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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흠모할만한 인간적 매력과 신적인 기풍이 우러나는 인물이다.

다윗을 떠올리면 언제나 내 머리 속에 연상되는 것은 ‘로망스Romance’적인 분위기이다.
이 글을 적는 가운데 나는 ‘로망스(로맨스)Romance’라는 단어를 적으면서 나는 ‘로마서Romans’라는 영어단어를 떠올렸다.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것은 나의 순간적인 착각이었다. 신앙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이런 단어선택에 있어서도 이런 착각을 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가만히 돌아보면 이 ‘다윗: 현실에 뿌리 박힌 영성’이라는 책의 분위기를 이야기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다윗’에 대한 성경적인, 신학적인 분위기에 대한 색채가 이 책을 통해 문학적인, 현실적인 분위기로 아주 심도있게 유진 피터슨이 이끈다는 것이다. 푸른 초원 가운데 양 떼들을 방류해놓고 자신은 시냇가 에 앉아 수금을 연주하며 풍류를 즐기는, 시인의 자질과 음악가의 자질들을 충분히 그리고 유감없이 발휘하는 면모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다윗에 대한 상상은 교정이 필요하다. 자연이 펼쳐져 있기에 한 소절의 노래와 시가 노닐만한 구석과 공간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는 목자(양치기)의 일을 하면서 늘 경계심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는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양들을 지켜내야 할 목자의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다윗의 소년시절의 단면은 그의 인생을 다분히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기에 다윗에겐 ‘로망스’적인 요소가 다분하면서도 동시에 끊임없는 ‘유혹자’의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윗의 삶은 신적인 여가relax의 축과 인간적인 열병sickness의 축이라는 구도로 잡아 볼 수 있겠다. 이러한 두 가지 축에 대한 조망은 어쩌면 우리 인생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다윗이라는 인물에 대한 탐색과 아울러 내 인생에 대한 자잘한 반성들reflections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다윗의 신적인 여가relax의 축을 살펴보자.
다윗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무릉도원에 누워 풍요를 노래하며 풍류를 즐길 줄 아는, 한없이 여유로운 인물이었다. 그는 낭만적인 인물이었고 정열의 사람이었고 믿음의 사람이었다. 삶의 자잘한 기쁨들을 발견할 수 있는 여유가 존재하였던 인물이었다. 그러한 다윗의 다윗됨은 모두 신적인 경유를 가진다. 그의 삶은 바로 ‘하나님과의 끊임없는 대면함’ 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의 삶은 ‘신적theistic’이라 명명할 수 있겠다. 다윗의 하나님중심적인 삶의 정점을 보여주는 대목은 바로 ‘골리앗’사건이다. 다윗은 ‘상황적인 광야’로 늘 내몰리지만 그 가운데 그가 더욱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하나님을 추구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다윗을 더욱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가 다른 성경의 위인들과는 대별되는 ‘시와 음악’이라는 예술적인, 문학적인 요소를 소유하였다는 것이다. 시편의 무수한 시들이 그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다윗은 ‘시와 음악’은 말 그대로 ‘현실에 뿌리박은 시와 음악’이다. 고통가운데 신음하면서 그는 찬양하였고 시를 적었던 것이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 시편 57편이다. 다윗은 하나님의 하나님되심을 강력하게 선포하며 찬양하고 있다. 이 모습은 바로 ‘하나님을 향해 살아있는 다윗’의 모습이다. 도망자의 구질구질한 신세 가운데서도 ‘주의 이름은 온 세계 위에 높아지기를 원하는’ 송축의 장면은 잊을 수 없다.

또한 다윗의 삶은 인간적인 열병sickness의 축을 가진다.
그는 맹렬한 짐승들의 공격을 육박전으로 벌일만큼 인간적인 두려움과 불안의 열병이 가득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소년시절의 경험은 후에 사울로부터의 피난길에서 수없이 앓았고 사울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후로는 밧세바와의 간음 사건이나 사랑하는 아들, 압살롬의 사건으로 불거진 왕권문제 등이 그러한 삶의 흔적들이다. 이러한 삶은 ‘일상적earthy’이라 명할 수 있겠다. 말 그대로 다윗의 삶은 ‘역동성’ 그 자체였다. 현실안주와 안락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왕의 자리에서 하나님은 그를 ‘인생은 하나의 모험’임을, 그 모험으로 사는 인생에 주를 경외하는 법을 혹독하게 가르치신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인 법, 하나님은 다윗을 결코 고인 물처럼 놔두지 않으시고 콸콸 흘러, 굽이 굽이 흘러 시내를 채우고 강을 가로질러 바다를 향해 쭉쭉 뻗어가게끔 인도해가신다. 그것은 다윗의 삶의 생리일 뿐만 아니라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의 그리스도인들, 아니 더 나아가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고전 1:24)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삶의 패턴이다.

평생 피로 얼룩진 전쟁터에서 세월을 보낸 다윗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의 삶은 영적 전쟁터, 정신적인 전쟁터의 전사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 우리의 인생은 ‘영적 전쟁터’이다. 다윗의 인생은 우리에게 그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유진 피터슨은 문학적인 상상력을 성경적인 텍스트에다 불어넣어 성경의 인물들이 텍스트라는 땅을 딛고 일어서서 움직이게끔 하고 있다.이 책은 삼상, 삼하, 시편 그리고 신. 구약을 넘나들며 다윗의 삶을 테마 별로 조망해가는데, 그 글 솜씨와 글맛이 압권이다. 이전에 다윗에 대해 이야기 할 일이 있어 이 책을 자주 인용. 참고하면서 얼마나 흥분하였던지…그 감격과 흥분은 이 책을 들추어 볼 때마다 되살아 날 것이다. 다윗의 시적 감각과 문학적 소양과 음악적 기질을 나름대로 음미할 수 있는 특권과 그의 삶의 리얼리티를 묵상할 수 있게 하신 하나님, 우리에게 유진 피터슨이라는 영적 거장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오랫동안 부여잡고서 씨름했다. 읽지만 진도가 좀체 나가지 않아서 늘 조급해하다 이 책도 소화해내지 못했던 시간들.
이제서야 ‘다 읽었구나!’

다윗에 대한 유진 피터슨의 관찰과 해석과 글은 정말 감동과 지적 해갈함과 다윗에 대한 인간적인 찬사와 신적 경이감을 불러 일으켰다.
탁월한 책, 삼상, 삼하, 시편 그리고 신.구약을 넘나들며 다윗의 삶을 테마별로 조망해가는 작가의 글 솜씨와 글맛이 압권이었다. 깨닫지 못했던 사실에 대한 인지와 도전은 나를 많이 흔들었다. 번역도 참 잘 된듯하다. 다시 이 책을 후에 참고하게 될 것 같다. 몰랐던 사실이 이 책에 많이 수록되어 있기에…. 2003.03…


-이 글은 IVP독서감상문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것으로 기억한다.

유진 피터슨 저작중 소장도서들이다!
유진 피터슨은 <메시지성경>쓴 저자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그들은 교회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리더를 떠난다>와 <주와 함께 달려가리이다>를 추천한다. <그들은...떠난다>는 유진 피터슨 뿐만 아니라 다양한 리더들의 글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글모음집인데, 가슴에 비수가 꽂힌다. <주와 함께 달려가리이다>는 눈물의 선지자 예레미야에 대한 묵상연구서이다. 제목이 넘 멋지지 않은가!Run With the Horses! 말들과 함께 달려야 하지 않겠느냐!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를 도전시키시고 일으키시고 세우시고 업 그레이드시키시길 원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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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은영이란 소설가를 염두해 두기로 했다! 순전히 우연한 선택에 의해 빌린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 가득담긴 주옥같은 표현과 넘치는 심리묘사, 내면세계를 순례하고 관찰하는 구도는 내 마음과 영혼과 감성의 결을 다정하게 쓰다듬고 있었다.


우리는 관계를 맺고 살 수 밖에 없는 인간이다. 그래서 결코 “무해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럴러면 우린 진공상태나 달나라 쯤 가 있어야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디테일하게 훑으며 심리를 추적하고 진단하고 두드리는 작가가 최은영이었던가!


책을 펼치면 그 사람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 흠뻑 빠져든 기분이다. 단편들이 다 좋구나!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가 주인공과 공감되는 이야기 옆에 서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작품에서 <그 여름>의 이경과 수이,
<601,602>에선 아들중심적인 나의 가정과 효진이네 가정, <지나가는 밤>에선 주희와 윤희, <모래로 지은 집>에선 고교때 통신친구였던 공무, 모래와 나.


“왜 이해해야 하는 쪽은 언제나 정해져 있을까.”(p.120)

‘네가 뭘 알아, 네가 뭘. 그건 마음이 구겨져 있는 사람 특유의 과시였다.’(p.127)

‘걔랑 같이 밥을 먹어도, 같이 길을 걷고 이야기하고 웃어도 괴로웠어. 우리는 마음이 너무 달라서 외로웠어. 마음이라는 게 사그라지기를 바라면서도 막상 얼굴을 마주보고 있으면 그 마음이 사라질까봐 겁이 났어. 아무리 나를 괴롭게 하더라도 소중한 것이니까. 그 마음 잃은 나는 어떤 사람이 될지 알 수 없었으니까. 단지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서, 외로워지기 싫어서, 남들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서 진짜 마음 하나 없이 함께 하는사람들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게 나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었는데. 나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가 될까봐(p.141).’

“너에게 그런 충고 듣고 싶지 않아.”
“넌 이런 감정 모르잖아.”
그 때의 나는 화가 났을까 슬펐을까. 아마 외로웠던 것 같다. 모래의 말은 맞았다. 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자아를 부수고 다른 사람을 껴안을 자신도 용기도 없었다. 나에게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 영혼은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헬맷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상처받으면서까지 누군가를 너의 삶으로 흡수한다는 것은 파멸. 조끼를 입고 헬맷을 쓴 영혼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p.152).

나는 언제나 사람들이 내게 실망을 줬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망을 준 나 자신이었다. 나를 사랑할 준비가 된 사람조차 등을 돌리게 한 나의 메마름이었다. 사랑해. 나는 속삭였다. 사랑해, 모래야(p.180-181).


<고백>에선 미주, 주나, 진희는 고1때 같은 반 친구들이다. 학년이 올라가 미주와 진희가 같은 반이 되었다.

‘진희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을 때,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 볼펜을 이리저리 돌릴 때 미주는 자신이 진희를 안다고 생각했다. 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지. 그리고 그럴 수도 없을 거야. 진희와 함께 할 때면 미주의 마음에는 그런 식의 안도가 천천히 퍼져 나갔다.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
그 때가 미주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미주의 행복은 진희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진희가 어떤 고통을 받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미주는 그 착각의 크기만큼 행복할 수 있었다’(p.195-196).

진희는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친구들에게 고백했지만 미주, 주나는 충격을 받아 못 받아들인다. 그게 고백한 진희를 더 충격으로 몰고가 진희는 자살한다.

한참후에 다시 만난 남은 자, 주나가 미주에게 말한다.

“네가 그때 걜 어떤 표정으로 봤는지 알아? 걔가 사람도 아닌 것처럼. 그렇게 경멸하듯 봤어. 넌”
“몰랐으니까. 몰랐으니까 그랬어.”
“넌 예전부터 의뭉스러웠어. 아니, 위선적이었지.남들이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만 신경쓰고, 네가 너 말고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나 있었어?”...
“이렇게 잔인하게 굴면 네 마음 편해져?”
“우습다. 가장 잔인한 사람은 너 아니었니.”(p.206)

그날, 진희에게 지었던 표정을 미주 자신은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때 어떤 마음으로 그 애를 바라봤는지 잊은 건 아니었다. 주나의 말이 맞았다. 미주는 눈빛으로 주나가 진희에게 했던 말(“우웩”, “정말 역겹다”)보다 더 가혹한 말을 했다. 그 사실을 미주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p.207).


무해한 사람?
나는 얼마나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처럼 살아왔던가! 법없이도 살 수 있는 무해한, 무공해의 도덕론자를 자처했지만, 누구에게나 웃고 화내지 않고 온유한 성품을 보여주었지만, 결국 내 곁에 가까이 있던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와 생채기를 남겼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같은 인간실격자이다.


이기호의 단편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에서 윤희를 3년만에 찾아온 민호에게 윤희가 말한다.

“오빠...민호 오빠...이제 이자 놀음 따윈 그만 좀 하고 사세요.”

어떻게...네가 나한테 ...저 사람을 데려올 수가 있어...어떻게 네가 나한테...그럴 수가 있냐고...(p.232-233)

‘이자놀음’ 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의 이자놀음이 꼭 나를 두고 하는 말인듯 했다.


<최미진은 어디로>에서도
“그런데 씨발.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내가 죄송하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하고 사는데...꼭 그 말을 들으려고...꼭 그 말을 들으려고 그렇게...”(p.31)

이 친구, 최미진과 헤어진 전 남친이 하는 말을 보라. ‘내가 죄송하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하고 사는데...’ 이 말이 ‘누구에게나 친절하다고 자부하는’ 작중의 작가의 가슴에 꽂힌다. 전 남친의 환경적 상처였고, ‘꼭 그 말을 들으려고...꼭 그 말을 들으려고 그렇게...’는 최미진과 연결된 또 다른 깊은 상처였다.

누구에게나 친절하다고 자부하는 미주나 강민호의 모습이 꼭 나의 자화상 같다는.


엄기호의 <단속사회>에서 그런 이야길 한다. 요즘은 사람들이 ‘편’의 이야기는 잘 하지만, ‘곁’의 이야긴 잘 하지 않는다고. 내 편이냐 네 편이냐 에 따라 이야기와 스토리가 달라지고 그것에 귀를 쫑긋 세운다. 내 편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자르고 가르고 베어버리는 게 우리의 습성이라는. 그래서 정말 당사자의 “곁”에서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이야기는 잘 없다는 사안이다.
‘곁을 파괴하고 편을 강조하는 것,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p.7)

역시 이기호의 소설에서 제기한 “환대”의 문제이다.

 


우린 결단코
무해한 사람이 될 수 없기에.
조금 덜 상처받고 조금 더 따스해질 수 있는 “곁”의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생각.

빌려서 읽었는데 <내게 무해한 사람>은 읽고난 후 당당 책을 구매했다! 또 읽고 싶다는. 근데 또 읽고 싶은 사람치고 잘 읽는 사람 드물던데...

<손길>에서 숙모와 혜인...
<아치디에서> 랄도와 하민, 랄도의 가정사, 하민의 가정사.

‘내가 춤을 추면 사람들이 웃어. 그러면 마음이 아프거든. 그렇게 마음이 아프면 편해지는 게 있었어. 그래서 그랬어.’(p.291)

‘넌 네 삶을 살거야.’(p.300)

하민의 제스처가 적절한가?


‘내게 무해한 사람’으로 산다는 것? 그게 과연 가능할까? 아니 그렇게 내 마음, 내면을 들여다보는 자기성찰이 있다면, “곁의 이야기” 를 내 가슴으로 끌어올 수 있지 않을까...

소설을 제대로 읽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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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의 책읽기에서 언급된 “토니오 크뢰거”, 김영란은 대한민국 최초 여자 검사라는 타이틀을 쥐기 위해 얼마나 힘든 세월을 견뎌냈을까! 한스와 토니오의 “다름”에서 오는 그 답답함의 고뇌를 보며 남성위주의 법조계에서 여성인 김영란이 얼마나 인내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에 이 책이 김영란의 인생책이 되 지 않았나 싶다.

김영란법의 주인공, 김영란이 된 것은 그저 된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독서가 체내화된 김영란이었다!

토마스 만, 이 사람 정말 장난 아니네! 책 읽고 나서 묵직한 그 어떤 기분과 느낌이 우아...고전은 다르다!

왜 토마스 만이 토마스 만인지 알겠구나!
25살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런 사람, 대박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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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8-07-13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리시는 글 잘 보고 있어요.^^
더위조심하시고 행복한 오후 되세요.^^

카알벨루치 2018-07-13 15:21   좋아요 0 | URL
오늘 엄청 덥습니다 건강 유의하세요! ㅎ

cyrus 2018-07-16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쟈 님이 토마스 만의 대표작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고, 추천했어요. 만에게 노벨 문학상의 영광을 안겨 준 작품이에요. ^^

카알벨루치 2018-07-16 13:13   좋아요 0 | URL
그거 바로 구매했습니다 25살 수상작! 감사해요
 

https://kkkarl21.tistory.com/7에 가시면 제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1) 존 스토트,<그리스도의 십자가>(IVP)

대학때 읽었는데,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 '기독교의 속죄(어톤먼트)방법인 십자가'에 대한 귀한 참조가 되었음 한다.

존 스토트는 어떻게 이런 책을 쓸 수 있었을까! 경이롭다! 내 인생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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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7-12 1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원문으로 읽으셨군요.
저도 학교 다닐 때 이 책을 읽었습니다.
물론 전 번역본으로. 그땐 이 책이 나온지 얼마 안 됐던 때이기도 했는데
너무 좋은 책이라는 걸 알겠는데 읽기는 너무 버거워 완독은 못했습니다.
지금쯤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을 받겠죠?
언제고 다시 한 번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저는 소설로도 영화로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ㅠ

카알벨루치 2018-07-12 20:25   좋아요 1 | URL
저도 번역본 나오자마자 읽었는데 하루에 한 챕터씩 방학때 완독했더랬어요 내용이 너무 좋아 원서도 좀 보다가 중도하차했어요 완독은 못했습니다 존스토트의 어휘나 단어구사, 문장이 정말 심플하단 느낌을 받았답니다 번역본은 새로 사서 재독하고 싶네요!
“내가 믿는 기독교가 이토록 위대하구나!”
그 느낌을 받았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공허한 십자가...

제목이 의미심장했다. 그래서 더 읽고 싶었다.

 

#. 영화 <어톤먼트atonement><주홍글씨>가 생각난 작품이다. 인간의 죄, 그 죄로 인한 죄책guilt.

 

 

히가시노 게이고의 '어톤먼트'이야기는 어떻게 시작하는가?

 

1. 죄책감의 출발은 주인공 후미야와 사오리의 학창시절의 연애관계로 시작된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두 사람은 유아살해를 한다. 그로 인해, 애기엄마인 사오리는 방황하며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호스티스로 전전하게 되고, 후미야는 사오리와 달리, 겉으로는 대학병원 소아과 의사가 된다. 둘만의 이 비밀은 표면으론 드러나지 않은 채 자구책을 구한다. 하지만, 사오리는 도벽증세가 심각하여 취재기자 사요코의 질긴 상담과 탐구로 인해 도벽증세 밑에 깔린 그 과거의 어두운 면을 들추게 된다.

 

한편, 후미야는 자신의 유아살해죄에 대한 속죄의 방법으로 소아과의 수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방식과 자신의 결혼을 속죄의 최선책으로 삼는다. 자신의 아이를 죽인 수해’(나무숲)가 있는 그 곳에서 우연히 자살하고자 하는 임산부, 하나에를 만난다. 사기꾼을 만나 재산을 털리고, 아이까지 임신한 하나에와 후미야는 결국 결혼한다(애기 아빠 사기꾼을 자살한다).

 

2. 사요코와 나카하리와 부부다. 하지만 이들은 10년전 8살의 딸이 살해당하고 그 후유증으로 결국 둘은 이혼한다. 사오리는 딸의 허무한 죽음 앞에 사형제도의 정당성, 죄에 대한 적절한 형벌의 도구로 사형을 주장하며 그에 대한 글을 쓰면서 자신의 존재의 무게를 덜고자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도 살해당한다. 마치무라 사쿠조란 노인에게 돈을 목적으로 한 단순살인강도 사건에 의해. 

나카하리는 이혼한 전부인의 죽음에 대해서 무감각해졌지만, 전 부인의 죽음의 이유를 밝혀주고, 살해범의 사형언도를 강력히 주장하는 전 장인, 장모의 부탁에 의해 우연히 사요코가 쓴 글을 보게 된다. 그 사오리는 최근 도벽에 대한 취재대상자 4명 중 1명인 사오리에게서 심증을 찾게 된다.

 

공허한 십자가...사람을 죽였다. 범죄자에게 가해지는 심판의 최고형벌. 사형,

하지만 사요코와 나카하리의 딸을 죽인 히루카의 사형집행을 보면서 그의 변호사 야마베는 이런 말을 남긴다.

 

 ‘사형은 무력하다!’

 

살인자, 가해자가 받는 형벌이 가해자 자신이 피해자를 위해 진정성있는 속죄가 되지 못하기에, 그의 죽음의 십자가는 공허하다는 말.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데, 가해자가 죽는다고 해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다시 반환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의 상흔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형은 무력하다?

십자가는 공허하다?

 

사랑하는 사람, (미나미)의 죽음 앞에 사요코와 나카하리, 그의 가족들의 찢어진 가슴, 인생!

사랑하는 딸, 사요코의 죽음 앞에 그의 부모의 찢어지는 가슴, 딸과 손녀를 잃은 심정,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사형이 속죄의 도구가 될 수 없다.

 

십자가는 고대 야만들인이 고안했던 사형틀이고, 그것은 후에 로마인들이 가장 극혐의 범죄자에게 가해지는 고통스러운 사형집행방법이었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십자가로 죽어간들 사랑하는 이가 돌아오지 않는다

사형은 무력하다? 는 말을 남긴 야마베는 나카하리의 딸, 미나미를 죽인 히루카와의 사형이 다가오면서 나눈 심경을 듣고 이 말을 남긴 것이다. 자기가 죽인 범죄행위의 처절함을 회개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죽을 운명에 대해 완전한 포기상태로 들어가 속죄나 사죄나 회개나 뉘우침, 반성의 태도는 눈 씻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3. 후미야와 사오리의 10대 유아살해로 인한 두 사람의 인생비극.

후미야의 비정상적인 결혼과 진로선택, 소아과 의사로서의 봉사가 속죄의 한 방식이었다. 정말 슬픈 것은 그의 결혼 배우자의 선택에서이다. 진정성이 아닌 속죄의 방편으로의 결혼과 인생이었다. 아빠를 하나도 닮지 않은 남의 아들을 키우면서 후미야는 속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에는 오히려 자신은 후미야가 아니었다면, 자신과 자신의 애기는 벌써 죽었을 것이라며 후미야를 자수하라고 보채는 사요코에게 반박한다. 인간사에 있어 죄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guilt는 사람의 운명에 저주의 덫을 놓지만, 하나에는 오히려 후미야의 속죄의 혜택을 보게 된다.

 

우리가 저지른 수많은 죄는 우리가 이미 당겨버린 방아쇠이고, 시위이다. 우리가 선택했던 그 죄악으로 인해 상처와 죽음과 고통의 총알과 화살이 이미 다른 인생에게 날아가버렸다.

 우리가 지은 죄에 대한 십자가의 형벌? 죄는 죄값, 대가cost를 지불해야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 죄에 대한 진정한 자기회개와 반성이 없는 십자가는 공허한 것이 될 수 있다. 아직도 우리의 죄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들의 가슴이 있기에.

 

결국 죄는 십자가의 문제가 아니다. 죄는 형벌에 대한 사안이 아니다.

죄는 사람과 사람, 생명과 생명에 대한 사안이다.

죄를 지은 가해자도 사람, 피해자도 사람이다.

가해자가 사람으로써 피해자에게 진정한 속죄의 마음을 보여준다면, 이미 지나간 상처와 슬픔은 뒤로하고서라도 위안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4. 후미야는 유아살해범이지만, 그의 guilt의 속죄대상으로 임산부 하나에를 의무적으로 책임진다. 미혼모처지가 된 여인과 사랑도 없는 결혼을 한 것이다. 이런 구도는 정말 후미야의 죄책감을 경감시키기 위한 작위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하나에와 아들이 살았다. 나는 후미야가 잘했다고 생각지 않지만, 그것은 그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후미야는 사오리를 떠난다. 그리고 동질성이 있는 임산부 하나에게 간다.

후미야의 마음이 어떻든 몸은 거기에 있다.

 

하지만, 사오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남자보다 더 큰 모성애를 가진 엄마가 자기가 낳은 아이를 살해했다는 그 충격이 그의 인생을 황무지로 만들었다. 사오리의 인생이 절망적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여인이다.

후미야는 사오리를 위해 속죄해야 하지 않는가?

이것도 인간과 인간의 문제이다.

후미야와 사오리는 자신의 유아살해의 guilt를 죄로 폭로하면서, 살인 사건이 단순강도가 아닌 정황참작이 되는 이유있는 살인이란 구도로 밝혀진다. 후미야와 사오리는 과연 자신의 guilt에서 자유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에서 '속죄'에 대하여 우리에게 질문하는 듯 하다.

 

"사람이 사람에게 속죄할 수 있는가?"

 

5. 히가시노 게이고는 정말 대단한 필력을 자랑할만한 글쟁이다.

가독성과 흡인력이 얼마나 뛰어난지...흥미롭고 재미있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가 없다.

 

하지만, 거기에 구원은 없다.

하지만, 소설은 이렇게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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