Kitty 2009-05-09 14:41   좋아요 0 | URL
염장염장 ㅎㅎㅎ 해이님도 돼지독감 조심하세요 ^^
 




맛있는 커피를 한 잔 쭈욱 들이키고 난 후 보테로 미술관으로 향했다.
(사진은 보테로 미술관 맞은 편에 있는 보테로 서명 벽. 완전 멋지다)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는 콜롬비아가 낳은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사람이다.
젊었을 때에는 여러 화파를 쫓으며 난해한(?) 그림도 가끔 그렸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뚱뚱한' 사람과 사물을 그리게 되었다.
전세계 현대 화가 중에서도 작품 비싸기로 치면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보테로지만
자신의 고국 콜롬비아의 수도에 있는 이 '보테로 미술관'은
Donacion Botero라는 이름답게 1년 내내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중요!!!)

워낙 알현하기 힘들어 보테로의 그림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지난번 서울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린 라틴 거장전에서 간신히 두 점을 감상할 수 있었다.
보테로의 그림이 비싼 값에 팔리는 이유는 그의 작품을 마주하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





입구에 문도 없는 보테로 미술관 -_-;;;
그저 경찰 아저씨가 한 명 지키고 서서 형식적인 가방 검사를 할 뿐이다.
가이드북에 무료입장이라고 써있기는 했지만 설마설마했었는데 진짜 무료다!! 야호~~ 맨날 출근해야지~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보테로의 기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무료 입장이 가능한 것인데,
2/3 정도는 보테로의 회화, 조각, 드로잉이고 나머지 1/3은 피카소, 미로 등 다른 현대화가들의 작품이다.

살짝 설레며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정면에 뚱~ 하고 보이는 것은 Mano(손) 조각이다. 오오오~
(옆의 관광객 아줌마와 크기 비교 주목)






보테로 손의 흉내를 내서 한 번 찍어봤다 ㅋㅋㅋㅋㅋ
경찰 아저씨가 별걸 다 한다는 듯이 쳐다봤다 ^^;;;;
보테로가 유독 자주 그리거나 조각했던 테마가 몇 개 있는데 손도 그 중 하나다.
특히 나중에 미술관 2층에서 본 손 드로잉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휙 고개를 돌렸더니 ㅁ나ㅣㅜㅐㅣㅏㅓㅠㅝㅏㅁ뉴어ㅗㅠㅎㅁㄴ우
아악 이게 뭐야!!! 보테로 작품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테로 미술관이니까 당연한거지만 그래도....꺼이꺼이)
죄다 내 키만한 작품들이 삼면 벽을 따라 주루루룩 걸려있는거다.
어익후 이거 원 황송해서 어쩌나...근데 진짜 입장료는 안받아도 되는거니? 그런거니?





Flores (꽃)
화폭 가득한 꽃다발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 엽서까지 샀다.
 





그 옆에는 아마도 가장 유명한 보테로 그림 중 하나인 뚱뚱한 모나리자.
이게 꿈이냐 생시냐 ㅎㄷㄷㄷㄷ
가지런히 두 손을 무릎에 모은 걸 보시라.
그래도 이 모나리자는 눈썹이 있구나...;;;






El estudio (작업실)
(후덕한) 여성의 누드는 보테로가 가장 자주 그린 테마다.
뚱뚱한 뒷모습이기는 하지만 빨강색 네일하며 머리에 묶은 리본, 앙증맞은 슬리퍼 등
나름대로 자세히 보면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 ^^;;
그리고 이 그림에는 드물게 보테로 자신이 등장한다.
 





바로 이 사람 ^^;;; 역시 볼살이 터질 듯 뚱뚱하다. ㅋㅋㅋㅋㅋ
그러나 실제 보테로는 뚱뚱하지도 않고 완전 멋쟁이 할아버지라는거~ ㅎㅎ








La familia (가족)
식구들은 물론 강아지까지...아니...곰인가?;;;;;;;;;;





Bano (욕실)
여기서도 역시 후덕한 여자의 누드 등장.
욕실 거울에 비친 남자는 누구?






역시 보테로가 자주 그렸던 El caballo (말)
말이냐 코끼리냐 ㄷㄷㄷㄷㄷㄷ





이곳은 보테로의 조각들을 모아놓은 방
하나하나 규모가 거대한 그림들과는 달리 이 곳에 모여있는 조각은 대부분 크기가 작았다.
아참, 보고타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뜬금없이 뚱~~ 하고 보테로의 조각을 만나게 된다 ㅋㅋㅋ





새...인데...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닭둘기? ㄷㄷㄷㄷㄷㄷ





El sueno (꿈)
좋아하는 작품. 생각보다 크기가 많이 작아서 좀 놀랐다.





고냥이....
이정도면 뭐 세계 몇 대 비만 고양이에 도전해볼만하다 ㄷㄷㄷㄷ  
허벅지 봐라;;;






이건 전시실과 전시실 사이에 걸려있던 부조.
아마 아담과 이브였던 듯
에덴 동산에 먹을게 많았나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엉엉 이렇게 보테로 작품으로 꽉 찬 방이 몇 개나 있다
이걸 어째 이걸 어째 혼자 방정을 떨면서 사진을 미친듯이 찍고 있는데,
사진에 뒷짐지고 있는 이 전시실의 경비원(?) 아저씨가 내가 방방 뛰는걸 보더니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는거다.
미국에서 왔다니까 콜롬비아 어떠냐고 물어보길래
오늘 도착해서 잘 모르겠지만 일단 여기는 공짜라서 좋다고 했다 ㅋㅋㅋㅋ
자기 이름이 필리페라고 악수를 청하면서 막 뭐라고 얘기를 하길래 그냥 알아들은 척하고 웃고는 다음 방으로 도망갔다;;;






이 방에서는 아마 이 그림이 제일 유명할 듯. 춤추는 커플이다. 
그나저나 여기는 공짜라서도 좋지만 플래쉬만 안쓰면 사진 마음껏 찍어도 되니 너무 좋다 ㅠㅠㅠㅠㅠㅠ

내가 사진을 팡팡 찍고 있는걸 보더니 어떤 노부부가 나한테 다가와서 카메라에 플래쉬를 좀 꺼달라고 부탁한다.
아니 할아버지 제가 기계치인데 어쩌죠...ㅠㅠ
그 말을 못해서 -_- 그냥 얼떨결에 카메라를 받아들고 보니 국민 디카 캐논 똑닥이;;; 
어찌어찌 자동 플래쉬를 꺼서 돌려주니 이 커플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거다.
치즈~ 도 아니고 김치~ 는 더더욱 아니고 할 수 없이 Uno(1), Dos(2), Tres(3) 찰칵!

 



이 그림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정말 사람 하나하나의 표정이 살아있다.






옆에서는 총들고 보초서고 있는데 저 세상 모르고 자는 얼굴 좀 봐라.
하긴 이런 잠이 더 꿀맛일지도...
 

 


이건 도대체 뭔가 했더니 추기경(?)인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귀여워서 끌어당겨 한 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들이 하시는 듯?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예쁜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2층 높이의 귀여운 보테로 미술관.
어느 전시실을 들어가봐도 포근포근 파스텔톤을 배경으로 한 뚱뚱한 사람들과 동물들 (그리고 식물들도;;;)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정말 행복한 미술관이다.
거대한 대형 미술관부터 아담한 소규모 미술관까지 많은 미술관을 다녔지만
보테로 미술관처럼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곳도 드물다. 
보는 사람을 압도하려 하지 않고, 관자를 향해 뭔가 부르짖지도 않는다. 그저 푸근하고 따뜻할 뿐.
정말 보고타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그리고 꼬옥꼬옥 두 번 이상은 발도장을 찍어주어야 하는 곳이다.
(그리고 공짜다! 게다가 평일에는 저녁 7시까지 한다!!!! 이거 Too good to be true가 아니냐고!!!)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작품이 있었지만 너무 많아서 나중에 따로 정리해야겠다;;;;
일단 다음날 다시 오기로 하고 미술관을 나섰다.
슬슬 점심 시간이 지나가는데...아침에 커피 한 잔 마신게 다라서 뭐 먹을게 없을까 하고 두리번거리던 내 눈에 띈 것은...






바로 이것!!!
뭔가 모양은 바나나같은데 바삭바삭하게 생겼도다. 바나나 튀김인가?
근데 이름이 뭐 이리 어려워;;; 일단 1000 페소(약 400-500원?) 라니 한 번 사먹어볼까.
쭈볏쭈볏 1000 페소를 내고 한 봉다리를 받아 입에 넣는 순간 꺄악!! 맛나다!!!
바나나 튀김은 바나나 튀김인데 뭔가 거대한 바나나인 듯?
고소한 맛이 최고다!! 우왕~~ 순식간에 한 봉지를 다 먹어버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파타코네스??는 바나나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곳에는 바나나에 크게 두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하나는 우리가 익히 아는 대략 손바닥보다 조금 큰 일반 바나나이고,
나머지 하나는 플라타노스(platanos)라는 거대 바나나이다 -_-;;;;

이 플라타노스는 생으로 먹지 않고 굽거나 저렇게 튀겨서 먹는다. 그냥 먹으면 배아프다고 한다 -_-;;
녹색의 플라타노스가 있는가하면, 바나나색의 노란 플라타노스도 있다.
나중에 슈퍼에 가서 이 플라타노스의 실체를 발견하고 기절초풍했다.  
세상에 저게 바나나야? (비교를 위해 내 손을 넣어 사진 촬영; 오늘 손 여러 번 찍네;;)  
거짓말 안 보태고 제대로 된 빨래방망이만하다 ㄷㄷㄷㄷㄷㄷㄷㄷ






길거리에서는 이렇게 튀김 삼형제를 파는 리어카가 많다.
맨 왼쪽은 생감자 튀김, 중간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먹는 츄로스, 맨 오른쪽이 플라타노스 튀김이다. 
모두 그자리에서 직접 대패로 밀어서 튀겨주기 때문에 굉장히 신선하고 맛있다.
(리어카 안에 튀김 냄비가 내장되어있다 ㄷㄷ)
게다가 값도 엄청 싸다. 아이 행복해~~ ㅋㅋㅋㅋ 길거리 음식의 천국 콜롬비아다.





바나나 본 김에 보테로의 그림 하나 더.
재목은 바나나인데....생긴건 옥수수? ^^;;;

배도 대강 채웠으니 이제 금칠을 해놓았다는 Museo del Oro (황금박물관)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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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4-2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악! 모니터로 봐도 이렇게 행복한데 직접 가서 보셨으니 완전 낙원이었겠어요! 저 미술관 너무 재밌네요. 그림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와요.^^ 아유, 다음 편 완전 기대중입니다요!

Kitty 2009-04-25 11:46   좋아요 0 | URL
그림들 너무 귀엽죠? 보고있으면 막 기분이 좋아져요.
어서 저런 푸근한 몸매가 인정받는 시대가 되어야 할텐데요 ^_^;;;

Forgettable. 2009-04-2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티님..............
정말 대박이군요 ㅠㅠ 꼭 가서 직접 보고 먹어야겠다고 불끈!! 더이상 부럽지 않아요 하하호호 -_-
콜롬비아 사람들 왕친절하담서요-
말거는 경비원 아자씨의 모습에서 난 왜 인도사람들이 생각나지; ㅎㅎ

근데 마지막 바나나 정말 옥수수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itty 2009-04-25 11:47   좋아요 0 | URL
가시면 제 몫까지 좀 많이 드셔주세요 (먼산;;) 일정이 짧아서 못먹고 온게 많아서 흑 ㅠㅠ
콜롬비아 사람들 친절하더라구요. 도시도 그정도인데 시골은 더 그렇겠죠? ^^
말만 좀 더 알아들었으면 좋았을텐데요 어흑

무해한모리군 2009-04-24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전 한국에도 보테로의 통통한 누드와 바나나가 전시가 되었지요..
그나저나 저 백누드는 참 당당해보이는 것이 저도 저렇게 한점 사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죠 ^^

Kitty 2009-04-25 11:48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보테로전 뉴스를 보고 제가 침을 많이 흘렸었습니다 ㅠ_ㅠ
휘모리님 하루라도 빨리 백누드 고고씽~ ㅎㅎㅎㅎㅎ

후애(厚愛) 2009-04-24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미술관에 감동 받았어요. 그림들이 너무 멋쩌요! 보는 제 눈이 즐겁습니다.^^;;
바나나가 커서 하나만 먹어도 배가 많이 부를 것 같아요.^^
아 부러워요..

Kitty 2009-04-25 11:49   좋아요 0 | URL
정말 재밌죠? 보고있으면 막막 기분이 좋아지는 미술관입니다 ^^
바나나는 어찌나 큰지 하나를 다 못먹을 지경이라니까요 ㅋㅋㅋ

[해이] 2009-04-24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부럽럽부부럽럽부부럽럽부부럽럽부 하군요...... 미술관 알흠답습니다....

Kitty 2009-04-25 11:55   좋아요 0 | URL
아 어떡해요...제가 염장질하는 듯;;;;;; 보테로 미술관은 정말 사랑스럽답니다 ^^

무스탕 2009-04-24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사진 보기만해도 뿌듯한 느낌이에요.
그 콜롬비아라는 나라가 먹거리가 참 착한 나라네요. ㅎㅎㅎ

(담번에 어디 가실땐 제발좀 큰 가방 준비해서 저를 차곡차곡 개켜서 넣어가도록 하세요 ㅠ.ㅠ)
(말씀만 하심 저 왕창 다욧트해서 꼭 가방 하나에 들어갈수 있도록 줄일께요 ㅠ.ㅠ)

Kitty 2009-04-25 11:56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저 이민가방 있습니다. 얼른 들어오셔요 ㅋㅋㅋㅋㅋ
생각보다 먹을게 정말 풍부한 나라더라구요.
특히 걸어다니면서 먹는거 좋아하는 저인데 길거리 음식이 줄줄히 늘어섰으니 천국이었죠 ^^

바람돌이 2009-04-26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주 선재미술관 입구에 있는 뚱뚱한 아저씨 아줌마가 보테로 작품이었던듯 한데... 우리 애들이 무척 좋아하거든요. 보테로 미술관은 가면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모두 행복해질 것 같아요. 키티님 사진만보고도 이렇게 행복해지니 말예요. ^^

Kitty 2009-04-28 07:1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거기 있는 뚱뚱한 아저씨 아줌마가 보테로!!
예린이랑 해아도 보테로의 팬이군요 ㅎㅎㅎㅎ
진짜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오는게 완전 흐뭇하죠.
색도 파스텔톤을 많이 써서 너무 예뻐용 ^^

비로그인 2009-04-28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테로를 보고 우와~ 하다가 바나나?와 튀김을 보고는 꼬르륵~ 눈길이 더 오래 머무른다는.. 머리보다는 배가 먼저인걸까요 ㅜㅜ

Kitty 2009-04-29 07:12   좋아요 0 | URL
저두요 저두!!
막 행복하게 그림보고 나와서 바나나 튀김을 보고 홀라당 사먹고는
미술관에서 본 그림은 당최 바나나 그림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구요 ㅋㅋㅋ

hnine 2009-05-03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보며 쭉 내려오다가 저 유리 박스 안의 patacones 도 작품인줄 알았어요 ㅋㅋ
엽서도 사셨다는 저 꽃 그림은 저도 참 좋으네요. 저 같아도 많이 사두었다가 주고 싶은 사람, 주고 싶을 때마다 뭐라고 끄적거려 보내고 싶을 것 같아요.
보테로가 이렇게 모든 인물, 동물 등을 뚱뚱하게 그린 이유가 뭘까 생각해봅니다.
에잉, 키티님, 겨우 손만 보여주시다니~ ^^

Kitty 2009-05-03 14:07   좋아요 0 | URL
아 hnine님 ㅋㅋㅋ 바나나 튀김 ㅋㅋ
저 꽃 그림 너무 좋죠. 그냥 마음이 따뜻해져요.
몇 장 사서 친한 회사 동료들에게도 나눠주고, 큐비클에도 붙여놓았답니다 ^^
보테로가 왜 저렇게 실한 그림들을 그렸는지 저도 너무 궁금해요.
혹자는 보테로가 어렸을 때 너무 가난해서 그 보상심리로 그렇다고 하기도 하던데 믿거나 말거나...^^
손을 찍은 것도 용기를 많이 낸거에요 ㅠㅠ ㅎㅎㅎㅎ
 

콜롬비아 여행기 올려봅니다. 기억력이 하루가 다른데 잊기 전에 올려야지요 ^^;;;


다른 곳에 가려고 하다가 비자의 압박 때문에 얼떨결에 마일리지로 끊은 보고타행 비행기표.
안그래도 아무 사전지식이 없었는데 설상가상으로 회사일이 미친듯이 바빠지면서 공항에 가면서도 머리는 백지.
납치율 세계 1위라는데 -_-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까 한걱정이다.
믿을건 든든히 챙겨넣은 복대와 스페인어 전자사전뿐..ㅠ_ㅠ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공항 서브웨이에서 저녁으로 샌드위치를 샀는데 먹는 둥 마는 둥. 목으로 넘어가질 않았다.
게이트에 가보니 동양사람은 커녕 미국사람도 거의 안보이고 승객이 모두 콜롬비아 사람들인 듯 ㄷㄷㄷㄷ
황당한건 탑승 안내방송도 스페인어로만 하고 영어는 어디다 팔아먹은건지...-_-
여기 아직 미국이거든!!!!!!!!!!! 

무슨 말인지 잘 못알아들었지만 눈치로 대강 사람들 뒤에 줄을 섰다.
다른 승객들이 '넌 뭐냐' 하는 눈길로 나를 쳐다본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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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다가 한 장.

4시간 반 정도의 비행이지만 그래도 국제선이라고 기내식까지 주는 센스 ^^
좀 피곤해서 비행기 타자마자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승무원이 막 흔들어 깨우더니 '비푸? 오어 치킨?'
비몽사몽간에 '치킨!'을 외치고 치킨버거랑 브라우니를 받아서 기내용 가방에 찔러넣고 다시 잠이 들었다.

보고타 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5시;;;
실컷 자다 깨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오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부터 조심 또 조심하는거야.

일단 숙소까지 택시를 타기 위해 가져온 20불을 콜롬비아 페소로 바꿨다.
아 그런데...새벽에도 일하는 공항 환전소의 언니가 너무 예쁜거다!!!!!!!! 오호호
(여자들도 예쁜 여자 좋아한다 ^^;;;) 

미인 많다는 콜롬비아 역시 명성대로야~! 흐뭇해하는데 예쁜 환전소 언니가 자꾸 날 보고 뭐라뭐라 하는거다.
뭐 어쩌라고...? 스페인어로 따따따따...안그래도 잘 못알아듣는데 유리창 넘어로 얘기하니 당최 뭔 소린지 알 수가;;; 
답답해진 언니가 종이를 잡고 손가락을 가져다대며 뭔가 누르는 시늉을 한다.
설마 지문 찍으라고?????? 뭔 나라가 달랑 20불 환전하는데 지문까지 찍으라고 하나? -_-;;;   
엄지손가락을 펼쳐서 종이에다가 누르는 시늉을 하니 언니가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뭐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지 별 수 있나;; 엄지손가락으로 지장을 꾸욱 눌러주고 44,000 페소를 받았다.
1달러에 약 2500 페소정도 하는데 공항이라 환율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참고로 현금카드로 시내에 있는 ATM 머신에서 돈을 뽑으면 훨씬 좋은 환율로 인출할 수 있다.)


페소를 움켜쥐고 밖으로 나와 택시 터미널에서 숙소 주소를 말하니 규정 요금을 찍어준다.
그 종이를 받아 택시를 탔는데 타자마자 택시 운전사 아저씨가 털컥 하고 택시문을 잠그는거다.
아 그 때부터 공포의 택시 주행이 시작되었으니...ㄷㄷ  
보고타 택시에 대한 흉흉한 얘기를 하도 많이 들은게 탈이었다.

택시 아저씨가 멈출 때마다 심장이 콩닥콩닥콩닥
'여기서 납치되는게 아닐까? 여기서 갑자기 강도로 돌변하는건 아닐까?'
'나 돈 없어요. 여권만은 돌려주세요' 뭐 이런 말을 스페인어로 작문하면서 
패닉 상태로 약 30분간 바들바들 떨다가 정신차려 보니 숙소에 도착;;;;
금방 떠나지도 않고 내가 숙소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지켜봐주는 아저씨를 왜 의심했을까 ㅠㅠ
아저씨 미안해요 ㅠㅠ

이렇게 식은 땀을 흘리고 나니 급피곤해져서 체크인 후 죽은 듯이 잠들었다가 9시쯤에 일어났다.
이제 슬슬 외출을 해볼까...
 

 


일단 보고타의 구시가지라는 라 칸델라리아(La Candelaria)로 향했다.
이곳은 보고타의 가장 남쪽에 해당하는데, 사진처럼 뒤쪽에 산이 감싸고 있는 언덕 형태다. 
참고로 보고타는 해발고도 약 2600m에 달하는 고산도시라고 한다.
사람에 따라 호흡이 가빠지거나 머리가 아프고 쉽게 피로해지는 등, 가벼운 고산병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하는데,
역시 나는 고도가 높은지 낮은지 알게뭐냐 발걸음도 가볍기만 하다. 곰인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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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음으로 향한 곳은 라 칸델라리아의 중심 볼리바르(Bolivar) 광장.
대부분의 대도시에는 중심이 되는 광장이 있는데, 역시 남미도 예외는 아니다.
광장으로 들어서니 역시 무수한 비둘기들이 나를 반겨준다.
비둘기들은 광장의 필수 엑스트라란 말이냐...
그 와중에 비둘기 먹이를 파는 아줌마도 보인다.


 


볼리바르 광장은 보고타의 대통령 궁을 비롯한 여러 관공서 건물이 네모난 공터를 둘러싸고 들어선 형태다.
그 중에서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한 것이 바로 이 성당.
독실한 카톨릭 국가답게 시내 어디서나 성당을 볼 수 있었다.
잠시 들어가서 무사히 여행을 마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럴 때만 기도한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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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날씨 진짜 좋다...ㅠ_ㅠ 하늘이 얼마나 파란지...
보고타는 4계절이 따로 없고 건기와 우기로 나뉘는데, 4월과 10월에 가장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하필이면 장마철에 여행을 간 셈이다. -_-
너무 급하게 예약을 하는 바람에 날씨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비행기표를 끊어버려서 걱정을 많이 했다.
인터넷에서 일기예보를 찾아봐도 폭우 - 비 - 천둥번개 - 비 뭐 이런 분위기라 작은 우산까지 일부러 사갔는데,
우기는 무슨 우기 5일동안 우산은 펴보지도 못했다. 환불해야겠다 -_-;;
친구들이 나랑 같이 어디 가기만 하면 항상 날씨가 좋다고 晴れ女라고 불렀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운이 좋았다. ^_^v

한가지 안타까웠던건 우기라서 그런지 관광객이 거의 없었던 점.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동양 사람은 커녕, 서양 배낭족들도 거의 보질 못했다.
덕분에 콜롬비아 시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_-;;
 




볼리바르 광장을 빠져나와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보고타는 남쪽이 약간 못사는 동네고 북쪽으로 갈수록 잘산다고 한다.
라 칸델라리아 지역도 길이 좁고, 집들이 많이 낡았다.
하지만 역사가 깊은 지역이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서 신나게 돌아다녔다.
아참, 보고타의 미술관, 박물관들도 대부분 이 지역에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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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세련된 커피 전문점을 발견!!!
오오오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후안 발데스 커피점이냐!!!!!!!

콜롬비아가 세계적인 커피 생산국인건 워낙 유명하고,
콜롬비아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료도 커피다.
그리고 그 콜롬비아 커피를 대표하는 얼굴마담과도 같은 브랜드가
당나귀(?)랑 수염난 아저씨 로고의 후안 발데스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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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별다방/콩다방이랑 별로 다를게 없다.
깔끔한 종업원들이 바쁘게 주문을 받아 커피를 만들고 있고, 손님들은 삼삼오오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
나도 한 잔 마셔볼까 하고 다가가서 메뉴를 살폈다.
아...역시 쓰는 말은 달라도 커피 용어는 세계 공통이다 -_-b 
모카, 라떼, 에스프레소 등등 메뉴를 파악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우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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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전이고 해서 부드러운 카페 콘 레체 (우유를 많이 넣은 커피)를 시켰다.
물론 그냥 커피를 마시면 손이 떨리는지라 descafeinado por favor (카페인 없는 걸로 부탁해요)는 잊지 않았다;;
주문을 받는 언니가 어떤 사이즈로 할래? 물어보길래 다시 한 번 메뉴를 살피는 순간 나는 기절했다.
오마이갓!!! 제일 작은게 2400 페소??? 1불도 안한단 말이냐!!!!
아악 그렇다면 중짜를 마셔주겠어!!! (아무리 싸도 그란데는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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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 페소를 내고 카페 콘 레체 중짜를 받아서 자리에 앉아 한 모금 마셔보았다.
오마이갓!!! (2) 이 가격에 이 퀄리티는 뭐냐!!!!!
완전 감동의 도가니!!!! 너무너무 부드럽고 향긋하다. 
내가 원래 커피 마시는 사람이었으면 미스터 초밥왕처럼 '입속에서 울려퍼지는 하모니 어쩌구...' 표현을 해보겠지만
커피를 안마시니 평소에 마시던 커피와의 차이를 설명하기가 힘든게 그저 한이다;;;

1불도 안되는 가격에 이런 맛있는 커피라니 어헝헝 ㅠㅠㅠㅠㅠ
그나마 이 집은 럭셔리 체인점이라서 완전 비싼거고, 일반 카페는 훨씬 더 싸다.
이날부터 나는 후안 발데스의 광신도가 되어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다. 
갈 때마다 라테, 모카, 등등 다양한 커피를 마셔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카페 콘 레체가 제일 맛있었다.  
(집에 올 때 기념품으로 후안 발데스 커피를 한 봉지 사다가 회사 탕비실에 놓아두었는데 다들 맛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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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나서 다시 거리로 나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오마이갓!!! (3) 보테로 미술관!!! !@$$)##$^&
이게 꿈이냐 생시냐...ㅠ_ㅠ
예상대로 보테로 미술관은 정말정말정말 최고였다.
완전 감동한 나는 여기도 매일 출근 도장을 찍게 되는데...

구구절절 길어질 것 같아서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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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4-2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은 약간 걱정했는데.. 잘 다녀오셨군요. 저도 사진보면서 완전 감동하고 있습니다~

Kitty 2009-04-24 09:42   좋아요 0 | URL
에궁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다녀온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날씨가 좋아서 사진이 거저 먹고 들어가는 경향이 좀 있네요 ^^;;;;

마노아 2009-04-23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택시 이야기에선 저도 같이 긴장했어요. 환상의 그 커피 맛 저도 구경하고 싶어효! (저는 베트남 커피 먹고 싶어요.ㅎㅎㅎ)

Kitty 2009-04-24 09:43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진짜 무서웠다구용!!
그러나 나중에 숙소에서 만난 장기 여행자들한테 이 얘기 했다가 바보 취급받았어요 ㅋㅋㅋㅋㅋ

무스탕 2009-04-23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보 여행의 첫 스타트가 기내식이었군요. ㅎㅎㅎ
하늘이 정말 이쁩니다!!
그런데 영어조차도 방송을 안해주는 국제공항이라니.. 대단하다고 할까나..;;;

Kitty 2009-04-24 09:44   좋아요 0 | URL
심지어 미국 공항이라는게 더욱 할 말을 잃게 하지요;;;
무스탕님 앞으로 계속 먹는 얘기 기대해주세요 >_<

[해이] 2009-04-24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럽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Kitty 2009-04-24 09:44   좋아요 0 | URL
에궁 해이님도 방학 때 훌쩍 떠나셔요 ㅠㅠㅠ

BRINY 2009-04-2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같이 일정한 장소에 출근도장을 찍을 수 있는 여행도 멋진 거 같아요~

Kitty 2009-04-25 11:57   좋아요 0 | URL
맞아요 ^^
저는 항상 일정을 빡빡하게 하기 때문에 허둥지둥거리다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한곳에 쭉 머무르면서 찬찬히 여유있게 쉬다 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