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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술사가의 낭만적인 유럽문화 기행
정석범 지음 / 루비박스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고를 때만큼 취향이 드러나는 때가 드문 것 같다. 내 리뷰리스트나 소장함 리스트를 살펴보면 어쩌면 그렇게 비스므리한 책들이 잘도 모여있는지. 따라서 이 책이 '어느 미술사가의 낭만적인 유럽문화 기행'이라는 제목을 달고있는 한, 나는 필연적으로 이 책을 구입하게 되어있었는지도 모른다.
유럽 기행, 미술관 유람, 박물관 여행 등등 여행 비스므리한 얘기가 나오는 책은 꽤나 많이도 읽었다. 따라서 이 책에서 본 얘기가 저 책에서 나오기도 하고, 어디서 분명히 읽은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 경험도 적지 않게 한 편이다. 이 책도 물론 다르지 않다, 사실 일부 그림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은 다른 미술관련 서적과 거의 일치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독특한 면을 가지고 있다.
지은이는 미술사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저자의 눈을 통해 보는 모든 역사적 기념물 하나하나가 나같이 평범한 관광객이 보는 것과는 꽤나 다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도 '가이드 북'이나 '인터넷을 통한 사전 정보 수집'이라는 든든한 아군의 힘을 빌어서 유명한 그림이나 건물 앞에서 한두마디는 아는척을 할 수 있겠지. 이 건물은 누가 만들었고 언제 다시 지었고 등등...그러나 이 책의 독특한 점은 그러한 역사적 '주인공'들 보다는 가이드 북에 실려있지 않은 조연들을 '나만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서술하고 있는 점이다. (그 중 대부분이 저자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관심사와 깊숙히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피렌체에서는 비극적인 삶을 맞은 수도사 사보나롤라에 촛점을 맞추고, 파리에서는 저자가 좋아하는 소설 주인공의 궤적을 따라가는 식이다. 물론 그 사이사이에 주요 미술관에 관한 내용이나 유명한 그림들을 소개해주고 있지만, 다른 책에서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인물들에 주목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한가지 솔직하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을 말하자면, 에피소드 중 몇몇은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몇번이나 중복되어서 나왔던 '일본인 쇼핑단' 이야기라든지..물론 작가의 개인적인 감상을 써내려간 기행문이긴 하지만, 어느 인터넷 여행 싸이트에서나 볼 수 있는 에피소드의 나열은 전체적인 구성에 별로 잘 맞아들어가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