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다들 알 것이다. 햄릿, 리어왕, 오델로, 맥베스이다. 나는 이것을 항상 기억하지 못해, 로미오와 쥴리엣을 삽입하여 기억하곤 했다. 로미오와 쥴리엣도 비극적이지 않은가!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을 오인하여 동반자살하는 비극도 대단하지 않은가! 아마도 이것은 내가 몇 번 해보지 않은 연극 중에 로미오와 쥴리엣이 들어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주무대였던 교회가 아닌 대학의 단과대 발표공연으로 했다는 것은 내 인생에 있어 좋은 추억이 되었다. 당시에 영어로 대사를 치면 옆 스크린에서 한글자막을 띄워주는 굉장히 불편한 구도였다. 그땐 기술이 그렇게밖에 안 되었다. 연극이나 영화를 관람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요즘은 어떻게 번역된 자막을 보여주는지 모르겠다.

 

 

 

 

0.1 그리스 비극의 완성자, 소포클레스

비극하면 보편적으로 세익스피어의 비극을 떠올릴 수 있는데, 오늘은 내가 처음으로 접한 소포클레스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페이퍼를 한번 시작해보고자 한다. 소포클레스는 당시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작가중의 한 사람이다. 소포클레스는 무기 제조업자인 소필로스의 아들로 기원전 497년에 출생해서 부유한 가정, 좋은 교육, 빼어난 용모까지 갖춰 인기의 대상이 되었다. 15세에는 살라미스 해전의 승리를 기리는 찬신가를 선창했을 만큼 시인으로 두각을 보였고, 초기에는 배우로도 활동했다. 28세에는 디오니소스 대제전에서 열리는 비극 경연대회에서 앞에서 업급한 비극작가들을 제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소포클레스는 그리스 비극의 완성자로 불린다. 금수저에 속한 소포클레스에게 문학적인 감수성과 능력까지 겸비하다니! 근데 그리스는 좀 의외인 것은 비극경연대회라니? 하지만 어떻게 보면 요즘 문학이나 시, 소설 대회처럼 그렇게 열릴 수도 있겠다 싶다. 고대 그리스는 인문학이 꽃피던 시절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책을 읽고 난 후 이 소포클레스가 가진 인간과 인생에 대한 통찰과 식견이 탁월하다 싶다. 어떻게 이런 혜안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그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비극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하는가?

 

1

오늘 페이퍼의 주제를 보더라도, 소포클레스를 읽어본 이들은 대략 짐작을 할 것이다. 내가 읽은 소포클레스(별글클래식)에는 <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엘렉트라> 만을 담고 있다. 소포클레스가 어떤 작가인지를 알 수 있는 선별된 작품인 듯 싶다. 별글클래식에서 나온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모사이트에서 전집으로 저렴하게 고전을 구입할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영향력이 있고 이름있는 출판사의 저작을 읽는 것이 좋은데, 이미 사버려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2

인간의 비극은 어디서부터 출발하며 시작되는가?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는 선친인 라이오스 왕을 죽인 살인자를 찾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이디푸스 왕은 예언자인 테이레시아스에게 집요하게 묻는다. 하지만, 테이레시아스는 극구 거절하다가 오이디푸스가 네 놈의 손만 보고도 살인을 저질렀다’(26p)는 대구에 결국은 입을 뗀다. 그가 왕에게 뭐라고 이야기하는가?

 

“...그대가 바로 우리 도시를 더립힌 죄를 지은 자입니다.

왕 자신이 바로 당신이 찾는 살인자란 말입니다...

왕이신 당신께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더불어 치욕으로 얼룩진 끔찍한 인생을 살고 있음을 당신이 모른다는 겁니다.”(27p)

 

예언자는 더 중요한 대사를 날린다.

 

당신의 적은 크레온(왕비 이오카스타의 남동생, 오이디푸스의 처남격)이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28p)

 

예언자는 저 자신이 친자식들에게 아버지이자 형제요, 자신을 낳은 어머니의 남편으로 제 아버지 대신 들어앉은 자이며, 게다가 아버지를 죽인 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말입니다’(32p) 라고 이야기하면서 오이디푸스 왕의 모든 비밀을 폭로한다.

 

 

 

3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그 진원지를 만난 셈이다. 네이버사전에는아들이 어머니를 차지하고자 하는 욕망에 근거한 생각ㆍ원망ㆍ감정의 복합체. 아버지에게 반감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길 한다. 심리학의 근거가 되는 오이디푸스 왕의 이야기이다. 오이디푸스 왕은 자신을 살인자로 모든 것에 격분하지만, 그 실체를 마주치게 되었을 때, ‘, 이럴수가! 그렇다면 내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 자신에게 잔혹한 저주를 퍼부은 꼴이 된 거란 말인가?’(46p)라고 한다. 그는 실제 선왕을 죽인 범죄자에게 대해 엄청난 저주를 했던 것이다. 무수한 비극의 주인공처럼, 오이디푸스 왕은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한다.

 

내가 내 손으로 죽인 자의 침대를 더럽히다니!

말해보시오, 내가 사악한 인간이오?

내가 그렇게도 부도덕한 인간이오?’(50p)

 

 

 

4

자신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타는 , 당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몰라도 되잖아오!’(62p)라고 대구하지만, 오이디푸스는 결국 비밀 속에 감춰진 진실을 목도하게 된다. 이러한 진실이 드러나자 이오카스타마저 목숨을 달리한다.

 

그 일로 당신은 죽임을 당하고, 나는 제 자식의 자식을 낳은 저주받은 어미가 되었소이다’(72p)

 

그녀가 죽어가면서 남긴 말이다.

 

오이디푸스는 왕비의 목매단 밧줄을 끌어 내리고 왕비의 드레스에 달린 금 브로치를 뜯어 그 날카로운 끝으로 자신의 눈을 찌른다. 자신의 겪은 고통과 자신이 저지른 죄를 다시는 육안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그렇게 행동한 것이다. 작가 소포클레스는 어떻게 이런 구도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일까!

 

그랬다면 이곳으로 와서 내 아버지를 죽이지도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날 낳은 그녀의 남편으로 불리지도 않았을 텐데. 이제 나는 신의 적이오. 날 낳은 그녀가 또 나의 자식을 낳게 한 죄의 자식이다. 악을 능가하는 악이 있다면, 그게 바로 오이디푸스다’(77p)

 

 

 

5

오이디푸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탓에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출생의 비밀을 안고, 결혼의 비밀을 안고, 가족의 비밀을 껴안고 살았던 가족의 비극적인 결말은 오이디푸스 왕이 자신의 실날 같은 희망인 딸(딸이기도 하지만, 동생이기도 한)들과 함께 있는 조차도 거절당한다. 결국 왕권도 잃게 된다.

 

 

 

6

오이디푸스 왕의 뒤를 이어 처남이자 삼촌격인 크레온이 왕이 되지만, 크레온에게도 비극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 이야기는 안티코네에 등장한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왕이 되면 오만은 어쩌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일까? 크레온은 오이디푸스 왕의 처참한 결말을 옆에서 지켜본 증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딸 안티코네의 청을 들어주지 않음으로 비극을 또 자초한다. 안티코네의 이야기는 대충 그러하다.

 

 

 

7

인간의 비극의 출발점은 과연 어디인가? 나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바로 <마음>이다. 구약성경 잠언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언 4: 23)

Above all else, guard your heart, for it is the wellspring of life.(NIV)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성경에서는 이렇게 번역해주고 있다.

 

두 눈을 부릅뜨고 네 마음을 지켜라. 마음은 생명의 근원이다.’(Message)

 

 

마음은 생명의 근원, 생명의 원천이다. 반대로 그 마음을 지키지 못하면, 죽음, 멸망, 파멸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오이디푸스 왕의 마음은 어떠했는가? 사람의 마음에서 생각이 나오고, 생각이 말로 표해지고, 말은 행동으로 드러나며, 그 행동은 상황과 환경의 결과를 초래한다. 오이디푸스 왕이 선친을 살해하고 어떻게 왕비와 결혼을 했는지, 어떻게 왕이 되었는지 그런 과정들은 모두 생략한 채 작가는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고 있다. 오이디푸스 왕이 선친을 살해한 그 장면, 선친의 살해범을 추적하는 장면, 그리고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결과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비극적인 장면들...모두가 한 사람의 마음에서 출발되어진 것이다. 라이오스 왕과 무리들을 완력으로 아주 쉽게 해치웠던 오이디푸스!

    

  

 

8

<마음>에 대한 이야길 하니 지금 읽고 있는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대변동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80대의 지성인인 저자는 이 책에서 개인의 위기에 대한 이야길 하면서 국가의 위기를 다룬다. 개인의 위기는 짧게 언급하고, 6개의 국가, 이를테면 핀란드, 일본, 칠레, 인도네시아, 독일,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이야길 흥미롭게 다룬다. 그는 이 6개의 국가에 대한 남다른 정보와 식견, 그리고 무엇보다 두 발로 머물고 거주했던 경험들을 토대로 생생하게 적어주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어떻게 개인의 위기란 주제와 국가의 위기란 주제를 연결시키면서 글을 쓸 수 있느냐는 말이다. 그래서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거장이란 말이다. 국가의 위기에 대해 운운한다고 해서 책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 책을 보고 연구한 순전한 연구물이 아니라 그가 각 나라에서 생생한 체험과 인터뷰와 이야기들, 그리고 엄청난 저작물들을 토대로 글을 적어갔기에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자신의 젊을 때의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지성인이었고, 그런 피가 저자에게 흘렀다. 그는 실험생리학 박사학위를 위해 열심히 실험을 하였지만, 자신이 준비한 쓸개 연구에 성공하지 못했다. 1959년을 그는 개인의 위기라고 불렀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진로가 이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19596월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제1회 국제 생물리학회에 참석한 후 내 사기는 더욱 꺾였다. 세계 전역에서 모여든 수백 명의 학자가 연구 논문을 발표했지만 나는 발표할 만한 성과가 없었다. 굴욕감을 느꼈다. 학창 시절에는 1등을 도맡아 하던 내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당시 나는 보잘 것 없는 무명 학자였다.

그때부터 나는 과학자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철학적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가 쓴 유명한 책 월든을 읽고 또 읽었다. 그 책이 순전히 나를 위해 남긴 듯한 메시지에 전율감마저 느꼈다. 과학을 추구하는 진정한 동기가 다른 과학자에게 인정받으려는 이기적인 이유냐는 꾸짖음이었다. 대부분의 과학자가 그런 동기를 품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소로는 그런 거창한 동기를 헛된 자만이라며 설득력 있게 일축해버렸다. 월든의 핵심 메시지는 <내가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남에게 인정받겠다는 허영심에 유혹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케임브리지에서 과학 연구를 계속해서 하느냐는 내 의혹은 더욱 깊어갔다.....생리학 연구에 성공하지 못한 실망감을 상쇄할 만큼 핀란드어 학습은 만족스럽고 성공적이었다.’(45-46p)

  

생리학에 대한 좌절감과 절망감이 그를 휘감았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흐르는 언어에 대한 관심과 재능(그는 그때만 해도 6개국어를 할 수 있었다)으로 통역사를 하면 어떨까 하는 터닝포인트turnning point를 생각하게 된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부모님에게 하면 굉장한 파문은 예상되었다. 그 상황을 저자는 개인의 위기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위기는 아버지의 인내심 서린 조언으로 해결된다. ‘6개월만 더 연구해보고 결정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6개월 후, 1960년 봄, 그때 가서 포기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여하튼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은 성급히 내릴 필요가 없었다.’(47p)

 

아버지의 조언은 저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고 결국 그는 6개월 안에 그 쓸개 실험과 연구에서 테크놀로지적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해서 마친다. 만약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그때 쓸개연구에서 실패하고 생리학을 접고 다른 길로 들어섰다면, 우리는 지금은 거장, 제러드 다이아몬드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위기는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위기는 중국어로 웨이-로 발음되며 crisis를 중국문자 危機에도 반영되어 있다. 웨이위험을 뜻하고, 중대한 시점, 임계점, 기회를 뜻한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1844-1900)우리를 죽이지 않는 것은 예의 없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재밌는 말로 비슷한 생각을 피력했다. 또 윈스턴 처칠(1874-1965)좋은 위기를 헛되이 보내지 마라!”라는 경구도 마찬가지이다.‘(51p)

 

 

개인의 위기 또한 마음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상황도 환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지혜의 대가로 불리는 솔로몬이 지은 잠언에서 생명의 근원이라고 하지 않는가! 마음이 황폐해지면, 삶도 황폐해진다.

 

9

작가 소포클레스는 이러한 오이디푸스 왕의 모습에서 그의 내면세계를 드러내주는 대목을 희곡의 코러스의 답송1에서 이렇게 표현한다.

 

오만은 폭군을 낳는다. 부와 권력에 대한 오만이

극에 달해 지혜와 자제력도 힘을 잃는구나.

오만이 정점을 치닫고 나면,

인간은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지네.

도망갈 곳도, 의지할 구석도 없도다.’(52-53p)

 

생명의 근원, 생명의 원천인 마음에서 오만의 쓴뿌리가 결국 오이디푸스 왕을 파멸로 치닫게 했다고 말한다. 부와 권력의 정점에 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왕관은 바로 오만이 아닐까! 욕망의 또 다른 얼굴은 바로 오만이다.

 

 

 

10

구약성경 속에 엘리야(Elijah)라는 한 예언자가 있다. 그는 원수들과의 전쟁에서 850 VS 1 이라는 엄청난 신()과 신()의 싸움에서 확실한 여호와 하나님의 승리를 쟁취한다. 그러나 그 승리 이후에 그는 엄청난 고독감에 사로잡혀 로뎀나무 아래에서 죽기를 갈구하였다.

 

자기 자신은 광야로 들어가 하룻길쯤 가서 한 로뎀 나무 아래에 앉아서 자기가 죽기를 원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나는 내 조상들보다 낫지 못하니이다 하고(열왕기상 19:4)’

 

 

그는 그만큼 고독하였고 예전의 승리감은 온데 간데 없다. 오직 혼자라는 그 치가 떨리는 외로움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그에겐 늘 여호와 하나님이 계셨지만, 그는 여전히 외로워했다. 성스러운 선지자란 작자가 자살을 꿈꾸다니. 그것도 화려한 승리 이후에 말이다.

 

왜 그러한가?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인 것이다. 성악설, 성선설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인간은 원래 그렇게 유약하고 연약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리고 넘어지는 존재인 것이다.

    

 

11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

 

대학시절에 비틀즈의 노래인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을 가지고 수업시간에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좋아하는 시를 하나씩 골라 발표하고 토론하는 뭐 그런 시간이었더랬는데,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 앞장에 보면 비틀즈의 이 노래 가사가 나온다. 나는 그때 상실의 시대의 느낌과 비틀즈의 노래의 느낌, 그리고 가사에 대한 개인적인 감성을 덧붙여 해석했던 적이 있다.

 

    

 

12

그걸 잠깐 소개하자면, 이 작품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비틀즈의 노래)에서 <>은 두 가지의 의미와 이미지를 제공한다.

 

하나는 첫 번째 노르웨이의 숲에서 발견되는데, 그것은 '울창함'이라는 것이다. 숲속에 들어가 보면 그 숲이 주는 울창함과 거대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울창함은 바로 남녀가 만나 사랑하면서 생기는 사랑의 울창함이다.

 

20대의 고등어의 푸른 빛깔같이 빛난 청춘 시절에, 4년이라는 세월 동안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다. 그러나 결국 '집안 반대'로 헤어지게 되었다. 내 쪽에서는 그녀를 기다리지만, 잠시 그녀와의 관계가 뜸해진 틈에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나 양가 부모님이 인사를 드렸단다. 그녀를 비판만 할수도 없었다. 당시 여성의 결혼적령기에는 다들 그러한 모양새가 보편적이었다. 이런 현실적인 결과를 덮어두고서 난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도심지에서 살면서도 '''그녀'라는 둘만의 숲속에서 사랑과 동심(童心)과 위로와 친밀감과 기쁨과 환희와 열정을 맛보았다.

이것은 바로 '울창함'의 숲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노르웨이의 숲은 자기정체성(Self-identity)를 찾는 인생의 숲이다.

 

숲에 들어서면 울창함이 있는 반면에 그 속에 혼자 서 있노라면 그 울창함에 압도되어 인간은 '홀로됨'을 절실히 통감한다. 그것은 바로 '고독감(孤獨感)'이라는 것이다. 숲이 주는 그 공기, 기운, 정염, 열기 가운데서 느끼는 외로움, 고독감, 홀로됨... 이러한 것은 내가 '돌아서 버린 그녀'의 마음을 돌이켜보고자 나의 신()께 아뢰기 위해 기도원에 들어갔을 때 느꼈다. 중간고사를 마치고서 곧 바로 기도원에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에 여자친구의 가족들 한 사람, 한 사람에 다 편지를 써 지인을 통해 건네주었다. 그리고 난 거기서 일주일간의 금식기도를 결심하고 들어갔다. 결국 일주일은 못하고 10끼 금식을 하고 죽을 먹었다. 난 거기서 배고픔의 고통을 깊이 체험했다. 그러면서 그 굶주림의 고통과 내게서 살점이 떨어져 나간 것처럼 날 아프게 한 그녀와의 헤어짐을 생각하면서 나의 하나님에게 울부짖으며 서럽게 울었고 통곡했다. 내가 당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경제활동을 뒤로하고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억지스러운 떼쓰기(?)같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참으로 '깊은 슬픔'이었다.

 

그 때 내 가슴에 깊숙이 지나가는 생각은 바로 '그녀의 마음을 다스릴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깐 그녀의 마음을 소유하는 것보다도 내 마음을 먼저 소유하는 것이 더 절실한 것임을 통감했다. 하지만 깨달음이 있다고 해서 마음이 바로 후련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별은 언제나 강한 후유증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노르웨이의 숲'이 주는 두 번째 의미-고독감-이라는 것이다.

 

 

 

13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늘 두 개의 노르웨이의 숲-울창함과 고독함-'줄타기'하면서 을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난 이 '노르웨이의 숲'을 보면서 나의 인생이 비록 지금은 고뇌하며 번뇌하며 힘들어하지만, 아직도 미성숙의 단계에 있지만 나의 정체성, 아이덴티티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서정윤의 '홀로서기.5'

 

나 인간이기에

일어나는 시행착오에 대한 질책으로

어두운 지하심연에

영원히 홀로 있게 된대도

그 모두

나로 인함이기에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으리

내 사랑하는

내 삶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나 유황불에 타더라도

웃으려고 노력해야지

내가 있는 그 어디에도

내가 견디기엔 너무 벅찬데

나를 이토록 나약하게 만든 신의 또 다른 뜻은 무엇일까

-서정윤의 '홀로서기'와 노르웨이의 숲'의 홀로서기 1)

 

 

 

 

14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을 지나쳐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개인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와 나의 과거사를 이야기했다. 오이디푸스 왕이 자신의 인생을 저주하듯이 브로치의 끝으로 두 눈을 찔러버린 장면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너무 아프면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너무 힘들면 살아남는 것조차 벅찰 때가 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다.

상실의 마음을 추스리고, 욕망의 마음을 내려놓고, 홀로 당당히 서가는 것이다. 오이디푸스와 같은 비극사가 우리에겐 거의 없겠으나, 그래도 이 악물고 살아간다면 제러드 다이아몬드처럼, 추억담을 소재로 글을 적고, 나처럼 그때는 내가 죽을 것만 같았는데, 지금 이렇게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존버'라는 말을 좋아한다. 나는 이 '존버'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존zone버burrow라는 말로 해석했다. 영어를 한글로 잘 번역했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뜻은 경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졸라게 버티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영어 의미도 얼쑤 들어맞다. 인생에는 '존버 정신'이 필요한 것이다. 존버!

 

암튼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라 노출하고 나서 후회하면 어떨까 싶다. 그래도 노출이다! 젠장~

 

 

 

 

15

비극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하는가?

비극의 출발점은 바로 한 인간의 마음이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인간의 마음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다.

 

두 눈을 부릅뜨고 네 마음을 지켜라. 마음은 생명의 근원이다.’(Message)

 

 

 

 

-주

1) 10번부터 <노르웨이의 숲>, <홀로서기>의 글은 필자가 20여년 전에 수업시간에 제출하여 발표한 paper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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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7-15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무스하게 연결되는 비상한 종횡무진.....bb

카알벨루치 2019-07-15 10:11   좋아요 0 | URL
종횡무진은 그대의 것! 난 그냥 게으름뱅이^^
 

  

 

1 강주룡

고무신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시기에는 대도시마다 고무신공장이 많았다. 평양의 고무공장 공장주들은 임금인하를 공동결의했다. 193085개 공장, 1,000여명의 노동자들은 동맹파업을 감행했다. 나라가 일제치하에 식민지생활을 하던 때였지만, 노동자들은 생존권 투쟁을 위해 혁띠를 졸라맨 것이다. 기업주와 노동자의 갈등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던 것이다. 이런 갈등 상황 가운데 한 사람의 여성이 등장했다. 바로 여성노동자 강주룡이었다. 강주룡은 을밀대 지붕 위에 올라가 연설을 했다. 8시간 만에 끌어내려진 강주룡은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모든 보이콧이나 파업이나 노동운동처럼 깔끔한 마무리가 되진 못했다. 주도자들 상당수가 해고되고 결국 임금 삭감안은 철회되었다.

 

강주룡은 어려서 간도로 이주해 20살에 결혼했고 남편과 함께 독립군 부대에도 얼마간 있었다. 남편이 병사하자 친정으로 돌아와 고무공장 노동자로 일했다. 적색노조 활동에도 참여했던 그녀, 단식 후유증으로 극심한 소화불량과 신경쇠약으로 고통받다가 19328월 빈민굴에서 31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파업을 하고 난 지 2년 채 안된 시기에 그녀는 죽었다. 안타까운 생애이다.

 

 

 

 

2 나석주

192612월 조선식산은행에 들어와 창구를 향해 폭탄을 던진 친구가 있었다. 그는 인근 동척 건물로 들어갔다. 남은 폭탄을 기관장실에 던졌지만, 역시 불발. 동척에서 나온 그를 경찰이 쫓았다. 경찰과 총격을 벌이던 그는 군중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이천만 민중아! 나는 이천만 민중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한다. 나는 조국의 자유를 위해 분투했다. 이천만 민중아! 분투하여라!”

 

! ! !”

그리고서 자결했다.

 

그로 인해 동척 직원과 일본 경찰 등 3명이 죽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봐 이름이 뭔가? 이름?”

.........”

 

나석주, 황해도 재령 사람. 3.1운동에 참여하고 난 뒤 상하이에 망명해 김구가 지휘하는 경무국 경호원으로 있었다. 중국 군관학교를 나와 중국군 장교로도 근무하다가 독립운동에 헌신하기 위해 상하이로 돌아왔다.

<동아일보>는 호외를 통해 나석주의 의거를 알렸다.

대낮에 벌어진 이 대담한 의거에 총독부는 크게 충격을 받았고, 민중들은 격동되었다.

이제 그만 독립에의 꿈을 접을 때가 안 됐니?”(200-204p)

 

10...20...30...세월의 무게가 짓누르면 사람들은 희망을 내려놓고 절망을 벗삼으려고 한다. 그리고 그 절망 위에 자리를 깔고 앉아 거기서 안일한 편안과 쾌락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이 젊은이는 그 자릴 박차고 희망을 던졌다.

 

나석주의 용기있는 행동에 민중들은 격동되고 고무되었다.

    

 

    

  

3 윤희순

1860년생으로 16세에 결혼을 한다. 시아버지는 의병장 유인석의 재종형 유홍석으로 을미의병 당시 역시 의병으로 나섰다. 윤희순은 의병들에게 밥을 지어주고 <안사람 의병가>를 지어 부녀들에게 가르쳤다. 직접 부인들은 조직하고 남장을 하여 의병대열에 뛰어들기도 했다. 나라가 망하자 시아버지가 떠난 만주로 일가를 데리고 떠난다. 망명 후 시아버지, 시숙부(유인석), 남편, 시동생 등이 연이어 세상을 떠났다. 가장이 된 그녀는 아들들 뿐만 아니라 일가 사람들을 모두 독립운동의 길로 이끌었다. 장남인 유돈상은 조선독립단학교를 세워 민족 교육, 군사훈련을 시켰다. 양세봉의 조선혁명군과 연계해 활동하다 19356월 체포되고 한달 뒤 세상을 떴다. 그리고 10여일 뒤 윤희순은 항일 일생에 대한 기록(일성록)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매사 시대를 따라 옳은 도리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아가길 바란다.’-자손들에게 훈계하는 글 중에서

 

 

 

 

4 남자현

남자현은 1872년 생이다. 안동에서 출생, 19살에 결혼했다. 1896년 남편이 의병투쟁에서 전사했다. 그러자 직접 의병이 되어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19193.1운동을 경험하고는 김동삼 등 남편의 동지들이 있는 남만주로 망명했다. 서로군정서의 여자 대원으로 활동했다. 1925년 직접 총독 암살단을 조직해 국내에 들어가기도 했다. 193110월 김동삼이 체포됐을 땐 친척이라 속여 면회하면서 연락책 역할을 했으며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국내 이송 전에 구출을 꾀했었다. 19329월 국제연맹 조사단이 만주에 올 땐 손가락을 잘라 쓴 혈서를 조사단에 보냈다. 이듬해인 1933, 만주국 건국 1주년 기념식장에서 일본전권대사를 격살할 계획을 세운다. 죽은 남편의 피 묻은 옷을 몸에 두르고 작탄을 몸에 지녀 중국인 노파로 변장한다. 그러나, 불심검문에 걸려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3개월이 지나 그의 이야기는 신문에 크게 보도된다.

 

망부의 복수를 하고자 무등 전권 암살 미수....남자현이란 노파는 20년 전에 독립운동자인 자기 남편이 일본인의 손에 죽은 것에 한을 품고 여자의 몸으로 전후 20년 동안을 두고 조선과 만주를 걸쳐 드나들며 독립운동에 종사하던 중....”

 

남자현은 11일간 단식으로 항거하다 보석으로 석방된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세상을 뜨고 말았다(5. 224-228p에서 발췌인용, 부분 편집).

 

 

 

5 윤봉길

우리가 잘 아는 윤봉길과 김구의 대화에서 마지막 그들의 인사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윤군(윤봉길)은 자기 시계를 꺼내 내(김구) 시계와 교환하자고 하였다.

 

제 시계는 어제 선서식 후 선생님 말씀에 따라 6원을 주고 구입한 것인데, 선생님 시계는 불과 2원짜리입니다. 저는 이제 1시간 밖에 더 소용이 없습니다.”

 

나는 기념품으로 그의 시계를 받고, 내 시계를 그에게 주었다. 윤군은 마지막 길을 떠나기 전, 자동차를 타면서 가지고 있던 돈을 꺼내 내 손에 쥐어주었다.

 

약간의 돈을 가지는 것이 무슨 방해가 되겠소?”

아닙니다. 자동차 요금을 주고도 5-6원은 남겠습니다.”

 

그러는 사이 자동차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나는 목메인 소리로 마지막 작별의 말을 건네었다.

 

후일 지하에서 만납시다.”(5. 287p)’

 

 

이 짤막한 대화의 내용에서 흘러내리는 비장함과 비애의 여운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저는 이제 1시간 밖에 더 소용이 없습니다"-윤봉길

 

6 이봉창 

백범일지에는 이봉창과 김구의 대화도 나온다.

사진관으로 가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 내(김구) 얼굴에 자연 처연한 기색이 있었던지 이씨(이봉창)가 오히려 나를 위로한다.

 

저는 영원한 쾌락을 향유코저 이 길을 떠나는 터이니, 우리 두 사람이 기쁜 얼굴로 사진을 찍읍시다.”’(5. 286p)

 

 

    

 저는 영원한 쾌락을 향유코저 이 길을 떠나는 터이니,

우리 두 사람이 기쁜 얼굴로 사진을 찍읍시다.”

 

7

대한민국의 독립과 해방은 국제정세와 정치판도에 의해 결정되었다. 우리의 자발적인 힘이 아닌 외부적인 힘에 의해서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젊음과 인생을 던진 불나방들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다. 한 사람...

 

 

 

 

8

한 송이 국화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알려지든, 알려지지 않든 간에 나라를 위해 수많은 소쩍새의 혼들이 그렇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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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0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팀 켈러는 그의 저서에서흔히 탕자라고 번역되는 문구의 형용사 ‘prodigal(프러디걸)’제멋대로 군다는 뜻이 아니라 Merriam Webster’s Collegiate Dictionary(메리엄웹스터대학생용사전)에 따르면 무모할 정도로 씀씀이가 헤프다라는 뜻이다. 하나님도 남김없이 다 쓴다는 의미이다‘ (20p)라고 이야기했다.

 

 

 

2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탕자인, 둘째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쏟아부으시고, 그것도 모자라서 자신의 고귀하고 소중한 것을, 가락지와 짐승을 잡아 돌아온 탕자를 위해 잔치를 베풀 준비를 하신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가치들을 둘째를 위해 쏟아부으실까? 아낌없이 부어주신다. 말 그대로 <그 탕자의 그 탕부>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모양새와 풍경을 첫째 아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 logic한 삶, legal한 삶, 바르며 올바르고, 합리적이고, 종교적이고, 율법적이며 한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았던 그의 바른 생활은 엇나간 둘째, 동생의 방탕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탕자를 어찌 용납할 수 있으며, 탕부를 어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3

누가복음 15장에 대한 팀 켈러의 통찰은 이 비유가 단지 둘째 아들, 탕자에게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 아니라 완고하고 고집스러운,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꼰대’, ‘영적 꼰대인 첫째 아들에게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탕부 하나님을 이해할 수 없는 첫째 아들을 위한 메시지임을 기억하자! 모든 비유는 깨닫게 하기 위함에 있다.‘제멋대로 집 나가 방탕한 삶을 산, 아버지의 얼굴에 먹칠을 한 둘째 아들, 탕자에 대해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에선 용납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렇지 않은가! 세상 사람들 중에 아버지의 재산을 다 말아먹은 망나니같은 아들에 대해 입대기를 얼마나 좋아하는가! 그럴 수 밖에 없는 노릇이지만. 그 보편의 편에 바로 첫째 아들이 있다.

 

    

 -현 시대와 젊은이들에 대한 이해,

세대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책이다.

깔끔하구나! 젊은이들은 꼰대를 싫어한다. 극혐대상이 바로 꼰대이다.

 

4

팀 켈러는 스스로 하나님 노릇한다면, 충성했어도 죄다’(59p)란 이야길 첫째 아들, 장남에게 한다. 당시 장남(장자)는 다른 아들보다 두 배의 유산과 기업을 물려받을 수 있었다.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아무런 결점과 흠도 없는, 탕자와는 너무나도 상반된 충성된 첫째 아들이었다. 그 아들은 노예처럼 아버지의 집에 충성했다. 하지만, 둘째 아들을 품는 아버지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첫째 아들이었다.

 

 

 

5

나는 여기서 예수님이 요구하시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팀 켈러는 겸손한 사람들이 실세이고 교만한 사람들은 퇴물이다라고 말씀하신다는 눅 18:14의 구절을 들어서 이야기하고, ‘여호와께서는.....겸손한 자들을 돌보시며 교만한 자들을 멀리하신다’(138:6)의 이야기를 제시한다.

예수님이 보시는 시각과 관점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관계>라고 생각한다. 기독교는 관계이다. 기독교는 교리도 아니고, 신학도, 사상도, 이론도 아니다. 기독교는 관계이고, 그 관계의 힘이 세상을 변화시켜왔다. 예수님을 보고 듣고 느꼈고 주목했던 증인들witness, 제자들은 제자훈련받은 관계의 힘을 가지고 세계선교의 무대로 나아갔던 것이다. 물론 세계선교의 초석은 사도바울이 놓았다. 사도 바울은 이전에는 기독교,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고 핍박하고 심지어 법 없이도 잘 살아가는 순수한 스데반 집사를 돌로 쳐 죽인 인간이다. 신앙인의 입장에선 적대적인 인물이고 원수이다. 그러나, 그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이후로 그 관계의 힘으로 로마까지 복음을 전하며 신약성경의 대부분을 저술했다. 그리고 순교했다.

 

 

 

6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첫째 아들에게는 왜 이런 관계의 힘이 존재하지 않는가? 아버지는 돌아온 둘째 아들을 위해 금가락지를 끼워주고 목욕을 시켜주고 자신이 입던 럭셔리한 옷을 입히고 잔치를 배설한다. 그리고 첫째 아들을 초대한다. 그러나, 첫째 아들은 마음은 그림자와 먹구름으로 가득 차 있다. 거부감과 불편함과 불평과 분노가 가득 차 있다. 이 상황과 이 시츄에이션을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7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 하나님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토록 충성하면서 아버지의 가문을 융성시키기 위해 뼈 빠지게 노예처럼 일한 그가 왜 아버지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했는가? 그것이 핵심포인트이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 ‘관계가 결여된 신앙은 갑갑한 종교생활의 육중한 갑옷을 입고 있는 결과를 초래한다. 문득 떠오른 성경 구절이다.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요한복음 15:4)

 

 

 

8

내 생각이다. 둘째 아들 탕자는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열매를 맺을 수 없고, 아버지 안에 있지 아니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고 돌아온 것이 중요하다. 비록 그가 빈털터리 거지 신세가 되었다고 해도 말이다. 보편의 시각에선 용납될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게 아버지인 것이고, 그게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인 것이다. 위화의 인생에서 하루 아침에 집안의 가산을 도박으로 날려버린 아들 푸구이를 용납하던 푸구이의 아버지, 푸구이의 아버지는 푸구이의 빚을 어떻게어떻게 다 갚아준다. 그것도 은화로 주면 될 것을 동전으로 다 바꿔서 어깨에 보따리를 짊어지고 빚을 갚아오라고 한다. 아들의 어깨는 피로 물들고 상처를 받았지만, 아버지는 돈은 쓰는 것은 금방이지만, 버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 위한 시청각적 재료이기도 했다.

 

    

 

9

결론적으로, 하나님 아버지에게 중요한 것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는 삶이었다. 그런데, 아버지 집에서 제대로, 무탈하게 잘 지낸 첫째 아들에겐 아버지 안에 있으면서도’, ‘아버지 안에서 누리지 못한삶이었던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팀 켈러의 탁월한 통찰이 돋보이는 책이다.

 

 

 

10

그 탕자의 그 탕부 아버지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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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달여 전이었던가? 라디오에서 들은 사연이다. 사연은 이런 내용이다.

 

직장에서 한 남편이 사내 경품추첨에서 당첨이 되었다. 4인 가족 외식뷔페식사권에 당첨이 되었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기뻐하면서 외식 상품권을 누구에게 선물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중에, 아내는 애기도 봐주시는데, 엄마한테 드리면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흔쾌히 장모님 드리면 되겠다고 동의했다고 한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한 남편은 사내 방송으로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제 식사상품권 당첨되신 분 중에 끝번호가 XXX인 번호는 바코드가 잘못되어서 기존의 상품권을 가지고 오셔서 교환해 가서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이 방송을 들은 남편은 혹시나 자신이 가져간 상품권에 오류가 생긴 것은 아닌가 싶어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 어제 당첨된 상품권 말야. 그 바코드 끝자리가 XXX인지 확인해 줄 수 있나?”

, 그거 벌써 엄마 드렸는데. 왜 무슨 문제있어?”

 

 

 

2

남편은 알았다면서, 장모님에게 황급히 전화를 건다.

장모님, 어제 아내에게서 외식상품권 받으셨지요? 그거 상품권에 보면 바코드를 확인할게 있는데요. XXX인지...”

, 김서방이구만, 너무 고맙네 고마워. 내가 살다가 그런 상품권을 처음 받아봐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너무 고마우이. 근데 내가 그거 나 혼자 쓰기엔 너무 아까워서 내가 동네 서예원에 가서 서예를 배우는데, 서예 가르치시는 선생님이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내가 그 선생님께 드렸지. 근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아닙니다. 장모님, 상품권 바코드넘버가 어떻게 되는가 해서요. 실례하지만, 그 서예 선생님 전화번호를 좀 알 수 있겠습니까? 확인해야 할 게 있어서요.”

, 그래? 잠깐만...010-XXX-XXXX....”

 

 

 

3

남편은 황급히 전화번호를 받아적은 뒤에 다시 장모님에게 서예를 가르치시는 분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 저는 선생님께서 가르치시는 서예 제자중에 ooo분의 사위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제 저희 장모님께서 상품권 하나 선물하시지 않았나요?”

아 그 상품권 너무 감사합니다.”

근데 거기 상품권에 보면 바코드 넘버가 있는데, 확인을 해볼 게 있어서요. 지금 확인하실 수 있습니까?”

상품권, 그거 내가 너무 감사하게 받았는데, 어쩐다. 나도 그 상품권을 막상 쓰려고 하니 맘이 그랬는데, 문득 40년 전에 은사 선생님이 생각이 나서 그분께 선물을 드리면 좋겠다 싶어 그분께 선물해 드렸네...”

남편은 회사에서 폰을 붙들고 전화를 돌리다가 순간 멍해졌다.

, 그러면 죄송한데, 40년 전의 은사 선생님의 전화번호라도 알 수 있겠습니다. 확인만 하면 되는데요.”

 

 

 

4

남편은 또 다시 장모님의 서예 선생님의 은사 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네 저는 어제 상품권 선물하신 40년 전의 제자분이 계시지죠? 그 제자분이 가르치는 동네에서 서예를 배우는 분 중에 저희 장모님이 계신데, 그 장모님의 사위되는 사람입니다.”

아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를 하셨습니까?”

어제 받으신 상품권의 바코드 넘버에 확인해야 할 게 있어서 그러는데요. 그 상품권 지금 확인해주실 수 있습니까?”

, 그 상품권, 나한테 지금 없어. 그 상품권 우리 조카딸에게 줬지. 나는 나이가 들어서 어디 밖에 나가는 게 너무 힘들어. 외출하는 게 버거운 사람에겐 외식상품권은 아무 필요가 없지. 그래서 우리 조카딸에게 줘버렸지. 흐흐흐

.......그러면 그 조카따님 분 연락처라도 좀 알 수 있을까요? 급히 확인해야 할 게 있어서요.”

 

 

 

5

여보세요.”

, 여보세요. 근데 누구세요?”

. 네 저는 상품권...동네 서예선생님...장모님...사위....40년 전 은사 선생님...상품권 어쩌구 저쩌구...그래서, 그 은사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조카따님에게 선물을 드렸다고 해서 연락을 드립니다. 중요하게 확인할 게 있는데, 상품권 받으셨으면 지금 가지고 계신가요? 확인할 게 있어서 말입니다.”

상품권요? 그런거 받은거 없는데. ...어제 고모가 나한테 뭔가 주던데, 거기 있었나? 고모가 봉투에 넣어서 주던지 하지. 영수증이랑 고지서랑 같이 뭔가를 주던데 거기에 들어있었나 보네요.”

, 네 다행입니다. 혹시나 그 상품권 바코드 넘버 지금 좀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중요하게 확인을 해야 할 게 있는데 말입니다.”

, 그거요. 영수증이랑 고지서랑 다같이 찢어서 버렸어요. 고모가 상품권이라고 하고 줬으면 내가 챙겼지. 늘 그런 식이라니깐. !”

?....”

 

 

 

6

이 이야기의 사연이 소개되고 난 후, 사회하는 두 사람은 한동안 웃었다. 그러더니 정선희이었던가? DJ가 이런 멘트를 날렸다.

 

마치 우리 인생 같네요...”

 

돌고 도는 인생, 상품권처럼 돌고 도는 인생 같은...상품권 받을 땐 얼마나 기뻐했을까? 하지만, 그게 결국 돌고 돌아 결국은 사용도 못하고 찢어서 버려지는 헛헛함은 무엇!?!

 

 

 

 

7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이 허무함을 노인의 고깃배에 겨우 붙어 있는 청새치의 앙상한 뼈만 남은 몰골로 표현해준다. 노인은 몇 일 동안의 거대한 청새치와의 사투를 벌이면서 자신의 젊은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다. 일요일 저녁에 시작된 팔씨름이 다음날 월요일 아침까지 승부가 나지 않다가 다들 고깃잡으러 갈, 일하러 갈 시간이 되자 자신이 팔씨름대회에서 결국 승리하게 되었다는 그 호쾌한 추억 말이다. 노인은 그렇게 자신의 추억을 곱씹으면서 청새치와의 전투(?)를 견디고 견딘다. 아마도 내가 들은 라디오 프로그램이 지금은 라디오 시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선희는 남편의 죽음과 이별, 그리고 많은 인생의 슬픔을 겪은 연예인이다. 그가 뱉은 마치 우리 인생 같네요...”라는 멘트가 참 가슴에 내려 앉는다.

 

    

 

 

    

 

 

 

 

 

 

 

 

8

이런 헛헛함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에 읽은 하정우의 에세이에서 잠시 읽게 된다.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에 보면, 하정우가 국토대장정을 떠나게 된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단순 걷기 프로젝트였다.

 

사람들은 인생살이에서 어떤 기대와 꿈을 품고 살아간다. 나중에는 형편이 나아지겠지, 세월이 지나면서 다 괜찮아지겠지, 지금 이 순간을 견디면 지금보다 나은 존재가 되어 있겠지.......어릴 때는 이런 희망과 꿈이 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지만, 나이들수록 그 폭은 조금씩 줄어든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다 부질없는 생각이었다고 뉘우치며 포기하는 단계까지 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길 끝에서 느낀 거대한 허무가 아니라 길 위의 나를 곱씹어보게 되었다. 그때 내가 왜 하루하루 더 즐겁게 걷지 못했을까, 다시 오지 않을 그 소중한 시간에 나는 왜 사람들과 더 웃고 떠들며 농담하며 신나게 즐기지 못했을까. 어차피 끝에 가서는 결국 아무것도 없을 텐데.

내 삶도 국토대장정처럼 길 끝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인생의 끝이 죽음이라 이름 붙여진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 종일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 뿐일 테다.

 

많은 사람들이 길 끝에 이르면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거라 기대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농담처럼 시작된 국토대장정은 걷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우리가 길 끝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다. 내 몸의 땀냄새,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꿉꿉한 체취, 왁자한 소리들, 먼지와 피로, 상처와 통증......오히려 조금은 피곤하고 지루하고 아픈 것들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별것 아닌 순간과 기억들이 결국 우리를 만든다.‘(25-26p)

 

   

 

 

9

결국은 헛헛함이 남는 인생이겠지만, 그래도 더 즐겁게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길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길 위에서 만난 별것 아닌 순간과 기억들이 결국 우리를 만든다.’

 

기독교 유신론자인 나의 생각들은 다른 이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하정우가 뱉은 이 대목이 가슴에 남는다.

 

길 위에서 만난 별 것 아닌 (오늘의) 한 순간과 기억들이 결국 우리를 만든다...

 

하정우의 에세이에서 가장 남는 대목은 힘들다, 걸어야겠다라는 말이다. 하정우는 모든 것을 걷는 것으로 구현한다. 5천보, 만보....영화 터널을 찍기 전에는 터널 속에서의 초췌한 몰골을 연출하기 위해 살을 빼야 해서 제주도로 4-5일 정도 여행갔는데, 계속 걷기만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6kg를 뺐다고 한다. 걷기의 위대함을 체험하는 하정우, 멋지다!

 

   

 

 

10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길 위의 인간, 길 위를 여행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전에 읽은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에서 리뷰를 남겼기에 그 이야기를 생략하고자 한다.

길 위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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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6-18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페이퍼도 너무 좋은데요.

카알벨루치 2019-06-19 07:41   좋아요 0 | URL
hnine님~과분한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하정우 책이 주인데 만들다보니 헤밍웨이 책이 먼저가 되버렸네요 암튼 감사합니다 ^^

제이디 2019-06-23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정말 잘쓰십니다!

카알벨루치 2019-06-23 17:14   좋아요 0 | URL
제가 이런 칭찬을 받다니~감개무량합니다 감사드립니다☕️

뒷북소녀 2019-07-07 2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이야기! 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7-07 21:33   좋아요 0 | URL
아시는가봐요 ㅎㅎ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0 위트 넘치는 이기호!

이 책은 40여개의 이야기들로 구성된 단편소설집이라고 보면 되겠다. 짤막한데 이기호의 지적과 통찰이 돋보인다. 그리고 가끔씩 독자를 웃게끔 하는 이기호 특유의 위트가 제법 맛있다!

 

이기호의 <작가의 말>이다.

 

짧은 글 우습다고 쉽사리 덤볐다가

편두통 위장장애 골고루 앓았다네

짧았던 사랑일수록 치열하게 다뤘거늘

 

 

1 청춘

 

준수는 강원도를 향하는 내내 말없이, 어쩐지 비장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로 앉아 있었는데, 나는 그게 단순히 우리 미취업자들의 일상 표정이라고만 생각했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과 땀에서 배우라는 말,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점점 무표정하게 변했갔고, 결국은 지금 준수가 짓고 있는 저 표정, 그것이 평상시 얼굴이 되고 말았다. 웬만해선 아무렇지도 않은 표졍...나도 눈높이를 낮추고 취업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찌된 게 이놈의 나라는 한번 눈높이를 낮추면 영원히 그 눈높이에 맞춰 살아야만 했다. 그게 먼저 졸업한 선배들의 가르침이었다. 내 땀과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의 땀의 무게가 다른 나라, 설령 눈높이를 낮춰 성공했다 하더라도 월급에서 학자금 융자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나라...’(26p)

 

 

나는 문득 아는 지인이 생각이 났다. 그 놈이 영어학원 강사를 했었다. 그러면서 어찌어찌 작은 소자본으로 대패삼겹살 집을 오픈해서 아주 잘 나갔다. 그래서인지, 후에 들리는 소문에 이 놈이 BMW20대에 산 것이다. 내가 조금 놀랬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도 자기가 그렇게 사고 싶으니...그리고 후에 들리는 소문이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했다. 나는 문득 90년생이 온다의 이야기가 메아리쳐 울린다. 2016년인가 27만명이 공무원시험에 응시했는데, 합격자는 6천명이라고 했다. 그 나머지 친구들은 재수, 삼수, 사수...그렇게라도 해서 되면 좋은데, 안 되는 애들이 너무 많은 나라. 근데, 그놈이 4월에 시험친다고 했는데, 소식이 없다...

 

 

그래서 고미숙은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란 책을 펴냈던가! 20, 30대의 대한민국의 백수들을 위한 연암 박지원의 이야기를 사이다 발언으로 잘 적어놓았다. 하지만, ‘백수라는 말 자체가 주는 엄청난 부정적인 이미지가 20대가 아닌 30, 40대에겐 극혐의 단어가 아닐까! 처음에는 청년들을 위한 아프니깐 청춘이다의 현대버전이다라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읽고난 후 현실의 치열함에 작가는 너무 이상적으로 이야길 펼쳐가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정말 20, 30대의 백수들이 고미숙이 이야기한 그 합숙소같은 공간에서 식도락을 같이 하면서 백수 아닌 백수의 삶을 즐기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혀를 찰 수도 있는 부분, 어찌 보면 새로운 청춘에 대한 대안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싶다.

    

 

 

만년백수로 지내는 아들이 새벽에 일찍이 일어나 부모님을 위해 또띠아를 해보고자 시도했지만, 그게...

어머니 왈, “뽀삐를 왜 해먹어? 이 새벽에?”

그놈의 취업이 무엇인지, 좌로 가도, 우로 가도, 동서남북 어디를 가도 걸린다. 이게 우리 젊은이들의 자화상이라니...이기호는 그런 시대의 슬픔과 아픔과 애환을 유쾌하게 그려주고 있다. 이것이 이기호의 맛이다.

 

 

 

 

2 아내

 

이런 말을 하면 좀 미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우리 집 막내는 제 엄마가 빨래가 되어버렸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가 사라지고 난 베란다엔 아무런 흔적 없이 아내가 평상시 집에서 입던 목 부위가 늘어난 티 한 장만이 건조대 위에 초라하게 널려 있었거든요. 세탁기가 있고, 빨래 건조대가 있고, 재활용품 모아두는 통이 있고, 아내의 간이침대가 있는 베란다에 외롭게 걸려 있는 아내의 늘어난 티셔츠 한 장....저는 아내의 간이침대에 앉아 그 티셔츠를 오랫동안 쳐다보다가 베란다 창문을 바라보았습니다. 베란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것은, 바로 앞 동 아파트의 불 켜진 주방이었습니다. 그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밥을 짓는 다른 많은 아내들....아내 또한 그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았겠죠.

한데 정말 제 아내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정말 빨래가 되어버린 것일까요? 저는 정말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48-49p)

 

 

아내가 증발해버렸다. 우리 시대의 수많은 아내들은 증발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인생이 휘발되어진다는 느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82년생 김지영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여성들의 초상화이기도 하다. 20, 30대의 수많은 부부들, 그리고 남편과 아내들. 그들에게 짐 지워진 육아의 무게. 삶이 만만치 않다.

 

 

 

이기호 작가는 언론사와 30년을 계획하고 육아일지를 연재하기로 했지만, 3년만에 그만두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3년동안 연재한 내용이 글로 묶어져 나온 것이 바로 세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이다. 표지에는 가족소설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기호 작가의 육아일기(일지)인 셈이다. 그가 느끼는 작가로서의 감수성과 생각들, 특별히 말 많다고 싫어하죠?’고 집에서 잠시 생활하게 된 조카의 고백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3 애완견

사람한테 일 년이 강아지한텐 칠 년이라고 하더라. 봉순이는 칠 년도 넘게 아픈 몸으로 지켜준 거야. 내 양말을 제 몸으로 데워주면서.”(83p)

 

사람이 개만도 못할 때가 있어서인지 사람들은 종종 동물들에게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쏟아붓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세상에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어디 있던가! 그래도 나만 보면 반갑다고 꼬리치는 동물들의 리액션에 어찌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있으랴!

 

 

 

 

4 부모

저승에 도착했다. 304호는 주인공이 지낼 방이다. 저승치고는 의외로 지낼만하다 싶었다. 그런데, 불을 켜주지 않는다. TV는 전원은 들어왔지만 화면은 나오지 않고 음성만 들렸다. 눈을 떠도 암흑천지인 방이었다.

불로요양병원 304호에 묵을 주인공은 영원히 어둠 속에서만 지내야할까?

선생은 어머니께 얼마 만에 한번씩 찾아갔습니까? 딱 그 주기에 한 번씩 선생 어머님 마음에도 불이 켜졌겠지요. 여기도 이승과 똑같습니다. 그럼, 전 이만.”(109p)

 

이기호의 이 단편소설은 너무나 짧다. 그리고 이 소설은 이솝우화가 아니라 이기호 우화라고 해도 좋을 듯 하다.

 

 

58일이 생일인 아들은 자기 생일이 어버이날이라 얼마나 복잡할까? 이런 구상과 아이디어를 글로 엮어낸 이기호의 위트가 참 빛난다.

 

 

아버지가 담뱃값 인상을 대비해 집을 담보로 해 융자받아 2500만원으로 담배를 사재기했다는데...담배를 피우지 않던 아들은 그 담배를 유통기한 때문에 팔지를 못해 20년동안 피웠는데, 아직 2천 갑이 더 남아 있다고...그는 담배를 피울 때마다 아버지를 그리워할 수 밖에 없다...담배를 2500만원어치 샀다. 담배값이 2천원씩 오르기 전에 아버지가 생각한 투자였다. 하지만, 담배는 몇 개월이 지나면 맛이 변한다고...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담배 사재기를 했을 것인데...

 

 

 

 

5 기득권

치킨 배달하는데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이용 불가라고 한다. 1702호에 치킨 배달을 가려면 계단이 320개가 넘는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치킨집 주인이 치킨 알바구한다고 할 때 필수요건을 원동기운전면허증이 아니라 체력이라고 꼽은 이유가 있었다.

 

그 두달 동안 나는 치킨 배달 아르바이트가 아닌, 흡사 히말라야 산악인들을위한 세르파가 된 심정이었다(언젠가 한번은 18층까지 낑낑거리며 올라갔더니 내 또래 젊은 여자가 어머, 우리는 프라이드 아니라 양념 시켰는데요?‘라면서 다시 갖다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142p)

 

이게 왜....이런 일들이 생긴 거죠?”

글쎄요. 아파트에 사니깐 아파트만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143p)

 

우리 이러지는 맙시다. 아무리 배달의 민족이지만.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그렇게 알바하는 애들이 다 우리 자식이고 자녀들이고, 후배들이고 동생들인데...

 

 

 

이기호 우화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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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6-06 0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 치킨 배달하시는
분에게 걸어서 올라 오라는 건 정말
최고의 갑질인 것 같습니다.

영화나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 실제로
벌어진 다는 게 씁쓸하네요...

카알벨루치 2019-06-06 10:47   좋아요 1 | URL
소설도 영화도 레알이니~인생은 차마 믿기 어려운 일들도 레알로 일어나는 것인지라~휴일 잘 보내세요^^